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기존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으면서 유선전화보다 통화료가 훨씬 저렴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시행됐다. 언론은 이를 두고 가계통신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각 매체마다 보도한 내용을 잠시 인용하면 이렇다.
<인터넷전화는 기존 집전화와 시내전화 통화료는 비슷하지만 시외전화가 평균 85%정도 저렴하다.
국제전화 역시 1분에 평균 50원 수준으로 개별 국가에 따라 기존 집전화에 비해 통화료가 최대 95%까지 저렴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인터넷전화에 가입할 경우 기존 집전화보다 훨씬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면서 통화료는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통신업체별로 가입자당 매출을 뜻하는 ARPU를 분석해 보면 기존 집전화는 1만 9천원~2만원인 반면 인터넷전화는 1만원~1만 1천원 정도로 절반가량 적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월말 현재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는 190만명 정도지만 내년에는 현재보다 4배가량 늘어나 750만 정도로 가입자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지난 11월 1일 노컷뉴스

 또 이런 내용도 담겨 있다.
 〈그동안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070'이라는 전국단위 단일번호를 사용해야 했지만 번호이동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집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스팸전화를 연상케하는 '070' 번호를 사용해야하고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집전화 번호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인터넷전화는 전체 유선전화 시장에서 점유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번호이동제 시행으로 이 같은 부담이 사라지게 돼 저렴한 인터넷전화로의 가입자 이동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10월 30일 노컷뉴스

 필자는 노컷뉴스만 인용했지만 주요 일간지나 방송에서도 모두 이와 유사한 내용이 보도됐음을 밝혀둔다.

 이 뉴스를 보면서 지난 2월 LG파워콤에 인터넷전화를 가입했던 필자는 은근히 화가 났다.
 당시 가입할 때 필자도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부여받았다. 위의 기사처럼 스팸전화번호가 연상돼 약간 망설이자 LG파워콤측은 기존의 전화번호를 사용하면 월 1000원을 내야 된다고 했다.
 즉, 번호는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대신 필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땐 070-????-????번호로 찍힌다는 것이다.
 어찌하겠는가. 필자도 월 1000원을 내고 기존 전화번호를 유지했다. 필자 주변의 LG파워콤 인터넷전화를 가입한 사람들 모두 필자처럼 월 1000원을 내고 기존 전화번호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러다 지난달 3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번호이동제를 실시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뉴스를 보고 필자는 궁금했다. 기존의 인터넷전화 가입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070번호와 기존 전화번호를 갖고 있으면서 월 1000원을 내고 있는 기존 인터넷전화 가입자 말이다.
 해서, LG파워콤 고객센터로 문의했다. 사람과 통화하기가 왜이리 힘든지 몇 차례의 시도 끝에 통화가 이뤄졌다.
 필자가 앞서 설명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이 정말 황당해 일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상담원은 가입자가 070 번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면(그쪽에서는 '해지 신청을 하면'이라는 표현을 썼음) 월 1000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경우 070에서 드리는 혜택, 다시 말해 070번호 가입자끼리의 무료통화 혜택등 070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왜냐하면 기존 가입자들은 모두 이전의 전화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가 070가입자인지 알 수 없다. 필자는 070가입자끼리 무료 통화를 해본 적이 없다. 혹 알아도 핸드폰을 사용하지 요즘 세상에 누가 집전화를 사용하는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될 문제가 하나 있다. LG파워콤이 3일부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시행에 앞서 필자가 의문을 표시한, 월 1000원 납부와 관련해 기존 가입자들에게 고지를 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주변에 LG파워콤 가입자에게 물어보니 모두 금시초문이었다.
 결국 LG파워콤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월 10000원 납부하는, 다시말해 070번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기존 가입자들에게만 해지신청을 받아주고 그렇지 않은 무지의(?) 가입자들에게는 계속 월 1000원을 받겠다는 속셈에 다름아니지 않는가. 가입자가 10만 명이라면 월 1억이고 20만이면 2억이다.
 단언컨데 소비자에 대한 기망 행위이자 대기업의 소비자에 대한 폭리이다.

 고발할 게 또 있다. 단말기 문제이다.
 필자는 사실 집 근처 대형 마트에서 인터넷전화와 무선인터넷 가입하면 상품권 13만 원을 준다는 사실에 혹해 가입했다(가입하고 나니 얼마 지나고 나니 15만 원을 줘서 화가 나긴 했지만).
 지난 2월에 가입했으니 9개월이 지났다. 정확히 10월말에 갑자기 단말기가 켜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단말기 밧데리 수명이 6개월이란다. 그러니까 이후부턴 아침에 출근할 때 충전기에 꽂아놓고 나와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밤에 퇴근하면 밧데리가 거의 없다. 정말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전화기가 켜지지 않았다. 충전이 덜됐나 싶어 꽂아놓아도 켜지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기사아저씨가 왔다. 근데 LG전자서비스가 아니라 삼보서비스 소속이라고 했다. 10월부터 회사 차원에서 단말기 수리 업무를 맡게 됐다고 했다. 이 사실도 참 이상하다. LG고객센터라는 게 있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대기업이라는 게 믿음이 가질 않는다.  
 다음날 기사아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수리비가 8만2080원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많이 나와 문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황당해서 고객센터에 연락을 했다. 다시 한번 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새 단말기는 6만6000원, 처음엔 6만원이라 했다가 나중에 부가세 10%가 붙어 6만6000원이라 했다. 근데 수리비는 8만2080원. 그래서 필자는 새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이 낫겟다고 하자, 상담원은 가입할 때 단말기를 36개월 할부를 했기 때문에 4만여원이 남아 있다고 했다.
 8만2080원 대 11여 만원.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수 없이 8만2080원을 내고 수리했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필자는 단말기의 경우 1년도 안됐는데 무상 수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상담원은 기사아저씨가 단말기를 보면 단말기가 문제인지, 가입자의 문제인지 알 수 있다고 하면서, 이번 경우는 가입자가 단말기를 부주의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기사아저씨가 판단한다고 했다. 갱상도 말로 오야 마음이었다. 황당 그 자체다. 하여튼 믿음이 안간다.
 단말기의 밧데리도 문제다. 수명이 6개월이라서 계속 바꿔야 한단다.
 또 단말기의 경우 유선전화와 달리 소리가 깔끔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통화할 경우 뜨거워져 통화가 힘들 정도가 된다. 요금 싼 것 말고는 하여튼 전부 좋지 못하다.

 무선인터넷도 아주 문제가 많다.
 필자가 사는 곳은 3000세대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이다. 처음엔 별 일 없이 잘 되다 어느날 컴을 켜니 네스팟 가입자가 주변에 생겼는지 네스팟이 초기 화면에 떴다.
 또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기사아저씨가 방문했다. 방문하면 무조건 1만원.
 별 다른 방법은 없고 사용할 때마다 '무선네트연결상태'를 클릭해 일일이 파워콤을 잡은 다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선인터넷도 한계가 있는 법. ap는 거실에 있지만 방에서 노트북을 사용할 때 혹 동영상을 볼 경우 소리가 끊어지면서 들리고, 최근에 와서는 인터넷을 하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면 인터넷이 끊겨 있다.
 한마디로 불편하기 그지 없다. 기사아저씨를 부를려고 해도 방문만 하면 1만원을 내야 하니 매번 그럴 수도 없고, 하여튼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평일엔 집에 아무도 없어 약속시간을 잡기가 무엇보다 어려운 것도 큰 문제다.
 기사아저씨가 지난번에 와서 하는 말이 다음에 오더라도 이 이상의 방법은 없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최근에는 한번만에 접속도 잘 안되고 있는 형편이다. 여러 모로 애를 먹이고 있다.
 만일 유선인터넷 업체에서 위약금을 물어준다면 정말이지 그쪽으로 옮겨가고 싶을 정도다.

결국 LG파워콤의 인터넷전화와 무선인터넷은 빚좋은 개살구에 다름아니다. 
 필자는 비록 LG파워콤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업체 또한 이와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중요한 점은 가격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론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음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경험담 위주로 서술했다.
 항상 그러하듯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현명한 선택을 바랄 뿐이다. 이 글이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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