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벌써 저만치 와 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태곳적부터 반복되는 일상사이지만 유독 세밑에 각별하게 부산을 떨며 의미를 두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한 다짐의 발로이리라.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지난 1년간의 묵은 때를 털어내고 밝아오는 새해를 보며 향후 1년 간의 새로운 삶을 설계해보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사이로 붉은 기운을 토해내는 일출도 좋고, 어둠을 헤치며 숨가쁘게 오른 후 맞이하는 산상 일출도 기가 막히다.

◆아쉬운 일년, 해넘이 명소

해남 땅끝마을=일출 못지않게 일몰 또한 아름다워 세밑이면 국토의 최남단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이다.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송지면 땅끝마을에서 '땅끝 해넘이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달집태우기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묵은 짐을 날려보내고, 소원을 띠배에 실어 바다로 보내는 띠배놀이도 펼쳐진다. 천년고찰 두륜산 대흥사와 미황사도 둘러보자. 숙소는 대흥사 입구 400년 된 전통 한옥 유선관(061-534-3692)을 추천한다.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변=최근 국제꽃박람회 덕분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면도 꽃지해변은 안면도 일몰의 제1경으로 손꼽힌다. 길이 3.2㎞, 폭 300m인 해변의 오른쪽 끄트머리와 방포포구 사이에 터를 잡은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가 멋진 세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밀물일 때는 모두 물에 잠기지만 물이 빠지면 밑둥까지 드러나 다시 손을 잡는다. 기둥처럼 우뚝 솟은 두 바위의 벼랑과 거기에 걸쳐 있는 노송들이 지는 해와 함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통영 달아공원=미륵도 남단 해안가에 위치한 소공원이다. 남해안에서 손꼽히는 멋진 해안 드라이브 코스 중의 하나인 산양일주도로(23㎞)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풍광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전문가들로부터 나라 땅 최고의 일몰 명소로 손꼽힌다. 달아공원에는 한산대첩의 전승을 기리기 위해 세운 관아정과 정자 양편으로 꽃망울을 터뜨린 빨간 동백꽃이 또한 눈길을 끈다. 시간이 허락되면 용화사 입구의 '전혁림 미술관'도 둘러보고 통영대교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십오야 숯불장어구이(055-649-9292)에서 바다 장어 구이도 맛보자. 기가 막히게 맛있다.

부안군 변산반도=낙조가 워낙 유명해 예부터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다녀갔을 만큼 서해안의 보석으로 알려져 있다. 해안가의 외변산이나 내륙 산악지대인 내변산 모두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외변산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채석강이 있는 격포해변. 환상적인 일몰에다 책을 쌓아놓은 듯한 모습의 거대한 해안절벽의 경관 때문이다. 내변산의 명소는 낙조대. 들머리인 남여치에서 월명암으로 넘어가는 쌍선봉 옆에 위치해 있다.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일몰 전 전나무숲이 아름다운 천년고찰 내소사와 개암사 곰소염전 등도 둘러볼 만하다.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왜목마을은 충남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당진군에서도 가장 북쪽해안에 위치한 마을로 최근 일출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동쪽을 향해 튀어나온 포구의 독특한 지형 때문에 서해안인데도 충남 서천 마량포구, 전남 무안군 도리포와 함께 일출과 일몰 모두를 감상할 수 있다.
  동해안의 일출이 장엄하고 화려하다면 이 곳의 일출은 일순간에 바다가 짙은 황토빛으로 변하면서 바다를 길게 가로지르는 불기둥을 만들어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일출을 볼 수 있는 해안 동쪽엔 횟집과 여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실내에서도 쉽게 해돋이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일몰은 해발 200m 정도의 야트막한 산에 올라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오는 31일 오후 5시 국악공연 등 다채로운 일몰행사가 열리고 다음날인 1월1일 오전 7시30분에는 다양한 민속놀이 등 일출행사가 성대하게 열린다.

희망찬 새해, 해돋이 명소

동해 추암해변=동해안 최고의 일출명소 가운데 하나로, 경관이 빼어나 '삼척의 해금강'이라 불린다. 추암 일출은 TV에서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일부러 꽂아 놓기라도 한 듯 뾰족한 촛대바위들이 솟아있는 모습만 봐도 멋진데, 그 뒤로 붉은 빛을 토해내며 태양까지 가세하면 천하절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전날 밤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다. 동해시는 어둠 속에서도 촛대바위의 위용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밤에 오렌지빛 조명을 밝혀놓고 있다.



사천 창선·삼천포대교=국립공원 한려수도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창선·삼천포대교 일대는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을 받은 곳. 인근 '실안 일몰'은 예부터 알아주는 해넘이 명소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일출의 아름다움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황홀하다. 한마디로 그림같은 창선·삼천포대교에서 아름다운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소인 것이다. 축제는 내년 1월 1일 창선·삼천포대교 일대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에겐 소망 떡국도 나눠준다.

포항 호미곶 해맞이축전=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한민족 해맞이축전'을 연다. 이름에 걸맞게 규모는 나라 땅 최고라 할 만하다. 우선 우리 고대신화에 나오는 삼족오를 형상화한 가로 20m, 세로 50m 크기의 초대형 연을 새해 일출 시간에 맞춰 띄운다. 관광객들의 새해소망을 담은 종이를 달아 국내 연 기술자와 동호인 등 500여 명이 지상 100m 상공으로 띄울 계획이다. 이와 함께 꽁치 1만2000마리로 꾸민 높이 9m의 과메기 홍보탑이 설치되고 1만 명분의 떡국만들기, 2008개의 연날리기, 어선 50척의 해상 퍼레이드 등이 마련된다.

여수 향일암 일출제=올해 2012년 세계 엑스포를 유치한 여수의 돌산도 맨끝인 금오산 중턱에 자리잡은 향일암에서도 일출제가 열린다. 향일암은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으로 이른 새벽 바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와 주변의 동백나무 숲이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다. 바닷가 150m 높이의 절벽 위 기암괴석에 자리한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한다. 향일암을 찾았다면 금오산 정상까지 올라가보자. 30분이면 올라선다. 비록 해발 323m로 낮지만 다도해 국립공원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향일암 주변의 특산물은 뭐니뭐니해도 돌산갓김치. 돌산도의 비옥한 토양과 해풍 때문에 타 지방에서 흉내낼 수 없는 고유의 향과 맛이 있다. 초원횟집(061-644-7287)이 잘 한다.


대게 원조 영덕 해맞이=경북 영덕 강구면 삼사해상공원에서는 영덕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새해 전야인 31일 오후부터 농악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음악회 등 송년행사가 열리고 새해 오전에는 해맞이 축하비행, 연날리기 등이 펼쳐진다. 삼사해상공원 내 새로 생긴 영덕어촌민속전시관도 꼭 챙기자. 영덕을 찾으면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빼놓을 수 없다.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30여 ㎞의 구간이 무척 아름답다. 워낙 바다와 근접해 있어 차장 밖으로 파도소리까지 들린다. 간혹 보이는 차들도 모두 드라이브 나선 타지 차량이라 쉬엄쉬엄 간다. 도중 만나는 두 곳의 해맞이 공원 역시 빠뜨리지 말자. 지난 1월 새로 조성한 20m 높이의 '대게등대'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해맞이공원 맞은편 둔덕 쪽엔 풍력발전단지도 멋있다. 영덕 대게 맛보기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기쁨이다. 영덕대게협동조합직매장(054-734-0691). 전국을 대상으로 대게 택배를 전문으로 하며 강구항 내 대게집보다 가격이 20%쯤 싸다. 경보화석박물관을 지나 삼사해상공원에서 300m쯤 못 미친 7번 국도 대로변에 있다. 맞은편엔 오션뷰CC.    

강원도 강릉 정동진='한양의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위치한 부락'이라 명명된 정동진은 수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해안과 인접한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으며, 역 철길 건너편이 그 유명한 해돋이 감상 명소이다.
 31일 오후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등에서 전야제가 열리고 새해 첫날에는 모래무게만 8t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래시계를 돌려 세우는 행사가 열린다.

동해안 그밖의 일출 명소=부산서 거리상으로 먼 것이 흠이지만 일출 하나만을 놓고 볼 땐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명소가 널려 있다. 경포해수욕장과 최북단인 고성의 통일전망대와 화진포에선 통일기원 해맞이 축제가 마련되고, 속초해수욕장과 양양 낙산해수욕장에서도 해넘이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부산지역 해맞이 명소 사진
오륙도 일출.
태종대 등대 일출.
해운대 일출.
              해운대와 이웃한 기장 일출.

◆산상 해맞이=산행과 함께 시작되는 태백산 해맞이는 정상 천제단에서 소원빌기 등을 통해 새해 출발을 기원한다. 일출 행사 후에는 당골광장에서 등산객들과 떡국을 나눠 먹는다. 양산 천성산에서도 일출 행사가 열린다. 군부대가 주둔해 정상이 통제돼 있지만 이날 오전 5~9시 개방된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고당봉에서도 일출 행사가 마련된다.

◆선상 해맞이=부산에선 항내를 운항하는 크루즈와 해운대 미포유람선착장에서 해맞이를 위한 동백호를 띄운다. 태종대에선 곤포유람선, 등대유람선, 수연유람선, 태종유람선이 새해 첫날 출발한다..
 또 통영에선 오전 6시 가왕도~매물도를 일주하는 유람선이, 거제에선 장승포 와현 구조라 학동 해금강 도장포 등 6개 선착장에서 해맞이 유람선이 출발한다. 사천에선 삼천포유람선협회가 선상 해맞이 유람선을, 남해에선 상주해수욕장에서 '러브 크루즈호'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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