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가볼 만한 여름 계곡산행지

산길따라 물길따라 시름잊고 쉬어가세
  

절기상으로 가을로 접어든다는 입추가 지났건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왜 이리 더울까.
여전히 시원하고 한적한 곳이 그립다. 튜브에 몸을 실어 거친 파도를 타고도 싶고 그늘진 원두막에 누워 시원한 과일도 먹고 싶지만 산꾼이라면 계곡이 있는 산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라 했던가. 계곡 산행이야말로 이 고사성어의 현대판 버전이 아니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신 문물이 옛 것을 몰아내는 요즘 여름휴가만은 옛 선비의 그것이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듯하다. 여기에 보석같은 산길이 열려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국제신문 산행팀은 휴가철을 맞아 그동안 소개했던 산행지 중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가볼 만한 알짜배기 계곡산행지만을 엄선, 간략하게 소개한다.


#칠곡 금오산 금오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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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폭포 바로 아래 위치한 칠곡 금오산 금오동천 제2폭포와 구유소. 구유소는 선녀를 태우고 온
      용마가 물을 마신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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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폭포와 선녀탕.


국내 도립공원의 효시인 금오산 하면 흔히 구미에서 올라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과 물소리가 산을 울릴 정도로 우렁차다는 명금폭포를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산행팀은 칠곡의 금오동천을 품은 남릉으로 올랐다. 칠곡까지 가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지만 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그리 힘들지는 않다.

금오동천은 들머리에서 7분이면 계곡에 다다른다. 이때부터 제4, 3, 2, 1폭포와 벅시소 용시소 구유소 선녀탕이 연이어 나타난다.

특히 제1폭포는 목욕 중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했다 해서 눈물폭포라 불린다. 또 선녀탕은 선녀가 목욕하던 곳, 구유소는 용마가 물을 마신 곳, 용시소는 용마가 몸을 씻은 곳이다. 
 
8부 능선쯤 오르면 산속에 축구장 면적의 절반쯤 되는 평지가 있다. 습지로 조선시대 땐 외적의 침입에 대비, 3500명의 군사가 주둔했다 전해온다. 금오정이란 샘도 있다.

정상 바로 아래 절벽 사이에는 약사암이 있다. 낙동강과 구미시가 한눈에 펼쳐지며 구름다리로 연결해놓은 범종각은 여느 암자에서 만날 수 없는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하산길에도 부처바위 석굴법당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계곡에서 더위를 씻고 시간을 보내려면 산행팀이 오른 코스의 역순으로 올라도 상관없다. 〈근교산 & 그너머 585회〉


#함양 영취산 부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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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용소와 너른 암반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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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이면 아이들이 암반 미끄럼틀을 타는 이곳이 가장 인기를 끈다.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및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도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 실제로 함양 관광안내지도에도 표기돼 있지 않다.
   
 
올 여름 산행팀이 발굴한 최대의 성과이다. 부전계곡을 품은 산은 영취산. 백두대간이 정맥 하나를 풀어 놓는 지점으로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이기도 하다.

2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된 부전마을을 지나면 만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부계 전병순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 그의 흔적은 계곡 입구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민가 두 채를 지나면 너른 화강암반 아래 짙푸른 용소를 만난다. 암반 사이로 옥류 같은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용소에 이르는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의 구불구불한 슬라이드를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백두대간에 올라서면 조망도 빼어나다. 이웃한 백운산을 비롯 장안 괘관 황석 거망 금원 기백 월봉 덕유산 등 1000m급 고봉준령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행 중엔 또 함양 서상면과 장수 장계면을 잇는 고사리재도 지난다. 지금까지 육십령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산행에서 산행팀이 발굴했다. 〈근교산 & 그너머 578회〉   
 
#포항 천령산 청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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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하골 최고의 폭포로 알려진 연산폭포. 30m 높이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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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 만나는 은폭.


보경사계곡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여름이면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유명 계곡산행지 중 하나. '경북의 금강'이라 불리는 청하골은 내연산(삼지봉) 향로봉 매봉 삿갓봉 천령산(우척봉) 문수봉 등 6개의 봉우리에 의해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여 있다. 4㎞여에 걸쳐 무려 12개의 폭포가 있어 일명 '12폭포골'로 불리기도 한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넓은 소와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괴석, 그리고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소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보경사를 거쳐 산길은 계곡과 나란히 내달린다. 두 가닥의 물줄기가 떨어져 일명 쌍폭이라 불리는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 삼보폭 잠룡폭 무풍폭 관음폭을 거쳐 청하골 최고의 폭포로 불리는 연산폭포까지는 대략 2.7㎞. 높이 30m인 연산폭포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후부턴 능선길을 올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 정상에 서면 내연산 동대산 향로봉 무수봉 및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길에선 시명폭 실폭 복호2폭 복호1폭 은폭을 본 후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 바로 그 지점으로 내려와 앞서 본 상생폭에서 연산폭포에 이르는 7개의 폭포를 다시 보며 원점회귀한다.

참고 사항 하나. 폭포 이름을 알리는 안내판이 일부 없어 상생폭 보현폭 무풍폭 관음폭 연산폭 은폭 등 6개 폭포만 정확하게 확인 가능하다. 〈근교산 & 그너머 540회〉


#밀양 구만산 통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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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만폭포.


 계곡산행지의 고전으로 불리는 구만산은 평소에는 잘 찾지 않다가도 여름철만 되면 성지순례 떠나듯 전국에서 모여드는 전형적인 여름산이다. 해발 785m로 영남알프스 산군 중 낮은 축에 속하고 전망 또한 수목에 가려 온전치 못하지만 빼어난 계곡 덕택에 여름이면 이런 기현상이 발생한다.

밀양 산내면과 청도 매전면의 도계(道界)를 이루는 구만산 산행은 대개 구만폭포가 위치한 통수골로 올라 가인리 가인계곡으로 하산한다. 이럴 경우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정도 되는 구간에서 아마도 70%쯤이 계곡인 그야말로 맞춤형 계곡산행이 완성된다.

구만산 최고의 절경은 뭐니뭐니해도 구만폭포. 40m쯤 돼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구만폭포는 여름이면 남녀 구분없이 어른들의 물놀이 장으로 변모한다. 시퍼런 물빛의 너른 소에는 10여 명이 물장구를 치며 나이를 잊은 채 동심으로 돌아간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의 최고 수심은 어른 키보다 더 깊다.

하산길의 가인계곡은 통수골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픈된 통수골과 달리 가인계곡은 숲에 가려 물소리만 들릴 뿐 산길에선 거의 보이지 않아 접근하기 위해선 작은 소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이 때문에 여타 계곡에 비해 아직 원시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봉의저수지를 거쳐 내려오면 입구엔 인골산장(055-353-6531)이 있다. 산꾼들에겐 아주 유명한 집이다. 후덕한 주인 부부의 마음씨와 별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오리구이 닭백숙 흑염소 등이 주메뉴이다. 〈근교산 & 그너머 493회〉
   
 
#거창 덕유산 삿갓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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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삿갓봉도 구만산처럼 들머리와 날머리가 모두 계곡과 함께 하는 전형적인 여름산행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작은 폭포와 어른들도 수영이 가능한 너른 소, 선녀들이 목욕을 했을 법한 타원형 욕조모양의 웅덩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주변의 병풍바위와 울창한 숲이 산행 내내 이어져 산행을 왔는지 유람을 왔는지 착각할 정도.

산세도 빼어나다. 밧줄을 타고 올라야만 하는 암벽과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 곳곳에서 만나는 야생화는 한순간도 무료함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오감을 즐겁게 해준다.

들머리는 덕유산의 거창 쪽 베이스캠프 격인 황점. 황점에서 삿갓봉~월성재~월성계곡~황점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하산길 월성계곡은 거창의 계곡 중 으뜸으로 칠 정도로 경관이나 유량면에서 빼어나다. 월성재에서 장수군 토옥동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현재 비법정 탐방로로 지정돼 있다. 참고하길. 〈다시 찾는 근교산 350〉
   
 
#밀양 가지산 쇠점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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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점골 상류의 조그만 폭포와 너른 소. 이 소는 어른 키보다 깊다.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은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대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계곡을 무려 다섯 개나 품고 있다. 심심이골 용수골 석남사계곡 학심이계곡 그리고 쇠점골.

오천평반석이 위치한 쇠점골은 접근이 빼어난 데다 주변에 국내 100대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호박소와 천연기념물인 얼음골이 위치해 있어 부지런히 발품만 판다면 일거삼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쇠점골과 하산길인 용수골은 오래 전 밀양 산내 사람들이 지금의 석남터널이 뚫리기 전 언양장을 보러 다니던 옛길. 쇠점골이란 이름은 석남고개를 오르내리던 말들의 말발굽쇠를 갈아주고 술도 팔던 주막 '쇠점'에서 유래됐다 전해온다. 초창기 산꾼들이 많이 애용했지만 석남터널이 생기면서 도로를 한번 건너야 하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뜸한 편이다. 이 때문에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쇠점골에는 알려지지 않은 넓고 깊은 소가 여럿 있어 어른들이 수영을 할 수도 있다. 〈근교산 & 그너머 495회〉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혹 부처님을 닮은 산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등산 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 보니 이따금씩 부처님의 형상을 한 산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곤 합니다.
 부처님을 닮은 산은 사실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좀처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유홍준이 그의 명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적고 있듯 그저 아무 생각없이 혹은 출발 전 예습없이 무작정 떠난다면 그냥 산만 타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죠. 운이 좋아 낯선 사람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관심은 있되 여태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혹 더 있으면 알려 주세요.

 #중국 사천성(쓰촨성) 능운산 와불(臥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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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이 머리, 가운데 낙산대불이 위치한 가슴, 좌측이 하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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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71m의 낙산대불.


 사천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낙산시 능운산 서쪽 절벽의 황토빛 석벽 전체는 거대한 석불 좌상이 강을 내려다 보고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석불인 낙산대불이다. 불상의 높이와 산의 높이가 같은 71m이다. 귀의 길이가 7m, 머리는 14.7m, 발이 5.5m 정도. 발 위에는 100여 명이 둘러앉을 수 있고, 발톱 하나에도 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불상이 하나의 산이요, 산이 하나의 불상이다'라고 이동 중 가이드가 설명하기에 중국인 특유의 다소 과장된 표현이리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산 절벽 하나를 그대로 깎아 불상을 조각했다.
 산 절벽을 깎아 만든 거대한 불상이지만 엉성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머리가 다소 크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기에 장삼이사들의 눈에는 그렇게 커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낙산대불은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낙산대불이 내려다 보고 있는 이곳은 민강(岷江) 청의강(靑衣江) 대도하(大渡河) 등 세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 때문에 소용돌이로 인해 배가 침몰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당나라 현종 원년인 서기 713년 해통 법사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부처님의 법력으로 해난사고를 막아보고자 대불 조성에 들어가 90년만인 803년에 준공됐다. 물론 해통법사 사후이다.
 대불은 조성 목적에 맞게 사람을 압도하는 위용은 보이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강을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대불 구경은 대개 대불 왼쪽으로 조성된 구불구불한 계단으로 올라가 최대한도로 근접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기도를 한 후, 배를 타고 멀리 나가 대불을 바라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재밌는 점은 강에서 낙산대불 쪽을 바라보면 능운산이 좌우의 봉우리와 함께 마치 누워있는 부처님의 모습처럼 보여 와불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 즉 왼쪽 오룡산이 하체, 가운데 능운산이 가슴, 맨 우측 구성산이 머리 부분인 것이다. 낙산대불은 이 와불의 심장부위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점은 하체 쪽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 우스갯 소리로 부처님의 '거시기'라고 하지만 일명 능운탑이라 불리는 13층의 영보탑(靈寶塔)이다. 낙산대불 조성자인 해통 법사의 골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이 와불의 형태가 발견된 때가 불과 20년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곳에 가면 능운산 자락이 와불 모습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와이드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낙산대불은 지난 199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해남 두륜산 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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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은 부처님이 누운 듯한 와상(臥像)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다.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남도 해남땅의 명산인 두륜산.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만만잖은 암봉이다. 같은 암봉이라도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으로 힘이 넘친다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을 벗삼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 이 절집은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사시사철 방문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인 일지암도,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는 북암 마애여래좌상 등도 이 두륜산 품안에 안겨 있다.
 두륜산도 산 아래 대흥사 경내에서 가만히 보면 부처님이 누운 와상(臥像)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 부처님의 누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목 부분인 만일재가 다소 길어 어색하지만 하여튼 부처님의 와상은 확실하다.

 #구미/칠곡 금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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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남구미IC 진입 전 도로변에서 찍은 금오산.



 무학대사가 금오산 밑을 지나면서 산세를 본 후 산자락에서 언젠가 왕이 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금오산.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제로 이 예언은 맞았다. 금오산 자락인 구미 상모동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금오산은 지난 197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78년 자연보호헌장을 고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포한 곳이기도 하다.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 야은 길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채미정, 금오산을 울릴 정도로 물소리가 우렁차다는 명금폭포 등을 품은 금오산.
 이 금오산도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상에서 보면 그렇다고 하지만 차량이 많을 경우 산 구경을 하기 위해 갓길에 차를 세우기도 힘들다. 금오산 금오동천으로 산행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왜관IC로 나가지 말고 대신 칠곡군 북삼읍 남구미IC 쪽으로 가면서 바라보면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이 뚜렷하다.
 하지만 혹자는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닮았을 뿐 부처님이 아니라고도 한다. 문득 모든 생각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 낸 작용이라는 원효 대사의 일체유심조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부처님 형상은 아니지만 산 전체가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 특이한 산도 있다. 부처님 모습은 아니지만 잠시 삼천포로 빠져보자.
 

 #거창 미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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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나신을 연상케 하는 미녀봉의 전경. 1.얼굴 2.가슴 3. 배 4.다리.
 

 봉우리의 이름이 독특하면 숨은 사연이 있게 마련이지만 미녀봉은 겉모습이 그 사연도 잊게 만들 정도로 특이하다.
 한마디로 아기를 밴 듯 배가 부른 여성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서쪽(사진상의 오른쪽)인 머리에서 동쪽 하체까지 상세히 묘사하면 이렇다. 황강의 지류인 가천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늘어 뜨린 채 톡 틔어나온 이마와 눈썹, 오똑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여러 개의 산봉들이 빚어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길게 늘어 뜨린 머리카락만 아니라면 부처님이라고 우겨도 될 법하지만 머리카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녀봉으로 불린다.
 미녀봉의 형상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지점은 88고속도로 대구방향 가조IC 부근. 거창휴게소~가조IC~가조면 석장리 마을어귀까지 어느 곳에서나 적나라한 여체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중 으뜸은 가조IC 진입 직후 만나는 갓길. 마을 어귀는 비닐하우스와 전봇대가 함께 보여 그 맛을 반감시키지만 초록 들녘과 나랏꽃 무궁화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고속도로 갓길에선 대자연 속의 누드화를 보는 듯하다.
 대개 이런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미녀봉은 신기하리만치 한눈에 들어온다.
 미녀봉은 이웃한 장군봉과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거창 가조벌판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는 장군봉은 암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0m로 같다는 점도 재미있다.
 또 한가지. 미녀봉 아래에는 '양기' '음기'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이웃해 있다. 산쪽으론 양물샘, 유방샘이라는 샘터가 있다. 아마도 미녀봉이란 이름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진짜 삼천포로 빠져보자. 정말로 와룡산은 삼천포에 있습니다.


 #사천 와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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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곱터에서 찍은 와룡산 모습. 해발고도가 높아 이를 한눈에 보기 위해선 굉장히 높이 올라가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높이 올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용이 웅크려 누워있는 형상이다. 사진제공=사천시청.


 해발 799m의 와룡산은 하늘에서 보면 누워있는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명명된 이름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등성이마다 기암괴석의 암봉과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혀있어 예삿 산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여기에다 삼천포항을 비롯 남해 통영 거제도와 이름모를 섬들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빼어난 바다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부울경 산꾼들의 알짜배기 근교산으로 알려져 있다.
 기묘하고도 수려한 산세 때문인지 와룡산의 품안에는 절집이 아주 많다. 구전되는 전설에 따르면 와룡산에는 팔만구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지금은 알려진 절집만 해도 청룡사 덕룡사 백천사 백룡사 용주사 와룡사 갑룡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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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천사 와불(왼쪽)과 와불 내 몸속법당. 사진제공=사천시청.


 재밌는 점은 백천사 내에 와불이 있다는 점. 그것도 세계 최대의 와불. 비스듬히 팔을 괘고 있는 이 와불은 11년 전에 조성됐다. 길이 13m, 높이 3m인 이 와불은 수령 2400년 된 거대한 소나무를 부처님 형상으로 조각, 도금했으며 그 안쪽에는 나무를 깎아내 몸속법당을 만들어 부처님을 모셔놨다. 그래서 각각 목와불(木臥佛) 또는 와불몸속법당이라 불린다.
 중국의 낙산대불이 그랬듯이 백천사의 목와불과 와불몸속법당 내 부처님도 아마 불력으로 와룡산 및 한려해상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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