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의 산으로 알려진 금오산, 이번엔 칠곡군에서 올라
일명 눈물폭포와 선녀탕, 경북 칠곡 금오동천 경관 압권
9부 능선 축구장 면적 절반 되는 평지, 조선 땐 전략적 요충지
절벽 아래 위치한 약사암, 부처바위, 굴법당 등 볼거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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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폭포 및 벅시소(왼쪽)와 제4폭포에서 제3폭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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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폭포 및 용시소(왼쪽)와 제2폭포 및 구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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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중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하던 높이 15m의 일명 눈물폭포는 수려한 경관으로 많은 산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나라 도립공원의 효시, '경북 8경' 중 하나, 경북의 '금강산'. 금오산 앞에는 언제나 이같은 수식어가 떠나질 않는다. 수려한 경관뿐 아니라 답사를 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역사 속의 볼거리가 곳곳에 보석처럼 쏙쏙 박혀 있기 때문이다.

 경북 구미시 칠곡군 김천시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금오산은 이름부터 우선 의미심장하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구미땅에 머물 때 태양에 산다는 황금까마귀, 금오(金烏)가 이 산의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본 후 명명했다고 전해온다.

 산세 또한 독특하다. 품안으로 들어서면 8부 능선쯤에 뜻밖에도 너른 분지가 형성돼 있으며 그 아래쪽은 칼날같은 절경의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이는 천혜의 요새로 이어져 우리 선조들은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산릉을 따라 성을 구축,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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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의 끝, 성문 입구(왼쪽)와 여기서 50m쯤 가는 만나는 산상 습지.


 수년 전 북릉에 해당되는 구미 코스를 소개한 산행팀은 이번엔 칠곡 쪽에서 금오동천을 품은 남릉을 통해 올랐다. 금오동천길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북릉 코스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금오산을 금정산에 비유하자면 널리 알려진 구미 코스는 동문 내지 범어사 코스라 할 수 있고, 칠곡 쪽 금오동천 코스는 아직도 인적이 드문 양산 쪽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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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규모의 절반인 성안(왼쪽)과 성안 내의 샘터인 금오정.

 산행은 칠곡군 북삼읍 숭오1리 금오식당~금오동천(1폭~4폭)~범바위~옛 집터~성문 입구(안내판)~습지~성안·정상 삼거리~성안(금오정)~금오산 정상(976m)~약사암~금오산 정상~헬기장~도수령·금오동천 갈림길~소림사·금오동천 갈림길~부처바위~석굴(법당)~소림사~석암사~금오사~굴암사~도로. 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하지만 도중 볼거리가 무궁무진해 산행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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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는 '금오동천' 식당가의 맨 마지막집인 금오식당 옆으로 열려 있다. 입구엔 '폭포가는 길 1.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좁다란 오솔길로 7분쯤 갔을까. 벅시소(제4폭포)를 만난다. 사실 폭포라 하기에 좀 쑥스럽다. 소는 그대로 봐줄 만하다. 차라리 소 옆으로 솟은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에 더 눈이 간다. '벅시소'라 적힌 이정표를 보고 내려서면 폭포 상류 쪽과 만나므로 산길 좌측 기암절벽이 보일 때 계곡 쪽으로 내려가야 폭포 밑으로 내려서게 된다. 유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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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정상 현월봉(왼쪽)과 약사암의 일주문인 동국제일문.

 용시소(제3폭포)는 벅시소에서 6분 뒤. 산길도 있지만 그냥 계곡을 따라가면 만난다. 앞서 본 폭포에 비해 높이는 더 높지만 소는 오히려 좁다. 폭포 좌측 암벽을 타고 한 굽이 더 올라서면 그제서야 제법 폭포다운 폭포가 숨어 있다. 제2폭포와 구유소이다. 골짜기에 박힌 해골을 닮은 바윗덩어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일품이다. 이번엔 폭포 우측으로 올라선다. 바위가 계단식으로 홈이 패어 있어 오르는 데 별 문제는 없다.

 용시소에서 100m쯤 더 올랐을까. 선녀탕(제1폭포)이라고 적힌 제법 큰 안내판이 서 있고, 그 우측으로 제1폭포와 선녀탕이 숨어 있다. 안내판을 읽고서야 궁금증이 비로소 풀린다. 선녀탕은 용마를 타고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을 했던 곳이며, 제1폭포는 목욕 중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하던 곳이라 일명 눈물폭포라 불린단다. 또 용마가 물을 마신 곳이 구유소, 몸을 씻은 곳이 용시소이다. 하지만 벅시소에 대한 언급은 없다. 15m 높이의 눈물폭포는 그 사연과 달리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눈물폭포를 지나면서 금오동천 골짝은 산세가 완전히 달라진다. 4개의 소와 폭포가 눈요기를 듬뿍 시켜준 초반부와 달리 이후 산길은 다소 지루할 정도로 끊임없이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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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약사암 삼성각(왼쪽)과 하산길 전망대에서 본 금오산 정상 및 약사암의 절승.


 산길은 폭포 우측 침목계단으로 이어진다. 침목계단 끝 지점이 자연관찰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7분 뒤 자연관찰로가 끝나는 지점이라 이를 정리하는 종합안내도와 돌탑이 서 있다.

 계곡을 건넌다. '정상 2.6㎞, 성문 1.7㎞'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산길은 반듯해 길찾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금오산성 및 등산안내도가 나란히 서 있는 성문 입구까지는 1시간쯤 걸린다. 애오라지 숲길이며 도중 끊어졌다 이어지는 물길은 정확히 네 번 건넌다. 범바위도 지나며 딱 한 번 숲을 벗어난다. 화전민들이 살았던 옛 집터로 지금은 잡풀이 우거져 있다. 운이 좋으면 산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맛볼 수 있다.

 오름길의 끝, 성문 입구서부턴 신기하리만치 경사가 사라진 평지이다. 안내판에서 50m쯤 가면 산상 습지. 낙엽송 한 그루가 쓰러져 있는 이곳엔 한눈에 봐도 개구리들이 한가롭게 물질을 하고 있다.

 이내 삼거리. 우측 정상으로 바로 가는 대신 좌측 성안을 거쳐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성안 가는 길은 호젓함을 넘어 으스스한 숲길이다. 나무다리 건너 만나는 성안은 축구장 면적의 절반쯤 되는 평지. 금오정(金烏井)이란 샘이 길섶에 있고 한 켠에는 대피소로 이용되는 정자 둘과 목장승 및 돌탑이 서 있다. 이곳 성안에서 분출하는 물은 금오산 주계곡인 대혜골 명금폭포를 거쳐 금오산저수지로 채워진다.

 산속에 이처럼 평지에 물이 많다 보니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에 대비, 3500명의 군사가 주둔했고 이후에도 쭈욱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지 않았나 싶다. 성안에선 비로소 정상이 보인다. 성안 입구로 되돌아가 나무다리를 건너 왔던 길로 가지 않고 좌측으로 향한다. 30m쯤 가면 고색창연한 비석이 보인다. 조선 고종 때 만든 금오산성 중수송공비이다.

 8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금오동천 방향 즉 하산길, 왼쪽 정상으로 향한다. 9분 뒤 집채 만한 바위 옆으로 경사진 암반을 오르면 시야가 트인다. 좌측 칠곡, 정면 김천, 우측 뒤가 구미이다. 발밑에는 신기하리만치 방금 지나온 성안 지역이 푹 꺼진 독특한 산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상을 향해 숲으로 들어선다. 정상 직전 옛 미군 부대였음을 알리는 철조망 앞에서 잠시 이정표를 눈여겨보자. 우측 북삼(금곡) 방향이 향후 산행팀의 최종 하산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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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암 범종루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옆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미시가지. 한 일 자로 펼쳐지는 백사장과 물줄기가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다.


 '금오산 현월봉(懸月峰)'이라 적힌 정상석은 크지만 초라하다. 바로 옆에는 엄청난 높이의 KBS송신탑이 흉물스럽게 서 있기 때문이다. 서쪽으로 삼도봉 민주지산 황학산 등 백두대간 산줄기가, 남서쪽으로 가야 수도산이, 동으로 팔공산이 시원하게 펼쳐져야 하지만 아쉽게도 날씨가 좋지 않아 볼 수 없다.

 정상석 아래 열린 길로 내려선다. 신라 고승 의상이 참선했다고 전해오는 약사암이다. 정상 암봉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TBC 송신탑을 지나면 제법 너른 길과 만난다. 좌측은 대혜골을 거쳐 구미 쪽 관리사무소로 내려가는 길, 산행팀은 일주문인 '동국제일문'으로 간다. 하늘을 찌를 듯한 절벽 사이,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통천문을 통과하면 만난다. 절벽 위 오롯이 터잡은 약사암에 서면 낙동강 품에 안긴 구미시와 발아래 금오산 도립공원 입구가 한눈에 펼쳐진다. 여기에 구름다리로 연결해놓은 범종각은 여느 암자에서도 만날 수 없는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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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전망대에서 본 칠곡군 북삼읍 일대. KTX 철로가 북삼읍을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 미군 부대 철책을 따라 이정표가 가리키는 '북삼(금곡)' 방향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급내리막길로 내려선다. 곳곳에 산성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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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미륵)부처바위(왼쪽)와 굴법당.

 13분 뒤 갈림길. 이정표가 없어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다. 우측은 성안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오른다. 이는 성벽 따라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곧 이어 만나는 전망대에선 금오산 정상 암봉과 그 절벽 아래 약사암 및 범종각이 보인다. 한 폭의 그림같다.

 6분 뒤 갈림길. 좌측 도수령 방향 대신 금오동천 방향으로 직진한다. 7분 뒤 또 갈림길. 직진하면 원점회귀가 되지만 볼거리가 많은 좌측 굴암사 소림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6분 뒤 너른 전망바위를 지날 때면 저멀리 보현산과 팔공산이, 발아랜 칠곡군 북삼읍과 KTX 철길도 보인다.

 이어지는 내리막길. 밧줄을 잡고 내려오면 독특한 형상의 바위가 눈에 띈다. (미륵)부처바위다. 인근에는 움막을 짓고 사시사철 치성을 드리는 팔순을 바라보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부처바위 아래 갈림길에선 우측 대신 좌측으로 내려가야 굴법당을 바로 만난다. 우측 탑 쪽으로 내려서도 하산에는 관계없지만 굴법당을 지나치기가 쉽단다.

 밧줄에 의지하고 철계단을 내려서면 굴법당. 자연 석굴 안에 부처님을 모셔놓은 기도처다. 10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규모이다.

 굴법당을 지나면 사실상 산행은 끝. 독립가옥과 소림사를 지나면 산을 벗어나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석암사 굴암사 금오사를 지나 도로와 만난다. 굴법당에서 18분 걸린다.

#떠나기전에-산 정상 오래 전 철수한 미군 시설물 등 하루빨리 철거해야

혹자들은 흔히 금오산 하면 야은 길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채미정,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 산을 울릴 정도로 물소리가 우렁차다는 명금폭포(대혜폭포) 등을 떠올리지만 이는 구미 쪽에서 오를 경우 만나는 볼거리다. 금오산 탐방객의 십중팔구가 구미 쪽 등산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금오산의 총면적은 37㎢. 구미 21㎢, 김천 칠곡이 각각 8㎢여서 사실상 구미의 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산행팀은 칠곡 금오동천 코스로 올랐다. 해서 칠곡 금오산으로 표기했다. 이 코스는 호젓한 산행을 원하는 산꾼들이 늘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다. 참고로 금정산의 면적은 23㎢이다.

 금오산 정상은 흉측스럽기까지하다. 운용중인 방송사 송신탑은 그렇다 치고 오래 전 철수한 미군부대 시설물과 심지어 무선호출(삐삐) 송신탑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산정은 각종 송신탑에 정신이 없고 산밑으론 고속철이 오가는 북삼터널이 뚫려 정기마저 빠지는 기분이다. 터널이야 어쩔 수 없지만 산정의 각종 시설물은 지자체가 정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처바위 옆에는 움막을 짓고 치성을 드리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부처바위 아래 갈림길에서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왔지만 우로 40m쯤 내려서면 돌탑이 하나 있다. 무미건조한 기존의 돌탑과 달리 제법 탑의 양식을 갖춘 세밀한 탑이다. 또 한 가지. 금오식당 옆 들머리 이전에 대형 '금오산 등산로 안내도' 옆으로 새 등산로가 열려 있다. 이는 학생들을 위한 자연관찰로. 물론 두 길은 벅시소 앞에서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교통편-경부고속도로 왜관IC서 나와 왜관 김천 방향 4번 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를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왜관IC~왜관 4번 우회전~김천 구미 성주 4번 좌회전~김천 성주~김천 구미~김천~영동 김천~대형 금오산 도립공원 안내도 무시하고~복성삼거리서 영동 김천 남구미IC 직진~금오동천 안내판~공영 주차장 순. 평일엔 들머리 옆 금오식당 소유 주차장에 주차하면 되지만 주말에는 거리가 좀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세워야 한다. 100% 원점회귀가 안 되므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택시(054-973-2233, 8250)를 불러야 한다. 택시는 소림사 아래 너른 터까지 올라온다. 넉넉잡아 10분이면 온다. 금오동천까지 1만 원.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부산역에서 오전 7시55분 경부선 무궁화호를 타야 단 한 번뿐인 연계버스 시간이 맞다. 2시간 걸리고 9900원(주말 1만400원). 구미역에서 오전 10시10분 출발 62번 버스를 타고 금오동천 입구에 내리면 된다. 45분 걸리고 1850원. 날머리에선 택시를 불러 북삼읍(1만 원)으로 이동한 후 여기서 11, 111번 버스를 타고 구미역에서 내리면 된다. 각각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구미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무궁화호 오후 4시56분, 5시30분, 6시41분, 8시30분, 새마을호 오후 4시59분에 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금동산에서 바라 본 낙동강변은 언제 봐도 넉넉하고 포근하다.
강변의 비닐하우스, 산 기슭의 조그만 마을, 강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경부선 열차의 평화로운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한국화를 연상시킨다.
시나브로 찬기운이 자취를 감추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두터운 외투가 왠지 둔해 보이고 거리엔 밝은 색상의 가벼운 복장을 한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하지만 예상외로 산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처녀의 겨드랑이를 타고 온다는 봄바람으로 인해 몸과 마음은 근질근질한데 딱히 떠나야 할 산을 쉽게 정하지 못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눈꽃산행은 늦은 감이 있고 꽃산행은 시기상조다.

신문의 등산가이드 난에 소개되는 산들이 1년 중 가장 다양한 것도, 국제신문 산행팀이 ‘좋은 산 한 군데를 추천해 달라’는 문의전화를 가장 많이 받는 때도 바로 이 시기이다.





김해 금동산(琴洞山·463.5m).



주말 모처럼 늦잠을 잔 후 가족과 함께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야트막하고, 낙동강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산이다.



경남 김해시 상동면의 여차리 감노리 대감리에 걸쳐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을 자랑하는 금동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볼 산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금동산 산행의 매력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 남으로 남으로 700리를 쉼없이 내려온 낙동강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산행 내내 관망할 수 있다는 점. 낙동강과 가장 절친한 산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부산시와 부산시민들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목가적인 전원풍경을 오랫동안 안겨다 준
낙동강보다는
 항만이나 물류, 친수공간 등등을 앞세우며 바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온 것이 그동안의 현실. 이 참에
낙동강의
진가를 새삼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사방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정다운 산, 그 기슭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작은 마을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강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경부선 열차의 평화로운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한국화를 연
상시킨다.



금동산을 향해 가는 버스 안에서도 낙동강변의 아름다운 정취가 흠뿍 배어난다. 매리취수장을 지나면서
달리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들머리는 여차리 요셉자립장. 용산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5분 정도 거슬러 가면 된다. 나이 많은
산꾼들에겐 용당나루터 근처라고 하면 ‘아굩 그곳’이라며 옛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옛날 인근 무척산 산행 때 버스 타고 산행한 후 용당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넌 후 원동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귀가하던 소위 ‘타고’ 산행의 중심지에 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나룻배가 사라져 단지
추억으로만 남은 그곳 용당나루터.



산행은 요셉자립원~주능선~철탑~석룡산 갈림길~전망대~정상 바로 밑 갈림길~금동산 정상~경주 손씨묘
~용전마을 순으로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초입부분은 길이 묵은데다 이마저 희미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요셉자립원 정문 앞 오른쪽 산길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길이 묵어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었음을 암시한다.
길 옆의 대역사 현장은 대구에서 밀양~구포로 이어지는 중앙고속도로 공사장.



길이 점점 좁아지고 나뭇가지가 앞을 가로 막는다. 헤쳐나가느라 신경이 쓰일 뿐 아니라 체력 소모 또한 심하다.



25분쯤 뒤 마침내 주능선. 이렇게 푹신푹신한 낙엽길을 만날 줄이야. 동시에 길 왼쪽 편에 낙동강의 도도한
물길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저 멀리 강 건너편에는 원동역과 그 뒤 배내골로 연결되는 골짜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원동마을 뒤에는 토곡산과 용골산 오봉산 금정산이 이어져 있다.



곧 봉분이 낮은 무덤을 지나면 왼쪽에 바위 전망대. S자를 뒤집어 놓은 모습으로 낙동강이 흐른다. 평온함
그 자체다. 강변 너른 옥토에는 비닐하우스가 빼곡히 차 있다. 간간이 지나는 경부선 열차 또한 정겹다.



10분 뒤엔 낙동강 물줄기와 산행길이 나란히 달린다. 강건너 경부선 철길까지 포함한다면 산길 물길 철길이
삼위일체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발목까지 낙엽이 빠진다. 조금 더 나아가면 길 좌우 모두 낙동강이 보인다.
이 때부터 크게 보아 능선이 반시계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나뭇가지를 피해 고개를
숙이고 헤쳐나가야 한다.

철탑을 지나면 다시 좌우에 낙동강이 보이고, 주변 소나무의 경관이 빼어나 발을 잠시 머무르게 한다. 다시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정면에 금동산 정상이 나무에 가려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낸다.



 


곧 석룡산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석룡산 너머로 신어산이 보이고, 왼쪽방향인 낙동강 건너편에는 구덕산, 엄광산, 백양산이 손에 잡힌다.



직진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정면에 부산의 진산 금정산도 보인다. 작은 봉우리를 2개 넘어 이번엔 암봉에 닿는다. 금동산 정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제부턴 암릉길. 이끼 낀 바위길을 오르면 왼쪽에 전망대. 그 옆에 안테나가 서있다. 낙동강이 한 일자로 흐른다. 그 뒤 우뚝 선 산이 토곡산 정상. 이제부터 움직이는 곳 모두가 전망대.



정상 조금 못미쳐 갈림길. 왼쪽 매리마을. 흔히 매리마을에서 출발, 금동산을 거쳐 석룡산으로 하산하는 길도 산꾼들이 애용하는 코스.



직진해 바싹 마른 억새숲을 지나면 곧 정상. 정상석은 없고 발밑에 삼각점만 보인다. 정면에 동신어산, 왼쪽에
석룡산이 보인다. 하산은 남쪽으로 직진한다. 경사가 완만한 오솔길이다. 20분쯤 뒤 경주 손씨묘를 지나면 사거리.
오른쪽으로 내려서 작은 계곡을 건너 30분 정도 걸으면 대감리 용전마을 표지석. 이어 도로와 만나면
왼쪽으로 가 상동면사무소 앞 슈퍼에서 구포행 버스를 타면 된다.







◇ 교통편 - 구포역 인근에서 버스로 40분 소요



구포역에서 나와 육교를 건너지 않고 왼쪽(사상 방향)으로 150m 정도 가면 고가다리가 나온다. 그 고가다리
밑에 김해여객(055-337-3751) 대동·상동행 버스정류소(종점)가 있다. 이 곳에서 여차행 버스를 타 김해 상동면
여차리 용당초등학교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10분, 10시10분, 11시30분, 낮 12시50분, 오후 2시30분 출발. 40분
 정도 걸린다. 2200원.



구포역까지는 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서 내려 ‘구포역’ 방향으로 올라와 골목길(입구에 이정표 있음)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산행 날머리인 상동면사무소 근처 슈퍼 앞 버스정류소에서 구포행 버스는 오후 1시30분, 3시, 4시30분, 6시,
7시(막차)에 있다. 1700원.





◇ 낙동강하구 조망 산행은



산행을 하면서 강이나 바다를 관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행운이다.



해운대 장산에 오르면 해운대의 푸른 바다와 그림같은 광안대로가 눈앞에 펼쳐지고 김해 금동산에 서면
낙동강의 도도한 물줄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해운대 앞바다와 광안대로가 비교적 화려하고 광활하다면 낙동강의 푸른 평야는 어머니의 품처럼
후덕하고 포근하다.



김해 금동산이 산행 내내 낙동강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다면 을숙도를 비롯해 크고작은
모래섬으로 이뤄진 낙동강 하구 일대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산은 어디일까.



산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몰운대에서 출발하는 낙동정맥의 한 구간인 아미산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다대동방아파트 건설을 위해 부지조성공사를 하는 등 서서히 망가져 가고 있지만.



산행 출발점은 다대포 몰운대성당 앞.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버스를 내려 길을 건넌 후 다대대우아파트를
지나 다선중학교와 몰운대사회복지관 부설 어린이 집을 지나면 만날 수 있다.



산행길 입구에 서면 그 명성에 걸맞게 다대포해수욕장과 모래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쪽 끄트머리에는
백합등 도요등 장자도 진우도 눌차도 등 눈에 보이는 모래섬의 사진을 붙여 실제 모습과 비교할 수
있도록 ‘낙동강 하구 조망도’가 친절하게 서있다.



산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모래섬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상까지는 40~50분 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가족 산행지로도 적합하다. 정상에서 갈라지는 응봉봉수대에서도
다대포해수욕장과 낙동강 하구 일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억새산행으로 유명한 승학산에서도 낙동강 하구 일대의 조망이 가능하다.



승학산은 도심에 위치, 부산시내 여러 지역에서 들머리를 마음대로 잡을 수 있다.



사하구 동아대 하단캠퍼스를 비롯해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 동구 안창마을, 부산진구
통일교 범내골성지 또는 가야1동 현대아파트, 사상구 학장동 등.



승학산에서 낙동강 하구 일대를 감상하려면 정상 부근에 도달해야 한다.



이밖에 거리는 비교적 멀지만 가덕도의 주봉인 연대봉이나 금정산과 이어지는 백양산에서도 낙동강 하구
일대를 볼 수 있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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