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 설악과 함께 '3대 악산', 겁먹지 마소
숨가쁜 사다리병창 코스 이 악물고 올라
비로봉 대형 돌탑 3기돌며 사방 눈요기
하산길 칠석폭포 물줄기 피로 씻어주네


 산행 초입 만나는 단풍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정상 가는 도중 바라본 치악산. 

강원도 원주시의 동쪽에 남북으로 병풍처럼 길게 뻗은 치악산(1288m).
지난 19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산의 원래 이름은 적악산(赤岳山).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무성한 활엽수림 붉은 단풍의 자태가 워낙 아름다워 옛 선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지금의 치악산이란 이름은 뱀에게 먹힐 뻔한 까투리를 구해준 선비가 나중에 그 꿩의 보은으로 생명을 건졌다는 꿩의 보은설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붉을 적(赤)' 자가 ‘꿩 치(雉)' 자로 대체된 것이다.

치악산은 흔히 설악 월악과 함께 험하기로 악명높아 ‘3악(岳)'으로 불린다. 한번쯤 경험해본 산꾼들이 오죽했으면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치는 산'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까.

치악산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는 사다리병창의 출발점. '치악8경' 중 하나인 이곳은 좌우가 모두 낭떠러지인 데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주봉인 비로봉이다.

이 우스갯말이 나온 진원지는 바로 비로봉 북사면 등산로인 사다리병창 코스. ‘병창'이란 ‘절벽'의 강원도 사투리. 사다리병창은 사다리처럼 경사가 급한 절벽같은 길이란 의미이다.

국립공원 치악산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치악산의 연간 탐승객은 약 50만 명. 이 중 절반인 25만 명이 이 지옥같은 사다리병창 코스를 오른다. 고행길을 이겨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 그리고 땀흘린 대가로 주어지는 환상적인 조망이 그 이유이리라.

산행팀도 별 고민없이 사다리병창 코스를 택했다. 소문만큼 힘겨웠지만 월악산 월출산 정도를 다녀온 산꾼이라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단풍이 한창일 때 찾으면 그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돼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고 정상에 닿게 된다.

산행은 구룡주차장~구룡매표소~황장금표~구룡사 원통문~구룡사~구룡폭포(용소)~대곡야영장~생태학습원~세렴통제소~세렴폭포~사다리병창·계곡 갈림길~사다리병창~상봉(비로봉)~산불초소~칠석폭포~사다리병창·계곡 갈림길~구룡주차장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 안팎. 산행로 입구에선 5~6시간 걸린다고 적혀 있다.



황장금표(黃腸禁標).

매표소에서 5m쯤 가면 왼쪽 둔덕에 눈길끄는 팻말이 보인다. 황장금표(黃腸禁標)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당시 궁중용 재목으로만 쓰던 황장목이란 소나무 산지여서, 이 나무를 함부로 베어 가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이다. 자세히 보면 바위에 음각해 놓았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아름드리 황장목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구룡사 원통문과 구룡사 그리고 매점을 잇따라 지나면 구룡폭포가 힘찬 물소리를 쏟아내고 있고, 바로 밑에는 맑다 못해 시퍼렇기까지 한 용소가 발길을 붙잡는다. 단풍이 절정일 때 한 화면에 담으면 영락없는 한 폭의 수채화다. 적갈색의 단풍과 흰 포말 그리고 시퍼런 용소. 생각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은 계속 이어진다. 대곡야영장과 자연해설센터를 지나면 세렴통제소. 코스가 험난하다보니 오후 2시(동절기 오후 1시) 이후에는 사다리병창 코스의 산행을 통제하는 곳이다. 물론 산행 이외의 목적은 가능하다. 여기까지 대략 50분.

세렴통제소를 지나면 갈림길. 직진하면 세렴폭포,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본격 산행길. 산행팀은 100m쯤 떨어진 세렴폭포를 잠시 구경한다. 세렴폭포는 폭포라 부를 만큼 그리 위압적이지 못하다.

치악산 단풍은 웬만한 단풍 명소와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갈림길. 우측은 나중에 내려오는 하산길, 산행팀은 왼쪽 급경사 나무계단길로 오른다. 그 유명한 사다리병창길이다. 각각 주봉인 비로봉까지 2.8㎞, 2.7㎞.

3㎞ 거리인 세렴폭포까지 50분 걸렸으니, 2.7㎞에 버거운 코스라 하니 1시간30분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3시간 정도 잡아야 함을 미리 밝혀둔다.
처음부터 숨이 가쁘다. 나무계단으로 기를 죽여 놓더니 곧바로 쇠난간을 쳐둔 돌계단길로 확인 사살한다. 잠시 숨 고를 틈을 주더니 이내 돌계단으로 몰아 넣는다. 20분 뒤 너른 터. 이정표를 보니 500m밖에 못왔다. 한숨만 나온다. 힘을 내라는 건지, 약을 올리는 건지 다람쥐가 기다렸다가 코 앞에서 달아난다. 이런 풍경은 산행 내내 계속된다.

10분 뒤 사다리병창. 해발 700m. 지금까지 몸풀기 과정이고, 여기서부터 본격 산행이라는 말에 다리가 풀렸지만 표정은 밝아진다. 붉게 물든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곳은 특히 좌우 모두 낭떠러지인 벼랑길인 데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치악 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저 멀리 비로봉까지 보여 포토 존으로 손색이 없다.

계속되는 나무계단과 돌계단. 곳곳에 이를 연결하는 쇠로 된 발받침대와 밧줄이 약방의 감초처럼 기다린다. 과연 사다리병창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발을 딛고 있는 지점이 만산홍엽을 연출하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에워싸져 한층 발걸음이 가볍다.

‘비로봉 0.3㎞'를 알리는 마지막 이정표에서 숨을 돌린다. 해발 1170m. 잠시 위를 쳐다보니 침목계단에 이어 가파른 철계단이 기다린다. 이후에도 알고 보니 나무계단으로 연결돼 결국 정상까지 계단이다. 아! 무시무시한 계단이여.
정상에는 치악산 명물 중 하나인 대형 돌탑 3기가 있다. 순서대로 칠성탑 신선탑 용왕탑. 상봉의 장중함을 더해준다.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는 치악산 명물 중 하나인 대형 돌탑 3기가 서 있다. 
빼어난 산세와 화려한 단풍으로 치장한 만추의 치악산은 전국의 많은 산꾼들을 불러 모은다.

 비로봉에 서면 치악산의 봉우리는 죄다 확인된다. 칠성탑 피뢰침 뒤로 매화산과 천지봉이, 여기서 반시계 방향으로 헬기장이 있는 무영봉, 그 뒤로 삼봉 투구봉 토끼봉이 확인된다. 다시 반시계 방향으로 원주시가지를 지나면 향로봉과 남대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신선탑과 용왕탑 사이 계단으로 내려선다. 4분 뒤 산불초소 앞 갈림길. 직진하면 입석사 상원사 방향. 다시말해 향로봉 남대봉으로 이어지는 종주능선길이다. 산행팀은 오른쪽 세렴폭포 방향으로 향한다. 커다란 돌들이 깔린 급경사 너덜 같은 길이다. 아래로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쩌면 적확할 듯하다. 발을 헛디디면 다칠 염려가 있으니 유의하자.

비로봉에서 산불초소를 거쳐 내려서는 나무계단 주변의 단풍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래도 울긋불긋 단풍이 숲을 덮고 있어 위안이 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초록 이끼가 무성한 아름다운 계곡의 경관이 일품이다. 산행 시점에 거의 다다랐을 때 왼쪽 계곡에 시선을 붙잡는 폭포가 하나 보인다. 둥근 바위 사이로 흰 포말을 일으키는 물줄기가 수직으로 떨어진다. 칠석폭포다.

사다리병창 갈림길까지는 대략 1시간20분이면 닿는다. 이후부턴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구룡주차장까지는 5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서둘면 당일치기도 가능…원조 안흥찐빵 맛 보길

연례행사인 강원도 단풍산행. 설악산은 무박2일 산행이 보편적이지만 오대산 치악산의 경우 무리하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늦어도 오전 6시에는 떠나야 하며 최대한도로 시간을 아껴써야 함을 미리 일러둔다.

만일 여유있게 1박을 할 경우 국립공원관리공단(www.npa.or.kr) 홈페이지에서 치악산/교통과 숙박/음식점(숙박 겸용) 순으로 클릭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점심 도시락은 민박집이나 치악산 입구 식당에 부탁하면 된다.

비로봉 정상의 돌탑 3기는 20여년 전에 작고한 고 용창중 할아버지가 신의 계시를 받아 지난 1964에 시작해 1974년에 완성했다. 지지난해 태풍 매미때 무너졌지만 이후 헬기로 돌을 나르고, 시민들이 배낭에 돌을 담아 오르는 등 시와 시민들 그리고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일심단결해 수개월 만에 원상복구했다.

정상에서 만난 원주의 한 여성산꾼은 "고 용창중 할아버지가 탑을 쌓게 된 사연은 구룡사 인근 여자 화장실 문에 자세히 적혀있다"고 귀띔했다. 여성 산꾼들이여 확인하고 연락주시길.

또 한가지. 영동고속도로 새말IC로 나오면 횡성군 안흥면을 거쳐 치악산으로 연결된다. 거리에는 안흥찐빵 간판이 자주 보인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안흥찐빵의 원조가 바로 이곳이다. 꼭 맛을 보자.


# 교통편 - 원주터미널서 41번 버스타고 구룡주차장 하차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칠곡 춘천 방향)~영동고속도로(강릉 방향) 새말IC~안흥 치악산 구룡사 방면 우회전~원주 치악산 구룡사 방면 우회전~치악산 구룡주차장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원주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7시20분 첫 차를 시작으로 50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20분. 4시간20분 걸리며 요금은 1만9800원.

치악산 구룡주차장에 가기 위해선 원주터미널에서 나와 길건너 시내버스 41번을 탄다. 30분 간격으로 있으며 40분 걸린다. 950원. 원주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50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있다. 막차는 오후 7시50분.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설악에서 시작된 단풍이 적토마를 탄듯 하루가 다르게 남으로 치닫고 있다. 설악에게서 배턴을 이어받은 오대산 역시 선홍빛 불길을 태우고 있다.

한반도 남쪽 산하에서 단풍이 제일 먼저 시작되는 설악을 두고 흔히 산꾼들은 단풍산행의 고전으로 꼽는다. 하지만 국립공원 오대산도 알고 보면 설악에 버금가는 단풍 명소.
설악의 단풍이 웅장하고 화려한 산세에 걸맞게 큰 불길에 휩싸인듯 활활 타오르는 형상이라면 전형적 육산인 오대산 단풍은 품안에 안고 있는 울창한 숲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은은한 붉은 빛이 일품이다.

설악처럼 절승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단풍나무가 많지도 않은 오대산 단풍을 두고 혹자들은 오랜만에 나들이한 중년 여인의 성숙미라고 비유한다.

해발 1563m인 오대산은 주봉인 비로봉을 정점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 등 다섯 개의 연봉이 마치 연꽃 모양을 하고 있다. 이들 봉우리는 하나같이 모나지 않고 평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어 오대산(五臺山)이라 부른다.

“오대산요, 거야 절하고 나무지요. 그래서 오대산 산행길을 명찰과 노거수의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이라 부르지요."
상원사 주차장에서 만난 관리사무소 직원의 거침없는 오대산 예찬이다. 이어 “여기에다 단풍까지 지천에 널려 온 산을 울긋불긋 물들이니 이게 금상첨화가 아닐까요"라며 제법 그럴싸하게 묘사한다.

오대산은 원래 거목의 산이다. 산 어귀 월정사 진입로에 포진한 그 유명한 전나무숲이 이를 말해준다. 전나무 숲뿐 아니다. 주목과 여타 아름드리 수목들이 이뤄 놓은 숲은 산행 중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 한 가지. 오대산은 우리나라 불교성지라 할 만큼 불교 유적이 많은 불도량이다. 국내 명산 중 오대산의 불법이 가장 흥할 것이라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 율사가 당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갖고 들어와 지은 적멸보궁과 월정사 그리고 상원사 중대 사자암 등은 오대산 산자락 전체에 불심을 전파하고 있다.

산행은 상원사 주차장~관대걸이~상원사~중대 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정상)~잇단 헬기장~상왕봉~북대암 갈림길~임도~상원사 주차장 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려 가족 산행지로도 적합하다.




단풍은 매표소를 지나 팔각 9층석탑으로 유명한 불교성지의 구심점인 월정사 입구부터 시작된다. 하나, 우선 눈길을 붙잡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숲. 천년고찰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는 전나무는 소문대로 ‘과연'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닐만 했다.
월정사 입구에서 들머리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대략 8㎞. 너무 멀어 산꾼들은 대개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오대천 계곡 주변의 오색 단풍을 감상해야 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차창 밖으로 타오르는 비경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붉게 물들여 상원사 주차장에 도달할 때까지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한다.

산행은 주차장에서 다리 건너 상원사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길 양편엔 전나무와 울긋불긋 단풍이 조화를 이루고 그 아래엔 ‘상원사' ‘적멸보궁'이라 적힌 등이 일렬로 걸려 있다.

곧 상원사 갈림길. 원점회귀 등산로지만 하산 땐 다른 길로 내려오기에 잠시 들르기를 권한다. 국보 제221호 문수동자좌상과 비천상이 조각된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은 빠뜨리지 말자.

다시 갈림길로 내려온다. 비로봉과 적멸보궁까지는 각각 3.1㎞, 1.4㎞. 국립공원이 거의 그렇듯 통나무로 만든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15분 뒤 중대 사자암 입구. 샘터에서 목을 축이자. 비탈진 산자락을 따라 5개의 축대를 쌓고 나서 그 위에다 집을 앉힌 계단식 건물이다. 입지가 암자의 형태를 결정지은 것.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배려한 듯한 건축이 돋보인다. 8년이나 걸린 불사라고 한다.

경사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계단길은 반복된다. 15분 뒤 적멸보궁 입구. 통도사 적멸보궁을 떠올리며 오르면 실망하니 큰 기대는 갖지 말자. 팔작지붕의 겹처마 집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앞마당에 있다는 그 유명한 용안수를 찾으니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계단 왼쪽에 있는 약수가 그것이란다.

오대산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계단.

오대산 적멸보궁.


적멸보궁을 지나면 비로소 산길 기분이 든다. 해발 1200m가 넘는 가파른 능선임에도 전나무와 소나무 숲이 싱그럽게 펼쳐지며, 여기서 좀 더 위로 올라서면 당단풍나무 떡갈나무 등이 오색 단풍으로 물들어 멋진 등산로를 선사한다. 이내 다시 계단이 이어지며 이 계단길의 종착역이 바로 정상인 비로봉이다.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 정상에서 본 주변 산세. 북쪽 저 멀리 구름에 살짝 가린 설악산도 확인된다.


조망은 장쾌하기 그지없다. 가히 산의 바다다. 북으로 설악산 대청봉 중청봉에서 귀때기청봉으로 뻗친 서북릉이, 동으로 동대산 노인봉 황병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석 우측 뒤로 난 상황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좁다란 이 능선길 주변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산다는 주목 군락지. 이를 알려주듯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세운 주목 관련 안내판이 서 있다.

잇단 헬기장을 지나면 마냥 걷고 싶은 오솔길. 사실 짜증마저 나던 통나무 계단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다. 상왕봉은 비로봉에서 40여 분 거리.
이제부턴 내리막길.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30분쯤 뒤 북대암 갈림길. 임도 따라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왼쪽길 대신 오른쪽으로 열린 산길을 택한다.

예상외로 심한 내리막이 이어지는 이 길은 인적이 드문 데다 앞서 봐 온 단풍과 달리 색도 은은하고 고와 은근히 눈길을 끈다. 특히 열매를 맺은 다래나무가 등산로 내내 이어진다.
이렇게 30분 뒤 임도에 닿고, 여기서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1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소금강 코스 8시간, 무박 2일 일정

지난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은 진고개를 지나는 6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왼쪽(서쪽)에 월정사 지구와 오른쪽(동쪽)을 노인봉을 중심으로 하는 강릉의 소금강 지구로 크게 나뉜다.

월정사 지구는 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상원사로 원점회귀하는 4시간 정도의 육산 코스로, 유서 깊은 명찰 월정사를 비롯 상원사 적멸보궁 등 불교문화유적이 즐비하다. 반면 소금강 코스는 기암이 어울린 계곡 탐승지의 전형으로, 삼선암 귀면암 등의 기암과 금강연 무릉계 등의 소와 담, 그리고 구룡폭포 낙영폭포 등의 폭포가 산재한 천하절경지다. 비로봉 코스는 부산서 당일치기가 가능하지만 소금강 코스는 8~9시간 걸리는데다 원점회귀가 불가능해 무박2일 내지 1박을 해야 한다.

오대산에는 놓쳐서는 안될 문화재와 유물이 적지 않다.

우선 오대산 제1관문격인 월정사. 경내 한 가운데에는 육중하면서도 단아한 인상을 주는 국보 48호인 팔각 9층석탑이 절의 분위기를 장중하게 만들고 고찰다운 풍모를 느끼게 해준다. 일주문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전나무숲길도 운치가 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산행 초입에 만나는 상원사도 마찬가지. 월정사 적멸보궁과 함께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

경내에는 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보다 45년이나 앞선 725년에 주조된 국보 36호 동종이 있다. 비천상 등 문양이 섬세하고 우아하다. 하지만 지금은 종각에 갇혀 있는 상태라 문 틈으로 겨우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상원사 대웅전 내 안치된 국보 221호 문수동자좌상.


대웅전 내 안치된 국보 221호 문수동자좌상도 꼭 챙기자. 상원사 참배객들이 가장 정성을 드려 기도하는 문수동자좌상은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전형적인 동자머리에 앳된 얼굴, 천진스런 미소 등이 비교적 사실에 가까워 조선 초기 궁정조각양식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괴질에 걸린 조선 세조와의 인연설로도 유명하다.

산행중 만나는 적멸보궁도 빠뜨리지 말자.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평차 법흥사, 영축산 통도사와 함께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비로봉에서 굽이쳐내린 산줄기가 병풍처럼 주위를 감싸안고 있는 중앙에 우뚝 솟아있어 예부터 용이 여의주를 품은 형국이라 불리고 있다. 용의 눈에 해당되는 용안수는 절로 오르는 계단 좌측에 위치해 있다.   
상원사 입구에는 작은 비석 같은 관대걸이가 있다. 얼핏 버섯을 닮은 관대걸이는 조선 세조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온다.

조선 세조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관대걸이.


전설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세조가 상원사에서 기도하던 어느날, 오대천의 맑은 물이 너무 좋아 혼자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한 동승에게 등을 밀어줄것을 부탁했다.
목욕을 마친 세조는 동승에게 "어디 가든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 고 하니 동승은 미소를 지으며 "어디 가든지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하지 마십시요." 하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세조가 놀라 주위를 살피니 동승은 간 곳 없고 어느새 자기 몸의 종기가 씻은듯이 나은 것을 발견했다. 렇듯 문수보살의 가피로 불치병을 치료한 세조는 크게 감격하여 화공을 불러 그때 만난 동자의 모습을 그리고, 목각상을 조각하게 하니 이 목각상이 바로 상원사의 문수동자상이며, 목욕을 할때 관대를 걸어두었던 곳이 지금의 관대걸이라고 전해온다.
 
# 교통편 - 부전역 日 1회 원주行 무궁화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와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월정사' 내지 '오대산' 이정표를 보고 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아주 불편하다. 부전역에서 원주행 무궁화호 열차가 밤 10시15분 하루에 한번 출발한다. 2만1700원. 도착시간은 다음날 새벽 4시49분. 원주역(033-746-7544)에서 원주시외버스터미널(033-746-5223)까지는 택시 기본요금. 원주터미널에서 진부시외버스터미널(033-335-6307)행 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9시15분, 9시50분, 10시5분, 11시, 11시15분, 11시35분에 출발한다. 4800원. 진부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상원사행 버스는 오전 8시30분, 9시40분, 10시50분, 11시50분, 낮 12시50분에 있다. 2000원.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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