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해 용원 한정식 '두레' 조현수 대표 개발

시골된장과 매실청 등이 주 재료
발냄새 비슷한 약간의 쿰쿰한 냄새 
상큼하면서도 깊은 맛 배어나 


 진해 용원에 위치한 한정식 '두레' 조현수 대표가 개발한 된장 드레싱 샐러드.

껍데기 벗겨 계란 고명을 한 새우찜.

두레의 간판 메뉴 '두레상 상차림'.


구절판, 아니 칠절판.
수조기회와 숭어회. 단풍잎과 영산홍꽃은 건물 입구 자투리땅 정원에서 즉석에서 딴 것이다.
수육냉채.
삼합. 곁들여 나오는 김치는 갓김치와 간장으로 담은 김치. 흔히 물에 씻은 김치가 나오는데 양념도 아낄 겸 처음부터 간장으로 담았단다.
한정식 '두레' 조현수 대표. 한지를 바른 미닫이문이 인상적이다.
대추를 얹은 수수전. 그릇도 놋그릇이다.
서비스로 나온 녹차전. 지인으로 선물받은 햇녹차잎으로 만들었단다.
된장찌개와 함께 나온 식사. 나물 하나 젓갈 하나 모두 깔끔하고 정갈하다.
디저트로 나온 식혜. 직접 만든 것이다.

제대로 된 한정식집의 반열에 오르려면 적어도 두어 가지 조건은 갖춰야 하지 않나 싶다. 음식의 맛과 안주인의 심덕, 안목이 그것이다.

경남 진해시 용원동에 위치한 한정식집 '두레'가 비교적 이 조건에 근접한 듯하다. 우리나라 궁중음식과 전통 사찰음식의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데다 조현수 대표의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후덕한 씀씀이가 찾는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평소 우리 음식과 식재에 유달리 관심이 많던 조 대표는 이미 10여 년 전 사찰음식은 서울에서, 궁중음식은 부산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배웠다. 식당을 열기 위해 요리를 배운 게 아니라 음식만들기에 관심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식당은 8년 전 열었다. 독특한 3층 건물. 입구 자투리땅은 어여쁜 정원으로 조성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정식집이 아니라 미술관 내지 무슨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단아한 화분에 그림과 삼층장 반다지 등 고가구와 운치 있는 블라인드 그리고 한지를 바른 미닫이문. 실내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음식 보다는 우선 실내를 둘러보려 할 듯싶다.

'두레상 상차림'(2만8000원)을 주문했다. '두레'는 이곳에서 가까운 녹산공단과 부산신항만 그리고 용원CC에서 접대차 찾는 손님이 많다. 해서, 외국인을 고려해 식탁과 의자로 배치한 방도 갖추고 있다.   
 
 죽 샐러드 새우찜 구절판 생선초밥 잡채 탕평채 생선회 불고기 수육냉채 수수전 들깨탕 등 14가지 요리가 하나같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4가지 정도는 철따라 바뀐단다. 화학조미료와 맛소금은 일절 쓰지 않고 대신 볶은 천일염과 조선간장으로 간을 봐 연로하신 어르신들에겐 옛맛을 찾아주고 외국인들에겐 한국의 맛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할 듯하다.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곡물죽은 보리 찹쌀 잣 등을 섞은 건강식이고, 샐러드는 약간 쿰쿰한 냄새가 났지만 의문은 이내 풀렸다. 시골된장과 매실청 등을 넣은 된장 드레싱 샐러드(사진 우측)라는 것. 상큼하면서 깊은 맛이 배어난다. 우리 고유의 드레싱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드레싱의 블루오션이다.

먹기가 까다로워 선뜻 손이 잘 가지 않는 새우찜은 껍데기를 벗겨 삶은 계란을 채로 내려 고명을 얹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궁중요리의 하나인 구절판과 탕평채는 눈맛과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켜 준다. 잡채는 우리의 전통 잡채인 월과채를 모방, 최대한 야채를 뜸뿍 넣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 잡채는 식용유를 쓰지 않고 만들었다. 야채는 재빨리 데치고 당면은 다시마 육수에 익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생선회는 계절에 따라 달리 나온다. 예약하거나 운이 좋으면 귀한 수조기회도 맛볼 수 있다. 삼합에 곁들여 나오는 김치는 갓김치와 간장으로 담은 김치였다. 흔히 물에 씻은 김치가 나오는데 양념도 아낄 겸 처음부터 간장으로 담았단다. 들깨탕은 먹다 보면 국물이 필요할 것 같아 마련했다. 불가에서 삿된 음행을 유발시킨다며 스님들이 멀리하는 오신채(五辛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들깨탕에는 대신 머윗대와 토란대 버섯 등이 들어가 일종의 사찰음식으로 보면 된다. 조 대표는 접대 자리거나 남자들이 약주를 많이 할 경우 예약만 하면 안주용 위주로 마련할 수도 있으며, 외국인의 경우 채식주의자이거나 특정 고기를 먹지 않은 종교인의 경우에도 그들을 위한 음식으로 준비된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전문가 수준의 다인이다. 건물 3층 그의 호를 딴 다실 '여여당'에는 은은한 다향이 피어난다. 단골이나 지인의 경우 개방한다. 용원선착장에서 차로 2분, 용원CC에서 10분 걸린다. (055)552-2462~3

조현수 대표의 다실 '여여당'. 이날 동방미인차 말차 등을
우리의 전통 발효차인 떡차.

다실 '여여당' 입구.
다실 내부.
외국인 손님을 배려한 식탁과 의자가 갖춰진 방.


대학에서 차 강의를 하는 등 차 전문가 이재금(44) 씨는 3년 전부터 인도명상을 공부하면서 육류와 생선을 입에 대지 않는다. 불가에서 삿된 음행을 유발시킨다며 스님들이 오신채(五辛菜)를 멀리하듯 이 씨는 인간 본연의 순수성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육류와 생선을 멀리하고 있다고 한다.

 대동강물이 풀리는 우수가 지났건만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 겨울 끝자락이 남아 있는 요즘 이 씨와 함께 멸치 다시 대신 버섯을 이용, 따뜻한 국물이 있는 야채버섯떡국과 백김치를 만들어보자.

재료 : 떡국, 다시마, 말린 표고버섯, 각종 버섯, 시금치, 호박, 들깨가루, 버섯가루, 소금, 청양고추

국물(다시)만들기

멸치 대신 버섯과 다시마로 끓이지 않고 만든 국물(다시). 

국물을 낼 때 사용하는 멸치 대신 표고버섯과 다시마로 국물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끓이지 않고 8시간 정도 상온의 찬물에 담가두면 충분히 국물이 우러납니다. 연료비 절약도 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자기 전에 담가둔 후 아침에 사용하면 되지요." 따로 국물을 우려내면 각각의 향이 배가돼 더욱 좋다. 국물은 투명한 갈색. 통상 국물을 낸 재료는 버리지만 이번 떡국에는 다시마와 표고버섯은 채를 썰어 따로 보관한다. 고명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떡국 끓이기

준비한 각종 버섯. 우측 특이하게 생긴 것이 중국의 귀한 버섯인 은이버섯이다. 
떡국과 버섯을 넣고. 
시금치도 넣고.
야채버섯떡국 완성.
그릇을 바꿔 떡국을 담아봤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떡국을 넣는다. 영양과 맛을 생각한다면 현미떡국이 더욱 좋다. 국간장은 국물 자체에 색이 있기 때문에 소금으로 한다. 이 씨는 일반 소금 대신 잘게 빻은 천일염을 사용했다. "천일염은 일반 소금보다 짜기 때문에 양을 적게 넣어야 합니다." 국물이 끓으면 준비한 각종 버섯과 버섯가루를 넣는다. 이 씨는 느타리와 표고 그리고 중국산 은이(銀耳)버섯을 준비했다. 버섯가루는 뒤에 넣어도 상관없다. 시금치는 칼로 썰 필요없이 손으로 대충 뜯어 가스불을 끄기 전, 시간상으로 대략 30초 전에 넣으면 된다. 매운맛을 즐긴다면 청양고추 하나 정도를 곁들인다. 취향에 따라 먹기 직전 꺼내든지 아니면 먹기를 원할 경우 애초에 잘게 썰어 함께 끓인다. 청양고추는 미리 씻어 씨를 발라내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호박도 넣고 김이 있다면 김을 곁들여도 된다. 이번 요리에는 피망이 없지만 만일 피망을 준비할 경우 색깔별로 준비하자.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팁 하나. 다시마가 들어 있을 경우 끓이면 잘 넘치므로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백김치 담그기

백김치.

떡국만 먹으면 사실 밍밍하다. 백김치가 떡국과 궁합이 좋다. 준비물은 절인 배추와 밀가루 그리고 생강. 밀가루를 푼 물을 끓인 후 소금간을 한다. 이 물이 식으면 절인 배추에 골고루 적신다. 생강 다진 것이 있으면 곁들인다. 냉장고에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넣으면 제대로 맛이 우러난다. 알고보니 의외로 간단하다.

맛보기

어때요 깔끔하죠. 야채버섯떡국.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별미이다. 멸치국물에 고명으로 쇠고기와 계란을 넣는 떡국보다 훨씬 깔끔하고 개운하다. 멸치와 쇠고기 없이 이런 맛이 나다니 놀랍기까지 하다.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정도로 맛이 인상적이다. 버섯의 위력에 새삼 놀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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