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봉 등 8개봉 천년고찰 대흥사 병풍처럼 감싸
일지암 샘물은 초의선사 다도 비법 그대로 녹아
가파른 암릉길 아래 펼쳐진 다도해는 한폭 그림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 오른쪽부터 두륜봉 만일재 가련봉 노승봉(능허대).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면 부처님이 누운듯한 와상(臥像)의 형상을 하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1박2일'팀은 지난해말 전남 해남 유선관을 찾아 촬영한 후 유선관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서산대사 사명대사 초의선사 등 고승들이 주석한 두륜산 대흥사를 빠뜨리고 이 보다 훨씬 먼 두륜산 집단시설지구에 위치한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고계봉에 올라 다도해와 두륜산줄기를 감상하고 내려갔다. 매우 한마디로 아쉬웠다.
 두륜산에는 초의선사가 40여 년 동안 다선일여 사상을 생활화하며 꾸민 일종의 다원인 일지암과 나라에 변고가 생겼을 때 땀을 흘렸다고 전해오는 북(미륵)암의 마애여래좌상, 그리고 경내에 서산대사를 모신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 입구의 부도전 등 볼거리와 그 안에 숨어 있는 일화가 무궁무진해 하루 반나절을 돌아도 못 볼 정도이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고계봉을 오르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는 하지 않겠지만 두륜산을 찾은 관광객 중 열에 여덟, 아홉은 아마도 케이블카 대신 두륜산 대흥사를 우선 관람한다. 
 '1박2일'팀이 놓친 두륜산을 산행하며 둘러본 볼거리를 늦었지만 챙겨본다. 참 지금 이곳을 찾으면 경내 주변에 아마도 동백이 만개했을 것이다. 
 지난해말 '1박2일'팀의 유선관 관련해 올린 글을 아래에 트랙백해놓았다. 참고하시길.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도 해남땅의 두륜산.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경구가 어쩌면 이 시점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에서다.

두륜산이란 이름은 백두산(白頭山)의 `두'자와 중국 곤륜(崑崙)산맥의 `륜'자의 조합. 이 속에는 중국 곤륜산맥의 줄기가 동으로 흘러 백두산을 솟구쳤고, 그 맥이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거쳐 이곳 해남땅까지 이어져 왔음을 의미한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제법 만만찮은 암봉이다.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이라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 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산 위에 올라 걷는 맛도 괜찮다.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은 한 장면도 놓치기 아까운 한 폭의 그림같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를 품안에 안고 있다는 점. 대흥사는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관광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주봉인 가련봉을 비롯, 노승봉(능허대) 두륜봉 고계봉 도솔봉 혈망봉 등 8개의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종주코스보다 대흥사에서 출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적합하다. 대흥사~표충사~동국선원(대광명전)~일지암~만일재(헬기장)~구름다리~두륜봉~만일재~가련봉~노승봉(능허대)~헬기장~오심재(헬기장)~북암~대흥사.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힘들지 않다.


승용차가 경내까지 들어가지만 매표소를 지나면 만나는 옛 주차장에 차를 세워 산행을 시작하자. 핏빛 동백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이나마 만끽하기 위해서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대흥사 경내. 정면 저 멀리 암봉이 절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우측에서부터 두륜봉 가련봉 노승봉. 전체 실루엣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경내 연못인 무염지 앞의 등산로 팻말을 따라 간다. 서산대사를 기리기 위한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와 동국선원을 지나면 첫 갈림길. 왼쪽은 북암, 산행팀은 오른쪽 일지암 방향으로 간다. 300m 거리인 일지암 가는 길은 의외로 급경사길. 일지암은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이다.
`일지암'이라 적힌 편액이 걸린 초가 뒤편에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다산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 일지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일지암을 지나 동백숲을 3분쯤 걸으면 두륜봉 가는 길과 만난다. 이후 30분에 걸쳐 세 번의 갈림길을 만난다. 모두 두륜봉 방향으로 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만일재까지는 10여 분. 헬기장인 만일재에 서면 정면으로 해남벌판과 바다 건너 완도땅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만일재의 우측은 두륜봉, 왼쪽은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두륜봉에 다녀온 후 가련봉 쪽으로 향한다.
두륜봉으로 가는 길은 만만찮다. 암봉 우측으로 에돌아 뒤쪽으로 오른다. 가파른 벼랑이라 쇠난간길과 돌계단의 오르내림, 그리고 철계단과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명물인 구름다리도 만난다. 자연석이 이뤄 놓은 이 다리는 무지개형이라 일명 홍교(虹橋)라 불리지만 얼핏 보면 코끼리 코를 닮았다. 직접 올라갈 수도 있다.
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구름다리. 자연석인 구름다리는 얼핏 코끼리 코를 닮았다.

두륜봉(630m)까지는 대략 20분. 제법 너른 암반인 정상에 서면 남해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뭇섬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완도 숙승봉을 너머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만일재에서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거친 암봉들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며 다도해의 절경과 해남의 전체 산줄기를 감상하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바위와 이웃 바위를 이어주는 쇠밧줄과 쇠손잡이, 쇠발받침대에 의지하지 않으면 전진이 좀체 안되는 꽤 험난한 코스이다. 손잡이와 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쇠손잡이와 쇠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있어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아뿔사! 정상인줄 알고 힘겹게 오른 첫 암봉은 정상이 아니었다. 바로 옆 암봉이란다.
마침내 가련봉 정상(703m). 만일재에서 30분 소요. 눈 앞의 노승봉 뒤로 암봉인 주작산과 덕룡산, 그 뒤로 백련사를 품은 강진의 만덕산, 그 우측으로 장흥 천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흥사는 왼쪽 저 멀리 미니어처마냥 조그맣게 보인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어가는 바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슬아슬한 암릉의 연속. 능허대라 불리는 노승봉(685m)까지는 15분. 40명쯤 너끈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넓다. 정면에 보이는 헬기장이 오심재이고 그 우측 숲 사이로 보이는 도로 부분이 오소재이다. 오소재를 기준으로 왼쪽은 해남, 오른쪽은 완도땅이다. 이 오소재도 흔히 산행기점으로 애용된다.

하산은 능허대 뒤 절벽을 돌아 내려선다. 바위가 만들어 놓은 좁은 터널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난코스를 통과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오솔길. 너무 힘든 코스를 지나서인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작은 헬기장을 지나면 역시 헬기장인 오심재. 산행은 거의 막바지. 왼쪽으로 10분쯤 오솔길을 여유있게 걸으면 북암.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심하게 땀을 흘린다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48호)을 빠뜨리지 말자. 계단을 내려와 대웅전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북암의 마애여래좌상.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고 전해온다.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산죽길과 너덜길을 잇따라 지나면 일지암과 북암으로 갈리는 갈림길. 산행 중 만난 첫 갈림길이다. 여기서 대흥사 경내까지 10분, 경내에서 옛 주차장까지도 역시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고계봉~오심재 산길 폐쇄, 인근까지 케이블카

두륜산에는 2003년부터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두륜산 집단시설지구 유스호스텔 입구에서 출발, 고계봉 인근에서 내린다. 정확인 1.6㎞. 내린 지점에서 고계봉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정상엔 전망대 건물이 서 있다. 산행 중 능선상에 나란히 보였던 두 개의 건물이 바로 전망대와 케이블카 탑승장이었던 셈이다. 최근 강호동의 '1박2일'팀에서 소개됐던 곳이 바로 여기다.

 왕복 8000원. 편도요금을 물어보니 왕복뿐이란다. 고계봉에서 오심재로 이어지는 산길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영구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부산서 두륜산 입구까지는 간단한 아침 요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4시간3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1박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독특한 숙소를 하나 소개한다. 

 대흥사 입구 유선관(061-534-3692). 이곳은 400년 전부터 대흥사를 찾는 수행승이나 신도들의 객사로 사용된 전통 한옥. 오래 전 대흥사 초입까지 들어와 있던 상점 여관 식당들이 저 아래쪽 주차장 밖으로 철거될 때도 운좋게 제외됐다. 추측컨데 누가 봐도 허물기 아깝웠으리라.
 지금의 유선관은 지난 2000년 해남 출신의 윤재영 씨가 인수, 마당을 넓히고 온돌방을 보일러 시설로 바꿨다. 유홍준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에 나오는 진도개 '노랑이' 시절은 윤 씨가 인수하기 전 내용이다.

두륜산 대흥사 입구 유선관. 대흥사와 불과 300m 떨어져 있다.

객실은 모두 해봐야 10개. 2인실 3만, 4인실 6만, 6인실 12만 원. 저녁식사는 손님이 원하면 해준다. 맛깔스러운 한정식 상차림이다. 1인당 1만 원, 아침은 1인당 7000원.
 방에는 TV도 없고 욕실과 화장실도 마당 한 쪽에 위치해 불편하다. 마루에 공동 청취용 TV 한 대가 있는데 지금은 이 마저도 고장났단다.
 창호문과 뒷마당의 장독대 그리고 집 뒤로 흐르는 계곡의 운치가 찾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여기에 새벽이면 인접한 대흥사에서 들려오는 도량석과 새벽 예불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애초 산행팀은 대흥사에서 출발, 일지암~북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을 거쳐 진불암 쪽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를 타려고 했었다. 이 코스는 가장 널리 애용되는 산길. 문제는 시간이었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 부지런히 달렸지만 대흥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간단한 아침 요기를 포함, 무려 4시간30분 정도 걸렸다.   

 또 한가지. 산행팀은 첫 갈림길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초의선사의 일지암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후 북암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참 가서야 북암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이미 시간은 제법 흐른 상태.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는 짧아 오후 5시쯤이면 어두워지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산행팀은 두륜봉으로 올라 만일재로 되돌아온 후 가련봉 노승봉 오심재 북암으로 내려오는 역순을 택했다. 결과론이지만 시간은 제법 남았다. 초행자의 기우였던 셈.

# 교통편 - 목포~해남~대흥사 이동…버스 당일치기 불가능

 부산에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진도 해남(호산삼거리) 직진~두륜산 대흥사~경찰서 진도 완도~대흥사 827번 좌회전~대흥사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터미널~목포공용터미널~해남터미널~대흥사 순으로 이동해야 한다.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이 땅에서 가장 예쁜 절집으로 손꼽히는 만추의 부석사. 단풍이 봉홧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는 가운데 범종루 안양루 무량수전에 이르는 선이 무척 아름답다.

 만추의 부석사는 뭇사람들의 이상향이다. 여느 가을 산사가 그렇지 않겠냐만 부석사가 이 가을 유독 두드러 지는 것은 그 만의 독특한 빛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석사로 향하는 길 주변은 온통 빠알간 늦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햇빛에 반사된 노오란 은행잎은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한동안 붙잡는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가을하늘에 빠알간 사과, 노오란 은행잎 그리고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는 오색단풍의 강렬한 원색 대비는 과연 이 곳이 동화 속의 세상인지 엄숙함과 경건함을 요하는 절집가는 길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조선땅 최고의 명상로로 칭송받는 아름다운 은행나무 숲길을 따라 바랑을 지고 만행을 떠나는 한 선승.
부석사 입구의 뜬바우골 사과농장에서 활짝 웃는 어린이들.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 위치한 부석사는 소백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지만 실은 백두대간인 태백산에서 남서쪽으로 살짝 뻗어나온 야트막한 봉황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일주문 현판에는 ‘태백산 부석사’라 적혀있다. 소백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것은 소백산 주변에는 눈에 띄는 사찰이 없어 구색맞추기로 포함됐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길 양편엔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가 뭇사람들을 맞는다. 천왕문까지 1㎞도 채 안되는 부담없는 완경사의 흙길인데다 길 양편의 은행나무 가지가 서로 만나 하늘을 살짝 가릴 정도로 길 폭이 적당해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깃든다. ‘조선땅 최고의 명상로’라고 했던 유홍준 교수의 평도 과장은 아닌 듯하다.

한편으론 순례자를 맞이하는 부처의 자비로운 배려라는 생각이 들고, 극락으로 향하는 통과의례의 진입로 같은 착각도 든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이같은 깊은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저마다 사진을 찍으며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처음 눈길을 끄는 유물은 천왕문 입구의 높이 4.3m의 당간지주(보물 255호). 곧게 뻗어오르면서 위쪽이 좁아져 선의 긴장과 멋이 살아있어 명작중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왕문을 통과하면 여기서부터 부석사 경내로 인도된다. 하지만 석축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 이내 부처를 만날 수 없다. 공간이 협소하고 가팔라 높은 석축과 누각을 이용, 계단식으로 가람을 배치한 부석사의 독특한 건축양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석사는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한국전통건축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천왕문을 지나면 좌우에 요사채와 유물전시관이 서있고 그 위로 범종루 안양루 무량수전이 이어진다. 무량수전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아홉 단의 석축을 넘어야 하는데, 이는 극락세계에 이르는 9품 만다라의 이미지를 건축적 구조로 구현시킨 것이다. 석축을 오르는 계단도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계단으로 이뤄졌고,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데 이는 안정감으로 인한 미적인 면을 고려한 것.

범종루를 지날 땐 계단 입구에서 반드시 멈춰 고개를 들어보자. 네모난 액자 속에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비스듬한 각도에서 우러러 보인다. 동행한 당시 도륜 총무스님(현 영주 유석사 주지)은 이 장면이 부석사 내에서 변치않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강조한다.

극락이란 뜻이 담긴 안양루(安養樓) 밑 계단을 올라서면 무량수전에 앞서 정면에 아름다운 자태의 석등(국보 17호)과 마주한다. 현존하는 석등 중 가장 화려한 조각솜씨를 자랑한다.

석등에 이어 부석사의 절정인 무량수전(국보 18호). 고려 현종 7년(1043년) 원융국사가 부석사를 중창할 때 지은 집으로 극락세계인 서방정토를 주재하는 소조불인 아미타여래(국보 45호)를 모시고 있다. 때문에 정면이 아니라 왼쪽인 서쪽에 모셔져 있다.

일직선이 아닌 정사각 모양에 무량수전(無量壽殿)이라고 적힌 현판은 고려 공민왕의 친필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건축물인 무량수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의 주심포집으로 늠름한 기품과 조용한 멋이 일품이다. 특히 34-49-44㎝의 배흘림기둥은 규모에 비해 훤칠한 느낌을 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은 외관 뿐만 아니라 내관에서도 뿜어져 나온다. 건물 안의 천장을 막지 않고 기둥 들보 등 모든 부재들을 노출시킴으로써 탁 트인 공간 속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범종루 계단 입구에서 바라본 안양루와 무량수전. 네모난 액자 속에 나타나는 한 폭의 그림같은 이 장면은 부석사 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다.
 

경북 영주 부석사의 노란 은행나무도 뭇사람들의 눈길을 끌지만 안양루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내려다보는 경관도 압권이다. 경내의 도열된 당우들도 그렇고 저 멀리 펼쳐지는 소백산줄기의 크고 작은 연봉들이 남쪽으로 치달리는 산세는 오랫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다.

 부석사에서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무량수전과 안양루에서 내려다보는 경관. 바로 이 장쾌한 경관을 한 눈에 보기 위해 무량수전과 그 앞마당에 안양루를 다른 누각에 앞서 세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안양루와 무량수전 뜰에 서면 발아래 엎드려 모여 있는 경내 당우들의 지붕이 도열해 있는 듯 하고, 저 멀리 소백산맥의 크고 작은 연봉들이 남쪽으로 치달리는 산세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범종루에서 바라본 안양루와 무량수전의 모습이 가람 내의 최고 경관이라면, 안양루와 무량수전에서 펼쳐지는 소백산 연봉의 조망은 절에서 보이는 바깥풍경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시인 묵객들은 안양루에 오르면 끓어오르는 시심을 참지 못하고 적잖은 시문을 남겼다. 부석사에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나타나는 영월이 고향인 김삿갓도 말년에야 뒤늦게 이곳 안양루에 올라 읊은 시구가 지금도 누각 안에 걸려있다.

안양루에 기대서서 한동안 말없이 정면을 주시하던 도륜 스님은 다음과 같은 말로 부석사의 뛰어난 경관을 설명한다.

“노란 은행잎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부석사에 오면 세 개의 바다를 보고 가야 합니다.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연출되는 소백산 연봉의 산의 바다, 이른 아침이면 안양루에서 펼쳐지는 구름의 바다, 해질 무렵 소백산자락에 가라앉는 노을의 바다입니다.”

부석사라는 절 이름의 단초가 되는 부석.

글, 사진 일부=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사진 제공=도륜 스님(영주 유석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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