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해수욕장 바캉스 겸하면 이색 산행 제격

8부 능선 주변 기암·암봉, 수석 전시장 방불
상사바위선 한려수도, 하산길엔 보리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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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에서 바라본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 산행 들머리인 금산주차장에서 상주해수욕장까지는 정확히 2㎞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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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인 금산주차장에서 올려다본 금산의 주능선. 가운데 가장 높은 암봉이 상사바위이다.

 ※산행 순서를 시간대별로 편집. 기사는 그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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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주능선까지의 등로는 끊임없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왼쪽은 오르막의 끝. 쌍홍문이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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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에 오르기 전 왼쪽의 사선대(四仙臺).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던 네 신선이 모여 놀았다는 뾰족 암봉이다. 자세히 보면 네 조각의 기암이 하나의 암봉을 이루고 있다. 우측은 늘 푸른 덩굴식물인 이끼 낀 송악의 자태가 장관인 장군암. 금산의 첫 관문인 쌍홍문을 지키는 장군이라 하여 일명 수문장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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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거대한 자연조각품인 쌍굴. 흡사 해골 형상이지만 그래도 이름은 고상하게 지어야 하는 법. 무지개 형상의 홍예문이 두 개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외에서도 보기 드문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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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 안쪽에서 본 한려해상 국립공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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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 안쪽에서 본 다른 풍광(왼쪽). 우측은 쌍홍문 입구의 작은 구멍에 돈이나 동전을 던지고 즐겨워하는 관광객들. 돈이나 동전이 구멍에 들어가면 소원성취한다는 설이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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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의상대사 등 고승대덕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하트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는 좌선대. 실제로 확인 가능하다. 그 뒤로 펼쳐지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의 섬들의 풍광이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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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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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봉에서 바라본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과 상사바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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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본 남해안 최대 규모인 상주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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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금산 보리암(왼쪽). 앉은 터가 절묘하다. 우측은 금산 내 위치한 금산산장과 산장 우측 뒤 돼지바위(일명 저두암). 멀리서 보면 짝짓기를 하는 형상이다. 그 우측엔 코의 윤곽이 뚜렷한 코끼리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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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부터 봉수대였던 정상.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 조망이 넓고 아름다워 망대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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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대를 내려오면 정면에 '유홍문 상금산(由虹門 上錦山)'이란 글이 음각된 버선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문장암이다. 조선시대 대학자 주세붕의 솜씨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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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최고의 전망대인 상사바위에서 내려다본 상주해수욕장. 상사바위는 주인마님과 머슴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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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보문암,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성지로 알려진 금산 보리암 내 해수관음상. 뒤로 보이는 암봉은 대장봉이다.



"여름철이라 계곡에만 집착하지 말고 산행 후 아주 손쉽게 해수욕도 겸할 수 있는 산은 어디 없나요. 뒤풀이로 백사장에서 젊음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그런 산행지 말이에요. 가끔씩은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젊은 독자의 애정어린 전화였다. 물론 듣는 순간 적당한 산이 떠올랐다. 바로 남해 금산이다. 기실 금산은 평소대로라면 '근교산 시리즈'에 싣기에는 약간은 머뭇거려지는 산이다. '금산 38경'이라 불리는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8부 능선부터 절경을 이루고 있고 한려수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조망을 지닌 훌륭한 산이긴 하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오름길과 그 길을 다시 내려와야 하는 지형적 취약성 때문에 산행이라는 측면에서 정통 산꾼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2% 부족하다. 올 여름엔 상황이 좀 달라졌다. 튀는 독자의 전화로 이른바 '바다와 함께 하는 산'이라는 테마로 당당하게 거듭난 것이다.


사실 금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지대로 산 자체가 도 기념물로 지정된 귀하신 몸이다.

해발은 701m. 위압감을 느낄 수 없는 고만고만한 높이지만 해발 제로에서 시작되는 섬의 산이 그렇듯 외형은 훨씬 웅장해 보인다.

원래 이름은 보타산. 그 뒤 신라 고승 원효대사가 찾았을 때 갑자기 서광이 비쳐 보광산이라 불렀다. 금산으로 바꿔 부른 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장군이다. 고려말 창업의 뜻을 품고 전국 명산을 찾아 다니며 백일기도를 드리던 그는 금산에서 산신의 영험을 받았다. 그때 이성계는 자신이 왕이 되면 온 산을 비단으로 감싸주겠다고 맹세했다. 이후 왕이 된 그는 현실적으로 비단으로 온 산을 덮을 수 없음을 알고는 고민 끝에 산 이름에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錦山)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전설이지만 적어도 오래전부터 금산 일대가 기도 효험이 있는 기도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금산은 강화 보문암,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성지로 알려진 보리암을 품고 있다.

산행은 상주면 금산 매표소~샘터~쌍홍문~일월봉~금산산장~좌선대~상사바위~헬기장~단군성전~문장암~정상(망대·봉수대·701m)~보리암 보광전~해수관음상~쌍홍문~금산 매표소 순.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금산 38경'을 찬찬히 둘러보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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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아주 간단하다. 매표소부터 쌍홍문까지는 줄곧 외길 오르막 돌길 내지 돌계단길이다. 쌍홍문은 대략 8부 능선. 55분 남짓 걸린다. 다행히 숲이 울창해 땡볕은 피할 수 있다. 여기서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산재한 기암괴석과 한려수도의 그림 같은 조망을 감상한 후 보리암을 지나 다시 쌍홍문을 거쳐 왔던 길로 하산한다.

매표소에서 8, 9분 뒤 수정같이 맑고 시원한 지계곡을 한 번 건너고, 정상까지 딱 절반인 1.15㎞ 지점에 샘터와 화장실이 있다. 샘터를 지나면서 쌍홍문까지 산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15분 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거대한 자연조각품인 쌍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쌍홍문이다. 흡사 해골 형상이지만 그래도 이름은 고상하게 지어야 하는 법. 무지개 형상의 홍예문이 두 개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외에서도 보기 드문 절경이다.

이때부터 '금산 38경'의 기암괴석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기암 기행이 시작된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사무소는 접근 가능하거나 등로에서 손쉽게 조망되는 대부분의 기암이나 암봉 앞에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쌍홍문에 오르기 전 왼쪽의 사선대(四仙臺).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던 네 신선이 모여 놀았다는 뾰족 암봉이다. 자세히 보면 네 조각의 기암이 하나의 암봉을 이루고 있다. 이는 약간 위 난간이 세워진 계단 입구에서 보면 더 확실하다. 쌍홍문 입구 왼쪽에는 늘 푸른 덩굴식물인 이끼 낀 송악의 자태가 장관인 장군암이 있다. 금산의 첫 관문인 쌍홍문을 지키는 장군이라 하여 일명 수문장이라고도 한다. 이곳에 서면 비로소 한려수도의 올망조망 모여있는 다도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사바세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일명 해탈문이라 불리는 쌍홍문을 통과한다. 굴 안에서 보는 비단결과 같은 숲과 바다와 하늘이 한 편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곧 갈림길. 왼쪽 단군성전, 오른쪽은 보리암. 어느 곳으로 가도 상관 없으나 산행팀은 단군성전 방향으로 가 보리암을 마지막으로 보고 다시 이곳으로 원점회귀한다.

두 개의 바위가 층암 절벽을 이뤄 가까이서 보면 '날 일(日)' 자, 멀리서 보면 '달 월(月)' 자로 보인다는 일월봉을 지나 왼쪽 제석봉에 들렀다 나온다. 제석봉에 서면 방금 지나온 기암과 주변 형상을 크게 가늠할 수 있다. 왼쪽 보리암과 일월봉, 정면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 우측 뒤로 금산산장이 보인다.

이번엔 좌선대를 찾아 금산산장을 지난다. 산장 뒤로 짝짓기를 하는 형상인 돼지바위(일명 저두암)와 코의 윤곽이 뚜렷한 코끼리바위를 놓치지 말자. 좌선대는 등로 왼쪽에 있다. 원효, 의상대사 등 고승대덕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하트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다. 실제로 확인 가능하다.

다시 갈림길. 왼쪽 상사바위로 간다. 침목계단 직전 '추락주의'라 적힌 팻말 앞에 서면 서포 김만중의 유허지인 노도와 앵강만 건너 설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사바위는 금산 최대의 전망대이자 규모나 면적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주인마님과 머슴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 이곳에 서면 방금 지나온 좌선대 돼지바위 코끼리바위 제석봉 일월봉 사선대 보리암 금산 정상과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군성전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지나면 사거리. 단군 할아버지를 모신 왼쪽의 단군성전을 잠시 둘러본 후 정상으로 오른다. 산죽길을 잠시 지나면 고려때부터 봉수대였던 정상.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 조망이 넓고 아름다워 망대라고도 부른다. 오를 땐 못봤지만 망대를 내려오면 정면에 '유홍문 상금산(由虹門 上錦山)'이란 글이 음각된 버선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문장암이다. 조선시대 대학자 주세붕의 솜씨라고 한다. 주변에는 연보라 산수국이 지천이다.


보리암은 정상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7, 8분이면 닿는다. 보광전과 해수관음상, 가락국 허 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파사석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비보(裨補) 성격의 삼층석탑, 그리고 법당 뒤 층암절벽을 이룬 거대한 암봉인 대장봉을 감상한 후 쌍홍문을 거쳐 매표소로 향한다. 45분이면 주차장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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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면이나 풍광면에서 남해안 최고를 자랑하는 남해 상주해수욕장.

# 떠나기전에

들머리금산주차장서 백사장까지 불과 2㎞
도보로 20분…인근 미조항 갈치무침회 별미

금산매표소에서 상주해수욕장까지는 정확히 2㎞. 차로 달리면 불과 5분이면 닿고 걸어서도 내리막길이라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동해안에 경포대, 부산에 해운대가 있다면 남해안에는 상주해수욕장을 대표 해수욕장으로 꼽는다. 활처럼 굽어진 2㎞ 정도의 해안선과 한없이 보드라운 모래, 그리고 울창한 송림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호수같이 잔잔한 물결과 한참을 나가도 어른 허리춤도 안되는 얕은 수심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수영복 대여점과 샤워실도 갖추고 있다. 해수욕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도 있다.

금산 8, 9부 능선쯤 되는 지점에 금산산장이 있다. 좌선대 인근이다. 신라시대 비구니 절터였던 이곳에 7년 전 작고한 고 김월신 할머니가 50여 년 전부터 등산객을 맞았다. 지금은 친손자가 운영하고 있다. 금산은 남해에선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어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보리암 기도객들도 자주 묵는다. 새벽 산행으로 배가 출출해진 사람들을 위해 산채 정식도 준비한다. 시래기 된장국이 일품이다. 6000원. 전통 쌀막걸리와 파전도 있다. 1박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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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항에 위치한 30년 전통의 공주식당의 별미 멸치회. 많은 식당 중 원조집이다.

상주해수욕장까지 왔다면 이웃한 남해의 어업 전진기지이자 아름다운 어항인 미조항을 찾아 갈치무침회를 맛보자. 30년 전통의 공주식당(055-867-4489)이 유명하다. 갈치회의 원조집이다. 남해수협 뒤편에 위치한 조그만 집이지만 남해를 찾는 전국의 관광객들이 유독 이 집만을 고집하는 것은 독특한 맛 때문이다. 2만 원(2인 기준). 갈치구이 갈치조림도 맛있다. 각각 2만 원(〃).

초행길에 '금산 38경'을 모두 찾아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요 등로에만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을 뿐 모두를 알려주는 친절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가급적 사전에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떠나면 도움이 될 듯하다.


# 교통편

터미널서 금산 주차장행 버스
승용차 이용땐 진교IC서 빠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남해공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20분, 7시10분, 8시, 8시40분, 9시15분, 9시40분에 출발한다. 2시간20분 걸리고 1만100원. 터미널에서 금산 산행 들머리인 금산주차장행 버스는 오전 8시55분부터 50분~1시간 간격으로 있다. 1800원. 요즘과 같은 피서철에는 배차시간이 20~30분으로 준다고 한다.

금산주차장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45분, 4시55분, 5시45분, 6시15분에 있다. 남해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5분, 5시30분, 6시15분, 7시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진교IC~남해 서포 좌회전~남해 금남~남해 노량 좌회전~남해 19번 국도 좌회전~남해대교~상주 남해~미조 상주~(중간에 만나는 '금산 보리암' 이정표는 복곡저수지 매표소이므로 통과)~상주면~금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구미의 산으로 알려진 금오산, 이번엔 칠곡군에서 올라
일명 눈물폭포와 선녀탕, 경북 칠곡 금오동천 경관 압권
9부 능선 축구장 면적 절반 되는 평지, 조선 땐 전략적 요충지
절벽 아래 위치한 약사암, 부처바위, 굴법당 등 볼거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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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폭포 및 벅시소(왼쪽)와 제4폭포에서 제3폭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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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폭포 및 용시소(왼쪽)와 제2폭포 및 구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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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중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하던 높이 15m의 일명 눈물폭포는 수려한 경관으로 많은 산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나라 도립공원의 효시, '경북 8경' 중 하나, 경북의 '금강산'. 금오산 앞에는 언제나 이같은 수식어가 떠나질 않는다. 수려한 경관뿐 아니라 답사를 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역사 속의 볼거리가 곳곳에 보석처럼 쏙쏙 박혀 있기 때문이다.

 경북 구미시 칠곡군 김천시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금오산은 이름부터 우선 의미심장하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구미땅에 머물 때 태양에 산다는 황금까마귀, 금오(金烏)가 이 산의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본 후 명명했다고 전해온다.

 산세 또한 독특하다. 품안으로 들어서면 8부 능선쯤에 뜻밖에도 너른 분지가 형성돼 있으며 그 아래쪽은 칼날같은 절경의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이는 천혜의 요새로 이어져 우리 선조들은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산릉을 따라 성을 구축,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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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의 끝, 성문 입구(왼쪽)와 여기서 50m쯤 가는 만나는 산상 습지.


 수년 전 북릉에 해당되는 구미 코스를 소개한 산행팀은 이번엔 칠곡 쪽에서 금오동천을 품은 남릉을 통해 올랐다. 금오동천길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북릉 코스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금오산을 금정산에 비유하자면 널리 알려진 구미 코스는 동문 내지 범어사 코스라 할 수 있고, 칠곡 쪽 금오동천 코스는 아직도 인적이 드문 양산 쪽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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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규모의 절반인 성안(왼쪽)과 성안 내의 샘터인 금오정.

 산행은 칠곡군 북삼읍 숭오1리 금오식당~금오동천(1폭~4폭)~범바위~옛 집터~성문 입구(안내판)~습지~성안·정상 삼거리~성안(금오정)~금오산 정상(976m)~약사암~금오산 정상~헬기장~도수령·금오동천 갈림길~소림사·금오동천 갈림길~부처바위~석굴(법당)~소림사~석암사~금오사~굴암사~도로. 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하지만 도중 볼거리가 무궁무진해 산행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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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는 '금오동천' 식당가의 맨 마지막집인 금오식당 옆으로 열려 있다. 입구엔 '폭포가는 길 1.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좁다란 오솔길로 7분쯤 갔을까. 벅시소(제4폭포)를 만난다. 사실 폭포라 하기에 좀 쑥스럽다. 소는 그대로 봐줄 만하다. 차라리 소 옆으로 솟은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에 더 눈이 간다. '벅시소'라 적힌 이정표를 보고 내려서면 폭포 상류 쪽과 만나므로 산길 좌측 기암절벽이 보일 때 계곡 쪽으로 내려가야 폭포 밑으로 내려서게 된다. 유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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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정상 현월봉(왼쪽)과 약사암의 일주문인 동국제일문.

 용시소(제3폭포)는 벅시소에서 6분 뒤. 산길도 있지만 그냥 계곡을 따라가면 만난다. 앞서 본 폭포에 비해 높이는 더 높지만 소는 오히려 좁다. 폭포 좌측 암벽을 타고 한 굽이 더 올라서면 그제서야 제법 폭포다운 폭포가 숨어 있다. 제2폭포와 구유소이다. 골짜기에 박힌 해골을 닮은 바윗덩어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일품이다. 이번엔 폭포 우측으로 올라선다. 바위가 계단식으로 홈이 패어 있어 오르는 데 별 문제는 없다.

 용시소에서 100m쯤 더 올랐을까. 선녀탕(제1폭포)이라고 적힌 제법 큰 안내판이 서 있고, 그 우측으로 제1폭포와 선녀탕이 숨어 있다. 안내판을 읽고서야 궁금증이 비로소 풀린다. 선녀탕은 용마를 타고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을 했던 곳이며, 제1폭포는 목욕 중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하던 곳이라 일명 눈물폭포라 불린단다. 또 용마가 물을 마신 곳이 구유소, 몸을 씻은 곳이 용시소이다. 하지만 벅시소에 대한 언급은 없다. 15m 높이의 눈물폭포는 그 사연과 달리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눈물폭포를 지나면서 금오동천 골짝은 산세가 완전히 달라진다. 4개의 소와 폭포가 눈요기를 듬뿍 시켜준 초반부와 달리 이후 산길은 다소 지루할 정도로 끊임없이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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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약사암 삼성각(왼쪽)과 하산길 전망대에서 본 금오산 정상 및 약사암의 절승.


 산길은 폭포 우측 침목계단으로 이어진다. 침목계단 끝 지점이 자연관찰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7분 뒤 자연관찰로가 끝나는 지점이라 이를 정리하는 종합안내도와 돌탑이 서 있다.

 계곡을 건넌다. '정상 2.6㎞, 성문 1.7㎞'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산길은 반듯해 길찾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금오산성 및 등산안내도가 나란히 서 있는 성문 입구까지는 1시간쯤 걸린다. 애오라지 숲길이며 도중 끊어졌다 이어지는 물길은 정확히 네 번 건넌다. 범바위도 지나며 딱 한 번 숲을 벗어난다. 화전민들이 살았던 옛 집터로 지금은 잡풀이 우거져 있다. 운이 좋으면 산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맛볼 수 있다.

 오름길의 끝, 성문 입구서부턴 신기하리만치 경사가 사라진 평지이다. 안내판에서 50m쯤 가면 산상 습지. 낙엽송 한 그루가 쓰러져 있는 이곳엔 한눈에 봐도 개구리들이 한가롭게 물질을 하고 있다.

 이내 삼거리. 우측 정상으로 바로 가는 대신 좌측 성안을 거쳐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성안 가는 길은 호젓함을 넘어 으스스한 숲길이다. 나무다리 건너 만나는 성안은 축구장 면적의 절반쯤 되는 평지. 금오정(金烏井)이란 샘이 길섶에 있고 한 켠에는 대피소로 이용되는 정자 둘과 목장승 및 돌탑이 서 있다. 이곳 성안에서 분출하는 물은 금오산 주계곡인 대혜골 명금폭포를 거쳐 금오산저수지로 채워진다.

 산속에 이처럼 평지에 물이 많다 보니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에 대비, 3500명의 군사가 주둔했고 이후에도 쭈욱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지 않았나 싶다. 성안에선 비로소 정상이 보인다. 성안 입구로 되돌아가 나무다리를 건너 왔던 길로 가지 않고 좌측으로 향한다. 30m쯤 가면 고색창연한 비석이 보인다. 조선 고종 때 만든 금오산성 중수송공비이다.

 8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금오동천 방향 즉 하산길, 왼쪽 정상으로 향한다. 9분 뒤 집채 만한 바위 옆으로 경사진 암반을 오르면 시야가 트인다. 좌측 칠곡, 정면 김천, 우측 뒤가 구미이다. 발밑에는 신기하리만치 방금 지나온 성안 지역이 푹 꺼진 독특한 산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상을 향해 숲으로 들어선다. 정상 직전 옛 미군 부대였음을 알리는 철조망 앞에서 잠시 이정표를 눈여겨보자. 우측 북삼(금곡) 방향이 향후 산행팀의 최종 하산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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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암 범종루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옆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미시가지. 한 일 자로 펼쳐지는 백사장과 물줄기가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다.


 '금오산 현월봉(懸月峰)'이라 적힌 정상석은 크지만 초라하다. 바로 옆에는 엄청난 높이의 KBS송신탑이 흉물스럽게 서 있기 때문이다. 서쪽으로 삼도봉 민주지산 황학산 등 백두대간 산줄기가, 남서쪽으로 가야 수도산이, 동으로 팔공산이 시원하게 펼쳐져야 하지만 아쉽게도 날씨가 좋지 않아 볼 수 없다.

 정상석 아래 열린 길로 내려선다. 신라 고승 의상이 참선했다고 전해오는 약사암이다. 정상 암봉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TBC 송신탑을 지나면 제법 너른 길과 만난다. 좌측은 대혜골을 거쳐 구미 쪽 관리사무소로 내려가는 길, 산행팀은 일주문인 '동국제일문'으로 간다. 하늘을 찌를 듯한 절벽 사이,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통천문을 통과하면 만난다. 절벽 위 오롯이 터잡은 약사암에 서면 낙동강 품에 안긴 구미시와 발아래 금오산 도립공원 입구가 한눈에 펼쳐진다. 여기에 구름다리로 연결해놓은 범종각은 여느 암자에서도 만날 수 없는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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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전망대에서 본 칠곡군 북삼읍 일대. KTX 철로가 북삼읍을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 미군 부대 철책을 따라 이정표가 가리키는 '북삼(금곡)' 방향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급내리막길로 내려선다. 곳곳에 산성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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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미륵)부처바위(왼쪽)와 굴법당.

 13분 뒤 갈림길. 이정표가 없어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다. 우측은 성안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오른다. 이는 성벽 따라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곧 이어 만나는 전망대에선 금오산 정상 암봉과 그 절벽 아래 약사암 및 범종각이 보인다. 한 폭의 그림같다.

 6분 뒤 갈림길. 좌측 도수령 방향 대신 금오동천 방향으로 직진한다. 7분 뒤 또 갈림길. 직진하면 원점회귀가 되지만 볼거리가 많은 좌측 굴암사 소림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6분 뒤 너른 전망바위를 지날 때면 저멀리 보현산과 팔공산이, 발아랜 칠곡군 북삼읍과 KTX 철길도 보인다.

 이어지는 내리막길. 밧줄을 잡고 내려오면 독특한 형상의 바위가 눈에 띈다. (미륵)부처바위다. 인근에는 움막을 짓고 사시사철 치성을 드리는 팔순을 바라보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부처바위 아래 갈림길에선 우측 대신 좌측으로 내려가야 굴법당을 바로 만난다. 우측 탑 쪽으로 내려서도 하산에는 관계없지만 굴법당을 지나치기가 쉽단다.

 밧줄에 의지하고 철계단을 내려서면 굴법당. 자연 석굴 안에 부처님을 모셔놓은 기도처다. 10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규모이다.

 굴법당을 지나면 사실상 산행은 끝. 독립가옥과 소림사를 지나면 산을 벗어나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석암사 굴암사 금오사를 지나 도로와 만난다. 굴법당에서 18분 걸린다.

#떠나기전에-산 정상 오래 전 철수한 미군 시설물 등 하루빨리 철거해야

혹자들은 흔히 금오산 하면 야은 길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채미정,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 산을 울릴 정도로 물소리가 우렁차다는 명금폭포(대혜폭포) 등을 떠올리지만 이는 구미 쪽에서 오를 경우 만나는 볼거리다. 금오산 탐방객의 십중팔구가 구미 쪽 등산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금오산의 총면적은 37㎢. 구미 21㎢, 김천 칠곡이 각각 8㎢여서 사실상 구미의 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산행팀은 칠곡 금오동천 코스로 올랐다. 해서 칠곡 금오산으로 표기했다. 이 코스는 호젓한 산행을 원하는 산꾼들이 늘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다. 참고로 금정산의 면적은 23㎢이다.

 금오산 정상은 흉측스럽기까지하다. 운용중인 방송사 송신탑은 그렇다 치고 오래 전 철수한 미군부대 시설물과 심지어 무선호출(삐삐) 송신탑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산정은 각종 송신탑에 정신이 없고 산밑으론 고속철이 오가는 북삼터널이 뚫려 정기마저 빠지는 기분이다. 터널이야 어쩔 수 없지만 산정의 각종 시설물은 지자체가 정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처바위 옆에는 움막을 짓고 치성을 드리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부처바위 아래 갈림길에서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왔지만 우로 40m쯤 내려서면 돌탑이 하나 있다. 무미건조한 기존의 돌탑과 달리 제법 탑의 양식을 갖춘 세밀한 탑이다. 또 한 가지. 금오식당 옆 들머리 이전에 대형 '금오산 등산로 안내도' 옆으로 새 등산로가 열려 있다. 이는 학생들을 위한 자연관찰로. 물론 두 길은 벅시소 앞에서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교통편-경부고속도로 왜관IC서 나와 왜관 김천 방향 4번 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를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왜관IC~왜관 4번 우회전~김천 구미 성주 4번 좌회전~김천 성주~김천 구미~김천~영동 김천~대형 금오산 도립공원 안내도 무시하고~복성삼거리서 영동 김천 남구미IC 직진~금오동천 안내판~공영 주차장 순. 평일엔 들머리 옆 금오식당 소유 주차장에 주차하면 되지만 주말에는 거리가 좀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세워야 한다. 100% 원점회귀가 안 되므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택시(054-973-2233, 8250)를 불러야 한다. 택시는 소림사 아래 너른 터까지 올라온다. 넉넉잡아 10분이면 온다. 금오동천까지 1만 원.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부산역에서 오전 7시55분 경부선 무궁화호를 타야 단 한 번뿐인 연계버스 시간이 맞다. 2시간 걸리고 9900원(주말 1만400원). 구미역에서 오전 10시10분 출발 62번 버스를 타고 금오동천 입구에 내리면 된다. 45분 걸리고 1850원. 날머리에선 택시를 불러 북삼읍(1만 원)으로 이동한 후 여기서 11, 111번 버스를 타고 구미역에서 내리면 된다. 각각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구미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무궁화호 오후 4시56분, 5시30분, 6시41분, 8시30분, 새마을호 오후 4시59분에 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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