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에서 시작된 단풍이 적토마를 탄듯 하루가 다르게 남으로 치닫고 있다. 설악에게서 배턴을 이어받은 오대산 역시 선홍빛 불길을 태우고 있다.

한반도 남쪽 산하에서 단풍이 제일 먼저 시작되는 설악을 두고 흔히 산꾼들은 단풍산행의 고전으로 꼽는다. 하지만 국립공원 오대산도 알고 보면 설악에 버금가는 단풍 명소.
설악의 단풍이 웅장하고 화려한 산세에 걸맞게 큰 불길에 휩싸인듯 활활 타오르는 형상이라면 전형적 육산인 오대산 단풍은 품안에 안고 있는 울창한 숲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은은한 붉은 빛이 일품이다.

설악처럼 절승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단풍나무가 많지도 않은 오대산 단풍을 두고 혹자들은 오랜만에 나들이한 중년 여인의 성숙미라고 비유한다.

해발 1563m인 오대산은 주봉인 비로봉을 정점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 등 다섯 개의 연봉이 마치 연꽃 모양을 하고 있다. 이들 봉우리는 하나같이 모나지 않고 평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어 오대산(五臺山)이라 부른다.

“오대산요, 거야 절하고 나무지요. 그래서 오대산 산행길을 명찰과 노거수의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이라 부르지요."
상원사 주차장에서 만난 관리사무소 직원의 거침없는 오대산 예찬이다. 이어 “여기에다 단풍까지 지천에 널려 온 산을 울긋불긋 물들이니 이게 금상첨화가 아닐까요"라며 제법 그럴싸하게 묘사한다.

오대산은 원래 거목의 산이다. 산 어귀 월정사 진입로에 포진한 그 유명한 전나무숲이 이를 말해준다. 전나무 숲뿐 아니다. 주목과 여타 아름드리 수목들이 이뤄 놓은 숲은 산행 중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 한 가지. 오대산은 우리나라 불교성지라 할 만큼 불교 유적이 많은 불도량이다. 국내 명산 중 오대산의 불법이 가장 흥할 것이라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 율사가 당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갖고 들어와 지은 적멸보궁과 월정사 그리고 상원사 중대 사자암 등은 오대산 산자락 전체에 불심을 전파하고 있다.

산행은 상원사 주차장~관대걸이~상원사~중대 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정상)~잇단 헬기장~상왕봉~북대암 갈림길~임도~상원사 주차장 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려 가족 산행지로도 적합하다.




단풍은 매표소를 지나 팔각 9층석탑으로 유명한 불교성지의 구심점인 월정사 입구부터 시작된다. 하나, 우선 눈길을 붙잡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숲. 천년고찰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는 전나무는 소문대로 ‘과연'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닐만 했다.
월정사 입구에서 들머리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대략 8㎞. 너무 멀어 산꾼들은 대개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오대천 계곡 주변의 오색 단풍을 감상해야 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차창 밖으로 타오르는 비경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붉게 물들여 상원사 주차장에 도달할 때까지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한다.

산행은 주차장에서 다리 건너 상원사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길 양편엔 전나무와 울긋불긋 단풍이 조화를 이루고 그 아래엔 ‘상원사' ‘적멸보궁'이라 적힌 등이 일렬로 걸려 있다.

곧 상원사 갈림길. 원점회귀 등산로지만 하산 땐 다른 길로 내려오기에 잠시 들르기를 권한다. 국보 제221호 문수동자좌상과 비천상이 조각된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은 빠뜨리지 말자.

다시 갈림길로 내려온다. 비로봉과 적멸보궁까지는 각각 3.1㎞, 1.4㎞. 국립공원이 거의 그렇듯 통나무로 만든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15분 뒤 중대 사자암 입구. 샘터에서 목을 축이자. 비탈진 산자락을 따라 5개의 축대를 쌓고 나서 그 위에다 집을 앉힌 계단식 건물이다. 입지가 암자의 형태를 결정지은 것.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배려한 듯한 건축이 돋보인다. 8년이나 걸린 불사라고 한다.

경사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계단길은 반복된다. 15분 뒤 적멸보궁 입구. 통도사 적멸보궁을 떠올리며 오르면 실망하니 큰 기대는 갖지 말자. 팔작지붕의 겹처마 집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앞마당에 있다는 그 유명한 용안수를 찾으니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계단 왼쪽에 있는 약수가 그것이란다.

오대산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계단.

오대산 적멸보궁.


적멸보궁을 지나면 비로소 산길 기분이 든다. 해발 1200m가 넘는 가파른 능선임에도 전나무와 소나무 숲이 싱그럽게 펼쳐지며, 여기서 좀 더 위로 올라서면 당단풍나무 떡갈나무 등이 오색 단풍으로 물들어 멋진 등산로를 선사한다. 이내 다시 계단이 이어지며 이 계단길의 종착역이 바로 정상인 비로봉이다.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 정상에서 본 주변 산세. 북쪽 저 멀리 구름에 살짝 가린 설악산도 확인된다.


조망은 장쾌하기 그지없다. 가히 산의 바다다. 북으로 설악산 대청봉 중청봉에서 귀때기청봉으로 뻗친 서북릉이, 동으로 동대산 노인봉 황병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석 우측 뒤로 난 상황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좁다란 이 능선길 주변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산다는 주목 군락지. 이를 알려주듯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세운 주목 관련 안내판이 서 있다.

잇단 헬기장을 지나면 마냥 걷고 싶은 오솔길. 사실 짜증마저 나던 통나무 계단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다. 상왕봉은 비로봉에서 40여 분 거리.
이제부턴 내리막길.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30분쯤 뒤 북대암 갈림길. 임도 따라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왼쪽길 대신 오른쪽으로 열린 산길을 택한다.

예상외로 심한 내리막이 이어지는 이 길은 인적이 드문 데다 앞서 봐 온 단풍과 달리 색도 은은하고 고와 은근히 눈길을 끈다. 특히 열매를 맺은 다래나무가 등산로 내내 이어진다.
이렇게 30분 뒤 임도에 닿고, 여기서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1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소금강 코스 8시간, 무박 2일 일정

지난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은 진고개를 지나는 6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왼쪽(서쪽)에 월정사 지구와 오른쪽(동쪽)을 노인봉을 중심으로 하는 강릉의 소금강 지구로 크게 나뉜다.

월정사 지구는 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상원사로 원점회귀하는 4시간 정도의 육산 코스로, 유서 깊은 명찰 월정사를 비롯 상원사 적멸보궁 등 불교문화유적이 즐비하다. 반면 소금강 코스는 기암이 어울린 계곡 탐승지의 전형으로, 삼선암 귀면암 등의 기암과 금강연 무릉계 등의 소와 담, 그리고 구룡폭포 낙영폭포 등의 폭포가 산재한 천하절경지다. 비로봉 코스는 부산서 당일치기가 가능하지만 소금강 코스는 8~9시간 걸리는데다 원점회귀가 불가능해 무박2일 내지 1박을 해야 한다.

오대산에는 놓쳐서는 안될 문화재와 유물이 적지 않다.

우선 오대산 제1관문격인 월정사. 경내 한 가운데에는 육중하면서도 단아한 인상을 주는 국보 48호인 팔각 9층석탑이 절의 분위기를 장중하게 만들고 고찰다운 풍모를 느끼게 해준다. 일주문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전나무숲길도 운치가 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산행 초입에 만나는 상원사도 마찬가지. 월정사 적멸보궁과 함께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

경내에는 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보다 45년이나 앞선 725년에 주조된 국보 36호 동종이 있다. 비천상 등 문양이 섬세하고 우아하다. 하지만 지금은 종각에 갇혀 있는 상태라 문 틈으로 겨우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상원사 대웅전 내 안치된 국보 221호 문수동자좌상.


대웅전 내 안치된 국보 221호 문수동자좌상도 꼭 챙기자. 상원사 참배객들이 가장 정성을 드려 기도하는 문수동자좌상은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전형적인 동자머리에 앳된 얼굴, 천진스런 미소 등이 비교적 사실에 가까워 조선 초기 궁정조각양식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괴질에 걸린 조선 세조와의 인연설로도 유명하다.

산행중 만나는 적멸보궁도 빠뜨리지 말자.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평차 법흥사, 영축산 통도사와 함께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비로봉에서 굽이쳐내린 산줄기가 병풍처럼 주위를 감싸안고 있는 중앙에 우뚝 솟아있어 예부터 용이 여의주를 품은 형국이라 불리고 있다. 용의 눈에 해당되는 용안수는 절로 오르는 계단 좌측에 위치해 있다.   
상원사 입구에는 작은 비석 같은 관대걸이가 있다. 얼핏 버섯을 닮은 관대걸이는 조선 세조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온다.

조선 세조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관대걸이.


전설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세조가 상원사에서 기도하던 어느날, 오대천의 맑은 물이 너무 좋아 혼자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한 동승에게 등을 밀어줄것을 부탁했다.
목욕을 마친 세조는 동승에게 "어디 가든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 고 하니 동승은 미소를 지으며 "어디 가든지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하지 마십시요." 하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세조가 놀라 주위를 살피니 동승은 간 곳 없고 어느새 자기 몸의 종기가 씻은듯이 나은 것을 발견했다. 렇듯 문수보살의 가피로 불치병을 치료한 세조는 크게 감격하여 화공을 불러 그때 만난 동자의 모습을 그리고, 목각상을 조각하게 하니 이 목각상이 바로 상원사의 문수동자상이며, 목욕을 할때 관대를 걸어두었던 곳이 지금의 관대걸이라고 전해온다.
 
# 교통편 - 부전역 日 1회 원주行 무궁화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와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월정사' 내지 '오대산' 이정표를 보고 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아주 불편하다. 부전역에서 원주행 무궁화호 열차가 밤 10시15분 하루에 한번 출발한다. 2만1700원. 도착시간은 다음날 새벽 4시49분. 원주역(033-746-7544)에서 원주시외버스터미널(033-746-5223)까지는 택시 기본요금. 원주터미널에서 진부시외버스터미널(033-335-6307)행 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9시15분, 9시50분, 10시5분, 11시, 11시15분, 11시35분에 출발한다. 4800원. 진부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상원사행 버스는 오전 8시30분, 9시40분, 10시50분, 11시50분, 낮 12시50분에 있다. 2000원.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하면서 바라본 설악의 단풍과 주변 기암괴석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뭐니뭐니해도 단풍은 10월 산행의 영원한 제1 화두.

이 달은 전국 산꾼들의 산행 패턴이 일년 중 유일하게 통일되는 시점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소개되는 등산가이드의 산행지 대부분이 단풍의 남하 속도와 일치되는 점도 재미있는 풍경이라면 풍경. 이번 주 국제신문 산행팀도 이에 뒤질세라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강원도 설악산을 찾았다.

한반도의 남쪽 산하에서 단풍이 제일 먼저 시작된다는 상징성과 예부터 단풍이 곱기로 소문나, 단풍과 절경이 가장 잘 어우러진 명산으로 칭송되기 때문이다.

산행 관련 한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지리산이 연중 접속자 수 1위를 차지하지만 단풍이 화려한 치장을 하는 10월만은 그 자리를 설악산에 내어줄 정도로 설악은 가을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국립공원 설악산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 설악 단풍은 12일을 전후해 절정을 이루겠다고 한다. 이번 주말 설악을 찾으면 해발 500m대인 천불동 수렴동 십이선녀탕계곡 등까지 단풍이 남하해 불타는 거대한 화염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

막상 산행지를 설악으로 정했지만 그 많은 코스 중 과연 어디로 오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고민끝에 산행팀은 한계령을 시작으로 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소청~희운각대피소~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비선대~소공원 코스를 택했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두루 맛보고 △능선길을 걸으며 곱게 물든 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며 △계곡 따라 길게 이어지는 단풍터널을 걸을 수 있고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많아 체력 소모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 코스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10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을 잡아야 한다.


 
부산서는 통상 무박2일 산행으로 이뤄지지만, 여유가 있다면 하루 전에 도착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새벽 산행을 권하고 싶다.

들머리는 한계령. 한계령은 설악산 남쪽에서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가 되는 지점으로 예부터 교통의 요로였다. 송강 정철의 대표적 가사문학 ‘관동별곡’의 배경이기도 하다. 가파른 철계단으로 시작되는 산행은 처음부터 오르막의 연속. 새벽이라 제법 찬 기운이 느껴지지만 이내 땀으로 젖는다. 머리 위로 별과 달만 또렷하게 보일 뿐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이다. 의지할 것은 손전등이나 헤드램프. 1시간50분 정도 무작정 걸으면 첫 갈림길. 귀때기청봉과 끝청 가는 길로 갈린다. 오른쪽 끝청 방향으로 간다.

지금부터는 장쾌한 서북능선길. 붉게 탄 단풍의 제모습은 아직도 어둠에 가려 희미하지만 주변 봉우리와 기암괴석은 본색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어 내·외설악의 진면모를 눈과 마음에 모두 담을 수 있다. 왼쪽 저 멀리 용의 치아 모양 같이 험준한 연봉(連峰)인 용아장성릉과 험난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공룡능선이 잇따라 보이고 그뒤로 황철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듬어진 수려함이 금강산이라면 설악은 자연 그대로의 장엄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산행 시작 후 4시간 정도면 일차 목적지인 끝청에 닿는다. 왼쪽에는 백운동 구곡담계곡 등이 자리해 있고 오른쪽엔 백두대간의 한 점 점봉산이 솟아 있다. 뒤로는 귀때기청봉과 가리봉 삼형제봉 주걱봉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끝청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1시간 정도. 중청 정상은 군사시설로,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대피소 앞에는 이 곳에서 펼쳐지는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그림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소청봉 황철봉 마등령 울산바위 권금성 화채봉 공룡능선…. 봉우리명과 실제 위치를 맞춰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중청대피소에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까지는 20분 정도. 사방에 펼쳐진 봉우리를 구름이 에워싸고 있고, 그 구름 위에 또 다른 구름이 겹쳐 있다. 산인지 구름바다인지 도통 구분이 가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백두대간 구간.    

대청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뒤로하고 중청을 지나 소청에 도착해 곧 희운각대피소로 발길을 옮긴다. 대피소까지 거리가 1.3㎞에 불과하지만 해발고도 차가 500m나 날 정도로 급경사의 연속이라 철계단과 철난간이 기다랗게 이어져 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불기둥처럼 타오르고 있는데다 공룡능선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눈이 여간 즐겁지 않다.

희운각대피소를 지나면 내설악의 수렴동계곡과 함께 단풍과 주변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외설악의 천불동계곡. 기암괴석이 마치 1천개의 불상을 연상케 한다는 천불동계곡은 대자연의 위대함과 신비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계곡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비취색 맑은 물빛, 가을 햇살에 붉고 노랗게 채색된 단풍의 절묘한 조화는 일순간 호흡이 멈춰질 만큼 환상적이다.

천당폭포

              


이곳에 오면 마치 천당에 온 것 같다하여 명명된 천당폭포를 비롯, 양폭 오련폭포 귀면암 문수담 등을 차례로 거쳐 선인 마고선이 하늘로 올라간 곳이자 설악8경 중의 하나인 비선대에 닿는다.

설악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천불동계곡은 요즘같이 단풍 절정기가 되면 좁은 철계단과 등산로에 인파가 몰려 평소보다 산행시간이 많게는 1.5배나 걸리므로 유의해야 한다. 비선대부터는 산행로가 아니라 2.5㎞의 임도가 이어져 걷기에는 힘들지 않다. 권금성행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소공원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시간이 허락되면 천년고찰 신흥사도 둘러보자.

# 떠나기 전에

속초시 양양군 인제군 고성군 등 4개 시·군에 걸쳐 있는 설악산은 지난 1965년 11월에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5년 뒤인 1970년에는 5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이다. 지난 1982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고봉인 대청봉(大靑峰)은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남한 제3의 고봉(1,707.9m)이다. 대청봉을 정점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은 능선은 내설악 외설악 남설악으로 가른다.

대청봉은 흔히 청봉(靑峰)으로도 불린다.

창산 성해응 선생의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함께 노산 이은상 선생이 옛 신앙에 근거하여 밝고 푸른 봉우리라는 뜻으로 청봉으로 불렀다는 설이 있다.

대청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여럿이다.

그 중 오색에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짧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급한 오르막으로 많은 힘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계령에서 오르는 코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완만한 산길과 서북능선을 따라 걷는다는 기쁨으로 산꾼들이 많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하산길의 천불동 계곡은 국내 3대 계곡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문닫이골’로 불렸다. 그만큼 험난해 철사다리가 없으면 길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지금은 철계단 등 길 안내 표시가 잘 정비돼 일반산행객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길로 자리 잡았다. 이 가을, 단풍 구경을 위해 천불동을 찾아보자.

# 교통편-부산서 설악산까지는 너무 먼데다 교통이 불편하다.

한계령을 들머리로 삼을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강릉 양양을 거쳐 한계령에 가야 한다. 강릉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58분, 8시40분 등 하루 8회 운행된다. 2만5천5백원.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양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오전 5시50분 차를 첫 차로 20분 간격으로 있다. 막차는 밤 10시. 3천9백원. 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계령 정상까지는 오전 7시5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오후 7시20분까지 차가 있다. 2천3백원.

날머리인 설악동에서 시내버스 7번을 타고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부산행 고속버스를 탄다. 오전 6시40분, 8시25분 등 하루 6회 운행된다. 막차는 오후 1시40분. 3만8백원. 심야버스는 밤 9시, 9시50분, 10시40분, 11시10분에 있다. 3만3천9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경부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홍천IC~인제~한계령 순으로 가면 되고 내려올 땐 설악동~주문진~강릉~영동고속도로~원주~중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순으로 타면 된다. 아니면 양양~동해~삼척 울진~영덕~포항을 거치는 7번 국도를 타고 경주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도 된다.

무박2일 산행을 하려면 지역 산악회에서 밤 10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된다. 참고할 점 한 가지. 이 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도착하더라도 반드시 산행할 필요는 없다. 가까운 울산바위나 비선대까지만 올라 단풍구경 등 별도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다 출발시간에만 닿으면 별 문제는 없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산행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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