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하다 그래서 발길이 오래 오래 머문다
이웃 적석산에 가려 산꾼들 몰라 호젓한 산행
헌걸찬 암릉구간 일품, 남해 바다 한눈에
지리 천왕봉, 하동 금오산, 광양 백운산도 보여
걷는 시간만 4시간20분 인근 양촌온천 피로 싹 

산행 초입.
산행 중 만난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적석산(왼쪽)과 깃대봉(오른쪽).
암봉인 430봉에 선 산행팀.
430봉의 높은 지점에서 낮은 지점으로 본 모습. 앞서 본 적석산(왼쪽)과 깃대봉(오른쪽)이 보인다.


 세상사가 늘 그렇듯 이등은 이등일 뿐이다. 오직 일등만 부와 명성과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런 팝송도 있지 않았던가.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 물론 의미있는 이등도 잠깐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하지만 대개 그때뿐이다. 그래서 이등은 언제나 서럽다.

산도 예외는 아니다. 애오라지 나 홀로 평가를 받는다면 정말 괜찮은 산이지만 인근에 지명도 높은 명산이 떡 버티고 있으면 그저 찬밥에 다름 아니다.

담양 병풍산과 추월산의 관계가 대표적 사례. 병풍산은 사실 내로라하는 명산의 반열에 슬쩍 끼워 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병풍산은 담양호를 끼고 솟은 추월산의 그림자에 가려 한동안 무명으로 쓸개즙을 되씹었다.   
   
그래도 병풍산을 부러워하는 산이 하나 있다. 고성군과 이웃한 마산 진전면에 있는 인성산이다. 인성산은 병풍산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들조차 금시초문이고, 마산시 홈페이지에도 찾을 길이 없다. 인성산에서 팔을 뻗으면 손에 잡힐 듯한 적석산(積石山)은 버젓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인성산(仁星山·644m)은 서럽고 또 서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성산은 적석산에 버금간다. 이름 그대로 어질게 무명으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별처럼 빛날 날이 시나브로 찾아온 것이다.

겉모습은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아기자기한 암릉 구간이 일품이고 곳곳에 열린 바위전망대에선 고성과 마산 거제 진해 쪽의 쪽빛 바다가 유혹한다. 여기에 산행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단지가 코앞에 있고 인근에는 입맛 당기는 돼지주물럭집이 몰려 있다.

온천단지가 몰려 있는 양촌마을과 돼지주물럭으로 유명한 대정마을을 경계로 적석산과 마주보고 있는 인성산은 적석산의 장점을 공유하면서도 인적이 드물어 '나만의'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높이 또한 인성산이 152m나 높아 조망이 더 넓다.

산행은 진전면 금암리~여항우체국~김해 김씨묘~430봉~사거리 고개~561봉~인성산~정상석 봉우리~474봉~334봉~남평 문씨묘~마창진 축협 한우개방단지 사료판매장(대정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이정표 하나 없지만 촘촘하게 안내 리본을 매달아 산행하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하다.   


 대정마을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대정식육식당을 지나 금암리 방향으로 800m쯤 가면 금암리 정류장. 여기서 10m쯤 가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60m 전방에 여항우체국이 보인다. 우체국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면 대형 전봇대 뒤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30m쯤 바짝 오르면 낙엽과 솔가리가 수북한 송림터널이 기다린다. 이후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묘지가 나타난다.

들머리에서 30분이면 방치된 무덤이 위치한 전망대에 선다. 우측으로 여항산, 11시 방향 깃대봉과 그 왼쪽 적석산이 보인다. 적석산은 소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확인될 뿐이다.

계속되는 오름길의 연속. 7분쯤 뒤 힘든 된비알이 사실상 끝나고 길은 우측으로 휜다. 대신 길은 잡목이나 잔가지가 얼굴을 때릴 만큼 거칠고 폭은 좁아진다. 심할 경우 아예 길이 사라지기도 한다. 깔끔한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서 바윗길이 기다린다. 우회하기도 하고 바로 넘기도 하고 때론 바위군 사이를 통과하며 오르내린다. 그러다 한순간 정면 봉우리를 앞두고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안부에서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른다. 왼쪽 저 멀리 여항산에서 서북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길이 한 일 자로 보인다.

쉼없는 된비알. 아주 미끄러운 낙엽길이다. 6분쯤 지났을까. 길 우측 전망대바위가 기다린다. 발아랜 들머리 마을과 그 뒤로 볼록볼록 솟은, 구름다리가 보이는 적석산, 그 우측 깃대봉, 다시 그 우측 뒤로 뜻밖에도 저 멀리 눈덮인 지리산 천왕봉과 남부능선이 확인된다.
  
뜸하던 암릉길이 이때부터 재차 모습을 드러낸다. 재밌는 점은 바위 전부가 얇은 시루떡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처럼 층리면이 발달한 수평층의 퇴적암이다. 이웃한 적석산과 똑같다. 암릉에서 내려와 잠시 만나는 산길 역시 아주 거칠다. 곧 집채만한 바위가 버티고 있다. 밧줄이 필요할 것 같지만 대충 나무를 잡고 오른다. 암봉인 430봉이다. 적석산 좌측으로 고성 쪽의 철마 거류 벽방산도 보인다. 시원한 전망과 달리 아뿔싸, 내려서는 지점을 찾을 길이 없다. 우왕좌왕 살펴보다 결국 바위 우측으로 내려선다. 꽤 험하지만 그래도 이곳밖에 없다. 내려서도 연이어 바윗길이 잠시 이어지다 낙엽길로 변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겉으로 드러난 조그만 바위 모양이 독특하다. 거북 멧돼지 공룡 등등.

           인성산은 높지 않지만 크고 작은 기암절벽이 있어 시종일관 정신을 놓아선 안된다.

 낙엽길은 수북한 낙엽 아래 크고 작은 돌이 있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조심해야 한다. 물론 잡목이나 나뭇가지는 피해가야 하며 적당한 오르내림도 있다.

이렇게 30분. 사거리 고개에 닿는다. 완경사 오름길로 직진한다. 도중 연안 차씨묘도 지난다. 아주 힘들진 않지만 은근히 힘을 뺀다. 15분쯤 뒤 561봉. 바로 올라도 되고 좌측 산허리길로 우회해도 된다. 우회하면 처음엔 길이 반듯하지만 나중엔 희미해지기 때문에 봉우리로 바로 오르길 권한다.

어느 지점부턴가 우측으로 남해안의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행팀이 명명한 지네바위.
뜻밖에 지리산 천왕봉도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어느 지점부턴가 우측으로 남해안의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도중 꼬리부분이 가늘고 바위가 토막토막 나 있는 일명 '지네바위'와 소나무 아래 두 사람이 겨우 설 정도의 바위전망대도 잇따라 지난다. 이 전망대에 서면 상봉과 정상석이 서 있는 암봉 지점과 향후 갈 능선, 앞서 본 고성의 산들에 이어 거제도의 산들까지도 한눈에 보인다.

정상은 10여 분 뒤 선다. 동시에 갈림길이며 조망이 거의 없다. 왼쪽은 서북산 여항산 봉화산 베틀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이때부터 안 보이던 안내 리본이 등장한다. 곧 소나무 아래 전망대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주변 조망을 한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철탑이 서 있는 광려산과 대산, 그 우측 뒤로 봉림산 비음산 대암산 용지봉 불모산 시루봉 진해시가지, 그 우측 뒤로 부산 장림 다대포, 다시 우측으로 가덕도 연대봉과 신항만, 거제도 대금산 그리고 발아래 번화가인 진동면소재지와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치형으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도 보인다.

발아래 번화가인 진동면소재지와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치형으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도 보인다. 그 뒤로 부산 장림 다대포, 다시 우측으로 가덕도 연대봉과 신항만, 거제도 대금산도 확인 가능하다. 
인성산 정상에는 정상석이 없다. 정상에서 10분쯤 내려가면 서 있다. 이곳이다. 이곳에 서면 마산 거제 진해 창원 심지어 부산까지도 시야에 들어와 감탄사가 절로 인다. 등 뒤론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7분뒤 정상석이 서 있는 암봉. 앞서 본 조망이 더 크게 넓게 보이는 건 물론 우측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남부능선을 기점으로 왼쪽 하동 금오산, 사천 와룡산, 광양 백운산, 오른쪽 진주 달아산 장군봉 등이 확인된다. 진짜 정상은 아니지만 조망이 빼어나 정상석이 서 있을 만하다.

이후 부턴 줄곧 암릉지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점이 거의 다 전망대라고 봐도 된다. '좌 마산 앞바다, 우 지리산'을 감상하며 걸을 땐 콧바람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내달리기만 하는 길은 결코 아니다. 크고 작은 암봉이 막기도 하지만 바로 올라도 되고 우회해도 상관없다. 하산하면서 보는 각도가 달라져 지리산 우측으로 웅석봉과 황매산이, 좌측으로 거제 고현 앞바다 쪽 삼성중공업과 계룡산이 확인된다.

하산길 도중에도 바다는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어지는 산길. 정상석 봉에서 40분이면 무명봉 정점에 선다. 지도상의 474봉이며 갈림길. 왼쪽 곡안리,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도중 좌측으로 양촌온천단지가 보인다. 474봉에서 35분이면 주변이 벌목된 정점에 닿고, 이어 묘지 2기를 만나면 우측으로 발길을 잡아야 한다. 이제 산행 막바지. 이어 남평 문씨묘를 지나면서 산을 벗어나고 여기서 10분이면 대정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최신 버전 2만5000의 1 지형도, 해발 644m로 표기돼

 지금까지 인성산의 해발고도는 648m로 알려져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최신판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644m로 표기돼 있어 산행팀은 이를 따랐음을 밝혀둔다. 사실 인성산은 고도에 비해 힘이 든다. 해발 802m의 금정산 고당봉보다 더 힘들다. 오죽했으면 이창우 대장은 1000m급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 같다고 했을까. 들머리가 거의 해발 제로이기 때문이다.

산줄기는 마치 밀양 용암봉~소천봉을 빼닮았다. 들머리 마을을 두고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행 중에는 진달래가 지천이어서 봄에 다시 찾으면 황홀한 꽃산행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들머리 금암리에서 인성산까지의 구간은 국제신문 산행팀이 개척했으며, 전망이 빼어난 하산로 또한 서북산과 이어지는 능선길로 산꾼들이 잘 찾지 않는 코스이다.

들머리와 날머리는 500m 떨어져 있다.

산행 후 진짜 들머리가 있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금암리 정류장에서 13m쯤 더 가면 만나는 화생당약국의 맞은편인 옛 여항우체국 우측길로 들어서면 삼선각과 맞닿는다. 왼쪽으로 돌면 능선 초입에 진주 정씨묘가 보인다. 진짜 들머리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50년 전통의 돼지 주물럭 전문 대정식육식당(055-271-7043). 들머리 금암리와 이웃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식육점을 겸업해 질이 좋은 삼겹살과 목살에 양파를 듬뿍 썰어 넣고 참기름과 간장 등으로 잘 무친 다음 다시 고추장에 버무린다. 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워 맛이 깔끔하다. 1인분 5000원. 이곳에서 차로 1분 거리에는 양촌온천이 있어 피로를 풀 수 있다. 현재 온천은 3개. 어딜 가나 큰 차이는 없다.


◆ 교통편 - 마산남부터미널서 진주행 버스 타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남부(남마산)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10~20분 간격으로 있다. 1시간20분 소요. 4000원. 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를 타고 대정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오전 8시15분, 8시45분, 9시15분, 9시35분, 10시, 10시20분, 10시50분. 2400원. 날머리 대정마을 입구에서 남부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 5시30분, 6시15분, 6시50분, 7시20분, 7시40분, 8시10분, 8시35분, 9시10분(막차). 남부터미널에서 서부터미널행 버스는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5분. 4000원. 노포동터미널행 버스도 있다. 오후 4시32분, 5시15분, 5시43분, 6시20분, 7시21분, 8시7분(막차). 5100원. 1시간40분 소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정차(42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내서분기점서 김천 대구 내서 방향~내서~내서IC~함안 마산 직진 1004번~통영 마산 좌회전~통영 상곡 우회전~통영 마산~쌀재터널~통영 고성~진동면~진주 통영~진주 문산~곡안리~양촌온천타운 지나~의산(서암로) 1029번 우회전~(대정식육식당 지나)~군북 여양리~금암교 지나~진전중(폐교) 지나~금암리 버스정류장 순.

 

"정녕 추월산보다 못 하나요"
담양호 낀 추월산에 가려 지명도만 낮을 뿐
한국의 100대 명산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아
이창우 대장 "주능 암릉은 병풍산이 한수 위"
발밑 천길 낭떠러지, 주변 기암괴석 진열장
하산길 삼인산, 조선 개국 하늘에 알린 산

산 이름 그대로 병풍산의 암릉은 헌걸차다. 

수년전 지난해 이 지면을 통해 경남 거창 좌일곡령이 신세타령을 한 적이 있다. 해발 1258m로 꽤 높은 암봉이지만 '고개 영(嶺)' 자로 끝나 고갯마루로 오해를 받곤 한다는 좌일곡령은 이웃한 펑퍼짐한 단지봉은 기억하면서 방금 지나가 놓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발하자 거창군수에게 정상석 하나 세워달라고 하소연을 토로했다.

좌일곡령 이후 산행팀에게 할 말이 있다며 지면을 할애해 달라는 또 하나의 봉우리가 나타났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 병풍산이다.

 병풍산(822m)은 알고 보니 추월산(729m)의 명성에 가려 존재조차 가물가물한 산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추월산은 기암괴석과 담양호가 어우러져 수년 전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될 정도로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한마디로 담양호를 끼고 솟은 가파른 비탈의 추월산 그림자가 담양의 다른 산 이름을 몽땅 뒤덮고 있어 담양 최고봉인 병풍산이 어디 명함 한 장 내놓을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국내 200대 또는 3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찾을 수 없는 병풍산은 과연 어떤 산이기에 이렇게 목소리를 내면서 하소연을 하는 것일까. 병풍이란 이름을 가진 거의 모든 산이 그렇듯, 담양 병풍산도 여러 폭의 병풍이 둘러쳐진 모습을 한 헌걸찬 암봉이다.

 먼저 담양사람들이 본 병풍산. 한 산꾼은 "추월산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는 명산"이라고 잘라 말한 뒤 "이웃한 광주시민들은 추월산보다 병풍산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주능선인 보리암 쪽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추월산이 운치있지만 주능선상으로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암릉은 아무래도 병풍산이 한 수 위인 것 같다"고 평했다. 아직 아마추어에 불과한 기자 또한 만일 담양호를 빼고 산세와 주변 조망만을 볼 때 병풍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산행은 담양군 수북면 대방리 송정마을(대방저수지 옆 주차장)~731봉~천자봉(옥녀봉)~넙적바위(733m)~병풍산(깃대봉)~돌탑봉(806m)~투구봉 갈림길~용구샘 갈림길~용구샘~만남재~삼각점 갈림길(564봉)~삼인산~담양국제수련원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정도 걸리며 길 찾기는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어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 들머리. 좌측 대방지가 보인다.

이제 주능선에 올라선다.


이제 헌걸찬 암릉이 나목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넙적바위를 지나 가파른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니 정상이 아니었다. 정상은 이곳에서 10분쯤 더 걸어야 만난다. 이 처럼 병풍산의 암릉길은 한동안 이어진다.

갈림길. 홍길동우드랜드로 가면 추월산을 거쳐 호남정맥으로 이더진다.

암릉과 암릉 사이에 쉬어가라고 너른 쉼터도 있다.


 들머리는 대방지 옆 간이주차장. 입구에 '솔잎 혹파리 나무주사 놓은 곳'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바로 산길로 들어선다. 우측 전주 이씨묘가 보인다. 50m쯤 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간다. 대낮인데도 파란 하늘 한점 보이지 않는 어둠침침한 침엽수림 숲길이다. 10여 분 뒤 '갈 지(之)' 자 오름길로 변하면서 이후 쭈욱 된비알을 따라 오른다. 숲의 우점종인 키 큰 소나무의 솔잎은 제법 변색돼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키작은 활엽수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들머리에서 50분, 병풍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농짝만한 바위 사이로 급경사 오름길로 변하고 여기서 한 굽이 더 오르면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암릉길이 기다린다.

산행기점에서 70분이면 너른 터에 운치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731봉에 선다. 비로소 힘든 구간은 끝난다. 조망은 기가 막히다. 정면 천자봉, 우측으로 용구산과 투구봉이, 투구봉 뒤로 추월산과 산성산 강천산 그리고 담양읍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10시 방향으로 병풍산, 그 좌측으로 제2병풍산이라 불리는 이웃한 장성의 뾰족봉인 불다산, 다시 왼쪽으로 삼인산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들머리를 기점으로 산행팀은 병풍산줄기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셈이다.

5분이면 천자봉(옥녀봉)에 선다. 조그만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다. 왼쪽 병풍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때부터 눈앞에 펼쳐지는 크고 작은 암릉과 암봉을 오르내린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로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그렇다고 바윗길만은 아니다. 낙엽길도, 금빛 억새길도, 늘푸른 산죽길도 잇따라 통과한다.

당연히 정상인 줄 알았던 암봉을 우회해 오르니 아뿔싸, 정면의 두 개의 봉우리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대방지와 삼인산이 시원하게 보이는 넙적바위를 지나 가파른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서니 이번에도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발밑은 천길 낭떠러지인 데다 주변이 기암괴석 진열장이고 주변 조망은 환상적이어서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다. 병풍산 정상은 10분 뒤. 정상석이 서 있고 가장 높을 뿐 사실 감흥은 별 차이가 없다. 정상 직전 우측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하나 있다. 물론 이정표가 있다. 송대봉, 홍길동우드랜드 가는 호남정맥길로, 이 길은 추월산을 거쳐 내장산으로 이어진다.

병풍산 정상.

이제 돌탑봉을 향한다. 주변 풍광이 그림같다.



이어지는 암릉길. 돌탑봉과 또 다른 암봉을 지나 그림같은 억새군락지를 지나면 투구봉(신선대) 갈림길. 병풍산에서 15분. 직진해서 투구봉을 넘어서는 방법이 하나요, 왼쪽 마운대미로 내려서서 용구샘을 보고 가는 길이 또 하나다. 이 두 길은 결국 만남재(만남의 광장)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용구샘으로 갔지만 또 다른 팀은 투구봉으로 올랐기에 두 길 모두 국제신문 노란 안내 리본을 달아놨다. 참고하길.

용구샘 가는 길은 급내리막길로 침목계단을 덧대놨다. 5분 뒤 용구샘 갈림길. 왼쪽으로 3분쯤 가면 입구가 1.5m쯤 되는 굴 안에 두 평 남짓한 깊은 샘이 보인다. 용구샘이다. 병풍산 낭떠러지 아래쯤 된다. 오래 전엔 등산객들의 귀중한 식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음용수로는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입구엔 바가지와 양동이가 놓여 있다.

병풍산 낭떠러지 아래에 위치한 용구샘.

만남재.


 이어지는 침목계단. 10분이면 급내리막 침목계단이 끝나고 이후 우측 산허리길로 걷는다. 8분이면 만남재에 닿는다. 오거리다. 좌측 철망문 못가 열린 산길은 수련원(야영장), 직진하면 장성군, 우측은 투구봉에서 내려오는 길, 산행팀은 10시 방향 좌측 무덤 쪽 삼인산 방향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10분 정도 혼을 쏙 빼놓는다.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우측으로 불다산, 뒤돌아보면 투구봉이 우람하게 솟아 있다. 약간 거칠지만 외길이라 23분 뒤 삼각점 갈림길. 잠시 고개들어 방금 지나온 산줄기를 바라본다. 영락없는 병풍(屛風) 그 자체다. 역시 산 이름은 산 아래 마을이나 산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봐야 제 모습이 드러난다.   

삼인산으로 가는 도중 방금 지나온 병풍산이 보인다.

이성계가 조선 개국을 하늘에 알렸다는 삼인산 정상.


삼인산 하산길.

한국전쟁참전유공자비를 지난다.


 

산행 날머리.

등산 안내도. 여기서 들머리까지는 300m.


하산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14분이면 임도 겸 삼인산 쉼터. 벤치가 있으니 잠시 쉬어가자. 이곳은 만남재에서 좌측 임도로 오면 만난다. 때문에 체력이 약간 부칠 경우 방금 지나온 작은 봉우리를 넘지 말고 임도로 바로 와도 된다. 우측 보이는 고봉이 무등산이다.

삼인산은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 열린 산길로 오른다. 27분쯤 뒤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병풍산 전체와 대방지 옆 들머리와 전주 이 씨묘 그리고 수련원 등이 한눈에 확인된다. 전망대에서 3분이면 삼인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고 그 옆에는 돌탑이 조성 중이다.

하산은 직진 방향. 40m쯤 뒤 갈림길. 직진하면 능선을 따라 심방골 방향,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왼쪽 수련원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쏟아지는 급경사 낙엽길이다. 30분 뒤 무덤을 지나면서 경사가 한풀 꺾이고, 여기서 14분이면 산을 벗어난다. 한국전쟁참전유공자비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수련원 주차장에 닿는다. 여기서 300m쯤 저수지를 따라 걸으면 들머리 주차장에서 도착한다.

◆떠나기 전에 - 대나무에 넣고 삶은 대통 암뽕순대 별미

전남 담양 수북면과 전북 장성 북하면을 가로지르는 병풍산은 경북 봉화 청량산을 연상시키는 암릉 종주 산행의 백미이다. 산행 중 이정표 상의 봉우리 명칭이 통일이 안돼 있다. 천자봉이 옥녀봉이며, 병풍산 상봉이 깃대봉이다. 둘 모두 정상석에는 그러한 명칭이 없지만 정상 직전 호남정맥 갈림길 앞 이정표에는 천자봉, 병풍산 대신 각각 옥녀봉, 깃대봉이라 표기돼 있다.

사실 병풍산만 타면 산행시간이 3시간30분 남짓한 데다 임도를 오랫동안 걸어야 돼 산행팀은 삼인산(三人山)을 이어 붙였다. 알고보니 삼인산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개국을 하늘에 알렸던 의미있는 산이다.

다시 말해 이성계는 자신의 등극을 위해 전국의 명산을 찾아 기도하던 중 '삼인산을 찾아라'는 성몽을 꾼 끝에 찾아낸 산이다. 제를 올리고 신성시 했다고 전해온다. 정작 삼인산이란 명칭은 산의 형태가 '사람 인(人)' 자를 겹쳐 놓은 형국이라 한다. 실제로 정상 부분이 약간 펑퍼짐하다.

삼인산은 또 산청 필봉산, 영양 주실마을 앞 봉우리, 임실 문필봉 등과 함께 유명한 문필봉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필봉이 바라다 보이는 동네는 한결같이 한가락 하는 인물들이 배출됐다고 전해온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담양시장(담양5일장) 내에 위치한 옛날 순대집(061-381-1622)이다. 주 메뉴는 '대통 암뽕순대'(사진). 식용 비닐에 당면 들어간 순대와는 천양지차다. 돼지 창자 속에 선지 우거지 깻잎 파 시금치 (간)고기 찹쌀 녹두 참기름 들기름과 갖은 양념을 넣고 찐다. 여기까지는 여느 순대집과 대동소이하다. 비결은 1m 길이의 대나무에 넣어 1시간 정도 삶는 것. 비린 냄새 제거는 물론이고 물에 삶을 때와 달리 양념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훨씬 뛰어나다. 대통 암뽕순대 (대) 1만 원, (소)5000원, 순대국밥 4000원. 장날에는 인산인해여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옥과IC로 나와 15번 국토 타야

대중교통편은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화순 오산)IC~옥과 방면 15번 국도 좌회전~정읍 담양 15번 좌회전~담양군 무정면~정읍 담양 대나무박물관 죽녹원 우회전~정읍 담양~장성 백양사 직진~광주 장성 13, 24번 국도 좌회전~광주 13번 국도~광주 장성 13, 24번~수북 방향 우회전~수북중 지나~청소년야영장(수련원)~대방저수지 옆 간이주차장 순. 주차장이 좁을 경우 300m 더 가서 수련원 입구 주차장에 대면 된다.

 

만추 담양 추월산 원점회귀 산행
수석전시관과도 같은 기암괴석 '가을달빛산'
발아래 담양호와 어우러져 일대 장관 연출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산꾼은 변덕이 심하다. 계절에 맞게 새롭게 변신하는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닌다. 지조없이.

말없는 산이지만 내심 이렇게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름 한철 뜸하더니 이 가을 만산홍엽이 펼쳐지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많은 산꾼들이 찾아와 정신을 못차릴 정도"라고.

추월산은 이름 그대로 가을에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산이다. 추월산에 서면 담양호의 운해와 빨간 단풍잎이 조화를 이뤄 황홀경을 연출한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 추월산(秋月山)이 그렇다. 이름 그대로 가을산이고 달빛산이다. 단풍으로 화사하게 단장한 모습이 아름답고, 은은하게 내리 비치는 달빛 아래의 자태 또한 매혹적이다.

추월산 단풍은 단풍 그 자체만으로 미추(美醜)를 논할 수 없다. 단풍이란 잣대로만 보면 사실 인근의 내장산이나 강천산에 비할 바는 못된다.
하나,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주변의 기암괴석과 발 아래 펼쳐지는 담양호를 한 화폭에 담을 경우 그 아름다움이란 나라땅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일대 장관이다.
여기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환상적인 조망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만하다. 추월산과 더불어 담양의 3대 명산으로 꼽히는 산성산과 병풍산은 물론이고 강천산 무등산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 그리고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깎아지른 해발 600m 높이의 절벽에 절묘하게 걸터 앉은 보리암도 볼거리다. 속세와 격리된 극락세계가 연출되는 자궁같은 암자지만 임진왜란 때 담양땅에서 의병을 일으킨 김덕령 장군의 부인 홍양 이 씨가 왜군에게 쫓기자 이곳 절벽에서 몸을 던진 안타까운 사연이 녹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보리암 가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담양호와 산성산.

 산행은 추월산 주차장~보리암 이정표~첫 갈림길~제1등산로(동굴~잇단 철계단~보리암~보리암 정상)~헬기장~추월산 정상~제4등산로 갈림길~수리봉~깃대봉 갈림길~홍송 송림~복리암마을~잇단 식당(호반가든~월계식당~두메산골)~월계리 버스정류장~추월산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산행 도중 탈출로가 곳곳에 열려 있어 체력에 맞게 내려올 수도 있다.



주차장에서 곧장 올라가면 ‘보리암'이라 적힌 조그만 이정표가 서 있다. 50m쯤 더 가면 다시 ‘보리암' 이정표가 보이며 곧바로 산길과 연결된다. 그 옆에는 샘터가 있다.
산길로 오르면 ‘추월산 등반안내도'가 기다린다. 10분 뒤 갈림길. 등반안내도에 따르면 제1등산로와 제2등산로 갈림길이다. 제2등산로는 완만하지만 멀고(1.6㎞), 가파른 제1등산로는 짧고(1.3㎞) 전망이 좋다. 제1등산로로 오른다.
길섶에는 여러 기의 돌탑이 서 있다. 지금도 조성 중인 탑도 있다. 보리암 신도들의 공덕탑인지 이곳이 성역임을 암시하는 것인지 하여튼 보리암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점차 급경사 오름길로 돌입한다. 해서 쉬어 가라고 벤치가 조성돼 있다.
첫 갈림길에서 20분이면 보리암 중창 공덕비와 석굴을 만난다. 공덕비에는 ‘보조국사 지눌이 고려 신종 때 지리산 화엄사 산내 암자인 상무주암에서 나무로 만든 매를 날려 앉은 터에 암자를 지었으니 그 이름이 보리암이더라'고 음각돼 있다.
석굴을 지나면서 급경사 돌길과 바윗길이 예의 본색을 드러낸다. 10분 뒤 철계단 입구 쉼터. 담양호를 바라보며 잠시 숨을 돌린 후 거대 암벽 사이로 절묘하게 열린 등로를 따라 올라간다.

한 굽이 철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멋진 전망대가 기다린다. 비로소 담양호가 한눈에 펼쳐진다. 산이 물에 잠겼는지, 물이 산에 갇혔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비경이다.
계속되는 오르막. 이후 등로는 고개만 잠시 돌리면 모든 지점이 전망대다. 석굴에서 30분이면 보리암 갈림길에 선다. 이정표엔 ‘보리암 100m'라고 적혀 있다. 잠시 다녀오자.
잇단 철계단을 지나면 이내 보리암. 입구엔 샘터가 있다. 경내로 들어서면 일순간 입이 벌어진다. 담양호와 금성산성을 품은 산성산, 그 뒤로 순창 강천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주변 암봉 아래 위로 울긋불긋 치장한 채 아스라이 매달린 듯한 수목들이 인상적이다.
보리암 경내 대나무 울타리에서 본 담양호와 산성산.
보리암 입구.
보리암 정상(692m)에서 바라본 담양읍내. 자세히 보면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도 보인다.

 보리암 정상(692m)은 갈림길에서 대략 20분. 역시 철계단의 연속이다. 이정표에서 약간 떨어진 전망대에 서면 정면의 무등산과 그 우측 병풍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담양호 뒤로는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주능선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발 아래는 황금빛 들녘과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도 확인된다.

여기서 산길은 두 갈래. 전망대 아래 제2등산로로 바로 하산(1.6㎞·40분)하는 길과 추월산 정상으로 가는 제3등산로가 바로 그것. 체력에 맞게 택하자.
산행팀은 직진, 추월산 정상(729m)으로 향한다. 억새길과 산죽길 그리고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 35분쯤이면 도착한다. 보리암 정상보다는 전체적으로 조망이 못하지만 정상석을 등지고 11시 방향으로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한눈에 보인다.

하산은 정상에선 왔던 길로 2분쯤 내려와 삼거리에서 왼쪽길로 내려선다. 호남정맥길이다. 이전과는 달리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8분 뒤 등반안내도 상의 제4등산로 갈림길. 무시하고 계속 직진한다.

정상에서 봤을 땐 두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했다. 첫 봉우리는 오르지 않고 우회한다. 이후 확 트인 능선에 도달하면 정면으로 암봉과 그 우측 아래 솟아오른 절묘한 바위가 눈에 띈다. 수리봉과 수리바위다. 그 뒤 암봉은 깃대봉. 도중 쑥부쟁이 군락지를 만난다.

이제 산길은 아래로 완전히 쏟아진 후 다시 오른다. 중간중간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암봉의 자태가 힘이 넘친다. 수리봉(728m)은 제4등산로 갈림길에서 40분 거리.
직진한다. 5분 뒤 ‘진짜' 하산길을 만난다. 안내 리본이 많이 걸려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직진하면 호남정맥 깃대봉 가는 길, 산행팀은 우측 급경사 내리막길을 택한다. 늘푸른 산죽길이 이어진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깃대봉 아래 불쑥불쑥 솟아 있는 기암괴석의 집합체가 그림같다.

20분 뒤 뜻밖의 송림길. 홍송으로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추월산의 또 다른 명물로 등록해도 될 듯하다. 10분 뒤 산을 벗어나 정자가 보이는 우측으로 향한다. 복리암마을을 거쳐 호반가든 등 잇단 식당을 지나면 메인 도로와 만난다. 산을 벗어난 지 20분만이다.
산 아래 담양호반에서 본 추월산 전경. 왼쪽이 보리암 정상, 오른쪽이 추월산 정상이다.

#떠나기 전에 - 담양시장 내 '대통 암뽕순대' 별미

이번 산행은 들머리와 날머리가 떨어져 있지만 원점산행 코스로 잡아도 무난할 듯하다.
물론 산을 벗어나 '두메산골' 식당이 위치한 29번 국도까지 20분 정도 걸리지만 감나무가 곳곳에 즐비한 시골길이라 전혀 무료하지 않다. 이곳에서 추월산 주차장까지가 불과 800m에 불과해 15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 이 길 또한 담양호와 함께 달려 심심하지 않다.'두메산골'에서 300m 지점에는 월계리 버스정류장. 월계리는 추월산 제4등산로에서 하산하면 만나는 마을이다. 참고하길. 담양온천은 주차장에서 불과 6㎞ 거리다.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담양시장(담양5일장) 내에 위치한 '옛날 순대집(061-381-1622)'이다. 추월산 주차장에서 차로 10분 거리. 부산행 방향과 거의 같다.

주메뉴는 '대통 암뽕순대'. 비닐에 당면 들어간 순대와는 천양지차다. 돼지 창자 속에 선지 우거지 깻잎 파 시금치 (간)고기 찹쌀 녹두 참기름 들기름과 갖은 양념을 넣고 찐다. 여기까지는 여느 순대집과 대동소이하다.

비결은 1m 길이의 대나무에 넣어 1시간 정도 삶는 것. 비린 냄새 제거는 물론이고 물에 삶을 때와 달리 양념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훨씬 뛰어나다.

대통 암뽕순대 (대) 1만원, (소)5000원, 순대국밥 4000원. 장날에는 손님으로 넘쳐나 한참 기다려야 한다. 유의하길.

#교통편 - 옥과IC서 담양 방면 15번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화순 오산)IC~옥과 방면 15번 국도 좌회전~정읍 담양 15번 좌회전~담양군~추월산 담양온천 대나무박물관~순창 정읍 죽농원 29번 우회전~담양 문화회관 29번~정읍 장성 죽농원 29번 좌회전(학동교 건너)~정읍 추월산 29번 우회전~정읍 추월산 가마골 29번 우회전~추월산 주차장 순.

부산행은 광주 방면으로 가다 옥과·경찰서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옥과IC 근처 오산삼거리에선 곡성·옥과 방향 대신 동복·주암 방면으로 우회전해야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바야흐르 단풍 시즌이다.
 산에 전혀 가지 않는 사람들도 연중 행사로 산을 찾는 시기가 있다면 아마도 이맘 때라 보면 된다. 그 만큼 흡입력이 크다. 여염집 아낙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시장통 아줌마도, 기력없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관광버스에 몸을 싣는 풍경이 이제는 자연스럽다.
 봄철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을 불태우는 시기보다 오히려 흡입력면에서 한 수 위인 것 같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만 앞세워 멋모르고 떠났다가는 단풍은 고사하고 실컷 고생만 하고 돌아오기 일쑤이다. 심지어는 진입도 못해보고 관광버스를 되돌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번 주말 설악산이 좋은 예다. 한 아는 지인은 조금 늦게 도착하니 버스가 진입을 못해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은 버스를 되돌렸다 한다.
 단풍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단풍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잠시 되짚어보자.

 1. 단풍으로 유명한 산은 단풍 절정기엔 가급적 피하자.
 설악산 지리산 등이 단적인 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라땅 어디에서건 애오라지 그 명성 하나만으로 설악산과 지리산을 찾는다. 새벽에 일찍 도착했다면 그나마 괜찮지만 어정쩡한 시각에 도착하면 단풍 구경은 말짱 도루묵이다.
 차라리 약간 남쪽의 오대산이나 치악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나마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다. 오대산과 치악산도 설악의 단풍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산세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단풍 또한 여느 산보다는 한 수 위다.

 2. 주말 대신 평일은 그나마 좀 낫다.
 평소 산을 타는 사람들은 단풍철엔 절대로 주말에 산을 가질 않는다. 대표적인 단풍 코스는 설악산 천불동계곡이나 지리산 피아골.
 국립공원은 덱이나 철계단이 있어 등산로 상에서 체증이 일어난다.

 두 사람이 교호할 수 있는 덱이나 철계단에서 걸음이 느린, 다시 말해 일년 중 한번쯤 산에 온다는 아줌마 부대가 앞서 간다고 상상해보자. 걸음걸이나 느린 데다 웃으며 서로 얘기한다고 도무지 앞으로 가질 않는다. 그렇다고 요령껏 새치기를 하고 싶어도 마주보는 쪽에서 계속 산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에 정말 성질 급한 사람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기 마련이다.
 지난해 대둔산에 갔을 때다. 거의 50도쯤 되는 철계단 중간쯤에서 한 아주머니가 무섭다고 고개를 숙이며 주저앉아 버리는 상황이 발생해 거의 10분 동안 오가는 사람들이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행들이야 안타까워했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어떠했겠는가.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3. 단풍 시기는 국립(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물어봐라.
 언론에선 '이번 주가 절정이다'라고 보도를 하지만 사실 100% 정확하지 않다. 같은 산이라도 코스마다 단풍의 절정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답은 거의 매일 해당 산을 오르내리는, 그렇지 않다면 산을 오르내리는 산꾼들과 하루종일 접하는 공원 관리소 직원들이 갖고 있다. 공원 관리사무소는 114에 문의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매주 산행 기사를 보도하는 국제신문 산행팀에 문의해도 소용없다. 산행팀은 요즘 하루 평균 4~5통은 받는다. 어차피 산행팀도 공원 관리사무소에 문의해서 답을 해주는 전달자일 뿐이다.

 4. 산 아래와 산속의 단풍 절정기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지난해 계룡산에 갔을 때. 산 아래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지만 산정 쪽엔 사실상 겨울산이나 다름없다.

 흔히 단풍산이라 불리는 내장산이나 백암산을 예로 들어보자. 두 산 모두 진입로에는 단풍 터널이 생길 만큼 입구부터 감탄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같은 시기 산속은 단풍이 아예 없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그만큼 차이가 많이 난다.
 반대로 산속에 단풍이 만개해 있으면 산 아래엔 단풍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단풍 관련 뉴스가 나오면 산속인지 산 아래인지 정확히 구분을 해야 한다. 하지만 뉴스도 이렇게 구분해서 보도하지 않는다. 그들도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등산을 하는 산꾼들을 위해서인지, 등산은 하지 않고 산 아래 단풍만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한 뉴스인지 TV뉴스가 속시원하게 보도하지 않는다.

 5. 과대포장된 단풍 산, 뜻밖의 단풍 산도 있더라.
 상당히 조심스렇지만 경험한 사실을 그대로 적어 본다.
 흔히 담양 추월산(秋月山)을 두고 단풍으로 화사하게 단장한 모습이 아름답고 은은하게 내리 비치는 달빛 아래의 자태가 매혹적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가을 추, 달 월 자가 들어가지 않는가.
 하지만 추월산은 단풍 나무가 그리 많지 않다. 당시 동행한 한 산꾼은 발아래 멋진 담양호가 없었더라면 담양군이 어떻게 쏟아지는 불만을 무마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름을 그대로 믿고 단풍 구경을 하러 추월산에 가는 것은 한번쯤 말리고 싶다. 테마를 '기암괴석과 발아래 펼쳐지는 담양호의 수려함'이라고 바꾸면 괜찮을 듯하다.
 붉은 적, 치마 상 자를 쓰는 무주 적상산도 기대 만큼은 사실 못하다. 매년 이맘때 치마바위 주변에 단풍이 물들면 다소곳한 여인네가 붉은 치마를 두른 듯 온 산이 활활 타오른다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 치마바위 주변에 산이 붉게 물든 사진을 한번쯤 봤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산 전체에 각양각색의 물감을 흩뿌려놓은 것 같다고 한다.
 솔직히 그 정도의 단풍산은 찾아보면 적지 않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이나 호남의 강천산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끝으로 국제신문 산행팀이 유명세는 타고 있지 않지만 괜찮은 두 개의 단풍산을 소개한다.
 무주의 석기봉과 진안의 운장산이 바로 그것이다.

석기봉은 해발 800m대의 산 중턱 이상까지 단풍나무 군락지여서 단풍 명산 목록에 새로 추가해도 될 듯하다.

 백두대간 삼도봉과 민주지산의 중간에 위치한 석기봉(1180m)은 해발 800m대의 산 중턱 이상까지 단풍나무 군락지가 있어 단풍 명산 목록에 새로 추가해도 될 듯하다.
 마이산 구봉산과 함께 진안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운장산(1126m)도 빼어난 조망과 함께 단풍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두 산은 무엇보다 여유있게 산행을 하며 단풍을 볼 수 있다.

                          운장산도 단풍나무가 은근히 많은 단풍산으로 손꼽아도 될 듯싶다.

 

 단풍철에는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대거 몰리는 단풍 명소보다 단풍이 약간 적어도 한적하면서도 여유있게 산행을 할 수 있는 산이 좋습니다.

단풍산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혹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는 자신들만 알고 있는 단풍산을 댓글로 올려주시겠습니까. 동네 뒷산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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