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 금정구 부곡동 '킹크랩대게할인마트'

싱싱한 대게.

"쫄깃하고 담백하면서도 감칠 맛"
러시아산, 국내산과 맛 거의 구별못해
㎏당 1만5000원, 영덕대게 60% 수준
부산서 대게·킹크랩 가장 저렴할 듯


긴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명명된 '대게'. 흔히 대게하면 열에 아홉은 영덕을 떠올린다. 생산량은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인 구룡포가 으뜸이고, 역사적으론 울진 대게가 원조라는 설이 우세한데.

 
그럼 왜 영덕대게일까. 한마디로 브랜드의 승리일 듯싶다. 시장이 크다 보니 구룡포배가 잡아도, 울진배가 건져올려도 죄다 영덕으로 팔려나간다. 영덕에 가야 제값을 받을 수 있어 영덕은 그야말로 '대게 1번지'로 나라땅에서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영덕대게는 흔히 오십천변에 복사꽃이 피는 음력 춘삼월(양력 4월 초)이 돼야 속살이 꽉 차고 맛 또한 절정에 달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대게는 산란에 들어간다. 해서, 국가에선 매년 6월부터 12월 초까지 대게 금어기로 정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금어기 기간에는 대게를 맛볼 수 없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광활한 청정해역 오호츠크해에서 잡히는 러시아산이 있기 때문이다. 영덕대게가 음력 춘삼월에 가장 맛있다면 러시아 수입산 대게는 5~7월 그 맛이 절정이다. 특히 이 시기에 어획되는 물량은 연중 최고치여서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 또한 연중 가장 저렴해 물오른 대게맛을 부담없이 맛볼 수 있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쌍용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킹크랩대게할인마트'에서는 부산에서 가장 저렴하게 대게 및 대게요리를 만날 수 있다.

식당 입구에 붙은 금일시세.

파란색 대게, 붉은색 킹크랩, 검은색 랍스타. 러시아산 수입대게는 5월이 가장 저렴함을 보여준다.


 대형 어항에는 대게와 왕게라 불리는 가시가 있는 킹크랩이 가득 들어 있고 어항 위 벽에는 대게와 킹크랩 랍스터의 '금일시세'와 '연중 시세변동표'가 붙어 있다. 5~7월 가격이 가장 저렴함을 알 수 있다. 살아 있는 생물이라 약간의 시세변동은 있지만 현재 ㎏당 대게의 경우 1만5000원, 킹크랩은 2만 원 정도. 영덕대게의 60~70% 수준이다. 이정동 대표는 "지난 3월 대게 시세는 ㎏당 3만 원대였다"고 귀띔했다.

 주문은 성인의 경우 1㎏ 정도의 대게 1마리와 게장 볶음밥(2000원)이면 충분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싸고 맛있다는 기장이나 울산 정자항으로 갈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일반 대게집에 가면 밑반찬이 거의 없지만 이곳에는 대게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 콩국이 나와 먼저 미각을 자극한다. 대게찜이 나오기 전 키토산 두부(1모 2500원)를 시키길 권한다. 국산콩에 게살과 날치알을 넣어 게맛과 함께 톡톡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이집만의 자랑 키토산 두부.

키토산 두부의 설명이 벽에 붙어 있다.


게살냉채. 
킹크랩.

드디어 대게와 킹크랩이 나왔다. 이 대표는 "요즘처럼 대게와 킹크랩의 가격차가 많지 않을 경우 반반씩 시키면 맛도 비교하며 즐길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약간의 단맛이 나는 듯하면서도 쫄깃쫄깃하고 담백해 절대 물리지 않는 그 맛. 굳이 비교를 하자면 대게가 감칠 맛이 약간 더 난다. 딱지에 붙은 장은 대게가 고소한 반면 킹크랩은 버터맛이 살짝 난다. 

 고백컨대 영덕 울진 구룡포 정자 등에서 대게를 맛본 적이 있는 기자도 러시아 수입산과의 차이를 못 느꼈다. 이 대표 또한 "예민한 미식가가 아니고선 수입산과 국산의 차이를 거의 알 수 없다"고 거들었다.
게장 볶음밥.
게장해물순두부.
대게라면.
키토산 두부김치.

디저트용 무료 아이스크림.



 게장 볶음밥은 대게요리의 화룡점정. 껍데기 가득 소복히 담겨 나온다. 약속이나 한 듯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진다. 별미다.

 식사용 메뉴도 다양하다. 대게와 해물 국산콩으로 만든 게장해물순두부(5000원)와 대게라면(〃) 辛게살죽(6000원)이 별미다. 대게라면은 오가피 감초 대추 등 10가지 재료로 국물을 내 담백하고 깔끔하다. 애주가들의 안주용으론 두부김치(1만 원)와 게살냉채(3만 원)가 있다. 이 집의 배추는 전북 무주의 무농약 고랭지 배추다. 밑반찬 민들레김치도 깔끔하다. 후식용으로 무료 아이스크림도 비치돼 있다.

지하철 1호선 장전동역 4번 출구로 나와 좌측으로 가면 만나는 파디글스 골프연습장 건물 1층에 위치해 있다. 장전동역 앞에는 공용주차장이 있다. (051)512-2239

# 주인장 한마디

킹크랩대게할인마트 이경동(45)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이런 파격적인 가격에 킹크랩과 대게를 소비자에게 권할 수 있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식당 이외에도 그는 (주)로하스 씨푸드라는 유통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대게와 킹크랩을 직접 수입, 중간 마진을 없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게 조업지는 독도 인근으로 한정돼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가 설정돼 있지만 광활한 오호츠크해역은 사시사철 대게가 잡혀 국내산에 비해 저렴하게 수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내 연안에서 잡히는 대게는 양이 아주 적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게의 95%는 러시아산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게 또한 국내로 공급되는 물량이 차이가 나고, 이에 따라 가격의 시세변동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 중 지금이 러시아 수입산 대게가 가장 싸고 맛있다"며 몣그동안 주머니 사정 때문에 넘보지 못한 대게의 참맛을 느껴보기 바란다몤며 활짝 웃었다.
 또 한 가지.
 동행한 조성화 부산맛집기행 회장은 "이집 대표인 이 씨 부부는 인근 '초원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을 매달 초청해 정성스럽게 식사를 대접하는 마음씨 착한 효자"라고 살짝 귀띔했다.

지난 2004년 발효된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 불똥
복숭아 10년 내 관세철폐품목 분류, 폐업시 국가차원 지원
대신 관세철폐 제외 품목 사과나무로 점차 대체되고 있어

이 아름다운 진홍빛의 복사꽃대궐이 FTA 때문에 절반 이상 사라졌다. 34번 국도변에서는 이제 복사꽃을 거의 불 수 없고 산기슭으로 가야 볼 수 있다. 불과 4년 전의 이 사진은 이제 추억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황금 은어의 서식지로 유명한 오십천변에 만개한 복사꽃.
영덕의 자랑 복사꽃대궐은 이제 절반 이상 사과꽃으로 대체되고 있다. 지금 영덕은 복사꽃이 지고 사과꽃이 피어나고 있다.

 떠나기전 영덕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십중팔구 대게였다. 다음은 복사꽃이었다. 영덕에 와서 대게와 복사꽃 이외에 내세울 게 있으면 말해보라는 물음에 군민들은 한결같이 오십천 황금 은어와 동해 일출을 꼽았다.

흔히 영덕은 해맞이 공원에서의 일출과 대게를 테마로 한 겨울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법. 사실 대게는 4월이 제철이다. 일출과 대게가 한 묶음이 된 것은 아마도 동해안 일출을 보며 새해 소망을 빌러 영덕을 찾았는데 마침 대게가 그물에 걸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귓전에 들렸기 때문이리라.

예부터 영덕에선 이렇게 전해온다.
"오십천변에 복사꽃이 피는 음력 춘삼월이 돼야 비로소 대게도 완전히 살이 오르고 은어 또한 동해안에서 오십천으로 거슬러 오기 시작한다." 전국의 미식가들이 이달부터 영덕으로 모여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

# 입맛 찾아-살 통통 오른 영덕대게 "이거 게판이구만~"

대게 원조마을.


 대게는 기온이 내려가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맛볼 수 있다. 나머지 기간은 나라에서 정한 금어기다. 속살이 꽉 차고 담백한 맛을 보려면 2월말부터 4월 사이가 제격이지만 그 중 절정은 복사꽃이 피는 4월 초순이다. 어민들은 한겨울에 잡히는 대게는 4월 대게의 맛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귀띔한다.

약간의 단맛이 나는 듯 하면서도 쫄깃쫄깃하고 담백해 절대 물리지 않는 대게는 고려에 이어 조선시대 수라상에 단골로 올랐다. 지난 1999년 한일어업협정으로 독도 근처 대화퇴 어장을 잃어 어획량이 현저히 줄어든 바람에 가격은 사실 서민들에게 부담될 만큼 무지 비싸다. 국내산은 마리당 대략 6만~11만 원, 수입산은 3만~6만 원선. 살이 꽉 찬 이른바 국내산 '박달대게'는 마리당 10만 원을 호가한다. 20만 원 하는 '박달대게'도 간혹 잡힌단다.

4인 가족이 찾았다면 값싼 홍게와 수입산을 곁들여 12만 원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미식가가 아니라면 수입산과 국내산은 거의 구별하기 힘들다. 동해안 인근에서 북한 일본 러시아와 우리나라 배가 비슷한 시기에 잡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
대게의 진면모를 보려면 강구항의 대게 위판장을 찾아야 한다. 요즘엔 주말 오전 8시를 전후해 열린다. '박달대게'에서부터 살 대신 물로 가득 찬 '물게'에 이르기까지 10등급으로 세분돼 위판장 바닥에 도열된다. 능숙한 경매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중도매인의 손이 연신 움직인다. 분명 볼거리다.

"제 얼굴보다 커지요."

"제 얼굴만큼 커지요."

# 눈맛 찾아 - 복사꽃 천지 34번 국도를 가지 않고 낭만을 논하지 말지어다

딱히 물어볼 필요가 없다. 영덕읍내에서 그저 안동 방향 34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된다. 초입에는 군민운동장 뒤로 오십천과 인접한 강변도로를 타고 달린다. 길이만도 무려 12㎞. 국도변과 들판, 그리고 산기슭이 진홍빛의 복사꽃대궐이다. 발품을 팔아 약간 높은 언덕배기로 오르면 복사꽃 천지는 가히 무릉도원이라 불러도 될 성 싶다.


영덕에는 원래 복사꽃이 없었다. 지난 1959년 태풍 사라호가 지나간 뒤 생계에 도움이 될까 하여 오십천변에 우연히 복숭아 나무를 심었다. 그게 히트를 친 것이다.
물빠짐이 잘 되는 사질토인 데다 일사량도 좋고 무엇보다 칠보산과 주왕산이 바람을 막아줬다. 여기에 옥계계곡에서 내려오는 오십천의 물줄기가 마르지 않아 그야말로 복숭아 농사를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차츰 복숭아 재배지가 늘어 한때는 100만 평이 훨씬 넘었다.

하지만 도로변에는 간혹 아직 피지 않았거나 하얀 꽃봉우리를 단 사과꽃이 자주 눈에 띄었다. 사과꽃은 4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자유무역협정(FTA)의 불똥이 영덕까지 튄 것이다. 지난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로 인해 복숭아가 10년 내 관세철폐품목으로 분류돼 4년 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복숭아 폐업 지원사업이 진행돼 농민이 원할 경우 관세철폐 제외 품목인 사과나무로 점차 대체되고 있다는 것. 현재 전체 복숭아 경작지의 절반 정도가 사과나무로 대체됐다. FTA가 영덕의 명소인 복사꽃길을 앗아간다고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이 밀려드는 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 손맛 찾아 - 해맞이 공원· 30㎞ 해안도로 "그래 봄속을 달리는 거야"

그 유명한 7번 국도가 동해안 드라이브길이라 알려져 있지만 영덕 구간은 최남단 남정면과 최북단 병곡면 일부만 바다와 접할 뿐 나머지 구간에선 바다를 볼 수 없다. 대신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30여 ㎞의 구간이 20번 군도인 2차선 해안도로이다. 도로 한 쪽에는 해풍에 말리는 돌미역과 가자미가 널려 있고 갯바위에는 낚시꾼들이 삼삼오오 세월을 낚고 있다. 우리네 한적한 갯가의 전형이다. 워낙 바다와 근접해 있어 차창 밖으로 파도소리까지 들린다. 간혹 보이는 차들도 모두 드라이브 나선 타지 차량이라 쉬엄쉬엄 간다.
유난히 갈매기가 많은 금진포구와 하저해수욕장을 지나면 첫 기착지인 해맞이공원. 지난 1997년 이곳에 산불이 난 후 군이 새롭게 조성한 떠오르는 명소이다. 등대가 위치한 아랫쪽은 창포리, 200m 떨어진 위쪽은 대탄리 공원이다. 총 면적 3만 평. 바다로 이어지는 절개지에는 산책로와 쉼터가 조성돼 있으며 그 주변에는 만개한 노란 수선화를 시작으로 영산홍 나리꽃 해당화 등이 7, 8월까지 해송과 어울린다.

            대게등대.

최근 새로 조성한 20m 높이의 '대게등대'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기존 10m 높이의 밋밋한 등대 대신 일반인들도 올라갈 수 있는 빨간색 전망대에 동(銅)으로 만든 대게 집게모양의 조형물을 덧씌워 대게의 고장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망대에 서면 대게 이름이 유래됐다는 축산항의 죽도(竹島)등대와 남쪽으론 호미곶도 볼 수 있다.

일출.
바다에서 본 풍력발전단지. 장관이다.

해맞이공원 맞은편 둔덕 쪽엔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높이 80m의 대형 풍력발전기가 해풍에 의해 힘찬 몸짓을 하고 있다. 북쪽으로 더 달리면 대게 원조마을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경정리 차유마을에 닿고, 여기서 6㎞쯤 더 달리면 대진해수욕장과 고래불해수욕장을 잇따라 만난다.
또 한가지. 삼사해상공원 내 영덕어촌민속전시관도 꼭 들러보자. 지난 2005년 12월 개관한 이곳은 대게 어로법 등 대게와 관련한 모든 것이 전시돼 있다.
영덕어촌민속전시관.
     

# 영덕 맛집 - 황금빛 오십천 은어 맛보세요

강구항에는 영덕 근해자망 외에 인근 구룡포나 울진 후포의 배들도 강구수협에서 대게를 위판한다. 하지만 영덕근해자망협회는 영덕 배가 잡은 대게 이외에는 국내산임을 입증하는 초록색 라벨을 붙여주지 않는다. 이때문에 구룡포 등 외지 배들이 잡은 대게는 간혹 수입산으로 오해를 산다. 그 만큼 유통 및 판매 체계가 체계화돼 있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100% 신뢰가 가지 않는다.

 싸고 믿을 만한 대게집을 한 곳 추천한다. 영덕대게협동조합직매장(054-734-0691). 경보화석박물관을 지나 삼사해상공원에서 300m쯤 못미친 7번 국도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맞은 편엔 오션뷰CC. 전국을 대상으로 대게 택배를 전문으로 하며 강구항 내 대게집보다 가격이 20%쯤 싸다. 가위로 대게를 먹기좋게 잘라주며 먹는 방법도 가르쳐 준다. 게장 비빔밥도 즉석에서 만들어주며 밑반찬은 모두 직접 농사를 지은 유기농산물로 만든다. 산에서 직접 캔 냉이나 달래 등 봄나물도 맛볼 수 있다. 주인 노부부의 후덕한 마음 씀씀이에 반해 한번 이곳을 찾으면 반드시 단골이 된다.

화림산가든(054-734-0945)은 은어 전문 요리점. 전국에서 은어가 잡히는 곳은 많지만 등줄기에 황금빛이 보이는 오십천의 은어는 유일하게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맛이 빼어나다. 복사꽃이 피는 4월부터 동해에서 오십천으로 올라오기 시작해 지금은 튀김을 할 정도로 작지만 6, 7월부턴 수박향이 진해지면서 회나 매운탕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송이가 나는 9월이 되면 뱃속의 내장을 제거한 후 송이를 넣어 굽는 구이맛에 반해 일본인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

은어매운탕.
은어회.


과메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실상부한 1위

"대게는 영덕, 오징어는 울릉도에 지명도에 밀리지만 
생산량은 압도적으로 1위랍니다"

구룡포항 전경. 웬만한 어항 하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각도를 달리해서 본 구룡포항.

장삼이사들은 구룡포 하면 십중팔구 과메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구룡포에는 과메기 이외에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두 가지 수산물이 더 있다. 다름아닌 대게와 오징어이다. 혹자들은 대게는 영덕, 오징어는 울릉도를 떠올리겠지만 이건 와전이고 편견이다.

대게와 오징어의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생산지는 바로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항이다. 결국 구룡포는 대게 오징어 과메기의 전국 최대 생산지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라 불릴 만큼 구룡포는 어항이라 부르면 미안할 정도로 항구가 자체가 아주 크다. 한눈에 봐도 영덕이나 울진 후포항, 울산 정자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상당하다.

해서, 구룡포는 겨울바다의 낭만 보다는 갈매기의 호위를 받아 뱃고동을 울리며 쉴새없이 드나드는 비릿한 고깃배의 모습이 더 살갑게 다가오는 거대 어항이다.

우선 과메기를 살펴보자.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이 위치한 북쪽의 대보면 등과 함께 과메기 특구로 지정된 구룡포는 국내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구룡포가 과메기 최대 집산지로 자리매김한 데는 지정학적 위치 덕분. 포항은 낙동정맥이 고도를 낮추는 지점이라 북서풍과 염분을 머금은 영일만의 해풍이 뒤섞이며 과메기를 숙성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메기는 구룡포항을 살짝 벗어나면 해안가에 덕장이 이어진다.

대게와 관련해선 땅을 치고 통곡할 정도.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국내 생산량의 60%가 이곳 구룡포항에서 위판된다고 한다. 하지만 브랜드가 영덕에 밀리다 보니 여기서 잡은 대게의 상당 부분이 영덕으로 올라가 영덕대게로 옷을 갈아 입니다. 마치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위판된 세발낙지가 목포 세발낙지로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구룡포수협 관계자도 "브랜드 인지도에서 차이가 나는 건 현실이지만 분명히 생산량은 구룡포가 훨씬 앞선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구룡포항 대게 위판장.

오징어 또한 국내 최대 생산을 자랑한다. 흔히 오징어 하면 울릉도를 연상시키는데 실제로는 울릉도 보다 오징어를 많이 잡는 곳이 이곳 구룡포다.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오징어 생산의 절반 가량이 구룡포에 모여든다고 한다.

 오징어의 경우 워낙 많이 위판되다 보니 오징어 채낚기배에 잡히는 오징어(활어) 위판장과 그물에 의해 잡히는 (트롤)오징어 위판장 두 군데가 있다. 이렇게 오징어가 많이 생산되는데도 필부들은 오징어 하면 울릉도를 떠올리니 구룡포 사람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밤에 등불을 밝혀 오징어를 불어모은 후 긴 낚시줄로 잡아올리는 오징어채낚이배.
구룡포항을 벗어나면 과메기와 함께 해풍에서 건조되는 오징어를 만날 수 있다. 반건조 오징어인 일명 피데기이다.

한마디로 구룡포는 대게는 영덕, 오징어는 울릉도에게 밀리면서 그야말로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싱싱한 대게와 오징어, 과메기를 가장 싸고 맛있게 맛볼 수 있는 곳이 다름아닌 구룡포항인 것이다.

여기서 국내 유일 등대박물관과 유명 일출 명소로 '상생의 손'이 반기는 호미곶이 불과 30㎞에 불과해 해안드라이브 코스로 일품이다.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인 구룡포항을 벗어나면 과메기 덕장과 함께 아름다운 해변이 줄곧 이어진다. 해안드라이브길로 일품이다.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동해안 최대 어장인 구룡포가 어업 생산량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은 일차적으로 구룡포 사람들 책임이 크다"며 "앞으로는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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