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로 가는 길 고수에게 배운다
                       <겨울철 골프 요령>

  -에이원CC 정남배 명예 클럽챔피언

                  

  국내 여자 무대에서 1승도 신고하지 못한 배경은 프로가 지난 2005년 겨울 파4 홀(380야드)에서 날린 드라이버 샷이 바로 온그린 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볼이 꽁꽁 언 페어웨이를 맞고 떼굴떼굴 굴러준 덕분. 이 홀에서 그는 투 퍼트를 하고도 버디를 잡았다.

 이처럼 겨울 골프는 프로든 주말 골퍼든 의외성이 많다. 내기 골프를 하더라도 핸디캡을 주지 않을 정도니까. 토핑한 볼이 굴러 온그린이 되는 것은 다반사고, 미스 샷 된 볼이 꽁꽁 언 해저드를 맞고 기사회생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그린을 향해 쏘아 올린 회심의 샷이 딱딱한 그린을 맞고 하늘로 솟아 그린 뒤편으로 날아가 어이없는 OB가 되기도 한다.

언 워저드 맞고 온그린 가능성이 있는 남코스 5번 홀.


 그래서 겨울 골프는 '운칠기삼'이라고. 코스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 보니 스코어를 구성하는 요인이 운 70%에 기술은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코어도 평소보다 10개 안팎으로 들쑥날쑥하기 일쑤.

 에이원CC 정남배(50) 명예 챔피언(이하 정 챔프)은 "운칠기삼은 겨울 골프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라운드 전 겨울 골프 대처 요령만 숙지하면 '운오기오' 정도로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챔프는 2005, 2008, 2009년에 각각 에이원 클럽 챔피언전에서 우승한 경력을 자랑한다. 부산 골프계에게 몇 안 되는 명예 클럽챔피언이다. 덩치는 작지만, 쇼트 게임에 탁월한 실력을 보유한 정 챔프와 함께 겨울 골프를 함께 배워보자.

겨울엔 평소의 4분의 3스윙으로 맞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평소 정남배 챔프의 7번 아이언 스윙 모습.


워밍업 없이 클럽을 잡지 마라

 지난 7일 오전 양산시 매곡동 에이원CC. 이날 부산의 최저 기온은 영하 4도였지만 대운산 천성산에 둘러싸인 에이원은 혹한에 바람까지 불어 체감 기온은 영하 8도. 취재만 아니라면  집에 오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지난 4일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얼어버려 티잉그라운드와 페어웨이를 제외한 벙커나 러프 등지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다. 골프장 측은 이를 고려해 손님들에게 컬러볼 3개씩을 제공했다. 초보자는 별도 컬러볼을 더 준비해야 한다. 흰 볼은 벙커에 빠진 걸 뻔히 보고도 찾을 수 없으니까.

 정 챔프는 "겨울 골프는 스코어보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이 샷 요령이나 코스 공략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추위로 근육이 굳은 상태에서 거리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풀스윙을 하다 언 땅을 내려찍는 소위 '뒤땅'을 때렸다가는 팔꿈치나 갈비뼈 허리 등에 심각한 상처를 입을 위험이 크다. 당장은 큰 부상이 아니더라도 이게 후유증으로 남아 부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정 챔프는 라운드 전 자동차를 예열하듯 스트레칭으로 워밍업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몸에 땀이 날 정도까지 해주는 것이 좋으며, 워밍업이 안 된 상태에서는 절대 클럽을 만지지 말라"고 충고했다.

 "단번에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서둘러 드라이버로 풀스윙을 반복하면 근육이 놀라 순식간에 부상을 당할 수 있으니 이럴 땐 차라리 5분 정도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옷은 두꺼운 것보다 얇은 옷을 켜켜이 입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동할 땐 카트를 타기보단 걷는 것도 체온 유지의 좋은 방법이다. 타이거 우즈는 기온이 내려가면 절대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다고 한다. 추위 앞에는 장사가 없다.

코스 공략은 '쓸어치고 굴려 쳐라'

겨울 필드는 대부분 얼어 있어 찍어치는 샷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정 챔프는 "겨울에는 몸통 회전을 원활하게 하려고 스탠스를 평소보다 약간 크게 한 후 찍어치는 샷보다는 4분의 3 스윙으로 걷어내듯 쓸어치는 기분으로 맞히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겨울 골프는 거리보다는 방향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속설에 부합되며, 동시에 부상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린 공략 땐 그린 3m 앞을 노려 런으로 온그린되게끔 하는 게 좋다. 얼은 그린을 직접 노리면 볼은 어김없이 튀어 그린 밖으로 나가는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겨울엔 옷을 많이 껴입어 몸통 회전이 원활하지 않아 거리가 생각보다 적어 한 클럽 길게 잡는 것이 무난하다.

그린 주변에서는 상황에 맞춰 클럽을 택해야 하는 창의적인 골프가 필요하다.
 정 챔프는 "그린 근처에서 샷을 할 땐 56도나 60도 등 로프트 각이 큰 웨지는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말고 피칭웨지나 8번 또는 9번 등 쇼트 아이언을 이용해 톡톡 굴려야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그린에선 프로들도 볼을 자유자재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사나 장애물이 없는 그린 주변에서는 아예 퍼터로 핀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잔설이 남은 서코스 1번 홀. 컬러볼 준비는 필수.

골프화 바닥의 눈은 수시러 털어줘야 한다.


 벙커 탈출도 겨울에는 평소와 달리하면 유리하다. 턱이 높지 않은 벙커가 얼었을 때도 샌드웨지 대신 퍼터로 굴리는 편법을 써도 무방하다. 반면 벙커의 눈 위에 볼이 있으면 샌드웨지로 퍼올리듯 하면 뜻밖에 쉽게 탈출할 수 있다. 눈을 밟은 다음에는 반드시 골프화 바닥을 클럽으로 털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

 티 높이도 빠뜨릴 수 없는 고려의 대상이다. 얼은 티잉그라운드에서 원하는 만큼 티가 잘 들어가지 않아 기자가 대충 꽂고 치려고 하자 정 챔프는  "주말 골퍼들이 가장 간과하는 부분이 티 높이"라며 "귀찮더라도 티 높이는 평소와 같게 꽂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하이볼이 나오지 않을까 봐 심적으로 불안하고, 이 불안한 마음이 스윙 폼을 흐트려 곧바로 미스 샷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챔프는 볼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볼의 반발력이 떨어져 비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홀 아웃 후 이동할 땐 꼭 주머니 속에 넣어 따뜻하게 하면 거리 손실을 줄일 수 있어요."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퍼팅

겨울 그린은 잔디의 생육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짧게 깎을 수가 없다. 잔디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린의 잔디가 길어서 우선 그린 스피드가 늦고 라인도 덜 탄다. 평소보다 과감하게 세게 쳐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 그린의 환경도 시시각각으로 변해 흔히 겨울 그린을 카멜레온이라 부른다. 꽁꽁 언 데다 서리까지 낀 오전 그린에선 좀 더 세게 쳐야 하지만 기온이 조금씩 오르면서 서리가 없어지는 오후 그린에서는 오전보다 조금 약하게 퍼팅해야 한다.

 챙겨야할 변수가 또 있다. 앞서 설명한 상황이 정적이라면 골퍼의 스파이크에 달라 붙은 얼음이나 서리 그리고 잡풀 등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것은 동적인 변수. 이 모든 것이 퍼팅할 때 볼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골퍼들은 그린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 타라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볼이 미세하게 통통 튀면서 구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 해서, 먼저 하는 동반자의 퍼팅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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