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잎에 김 한 장을 올려놓고 실파와 마늘 고추 등 각종 야채와 미역을 곁들인 다음 과메기 한 점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그 맛은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과메기 생산의 1번지 구룡포. 정확히 말하면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약간 비릿한 바다내음에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살맛이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 과메기. 언제 먹어도 식상하지 않고 되레 반갑기만 하다.

  과메기는 1월이 지나면 사실상 끝이라고 하지만 막상 가보니 2월말까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족보있는 음식 '과메기'
구룡포항을 벗어나 31번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과메기'라고 적힌 커다란 입간판이 눈길을 끈다. 과메기 덕장이 푸른 바다와 하얀 포말과 한데 어울려 독특한 풍광을 보여준다.

 과메기를 굳이 범부들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표현하자면 '꽁치 숙성회' 혹은 '꽁치 말림'. 원래 과메기는 꼬챙이로 청어의 눈을 꿰어 말렸다는 '관목어'(貫目魚)에서 유래한 말. 영일만 부근에선 '목'(目)이란 말을 흔히 '메기'로 불렀기 때문에 '관목'이란 말이 '관메기'로 불리다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과메기'로 정착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예부터 구룡포 연안은 청어의 주산지. 겨울철 특별한 먹을 거리가 없던 구룡포에서는 이 청어가 더없이 좋은 식량자원이었기에 사람들은 이를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들은 부엌 살창(채광을 겸한 통풍구) 입구에 청어를 걸어 찬바람에 얼렸다가 부엌 땔감의 연기에 녹였다를 반복, 얼말린 과메기를 만든 것. 당시엔 술안주보다는 밥 반찬으로 더 많이 애용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메기는 조선시대 동국여지승람 등 각종 문헌에도 기록이 나와 족보있는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70년대 들어서 청어가 연안에서 자취를 감추자 대체어로 꽁치가 사용됐고, 이어 연안에서 꽁치 조차 어획량이 급격히 줄자 10여년 전부터 러시아 쿠릴열도 부근에서 잡은 원양꽁치가 과메기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원양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국내 연안의 청어나 꽁치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등 영양학적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나다는 사실이 입증돼 이제는 과메기 재료로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는 것.

 이외에도 과메기는 숙취해소를 돕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주가의 사랑을 덤뿍 받고 있다.

 과메기는 '통마리'와 '배지기' 두 종류가 있다. 통마리는 말그대로 통째로 숙성시킨 것이고 배지기는 배를 따 뼈와 내장을 걷어내고 말린 것. 현지인들은 피가 나오고 내장이 흘러내리는 통마리를 즐긴다. 배지기는 과메기가 외지에 알려지면서 외지인들을 위해 고안된 것. 외지인들이 통마리를 약간 혐오스러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구룡포 과메기생산자 영어조합법인 김점돌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이곳 사람들은 원래 과메기를 초고추장에 찍어 김에 싸먹었다"며 "지금과 같이 각종 야채를 곁들이는 방법은 외지에서 개발돼 역수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막상 덕장에 가보니 그냥 해풍에 말리면 저절로 숙성되는 줄 알았던 과메기는 온도 습도 바람 등을 고려해야 하는 그야말로 과학과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먹을거리였다.

 "무작정 햇빛에 말리면 딱딱해집니다. 또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밤에 실외에 그대로 놔두면 얼어 하얗게 변합니다. 그러면 상품성은 제로이지요. 제 자식처럼 사랑과 관심을 듬뿍 줘야 먹음직스러운 과메기로 태어납니다." 구룡포 진강수산 최정만 대표의 설명이다.

 과메기는 우선 세척과정을 필수입니다. 바닷물로 한번, 바닷물과 민물을 섞은 기수로 한번, 그냥 민물로 한번 등 세번의 세척이 되야 비린내와 기름 및 불순물이 제거된답니다.

세척과정입니다.

세 차례 세척한 꽁치를 건조대에 옮깁니다.
햇빛에 말립니다.

.

여러 대의 선풍기가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온도계도 있습니다. 창문도 많습니다.

연탄난로도 준비돼 있습니다.


진강수산 최진만 대표가 과메기 숙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으로 가른 과메기가 붙으면 안 된다며 작대기로 일일이 분리시키는 최진만 대표.

정말 정말 손이 많이 가는 과메기입니다.



바람은 북서풍이 90% 일때가 제일 좋다고 합니다. 최 대표는 바람에 따라 과메기의 비린내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 모든 조건이 맞지 않으면 건조실로 들어갑니다.

 건조실은 온도 습도 바람 조절을 위해 창문이 아주 많습니다. 온도계와 선풍기 연탄난로 등이 준비돼 있습니다. 급작스런 기후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랍니다.

 일반적으로 과메기의 숙성 조건은 습도는 45~55%이며 30% 이하로 떨어지면 아삭아삭해진답니다. 온도는 10~20도일 경우 2박3일~3박4일, 5~10도 일땐 4박5일 정도가 지나야 숙성된답니다.

 여기에 반 가른 과메기가 붙으면, 그 붙은 부위의 숙성이 달라진다면 일일이 긴 대나무 꼬챙이 분리해야 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된답니다. 

사실 저는 그냥 햇빛에 말리는줄 알았습니다. 한 톨의 쌀알이 농부의
땀방울이듯 과메기 한 점도 덕장의 적지 않은 사람들의 노고가 배어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날 냉동 수입산 꽁치가 들어왔습니다. 제일 아래 사진은 냉동실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