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매곡동 동부산CC 바로 아래 '송림정'
-특상품 한우 암소 중 갈빗살만 취급
-식사 땐 된장, 김치,우거지찌개,콩비지 중 세개나 나와
-동부산CC 챔피언들 모두 이곳서 회식
-주인 최강팔 씨, 전국 아마대회 우승한 골프광
   

식사 땐 된장찌개 김치찌개 우거지찌개가 나와 입맛을 돋워준다.
울릉도 명이나물도 보인다.

 
방문을 들어서자 조그만 액자가 눈에 띈다. 읽어보니 아주 재밌다. 잠시 인용하면 이렇다. 제목은 주말 골프의 4가지 유형. '금상첨화-거리 좋고 방향 좋고, 유명무실-거리 좋고 방향 별로, 천만다행-거리 별로 방향 좋고, 백해무익-거리 별로 방향 별로'.

옆방에는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치기를 원한다면 Slower(천천히), Shorter(짧게), Softer(부드럽게)'로 요약되는 게리 플레이어의 '3S론'도 보인다. 복도에는 동부산CC 클럽 챔피언전에서 그린 재킷을 입은 역대 우승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경남 양산시 매곡동 동부산CC 입구에 위치한 고깃집 '송림정'. 알고 보니 이 집 주인 최강팔(66) 씨는 골프를 무진장 사랑하는 골프광이었다. 그는 지난 2006년 아마대회로 전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부산MBC 전국 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대회에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아마추어 고수들을 물리치고 60대의 나이로 우승, 노익장을 과시했다.

송림정의 손님들은 크게 두 부류. 주말에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동부산CC를 찾는 주말골퍼들과 가족 단위 손님들이고, 평일에는 이웃한 그린공단의 직원들이 주로 찾는다.

송림정은 특상품 한우 암소의 여러 부위 중 갈빗살만 취급한다. 가장 맛있는 데다 여러 부위를 취급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남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란다.

밑반찬은 아주 정갈하다.

3년 된 묵은지, 심심한 듯 하면서도 맑은 맛으로 자꾸 숟가락이 가는 백김치, 오이피클, 양파지, 마늘지, 울릉도 특산인 명이나물, 멸치젓에 삶은 미역과 생미역, 양배추 풋마늘 상추 겨울초가 한상 가득 나온다. 여기에 다른 집과 달리 미역국과 미리 구운 마늘까지 곁들여지니 웬만한 쌈밥집보다 푸짐하고 하나같이 입맛을 돋운다.

별미인 신김치.

국물이 끝내주는 백김치.


안주인 박보나(62·사진 아래) 씨는 "지금이야 겨울초만 재배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식당 뒤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창밖에선 겨울초가 푸름을 과시하며 고개를 쏘옥 내밀고 있다.

마블링이 살아 있는 핏빛의 갈빗살(120g 2만7000원)은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럽다. 참숯불에 살짝 올려놓자 어느새 육즙이 고이면서 익어간다. 워낙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주인 최 씨는 "이 정도면 서울 강남에선 1인분에 6만~7만 원은 족히 받는다"고 곁들였다.

식사 땐 된장찌개, 김치찌개, 우거지찌개, 콩비지 중 항상 세 개나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반찬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초지(장아찌) 콩잎 깻잎 오징어젓 콩장 버섯볶음 총각김치와 밥도둑 간장게장. 간장에 절인 콩나물도 보인다. 소금과 참기름을 치지 않은 간장에 찍어 먹는 김도 나온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어릴 적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다.

점심 특선으로 갈치 요리도 있다. 제주도 생갈치만 쓰는 갈치정식(1만8000원)과 갈치돌솥밥(2만 원)도 인기 있는 메뉴이다. (055)388-7777



 


식당, 정육점 겸해 귀한 특수부위 언제나 준비돼
경주 산내, 언양 봉계 등에 비해 7000~8000원 저렴
다대기 푼 된장라면, 보릿가루 첨가한 누룽지 별미

        특소금구이.맨 우측 하단 가운데 심줄이 있어 나뭇잎을 빼닮아 명명된 낙엽살. 맨 좌측 하단
          부위가 치맛살, 좌측 상단 돌돌 말려 있는 것이 갈비갈, 그 옆 넓적한 덩이가 등심, 등심 위의
          고기는 제비초리이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모처럼 제대로 된 고깃집이 하나 생겼다. 떠들썩하지도 않고 화려함과는 더욱 거리가 먼, 애오라지 맛으로만 승부하는 집이다. 해서, 주말 평일 가릴 것 없이 북적댄다.


사실 넘치는 게 고깃집 아닌가. 하지만 모처럼 큰 마음 먹고 외식 한번 하려고 해도 어딜 가야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하나같이 특상품 한우 암소를 취급한다 하고, 최상의 식재를 사용한다고 내세우니까. 가서 맛보지 않고는 옥석을 구분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럴 경우 지인들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혹자는 인터넷 맛집 사이트를 참고하라고 하지만 '알바'들에 의한 장난이 심해 그것도 절반은 믿지 못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고깃집을 소개받으면 반가울 수밖에.

'영남식육식당'. 식당을 하면서 정육점을 겸한다. 신시가지 좌동 재래시장 인근이다. 원래 일식집이었던 곳을 인수, 고깃집으로 개조해 작은 방들이 많다.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에 방해받지 않아 우선 마음에 든다.

먼저 선짓국과 밑반찬, 간 천엽 등골(척수) 한 접시가 동시에 나온다. 칼슘이 우유의 40배나 된다는 하얀색의 등골은 소를 마리째 구입하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거란다. 안주인 김수정(38) 씨는 설탕없는 아이스크림에 비유했다. 실제로 그랬다.

간 천엽 그리고 하얀 색이 등골(척수)이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명이나물.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지.


소피로만 만든 맛이 기가 막힌 선지국.

태백숯가마에서 공수된 참숯.


낙엽살.

육사시미.


밑반찬 중에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산마늘의 일종인 명이나물과 옛날 방식으로 담근 오이지 그리고 묵은지가 눈길을 끈다. 명이는 새 순이 올라오는 지금이 가장 맛있단다. 평소 못 보는 반찬이라 대부분의 손님들이 남은 것을 싸간다고 한다. 선짓국 또한 소피로만 직접 만들어 그저그만이다. 사이드음식이었다가 손님들의 요구로 최근 선짓국 정식이 식사의 메인 메뉴로 등장했다.

잠시 후 이글거리는 숯불과 주문한 특소금구이(120g 2만2000원)가 나무 도마 위에 올려진 채 들어왔다. 등심 낙엽살 치맛살 갈비 제비초리 등 이름 또한 흥미롭고 화려하다. 한눈에 봐도 고기 속의 마블링(지방의 무늬)이 예사롭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고기의 원산지나 등급에는 관심을 두지만 정작 숯불에는 무심하다. 물어보니 참숯이었다. 강원도 태백숯가마에서 구워낸 것이란다. 안주인 김 씨는 "참숯을 좀 아는 사람은 결을 보면 바로 안다"며 석쇠를 걷어내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곤 아무리 좋은 등급의 고기라도 숯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마도 맛의 절반은 달아난다고 숯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숯의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야 비로소 진정한 고기맛이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고기맛은 어떨까. 유난히 붉으면서 마블링이 없는 제비초리를 먼저 올렸다. 목 뒤 두 덩어리가 나오는 제비초리는 다른 고깃집에선 고가의 특수부위로 판매된다고 했다. 기름기가 적은 제비초리는 입에서 녹는다. 이름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낙엽살은 앞다리살이다. 긴 혀 모양의 고기를 절반으로 나누는 심이 있어 영판 나뭇잎 그 자체다. 육즙이 묻어나 고소하면서도 부드럽다.

기름이 적고 맛이 고소한 치맛살은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개인적으론 육즙과 함께 고소하면서도 약간의 씹는 맛이 있는 등심과 갈비살이 가장 맘에 들었다.

안주인 김 씨는 특수부위(120g 2만7000원)인 안창 안거미(토시) 살치 꽃살도 한 두 점씩 구워 권했다. 이른바 서비스였다. 적출할 수 있는 양이 적어 귀하고 그래서 더 맛있는 부위가 특수부위이다. 갈비살과 유사하지만 더 맛있는 안창과 기름기가 없고 등심과 맛이 비슷한 안거미는 한결같이 입에서 증발해버린다. 안거미는 기름이 적고 고소해 어르신들이 특히 선호한다. 마블링이 가장 화려한 꽃살은 입에서 눈녹듯 사라진다. 가히 맛의 향연 그 자체다.

           특수부위. 적출할 수 있는 양이 적어 귀하고 그래서 더 맛있는 부위가 특수부위이다.

보릿가루를 첨가한 누룽지.

된장라면.


 식사는 된장라면, 누룽지, 된장찌개 중 택일. 누룽지에는 보릿가루를 넣어 국물맛이 고소했고, 다대기를 곁들인 된장에 국수처럼 삶은 라면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였다. 마무리 식사까지 깔끔하다. 한마디로 부산의 맛집으로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고기는 식육점 가격으로 판매하며 생고기를 진공 포장해 선물용으로도 마련해준다. (051)702-0110


<주인장 한마디>
"좋은 고기 찾으러 팔도강산으로 발품을 팔아요"
안주인 김수정 씨.

안주인 김수정 씨는 흔히 고기의 명가로 불리는 언양 봉계 산내 지역의 비슷한 등급의 고기보다 영남식육식당이 7000~8000원 정도 싸다고 했다. 도로에 뿌리는 기름값을 뺐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 중간 유통상 없이 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데다 뼈를 발라내는 작업을 손수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

한우 암소를 어디서 구입하느냐고 물었더니 딱히 고정적으로 가져오는 곳은 없다고 했다. 남편인 이승무(42) 씨가 좋은 고기를 구하러 발품을 판다고 답했다. 경북 봉화나 경주 산내가 주요 거래처라고 했다. 얼핏 들으면 약간 신뢰감이 없는 듯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신빙성이 가는 대답이었다.

김 씨는 손님들에게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고기는 직원이 굽다가 개인접시에 한 점 놓을 때 바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때가 맛의 절정이기 때문이란다. 가급적 소금을 찍어 먹어야 제대로 된 고기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 고기는 되도록 기름기가 적은 순으로 먹어야 하며 양념갈비를 제일 마지막에 먹어라고 권했다. 한마디 더 덧붙였다. 요즘은 식당 벽에 축산물 소 등급 판정확인서를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붙여 놓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좋은 일도 하고 있더군요.

영남식육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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