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시죠. 인파로 몸살을 앓는 유명 해수욕장 대신 한적한 계곡으로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

 
현기증이 일 정도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허리춤까지 푸욱 빠지는 소와 담은 사실 작열하는 태양이 부담스러운 해변이나 강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청량감을 안겨주지 않습니까.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智者樂水)'란 말도 있듯 여름 휴가만은 고전적인 우리 조상들의 방법이 정답인가 싶기도 합니다.

 가볼 만한 부산 경남 울산 지역 계곡을 꼽아 보니 대략 30여 개나 됐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폭포 하나 달랑 있는 곳도 있고, 지명도는 낮지만 우리땅 어느 계곡보다 알찬 곳도 있습니다.

 미답의 골짝도 있고, 아이들과 맘껏 수영할 수 있는 너른 소와 폭포를 품은 계곡도 찾아보면 숨어 있습니다. 암반 사이로 계류가 포말을 일으켜 마치 놀이공원의 미끄럼틀을 떠오르게 하는 곳도 있답니다. 손이 시려울 정도의 얼음골도 빼놓을 수 없지요.

 혹 이런 분들도 계실줄 압니다. 여름에는 계곡 또한 바닷가와 마찬가지로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고.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실.
 계곡 하류에서 적어도 30분 정도 발품을 팔면 아무도 없는 한적한 나만의 공간이 기다립니다.

계곡을 테마 별로 한번 분류해 봤습니다. 딱히 무 자르듯 구분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편의상  나눠봤으니 생각이 다르더라도 비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평온하고 한적한 계곡

 가인계곡. 이 계곡과 만나는 곳이 봉의저수지이다.

봉의저수지와 구만산.

가인계곡에서 만난 무당개구리.


  
최근 수몰 위기에 처한 밀양 산내면 가인리 인곡마을 뒤 가인계곡이 우선 떠오른다. 봉의저수지 옆으로 난 길로 10분 정도만 발품을 팔면 만난다. 산꾼들은 흔히 구만산장에서 출발, 구만폭포를 거쳐 구만산을 찍고 가인계곡으로 하산한다. 계곡에 박힌 바위들은 오랜 세월 동안 물에 패인 흔적이 역력하고 계곡을 감싸고 있는 주변 숲은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성인 가슴까지 찰 정도의 깊은 소와 담이 널려 있다. 층층이 이어지는 계곡 라인은 휘어져 있어 잠시 벗고 들어가도 서로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연 은신처가 된다. 


     인골산장 오리고이. 스테인리스판을 중심으로 목욕탕 플라스틱 의자에 빙 둘러앉아 먹는다. 주말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인계곡의 물이 유입되는 봉의저수지 바로 아래 인골산장(055-353-6531)은 산꾼들에게 아주 유명한 집이다. 스테인리스판에 구워먹는 오리고기는 일품이다. 주말엔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지산 쇠점골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계곡. 필부들은 그 유명한 호박소와 다리 건너 1㎞ 지점에 위치한 오천평반석 정도까지만 오르지만 여기서 30~40분 정도 발품을 더 팔면 형제폭포와 호박소의 축소판쯤으로 보이는 애기호박소 등 수영도 가능한 넓고 깊은 소를 여럿 만난다. 오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 신선놀음을 즐길 수 있다.
발품이 부담스러우면 석남터널 인근 옛 24번 국도 곡각 지점에 위치한 포장마차 '이모집' 앞에서 10분 정도 내려가면 만난다. 최근 밀양시에서 덱을 조성해 놓았다.

가지산 쇠점골.
호박소.

오천평반석 인근에서 만난 두꺼비.

오천평반석. 넓긴 넓지만 오천평이라 명명될 만큼 어마어마하진 않다.


9개의 영남알프스 산군 중 지명도가 가장 낮아 상대적으로 한산한 문복산 계살피계곡 조용한 한때를 보낼 수 있는 명당. 청도 운문면 삼계리에서 출발하는 계살피계곡의 하류는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접근할 수 없지만 넉넉잡아 40~50분 정도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소와 담 그리고 앙증맞은 폭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문복산 계살피계곡.

폭포 하나는 끝내줘요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의 간월재 기슭에서 발원한 파래소폭포는 폭포만으로 볼 때 영남권 최고로 꼽힐 정도로 그 자태가 빼어나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내 위치한 이 폭포는 넓고 웅장한 암벽을 타고 쏟아지는 자태가 신비롭고 황홀할 정도. 원래 이곳은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바라던 대로 이뤄진다고 하여 바래소라 불렸으나 지금은 그 이름에서 파생돼 파래소로 굳어졌다. 물놀이는 불가능하다. 굳이 하고 싶다면 인근의 철구소에서 하면 좋을 듯싶다.

파래소폭포.

함양 용추계곡 입구에 위치한 용추폭포 또한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주는 명소. 언제나 유량이 풍부해 폭포 아래 단 몇 분만 앉아 있어도 옷이 흠뻑 젖을 만큼 물방울의 분무가 아주 세다.

용추폭포.
 
흔히 포항 보경사계곡으로 더 잘 알려진 천령산 청하골은 4㎞에 걸쳐 무려 12개의 폭포가 있어 일명 '12폭포골'로 불린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넓은 소와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괴석, 그리고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소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 중 연산폭포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높이 30m쯤 되는 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포항 청하골(일명 보경사계곡) 연산폭포.

자녀와 함께 가볼 만한 계곡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 바로 부전계곡이다. 군은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 백두대간 영취산이 품고 있는 이 계곡은 암반 사이로 옥류같은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용소에 이르는 모습이 마치 놀이공원의 구불구불한 슬라이드를 떠오르게 한다. 이곳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놀기에 적합하다.

             함양 부전계곡.

울산 대운산 상대계곡과 도통골도 한여름 자녀와 함께 가면 좋을 계곡이다. 양산 웅상읍과의 경계에 솟은 대운산은 사계절 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여름이면 단연 돋보인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만나는 첫 갈림길에서 우측 내원암 방향 대신 좌측 애기소농장 방향으로 향하면 옥류같은 맑은 물이 흰 포말을 일으키는 애기소와 구유소를 만난다. 여기서 대피소가 위치한 도통골로 30분쯤 임도를 따라 걸으면 삼단폭포와 너른 소가 기다린다. 수영도 가능하다.

대운산 도통골.

배내골 주암계곡의 철구소 또한 온가족이 가볼 만한 계곡이다. 영남알프스 재약산에서 발원한 주암계곡에서 배내골로 내려오는 지류에 위치해 있다. 예전에는 찾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지자체가 다리와 덱을 조성해놓아 찾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배내골서 양산과 울산의 경계를 지나 울산 쪽 강촌가든 옆 다리만 찾으면 쉽게 만난다. 시퍼런 물이 한눈에 봐도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웬만한 수영장만큼 넓다. 깊은 곳은 어른 키를 능가한다. 중고등학생 자녀라면 놀기에 안성마춤이다. 튜브 필수.

배내골 철구소.

간월산에서 발원한 작괘천도 여름이면 단골 물놀이 명소로 소문이 자자하다. 작천정 앞을 흘러 일명 '작천정 계곡'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세월에 깍인 수백평이나 되는 너른 암반이 품은 유량이 웬만한 풀장에 버금간다.
울산 작괘천, 일명 작천정계곡이라고 불린다.

손발이 시려운 신비한 얼음골도 있어요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재약산 기슭 해발 600~750m에 위치한 골짜기인 밀양 얼음골 정식 명칭은 시례빙곡(詩禮氷谷)으로 천연기념물 224호. 주차장에서 넉넉잡아 25분 정도 걸어야 만난다.

삼복더위에 그 이름 그대로 얼음이 얼고, 겨울엔 얼음이 녹아 더운 김이 올라와 예부터 부·울·경 지역의 단골 피서명소로 자리매김해왔다. 천황사에서 다리를 건너면 순식간에 오싹해질 정도로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밀양 얼음골.

천황사 입구에서 우측은 얼음골 결빙지(130m), 좌측은 암·수 가마볼폭포가 위치한 가마볼협곡(180m). 대개 결빙지를 돌아 가마볼폭포를 보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나오면 원점회귀가 된다. 얼음이 어는 지역을 철망으로 막아놓아 실망스럽지만 냉기 하나만은 끝내준다. 여기서 240m쯤 떨어진 암·수 가마볼폭포 또한 유량이 풍부해 더위를 날려준다.

수가마볼폭포.

암가마볼폭포.


얼음골로 가기 위한 다리 위해서 본 모습. 이곳은 얼음골 하류 계곡인 셈이다. 
쇠점골 입구 계곡.

의성 빙계계곡 빙혈(氷穴)과 풍혈(風穴)로 유명하다. 계류가 기암절벽을 굽이쳐 멋스런 풍광을 연출, 경북8승 중 하나로 꼽히지만 도로에서 접근하기가 어려워 발담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참고하길. 
  
오르는 길 옆 바위 사이에도 찬바람이 나오지만 바위굴을 벽돌과 유리문으로 막은 빙혈에선 한기를 느낄 정도로 차다. 빙혈 바로 위에 위치한 풍혈은 바위와 바위 사이의 작은 굴. 어른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공간이다. 빙혈에 비하면 냉기는 약하지만 한여름 더위를 쫓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의셩 빙계계곡의 풍혈.

청송 얼음골 밀양 얼음골이나 의성 빙계계곡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경북 내륙에선 꽤 유명한 여름철 명소이다. 차가운 얼음물이 솟는 지점에 굴을 조성, 돌 틈 사이로 나오는 찬바람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겨울이면 빙벽대회가 열리는 높이 62m의 인공폭포 또한 볼거리다.

청송 얼음골. 찬바람과 함께 시원한 석간수가 일품이다.

계곡산행의 진수 셋

 평소에는 잘 찾지 않다가도 여름철만 되면 성지순례하듯 전국의 산꾼들이 모여드는 곳이 밀양 구만산이다. 해발 758m로 영남알프스 산군 중 높지 않은 데다 전망 또한 신통치 않지만 빼어난 계곡 덕분에 여름이면 북새통을 이룬다. 그 절정은 구만폭포. 40m 높이의 폭포수가 멋있지만 물이 떨어지는 시퍼런 물빛의 너른 소는 어른들의 거대한 물놀이장으로 변한다. 남녀 구분없이 나이를 잊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그럴까. 아무튼 한여름 구만폭포는 어른들에 의해 점령된다. 들머리에서 1시간.

                 구만산 구만폭포.

금오산 하면 흔히 구미가 떠오르지만 여름철 금오산칠곡 금오동천을 품은 남릉으로 올라야 제맛이다. 들머리에서 7분이면 연이은 폭포가 나그네를 기다린다. 제4, 3, 2, 1폭포와 벅시소 용시소 구유소 선녀탕이 연이어 나타난다. 금오산은 계곡뿐 아니라 산릉에서도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8부 능선쯤 산속에 축구장 면적의 절반쯤 되는 평지가 있고, 정상 바로 아래 절벽 사이에는 약사암이 있다. 낙동강과 구미시가 한눈에 펼쳐지고, 구름다리로 연결해놓은 범종각은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하산길의 부처바위 석굴법당 등도 여느 산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볼거리다.
 

               칠곡 금오산 금오동천 선녀탕.

포항 내연산 삼지봉이 품은 마실골~덕골은 산꾼들로부터
'원시계곡의 백미'라고 불리는 계곡산행의 히든카드. 옥계37경으로 유명한 영덕 옥계계곡의 상류인 하옥리계곡의 지류인 마실골~덕골기기묘묘한 암벽과 단애, 이름모들 무수한 폭포와 소·담, 하늘을 가릴듯한 울창한 숲은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등산로가 제대로 없어 초보자나 나홀로 산행은 결단코 말리고 싶다. 최소 서너 명은 함께 하길 권한다.
                       '원시 계곡의 백미'로 불리는 포항 내연산 삼지봉이 품은 덕골 하산길.

환상적 조망·깊은 계곡… 역시 영남알프스 맏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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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0대 명소 중 하나인 그 유명한 호박소와 구연폭포. 시퍼런 물빛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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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소 바로 아래 계류. 등산객들이 산행 후 대개 이곳 그늘에서 쉬었다 하산한다.

 

여름 더위가 가시기 시작한다는 처서(處暑)가 지났건만 여전히 가마솥 불볕더위는 수그러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 흩어지는 물보라가 여전히 구미를 당기지만 한 달 남짓 계곡산행을 하다 보니 한편으론 시원한 능선길을 내달리며 바라보는 환상적인 조망이 그립기도 하다.

해서 한 주 더 계곡산행을 연장키로 결정한 산행팀은 계곡 위주의 이전 산행과는 달리 조망을 만끽하기 위해 마루금 구간을 연장했다. 계곡과 조망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이른바 양수겸장의 산행을 시도한 것이다.

산행지는 가지산(1240m). 그리 멀지도 않고 계곡도 시원한데다 환상적인 조망을 갖췄다. 무엇보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맏형이라는 상징성도 빼놓을 수 없다. 낙동정맥의 영남권 봉우리 중에서 최고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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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점골의 명소 오천평반석. 비스듬한 화강암반이 워낙 넓어 명명됐다고 전해오지만 땡볕이 그대로 내비쳐 약간은 실망스럽다.
 


경남 밀양, 울산 울주, 경북 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가지산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계곡을 무려 네 개나 끼고 있다.

영남알프스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히는 학심이골을 비롯해 아랫재에서 학심이골로 연결되는 심심이골, 호박소에서 석남재로 이어지는 쇠점골, 가지산과 중봉 사이의 밀양재에서 24번 국도변의 제일관광농원으로 떨어지는 용수골이 바로 그것.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대로 하나같이 전국의 내로라하는 계곡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학소대폭포와 쌍폭 등 시원한 물줄기와 너른 소로 대변되는 청정 골짜기 학심이골은 현재 운문사 암자인 사리암 입구에선 출입이 제한돼 문복산의 들머리인 삼계리쪽 천문사에서 배넘이골을 거쳐 가야 한다. 아니면 운문산과 가지산 사이의 아랫재에서 심심이골을 거쳐 학심이골로 갈아탄 다음 쌀바위쪽으로 올라 가지산 또는 상운산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산행팀은 최근 원점회귀를 선호하는 독자들의 뜻에 따라 호박소 입구 백연사에서 쇠점골을 거쳐 가지산에 오른 후 용수골로 내려왔다.

  
  전국 100대 명소 중 하나인 그 유명한 호박소와 구연폭포. 시퍼런 물빛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산행은 호박소 주차장~백연사~호박소·오천평반석 갈림길~다리 건너~쇠점골(오천평반석~형제폭포)~24번 국도 이모집 앞~석남터널 입구 이정표~삼거리~중봉~밀양재~가지산~밀양재~너덜길~용수골~제일관광농원~24번 국도~이동통신 중계탑~백연식당~호박소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여름산행으로 약간 벅찬 편이다. 갈림길도 별로 없고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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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소 주차장 우측에는 현재 능동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언양에서 석남사를 거쳐 밀양 가는 24번 국도의 물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밀양 산외~울주 상북 구간을 직선형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24번 국도를 만들면서 가지산 허리를 잘라 먹더니 이번에는 능동산마저 경제논리의 미명 아래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백연사를 거쳐 조금만 가면 금문교 앞 갈림길. '직진 호박소 100m' '오른쪽 오천평반석 1.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잠시 호박소를 다녀온 후 다리를 건너 쇠점골 오천평반석으로 향한다.

국내 100대 명소 중 하나인 호박소는 높이 10m의 와폭인 구연폭포 아래 둘레 30m쯤 돼 보이는 절구통 모양을 한 너른 소(沼). 규모에 놀라고 물소리에 감탄한다. 시퍼런 물빛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이제 다리를 건너 계류를 우측에 끼고 숲으로 향한다. 10분 뒤 길섶에 '석남터널'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그 오른쪽 계곡 지점이 오천평반석이다. 계류가 흐르는 비스듬한 화강암반이 워낙 넓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수년 전 태풍의 영향으로 북사면에 사태가 발생해 수목이 훼손됐는지 땡볕이 그대로 내비쳐 약간은 실망스럽다.

호박소를 지나면서 잡풀이 우거진 숲으로 접어든다. 노란 달맞이꽃이 반긴다. 계류 우측엔 능동터널 공사 때문인지 '위험 접근금지'라며 밧줄이 쳐져 있다.

오천평반석에서 20여 분, 계곡 따라 난 길이 끊겨 있다. 왼쪽 옆으로 에돌아 오르든지, 계류를 따라 가든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 곳 모두 리본을 달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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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폭포(왼쪽)와 호박소의 축소판이라 할 만한 애기 호박소.

 
산행팀은 계류를 따라 올랐다. 형제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5분 정도 오르면 만난다. 높이(7m)에 비해 폭(5m)이 의외로 넓다. 폭포 왼쪽 가장자리에 밧줄이 묶여 있지만 다소 위험할 것 같아 폭포 입구쪽 산죽길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에돌아간다. 이렇게 다시 계류와 만나고 대각선 방향으로 20m쯤 건너 올라오면 계류와 나란히 달리는 본래의 등로를 만난다.

이후 두 차례 정도 계류를 왔다갔다 하다 보면 호박소의 축소판쯤으로 보이는 일명 애기호박소에 닿고 여기서 다시 계류를 건너 된비알로 치고 오르면 24번 국도 상의 포장마차 이모집 옆으로 나온다. 도로를 따라 석남터널쪽으로 간다. 울산과 밀양의 경계 표지판을 지나 터널까지 150m쯤 남기고 왼쪽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산길 옆에는 '표충사 영남루 얼음골'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된비알의 연속이다. 중봉을 거쳐 가지산 정상까지는 대략 1시간30분.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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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점골은 이름없는 폭포의 연속이다.
 
45분 뒤 삼거리. 오른쪽은 석남터널 울산 방향으로, 능동산 배내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낙동정맥길이다. 13분 뒤 가지산의 전위봉인 중봉(1160m). 주변에 며느리밥풀꽃 원추리 동자꽃이 보인다. 7분 뒤 안부 삼거리인 밀양재를 지나 15분 정도 바짝 오르면 마침내 가지산 정상. 영남알프스 최고봉답게 전망이 빼어나다. 북서쪽 지룡산에서 시계방향으로 옹강산 문복산 고헌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죽바우등 재약산 천황산 구천산 정승봉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까이로는 북동쪽 쌀바위와 그 뒤 상운산, 그 우측 작은 마을이 고헌산 아래 신기마을, 그 우측 번화가(?)가 언양읍내다. 헬기장 뒤로 백운산, 서쪽 저 멀리 아랫재와 운문산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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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정상(맨 우측 높은 봉)과 정상에 선 필자. 정상석 뒤로 펼쳐진 산그리메가 무척 아름답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와 밀양재에서 제일관광농원(3.2㎞)쪽으로 하산한다. 용수골이다. 산죽길에 이어 뜻밖의 복병 너덜길을 만난다. 천황산에서 얼음골로 내려오는 너덜보다는 덜 험하지만 하여튼 여간 곤혹스러운 길이 아니다. 40분쯤 뒤 너덜이 끝이 나면서 저 멀리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계류와는 9분 뒤 만난다.

용수골은 쇠점골과 달리 주로 계류 우측으로 난 길로 내려선다. 발길 옮길 때마다 비스듬히 누운 폭포와 너른 소가 자태를 달리해 등장, 산꾼들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제일관광농원은 계류와 접한 뒤 45분이면 만난다. 농원을 나오면 24번 국도. 왼쪽 석남터널쪽 대신 오른쪽 밀양 방향으로 300m쯤 국도를 따라 걸으면 피뢰침이 달린 이동통신중계탑이 서 있는 지점에 닿는다. 이 길로 내려서면 호박소 주차장과 백연사 사이에 위치한 백연식당 뒤 대나무숲으로 나온다. 주차장은 바로 코앞이다.


# 떠나기전에- '쇠점골' 말발굽쇠 갈던 주막 이름서 유래

 가지산 중봉 코스는 근교산 시리즈 337회때 한 번 소개했다. 쇠점골로 올라 중봉 가지산을 잇따라 오른 뒤 용수골로 하산한 이번 코스와 달리 당시엔 24번 국도 울산 상북면 천주교 살티성지 인근에서 능선을 타고 중봉 가지산을 잇따라 오른 뒤 쇠점골과 용수골 사이의 능선으로 하산했다. 하산 지점은 중봉 인근 '119 긴급연락처' 표시 앞에 열린 산길이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당시 산행때 이 코스를 두고 "울산쪽에서 가지산으로 오르는 코스 중 주변 조망이나 암릉의 적절한 기복 등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켜주는 모든 조건을 구비한 완벽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지산 중봉 코스는 능선이면 능선, 계곡이면 계곡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계절 전천후 코스로 영남알프스의 보석같은 산길로 많은 산꾼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쇠점골과 용수골은 모두 옛날 밀양 산내면쪽 사람들이 지금의 석남터널이 뚫리기 전 언양장을 보러 다니던 옛 길이다. 쇠점골이란 이름은 석남재를 오르내리던 말들의 말발굽쇠를 갈아주고 술도 팔던 주막 '쇠점'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온다.

# 교통편- KTX 등 기차편 많아 버스보다 편리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얼음골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요금은 각각 7000, 6700, 3400원. 밀양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터미널을 경유한다. 20분 소요. 터미널에서 얼음골행 버스는 오전 8시30분, 9시5분, 9시35분, 10시10분, 11시30분에 있다. 3200원. 얼음골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4시35분, 5시, 6시, 7시, 7시35분(막차)에 있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표충사 얼음골 방향)~산내면~언양 얼음골 시례호박소~울산 언양 얼음골~검문소(얼음골)~구연마을 이정석~호박소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여건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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