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정진 고승대덕 금강폭포 보며 머리 식혔을까
-밀양 필봉~천황산

금강폭포 바로 아래 한계암, 선승들 수행정진하던 곳
고 혜각, 석정, 수안스님 등도 이 암자에서 그림공부
폭포 아래 또다른 멋진 폭포 알고보니 일광폭포
매바위마을서 본 필봉, 표충사서 본 필봉과 모습 달라
필봉에선 재약 천황 향로산과 표충사 산내암자 한눈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끼 낀 거무틱틱한 기암괴석 사이로 두 갈래의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금강폭포. 바로 아래
      한계암이 자리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계암 아래 금강동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계암(왼쪽). 평일에는 문이 잠겨 있다. 우측은 한계암 바로 옆 흔들다리.



석남사 운문령 남명리 통도사 등억온천 표충사 삼계리의 공통점은.

절 온천 고갯마루 그리고 낯익은 마을 이름도 보여 알 것 같기도 한 데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건 없다.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도 한번씩은 들어봤지만 막상 공통점을 찾으라고 하니 사실 막막하다고 한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휴식처 영남알프스 산군의 권역별 베이스캠프이다. 석남사 운문령은 가지산권, 남명리는 운문산권, 통도사는 영축산권, 등억온천은 간월 신불산권, 표충사는 천황 재약산권, 삼계리는 문복산권 베이스캠프에 해당된다.

그럼 또 하나의 질문. 이 중 연중 가장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은 어딜까.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산꾼들 사이에선 천황 재약산권의 표충사가 지배적이다.

천년고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천황산~재약산 코스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사자평의 광평추파(廣平秋波)가 황홀하고, 금강폭포 층층폭포 흑룡폭포를 품은 금강동천과 옥류동천도 비경이다. 내달릴 수 있는 1000m급 주능선도 힘차게 뻗어 있고 여기서 바라보는 산그리메도 일품이다. 억새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지만 봄철의 철쭉과 한겨울의 설경 또한 꽃산행과 눈꽃산행을 앞세우는 웬만한 산과 견줘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표충사 산행로는 표충사~한계암~천황산,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옛 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옛 고사리분교터 등 크게 네 가닥.

  
 이번 주 산행지는 필봉~천황산. 기존 등산로 대신 표충사 매표소 바깥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토박이 산꾼들이 즐겨찾는 한갓진 산길이다. 표충사에서 보이는 다섯 봉우리 즉 '재약 5봉'중 막내격인 필봉은 붓끝을 연상시키는 뾰족한 암봉. 재밌는 점은 표충사에선 일필휘지로 휘두를 것 같은 위엄있는 암봉이지만 이웃한 향로산이나 절 입구 매바위마을에서 보면 그저 스쳐가는 암봉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

구체적 경로는 단장면 구천리 표충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매바위마을~너덜~전망대~필봉(665m)~필봉 삼거리~헬기장~도래재 삼거리~남명리 삼거리~천황산(1189m)~금강폭포(한계암)~금강동천~표충사 순. 걷는 시간만 4시간50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표충사 집단시설지구 무료 주차장의 맨끝에서 우측으로 가서 서왕교 건너기 직전 '약수슈퍼'를 끼고 좌측으로 간다. 다리 위에는 '매바위 마을 600m'라고 적힌 안내판이 눈에 띈다.

도로 우측에는 금강동천과 옥류동천 물이 만나 내를 이뤄 피서객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으며 정면으론 병풍을 연상시키는 매바위와 여자 젖꼭지 모양을 한 필봉 그리고 그 우측으로 재약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14분 뒤 매바위마을 앞 첫 갈림길. 여기서부터 요리조리 미로를 통과해 산으로 접어 든다. 첫 갈림길에서 우측, 두 번째 갈림길에서 역시 우측으로 가면 '그림같은 집'이라 적힌 펜션이 보인다. 그 펜션 좌측 샛길로 오르면 좌측으로 '상수원 보호구역 입산금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이지만 이는 그야말로 안내판이 보이는 좌측 계곡 쪽으로 가지말라는 경고판. 산행팀은 우측 아름드리 벚나무가 서 있는 샛길로 올라선다. 입구에는 산꾼들을 위해 누군가가 '뫼두막산장' 담벼락에 '필봉 가는 길'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것만 찾으면 들머리 찾기는 사실상 끝.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80m쯤 돌길을 따라가면 본격 들머리에 닿는다. 5분 뒤 갈림길. 좌측 돌길 대신 우측으로 오른다. 이때부터 숲길로 접어들지만 대신 된비알이다. 7분쯤 오르면 갈림길. 좌측은 산아래서 본 대규모 너덜겅 지대. 길은 없지만 과연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라는 의미일 게다.


너덜겅에서 6분쯤 힘겹게 오르면 경사는 사그라지고 돌탑이 서 있다. 이 돌탑 좌측 숲 사이로 보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터가 보인다. 일각에선 워낙 명당이라 표충사에서 묏자리로 못 쓰도록 막아 놓았다고 한다. 잠시 후 너덜겅과 만난다. 앞서 본 너덜겅과 이어지는 것이다. 입구에 보이는 웅덩이는 옛날 표충사에 자주 출몰해 사람들을 괴롭히던 지네를 잡은 곳이라 한다.

이제 너덜을 가로질러 숲으로 향한다.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지그재그길이 열려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첫 전망대. 정면으로 영남알프스의 최고 전망대로 불리는 향로산이 우뚝 서 있다. 여기서 9분쯤 힘겹게 오르면 필봉 갈림길. 좌측 필봉을 본 후 다시 이곳으로 와서 천황산으로 향한다.

  
3분이면 필봉에 올라선다. 조그만 팻말이 걸려 있다. '준·희' 오렌지색 리본으로 유명한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인 최남준 씨가 걸어 놓은 것이다. 듣던 대로 필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역시 웅장미가 빼어나고 조망이 기가 막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봉에서 내려다본 표충사 전경(왼쪽)과 필봉 정상을 알리는 팻말.


정면 발아래로 집단시설지구와 향로산, 그 우측으로 만어 뇌암 취경 명필 종남 덕대 등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산그리메를 펼쳐 보이고 있고, 다시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병풍 모양의 장엄하고 엄숙한 매바위가 보인다. 산아래에서 보면 생긴 모양이 매와 흡사해 마을 이름까지 '매바위'로 명명된 이곳에는 실제로 매가 많이 살았다고 전해온다. 이게 조망의 전부가 아니다. 팻말 좌측으로 4, 5m만 내려서면 표충사와 산내 암자 그리고 이를 품고 있는 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져 하산까지의 등로를 가늠해볼 수 있다.

표충사를 기점으로 좌우측에 각각 금강동천과 옥류동천이, 산중턱 좌측으로 서상암과 한계암 그 아래 내원암이, 이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가 좌측 천황산에서 우측으로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 등 이른바 '재약 5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제 천황산을 향해 나아간다. 사실 들머리에서 필봉까지의 구간이 된비알로 힘들 뿐 이후 산길은 완만한 경사로 그리 힘들지 않다. 산길 또한 외길이며 갈림길은 세 곳 정도 만난다.


필봉에서40분이면 삼거리(911m)에 닿는다. 왼쪽은 감밭산을 거쳐 삼거마을 방향. 삼거는 표충사 진입 전 삼거리로, 단장면과 산내면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다. 우측 천황산 방향으로 50m쯤 내려서면 전망대. 천황산과 재약산이 한눈에 보인다. 이후 천황산과 재약산이 등로 우측 시야가 트이는 지점이면 각도를 달리해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안부에서 바닥을 친 뒤 12분쯤 오르면 헬기장. 3분 뒤 비교적 너른 터에 닿는다. 도래재 삼거리(940m)다. 진행 방향에서 보이지 않지만 반대쪽에서 보면 조그만 안내판이 나무에 붙어 있다. 왼쪽 도래재 정승봉 실혜산, 산행팀은 오른쪽 상투봉 천황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때부터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소로로 변한다. 발밑에는 유난히 버섯이 자주 눈에 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행 도중 바라본 천황산 정상.


16분 뒤 마지막 갈림길. 왼쪽길은 얼음골 사과의 본산인 산내면 남명리로 이어지지만 현실은 벤 나무를 깔아 산길이 아닌 것처럼 해놓았다. 이 대장은 수 년 전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때 이 길로 하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산행팀은 우측 천황산 방향으로 간다. 이때부터 햇빛 비치는 돌길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숲길이 반복된다. 갈림길에서 7분 뒤 이번엔 천황산의 반대쪽인 왼쪽 산내면 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맨 왼쪽 9시 방향으로 정각산, 그 우측으로 구천산 정승봉이, 발아래 산내천 뒤로 남명초등학교가 보이고, 그 뒤로 억산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백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한 가지. 지도상의 상투봉은 아랫마을인 남명리에서 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능선상에서 그냥 모른 채 스쳐가는 봉우리이다.

이제 숲길과 시야가 트이는 구간이 반복된다. 정글숲을 헤치듯 잡풀을 헤치고 올라서면 푸른 억새길. 백조를 꿈꾸는 미운 오리새끼마냥 아직은 키도 작고 억새로서의 품새도 갖추지 못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황산 가는 길(왼쪽)과 천황산 정상석.


천황산 정상은 5분 뒤. 예의 커다란 돌탑이 우뚝 서 있다. 직진하면 재약산 방향. 아직도 내리쬐는 햇볕이 부담스러워 서둘러 이정표가 가리키는 '한계암(3㎞) 표충사(4.8㎞)' 방향으로 내려선다.

답답한 돌길의 연속이다. 17분쯤 뒤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며 재약산이 보이고, 여기서 13분 뒤 좌측으로 재약산, 우측으로 산행팀이 올라온 필봉 능선이, 정면으로 향로산이 동시에 보이는 지점도 지난다.

5분 뒤 너덜길을 따라 내려가면 13분 뒤 한계암에 다다른다. 암자 문은 잠겨 있고, 한 굽이 위의 그 유명한 금강폭포는 거무틱틱한 기암괴석 사이로 두 갈래의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비경이다.

암자 앞 흔들다리를 건너 산길로 내려서면 이내 금강동천의 본류를 만난다. 10여 분간 계곡미를 감상하며 계곡을 내려온다. 범람을 대비해 계곡 우측 바위에 밧줄을 고정했고, 위험한 지점에는 난간과 발판을 조성해 놓아 전혀 위험하지 않다. 폭이나 규모 면에서 국내 여느 계곡과 견줘도 경관 면에서 하등 뒤질 게 없다.

   
계곡을 뒤로한 채 산길로 3분이면 곧바로 도로로 내려선다. 여기서 표충사 경내까지는 12분, 이어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20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마을서 본 필봉과 표충사서 본 필봉 모습 달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표충사 경내에서 본 필봉.
사용자 삽입 이미지
   표충사에서 본 재약산.

표충사는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 3000여 명의 승병을 이끌고 조국을 구한 구국성지. 해서, 경내 유물전시관과 표충서원에는 사명대사와 관련된 많은 유품이 보관돼 있다. 임란 때 친히 입은 금란가사와 장삼, 임란 후 대사가 강화사절(講和使節)로 일본에 가 조선 포로의 송환문제를 다룬 문서 등 16건 79점이 소장돼 있다.

조계종 통합종단의 초대 종정을 역임한 현대의 마지막 고승 효봉 스님이 말년을 보내고 열반한 곳도 이곳 표충사다. 스님의 커다란 사리탑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또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탈고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당시 충렬왕은 표충사를 찾아 동방제일의 선찰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금강폭포 옆의 표충사 산내암자인 한계암은 원래 비비정(飛飛亭)이란 정자 자리로 예부터 고승대덕들이 자연과 벗하며 수행정진했던 터다. 임란 이후 못 쓰게 된 것을 돌아가신 혜각 스님(단청 중요무형문화재 1호)이 40여 년 전에 건물을 지었고, 이후 석정 스님이 지금의 요사채를, 선화(禪畵)에 일가견이 있는 통도사 축서암 한주 수안 스님이 대웅전을 조성, 그림 공부를 하며 수행정진했다고 전해온다.

특히 대웅전은 국내에서 가장 작은 전각이라고 한다. 성인 세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란다. 현재 한계암은 통도사 소속 동하 스님과 보살 한 분이 맡고 있다. 하지만 평일에는 거의 없고 주말에 이따금씩 찾는다고 한다. 대웅전의 부처님은 혜각 스님이 한국전쟁 때 금강산 유점사에서 갖고 내려온 철불이었으나 7년 전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개금불사했다고 한다.

한계암 위쪽 쌍폭은 금강폭포로 알려져 있지만 아래쪽 폭포는 이름이 일광(日光)폭포라고 한다. 금강폭포 금강동천과 함께 모두 혜각 스님이 명명했다고 한다.

화려한 배롱나무꽃이 한창인 표충사 경내에선 '재약 5봉'을 꼭 챙겨보자. 경내로 들어서면 좌측에서부터 뾰족한 암봉인 필봉 천황산(정상은 안 보임)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180도에 걸쳐 확인된다.


# 교통편-표충사 집단시설지구 무료 주차장 앞에서 하차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단장 표충사 1077번~단장면~표충 국민관광휴양지(집단시설지구) 주차장 순. 또는 경부고속도로 양산IC~배내골 어곡터널~어곡양산산업단지 좌회전~어곡터널~배내골 용선~밀양댐 배내골~에덴벨리 리조트~밀양 단장 직진~밀양댐 지나~표충사 우회전.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50분 소요.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를 타고 표충사 집단시설지구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 2600원. 날머리 표충사에선 정류장이 두 곳이다. 화장실과 대형 입간판이 서 있는 '절입구' 정류장에선 오후 2시10분, 4시10분, 6시20분, 7시10분, 8시에 출발하며 집단시설지구인 '표충상가' 정류장에선 오후 3시10분, 4시50분, 5시30분에 있다. 26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완연한 봄이었다. 일주일 만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통상 산 정상 부근에는 냉기가 아직도 남아 있으련만 신기하리 만큼 칼로 무 자르듯 동장군의 흔적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산에게 ‘변신의 왕’이라고 닉네임을 붙여주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남 밀양시 단장면의 정각산(859.5m)에도 봄은 이미 찾아와 있었다. 다람쥐 메뚜기 나비 산수유 진달래 그리고 시원한 계곡수…. 전형적인 봄 산인 정각산은 겨우내 품속에 간직한 봄의 징후들을 하나씩 보따리에서 끄집어내고 있었다.

정각산은 무엇보다 능선이나 계곡 어디든지 절벽이나 암릉 암벽 등 볼거리가 많아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폐금광은 인도의 석굴 만큼이나 정교했고, 바위 틈새 자연스럽게 생긴 박쥐굴은 한동안 사람이 거주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정각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40여분 동안의 능선에서 만나는 암릉길을 걷노라면 마치 천하를 다 거느린 황제가 된 듯한 기분이 들며, 하산길 말미에 만나는 잇단 묘지는 정각산의 지세가 얼마나 좋은가를 방증해주고 있다.

이번 산행은 계곡으로 올라 능선길로 바꿔타고 정상에 오른 후 다시 반대편 능선길로 하산하는 코스다. 삼거버스정류장~구천마을~버섯재배장~폭포~박쥐굴~폭포~전망대~폐금광굴~정각산 정상~전망대~암릉길~김녕김씨 묘~밤나무밭~대나무숲~사연교~동화버스정류장.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밀양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시외버스를 타고 삼거버스정류장에 내린다. 작지만 ‘구천마을’이라고 적힌 표지석을 보고 마을로 20여분 걷는다. 길옆에는 구천리에서 남명리 얼음골로 넘어가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고 주변은 온통 대추나무 뿐이다. 마을사람들은 “대추하면 전국에서 밀양 단장면이 최고”라며 “특히 구천리 대추는 잘지만 맛이 뛰어나다”고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마을로 접어들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을 택한다. 오른편 구천마을회관을 지나고 구천슈퍼에서 왼쪽 마을길로 들어서면 또 갈림길. 왼쪽길로 내려선다. 복개천을 지나 다시 왼쪽으로 틀어 개울따라 직진한다. 6m쯤 가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면에 보이는 깔끔한 전원주택을 지나 구천천을 끼고 100여m 넓은 길을 따라간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바로 왼쪽 산길로 올라선다. 오르자마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을 택한다. 길 좌우편 모두 대추나무 뿐이다.
   
   
 

오른쪽에 무덤이 보인다. 산행 초입부터 길이 가파르다. 올라서면 임도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5분쯤 걸으면 검은 천으로 덮인 버섯재배장이 나타난다. 가지런히 쌓아놓은 나무들이 새 생명을 기다리고 있다. 제일 위에 있는 버섯재배장 뒤로 올라선다. 임도는 가파르게 이어진다. 길 옆에 노란색 산수유꽃이 피어있고 다람쥐가 봄구경 나왔다.

임도가 끝나고 좁은 오솔길이 나오면 왼쪽 경사진 길로 오른다. 5분 뒤 길은 나무들에 의해 막혀 오른쪽 계곡쪽으로 길을 바꾼다. 계곡을 건너 오솔길로 올라선다. 10여분쯤 오르면 왼쪽에 커다란 바위들이 계곡을 막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암벽의 일부가 떨어진 것이다. 아래쪽에 작은 폭포가 보인다.

폭포를 왼쪽에 두고 다시 5분 정도 오르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엔 정면에 암벽이 턱 막고 있다. 자세히 보면 바위들 틈 사이를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막은 흔적이 보인다. 좁은 틈새로 몸을 움츠려 밑으로 들어가 보면 의외로 공간이 넓다. 통로는 건너편 계곡과 연결돼 있으며 지도상에는 ‘박쥐굴’로 표기돼 있다.

암벽을 왼쪽으로 돌아 계곡을 건너니 이번에는 가파른 산사면이 가로막고 서있다. 할 수 없이 왼쪽으로 올라 산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에둘러 올라 간다. 폭포 위에 오르면 오른편에 전망대가 나온다. 발밑에는 마을서부터 올라온 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다시 산길로 들어서 길을 재촉하면 돌담의 흔적과 너덜을 지난다. 계곡을 다시 건너서면 능선길은 가파르게 올라선다. 전망대에서 15분이면 또 다시 폭포가 나타난다. 높이 30m, 폭 40m로 병풍처럼 펼쳐진 오버형 폭포다. 청도 지룡산 나선폭포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되돌아 나오면 지그재그 오르막이다. 이제 본격 능선을 향해 오른다. 15분 정도 땀을 바짝 내고 오르면 정면에 전망대가 떡 버티고 있다. 바위를 타고 올라서면 오른쪽에서부터 백마산 향로산 재약봉 문수봉 관음봉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 상투봉이 눈앞에 연이어 펼쳐진다.

짐승들이 파헤쳐 놓은 듯한 무덤을 지난다. 오른편 능선쪽에 폐금광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솔길 주변에는 온통 단풍나무 일색이다. 가을에 와도 운치있는 산일듯 하다. 전망대에서 20여분 계속 오르면 폐금광으로 향하는 임도 수준의 길과 만난다. 10분 정도면 폐금광에 도착한다. 이 폐광은 일제시대때 일본사람들에 의해 개발됐다. 인도의 석굴 같기도 하고 대형 고인돌 같기도 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정교하게 기둥을 만들어 여러 갈래의 통로가 보인다. 폐광 왼쪽길로 15분 정도 오르면 정각산으로 향하는 주능선에 오르고 왼쪽으로 7분 뒤에 정각산 정상에 닿는다. 그러나 정상에선 잡목숲에 가려 주변의 경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

큰 소나무가 보이는 반대방향의 능선으로 하산한다. 5분쯤 후엔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한다. 왼쪽으로 가면 전망대가 있다. 발밑 물길이 크게 휘어 나가는 단장천과 사연천 사이로 뻗은 능선이 보인다. 취재팀이 내려갈 능선이다. 갈림길이 또 나온다. 오른쪽은 산내면으로 내려가는 길. 암반의 멋진 전망대를 밟고 지나간다. 20분이면 능선 길은 크게 갈라진다. 오른쪽 주능선으로 직진하면 승학산 방향이다. 왼쪽길을 택한다. 지금부터 40, 50여분간 암릉길이다. 암릉길 자체가 모두 전망대다. 위험하지만 재미있다.

암릉길이 끝나면 경사가 완만한 오솔길이다. 김녕김씨 묘를 지나면서 길 주변에 무덤이 잇따라 나온다. 이후 1시간 정도 깨끗한 길을 재촉, 밤나무밭 대추나무밭을 지나 대나무숲에 이르면 사연리마을이다. 난간없는 사연교를 건너 동화버스정류장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를 탄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떠나기전에]

 정각산(正覺山)은 정각산(鼎角山)이라고도 한다. 산봉우리의 모양이 마치 쇠뿔(牛角)과 같이 생겼다 하여 솥뿔(鼎角)로 쓰여졌다 한다. 그 능선에 기대어 삶을 영위하는 고향 같은 마을이 특히 많다.

 우선 버스에서 내리면 만나게되는 삼거. 구천 아불 표충사로 갈라지는 삼거리라는 뜻이며 세 계곡이 서로 만난다는 뜻에서 삼계로도 불린다. 들머리에 있는 구천리는 재약산(載藥山)에서 동서 골짜기를 중심으로 흘러내리는 아홉 계천(溪川)이 합쳐지는 마을이라 하였고, 고사구곡(姑射九曲)의 상류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날머리의 사연리는 모래와 연못이 많은 아름다운 마을로 옛날에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 왔다는 승학동을 품고 있다. 기존의 산길인 아불(阿佛)은 그전에 아화(阿火)라 했는데 큰 불이 난다는 뜻. 마을에 큰 화재가 났으므로 지명이 불길하다하여 부처님의 가호를 빈다는 아불로 불려지게 되었다 한다.

 정각산 자락엔 문화재자료 제216호인 반계정이 있다. 영조때 산림처사로 이름이 높았던 반계 이숙의 별장으로 1775년 창건됐다. 그 외 곰이 물을 먹는 모양의 곰소는 구연 호박소와 전설을 같이하고 있으며 대추와 사과, 노지 깻잎 농사를 하는 산골 마을이다. 대추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정각산 산행을 시원한 봄 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 이창우(만어산장)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역에서 밀양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15분, 30분, 8시15분, 30분에 출발한다. 주말 5천2백원, 화 수 목 4천4백원, 월 금 4천9백원. 45분 걸린다. 밀양역 앞에서 밀양버스터미널까지는 시내버스를 탄다. 800원. 15분 소요. 밀양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시외버스를 타 삼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20분, 10시, 10시30분, 11시30분 출발. 1천8백원. 25분 걸린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동화버스정류장에서 밀양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후 4시10분, 40분, 5시, 5시40분, 6시10분, 40분, 7시10분, 8시5분 출발. 1천4백원. 밀양버스터미널에서 밀양역까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는 오후 5시25분, 55분, 6시10분, 23분, 47분, 7시16분, 49분, 8시3분, 18분에 있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3.26 19:49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