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비의 바닷길이 가장 먼저 알려진 곳은 전남 진도. 그 사연이 무척 아주 재밌다. 지난 1975년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드가 우연히 보고 프랑스 신문에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개한 뒤 그 기사가 역수입된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갈라진 바다에서 일용할 양식 줍기에 바빴던 주민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 관광명소라 생각했을 리는 만무했을 터. 현재 전국에는 크고 작은 20여 곳에서 바다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신비의 바닷길이 가장 먼저 알려진 곳은 전남 진도. 그 사연이 무척 재밌다. 지난 1975년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드가 우연히 보고 프랑스 신문에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개한 뒤 그 기사가 역수입된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갈라진 바다에서 일용할 양식 줍기에 바빴던 주민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 관광명소라 생각했을 리는 만무했을 터. 현재 전국에는 크고 작은 20여 곳에서 바다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동해안 진하해수욕장에도 신비의 바닷길이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를 잇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기 직전이다. 정확히 말해 이 해변은 해수욕 금지구역이고,
   해양구조대 건물 너머가 진짜 진하해수욕장이다. 바닷길 뒤로 보이는, 바다로 고개를 쭉 내민 곳이 간절곶이다.

명선교에서 내려다본 신비의 바닷길.

건물 7층 높이의 인도교인 명선교.


 
바다 갈라짐 현상은 통상 조차(潮差)가 심한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잘 드러나지만 예외도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 사이 200m에 이르는 바닷길이 바로 그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이 놀랍다. "동해안에도 바다 갈라짐 현상이 있다고요? 설사 있다 해도 동해안은 파도의 영향이 커 예보는 불가능합니다."

 김치권(58) 서생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진하해수욕장이 북향으로 살짝 비켜앉은 덕분에 큰 파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40년 전쯤 지금의 명선교가 놓인 자리에서 약간 더 바다 쪽으로 3일 정도 갈라진 적이 있어요. 그땐 '대한뉴스'에도 소개됐지요. 극장에서 제가 봤으니까. 이후 위치를 옮겨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 사이에 바닷길이 조금씩 열리곤 하다 지난 2003년 크리스마스 때 예기치 않게 완전히 열렸죠. 성탄절이라 모세의 기적에 비유하며 주민들이 길조라며 기뻐했지요. 이후 2005년에 한 번 열리며 뜸하다가 2009년부터 매년 음력 정월이나 영등철 즈음이면 물때에 맞춰 열리고 있어요. 이달엔 사리 때인 오는 18~21일 오후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 바닷길은 다른 곳과 달리 모랫길이며 폭이 넓을 땐 50m는 족히 된다.

 이곳에선 신비의 바닷길 조망 포인트가 하나 있다. 지난해 준공된 길이 145m, 건물 7층 높이(17.5m)의 보행 전용 다리 명선교다. 신비의 바닷길과 해송이 운치를 더해주는 거북 모양의 명선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 유명한 간절곶도 그 뒤 바다 쪽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있다. 간절곶은 이곳에서 차로 3분 거리. 필부들은 일출 하면 간절곶을 떠올리지만 섬의 해송과 일출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명선도가 훨씬 더 아름다워 작가들은 되레 이곳에서 장사진을 친다.

 자녀와 함께라면 인근 서생포왜성도 빠뜨리지 말자. 우리 한국의 성이 수직으로 쌓여 있다면 왜성은 비스듬하게 쌓인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보존이 잘 돼 있다. 광활한 동해를 배경으로 명선교와 명선도가 한눈에 조망된다. 부산서 대변항을 거쳐 31번 해안 국도를 타면 간절곶~진하해수욕장~서생포왜성 순으로 만나지만 부산울산 고속도로 온산나들목으로 나오면 역순으로 만난다.

입구의 서생포왜성 안내도.


주차 후 급경사길을 올라야 한다.

서생포왜성에서 본 명선도와 명선교.


 
진해 명동에 가면 두 개의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진해 명동과 동섬을 잇는 신비의 바닷길. 이곳은 마을과 너무 가까워 예외적으로 물때만 맞추면 거의 매달 볼 수
   있다. 우측 뒤로 보이는 곳이 퇴역 군함이 전시된 옛 진해해양공원이다. 이곳 또한 음지도라는 섬이다.

옛 진해해양공원(음지도)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본 바닷길과 음지도.


해양공원에서 본 해녀.

최근 기와를 얹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잠시 들여다본 해양공원.


 통합 창원시에 포함된 옛 진해시 명동에서도 바닷길을 볼 수 있다. 퇴역한 군함이 전시된 옛 진해해양공원(창원해양공원)이 있는 곳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으리라. 명동은 크게 3개 마을로 구성돼 있다. 부산서 출발했다면 삼포, 신명, 명동마을 순으로 만난다. 

 삼포마을 입구에선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하나 있다.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다. 1970년대 후반 고교생이던 이혜민이 여행 중 이곳 삼포마을의 풍경을 못 잊어 만든 노래가 바로 '삼포로 가는 길'. 강은철이 1983년 불러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2008년 노래비 제막식 땐 이혜민과 강은철도 참석했단다. 노래비 옆엔 작은 스위치가 있다. 누르면 '삼포로 가는 길'이 흘러나온다. 가사 속 삼포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듣는 '삼포로 가는 길'. 뜻밖의 작은 기쁨이다.

   삼포마을이 보이는 지점에 '삼포로 가는 날'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삼포마을은 신흥 회타운으로 변모했지만 포구의 한적한 정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서 한 굽이를 살짝 넘으면 소쿠리섬 및 우도 가는 도선선착장과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동섬이 바로 보이는 신명마을. 동섬까진 100m 정도 바닷길이 열린다. 입구 도로변에 '신비의 바닷길 동섬'이란 기와지붕을 얹은 안내판이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바로 옆 다리는 해양공원을 품은 음지도 가는 길.

 명동마을 이성수(52) 통장은 "1980년대 초반까진 지금의 해안도로 또한 바다여서 바닷길이 열리면 갯벌에서 바지락 등을 많이 캤지만 도로를 위해 매립을 강행하면서 모래가 차츰 퇴적돼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소쿠리섬 가는 도선선착장 입구.

소쿠리섬에서 출발 전의 도선.


도선은 유인도 우도(사진)을 거쳐 소쿠리섬으로 간다.

도선에서 본 웅도(왼쪽)와 소쿠리섬.


도선에서 본 우도.

바닷길은 가운데 언덕을 넘으면 만난다.


  옛 진해 명동 소쿠리섬과 웅도(곰섬) 사이의 바닷길이 열리기 직전이다. 우측 저멀리 거가대교가 보인다.


 또 하나의 바닷길은 소쿠리섬과 180m 떨어진 웅도(곰섬) 사이에 열린다. 육지와 섬이 아닌 섬과 섬 사이의 바닷길이다. 선착장에서 8분쯤 배를 탄다. 무인도인 소쿠리섬에는 척박한 여느 무인도와 달리 아주 넓은 백사장이 눈에 띈다. 수년 전부터 고 이재복 옛 진해시장이 해수욕장 조성을 위해 뭍에서 실어온 모래를 뿌리고 전기와 수도를 넣었지만 해군의 반대로 유야무야된 상태란다.

 백사장을 가로질러 야트막한 고개를 살짝 넘으면 가덕도와 거가대교를 배경으로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웅도까지 바닷길이 열려 있다. 부산서 왔다는 김철수(58) 씨는 아예 방수 고무 옷과 장화를 신고 해삼과 바지락 미역을 줍고 있었다.

방수 고무 옷과 장비를 신비 한 관광객.

소쿠리섬과 웅도 사이 바닷길에서 잡은 해삼과 미역.



 신명마을에서 해양공원을 지나면 명동마을. 이곳에선 방금 본 여러 섬 즉, 음지도와 우도 웅도 소쿠리섬 초리도와 그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거제도 대금산 등 주변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질하는 해녀들과 화창한 봄볕 아래 통통배를 탄 봄도다리 낚시꾼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바닷물이 갈리는 날은 동섬은 18~24일, 수심이 깊은 소쿠리섬은 20~23일. 문의 명동유람선 선착장 011-577-6445

거제 칠천도에도 바닷길이 열린다

 
거제 칠천도 옥계마을과 씨름도를 잇는 바닷길이 열렸다.

방파제 쪽에서 본 물 빠지기 전 모습.

물 빠지기 전 모습.


조개류 줍는 주민들과 관광객.


푸짐한 조개류.



거가대로가 개통되면서 훨씬 가까워진 거제의 가장 큰 부속섬인 하청면 칠천도에도 두 군데의 바닷길이 오는 21~23일 오후께 열린다. 2000년 연륙교가 개통된 칠천도는 해안 일주도로도 뚫려 있어 최근 자전거나 마라톤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연륙교 아래 칠천량 바다는 정유재란 때 우리 해전사에 씻을 수 없는 패배의 아픔을 간직한 전장(戰場). 원균이 이끌던 우리 수군은 이곳에서 거북선 등 160여 척의 전선을 잃어 조선 수군의 존립마저 흔들리게 됐다.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이 급히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계기가 바로 칠천량 해전이었다. 섬 진입 전 연륙교 입구에는 이를 알리는 거북선 모양의 기념비가 서 있다.

 연륙교를 건너 칠천출장소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3개 리 10개 마을 중 가장 큰 옥계마을. 그 앞에 바닷길이 열려 있다. 코앞의 조그만 섬은 씨름도(실능도)이며, 바닷길은 길이 100m, 폭은 50m 정도. 옥계마을 바닷길은 여느 바닷길과 달리 보석 같은 갯벌이다.

 지난 5~7일은 마을 어촌체험 행사날. 하청면 이영실 총무계장은 "이 갯벌에는 원래 대합이 많은 데다 마을사람들이 미리 바지락 종패를 뿌려 장화와 호미를 준비하면 적지 않은 조개류를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포마을과 수야방도 사이의 물 빠지기 전 모습.

바닷길이 열린 모습.


 옥계마을을 지나 섬 북단 송포마을과 수야방도 사이에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규모의 바닷길이 열린다. 이곳은 마을주민들이 어장을 공동 관리해 외지인들이 조개류를 채취할 수 없지만 섬 인근 홍합 및 굴 양식장의 정렬된 부이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진해 명동에서 칠천도까지는 차로 40분밖에 걸리지 않아 하루 두 곳 체험도 가능하다.
 
전국 유명 바닷길 어디서 열리나

 전남 진도 고군면 회동리와 모도 사이 2.8㎞의 바닷길이 19~21일 열린다. 매년 진도군은 이를 기념해 축제를 열었지만 34번째인 올해는 구제역 사태 때문에 공식 행사는 취소했다.

  무창포 바닷길. 끝없이 펼쳐져 있다.

길고 폭도 아주 넓다.



충남 보령 무창포 앞바다엔 바닷길로는 드물게 석대도까지 S자 형태의 1.5㎞ 바닷길이 열린다. 물때로 봐서 19~21일 오전에만 열린다.

  7개의 섬으로 이뤄진 전남 여수 사도 본섬과 추도를 잇는 780m쯤 되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추도에는
   84
m나 되는 세계 최장 공룡 보행 발자국이 있다.
   물 빠지기 전의 바닷길. 바닷길의 윤곽은 바닷길 돌에 걸려 있는 해초들 때문에 나타난다.

장군바위.

반대편에서 본 장군바위.


용미암. 이 용미암은 제주도의 용두암과 연결돼 있다 한다.

용미암 위에서 본 모습.


거북바위.

전남 여수 사도에도 본섬과 세계 최대 길이인 84m의 공룡 보행 발자국이 이어져 있는 추도 사이에 780m 길이의 바닷길이 열린다. 7개의 섬으로 이뤄진 사도에는 장군바위 용미암 거북바위 등 기암과 양면해수욕장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마침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051-463-9009)은 오는 19일 사도로 답사여행을 떠난다.


한편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www.khoa.go.kr)에선 전남 진도, 여수 사도, 충남 보령 무창포 등 11곳에 대한 바닷길 갈림 시각을 예보하고 있다.

맛집 두 곳

왼쪽 아래가 낚시로 잡은 도다리다.


봄도다리 세꼬시. 앞부분과 가운데 부분이다. 나머지는 잡어.

명동횟집의 회비빔밥.


진해 명동마을에선 봄도다리를 빠뜨리지 말자. 마을 앞 바다는 해녀들과 배 낚시꾼들이 공존하는 청정해역. 눈앞에 보이는 낚시꾼들이 갓 잡은 손바닥만 한 도다리를 뼈째 썬(세꼬시) 회는 경남에선 이곳 진해 명동의 것을 최고로 알아준다. 명동횟집(055-545-9060)이 잘한다. 봄기운을 가득 느끼려면 도다리 쑥국도 맛보자. 2인 기준 3만 원. 안주인 정옥순 씨의 손맛이 일품이다.
울산 울주군 진하해수욕장 인근에는 앙장구밥을 맛보자. 명선교 바로 아래 153해물횟집(052-238-7457)이 유명하다. 앙장구는 말똥성게의 경상도 사투리. 노르스름하면서도 주황빛의 성게알에다 참기름과 김, 각종 양념을 넣은 것으로 바다 향기가 입안으로 가득하다. 1만 원. 이 집의 해산물은 모두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자연산이다.

앙장구밥.

말똥성게의 껍질을 깐 것.



- 신비의 바닷길 관련 글

(1)편 영등철(음력 2월)은 '신비의 바닷길' 대목 http://hung.kookje.co.kr/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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