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하다 그래서 발길이 오래 오래 머문다
이웃 적석산에 가려 산꾼들 몰라 호젓한 산행
헌걸찬 암릉구간 일품, 남해 바다 한눈에
지리 천왕봉, 하동 금오산, 광양 백운산도 보여
걷는 시간만 4시간20분 인근 양촌온천 피로 싹 

산행 초입.
산행 중 만난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적석산(왼쪽)과 깃대봉(오른쪽).
암봉인 430봉에 선 산행팀.
430봉의 높은 지점에서 낮은 지점으로 본 모습. 앞서 본 적석산(왼쪽)과 깃대봉(오른쪽)이 보인다.


 세상사가 늘 그렇듯 이등은 이등일 뿐이다. 오직 일등만 부와 명성과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런 팝송도 있지 않았던가.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 물론 의미있는 이등도 잠깐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하지만 대개 그때뿐이다. 그래서 이등은 언제나 서럽다.

산도 예외는 아니다. 애오라지 나 홀로 평가를 받는다면 정말 괜찮은 산이지만 인근에 지명도 높은 명산이 떡 버티고 있으면 그저 찬밥에 다름 아니다.

담양 병풍산과 추월산의 관계가 대표적 사례. 병풍산은 사실 내로라하는 명산의 반열에 슬쩍 끼워 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병풍산은 담양호를 끼고 솟은 추월산의 그림자에 가려 한동안 무명으로 쓸개즙을 되씹었다.   
   
그래도 병풍산을 부러워하는 산이 하나 있다. 고성군과 이웃한 마산 진전면에 있는 인성산이다. 인성산은 병풍산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들조차 금시초문이고, 마산시 홈페이지에도 찾을 길이 없다. 인성산에서 팔을 뻗으면 손에 잡힐 듯한 적석산(積石山)은 버젓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인성산(仁星山·644m)은 서럽고 또 서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성산은 적석산에 버금간다. 이름 그대로 어질게 무명으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별처럼 빛날 날이 시나브로 찾아온 것이다.

겉모습은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아기자기한 암릉 구간이 일품이고 곳곳에 열린 바위전망대에선 고성과 마산 거제 진해 쪽의 쪽빛 바다가 유혹한다. 여기에 산행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단지가 코앞에 있고 인근에는 입맛 당기는 돼지주물럭집이 몰려 있다.

온천단지가 몰려 있는 양촌마을과 돼지주물럭으로 유명한 대정마을을 경계로 적석산과 마주보고 있는 인성산은 적석산의 장점을 공유하면서도 인적이 드물어 '나만의'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높이 또한 인성산이 152m나 높아 조망이 더 넓다.

산행은 진전면 금암리~여항우체국~김해 김씨묘~430봉~사거리 고개~561봉~인성산~정상석 봉우리~474봉~334봉~남평 문씨묘~마창진 축협 한우개방단지 사료판매장(대정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이정표 하나 없지만 촘촘하게 안내 리본을 매달아 산행하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하다.   


 대정마을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대정식육식당을 지나 금암리 방향으로 800m쯤 가면 금암리 정류장. 여기서 10m쯤 가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60m 전방에 여항우체국이 보인다. 우체국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면 대형 전봇대 뒤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30m쯤 바짝 오르면 낙엽과 솔가리가 수북한 송림터널이 기다린다. 이후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묘지가 나타난다.

들머리에서 30분이면 방치된 무덤이 위치한 전망대에 선다. 우측으로 여항산, 11시 방향 깃대봉과 그 왼쪽 적석산이 보인다. 적석산은 소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확인될 뿐이다.

계속되는 오름길의 연속. 7분쯤 뒤 힘든 된비알이 사실상 끝나고 길은 우측으로 휜다. 대신 길은 잡목이나 잔가지가 얼굴을 때릴 만큼 거칠고 폭은 좁아진다. 심할 경우 아예 길이 사라지기도 한다. 깔끔한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서 바윗길이 기다린다. 우회하기도 하고 바로 넘기도 하고 때론 바위군 사이를 통과하며 오르내린다. 그러다 한순간 정면 봉우리를 앞두고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안부에서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른다. 왼쪽 저 멀리 여항산에서 서북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길이 한 일 자로 보인다.

쉼없는 된비알. 아주 미끄러운 낙엽길이다. 6분쯤 지났을까. 길 우측 전망대바위가 기다린다. 발아랜 들머리 마을과 그 뒤로 볼록볼록 솟은, 구름다리가 보이는 적석산, 그 우측 깃대봉, 다시 그 우측 뒤로 뜻밖에도 저 멀리 눈덮인 지리산 천왕봉과 남부능선이 확인된다.
  
뜸하던 암릉길이 이때부터 재차 모습을 드러낸다. 재밌는 점은 바위 전부가 얇은 시루떡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처럼 층리면이 발달한 수평층의 퇴적암이다. 이웃한 적석산과 똑같다. 암릉에서 내려와 잠시 만나는 산길 역시 아주 거칠다. 곧 집채만한 바위가 버티고 있다. 밧줄이 필요할 것 같지만 대충 나무를 잡고 오른다. 암봉인 430봉이다. 적석산 좌측으로 고성 쪽의 철마 거류 벽방산도 보인다. 시원한 전망과 달리 아뿔싸, 내려서는 지점을 찾을 길이 없다. 우왕좌왕 살펴보다 결국 바위 우측으로 내려선다. 꽤 험하지만 그래도 이곳밖에 없다. 내려서도 연이어 바윗길이 잠시 이어지다 낙엽길로 변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겉으로 드러난 조그만 바위 모양이 독특하다. 거북 멧돼지 공룡 등등.

           인성산은 높지 않지만 크고 작은 기암절벽이 있어 시종일관 정신을 놓아선 안된다.

 낙엽길은 수북한 낙엽 아래 크고 작은 돌이 있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조심해야 한다. 물론 잡목이나 나뭇가지는 피해가야 하며 적당한 오르내림도 있다.

이렇게 30분. 사거리 고개에 닿는다. 완경사 오름길로 직진한다. 도중 연안 차씨묘도 지난다. 아주 힘들진 않지만 은근히 힘을 뺀다. 15분쯤 뒤 561봉. 바로 올라도 되고 좌측 산허리길로 우회해도 된다. 우회하면 처음엔 길이 반듯하지만 나중엔 희미해지기 때문에 봉우리로 바로 오르길 권한다.

어느 지점부턴가 우측으로 남해안의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행팀이 명명한 지네바위.
뜻밖에 지리산 천왕봉도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어느 지점부턴가 우측으로 남해안의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도중 꼬리부분이 가늘고 바위가 토막토막 나 있는 일명 '지네바위'와 소나무 아래 두 사람이 겨우 설 정도의 바위전망대도 잇따라 지난다. 이 전망대에 서면 상봉과 정상석이 서 있는 암봉 지점과 향후 갈 능선, 앞서 본 고성의 산들에 이어 거제도의 산들까지도 한눈에 보인다.

정상은 10여 분 뒤 선다. 동시에 갈림길이며 조망이 거의 없다. 왼쪽은 서북산 여항산 봉화산 베틀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이때부터 안 보이던 안내 리본이 등장한다. 곧 소나무 아래 전망대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주변 조망을 한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철탑이 서 있는 광려산과 대산, 그 우측 뒤로 봉림산 비음산 대암산 용지봉 불모산 시루봉 진해시가지, 그 우측 뒤로 부산 장림 다대포, 다시 우측으로 가덕도 연대봉과 신항만, 거제도 대금산 그리고 발아래 번화가인 진동면소재지와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치형으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도 보인다.

발아래 번화가인 진동면소재지와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치형으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도 보인다. 그 뒤로 부산 장림 다대포, 다시 우측으로 가덕도 연대봉과 신항만, 거제도 대금산도 확인 가능하다. 
인성산 정상에는 정상석이 없다. 정상에서 10분쯤 내려가면 서 있다. 이곳이다. 이곳에 서면 마산 거제 진해 창원 심지어 부산까지도 시야에 들어와 감탄사가 절로 인다. 등 뒤론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7분뒤 정상석이 서 있는 암봉. 앞서 본 조망이 더 크게 넓게 보이는 건 물론 우측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남부능선을 기점으로 왼쪽 하동 금오산, 사천 와룡산, 광양 백운산, 오른쪽 진주 달아산 장군봉 등이 확인된다. 진짜 정상은 아니지만 조망이 빼어나 정상석이 서 있을 만하다.

이후 부턴 줄곧 암릉지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점이 거의 다 전망대라고 봐도 된다. '좌 마산 앞바다, 우 지리산'을 감상하며 걸을 땐 콧바람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내달리기만 하는 길은 결코 아니다. 크고 작은 암봉이 막기도 하지만 바로 올라도 되고 우회해도 상관없다. 하산하면서 보는 각도가 달라져 지리산 우측으로 웅석봉과 황매산이, 좌측으로 거제 고현 앞바다 쪽 삼성중공업과 계룡산이 확인된다.

하산길 도중에도 바다는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어지는 산길. 정상석 봉에서 40분이면 무명봉 정점에 선다. 지도상의 474봉이며 갈림길. 왼쪽 곡안리,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도중 좌측으로 양촌온천단지가 보인다. 474봉에서 35분이면 주변이 벌목된 정점에 닿고, 이어 묘지 2기를 만나면 우측으로 발길을 잡아야 한다. 이제 산행 막바지. 이어 남평 문씨묘를 지나면서 산을 벗어나고 여기서 10분이면 대정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최신 버전 2만5000의 1 지형도, 해발 644m로 표기돼

 지금까지 인성산의 해발고도는 648m로 알려져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최신판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644m로 표기돼 있어 산행팀은 이를 따랐음을 밝혀둔다. 사실 인성산은 고도에 비해 힘이 든다. 해발 802m의 금정산 고당봉보다 더 힘들다. 오죽했으면 이창우 대장은 1000m급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 같다고 했을까. 들머리가 거의 해발 제로이기 때문이다.

산줄기는 마치 밀양 용암봉~소천봉을 빼닮았다. 들머리 마을을 두고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행 중에는 진달래가 지천이어서 봄에 다시 찾으면 황홀한 꽃산행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들머리 금암리에서 인성산까지의 구간은 국제신문 산행팀이 개척했으며, 전망이 빼어난 하산로 또한 서북산과 이어지는 능선길로 산꾼들이 잘 찾지 않는 코스이다.

들머리와 날머리는 500m 떨어져 있다.

산행 후 진짜 들머리가 있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금암리 정류장에서 13m쯤 더 가면 만나는 화생당약국의 맞은편인 옛 여항우체국 우측길로 들어서면 삼선각과 맞닿는다. 왼쪽으로 돌면 능선 초입에 진주 정씨묘가 보인다. 진짜 들머리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50년 전통의 돼지 주물럭 전문 대정식육식당(055-271-7043). 들머리 금암리와 이웃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식육점을 겸업해 질이 좋은 삼겹살과 목살에 양파를 듬뿍 썰어 넣고 참기름과 간장 등으로 잘 무친 다음 다시 고추장에 버무린다. 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워 맛이 깔끔하다. 1인분 5000원. 이곳에서 차로 1분 거리에는 양촌온천이 있어 피로를 풀 수 있다. 현재 온천은 3개. 어딜 가나 큰 차이는 없다.


◆ 교통편 - 마산남부터미널서 진주행 버스 타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남부(남마산)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10~20분 간격으로 있다. 1시간20분 소요. 4000원. 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를 타고 대정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오전 8시15분, 8시45분, 9시15분, 9시35분, 10시, 10시20분, 10시50분. 2400원. 날머리 대정마을 입구에서 남부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 5시30분, 6시15분, 6시50분, 7시20분, 7시40분, 8시10분, 8시35분, 9시10분(막차). 남부터미널에서 서부터미널행 버스는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5분. 4000원. 노포동터미널행 버스도 있다. 오후 4시32분, 5시15분, 5시43분, 6시20분, 7시21분, 8시7분(막차). 5100원. 1시간40분 소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정차(42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내서분기점서 김천 대구 내서 방향~내서~내서IC~함안 마산 직진 1004번~통영 마산 좌회전~통영 상곡 우회전~통영 마산~쌀재터널~통영 고성~진동면~진주 통영~진주 문산~곡안리~양촌온천타운 지나~의산(서암로) 1029번 우회전~(대정식육식당 지나)~군북 여양리~금암교 지나~진전중(폐교) 지나~금암리 버스정류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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