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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4> 부산 강서 봉화산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리는 산꾼들도 사석에서 가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모처럼 늦잠을 잔 일요일 오전에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고즈넉한 부산의 숨은 산이 어디 없을까 하고.

금정산 등 주말이면 사람들이 대거 몰리지 않고 주변 조망이 탁트인데다 산세 마저 험하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오를 수 있으며 더욱 좋은 그런 산 말이다.

지도를 펴놓고 부산의 봉우리들을 훑은 결과 부산의 서쪽 끄트머리인 강서쪽에 눈길이 간다. 국토의 서쪽 혹은 서북쪽에서 달려온 봉우리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멈춰버린 낙남정맥의 응혈처.

이곳 중심부엔 봉수대가 정상에 서있는 봉화산(烽火山)이 있다. 북으로는 천마산으로 이어지고 동으로 의성봉, 서로는 보개(보배)산 산세가 휘돌아 솟아있다. 바다 건너엔 가덕도 연대봉과 응봉.

도심의 산이라 체력단련장이 곳곳에 있지만 일부 구간은 사람이 다니지 않았는지 짙은 숲에 가려 좀처럼 하늘을 드러내 놓지 않기도 하는 매력적인 산이다. 전체적으로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은 강서구 송정동 성고개~나주 임씨 묘~구치봉~철탑~봉오지고개~헬기장~봉화산~녹산고개~생활고개~의성봉~성산동. 대략 3시간~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는 진해와 인접한 성고개. 아기자기한 건물인 레스토랑 ‘산에 언덕에’를 100m쯤 지나면 전봇대가 보이고 산쪽으로는 ‘푸르게 울창하게…’로 시작되는 팻말이 눈에 띈다. 길 건너편엔 금단곶보 성지비가 서 있다. 왜선이 자주 침범해 조선 성종때 남해의 미조항과 함께 돌성을 쌓은 곳이다.

 

촘촘히 난 작은 계단으로 올라선다. 오른쪽은 배수로. 산길은 비교적 넓지만 오르막이다. 10여분쯤 뒤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100m쯤 후엔 갈림길. 왼쪽길로 계속 오르면 8~9기의 무덤군이 나온다.

과거 산불이 났는지 산허리에는 나무가 듬성듬성한 반면 이름모를 풀들이 대지를 적시는 빗속에 고개를 활짝 제치고 아우성이다. 이중 주황색의 나리꽃이 군계일학. 비가 와서 그런지 산행도중 무당개구리와 갈색 두꺼비도 눈에 띈다.

거대 바위에 둘러싸인 나주 임씨 묘를 지나면 산 아래와는 달리 소나무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또다시 갈림길. 왼쪽 큰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구치봉의 바윗길을 지나면 심한 내리막길, 곧이어 또 다른 바윗길. 이 바윗길을 내려서면 넝쿨 잡풀 나무 등이 길과 조망을 아예 가리며 용심을 부리고 있다. 어렵사리 헤치고 나오면 눈앞엔 대형 철탑. 철탑을 지나 다시 7, 8분 정도 바짝 걸으면 전망대. 무심한 운무여, 어찌 5m 앞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5분 정도 뒤 갈림길. 이번에는 전방이 확 틔어있다. 왼쪽길을 택해 150m 걸으면 시민체육공원. 그 앞엔 봉화산 안내도가 이번 산행길을 개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봉오지고개다. 국립지리원의 5만분의 1 지형도엔 봉화고개로 표기돼 있다.

 

다시 오르막길 나무계단도 만들어 놨다. 꼬불꼬불 산길을 쉼없이 걸으면 헬기장. 안개에 가려 선명하진 않지만 봉화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이 봉화산 정상(316m). 정상석엔 봉화산의 옛 이름이 성화예산(省火禮山)이라 적혀있다. 277.8m로 표기된 수치는 이웃 봉우리인 천마산의 고도로, 오기인 듯하다.

봉화산 봉수대의 설립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조선 세종때 전국의 국경지대에 봉수대를 설치할 당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고종 광무원년인 1897년 봉수제가 폐지됨에 따라 불이 꺼졌다 지난 91년 복원됐다. 가덕도 연대봉 정상의 천성봉수대로부터 소식을 받아 북쪽의 김해 분산성 봉수대로 연락하고, 동으로는 다대포의 응봉봉수대와 천마산의 석성봉수대와 교신했다.

하산은 봉화대를 끼고 오른쪽길로 내려선다.산길 중간에 잇단 벤치를 지나면 급한 내리막길.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잡풀에 가려 안보이니 유의하자. 이후엔 당분간 오르막길. 녹산고개를 지나 전망대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15분쯤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하면 모처럼 주변이 확 트인 곳이 나온다. 네갈래길의 생활고개다. 직진한다. 7, 8분쯤 후면 또 다른 체육공원. 기구가 가장 많고 넓지만 다 떨어진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

전신주 앞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오르막길로 직진한다. 100m쯤 후 다시 평지. 두 갈래 길이 기다린다. 오른쪽길로 100m 오르면 난시청 해소를 위한 TV중계탑. 왼쪽길로 내려선다. 오른쪽엔 사유지인지 철조망이 설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0분 후면 소불등고개. 네갈래 길이다. 오른쪽 성산 방면으로 내려선다. 두 군데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지만 무시한 채 계속 전진한다. 왼쪽엔 승학산 기슭의 엄궁쪽 아파트가 보인다. 산불초소를 지나면 얼핏 남의 집 마당같지만 개의치 말고 지나치자. 골목을 나오면 은행나무와 전봇대가 나란히 서있다. 소불등고개에서 대략 10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교통편'

지하철 1호선 하단역에서 5번 출구로 나와 58번 용원행 시내버스를 타고 성고개에서 내린다. 하산 후에는 성산에서 녹산삼거리로 나와 하단방향으로 간다. 장룡수산본점 민물장어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능엄사 입구(노적봉). 이곳에서 하단 방향으로 가는 58번 시내버스나 6, 7, 12, 16번 마을버스를 타고 하단지하철역에서 내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낙동강하구둑을 지나 계속 직진하면 녹산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녹산 진해 방향 2번 국도로 좌회전하면 성고개가 나온다. 날머리인 성산에서 들머리인 성고개까지는 58번 시내버스를 타면 3, 4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전에'

정상 언저리에 군사 통신시설인 봉화대를 두고 있는 봉화산은 강서팔경에 속한다. 성화례향 봉화산(省化禮鄕 烽火山)으로 불을 보살피듯 예를 숭상하는 고을에 솟은 봉화불 타는 산봉이란 뜻이다. 들머리인 성고개는 금단곶보의 성이 있었다하여 성고개로 불린다.

봉화산을 모산으로 여기는 녹산은 그 지명에 두가지 설이 있다. 처음에는 녹산(鹿山)이었는데 녹산(菉山)으로 고쳤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설에 봉화산의 동쪽은 굶주린 사슴이 들판을 달리는 모양인 기록주야형의 명당이기 때문에 녹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또 녹산(菉山)이라는 지명은 녹두처럼 작은섬인 녹도(菉島)에서 유례되었다고도 한다. 녹도가 여지도서의 김해부지도상에 표시되어 있고 조선왕조실록 순조 11년의 염전 관계기사에서도 명록양도라고 하여 녹도라는 지명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봉화산은 손쉽게 떠날 수 있는 산이다. 배낭에 수통, 약간의 간식만을 챙겨 떠나보자. 낙동강의 모래톱과 바다가 반겨줄 것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6.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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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봉은 그동안 할 말이 많았겠다. 어느 산하 못지 않게 수려한 조망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품안의 곧게 뻗은 전나무 숲과 야생화 밭은 가히 삼림욕장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울창하기 그지없다.

백두대간의 초점산에서 이어진 가야산 수도산 등과 함께 한 봉우리로 우뚝 솟아 있건만 어찌 속세의 산꾼들은 알아주지 않았던가. 기껏 언급돼봤자 수도암으로 유명한 김천의 수도산을 거쳐 가야산으로 향하는 종주중 거쳐가는 하나의 산 정도. 봉우리가 낮아 안보였다면 이해라도 할텐데 1,430m의 가야산보다는 못하지만 1,317m의 수도산보다 9.7m나 높다. 영남알프스 봉우리중 누가 단지봉보다 높단 말인가.

뾰족한 돌산으로 접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산길은 인적이 드문 원시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 인근에는 연분홍 철쭉이 아직도 만개해 볼거리 또한 즐비하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과 경북 김천시 증산면 사이의 단지봉(일명 민봉)은 정상 인근 일부를 제외하곤 암석을 볼 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단지봉이란 이름은 산세가 아래는 배가 볼록하고 정상은 뚜껑을 덮어놓은 것처럼 편평한 단지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산행은 거창군 가북면 중촌리 동촌마을 중촌교회에서 출발, 임도 시설비~거창 장씨 묘~탈의산~전망대~고비골 앞산~헬기장~단지봉~샘터~고비마을을 거쳐 중촌교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6시간 정도 걸리는 비교적 긴 여정.

 

중촌교회앞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오른쪽엔 면우정이란 정자가 있다. 20m 앞에 중촌보건진료소가 나타나면 오른쪽 길을, 다시 10m 앞에는 임도 개설비가 서있다. 왼쪽 시멘트포장길로 오른다. 네갈래 길이 나오면 직진한다. 주변은 온통 고추 감자 매화나무밭.때마침 만난 마을 촌로에게 단지봉 산길을 묻자 “그곳은 마을사람들도 안간지 4, 5년은 족히 돼 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뚫어야 하는 것이 근교산팀의 일.

들머리 찾기가 예사롭지 않다. 네갈래 길을 지나 150m 올라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다시 50m 뒤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흙길.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또다시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왼쪽에 사과나무밭이 나온다. 열매를 봉지로 씌워 놓았다. 이때까지 대략 30분 소요. 흔적만 남은 넓은 길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왼쪽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다. 100m 뒤 갈림길에선 오른쪽 길을 택한다. 10여분 뒤 좌우측에 무덤이 보인다. 마을촌로의 말대로 수년간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나무가지와 잡풀이 길을 가로막고 있고 곳곳에서 머리와 허리를 숙이기 일쑤다. 아예 길을 막고 서있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은 산행 도중 절반 정도 계속된다.

7, 8분 뒤 왼쪽에 또 무덤이 나오고 길 주변에 취나물이 늘려있다.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는 산길을 30여분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다. 좁지만 제법 편평하다. 오른쪽이 틔어 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전나무가 유달리 이곳에선 굵다. 나무가지를 헤치고 15분 정도 걸으면 정면에 임도가 보이고, 오도산 비계산 별유산 의상봉 장군봉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임도 삼거리 길에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오르는 샛길이 나온다. 회색빛 바위를 지나 오른쪽으로 간다. 거창 장씨 무덤 4기가 나온다. 덕유산 향적봉이 보이고 금원산 기백산이 저멀리 눈에 아른거린다. 무덤 사이 숲길로 향한다. 이제부터 산길이 없어 길찾기가 어렵다. 작은 무덤 1기를 지나 능선 방향을 따라 25분간 오르면 탈의산 정상. 정상석은 없고 지도상의 봉우리일 뿐이다.

 
  단지봉 정상 주변은 연분홍 산철쭉이 지천으로 피어 산꾼들을 반기고 있다.

이번엔 내리막길. 15분 정도 편하게 걸으면 이름모를 야생화밭이 나오는데 쭉 뻗은 전나무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30여분 땀을 바짝 내고 오르면 왼쪽에 무덤이 나오고 그 뒤로 산길이 모처럼 열린다. 여기서 25분 정도 걸으면 이번 산행 첫 전망대가 나온다. 두루봉과 가야산 능선이 선명하게 눈에 잡히고 왼쪽으로 양각산 흰대미산 신성봉 수도단 단지봉이 펼쳐져 있다. 또 한군데의 전망대를 지나면 곧바로 고비골 앞산 정상. 낮은 돌탑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왼쪽에 흰대미산 양각산 신성봉 수도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정면에 곧 오를 단지봉이, 그 오른쪽에 가야산과 남산제일봉 별유산 두문산이 보인다.

직진해 15분 정도 걸으면 안부에 도착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이제 단지봉을 향해 오른다. 이때부터 길이 비교적 잘 나 있다. 5분 정도 걸으면 손바닥보다 큰 취나물이 아예 밭을 이루고 있다. 10분 뒤 전망대 발밑에선 날머리인 고비마을이 보이고 저멀리 백두대간 능선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단지봉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난 길로 30m 걸으면 단지봉 정상. 이 30m 구간은 온통 철쭉 천지. 만개한 연분홍꽃이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가면 가야산으로 가는 길.

하산은 헬기장 반대편 돌탑쪽으로 난 길로 내려선다. 이때 수도암이 보인다. 능선길을 따라 30여분 뒤 네갈래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수도산, 오른쪽 길은 수도리 방향. 왼쪽길을 택한다. 5분 후엔 샘터를 지나며 40분 뒤엔 고비마을에 닿는다. 이곳에서 들머리 중촌교회까지 30분 걸린다.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는 오전 7시를 시작으로 매 50분마다 있다. 2시간40분 걸린다. 거창에서 산행 들머리인 심방 중촌행 군내버스는 강양정류소(김정형 외과) 앞에서 오전 11시10분에 출발한다. 2천원(문의 서흥여객·055-944-3720). 강양정류소는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중촌에서 거창군내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 7시에 있다. 거창군내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 8시30분, 9시, 10시30분에 있다. 4천5백원.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기차는 오후 8시35분, 9시39분, 10시6분, 10시25분에 있다. 6천2백원(주말 기준). 거창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는 오후 6시4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향으로 가다 구마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현풍을 지나 88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탄 후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가조IC에서 빠져 나온다. 가조읍내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가북 방향으로 간다. 가북읍에서 좌회전해 중촌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산꾼에게는 거창의 산을 산속의 산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골이 깊고 명산이 즐비하다는 뜻일게다. 그에 걸맞은 수도산~가야산 종주는 2박3일의 산타는 재미로 산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중간에 솟은 단지봉에서 야영을 하며 하늘을 보라. 떠오르는 달을 보며 자연의 신비감에 도취될 것이다. 들머리 중촌리 동촌마을은 다원으로 다비지라 부르며 1896년 면우 곽종석 선생이 다전이라 이름 지었다. 이에 김해 김씨 고연공 삼형제가 다전에서 호를 따 다봉 다포 다태라 하였다는 ‘면우 선생 다전 사적비’가 초입의 면우정에 있다. 찻물에 쓰였던 차샘도 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샘터는 종주를 즐기는 산꾼에게는 생명과 같은 샘. 감로수의 차디찬 물맛을 보라. 식수는 충분히 준비하고 산행시 산길에 유의하자. 전체적으로 산길을 기대하지 말자. 그만큼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호젓하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5.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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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그처럼 바라던 ‘물좋고 정자좋은 산’을 모처럼 자신있게 소개한다. 그리 멀지 않고 인적이 드문 호젓한 산길에, 봄꽃이 만개해 산행 기분이 그저그만이다.

그간 근교산팀은 항상 “이번엔 괜찮은 산이어야 할텐데”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편으론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떠났다. 지난주 경주로 떠난 근교산팀은 다행히 독자들의 주문을 거의 충족시킬만한 산을 발견했다. 그리고 쾌재를 불렀다. ‘심봤다!’

천년 고도 경주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구미산~용림산 코스.

마을 토박이들은 외지에서 이 산을 찾는 이는 거의 없고 경주 인근의 몇몇 산꾼만이 은밀히 다녀간다고 전했고, 산행로는 대체로 길이 단순 뚜렷하고 곳곳에 진달래 산수유 노랑제비 등 봄꽃이 만발해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구미산 정상의 북동쪽에는 천도교 성지인 용담정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용담정 반대편 코스라 아쉽기는 하지만 여하튼 민족종교의 정신이 어린 명산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발걸음을 내딛도록 하자.

산행은 용명리3층석탑으로 유명한 경주시 건천읍 용명3리 경로정에서 출발, 영천 이씨 묘~전망대~헬기장~구미산 정상~591.5m봉~전망대~월성 김씨 묘~582m봉~연일 정씨 묘~형제바위~용림산 정상~나주 임씨 묘~용명리3층석탑에 도달하는 4시간 정도의 사실상 원점회귀 코스.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는 걸어서 10분 거리.

 

용명3리 경로정을 지나 왼쪽길을 택한다. 7분 정도 농로를 따라 직진하면 저멀리 저수지 둑이 보인다. 용곡지다. 마을사람들은 신라때부터 이곳에서 장군이 많이 배출돼 명장지라고 부른다. 지금도 현역 장성이 있어 그 명맥이 끊기지 않고 있다고 자랑한다. 용곡지 가기전에 작은 개천을 건너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논에 물을 흘려보내는 시멘트 관로 밑을 지나면 왼쪽에 막 가지치기를 끝낸 복숭아 과수원. 계속 직진. 왼쪽 100m 전방에는 대나무숲이 보인다. 개울을 끼고 걷다보면 왼쪽에도 짧은 다리가 놓여 있지만 반대지점과 높이가 맞지 않다. 밑에 놓여져 있는 사다리를 이용해 건너자.

이제 산길로 오른다. 조금 가다보면 왼쪽에 무덤이 나온다. 새소리 물소리가 평화롭다. 또 다른 무덤을 지나 넓은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낮고 전형적인 오솔길이다. 연분홍 진달래가 마중을 나와 있다. 또 갈림길. 왼쪽의 사잇길로 들어선다. 움푹 팬 메마른 계곡을 건넌다. 송아지 크기 만한 노루가 인기척을 감지한 후 후다닥 도망간다. 산기슭까지 내려온 점을 감안하면 인적이 드문 산임을 알 수 있다.

 영천 이씨 묘를 지나 오른쪽 길로 올라선다. 작은 오솔길로 아기자기한 소나무가 길 양편에 도열해 있고 수북이 쌓인 갈색 낙엽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곳곳에 보이는 진달래를 화동으로 생각한다면 일순간 개선장군이 된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잇단 무덤을 지나 30분 정도 걸으면 안부에 닿는다.

계속 오른다. 길 옆에는 진달래 외에 노랑제비꽃과 보라색의 왜현호색꽃도 보인다. 이만하면 꽃길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노란색의 산수유도 빠질손가.
 
  산행 날머리에서 만나게 되는 보물 제908호 용명리3층석탑 .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다.

10여분 뒤엔 헬기장이 나오고 그 옆이 구미산 정상. 편평한 바위 위에 돌을 쌓아 매직으로 구미산이라고 적어놓았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하산하면 천도교 성지인 용담정이 나온다.

계속 직진한다. 길은 지그재그형이지만 단순해 착각할 염려는 없다. 왼쪽 전망대엔 산수유가 만개해있고 바닥에는 노랑제비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좌우 상하 온통 노랑 천지다. 전망대에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오른쪽인 서쪽에는 김유신 장군이 단칼로 돌을 쪼갰다는 단석산을 비롯 오봉산 사룡산 만분산 석두봉 백운산과 그 뒤로 고헌산 등 영남알프스가 보인다. 동쪽으로는 오어사가 있는 운제산 시루봉 토함산과 가까이에는 경주 금강산과 김유신 묘가 있는 옥류봉, 오릉의 선도산 남산 치술령 국수봉 문수봉이 보인다. 무엇보다 경주 시가지가 시원하게 열려 가슴이 확 트인다.

내려서면 또 다시 갈림길. 왼쪽은 용담정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뚜렷하다. 직진한다. 넓은 능선은 편평하다. 월성 김씨 묘, 연일 정씨 묘가 있는 봉우리를 차례로 지난다. 오른쪽에 멋진 전망대인 형제바위가 100m 간격을 두고 건천읍내를 바라보고 있다. 그 중간에 측량용 막대가 꽂혀 있는 큰 바위 전망대에 올라선다. 다시 갈림길. 왼쪽에 돌탑 전망대가 있으니 한번 둘러보자. 용림산길은 오른쪽 길이다. 또 하나의 형제바위를 지나면 용림산 정상으로, 왼쪽에 치우쳐 있다. 이곳에는 정상임을 나타내는 입석이 없어 국제신문 노란 리본 뒷면에 정상임을 표시해 두었다.

하산길은 정상에서 되돌아와 직진한다. 온 길에서 오른쪽으로 잡는다. 이 때부터 뚜렷한 길이 안보이니 당황하지 말고 능선 방향을 따라 내려가자. 50여분 길을 헤쳐 내려오면 용명리3층석탑으로 유명한 탑골이 나온다. 석탑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용명3리 경로정, 왼쪽으로 가면 버스정류장이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 전에>
구미산과 용림산은 경주시 건천읍과 현곡면을 가로지르는 아주 평범한 산이다. 그간 취재팀은 현곡면의 용담정에서 구미산을 거쳐 용림산과 반대 방향에 있는 인내산 코스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용담정의 반대편인 건천읍에서 구미산에 올라 용림산을 거쳐 탑골로 내려서는 호젓한 산길을 소개한다. 구미산의 용담정은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의 천도교 발상지이며 성지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날머리의 용명리3층석탑은 보물 제908호로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다. 월성용명리사지3층석탑으로도 불리며 이중기단 위에 3층의 탑신부를 구성하고 그 윗부분에 상륜을 장식했다. 지난 43년 수리 당시 탑신에서 불경이 발견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용림산에서 탑골로 하산하는 능선은 조금은 거칠다. 희미한 산길로 이어지지만 능선만 타고 내려서자. 깨끗한 산길과 진달래 등 봄꽃 그리고 형제바위에서의 전망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식수는 미리 준비를 하고 산불발생에 유의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교통편>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를 탄다. 첫차는 오전 5시30분, 15분 간격으로 있다. 3천6백원. 1시간10분 걸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용명리행 버스는 오전 6시50분, 9시, 11시에 있으며, 용명3리 버스정류장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일반버스는 오후 2시, 3시30분, 5시40분, 8시, 10시(토, 일 제외)에 있다. 900원. 30분 정도 걸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까지 오는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0분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주 다음인 건천IC로 빠져나와 경주방향으로 좌회전~읍내~경주방향 우회전~용명리 3층석탑 이정표 보고 좌회전~공사중 고속도로(건천~포항) 굴다리 통과~고지교~대곡1리~재내천(큰 입간판)~대곡교~대곡1리 마을회관~용명리 3층석탑 이정표~대곡2리 동회관~공사중 고속도로(건천~포항) 현장사무소~용명2리~용명3리 순으로 가면 된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4.1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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