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4일 대금산 진달래 축제 개최
산 아랜 YS 등 유명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
가덕도, 영도 봉래산, 심지어 대마도도 보여

 거제도 대금산(大錦山·438m)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진달래산이다. 비록 7부 능선까지 도로가 뚫려 있어 김은 좀 새지만 남쪽땅에서 아마도 가장 빨리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뜨려 산꾼들을 유혹한다. 
 올해의 경우 거제시는 오는 4월 4일 진달래 축제를 개최한다.

대금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전경. 오른쪽 중간에 있는 섬이 이수도, 그뒤 길게 펼쳐진 섬이 가덕도다.
대금산은 산중턱까지 바윗돌 하나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상부는 근육질의 수려한 암벽이 펼쳐져 있다.

대금산은 우선 조망이 빼어나다. 가덕도와 부산신항 그 뒤로 다대포와 아미산, 영도 봉래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섬 내에선 계룡산 삼방산 선자산 옥류봉 앵산이 펼쳐진다. 
 대금산 아래에는 또 YS 등 정치인들이 많이 배출돼 이곳 사람들은 이곳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독특한 정기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럼 산은 어떨까.     
지금까지 주로 대여섯 시간의(보통 사람으로선 약간의 부담이 되는) 산행구간을 소개했던 국제신문 산행팀의 산행지로 약간은 짧다. 해서, 이 봄 가족산행지로 안성맞춤이 될 듯하다.

 
대금산은 해마다 이맘때면 진달래가 연분홍 빛으로 산 전체를 수놓는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단순히 봄 나들이를 위해 가족끼리 부담없이 찾아도 좋고, 산도 오르고 꽃도 감상하려는 아마추어 산악인들에게는 딱 그만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망망대해 남해와 그 위에 떠있는 이름모를 무인도는 한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불만도 없지 않았다. 도로가 산의 7부 능선까지 뚫려 있어 산 속에서 자동차를 봐야만 했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를 볼 땐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산행은 명상 버든마을에서 출발 중대금산(마을)~벽개동목장~약수터~뽈쥐바위고개(진달래평원)~대금산 정상~시루봉 정상~뽈쥐바위고개~간이화장실~정골재주차장~윗대금산(마을)을 거쳐 명상버든마을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 3시간 정도면 진달래를 감상하고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남해를 내려다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에 충분하다.



 명상버든마을에서 버스를 내려 대금산 등산로 입간판이 세워진 길을 따라 걷는다. 조금 가다보면 복개천이 나오는데 거기가 중대금산마을이다. 마을 앞 복개천의 갈림길에서 왼쪽 골목길을 택한 후 곧바로 다시 왼쪽으로 오른다. 외딴 집이 나오고 그 집 왼쪽에 난 산길로 올라선다. 대나무숲을 보고 오르면 흰색의 대형 물탱크가 나타난다. 계속 오른다.
 
이 때부터 진달래가 보인다. 묘지를 잇따라 지나면 이번엔 나무로 엮은 문이 나온다. 통과한 후 반드시 닫아두자. 문을 통과하면 임도와 만난다. 이 임도는 애초 명상버든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아스팔트 길을 올라가 반깨고개에서 따라 오르는 길이다. 주말인 이날 따라 가족 및 연인들과 함께 찾은 이가 많았다.

여유있게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에 건물이 보인다. 지도상에는 벽개동목장. 하지만 겉으로 봐선 목장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길에는 차가 못다니게 턱을 높여 놓았다. 목장을 지나면 오른쪽에 대나무숲이 보이고 그 옆에는 산벚꽃이 줄을 서 손님을 맞는다. 여기쯤 오면 길 찾는 것은 걱정을 안해도 된다. 상춘객이 너무 많아 사람만 보고 가면 되기 때문이다.

‘정상 0.7㎞’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이고 저 멀리 대금산 정상이 우뚝 서 있다. 길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주변을 걸으면서 땅을 세게 밟으면 ‘쿵쿵’ 소리가 난다.

 원래 대금산은 신라때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대금산(大金山)이었다. 땅 밑의 쇠붙이를 끄집어낸 후부터 땅 밑이 텅 비어서 그렇게 소리가 난다고 전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봄이면 진달래가 만개해 비단처럼 아름다워 비단 금(錦) 자를 써 대금산(大錦山)으로 변했다고 전해온다.

약수를 한 잔 들이켜고 더넓은 뽈쥐바위고개를 지나 30분 정도 바짝 오르면 정상이다. 산중턱까지 바윗돌 하나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상은 수려한 암벽이 어우러져 있다.

정상에 서면 볼거리가 무지 많다. 가장 가까이 흥남해수욕장이 보이고, 가옥과 밭이 보이는 눈 앞의 섬은 이수도. 배의 앞부분인 이수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이수도 뒤엔 왼쪽부터 네 개의 섬이 보인다. 제일 왼쪽은 해군이 관리하는 대통령 별장인 있는 저도, 나머지 세개는 무인도로 소죽도 중죽도 대죽도다. 최근 만들어졌다는 무인등대도 보인다. 특히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 저도와 중죽도 대죽도를 연결한 거가대교의 사장교 주탑이 늠름하게 서 있다.

저 멀리로는 왼쪽부터 진해만이 보이고, 그 옆엔 부산신항 공사로 파헤쳐진 안골, 용원, 정면으로 보이는 큰 섬이 가덕도다. 그 뒤로 영도 봉래산이, 날씨가 좋을 땐 대마도도 보인단다. 오른쪽 저 끝에는 동백으로 유명한 지심도가 보일 듯 말 듯하다.    

김 양식장 같이 보이는 것은 정치망이며, 그 주변에 떠 있는 배들은 잠수기어민들의 조업배다. 눈 앞에 펼쳐진 푸른빛의 망망대해가 바로 수라상에 올랐다는 가덕대구의 주요 어장이다.

고개를 돌려 남쪽엔 계룡산 삼방산 선자산 옥류봉 앵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명 정치인이 대금산 주변 장목면 대계-소계-외포-장목마을에서 많이 배출됐다는 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 김기춘 홍인길 김정길 김봉조씨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백두산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따라 일본으로 넘어가는 길목때문이라는 것이 마을사람들의 설명이다.

내려가는 길은 반대편으로 잡자. 산길은 워낙 급해서 에돌아 내려선다.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시루봉 정상까지 여유있게 걸어가면 대략 40, 50분. 돌로 쌓은 구덩이가 있다. 하산길은 되돌아와 갈림길에서 왼쪽 뽈쥐바위고개를 지나 임도에서 왼쪽으로 잡자.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정골재주장장이 나온다. 40m 정도 걸어내려가면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윗대금산, 중대금산 마을을 지나면 버스종점이 나온다.

#교통편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거제행 시외버스가 직통, 완행 두 가지가 있다. 거제 사곡~고현~장승포(종점)를 거치는 완행은 오전 6시20분 부터 20, 30분 간격으로 있다. 고현에서 내려야 한다. 고현까지의 직통은 오전 8시30분에 있다. 각각 1만4백원. 고현에서 명상버든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9시35분에 있다. 800원. 직통은 연결버스와 시간이 맞지 않기 때문에 부산서 첫 완행버스를 이용, 오전 9시35분 버스를 타면 된다.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거제 고현연안여객터미널까지는 오전 7시3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한다. 고현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 돌아올 땐 오후 5시, 6시에 있다. 1시간20분 걸리며 1만6천원이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 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서마산IC~진동~고성~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삼거리에서 좌회전(장목 하청 방면)~청해식품 이정표와 대금산 5㎞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연초호를 거쳐 명동리 명상버든마을로 간다. 명상버든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거제민속박물관은 놓쳐서는 안될 볼거리. 전직 교장이자 아동문학가인 옥미조씨가 평생 모은 민속자료 5천3백여점과 서화 130여점이 폐교된 명동초등학교에 전시돼 있다. (055)637-3722

대금산의 들머리인 명상버든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거제민속박물관이 있다. 전직 교장이자 아동문학가인 옥미조씨가 평생 모은 민속자료 5천3백여점과 서화 130여점이 폐교된 명동초등학교에 전시돼 있다.

또 대금산 남동쪽 해안에는 YS의 생가가 위치해 있다.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둘러보자. 생가에는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다. 1960년 5월 공비가 쏜 총탄에 절명한 YS의 모친 박부련 여사의 사진과 그 아래 놓인 장농이다. 그 장농에는 당시 공비가 쏜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생가 마당에 위치한 YS의 흉상.
거제시 장목면 대계마을의 YS 생가.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400회 발자취

山河누빈 8년 … 국내 개척산행 새지평 열어
호남·충청권까지 독자, 신문 시리즈론 최장수
등산인 저변확대 공헌, 無名산·계곡 명칭부여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제도 대금산 철쭉.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구 비슬산 진달래.



지난 7월 청도 용당산에서의 한 에피소드.

매주 목요일마다 취재산행을 떠나는 산행팀은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힘겹게 된비알을 오른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일단의 여성팀을 만났다.

60대 중반 한명과 40대 후반 세명이 한팀인 그들은 사제지간이다. "지금은 같이 늙어간다"며 웃음꽃을 피운 이들은 갖고온 과일을 나눠줬다.

대구서 왔다는 그들은 대화 도중 다짜고짜 산행팀을 보고 "혹시 국제신문 산행팀 아니냐"고 묻는게 아닌가.

처음엔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그들이 떠나는 산행지는 모두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를 보고 정한다는 한마디에 그만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주 산행을 떠나는 그들은 이따금씩 "우리도 한번쯤은 산에서 국제신문 산행팀을 만나지 않겠느냐"고 농담삼아 얘기했는데 이렇게 만나 정말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그들은 "현재 국내 여러 신문사에서 산 소개를 하고 있지만 그 기사들은 이미 등산로가 잘 나 있는 명산 위주의 '보기 좋은 떡'일 뿐 실제 산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신문 근교산 기사는 산행 초보자라도 그 기사만 보면 완주가 가능한 '먹기 좋은 떡'"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해 용지봉 장유폭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함양 기백산 용추계곡.

그동안 인사치레로 근교산 시리즈의 고마움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취재현장인 산에서 몸으로 실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동시에 밀려오는 책임감으로 다시 한번 등산화 끈을 조여 매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인기리에 연재중인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10일자(2004년 9월)로 400회를 맞았다.


지난 1996년 1월4일 '기장 달음~철마산 종주산행(상)'편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딛은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햇수로 8년이라는 오래 기간을 달린 끝에 지금은 부산경남을 넘어 경북과 호남 충청권까지 고정 독자를 확보할 만큼 산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사실 근교산 시리즈는 이보다 3년 앞선 지난 1993년 1월7일 처음 시작됐다. '가볼만한 근교산'이라는 제목으로 '금정산'편을 소개한 후 이듬해 11월 87회 밀양 '정각산'편을 마지막으로 1년10개월간 연재됐다. 만일 '가볼만한 근교산' 87회를 포함한다면 근교산 시리즈는 5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곡절 때문에 3년 뒤 재출발한 시리즈의 제목은 '다시 찾는 근교산'으로 변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산을 산행 대상지로 한다는 취지에서 '근교산&그 너머'로 새롭게 변신했다.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시리즈 횟수만으로 볼 때 이 시리즈는 전국의 모든 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 중 최장수이며, 따라서 근교산 기사가 매주 게재될 때마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갱신하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산 승학산 억새.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례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단풍.

근교산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철저한 현장답사와 현지취재를 통해 숨겨진 능선과 계곡이 새로운 등산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산행에 나서고 싶어도 산길을 몰라 감히 산을 찾지 못했던 초보 산꾼들은 물론 베테랑 산꾼들에게도 '이런 코스도 있었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해 산행인구의 저변을 넓히는데 적지않은 공헌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간 전담기자만 배병주 박명도 조해훈 조봉권 박병률 김용호 등 무려 6명이 거쳐갔다. 산행대장 역시 부산 산악계의 원로인 성산 씨, 건건산악회 회장이자 베테랑 산악인인 최남준 씨가 기반을 다진 후 지금은 대학산악부 출신으로 독도법에선 부산 최고를 자랑하는 젊은 산악인 이창우 씨가 7년째 맡고 있다.

전담기자들은 한결같이 "만일 이창우 산행대장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방대한 시리즈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미있는 점은 전담기자들이 근교산 시리즈를 맡기 전에는 하나같이 산에 대해 문외한이었다는 점. 기자들이 독자들의 입장에 서서 편견없이 쉽게 산행기를 전달하다보니 호응을 받았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신문 기사와 안내 리본을 보며 산행하는 독특한 등산문화를 선도한 근교산 산행팀은 부산 경남북의 이름없는 산과 능선 계곡들에게 옛이름을 찾아주고 새이름을 붙여준 작은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어 자칫 영구히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산 이름을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스님,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발굴한 것.

양산 다방동에서 출발하는 금정산 종주의 처음과 마지막 봉우리인 다방봉과 금정봉을 비롯해 양산 채바우골만당 축전산 천마산 용굴산 비석봉 중리동산 매봉, 밀양 구천산 정승봉 명필봉 북암산, 청도 개물방산 쌍두봉 도롱굴산 방음산 서지산 효양산 복점산 시루봉, 언양 배내봉, 합천 절갓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

능선으론 간월공룡, 가지산 북릉, 천성산 중앙능선, 옹강산 가운데능선 등이 있으며, 신불산 홍류계곡 등도 국제신문 산행팀의 빼놓을 수 없는 역작으로 지금은 그 명칭이 지역 산꾼들에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

덕분에 국내 주요 산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들 이름이 하나씩 등재돼 전국의 산꾼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밀양 가지산 빙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주 소백산 눈꽃.

근교산 시리즈는 특히 청도와 밀양의 모든 면 단위에 위치한 산을 빠짐없이 소개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1000m가 넘는 20여개의 고봉들이 즐비한 거창 지역 산 소개도 거의 막바지에 와있다.

지난해 '아름다운 한국의 산1'을 펴낸 모아산악회 명예회장인 한영동(금성중 교사)씨는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없었다면 아마도 책 저술기간이 훨씬 길었을 것"이라며 "답사땐 반드시 근교산 시리즈 스크랩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했지만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을 만큼 정확해 혀를 내둘렀다"고 고백했다.

아마추어 산꾼인 진준근씨는 근교산 시리즈 덕택에 많은 산꾼을 알게 됐다고 전화로 고마움을 전해왔다.

50대 중반인 그는 "기사가 나온 주말이면 신문을 오려 영남알프스 등지로 산행을 하다보니 70대 어르신과 동년배의 50대 산꾼들을 자주 만나 알게돼 지금은 팀을 이뤄 같이 근교산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3년째 산행을 하고 있는 서면의 권헌영 비뇨기과 원장은 "산행을 하다 보니 등산만큼 좋은 운동이 없으며 특히 남성의 성기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지금까지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객관화된 자료가 없었다"며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함께 하는 산꾼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백 한가지.

사실 근교산 산행팀은 본의 아니게 항의성 전화도 많이 받았다. 지리산 시루봉과 기장 용천산, 그리고 최근 소개한 밀양의 백마산 산행을 한 후였다. 산행로가 모두 송이버섯이나 두릅 대추 사과나무 주변을 질러갔기 때문이다. 분별없는 몇몇 산꾼들이 지나가다 농민들의 피땀이 맺힌, 자식같은 작물들을 하나 둘씩 슬쩍하다 보니 이에 화가 난 농민들이 신문사로 연락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농민들에게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며, 동시에 산꾼들에게는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제를 부탁하는 바이다.

이번엔 당부 한가지.

'산꾼들이여, 리본을 만지지 말아달라'. 이같은 행위는 초보 산행자들에게는 어쩌면 반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잊지 말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당황한 초행자들은 리본에 의존해 하산로를 찾는다. 재미삼아 반대 방향으로 달아놓은 리본은 결국 조난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 산행팀이 뽑은 숨겨진 근교산 베스트7

목차

산이름

특 징

355

곡성 동악산

빼어난 산세·도림사계곡

338

합천 누룩덤~부암산

조망·암릉산행 만끽

314

가덕도 응봉산~웅주봉

환상적 조망

302

함양 삼정산

7개 절 암자 품은 불국토

283

경산 백자산~삼성산

가족 및 부부산행 '강추'

178

양산 천마산~매봉산

양산의 숨은 보석

148

창녕 석대산~화왕산

억새평원·진달래·조망 탁월


글 ·사진=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근교산&그너머 <584> 김해 굴암산

흩날리는 운무 신선이 안 부럽소
김해 장유면 신안마을 원점회귀…걷는 시간만3시간35분
최근 장유 신도시 조성되면서 진해 성흥사 코스보다 인기
거제도 가덕도 진해만 몰운대 다대포 등 그림처럼 펼쳐져
화산(팔판산) 정상 군 부대 주둔, 주능선 막혀 아쉬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를 힘겹게 올라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바삐 움직이는 운무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경남 김해와 진해를 가로지르는 굴암산(窟庵山)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가깝지만 먼 산이었다. 거리상으론 지척인 전형적인 근교산이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데다 오지에 숨어 있어 심리적으론 머나먼 산이었다는 의미일 게다.

산 아래 바위굴에 암자가 있었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전해오는 이 굴암산에 최근 부산 산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굴암산의 들머리는 열에 아홉은 진해시 대장동에 위치한 신라 천년고찰 성흥사였다. 하지만 2003년쯤부터 김해 장유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오지 속의 오지였던 이곳이 번화가(?) 아닌 번화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들머리인 장유 신도시 인근의 장유면 신안마을 쪽의 교통 사정이 나아져 진해 성흥사 쪽보다 산꾼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안마을 입구에 위치한 커다란 마을 이정석(왼쪽)과 마을을 관통하는 계곡.

 
이창우 산행대장도 굴암산과 관련 ,이렇게 회상했다.

"1990년 초반까진 굴암산에 가기 위해선 김해 장유 쪽은 생각도 못했고 오로지 진해 성흥사로 향했죠. 진해행 시외버스를 타고 웅동(마을)에 내려 40~50분 걸어야 했죠. 정말 가깝지만 먼 산이었죠."

해발 662m로 고만고만한 산이지만 절대 얕봐선 안 된다. 주능선으로 오르는 된비알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은 산행 내내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들머리의 계곡은 지리산의 그것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수려하다. 조망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거제도 진해만 가덕도 몰운대 다대포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상 들머리(왼쪽). 우측 나무에 굴암산 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이 계류를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은 김해 장유면 율하리 신안마을~갈림길~잇단 전망대~533봉~잇단 전망대~안부 사거리~정자 앞 삼거리(613봉)~굴암산~잇단 전망대~신안마을·헬기장 갈림길~헬기장(화산(팔판산)·679m)~분성 배씨묘~신안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5분. 마을 입구부터 들머리, 이어 하산 때까지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데다 산길도 반듯하게 정비돼 있어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안마을로 접어들면 우선 커다란 마을 이정석을 만난다. 마을 유래가 상세하게 적힌 이정석 건너편에는 마을 주차장이 있다.

산행은 마을을 관통하는 포장로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경로당을 지나면 갈림길.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정면에 '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400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기 때문이다.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여기서 이번 산행의 큰 그림을 잠시 그려보자. 좌측 굴암산 쪽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타고 팔판산(화산) 쪽으로 와서 다시 이곳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임을 확인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해 진해 부산의 경계로 일명 삼시봉(參市峰)인 613봉(왼쪽)과 정상.

마을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며 자투리땅에는 우리네 시골 모양 상추와 고추가 심겨져 있다. 도중 샛길이 있어도 무시하고 큰길로만 간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도 역시 이정표가 안내한다. 로뎀전원교회와 기독교 장유수양관 입구를 잇따라 지나면서 안 보이던 산행 안내 리본도 눈에 띈다. 한 굽이 돌아 '반곡정' 주차장을 지나 '돌담집' 문안으로 들어서면 좌측으로 '굴암산 662m'라고 적힌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고 그 뒤론 운치있는 계곡이 눈에 펼쳐진다. 들머리에서 15분.

이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입구에 '굴암산 2.3㎞'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산길을 따라가면 곧 체육시설 앞 갈림길. 반듯한 우측으로 간다. 앞서 본 계곡과 나란히 걷는 셈이다.

9분 뒤 갈림길. 두 곳 모두 정상 가는 길로 표기돼 있지만 산행팀은 좌측으로 오른다. 울창한 숲이지만 관리가 잘 돼 있어 보기에도 시원하고 정감이 간다. 5분 뒤부터 차츰 경사가 심해져 30여 분간 애오라지 된비알로만 오른다. 잠시 경사가 누그러지더니 곧이어 된비알이 이어진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라는 의미였다.

5분쯤 뒤 일순간 운무가 그치고 꽉 막혔던 시야가 트인다. 곧이어 이끼 낀 바윗길이 기다린다. 산은 작아도 보여줄 수 있는 구색은 다 갖추고 있다. 한 굽이 돌아 올라서면 제법 너른 전망대. 정면 부산 지사과학단지로 쪽으로 이어지는 옥녀봉 능선이 희미하게 보일 뿐 나머지는 확인 불가능하다.

이어지는 오르막. 4분 뒤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올라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멋진 전망대다. 운무, 즉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깨스'가 무대 위에 펼쳐지는 드라이아이스 모양 급속도로 오락가락해 비로소 주변 산세가 조금씩 가늠된다. 우측 능선이 팔판산에서 내려오는 산줄기이며, 그 우측 뒤가 장유폭포를 품은 장유봉, 그 아래 보이는 도로는 창원터널을 거쳐 창원가는 길이다. 그 우측으로 보이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장유 신시가지이다.

   
   
다시 숲으로 진입, 한 굽이 올라 119 구조대 표지목(533봉)과 두 개의 전망대를 지난다. 제법 너른 두 번째 전망대 우측 끄트머리에 서면 우측으로 굴암산과 그 좌측으로 옥녀봉 보배산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산세로 봐서 이후 산행은 안부로 떨어졌다 올라선다. 실제로 5분쯤 내려서면 안부 사거리. 골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지점인지 마침 벤치도 둘 있다. 삼림욕장에 온 듯하다. 이정표가 서 있지만 내용물이 떨어져나가 무용지물이다. 우측은 계곡을 거쳐 하산하는 길인 듯, 산행팀은 직진한다. 오름길이다. 10분 뒤 정자 앞 삼거리로 613봉이다. 동시에 김해 장유면, 부산 강서구, 진해 대장동을 경계짓는 삼시봉(參市峰)이다. 즉 정면이 진해, 방금 온 뒤쪽이 김해, 좌측이 부산 강서구이다. 좌측은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 100m쯤 가면 다시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으로 각각 나뉜다. 옥녀봉은 오래 전 산행팀이 개척, 소개한 봉우리다.

이제 정상은 불과 400m. 우측으로 간다. '좌 진해, 우 김해' 능선길이다. 9분이면 올라선다. 남쪽 즉 좌측으로 거제도 가덕도를 품은 남해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불행히도 뿌연 운무 때문에 사방팔방이 시계 제로이다. 좌측으로 열린 길은 성흥사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직진한다. 목적지는 북서쪽으로 뻗은 팔판산. 소요시간은 대략 45분. 도중 진해 성흥사(등로 기준 좌측) 또는 들머리인 신안마을(〃 우측) 내려가는 등로가 열려 있으니 체력에 맞게 운용하면 된다. 이 능선길 곳곳에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으나 여전히 운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이 흠이라면 흠. 만일 날씨가 좋았더라면 시간은 더 걸렸을 터.

등로는 무료하지 않게 내려섰다 올라섰다를 반복하며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우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사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이렇게 20여 분. 119 구조대 표지목 앞에 선다. '헬기장 아래'라고 적혀 있다. 우측으로 신안마을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참고하길.

   
   
표지목에서 5분 뒤 갈림길. 좌측 오름길은 능선길, 우측 숲길은 원래 등산로이다. 전자는 전망이 좋고 후자는 8부 능선쯤 된다. 두 길은 3~4분 뒤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이후 한번 더 내리락 오르락하면 마침내 헬기장에 닿는다. 이 헬기장 우측 나무에는 '화산(팔판산) 679m'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산 정상도 아닌데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산(팔판산) 팻말(왼쪽)과 이 팻말이 걸려 있는 화산(팔판산) 직전 헬기장.

사연은 이렇다. 이곳  헬기장에서 직진하면 팔판산(화산) 정상이지만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출입금지 구역이다. 실제로 7분쯤 가면 철조망과 함께 지뢰매설 경고 안내판이 서 있다. 해서 이 산자락이 팔판산임을 알려주기 위한 누군가의 배려인 듯하다. 참고로 헬기장을 가로질러 직진해 철조망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돌면 불모산~웅산~시루봉으로 이어지고, 우로 우회하면 들머리인 신안마을로 떨어진다.

산행팀은 헬기장에서 10m쯤 뒤로 가서 119 표지목 우측으로 열린 길로 하산한다. 40m쯤 뒤 갈림길에서 좌측 급경사길을 택해 내려간다. 15분 뒤 계곡 상류와 만난다. 8분 뒤 물길을 한번 건너면 등로의 상태가 좀 나아진다. 이후 좌측으로 방향으로 택해 물길을 두 번 건너면 119 구조대 표지목을 만난다. '팔판산 아래'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화산 안내판이 걸려 있는 헬기장을 지나 우측으로 철조망을 따라 내려서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7분 뒤 분성 배씨묘를 지나면 일순간 시야가 트이며 정면으로 들머리와 장유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산길에 만나는 계곡(왼쪽)과 털중나리.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물길을 건너 감나무밭과 대숲을 지나면 이내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여기서 6분이면 신안마을 이정석 앞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신안마을 이정석에는 의외로 많은 정보가 담겨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 또한 들어 있다.

우선 '팔판산 사기점골 신안마을…'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이 마을은 굴암산보다는 팔판산을 모산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는 '팔판산 기슭에 아담한 마을'로 시작되는 신안마을 노래 가사에도 적혀 있다. 팔판산은 일명 갈판산으로 불린다는 사실도 새롭다.

이곳은 원래 그릇을 굽던 곳이어서 옛날에는 사기점(沙器店)골로 불리다 조선 순조 때부터 신안(新安)으로 개칭됐다. 계곡 이름도 언급돼 있다. 산행팀이 오른 골짝이 큰골이며 내려온 곳은 작은골의 내리바우실이다.

잘못된 점도 있다. 팔판산이 김해 진해 창원의 경계를 이룬다고 언급돼 있지만 이는 불모산. 실제론 김해와 진해의 경계를 가른다. 이웃한 굴암산 613봉은 김해 창원 부산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팔판산(八判山)은 이 산줄기에 3정승 8판서가 태어날 명당이 있다는 풍수설에 기인해 명명됐다 전해온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있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로 나와 수가·무계방면 우회전해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1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6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신안마을행 버스는 24, 26번이 있다. 24번은 오전 7시15분부터 1시간마다, 26번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지만 신안마을 건너편 팔판마을 푸르지오아파트 앞이 종점이다. 날머리 신안마을에선 24번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 내린다. 오후 3시40분, 5시15분, 6시55분, 8시25분. 1000원.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 3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서부산TG~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하 율하 우회전~장유폭포 신안 우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좌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직진~율하 하촌 덕정 좌회전~신안 직진~창원 신안 우회전 후 첫 번째 좌회전~신안마을. 입구에 '살기 좋은 신안마을''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500m' '로뎀전원교회' '장유수양관' 등 안내판이 여럿 보인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그너머 <442> 진해 장복산~창원 웅산

일품암릉 즐기니 청정계곡이 반겨


미답의 원시림 … 산행초입엔 야생녹차 지천
덕주봉 지나 안민고개, 창원 · 진해가 한눈에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복산 시민조각공원과 우스꽝스런 모습의 장승들.


이번주는 그리 멀지 않으면서 떠나는 기분이 드는 숨은 산길을 진해에서 찾아봤다. 그간 김해 양산의 산들은 적잖게 소개된 데 반해 이곳의 산이 의외로 소외받은 탓이기도 했다. 정치권의 속보이는 인위적 지역안배와는 차원이 다른 지역 안배인 셈이다.

사실 취재팀은 각 지자체나 지역 산꾼들로부터 "우리 지역의 ○○산(봉)이 괜찮은데 한 번 방문해달라"는 e메일을 자주 받는다. 이미 소개된 코스라면 어쩔 수 없지만 미개척 산길이면 가급적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번 산행도 이런 차원임을 일러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복산 시민조각공원(왼쪽)과 산애천 샘터.


시민공원화돼 진해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장복산에서 출발해 웅산을 거쳐 불모산 턱밑에서 계곡으로 미끄러져 창원서 가장 큰 규모인 천년고찰 성주사로 내려왔다.

부산서 그리 멀지 않은 전형적인 근교산 산행 코스이지만 산행 거리가 제법 만만찮다. 대부분의 능선길은 어디서나 전후 좌우의 막힘이 없어 진해 앞바다의 조망이 가능한데다 진해시와 창원시 전경 또한 한 눈에 들어온다.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암릉길도 일품인데다 무엇보다 하산길에 만나는 계곡이 이번 산행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원시림의 미답의 산길인데다 시원하면서도 우렁찬 폭포수와 소는 곳곳에서 발길을 붙잡는다.

산행은 진해 장복터널 앞 검문소~장복산 시민조각공원~진흥사 앞 장복산공원안내도~진흥사~산애천 샘터~삼거리 안부~삼각점 봉우리~장복산 정상(591m)~정자~헬기장~덕주봉~초소 및 삼각점~안민고개(생태교)~철탑~거북바위~나무계단(데크)~웅산(불모산 시루봉 갈림길)~119 조난표지(안민고개 갈림길)~계곡길~성주사~버스정류장 순. 걷는시간만 7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능선길과 암릉길이 대부분인 이번 코스는 땡볕이 내리쬐는 날은 가급적 피했으면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해와 창원을 연결하는 장복터널 입구 해군헌병단 검문소 앞에서 하차, 우측 마진터널쪽으로 향한다. 도로 양편에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아름드리 왕벚꽃나무가 숲터널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로 조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꽃비가 흩날리는 봄에도 좋지만 신록이 울창한 지금도 아름답다.  
 
10분이면 장복산 등산안내도. 여기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등산화를 고쳐매자. 들머리는 진흥사와 삼밀사 두 갈래. 삼밀사 길은 험한데다 장마철이어서 진흥사쪽으로 올랐다. 우스꽝스런 표정의 목장승 5기와 아기자기한 야외무대, 그리고 진흥사를 잇따라 지난다. 숲속엔 온통 쉼터인 벤치. 정겹다. 산행하지 않더라도 가족쉼터로 이만한 데는 없을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복산과 덕주봉을 잇따라 지나 만나는 암릉과 암릉을 연결한 다리(왼쪽)와 웅산 가는 길에 만나는 기암괴석에 걸린 소나무는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길은 외길. 편백숲 아래 야생녹차가 지천이다. 찻잎을 따는 한 할머니는 시에서 조성했기에 아무나 따가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오르막의 연속. 주변 풍광이 좋아 힘든 줄 모른다. 침목계단이 끝날 무렵 샘터. 산애천(山愛泉)이다. 들머리에서 1시간. 무명 산꾼의 산사랑의 실천 산물이다.

산애천에서 18분이면 능선 안부 삼거리. 왼쪽 장복산 정상, 오른쪽은 안민고개 방향. 마진터널 입구나 삼밀사로 오르면 장복산을 거쳐 오지만, 여기선 장복산 상봉을 다녀와야 한다. 왕복 50분. 길 주변엔 솔나물 흰까치수영 엉겅퀴 패랭이 노루오줌 털중나리 산수국 찔레꽃 원추리 개옻나무 등이 만개해 있다. 상봉은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암봉. 진해만과 대통령 별장이 있는 저도, 그리고 진해시와 창원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다시 원점. 쉼터인 정자를 지나면서 진해바다를 보며 능선길을 걷는다. 길은 외길이며 또렷하다. 도중 진해나 창원 방면으로 하산길이 있지만 무시하자.  
 
이제 암릉지대가 기다린다. 암봉인 덕주봉(602m)은 빠뜨리지 말자. 덕주봉산악회가 만든 삼거리 샘터이정표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암릉을 타도 되고, 우측으로 에돌아도 결국 10분쯤 뒤 만난다. 워낙 험해 데크와 난간이 설치돼 있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이 암릉길은 창원 비음산~대암산 능선길과 흡사하다.

창원과 진해의 경계에 위치한 고갯마루인 안민고개는 덕주봉에서 대략 50분. 안민생태교를 지나 불모산 자락인 웅산으로 향한다. 30분 정도 산길과 임도가 예닐곱 차례 반복된다. 유의하길.

철탑을 지나 밧줄을 잡고 거북바위를 오르면서 다시 암릉길이 시작된다. 기암괴석 끄트머리에 걸린 운치있는 소나무가 뿌연 안개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계속되는 암봉. 넘어도 되고 에돌아도 상관없다. '좌 창원, 우 진해'를 내려다보며 걸으면 제법 긴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곧 불모산 시루봉 갈림길. 2만5000분의 1 지형도 상의 웅산(熊山·709m)이다. 우로 가면 진해 방향으로, 처녀 젖가슴 모양의 시루바위가 얹혀있는 시루봉과 천자봉으로 이어진다. 참고사항 하나. 흔히 웅산과 시루봉을 동일시하고 있는데 엄연히 다른 봉우리임을 밝혀둔다.

산행팀은 창원 방면 불모산쪽으로 간다. 잡풀을 헤치고 10여분 내려가면 갈림길. 119조난표시판이 서 있다. 왼쪽 안민고개 방향으로 향한다. 참고로 15분 정도만 직진해서 오르면 불모산 정상이다.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아주 묵은 길이다. 4분 뒤 갈림길. 왼쪽 안민고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산수국 군락지가 장관이다. 멀리서 들리던 계곡물소리, 20분 뒤 비로소 만난다. 불모산에서 바로 내려와 수정같이 맑다.

지류가 만나는 주계곡은 가히 압권이다. 와폭 소 담, 그리고 이를 감싸고 있는 신록, 하나같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주계곡을 건너 성주사까지는 25분 걸린다. 안민고개 갈림길에선 1시간30분 걸린다. 곳곳에 산길이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수 차례 반복하니 노란 리본을 꼼꼼히 확인하자. 성주사에서 주도로로 내려와 왼쪽으로 200m쯤 가면 만나는 버스종점(차고지)까지는 30분 소요된다.

# 떠나기전에- 진흥사쪽 들머리 무난…불모산 능선 장관
산행팀이 떠난 날은 폭우는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오후 1시까지 비가 내렸다. 여기에다 산행 내내 10m 전방도 구분 안될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고백컨대 사실 산행기에 적힌 조망 안내는 간혹 내비치는 모습과 2만5000분의 1 지형도 등을 참조했음을 일러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복산 정상에 선 필자(왼쪽)와  하산길에 만나는 원시림 계곡은 산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장복산의 들머리는 대개 세 군데. 장복터널 입구 해군헌병단 검문소 앞에서 하차한 산행팀은 지나가는 산꾼들에게 확인한 결과 마진터널 입구에서 시작하는 산길은 현재 막혀 있으며, 삼밀사 방향은 길 자체가 험한데다 비가 온 터라 위험하다고 진흥사쪽으로 오를 것을 권했다. 덕주봉의 덕주바위와 덕주샘은 100여 년 전 김덕주라고 불렸던 사람이 바위 밑에 오랫동안 거주했다고 전해와 명명된 이름이다.

'부처의 어머니 산'이라 불리는 불모산(佛母山)은 사방으로 뻗은 능선이 장관이다. 김해 창원 진해를 가르는 불모산은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일곱왕자를 출가시켰다는 전설의 산이다. 그 언저리에 위치한 성주사(聖住寺)는 '성인이 상주한다'는 의미. 신라 무렴국사가 창건한 이 절은 호국사찰로 임진왜란때 소실됐으나 이후 불사가 한창일때 곰이 밤새 목재를 옮겨 놓았다고 전해와 웅신사 또는 곰절로도 불린다.

하산길인 성주사 계곡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그야말로 청정계곡이다. 창원시민의 식수로 이용되고 있어 계곡수를 오염시키는 행동은 삼가자.

# 교통편-서부터미널 진해행 시외버스 15~20분 간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해행 시외버스를 타고 (인위동)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6시를 시작으로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 걸린다. 3800원. 종점에서 다시 150 160 161 162번 버스를 타고 장복터널 입구 해군헌병단 검문소 앞에서 내린다. 900원.

날머리 성주동 버스차고지(종점)에서 111 213번 버스를 타고 남산버스정류소(055-287-2127)에서 내린다. 111 213번 버스는 20~25분 간격으로 있다. 900원. 남산버스정류소에서는 부산행 시외버스는 두 가지.

사상 서부버스터미널행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45분. 30분 걸린다. 3100원. 동래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5분에 있다. 3800원. 정차 장소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동래고등학교이며 종점은 해운대역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입력: 2005.07.21 20:24 / 수정: 2007.02.27 오후 7:54: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