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마술사다. 형형색색 꽃들을 단번에 쏟아내지 않고 변덕이 심한 인간들을 배려한 듯 시기별로 요술보따리에서 속세로 하나씩 내놓는다.

빠알간 동백을 시작으로 매화 진달래 개나리 벚꽃 백일홍 철쭉 복사꽃 배꽃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까지. 그래서 유달리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겨우내 봄을 사무치게 기다린다. 봄의 이러한 사려깊음을 인간군상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길이 없지만.
벚꽃은 이미 꽃비를 뿌린지 오래고 지금은 진홍 분홍 하얀색의 철쭉이 거리 곳곳에 만개해 있다. 연분홍 진달래 또한 `님을 향해 즈려 밟힌지' 오래다.

대운산 제2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50분간의 산길은 진달래 천국이다.

하지만 대운산 정상에선 도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심보다 구름에 더 가깝기를 바라는 대운산(大雲山·742m)은 이제야 진달래가 한창이다.

도심에서 아주 멀거나 필부가 못오를 만큼 그리 험하거나 높지도 않다.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 창원 비음산마냥 온 산사면이 진달래로 덮여 있지도 않다. 산행 내내 그저 길 양쪽에 진달래가 나그네를 반기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대운산 제2봉 부근에서 상봉으로 향하는 50여 분 내내 진달래가 꿈길을 이루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온양면과 경남 양산시 웅상읍에 걸쳐있는 대운산.
이번 주말 만사를 제쳐 놓고 봄기운이 어렵사리 피워놓은 진달래를 감상하면서 아직도 불러보지 못한 상춘곡을 읊조려 보자. 진달래뿐 아니라 수수한 산세와 울창한 숲, 그리고 깊고 깊은 계곡과 명경지수와도 같은 맑는 계곡물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하다.

산행 초입 전망대에 서면 벚꽃이 만개, 완연한 봄 색깔로 치장해 눈이 부시다.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제3주차장(상대주차장)~삼거리 전자안내판~나주 임씨묘~318봉~391봉~대운산 제2봉~진달래 군락지~대운산 정상~헬기장~전망대바위~경주 이씨묘~대운농장~철판다리~애기소~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이정표가 꼼꼼하게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들머리 온양면 남창리는 유명한 배 산지. 주차장을 벗어나면 개울 건너 배나무밭엔 배꽃이 한창이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있어 대운교 등 길가에는 연등이 일렬로 걸려있다.

삼거리 정면에는 울주군 재해대책본부에서 세운 대형 전자안내판이 서 있다. 그 옆에는 `대운산 제2봉 4.6㎞, 내원암 1.5㎞'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내원암 방향으로 5m쯤 가면, 왼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산 전체가 완연히 제 색깔을 찾고 있다. 갓 나온 새 잎은 애기의 뽀얀 피부처럼 깨끗하고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여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산 기슭엔 정상부와는 달리 진달래가 이미 시들어 있고 대신 산철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꿩 한 마리가 숲에서 푸드득 하고 뛰어 오른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왼쪽은 물소리가 들리는 애기소 방향.

15분 뒤 봉분이 거의 사라진 나주 임씨묘. 오른쪽 저 멀리 기암절벽이 시선을 붙잡고, 산허리를 따라 난 임도를 따라 내원암으로 등산객이 오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전망대. 뒤돌아보면 정면으로 삼각산과 불광산, 원효대사의 전설이 서린 척판암이, 그 왼쪽으로 달음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직진한다. 왼쪽 저 멀리 대운산 정상이 서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제 색깔을 못내고 있다. 고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와 돌탑을 잇따라 지나면 우측 수목 사이로 내원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과 0.2㎞ 떨어져 있다. 주변 송림은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 한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가 시선을 끈다.
       진달래는 피어 있지만 아직도 산 전체는 푸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행 중 만난 뱀.



영월 엄씨묘를 지나면 눈앞에 넘어야 할 작은 봉우리가 기다린다. 그 뒤로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으로 대운산 주봉, 다시 그 왼쪽으로 하산할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땀을 흠뻑 낼 요량으로 1시간 정도 바짝 오르면 두 번째 전망대를 만난다. 일관된 가풀막이어서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제2봉은 15분이면 닿는다. 제2봉은 대운산에서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그칠 것이 없다. 오른편엔 1.3㎞ 거리의 제1봉과 꼬장산이, 정면엔 울산대 뒷산인 문수산, 그 왼쪽으로 정족산 천성산이, 조만간 오를 대운산 정상 뒷편에는 시명산과 달음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2봉에서 정상까지는 2.7㎞. 왼쪽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사방이 온통 3~4m쯤 되는 진달래 천국. 정상까지 50여 분간 줄곧 길 양편에 도열해 있다. 이번 산행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일부 구간에선 거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 군락 보호를 위해 가지치기를 한 지자체의 노력이 엿보인다. 기온 탓에 모두 만개는 안했지만 이번 주말이면 온통 연분홍으로 덮을 태세다. 마침내 정상. 날이 쾌청할 경우 동해바다와 대마도도 확인된단다.

하산은 올라온 방향과 정반대인 도통골과 박치골 사이의 남동쪽 능선길로 내려선다. 동쪽은 상대마을, 서쪽은 시명산 방향이다.

오름길과 달리 인적이 드문 좁은 소로이다. 20분 정도 내려서면 진달래가 뜸해지고 활엽수가 비로소 초록빛을 띠기 시작한다. 등로는 ‘갈 지(之)’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날파리가 눈 앞에 귀찮게 아른거리고 70㎝쯤 되는 이름모를 뱀이 유유자적하게 지나간다.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15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길을 택해 내려서면 경주 이씨, 인동 장씨묘를 잇따라 지나 대운농장이 나온다. 이후 철판다리를 건너 10분 정도 애기소가 펼쳐지는 유량이 풍부한 계곡과 나란히 달리는 임도를 따라 걸으면 제3주차장에 닿는다. 비로소 원점회귀 산행이 완성된다.

# 떠나기전에

대운산은 동국여지승람과 함께 오래된 읍지(邑誌)에는 부처님의 은광을 의미한다는 불광산(佛光山)이라 표기돼 있다. 이 불광산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과 삼각산도 포함된 듯하다.
 대운산(옛 불광산)은 원효대사가 생애 마지막으로 수도를 했다고 전해온다. 해서, 지금의 대운산에는 원효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온다.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원효가 수도를 하던 중 널판자를 날려보내 위기에 처한 당나라 승려를 구했다는 장안사 산내 암자 척판암이 좋은 사례이다.
대운산을 찾으면 놓쳐선 안될 명소가 있다.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이 있다. 또 내원암 주차장에는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은 500년 된 팽나무도 있다. 꼭 챙겨보자.

           내원암 주차장 내 50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았다. 

누가 뭐래도 대운산의 숨은 보석은 상대계곡. 명경지수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애기소가 압권이다. 애기소농장 팻말이 있는 옆길로 진입하면 된다.

# 교통편
부산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 두 편 운행된다. 남창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대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40분, 9시5분, 10시10분에 있다.
돌아올 땐 애기소슈퍼 앞 정류장에서 남창행 버스는 오후 2시30분, 3시30분, 4시40분, 6시30분에 출발한다. 남창역에서 부전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37분, 6시2분, 8시36분에 있다.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해운대역 맞은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 내려도 된다. 오전 5시10분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기차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남창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시외버스정류장에서 해운대행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수시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해운대~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기장체육관 기장군청 방향~울산 온양 방향~(장안사)~상대 하대 대운산~대운산 내원암 계곡 방향 크게 좌회전 후 굴다리 통과~대우난 공영 1, 2주차장을 지나 상대주차장인 제3주차장 순. 




 


'동남권 삼도봉' 품은 원효의 화엄도량
봄 진달래· 여름 계곡 · 가을 단풍·겨울 눈꽃
부산 울산 경남 경계… 보기보다 벅찬 코스
하산길 울창한 숲 도통골 폭포·소 더위사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660봉(일명 불광산)을 지나 대운산 가는 도중의 전망대(왼쪽)와 대운산 정상.
 
 
 세 지자체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를 의미하는 삼도봉(三道峯). 백두대간에는 실제로 삼도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셋 있다.

우선 지리산 서부능선 상의 삼도봉(1550m). 경남(하동) 전남(구례) 전북(남원)의 경계에 솟아있다. 3도 경계라는 사실 이외에는 별 특징이 없다.

충북(영동) 경북(김천) 전북(무주)을 가르는 삼도봉(1177m). 이웃한 지자체가 완전히 달라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어가 흔히 붙는다. 정상에는 3개 도민들이 지역 간 화합을 다짐하기 위해 세운 대화합 기념탑이 서 있다. 오리지널 삼도봉의 남쪽 바로 아래에 위치한 또 다른 삼도봉(1249m)은 경북(김천) 전북(무주) 경남(거창)의 경계에 솟아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까치수염(왼쪽)과 꿀풀.

부산 인근에도 찬찬히 찾아보면 이와 유사한 삼도봉이 속한 산이 하나 있다. 바로 대운산 660봉이다. 흔히 주봉은 울산과 경남 양산의 경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주봉의 남서쪽에 위치한, 지금도 기장 장안사 쪽에선 불광산이라 불리는 660봉이 부산 기장, 울산 울주, 그리고 양산 웅상의 경계를 이루며 삼도봉 역할을 하고 있다.

원효의 마지막 수도처로 알려진 대운산은 전형적인 육산. 양산 웅상의 명곡이나 기장 장안사 인근 척판암, 그리고 울주 상대주차장 등 어디로든 접근이 용이해 영남알프스 못잖게 지역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털중나리(왼쪽)와 속은노루오줌.

단지 가깝다는 이유만은 결코 아니다.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가,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 가을이면 만산홍엽 단풍이, 겨울이면 동해와 인접해 연신 내리는 눈으로 사시사철 꾸준히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특히 여름이면 주 계곡인 상대계곡을 비롯, 도통골 박치골 내원암 계곡 등은 전국의 많은 산꾼들로 붐빈다.

하지만 부드럽고 그윽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 속살로 파고 들면, 암팡진 산세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은근히 체력을 고갈시킨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빼어난 절경은 아니지만 일부 구간에선 기복이 심해 여름철에는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고 말했다.

   
산행은 울주군 온양읍 상대 제3주차장~능선 안부~장안사 갈림길~첫 이정표~잇단 척판암 갈림길~능선 삼거리~벤치에 이어 660봉~시명산·대운산 갈림길~대운산 정상~헬기장~제2봉·도통골 갈림길~도통골~무명 폭포와 너른 소~대피소(화장실)~임도~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으로 한여름 산행지로는 다소 벅찬 코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형 대운산 등산안내판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15m쯤 떨어진 지점, 왼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입구에는 리본이 많이 달려있다.

처음부터 오르막의 연속이다. 한적한 숲 발 아래는 까치수염 노루발 등이 눈에 띈다. 13분 뒤 너른 터이자 능선 안부. 왼쪽은 상대마을, 오른쪽으로 간다. 10m쯤 뒤 다시 갈림길. 오른쪽 능선길 대신 뚜렷한 왼쪽길로 간다. 이내 지계곡. 건너면 갈림길. 왼쪽은 명례마을 하산길, 오른쪽으로 간다.

무덤과 사거리 안부를 잇따라 지나면 비로소 우측에 대운산이 숲 사이로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등로는 대운산을 향해 시계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지형지물 하나없는 평범한 산길이 계속된다. 등로 왼쪽은 장안사(부산 기장), 푹 꺼진 오른쪽은 상대계곡(울산 울주) 방향이다. 등로 한 지점에선 장안사 주차장과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도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통골 하단부에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3단 폭포와 너른 소가 기다린다. 예상치 못한 이 명소에 50대로 보이는 산꾼들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수영을 즐기고 있다.
 
그늘이 시원한 절개지 삼거리에 서면 비로소 확 트인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 대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17분 뒤 V자 소나무 앞 삼거리서 첫 이정표. 왼쪽 시명산 방향으로 간다.

4분 뒤 다시 척판암 갈림길. 골바람이 시원하다. 두 번째 척판암 갈림길을 지나면서 오름길이 시작된다. 깔끔한 월성 김씨 묘를 지나 100m쯤 더 가면 능선 삼거리.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의 산줄기와 등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정표 기둥만 달랑 서 있다. 그 옆으로 한전 기장지점에서 걸어놓은 대운산 플래카드가 보인다. 이 길은 통상 장안사쪽에서 척판암을 거쳐 대운산 또는 시명산으로 향하는 등로이다.

직진한다. 하늘을 가린 울창하고 넓은 숲길이 이어진다. 까치수염 군락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30여 분. 보랏빛 꿀풀 군락지를 지나면 된비알이 기다린다. 도중 입구에 리본이 걸린 오른쪽 갈림길이 하나 열려 있지만 무시하고 힘든 오름길을 택한다. 밧줄도 매어져 있다.

된비알이 끝날 무렵 벤치 둘. 여기서 2, 3분 뒤 만나는 정점이 부산 울산 양산의 경계지점이자 일명 삼도봉인 660봉이다. 사위가 꽉 막혀 있다. 왼쪽이 부산 기장, 정면에서 2시 방향까지 경남 양산, 오른쪽이 울산 울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내 갈림길. 직진하면 시명산, 대운산을 향해 우측으로 내려선다. 2분쯤 지나 왼쪽 뒤로 시명산 가는 길이 하나 더 나온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부산을 벗어나 등로 왼쪽은 양산, 오른쪽은 울산이다.

시명사와 상대계곡으로 각각 빠지는 사거리를 지나면 바람이 시원한 벤치에 닿는다. 다시 내리막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대운산 정상이 아득하다.

등로는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로 이어진다. 고행길이 한 번 남은 셈이다. 숲 속 한 켠의 털중나리꽃이 반갑다. 17분쯤 땀을 바짝 흘리면 돌탑이 나타나고 여기서 우측으로 5분 더 가면 마침내 대운산(742m) 정상. 정상석을 등지고 10시 방향의 봉우리가 시명산, 정상석 뒤 저 멀리 동해 바다는 흐린 날씨 탓에 아쉽게 희미하다.

왼쪽 대운산 제2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정상에 서 있는 등산안내도 상의 ③번 길이다. 정상석 뒤 상대마을로 직진하는 길은 ④번이다. 두 길은 계곡물이 불어나는 지점에서 만난다. 흔히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큰바위 인근의 용심지(암자터)는 ④번 길에 있다.


곧 헬기장. 우측 저 멀리 소나무 한 그루가 선명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제2봉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제2봉이니 오른쪽 상대마을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급경사길이어서 밧줄이 매어져 있다. 15분쯤 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사실상 급경사길은 끝. 이때부터 두 갈래로 지계곡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숲이 울창한 데다 너른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가 여느 이름난 계곡 못지 않다.

이렇게 10여 분. 용심지쪽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정상에서 1.8㎞ 지점. 산행 막바지다.

다시 10분 뒤 산길을 벗어나면 첫 번째 대피소. 이때부터 임도. 3분 뒤 도통골의 백미 폭포와 너른 소에 닿는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7, 8명의 산꾼들이 팬티만 입은 채 물놀이할 정도로 깊고 넓다. 여기서 두 번째 대피소를 지나 들머리인 주차장까지는 대략 3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660봉,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 
 
기장 장안사나 척판암에 가보면 아직도 관광안내판에 불광산(佛光山)이란 이름이 나온다. 동국여지승람이나 이곳 오래된 읍지에 불광산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 삼각산도 이 불광산에 포함된 듯하다.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후 이 불광산이 대운산 삼각산 시명산으로 각각 새 이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기장 장안사쪽에선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를 지금도 불광산이라 부른다. 오래 전과 달리 협의의 불광산인 셈이다.

이창우 대장은 "지금처럼 대운산의 존재를 인정할 경우, 주변 산세를 고려해볼 때 660봉을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하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날머리 도통골은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골짜기. 이 도통골이 한국전쟁 당시 부산과 가장 가까운 파르티잔의 소굴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행 후엔 관광도.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왼쪽)과 내원암 주차장 내 5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를 형상을 하고 있다.

상대마을의 한 팔순 노인에 따르면 1951년 말 대운산에는 50여 명의 북한 패잔병들과 50여 명의 토착 파르티잔이 있었는데 그 본부가 도통골 끝자락이었다. 이들의 대장은 홍길동으로 불리는 인물로 워낙 신출귀몰한 기습을 해와 수 차례에 걸친 경찰의 토벌이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이듬해 봄 산불을 질러 파르티잔을 괴멸시켰다. 그 영향으로 도통골을 비롯한 대운산은 지금도 아름드리 나무가 드물다.

# 교통편-남창서 상대마을까지 마을버스 이용

해운대역 맞은 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800원. 지하철 2호선을 탈 경우 해운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남창에서 하차한 후 길건너 맞은 편에서 대운산(상대마을) 가는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10분, 11시10분. 900원. 대운산 제3주차장에서 남창행 마을버스는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7시30분. 남창에서 해운대 터미널행 버스는 자정까지 있다.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전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5분 두 차례 있다. 1시간 걸리고 2800원. 남창에서 부전역행 열차는 오후 6시2분 단 한 차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부산과 울산을 잇는 14번 국도를 타면 된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온양~기장군청 지나~울산 울주군 온양읍 입간판 지나~장안사 입구 지나~상대 하대 대운산(입구에 '산여울' 간판)~대운산 내원암 계곡~굴다리 통과~대운산 제3주차장 순. 주차비 무료.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40> 양산 시명산


울창한 숲 우산삼아 운무 헤치고 오르니 신선인줄 착각하네

3시간 30분 원점회귀, 우중산행 적합
정상 오르면 달음산·삼각산이 한눈에
하산길 시명골 발 담그니 피로가 '싹'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명산 등산로 숲터널.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 딱 알맞다.  


 
산에 문외한인 범부들이 이맘때면 기자에게 가끔씩 던지는 질문 하나.
"장마철에 본격 들어선 요즘 산에 가지 못해서 어떡하죠."

우중산행의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맛을 경험해본 산꾼들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땡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여름보다 빗발이 적당히 흩날리는 장마철이 산행하기에 더욱 편하다.

요즘 동호인들은 점차 대담해져 강풍을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지지 않는 한 이제 웬만큼 비가 와도 꾸준히 산을 찾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실제로 가까운 금정산 등 근교산에는 과연 비오는 날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중 산꾼들의 행렬이 자주 목격되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굳이 장마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봄 가을의 비오는 날에 떠나는 산행은 평상시 느끼지 못한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우선 공기가 아주 맑다. 기본적으로 쾌적한데다 비 때문에 먼지 하나 없어 상쾌하다.

선계(仙界)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신록이 무성한 숲속에 운무가 담배연기처럼 눈앞을 스쳐갈 땐 신선이 된 듯한 묘한 신비감마저 든다. 사계절 아침 저녁으로 시시각각 산의 모습이 변한다고 하지만 이때가 가장 인상적이라는 것이 경험많은 산꾼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또 한가지. 사소한 것 같지만 눈 주위를 아른거리는 아주 귀찮은 존재인 날파리가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이점이다.  
 
그렇다고 아무 산이나 무턱대고 오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진흙탕이 되는 산길이나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계곡을 건너야 하는 산행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국제신문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은 인간에게 하염없이 고마움을 안겨다 주지만 한편으로 신중치 못한 산꾼들의 목숨을 가차없이 앗아가는 야누스적인 존재인 만큼 우중산행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때문에 복장에도 특히 신경써야 한다. 비에 젖으면 늦게 마르고 보온도 안되는 면류의 평상복 보다는 반드시 등산용 기능성 의류를 착용해야 한다. 젖은 면바지를 오랫동안 입은 채 산행하면 최악의 경우 저체온증으로 목숨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된 올 장마는 예년에 비해 비오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산행팀은 이 점을 감안, 부산 기장과 양산의 경계에 위치해 잠시 짬을 내 다녀올 수 있는 시명산을 찾았다. 햇빛이 쨍쨍 비춰도 숲이 울창해 자외선을 막아줘서 좋고 비가 오면 산길 주변 풀잎에 맺힌 이슬 아닌 이슬이 피부에 와닿는 느낌 또한 상큼하다.

산행은 양산 웅상읍 명곡~외딴 민가~주능선(사거리)~시명산 정상(675m)~119조난위치 표시판~시명계곡~시명사~명곡저수지~명곡 버스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3시30분 안팎. 길이 비교적 평탄한데다 하산길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쉴 수 있는 계곡도 만나 가족산행지로 적합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산길에 만나는시명골 계곡.  
 

웅상읍 명곡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바로 보이는 '24시 빅세일마트'를 끼고 우측으로 간다. '명곡리'임을 알리는 이정석과 웅상성당 시명사 웅상초등 입구 등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웅상초등학교와 명곡회관을 잇따라 지나 왼쪽 영진빌라쪽으로 가면 갈림길. 정면의 (주)코스믹 비지니스 우측으로 가면 또 갈림길. 왼쪽으로 간 후 다시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삼천리 자전거'. 우측으로 가서 산죽을 끼고 돌면 도로공사 현장. 이 길을 건너 논을 따라 간다. 소류지를 지나 마을과 동떨어진 민가를 지나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정류장에서 15분 정도. 참고로 등 뒤로 보이는 암봉은 천성산이다.

송림이 기분을 아주 맑게 해주는 산길이다. 두 사람이 편안히 얘기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10분 뒤 갈림길을 만나지만 곧 합쳐지는 길이니 개의치 말자. 하얀 나비와 흰 큰까치수염이 이따금 눈에 띌 뿐 하염없이 산길은 편안하게 이어진다. 이른바 명상로다.

고개 안부에서 가족묘지군을 지나 25분쯤 뒤 다시 갈림길. 우측 물마른 계곡을 건너 산허리를 감고 올라간다. 20여분 뒤 소나무 아래 너른 터. 우측으로 간다. 왼쪽으로 가면 565m봉으로, 거기서 산길이 끝난다. 참고하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미 새가 집을 비운 사이 잠시 '찰칵!'. 자귀나무. 서양에선 비단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분홍생 우산 모양의 꽃이 여름 장마비에도 끄덕 없이 잘도 핀다.  

잠시 길이 험해지다 '산불조심'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보이는 너른 쉼터에 닿으면 직진한다. 여기서 10분 정도 걸으면 사거리 주능선. 시명산 대운산으로 이어지는 왼쪽길로 간다. 참고로 직진 또는 우측으로 가면(이 두 길은 곧 만난다) 석은덤 장안사 매곡마을 정관으로 이어진다.

주능선에서 20분이면 상봉에 닿는다. 정상석은 없고 이정표도 떨어져 나가고 기둥만 서 있다. 잠시 쉬어가라고 그루터기 4개가 쓸쓸히 모여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아시아드골프장 뒤로 석은덤과 용천산이 이어지고, 석은덤 우측 뒤로 달음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엔 삼각산, 발밑은 장안사계곡.

상봉에서 3분 뒤 작은 봉우리.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우측으로 가면 대운산가는 길. 참고로 이 길은 660m봉에서 우측 열린 길로 가면 장안사와 척판암을 만난다. 산행팀은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으로 간다. 잠시 숲이 트이면서 하산길인 시명계곡과 웅상읍 서창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천성산과 정족산도 보인다.

비탈길로 10분 정도 내려오면 숲 사이로 방금 올라온 능선도 확인된다. 정상에서 30분 뒤 119조난위치 표시판에 닿는다. 바로 옆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계곡물도 있으니 점심은 여기서 하도록 하자.

비록 유량은 적지만 물이 맑고 찬데다 100m쯤 내려오면 와폭에 이은 너른 소도 만난다. 여기서 10분 뒤면 산을 벗어나 산행은 사실상 끝. 4분만 더 가면 시명사에 닿고, 여기서 대운산 산길도 열려있다.

시명사에서 계곡을 따라 너른 길로 내려온다. 너른 반석에 풍광이 좋다고 생각되면 곳곳에 천막이 쳐져 있어 산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후 명곡저수지~도로공사 현장을 지나 우측 저멀리 명곡하와이가 보일 무렵 왼쪽 웅상성당쪽으로 간다. 명동슈퍼를 지나 7분쯤 걸으면 명곡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떠나기전-시명골 너른 반석 장사꾼 독차지

일명 팔기산으로도 불리는 시명산은 원래 대운산~시명산~석은덤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의 한 기착점이다. 혹은 원효대사가 창건한 장안사와 원효대사가 수도 중에 중국으로 판자를 던졌다는 척판암을 거쳐 시명산 또는 대운산에 오른 후 명곡, 서창, 상대 방면으로 하산하는 경우 들르는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예부터 대운산 시명산 일대를 통틀어 불광산이라 불렀다. 이후 언제부터 대운산(大雲山)으로 불렸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울산지명사에 따르면 불광산(佛光山)은 '밝은 성읍터의 산', 대운산은 '광명의 산'으로 모두 같은 뜻을 지닌다고 한다.

장마철이다. 어디로 갈까 고민되는 동호인들에게 시명산을 권하고 싶다. 성에 차지 않으면 이미 소개한 대운산과 석은덤 코스를 적당히 응용하면 될 듯하다.

아쉬운 점 하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시명골은 엉망이다. 산에서 흘러내려온 수정같이 맑은 물은 지역 주민들이 일반인들이 접근을 못하게 철조망을 쳐서 굵은 파이프로 취수를 하고 있다. 계곡에 물이 적은 결정적인 이유이다.

그나마 숲이 우거지고 물이 좀 흐르는데다 너른 반석이 있는 곳은 하나같이 상인들이 천막을 쳐서 막걸리나 각종 음식물을 팔고 있다. 심지어 에어컨을 단 컨테이너 가건물까지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계곡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하루빨리 행정당국의 단속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통편-노포동서 247, 2100번 버스타고 명곡 하차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1호선 노포동 종점에서 내려 터미널 바깥으로 나와 울산 또는 서창 방면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타고 웅상읍 명곡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247, 2100번 등이 있다. 15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7번 국도 경주 울산 방향~울산 7번 국도~24시 빅세일마트~웅상초등학교~명곡회관 내지 영진빌라 주변에 주차하면 된다.

※대중교통편은 변동될 수 있으니 확인해야.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봄은 마술사다. 형형색색 꽃들을 단번에 쏟아내지 않고 변덕이 심한 인간들을 배려한 듯 시기별로 요술 보따리에서 세상에 하나씩 내놓는다. 빨간 동백을 시작으로 매화 개나리 벚꽃 진달래 철쭉 복사꽃 배꽃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까지. 그래서 꽃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은 겨우내 봄을 사무치게 기다린다. 봄의 이러한 사려깊음을 인간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길이 없지만.

벚꽃은 이미 꽃비를 뿌린지 오래고 지금은 진홍 분홍 하얀색의 철쭉이 거리 곳곳에 만개해 있다. 연분홍 진달래 또한 ‘님을 향해 즈려 밟힌지’ 오래다.

하지만 대운산 정상에선 도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심보다 구름에 더 가깝기를 바라는 이 산은 낮은 기온 탓에 아직도 진달래가 한창이거나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도심에서 아주 멀거나 필부가 못오를 만큼 그리 높거나 험하지도 않다. 거제도 대금산이나 여수 영취산마냥 질릴 정도로 온 산이 진달래로 덮여 있지도 않다. 그저 길 양쪽에서 진달래가 산행 내내 오랫동안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경남 양산시 웅상읍과 울산시 울주군 온양면에 걸쳐있는 대운산(大雲山·742m). 이번 주말 만사를 제치고 봄기운이 어렵사리 피워놓은 진달래를 감상하면서 아직도 불러보지 못한 상춘곡을 읊조려 보자. 긴 계곡과 수려한 소, 폭포 등 물이 풍부하고 산짐승이 많다. 대운산의 자랑은 무엇보다 대운산 제2봉 부근에서 정상으로 가는 50여분간 내내 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진다는 것.

 
대운산 제3주차장(상대주차장)에서 시작해 삼거리 전자안내판~나주 임씨 묘~318.4m봉~390.8m봉~대운산 제2봉~진달래 군락지~대운산 정상~헬기장~전망대~경주 이씨 묘~대운농장~철판다리~애기소를 거쳐 제3주자창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코스.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 친절할 정도로 나무팻말이 자주 나와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들머리 온양면 남창리는 유명한 배 산지. 주차장을 지나면서 개울 건너 배나무밭엔 배꽃이 한창이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지나는 대운교엔 연등이 일렬로 걸려있다. 삼거리 정면에는 울주군 재해대책본부에서 세운 대형 전자안내판이 서있다. 그 옆에 직진하면 대운산 제2봉 4.6㎞, 내원암 1.5㎞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내원암 방향으로 5m 직진, 왼쪽 산길로 오른다. 이번 주를 고비로 산이 완연히 제 색깔을 찾고 있다. 갓 나온 새 잎은 아기의 세살적 뽀얀 피부처럼 깨끗하다. 왼쪽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마치 여름이 온 것 처럼 시원하다.

산 밑엔 정상과는 달리 진달래가 지고 있고 산철쭉이 많이 보인다. 꿩 한마리가 풀 숲에서 뛰어 오른다. 첫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로 잡는다. 왼쪽 길은 물소리가 들리는 애기소 방향.

15분 정도 오르면 봉분이 거의 없어진 나주 임씨 묘. 오른쪽 저 멀리 기암절벽이 눈에 띄고 산 허리에 난 임도를 따라 내원암으로 등산객이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10분 후 첫 전망대. 뒤돌아보면 왼쪽에 달음산이, 정면에 삼각산 불광산과 원효대사의 전설이 서린 척판암이 보인다. 계속 직진. 왼쪽 저 멀리 곧 오를 대운산 정상이 서있다. 하지만 푸르름이 없다. 같은 산 봉우리라도 이토록 차이가 나는 것일까.

 
용이 승천하는 모양을 한 소나무와 돌탑 들을 지나면 오른편에 나무 사이로 내원암이 보인다. 불과 0.2㎞ 거리. 소나무가 시원하게 뻗어 평지에선 마치 산림욕장에 온 듯하다.

영월 엄씨 묘를 지나면 넘어야 할 작은 봉우리가 기다린다. 그 뒤엔 제2봉, 왼쪽엔 대운산 주봉, 그 왼쪽엔 하산할 능선. 산행시 가급적이면 앞으로 넘어야 할 봉우리나 능선을 보지 말자. 지레 겁을 먹고 힘이 빠질테니까.

땀을 흠뻑 낼 요량으로 1시간 정도 바짝 오르면 두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전망대에서 제2봉 정상까지는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제2봉의 조망은 주봉보다 뛰어나다. 망망대해로 거칠 것이 없다. 오른쪽에 1.3㎞ 거리의 제1봉과 꼬장산이 보이고, 정면엔 울산대 뒷산인 문수산, 그 왼쪽에 정족산 천성산이, 우리가 오를 대운산 정상 뒤편에는 시명산과 달음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2봉에서 대운산 정상까지는 2.7㎞, 왼쪽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사방천지가 진달래. 정상까지의 50여분간 줄곧 길 양편에 늘어서있다. 이번 산행의 보람이다. 일부 구간에선 거대한 군락지를 이루고 있으며, 키가 3~4m로 모두 크다. 진달래 군락을 보호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한 지자체의 노력이 엿보인다. 기온 탓에 모두 만개는 안했지만 이번 주말이면 온통 연분홍으로 덮을 태세다.

 
정상에서 동으론 상대마을, 서쪽으론 시명산 방향. 하산길은 올라온 반대방향인 도통꼴과 박치꼴 사이의 남동쪽 능선길로 급하게 내려선다. 하행길은 상행길과 달리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좁은 오솔길.

20분 정도 지나면 이제 진달래가 띄엄띄엄해지고 참나무 등 활엽수가 비로소 초록빛을 띠기 시작한다.

길은 지그재그로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다. 날파리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70㎝ 정도 길이의 이름모를 뱀이 길 옆을 지나간다.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15분 뒤엔 두갈래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을 택하면 이후 경주 이씨, 인동 장씨 묘를 차례로 지나고 대운농장이 나온다.

철판다리를 건너 10여분간 애기소가 있는 계곡을 끼고 임도를 걸으면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교통편]
이번 산행은 기차를 타고 떠난다. 부산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9시55분에 출발한다. 2천1백원. 남창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대행 버스를 탄다. 오전 10시15분, 11시25분 출발. 10~15분 걸린다. 800원. 나갈 땐 애기소 슈퍼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다. 오후 2시30분, 3시30분, 4시40분, 6시30분. 남창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통일호 기차는 오후 3시25분, 3시57분에 있다. 부전역이 종점인 통일호 기차는 5시21분에 있다. 1천8백원. 기차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남창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시외버스정류장에서 해운대역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기장에서 울산 방향으로 가는 14번 국도를 탄 후 대운산 이정표가 보이면 빠져 나와 크게 좌회전한다. 이후 굴다리를 통과, 대운산 공영 제 1, 2 주자창을 지나 상대주차장인 제3주차장에 주차한다. 무료.


[떠나기전에]
동국여지승람에는 대운산(大雲山)을 ‘예로부터 산 전체가 불광산으로 불렀다. 그 후 대운산으로 변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불광산은 부처를 뜻하는 의미라 생각되지만 ‘울산 지명사’에는 온양면의 역사를 배경으로 해석을 달았다. 불광산(佛光山)에서 불(佛)은 부처를 뜻하는 것보다는 성읍(城邑)이나 도시를 뜻하는 ‘불’로서 벌(伐) 불(弗) 불(火) 부리(夫里) 비리(卑離)와 같은 것에 대한 음차(音借)로 보아야 하며, 그래서 불광산의 뜻은 ‘밝은 성읍터 산’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한다. 대운산이란 이름도 광명의 산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운산은 산세의 품이 넓어 울산과 부산 양산시에 걸쳐 있으며 장안사계곡 상대계곡 등 많은 계곡을 끼고 있다. 특히 대운산 주봉에서 흐르는 도통골과 박치골은 원효대사의 수도처로 무아의 지경에 빠뜨린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동해의 푸르름, 맑은 날 대마도가 시야에 잡히는 대운산은 지금 정상에 타오르는 진달래가 절정이다. 진달래의 사열을 받아보는 운치있는 산행을 해보자. 시샘하는 날씨에 보온 의류와 식수는 미리 준비를 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4.23 20:18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