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 매화마을

 
누가 그랬던가. 섬진강변이 남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관문이라고.

봄 햇살 속에 모래를 훑으며 재첩을 캐는 아낙네도, 그 주변을 맴돌며 힘찬 날갯짓을 하는 백로나 왜가리도 섬진강변의 전형적인 봄 풍경이지만 매화만한 봄의 전령사가 어디 있으랴.

사실이었다. 섬진강변은 이미 매화가 점령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옅은 푸른빛과 붉은빛의 물감이 아주 세밀하게 점점이 찍혀 있는듯 환하고 가까이서 보면 새초롬한 오편화 꽃잎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강물에 져서 강이 서러운/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사랑도 그렇게 와서/그렇게 지는지/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매화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보았는지요’라는 시인 김용택의 시구처럼 매화는 서럽도록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가지각색의 매화 꽃구름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이번 주말 섬진강을 찾아 매화가 활짝 핀 그 봄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자.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매화마을. 원래 이름은 섬진마을이지만 지금은 매화마을로 더 유명하다.

하동에서 섬진교를 건너 우회전해 들어간다. 길가 여염집 담벼락에도, 저 멀리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강가에도 매화가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놓았다.

섬진강 유래비가 서있는 수월정 앞에서부터 차량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노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 그곳이 매화마을의 본령인 청매실농원이다. 몇해전 우리나라 식품 명인 1호로 지정되고, 그 덕에 모 방송국의 인기프로 ‘성공시대’에도 소개된 그 유명한 홍쌍리씨가 회장으로 있는 그 곳 말이다. 5만여평의 산자락이 희고 붉은 꽃잎을 터뜨리며 봄햇살에 취해 있다.

 
  청매실농원 매화동산에서 바라본 2천5백여개의 매실장독 . 저 멀리 섬진강 백사장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도착하면 포장길로 오르지 말고 그냥 눈에 보이는 아무 오솔길로 쑥 들어가 매화향에 취해보자. 등성이까지 온통 매화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소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왕이면 치아를 드러내 활짝 웃으며 찰칵!

발밑에는 발목 이상 자란 보리가 초록빛을 뽐내며 반긴다.

“바닥에 흙 뿐이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보리를 심었지요. 근데 지난 겨울 너무 추워 보리가 아직 덜 자랐어요.” 홍씨의 설명이다.

홍씨는 “하얀 꽃 저고리(매화)에 초록색 치마(보리)가 너무 예쁘지 않느냐”며 “농사꾼도 이만하면 대자연 속에서 훌륭한 작품을 연출하지 않았느냐”고 환하게 웃었다.

보리는 이런 역할 외에 잡초의 성장을 막고 수확기 매실이 떨어질 때 쿠션역할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마지막으로 거름으로 쓰여지면서 일석삼조의 역할을 한단다.

구경하느라 지치면 잠시 전시홍보관으로 들어가 서비스로 제공되는 매실차로 목을 축인 후 농원내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자. 산책로 위에서 바라 본 2천5백여개의 매실장독은 장관이다. 텔레비전에서 한 번쯤은 봤겠지만 실제로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홍씨는 하루에 수천번씩 이 장독 속으로 머리를 넣었단다. 걷다 보면 농원 뒤편에 왕대숲을 지난다. 푸른 보리 만큼이나 짙다. 이 곳은 매화 못지 않게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 고유의 사계절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외국에서 호평을 받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도 여기서 촬영했다.

왕대숲을 지나면 섬진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원두막 전망대에 닿는다. 섬진강의 자랑인 흰모래 사장이 눈앞에 보인다. 섬진강 흰모래를 감상하면서 주변 매화를 쳐다보자. 백사홍매(白沙紅梅) 백사백매(白沙白梅) 백사청매(白沙靑梅)가 실감난다.

그러고 보니 청매실농원은 총천연색 전시장이다.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과 흰구름. 전망대에 서면 백사 홍매 백매 청매, 발밑의 푸른 보리 그리고 왕대숲. 밤이면 농원 곳곳에 설치해 놓은 조명으로 환상적인 색을 발한다. 이쯤되면 그 곱다던 연분홍 치마도 울고 갈 정도다.

매화향 그윽한 이곳 매실마을이 유명세를 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마을 뒤로는 논밭뙈기 하나 없는 그렇고 그런 남녘의 흔한 산골마을이었다. 마을사람들은 섬진강 건너 기름진 악양들판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이 마을에 매화를 처음 들여온 사람은 지난 88년 87세로 작고한 김오천씨였다. 홍씨의 시아버지다.

그는 70여년전 일본서 광부로 일하면서 돈을 벌어 고향에 땅을 사 밤나무와 매화나무를 들여와 심었다. 돈도 제법 벌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이후 광산에 투자해 엄청난 빚을 지게됐다. 남편도 이때 화병으로 쓰러졌다.

다시 땅을 일군 사람은 며느리 홍씨. 지난 65년 경남 밀양의 비교적 넉넉한 집안의 딸로 이곳으로 시집온 그녀는 돈을 빌려 땅을 갈고 매화를 심었다. 대화 도중 힐끔 바라본 손은 섬섬옥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매화가 좋아서 한 일이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오죽했으면 마을사람들이 섬진강 물이 저의 눈물보다 못할 것이라고 했겠어요.”

이후 해마다 봄이면 자식처럼 키운 매화가 흐드러지게 산자락을 덮었다. 그리고는 매실을 이용, 매실장아찌 매실음료 등으로 상품화를 준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지난 80년대부터 매실의 효능이 점차 알려졌고 때마침 97년 허준의 동의보감이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폭발적으로 매실의 수요가 급증, 농원의 규모가 커졌다.

마을사람들도 이에 덩달아 매화나무를 심어 다압면 전체가 지금의 매화마을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매화마을에서는 광양매화축제가 지난 8일부터 시작돼 오는 23일까지 열리고 있다. 매화꽃은 주말인 15, 16일 절정을 이룬다. 농원측은 매화 꽃잎이 ‘서럽게’ 꽃비로 변하는 23일께 색다른 장관이 연출된다며 “이 때 오셔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헤어지면서 홍씨는 A4 용지 한장을 건넸다. 지난 주중 새벽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는 매화를 둘러보며 몇 자 적었단다.

“맨 몸으로 추위에 고스란히 몸을 떠는 매화꽃잎은 너무도 가녀리게 울고 있었다. 겨우내 모진 추위를 잘도 인내하며 견뎌주었던 뿌리의 강직함처럼 엷은 잎에서도 절개 깊이 너희의 결의로 아픔을 이겨내어라. (중략) 이 에미는 가슴이 저미며 자식같은 나의 매화에게 눈물보다 차라리 미소를 남기며 너그러이 너희를 안는다.” 자식 못지 않은 매화 사랑이다.


#'여행쪽지'

섬진강 매화마을까지는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이번 주말이 섬진강 매화마을 매화축제의 절정.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하동IC에서 빠져나와 19번 국도를 탄다. 이후 광양 방면 2번 국도를 타고 가다 섬진교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매화(섬진)마을을 알리는 861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수월정을 지나 청매실농원이 나온다.
특히 주말에는 주최측에서 861번 국도 말고 오른쪽 편에 풍선아치를 세워 매화마을로 가는 일방통행길을 만들어 놓아 더욱 편리하다.
이 길로 가면 매화축제가 열리는 섬진강 둔치가 나온다. 청매실농원 입구 논에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임시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동행 버스를 탄다. 40분 간격으로 있다.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다압행 버스를 타면 된다. (061)772-4066
청매실농원에선 매실반찬을 포함한 쑥국정식(5천원)과 각종 매실선물세트를 판매한다. 매실마을로 내려오면 재첩수제비 매실떡국 매실동동주도 맛볼 수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의 배경이 되는 평사리 ‘최참판댁’도 한 번 둘러보자. 섬진교를 다시 건너 구례방향으로 가다 보면 ‘최참판댁’ 팻말이 나온다.최참판댁은 중문채를 마지막으로 지난 2월말 준공허가가 나 이달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체 ‘고택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단위로 찾아와도 주변의 민박가격으로 묵을 수 있다. 최참판댁(011-9311-2495)은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일반인과 함께 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참판댁을 오르다 보면 갈라지는 길에 고소성이 있다. 섬진강과 악양들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광양 매화마을 '청매실농원 홍쌍리회장'
 
청매실농원을 방문한 날은 모 방송사가 현장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고 농원 전체가 난리법석이었다. 이 와중에 농림부 및 광양시 관계자도 농장을 방문해 홍쌍리(사진)회장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농원의 제일 큰 머슴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덕분에 휘어 있는 그의 허리가 유난히 표가 났다.

올해 환갑을 맞는 홍씨는 방송에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복장인 개량한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꽃단장(?)을 했을 법도 한데 전혀 하지 않았다.

홍씨는 앞으로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기 위해 동백 들국화 야생화 등을 심을 계획이라고 했다.

“농원은 매화가 만개하는 3월과 열매를 수확하는 6월말고는 볼거리가 전혀 없어요. 근데 여름방학이면 곳곳에서 어린이들이 놀러와 이 할머니랑 사진을 찍자는데 좋은 배경이 뭐 있어야지.”

이미 지난 가을에 잡초를 베고 농원 입구 동산에 동백을 700그루 심었고 또 다른 동산은 클로바와 각종 야생화를 심었다. 사시사철 농원을 찾아오는 관광객에 대한 배려 차원이란다.

매실 예찬도 잊지 않았다. 매화꽃도 예쁘지만 매실식품은 장을 청소하는데는 최고라고 말했다.

“양잿물로도 잘 지워지지 않는 더러운 기름 때가 묻은 양동이에 선별한 후 버릴려고 모아둔 매실을 담아 두었더니 빛이 날 정도로 말끔히 지워져 있는 것에 힌트를 얻었어요. 만일 매실이 뱃속에 들어가면 노폐물을 싹 씻어내지 않겠어요.”

20대 후반에 큰 수술을 받았고 40대 초반엔 류머티즘으로 2년6개월간 목발을 짚고 다니는 등 몸이 만신창이었다는 홍씨는 이후 그 좋아하던 육식을 끊고 매실농축액과 채식으로 몸을 추스려 지금과 같은 건강체질로 만들었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체험서 ‘매실 아지매 뭘 먹고 힘이 나능교’(디자인하우스)를 오는 25일께 세상에 내놓는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03.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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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03.03.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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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남 광양의 또아리봉(혹은 따리봉·1,127m)을 찾아가면 색다른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인데도 아름다운 설원을 만끽하며 눈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순백의 세계는 떠나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운 듯 봄산행 나온 산악인들의 발길을 한동안 붙잡아 속세에서 찌들고 묵은 체증을 말끔히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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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은빛으로 치장한 화려한 눈꽃은 사라졌지만 봄 속의 눈산행은 오랫동안 그들의 산행일기에 간직되리라.

이 일대는 한재를 중심으로 백운산과 억불봉 노랭이봉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과 또아리봉 도솔봉 형제봉으로 연결되는 서부능선으로 구분되는 반원 형세다.

그간 노랭이봉~억불봉~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과 형제봉~도솔봉의 서부능선을 각각 소개한 국제신문 근교산팀은 이번에는 또아리봉을 넘어 북쪽 능선을 타는 새로운 코스를 개척했다.

또아리봉은 남도에서 지리산 노고단 다음으로 높은 산인 백운산(1,217m)과 함께 호남정맥의 줄기에 속한 때묻지 않은 산이다. 또아리란 짐을 머리에 일 때 짚이나 헝겊으로 둥글게 틀어서 만든 물건으로, 전형적인 육산인 백운산에 바위가 얹혀 있는 것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

산행코스는 광양시 옥룡면 논실마을~참샘이재(헬기장)~철사다리~전망대~또아리봉~암릉길~암봉(큰 소나무)~산죽 및 덩굴숲~임도~중한치.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또아리봉까지는 산길이 매우 또렷한 봄산행이지만 그 이후 길은 눈이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만만치 않은데다 산행 도중 길 안내의 기준이 될 만한 지형지물이 전혀 없다.

버스종점인 논실마을에서 제일송어산장쪽으로 난 넓은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왼쪽 멀리 도솔봉이, 오른쪽으론 백운산이 보인다.

100m 정도 오르면 왼쪽에 고로쇠약수 체험로 안내 표지판이 나타난다. 지금은 고로쇠약수의 계절. 백운산 또아리봉 일대는 지리산 일대와 마찬가지로 전국적으로 고로쇠약수로 유명한 곳이어서 산행길 좌우에는 고로쇠약수 채취봉지가 자주 눈에 띈다. 함부로 손댔다가는 매복해있는 노인들에게 혼쭐나니 조심할 것.

 

너른 임도를 30여분 가량 오르면 본격 산행길이 시작된다. 옷을 아직 갖추지 못한 참나무를 비롯한 각종 활엽수들 사이에 소나무와 전나무 산죽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고 이름 모를 나비 두 마리는 봄의 전령사로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계곡의 물소리는 발걸음 마저 가볍게 해준다.

계곡을 벗어나 30여분 오르면 능선에 다다른다. 헬기장이 있는 참샘이재다. 숨을 한번 추스린다.

정면인 북쪽에는 밥봉이, 서쪽에는 잔설이 남아 있는 도솔봉이 보인다.

곳곳에 큰 바위가 얹혀 길을 막고 있지만 철사다리가 친절하게 산행길을 안내하고 있어 오르는데는 별 부담이 없다. 4, 5개의 철사다리를 지나면 큰 바위가 나란히 앉아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눈 앞에 보이는 또아리봉 정상에는 20~30마리의 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앉아 있다가 산행팀 주위를 맴돈다. 반기는지 위협을 하는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다시 철사다리를 지나 20여분 오르면 또아리봉 정상에 이른다. 도솔봉 뒤에 숨어있던 형제봉이 비로소 형체를 드러낸다.

길 중간에 백운산 등산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백운산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직선 능선을 타고 100여m 가면 갈림길의 봉우리가 나온다. 왼쪽의 북쪽 능선을 타고 내려간다. 5분도 채 안걸려 또 다시 헬기장이 나온다. 갈림길이다. 한재로 가는 오른쪽 길을 버리고 비교적 덜 또렷한 왼쪽길을 택한다. 여기서부터 본격 눈길이다. 스패츠를 차면 큰 도움이 된다.

암릉길인 산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무릎까지 빠지는 내리막길인가 하면 어느샌가 커다란 암벽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에둘러 가면 허벅지까지 빠지는 또 다른 눈길. 그리고 또 암벽…. 30m짜리 보조로프를 지참하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썩은 나무가 많아 함부로 잡으면 넘어지기 일쑤고 발밑 낭떠러지도 이따금 만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60여분 동안 정신없이 길을 뚫고 가다보면 암봉이 나타난다. 오른쪽 능선 길을 택한다. 왼쪽은 밥봉으로 가는 길이다. 바위 암봉을 돌아 오르면 산길은 교묘하게 이어진다. 중간에 큰 소나무가 작은 틈새에 위태롭게 자리잡고 있다. 직진하면 바위 절벽. 왼쪽으로 돌아 내려선다.

눈길은 이어진다. 계속 걷다 보면 왼쪽에 고로쇠약수 채취 파이프가 보인다. 직진한다. 큰 바위 사이로 난 구멍으로 몸을 숙여 내려간다. 구멍 위의 바위는 마치 독수리머리처럼 생겼다.

암벽과 눈길을 헤쳐 나오니 이번에는 산죽과 덩굴이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처음에는 가슴 높이 산죽이었지만 가면 갈수록 덩굴과 함께 어른 키를 훌쩍 넘을 만큼 높다. 10여분간 계속된다. 마치 울창한 밀림지대를 지나오는 듯하다.

20여분 정도 눈길과 오솔길을 번갈아 걷다보면 왼쪽에 눈쌓인 임도가 보인다. 특히 눈이 녹은 내리막 오솔길은 눈길보다 더 미끄러워 걷기가 힘드니 조심해야 한다.

왼쪽으로 20여분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시멘트 포장이 된 오른쪽 길을 택한다. 20여분 걷다보면 독립가옥이 나오고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중한치마을에 이른다. 중한치마을에서 하동까지의 버스시간은 오후 4시, 7시30분. 버스 이용시에는 반드시 한천마을에서 하차한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50여분을 걸어내려와야 한다. 한천마을까지 내려오면 왼쪽 멀리 공사중인 섬진강 화합의 다리가 보인다. 다리밑의 임시 가설교를 건너 화개마을로 들어가 화개터미널에서 하동가는 버스를 탄다.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 전에]

백운산은 호남정맥의 끝에 솟은 산으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을 바라보는 아들같은 산이다. 지리산의 주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지는 지리산 전망대이기도 하다. 백운산하면 고로쇠약수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경칩인 6일에는 백운산 약수제가 열린다.

3월의 산은 어정쩡한 계절이다. 기본장비를 빠뜨리기가 쉽다. 아이젠 스패츠 여벌장갑 모자 랜턴 등 기본장비를 꼭 챙겨서 떠나야 한다. 등산화는 방수화 또는 방수액을 충분히 바르자. 질퍽거리는 눈에서 발을 보호해 줄 것이다. 안전산행을 위해 20~30m 정도의 보조로프를 챙겨서 떠나자. 혹시 모를 난관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식수는 계곡에서 준비하고 하산시에는 전체적으로 산길에 유의하자. 그만큼 사람의 족적이 뜸하다. 중한치 마을로 내려서면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다. 오후3시50분 이전에 반드시 하산을 완료해야 한다. 차편을 놓쳤을 경우에는 한천마을 삼거리까지 먼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그러나 깊은 계곡에 걸려 있는 산골의 작은 집들이 동심에 젖어 들게 만든다. 한천마을에서 섬진강을 도보로 건너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교통편]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광양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7시20분, 9시10분, 9시50분, 11시에 출발한다. 하지만 당일 산행을 위해선 반드시 첫차를 타야한다.

9천8백원. 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행 출발점인 광양시 옥룡면 논실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9시47분, 오후 1시7분, 5시7분에 있다. 35분 걸린다. 700원.

화개터미널에서 하동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10분, 5시40분, 6시25분, 6시45분, 7시5분에 출발한다. 1천4백원. 하동에서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오후 5시10분, 5시50분, 6시30분, 7시10분, 7시5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9천5백원. 부산행 막차를 놓칠 경우 하동에서 진주로 가는 막차가 오후 8시까지 있다. 진주에서 부산행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6천원. 심야버스도 밤 10시, 11시에 있다. 8천5백원.

hung@kookje.co.kr  입력: 2003.03.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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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동과 삼랑진에 걸쳐 있는 천태산(630.9m)은 지역 산악동호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근교산 중의 하나이다. 부산서 그리 멀지 않는데다 계절에 관계없이 주위 경관이 수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천태산 정상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타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영남의 젖줄’ 낙동강의 흘러내리는 모습은 차라리 장중한 교향곡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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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굽이치는 물줄기와 함께 내려다보이는 천태호 안태호의 푸르름은 산행의 재미를 넘어 온몸의 피로를 한번에 말끔히 씻어준다.

산행 초기 만나는 계곡은 수량이 풍부한데다 그 시원한 물소리는 성큼 다가온 봄소식을 재촉하고 있다.

산행코스는 원동 내포리 내포마을~현불암~전망대~철탑 2기~천태산~무덤 2기~천태공원~전망대~무명봉~철탑 2기~삼랑진양수발전소 준공기념탑~안태마을. 4시간 정도 걸린다.

내포마을회관 오른쪽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눈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등산로 입간판이 서 있다. 천태산까지 3㎞를 가리킨다. 2시 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축천산 정상이다.

다리 건너 마을 입구에서 네 갈래 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길 오른쪽으로 작은 개울이 흐르고 건너편에 아담한 황토집이 눈길을 끈다.

양지농장을 지나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천태산 이정표가 친절하게 다시 나타나면서 갑자기 산이 성큼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다시 계곡과 만난다. 겨울임에도 수량이 풍부하다. 계속 걷다보면 암자인 현불암이 나타난다. 석불앞 약수터를 지나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의 연속이다. 합수점에서 계곡을 건너면 다시 산길이다.

 


















작은 무덤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100m 정도 오르면 임도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50m 정도 진행한다. 이번에는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올라선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약간 무료하다. 너덜로 이어지는 산길은 사람의 흔적이 희미하여 매우 거칠다. 큰 참나무가 서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직진하면 고로쇠약수 채취 봉지가 보인다. 급한 산길을 지그재그로 정신없이 오르면 오른쪽에 전망대가 있다.

나무로 가려져 지나치기 쉽다.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새로 만들어 놓았다. 놓치지 말고 보자. 발아래엔 내포마을이 보이고 멀리 오른쪽부터 토곡산 어곡산 축천산 채바우골만당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걷다보면 산길은 골 안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작은 습지가 나타난다. 흙탕물의 입자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보아 멧돼지가 한바탕 뒹굴고 간지 얼마 안돼 보인다.

작은 계곡을 지나 오르면 갈림길에 닿는다. 왼쪽으로 가면 천태사에서 천태산 정상으로 오르는 기존 등산로다. 이번에는 오른쪽 능선길로 길을 잡는다. 산허리를 돌면 갈림길의 능선과 만난다. 왼쪽으로 올라선다. 2기의 철탑을 차례로 지나면 사거리 길이다. 오른쪽 방향은 숭촌으로 내려서는 길. 능선을 계속 탄다.

산길은 일순간 사라지지만 곧 희미하게 나타난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급한 산길을 차고 오르면 천태호가 눈앞에 훤히 나타난다. 정상이다. 이곳까지 대략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천태호를 바라보고 오른쪽에서부터 불모산 무척산 신어산이 보이고 왼쪽으로 토곡산, 고개 돌려 북쪽엔 금오산 재약산 사자봉 신불산 염수봉 등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며 봄을 기다리며 외롭게 서 있다. 남서쪽 저 멀리에는 낙동강이 보인다.

서쪽으로 내려서는 능선을 타면서 하산은 시작된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빠져 산허리를 타고 돌아나간다. 능선 따라 직진하면 금오산 방향이다.

봉분에 풀 한포기 없는 조씨 묘를 지난다. 오르막과 평지를 반복하면 철탑이 나온다. 까마귀 울음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릴 즈음 큰 소나무가 바위틈에 뿌리를 못내린 채 쓰러져 있다.

계속 가다보면 왼쪽에 테두리까지 깔끔하게 두른 무덤 2기를 보며 내려온다. 천태호로 가는 2차선 도로와 만난다. 왼쪽엔 천태공원이 보인다. 2차선 도로를 따라 가면 양수발전소가 나온다.

길을 곧바로 건너지 말고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비스듬히 지른다. 안내문 표지판이 서있는 쪽으로 들어간다. 산길은 서서히 올라선다. 능선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꺾는다. 왼쪽으로 가면 신불암 고개 혹은 천태사 방향이니 유의할 것.

소나무길을 걷다보면 낙동강 물줄기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기기묘묘한 바위가 눈길을 끈다. 천태산 정상에서 전망대까지는 대략 40분.

발밑엔 부은암이 둥지를 틀고 있다. 예전에는 지금의 절터보다 더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한다. 오른편엔 안태호 및 양수발전소가 보인다. 멀리로는 낙동강 건너 창녕의 화왕산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중 이보다 환상적인 경관을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으랴.

돌탑이 서있고 삼각점이 있는 이름없는 봉우리에 오르면 직진한다. 내리막길의 연속이어서 중심잡기가 어려울 정도.

 
  천태산은 지역 산악동호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근교산 중의 하나이다. 사진은 천태산 정상으로 오르는 모습.
철탑 2기를 내리 지나면 능선에 바위가 막고 있다. 하산길은 왼쪽이다. 또 철탑이 나오면서 갈림길이 보이면 직진하다 다른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꺾는다. 직진 길은 철탑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길인듯. 착각하기 쉽다. 거친 산길을 계속 내려간다. 낙엽밟는 소리가 경쾌하지만 한편으론 발목을 삘 염려가 있으니 조심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문 곳으로 산행 막판에 길 찾기가 까다롭다.

산길은 지난해 장마에 푹 패어 도랑길로 변해있다. 시멘트가 부서져 있는 집터를 지나면 전봇대가 나온다. 길의 흔적은 뚜렷하다. 하산 중 왼쪽에 벌목지대가 보인다. 직진한다.

전망좋은 벌목지대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더라도 만난다. 이후 두 번의 갈림길이 나오지만 모두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나무 사이로 양수발전소가 보인다. 오른쪽 방향에 계단이 보여 올라가보면 삼랑진양수발전소 준공기념탑과 함께 소공원이 꾸며져 있다.

산을 벗어나면 양수발전소 정문과 주차장이 보인다. 도로 따라 5분 정도 내려가면 안태슈퍼가 나타나고 건너편 안태마을회관 앞이 버스정류장이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 전에]
근교산 취재팀은 천태산을 여러번 답사하여 소개를 하였다. 여러번 정상을 밟아 보았지만 새로운 산길을 찾아 근교산에 목말라 있는 마니아에게 새 길을 안내한다. 천성산 영축산과 함께 양산의 3대 명산으로 불리는 천태산은 큰 바위를 태산같이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하여 천태암산으로도 불렸다. 천태라는 지명은 부은암의 주산 이름에서 파생되었다는 설이 있다.

용당리의 기존 등산로에서 출발하면 용연폭포와 천태사 천태계곡 천태슬랩 등 볼거리가 많다. 북쪽의 숭촌은 밀양시 10대 오지중에 속하는 마을로 금오산과 연결되는 고개 위에 있다. 지금은 숭촌과 해암 두마을이 합해져 행곡의 안쪽인 안촌이 되었다 한다. 편안한 마을이 되라는 뜻의 한자 표기음인 안촌은 밀양과 양산을 넘어 다니는 고개라 해서 사잇길목 샛길목이라하며 사이목 샛목으로도 불렸다. 날머리의 안태는 밀양에서 가장 살기좋은 마을로 꼽힐 정도였다 한다. 안쪽의 태평한 마을이라하여 안태라 부르고 있다. 지금은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 삼랑진양수발전처로 봄이면 상하부 댐간 벚꽃길이 장관을 이루고 천태산 정상에서 보는 낙동강의 낙조는 자연의 신비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시간이 허락할 경우 김수로왕의 전설이 살아 있는 부은암을 둘러보면 좋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역에서 원동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30분, 8시10분, 8시35분에 출발한다. 화~목 4천4백원,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 6시 이전까지는 4천9백원,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일요일까지는 주말요금(5천2백원) 적용. 원동역에서 내려 바로 보이는 원동파출소 앞에서 내포마을로 가는 버스(원동역~어영동)를 탄다. 출발시간은 오전 9시30분, 10시5분. 900원. 또는 지하철 2호선 종점인 호포역에서 오전 8시40분 137번 버스를 이용하여 원동초등학교 앞에서 하차한다. 100m 내려서면 원동역이다. 700원.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안태마을에서 삼랑진역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3시, 5시40분에 출발한다. 900원.

삼랑진에서 부산역에 닿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3시6분, 3시46분, 4시6분, 4시50분, 5시35분, 6시1분 등 자주 있다. 삼랑진에서 부산까지는 부산~원동 구간 요금과 같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2.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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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가끔 저에게 이렇게 문의합니다. 천태산이 밀양시 삼랑진읍에 있는 산이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천태산은 밀양시 삼랑진읍과 양산시 원동면의 경계에 있습니다.
근데 제가 양산 원동 천태산이라고 밝힌 이유는 제가 펴낸 <원점회귀 근교산> 중 편의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산행 들머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즉 산행 시작 지점이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일 삼랑진에서 출발한다면 밀양 삼랑진 천태산이라 표기될 것입니다. 실제로 국제신문 근교산&그너머 제572회에는 밀양 삼랑진 천태산~금오산으로 소개했습니다. 참고하시길.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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