하이원스키장 품은 정선 백운산 눈꽃산행
고한읍 막골서 출발, 걷는 시간만3시간30분
산행 내내 하얀 슬로프와 백두대간 보여
상처입은 검은땅 감싸주기 위함인지 눈많아


그 이름도 예쁜 '하늘길'.

문경과 충주의 경계로 월악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백두대간길인 하늘재를 본따서 명명했단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하늘길은 백두대간 하늘재보다 북쪽인 강원도 정선땅의 '흰 구름 산' 백운산(白雲山)에 열려 있다. 하늘재가 해발 500m대에 불과한 반면 하늘길은 그 이름에 걸맞게 1000m대를 오르내린다. 이 하늘길의 정점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는 이름의 마천봉(摩天峰·1426m). '한국의 장가계'로 불리는 완주 대둔산 마천대(摩天臺)가 879m에 불과하니 하늘과 맞닿아 있는 봉우리 중에선 아마도 최고로 높은 듯싶다.

눈앞의 하얀 스키슬로프만 보이지 않는다면 눈덮인 히말라야라고 해도 속을 정도로 아름답고 웅대하다. 사진은 백운산 밸리탑 인근에서 바라본 하이원 스키장과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처럼 일렁이는 정선 태백 지역의 연봉들.
하이원 스키장을 품은 정선 백운산은 1000 m의 능선길이 험하지 않고 부드러워 마치 어머니 품속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흰 구름 산' 백운산 정상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마천봉이고, 그 봉우리로 수렴되는 마루금이 하늘길이니 떠나기 전이라면 신선놀음쯤으로 여겨질 만하다.

정선 백운산은 하이원스키장을 품고 있다. 덕유산 향적봉이 무주스키장을, 발왕산이 용평스키장을 품고 있듯이.

정선에는 백운산이 하나 더 있다. 굽이굽이 돌고도는 그 유명한 동강의 물줄기를 산행 내내 조망할 수 있는 일명 '동강 백운산(883m)'이 바로 그것이다. 지명도 면에서는 '동강 백운산'이 훨씬 위다.

사실 기자는 산행기를 정리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 어떤 산행 관련 온라인 사이트에도 하이원스키장을 품은 백운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내 열댓 개의 백운산 중 가장 높은데도 말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무명으로 지내왔던 것이다. 하이원스키장이 문을 열면서 바야흐로 인간의 발길이 허용된 것이다.

산세는 '1000m급'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부드럽다. 마치 어머니 품 같다. 조망 또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정상인 마천봉에 서면 늘씬한 여인의 각선미처럼 슬로프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반대편에는 함백산과 태백산의 백두대간 마루금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산행은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막골~약수암~잇단 쉼터(벤치)~낙엽송숲~하이원호텔 갈림길~(바람꽃길)~밸리탑 탐방로 갈림길~백운산 마천봉~(산철쭉길)~마운틴탑~운탄도로~도롱이연못~화절령 삼거리~강원랜드 폭포주차장.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30분 안팎. 초보자도 쉽게 완주할 수 있는 전형적인 워킹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들머리는 고한역 인근의 막골. 사북역 쪽에서 고한역으로 가다 '함백관'이라 적힌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좌측으로 10분쯤 걸으면 '백운산 등산로', '막골'이라 적힌 표지석과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고한읍 고한리 막골은 오래 전 골짜기 안쪽의 화전민들이 막(幕)을 치고 살았다 해서 불리던 이름이다. 표지석과 등산안내도 사이의 오름길이 백운산 북동릉으로 접근하는 본격 들머리다.

6분쯤 오르면 조그만 암자인 약수암. 산길은 암자 못가 좌측으로 하얀 밧줄이 인도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숲으로 오른다. 비록 경사는 꽤 되지만 버겁지는 않다.   
 
한 굽이 오르면 벤치가 둘 있는 쉼터. 암자에서 19분. 잠시 숨을 고른 후 좌측으로 올라서면 거대한 병풍바위가 떡 하니 막고 있다. 우회해서 다시 한 굽이 올라서면 두 번째 벤치. GPS단말기엔 이미 해발 1000m가 넘었다. 스키슬로프가 앙상한 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옛 묘터인 이곳에는 산길이 하나 더 보인다. 밸리콘도로 이어지는 산길로서, 안내책자에는 표기돼 있지만 아직은 개방하지 않은 길이다.

이제부턴 오르막길이 거의 없는 편안한 낙엽송숲길이다. 바늘잎을 모두 떨군 낙엽송은 마치 늘씬한 각선미의 여인들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동행한 하이원리조트 안전상황팀 차현수 주임은 한여름 이 길에선 냉기를 느낄 정도라고 한다.

산길 좌측 발아래론 고한읍내와 태백으로 넘어가는 새 도로의 입구도 얼핏 스쳐간다. 고도를 높일수록 기온 탓인지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다. 그렇다고 스패츠를 찰 정도는 아니다.

앞선 벤치에서 30분 뒤 국내에서 가장 고지인 해발 1100m 지점에 있다는 하이원CC와 하이원호텔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지점에 닿는다. 역시 벤치 두 개가 있다. 이미 폐장한 골프장의 해저드는 얼어 있다. 골프장 뒤로는 옛날 대한중석이 위치했던 영월 상동읍이다.

산행 중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 위치해 있다는 하이원CC를 볼 수 있다. 가장 높은 18번 홀이 1000 m대라고 한다. 하이원호텔에서 출발하는 이 곤돌라는 하이원 스키장의 최고 지점인 마운틴탑까지 올라간다. 

등산로는 하늘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000m급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부드럽다. 6분, 13분 뒤 각각 골프장이 점차 더 가깝게 보이는 전망대에 도달한다. 마지막 전망대에선 골퍼의 스윙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눈앞에 보이는 곤돌라는 하이원호텔에서 스키장의 최정상인 마운틴탑을 오간다.
   
 
능선을 따라 10분이면 머리 위로 곤돌라가 오가는 지점에 닿는다. 곤돌라 철탑 앞 삼거리다. 잠시 볼 게 있다. 좌측 발아래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대형 곤돌라탑이 그것. 높이 98m로 동양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다. 그 뒤로 태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가면 마운틴탑과 함께 스키장의 또 다른 정상인 밸리탑. 산행팀은 길을 가로질러 '등산로'라 적힌 표지판이 보이는 곳으로 오른다.

눈덮인 산죽길을 따라 북동릉으로 9분쯤 오르면 헬기장 삼거리. 좌측은 하이원호텔(2.3㎞) 방향, 산행팀은 우측 일명 바람꽃길로 향한다. 늦은 봄이면 산길 주변에 바람꽃이 즐비하기 때문에 명명했단다. 하이원호텔 방향의 하산길은 얼레지가 많아 얼레지꽃길이란다. 지금이야 눈으로 덮여 있지만. 헬기장에선 백두대간 금대봉과 함백산이 조망된다.

바람꽃길은 좁다란 소로다. 9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밸리탑 탐방로가 우측으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탐방로처럼 계단을 조성해 놓았다. 10분쯤 걸린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눈이 거의 녹지 않아 발목까지 덮는다. 겨울에는 심할 경우 어른 가슴 높이까지 폭설이 내려 러썰도 불가능할 정도란다. 일순간 광산 개발로 검게 그을린 상처 입은 이 땅의 원혼을 한겨울만이라도 하얗게 감싸주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쳐간다.

밸리탑 탐방로 갈림길에서 정상인 마천봉은 불과 4분 거리. '백운산 마천봉'이라 적힌 커다란 정상석과 스키장이 조성돼 있는 북으로 너른 전망덱이 설치돼 있다. 전망덱 가운데에는 친절하게도 조망판이 서 있어 눈앞의 봉우리들과 스키장 시설물들을 맞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운산 정상 마천봉.

백운산 정상 마천봉 전망덱의 전망안내판.

백운산 정상인 마천봉.

스키장의 최고점인 마운틴탑과 밸리탑 그리고 두위봉과 억새산으로 유명한 민둥산, 여기에 조망판에는 빠졌지만 그 사이로 지장산과 사북읍도 살짝 보인다. 정상석이 바라보는 동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정면으로 태백산, 그 왼쪽으로 만항재와 레이더기지가 위치한 함백산이 확인된다. 참고로 태백산과 함백산 사이에 위치한 만항재는 우리나라 포장도로 중 가장 높은(1330m) 지점이며, 함백산은 다양한 야생화로 매년 8월 야생화 축제가 열리는 산이다.

이어지는 산길. 여기서부턴 산철쭉길이다. 다음 여정지 마운틴탑까지는 대략 40분. 연분홍 철쭉 대신 하얀 눈꽃이 만발해 있다. 일순간 요란한 전투기 소리가 들린다. 산길 좌측인 영월 상동읍 쪽에 공군사격연습장이 있기 때문이란다.

1381고지를 지나면 비로소 마운틴탑이 보이고 9분 뒤 스키슬로프에 내려선다. 6분 정도 슬로프를 따라 걸으면 마운틴탑. 마운틴탑의 정상이 그 유명한 45분만에 한 바퀴를 돈다는 회전식 레스토랑인 '탑 오브 더 탑'이 있다. 참고하길.

스키장 최고 지점인 마운틴탑에 가기 위해선 슬로프를 100m쯤 걸어 올라가야 한다.
마운틴탑의 3층 레스토랑 '탑 오브 더 탑'의 실내 모습. 한 바퀴 도는데 45분 걸린다. 

등산로는 마운틴탑의 옆 곤돌라 탑승장 뒤로 열려 있다. '화절령 삼거리 2.4㎞'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길은 키작은 산죽길이다. 직원들이 낫으로 직접 길을 만들었단다.

14분이면 이름 그대로 채탄을 나르던 운탄도로로 내려서며 숲을 벗어난다. 우측은 강원랜드 폭포주차장, 좌측은 하이원호텔. 두 지점 간의 거리는 10.4㎞. 이 구간이 매년 하이원이 주최하는 '하늘길 트레킹 페스티벌'과 산악자전거 대회가 열리는 코스이다.

도롱이연못. 1970년대 탄광 갱도가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생태연못이지만 지금은 꽁꽁 얼어 있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겨 사거리에서 도롱이연못 방향으로 간다. 1970년대 탄광 갱도가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생태연못으로, 광부들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해 이곳에 사는 도룡뇽에게 기원했던 것이 유래돼 지금의 이름으로 명명됐다. 주변에는 야생화가 늘 피어 있고 노루 멧돼지 등의 샘터 역할을 한다지만 지금은 꽁꽁 얼어 있다.

도롱이연못에서 계속 직진하면 운탄도로와 다시 만난다. 10여 분 뒤부턴 물을 가둔 소택지를 잇따라 만난다. 폐광산에서 유출된 갱내수의 중금속 성분을 걸러 주는 일종의 자연정화시설이다. 주변에는 폐광 흔적인 검은 석탄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지금 걷는 이 길의 이름은 화절령(花切嶺)길. 이 일대가 과거 온통 탄광이었으며, 광부들은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꺾어 씹으면서 힘을 냈던 데서 이 이름이 유래된 곳이다.
 차단기 주변을 흔히 화절령 삼거리라 부르며 이곳에서 강원랜드호텔 폭포주차장까지 21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겨울철 눈 많아 하이원 상황실에 문의해야

동명이산(同名異山). 말 그대로 같은 이름, 다른 산이다. 국내에선 현재 천황봉(天皇峯)이란 이름이 가장 많다. 대략 2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그 이름을 근거로 하고 있어 산꾼들 사이에선 사실상 폄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두 번째는. 바로 '흰 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이다. 자연발생적인 이 이름을 가진 산은 대략 열댓개. 이런 연유로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에게 백운산이라 하면 십중팔구 '어디' 백운산이라 되묻는 게 다반사다. 호남정맥의 시종점인 광양 백운산(1218m), 고운 최치원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상연대(上蓮臺)가 위치한 함양 백운산(1279m), 자연휴양림을 품고 있는 원주 백운산(1087m), 아름다운 동강을 굽어볼 수 있는 정선의 또 다른 백운산(882m)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 부산 기장군에도 아담한 백운산(520m)이 있지 않은가.

하이원스키장을 품은 백운산 등산로는 하이원리조트가 2006년말 계획을 세워 지난해 5월 일반인에게 선보였다. 백운산에는 유난히 야생화가 많아 구간구간마다 우점종을 내세워 처녀치마길 양지꽃길 얼레지꽃길 바람꽃길 박새꽃길 등으로 명명해 놓았다.

봄 여름에는 야생화와 울창한 낙엽송숲, 겨울에는 눈꽃산행을 즐길 수 있다. 오르내림이 적어 초보자도 쉽게 완주할 수 있다. 하지만 폭설이 이따금씩 내려 산행 전에는 하이원리조트 종합상황실(033-590-6200~1)에 문의해야 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황태구이.

황태찜.

황태해장국.


황태요리 전문점 황태명가(033-591-5288). 원래 황태요리 하면 용평이 원조다. 황태 덕장 또한 대부분 용평에 몰려 있다. 하이원 리조트 입구의 황태명가는 최근 용평에서 식당을 접고 이곳 정선으로 옮겼다. 주인과 주방장 서빙아줌마까지 그야말로 세트로 움직였다. 용평에서 직접 덕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최상의 재료로 용평에서의 그 맛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황태구이(1만 원) 황태찜(2만5000~3만5000원) 황태불고기(〃) 황태해장국(6000원) 황태미역국 등 하나같이 별미다. 오삼불고기(8000원)도 맛있다. (033)591-5288


◆ 교통편 - 중앙고속도로 제천IC서 내려 38번 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제천IC~영월 제천~영월 단양(하이원) 38번~영월 38번~영월 쌍용~느릅재터널~강원도 영월군~영월 38번~영월 단양~평창 영월 38번~태백 영월 38번~태백 석항~태백~태백 석항~정선군 신동읍~태백 사북 38번~태백 고한 하이원리조트(스키장)~태백 고한 정암사 38번(사북 하이원 방향으로 가면 안됨)~고한 하이원리조트~고한역 못가 첫번째 패밀리마트 보이면 '함백관' 이정표 따라 우회전~굴다리 통과하자마자 좌회전~막골, 백운산 등산로 이정석.

하이원리조트의 진입로는 사북(읍)과 고한(읍) 두 군데. 부산서 출발할 경우 사북 쪽이 가까워 사북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백운산 산행 들머리가 고한역 인근이기 때문에 사북을 지나 고한까지 간 것이다. 산행대장=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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