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맛따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스락'

유황오리 해물우럭찜 방갈로에서 음미
식사후 해안선 따라 조성된 덱으로 산책


 동해안을 끼고 내달리며 환상의 해안도로로 불리는 7번 국도는 사실 포항을 지나서야 바다를 처음 보여준다. 포항 이전 까지의 부산 양산 울산 경주 구간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먼지 '폴폴' 날리는 내륙이다.

 그럼 포함 남쪽의 동해안 구간, 다시 말해 부산 기장 울산 경주 포항 지역을 아우르는 해안도로는 없을까. 31번 국도이다. 사실상 대변항에서 시작되는 이 도로는 7번 국도보다 훨씬 바다를 가까이 끼고 달린다. 차창을 열면 특유의 바닷내음이 바로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만일 경주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고속도로 대신 대변~월내~울주 서생~울산 정자~경주 감포를 거쳐 진입하는 것이 훨씬 더 운치있다.

기장 앞바다를 배경으로 방갈로 내에서의 유황오리. 불빛이 보이는 곳이 아나고로 유명한 칠암이다.
'고스락'만의 스페셜 메뉴인 해물우럭찜.

깔끔한 밑반찬.

겉절이.


 31번 국도를 타고 기장 장안읍 임랑해수욕장을 지나자마자 바다 쪽 도로변에 밝은 황토색 지붕의 예쁜 방갈로가 줄줄이 서 있다. 이곳을 처음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새로 생긴 펜션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초대형 식당 '고스락'(051-727-0101)이다. '고스락'은 '정상'이란 뜻의 순우리말.

 47개 방갈로의 한쪽 벽면은 모두 유리창으로 바다가 그대로 들어온다. 밥 먹다 계단만 살짝 내려가면 바로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 방갈로는 4~5인용에서 8, 10, 14, 30인용까지 다양하다. 개별 방갈로마다 냉난방은 기본이다.

 메뉴판엔 한식부, 육류부, 해산물류가 적혀 있다. 허장수 대표는 "유황오리구이(750g 4만 원)와 해물우럭찜(소 3만8000원, 대 5만5000원)이 가장 잘 나간다"고 소개했다. 유황오리는 오리 1마리의 모든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생선회처럼 얇고 길게 포를 뜬 가슴살과 목살 허벅지살 뱃살 날갯살이 약간씩 나온다. 맛도 각각 다르다. 날갯살과 허벅다리살은 쫄깃하면서 고소하고, 지방이 가장 많은 뱃살은 부드러워 먹기 좋다. 오리 특유의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

 반찬 또한 하나같이 맛있다. 철마다 바뀌지만 이날 나온 두부스테이크와 회무침, 해파리냉채, 들깨찜 등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개성이 있다.

 해물우럭집은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이 집만의 스페셜 요리. 글자 그대로 생우럭 위에 낙지 새우 가리비 등 각종 해산물과 야채에 오곡을 곁들인 갖은 매운 양념으로 버무렸다. 우럭의 쫄깃한 맛과 싱싱한 해산물의 신선함이 입안 가득히 밀려온다. 여타 메뉴로는 생선회와 모듬해산물구이 등도 있다.

 방갈로 인근에 커다란 통나무집이 하나 있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다. 연인들이 주로 찾으며 스테이크류와 스파케티가 주메뉴이다.

 고스락의 장점은 식사 후 느낄 수 있다. 전체 면적이 7273㎡로 아주 넓어 해안을 따라 산책용 덱이 조성돼 있고 그 중간중간에 독특한 형상의 수석들과 그네 그리고 분재를 방불케 하는 예쁜 소나무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웬만한 소공원보다 아름다워 웨딩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31번 국도변에서 본 '고스락' 전경.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덱을 걸으면 소나무와 그네 그리고 독특한 형상의 수석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이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뜬다는 간절곶과 차로 10분 거리. 해 뜨는 시각이 간절곶과 사실상 같다. 허 대표는 "매년 1월 1일 일출 장면을 보기 위한 사람들을 위해 12월 31일 밤에 방갈로를 개방한다"며 "현재 방갈로 예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사찰 장안사도 차로 7분이면 닿는다. 맛있는 식사와 함께 주변에 유명 광지가 위치해 있어 하루 나들이 코스로 이처럼 좋은 곳이 없을 듯하다.

 산행을 하면서 세계 일주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계곡이 있다. 강원도 삼척과 경계를 이루는 경북 울진 응봉산이 품은 온정골, 일명 덕구계곡이 바로 그것이다.
 1000m에 단 1m가 모자라는 응봉산의 자랑 덕구계곡은 경사가 완만해 가족등반이 가능한 데다 아직도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오염이 덜하고 원시 비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계곡 입구부터 전세계의 유명 다리를 100분의 1로 축소한 다리 12개가 단연 시선을 끈다. 지난 2004년 울진군이 12억5000만 원을 들여 건립했다.
 4㎞에 이르는 덕구계곡에는 또 전세계의 유명 다리 외에 폭포와 소 그리고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어 걷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여기에 계곡 상류에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이 있다. 1년 내내 평균 41.3℃의 온천수가 5m 높이로 솟구쳐 오른다.
 응봉산은 여름철엔 계곡산행, 겨울철에는 세밑이나 연초에는 해돋이 산행을 주로 한다. 덕구계곡만 왕복하면 2시간30분,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른 후 덕구계곡으로 하산하면 5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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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구계곡 입구인 금문교-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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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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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네이교-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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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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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토웨이교-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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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밀로교-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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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교-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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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운교 백운교-불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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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니티교-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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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모에가와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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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제이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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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교-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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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소폭포와 마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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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 항상 41.8도를 유지한다.



 경북 울진의 응봉산(鷹峰山·998.5m).
비상하려는 매의 형상을 닮았다해서 매봉 또는 매봉산이라고도 불린다. 범부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굩 덕구온천’하며 맞장구를 칠 것이다. 해발 500m 암반 사이로 뜨거운 자연 용출수가 솟아 나오는 원탕이 바로 응봉산 온정골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가는 길인 7번 국도는 겨울 동해바다의 진면모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에선 지난 일년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덕구온천에서 출발하는 산행길은 아주 편안하다.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마음먹기에 따라 가족들이 함께 동해바다의 일출을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어느 명산 못지 않게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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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정상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 걸린 소나무가 인상적인다(왼쪽). 오른쪽은 응봉산의 적송.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는 응봉산의 자랑은 덕구온천 말고 또 하나 있다. 바로 용소골이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의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와 폭포, 용소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구간은 물 속을 걸어야 하기에 겨울과 장마철에는 피해야 한다.

산행은 호텔덕구온천~화기물 보관소~제1헬기장~제2헬기장~정상~덕구계곡~덕구온천 원탕~효자샘~용소폭포(마당소)~선녀탕~벽산덕구온천콘도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길은 잘 정비돼 있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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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안내도 옆에 ‘정상까지 5.67㎞’ 팻말이 보인다. 침목을 받쳐 놓은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그 이후부터는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폭도 그렇고 경사가 아주 완만하다.

길 좌우 붉은 빛을 띠는 홍송은 곧고 푸르다. 유달리 볼 것 없는 겨울산행에 큰 볼거리다. 마치 아름다운 미인을 보는 듯하다.

흔히 앙상한 나뭇가지로 대표되는 겨울산은 잿빛이지만 응봉산은 홍송 덕에 겨울답지 않게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25분쯤 뒤 첫 갈림길. 왼쪽은 온천원탕 가는 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온천원탕은 하산길에 보기 위해서다.

여흥 민씨묘를 지나면 곧 두번째 갈림길. 왼쪽은 정상 가는 길, 오른쪽은 강원도 가는 길이다. 응봉산이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너무나 인상적인 아름드리 홍송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첫 헬기장.

점차 오르막이 심해진다. 햇빛을 받은 홍송이 더욱 붉은 빛을 발한다. 25분쯤 뒤, 1.8㎞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일 때쯤 뒤돌아보면 들머리인 덕구온천타운과 동해바다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내리막길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두번째 헬기장. 장쾌한 조망에 가슴이 확 트인다. 오른쪽엔 보다 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왼쪽에 비로소 응봉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온다.
이제 정상까지는 0.8㎞.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바람이 세지고 제법 매섭다. 3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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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지만 10m 정도 떨어진 정상석 옆에 서면 동해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오른쪽 아래로 우리가 하산할 온정골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석 뒤 산길로 가면 용소골. 용소골 너머 저멀리 면산과 백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원탕가는 길’ 팻말이 가리키는 온정골로 내려선다. 온정골 길은 온천원탕을 거쳐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 2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절반은 급경사 능선길이며 계곡에 도달한 뒤에는 평탄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1시간쯤 지나면 계곡에 닿는다. 겨울계곡이 이렇게 맑고 깨끗할 줄이야.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온천원탕.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가 솟아 오른다. 위장병 당뇨 피부병에도 좋다기에 마셔보고 손도 씻어본다. 41.8도라고 적혀 있지만 그리 뜨겁지는 않다. 원탕 뒤 날머리까지 4㎞가 남았다는 팻말이 보인다. 건너편엔 산신각이 있다. 매월 음력 16일이면 산신제를 지낸다고 적혀 있다.

지금부터는 온천수를 대중탕까지 운반하는 대형 파이프 라인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경치 좋은 계곡에 대형 파이프 라인이 좀 어색하지만 희소성 측면에선 신기하기도 하다.

이어지는 계곡길. 산길 우측에 효자샘이 보인다. 효자 청년이 병상에 누운 어머니께 이 물을 봉양했더니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어 온정골의 비경이랄 수 있는 용소폭포와 마당소, 그리고 선녀탕에 이르면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신선이 노닐 수 있는 선경에 다름아니다.

선녀탕에서 날머리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는 10여분 걸리며 콘도에서 호텔덕구온천까지도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울진거쳐 덕구行, 승용차로 4시간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054-782-2971)행 시외버스(포항 강구 등 경유)는 오전 5시56분, 6시22분, 7시52분, 7시59분 등 하루 18차례 있다.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직행은 오전 10시40분 단 한차례 있으며 3시간30분 걸린다. 요금은 각각 1만6400원.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덕구온천행 버스는 5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요금은 2350원.덕구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 5시5분, 6시35분, 8시(막차)에 있다.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1분, 5시45분(강구 포항 등 경유), 직행은 오후 4시37분, 6시17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을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홍해~영덕~평해~덕구 순으로 가면 된다. 소요시간 약 4시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슷니다.

◇ 그밖에 둘러볼 곳 - 국내유일 자연용출 덕구온천, 물 좋기로 이름난 백암온천

 경북 울진 응봉산에 올랐다면 하산 후 덕구온천에서 피로를 풀어야 제대로 된 산행을 한 것이다.
 울진은 산과 바다, 그리고 온천욕 3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석삼조의 관광휴양지다. 부산서는 차로 4시간 정도 걸려 제법 멀지만 한 번 가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은 응봉산 온정골에 있다. 지난 1993년 10월에야 호텔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아직도 처녀지 같은 온천이다.
 온천수가 나오는 지역은 협곡이어서 시설물 설치 등 개발이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덕구온천지역까지 4㎞ 구간을 송수관으로 연결시켜 41.8도의 온천수를 24시간 공급하고 있다.

덕구온천은 신경통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다 지난 5월 초현대식 기포욕탕, 유아풀장, 가족탕과 폭포탕 등 각종 야외욕탕을 갖춘 스파월드를 개장해 겨울철 휴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054)782-0677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가다 덕구온천에 도착하기 전 마주치는 유명 온천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백암온천이다. 백암산(1004m) 동쪽 기슭에 위치해 응봉산-덕구온천처럼 산행과 온천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백암온천은 신라때부터 알려진 유서깊은 온천. 온천수원지는 3개소이고 수온은 32~53도로 라듐이 함유된 국내 유일의 방사능 알칼리성 온천이다. 유난히 매끄럽고 투명한 백암온천의 수질은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증 등 여러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만성질환자들이 찾아와 요양을 하고 있어 숙박시설마다 장기 투숙객이 특히 많다.

 백암온천은 하루 용출량이 많아 대단위 온천단지의 업소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모두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79년 12월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호텔 콘도 여관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췄으나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백암산은 백암온천을 기점으로 온정면과 수비면에 걸쳐 있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선시골 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백암온천에서 출발, 선시골 계곡~백암산 정상~백암폭포를 다녀오는 코스는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5-6393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 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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