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난성 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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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산의 수려한 경관. 고생대에 바다였던 이 곳은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솟아오른 후 차별침식으로 지금과 같은 기이한 봉우리가 만들어졌다.
 
# 최근 선호도 1위 장가계

중국 옛말에 ‘인생불도장가계(人生不到張家界) 백세기능칭노옹(百歲豈能稱老翁)’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張家界·장지아지에)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장가계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잘 표현해 주는 말로, 이 속엔 중국인들조차도 꼭 가보기를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최근 국내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장가계는 현재 여행업계에서도 최고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했다.

장가계는 중국 후난성 서북부의 관광도시. 인구가 1백50만여명에 불과한 도시이지만 도시 전체가 중국 제일의 국가삼림공원 및 여행특구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원시상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9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외에 본격 알려지지 시작했다. 지금도 국가 차원에서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조심스럽게 진행중이다.

수려한 봉우리와 기이한 동굴 그리고 청량한 공기와 계곡물은 중국인들조차도 이태백과 도연명 등 옛 선인들이 칭송했던 천하절경 무릉도원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추정할 정도. 실제로 장가계시는 무릉원구 영정구 상직현 지리현 등 크게 4개 행정구역으로 구성돼 있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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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황 사후 그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6천개의
                         병마토용(흙으로 빚은 인형 )
 

장가계의 관광은 크게 △천자산 자연보호구 △장가계 국가삼림공원 △삭계곡 자연보호구로 나뉜다.

천자산 자연보호구와 장가계 국가삼림공원은 ‘무릉원’이란 관광지정구를 통해 입장하며, 삭계곡 자연보호구는 무릉원 동쪽에 위치해 있다.

무릉원 정문을 통과, 20분 정도 버스를 탄 후 케이블카로 천자산 정상에 오르면서 관광은 시작된다. 평균 해발이 1,264m인 천자산은 장가계시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토가족의 성산(聖山)으로, 수백개의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바위산.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케이블카 아래로 펼쳐지는 천자산의 자태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구동성으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깎아낸 듯한 기암괴석들과 그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몇 그루의 노송, 그리고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계곡 사이를 빽빽이 채운 수목들의 신령스러운 기운에 마치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이다.

고생대인 3억8천만년 전 이 곳은 바다였다. 이후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육지로 솟아오른 후 지층의 차별침식 등으로 지금과 같은 깊은 협곡과 기이한 봉우리가 만들어졌다.

이중 어필봉(御筆峰)은 단연 돋보이는 봉우리. 기암괴석 위에 서 있는 노송 때문에 마치 거꾸로 꽂아놓은 붓과 같다 하여 ‘황제의 붓’으로 이름지어졌다. 반대편엔 ‘선녀산화(散花)’라고 적힌 봉우리가 보인다. 측면으로 눈 코 입이 보이는 선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도 이 보다는 못하리라.

걷다보면 곳곳이 전망대다. 서해(西海)는 대표적인 곳. 산과 구름이 어우러져 마치 바다와 섬을 연상케 한다. 관광객들의 단골 촬영장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이 곳에서 30여분 거리의 비경 원가계 풍경구가 개방됐다. 혼을 빼놓는다. 미혼대와 기적중의 기적으로 불리우는 천하제일교가 기다린다. 높이 300m의 커다란 두 개의 바위를 이은 천연석교로, 다리 위를 거닐다보면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천자산 자연보호구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코스라면 장가계 국가삼림공원은 6㎞ 정도의 금편계곡을 따라 거닐며 머리 위로 솟은 봉우리를 감상하는 산책코스이자 삼림욕장. 2시간 정도 걸린다. 지난 82년 중국 최초의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으로 들어서면 서늘한 느낌이 들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그런 첫 느낌을 받는다.

금편암 부부암 문성암 등 3천여개에 달하는 기봉과 2천여종의 식물과 28종의 희귀 야생동물이 서식, 거대한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물은 2인1조의 가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가마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삭계곡 자연보호구는 기봉이 빽빽이 들어선 비경과는 달리 인공호와 석회암 동굴 등 물이 흘러 비교적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다. 산 속에 댐을 쌓고 물을 막아 만든 인공호인 보봉호는 유람선을 타고 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오갈 때 호수 한쪽의 자그마한 꽃배에서 토가족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 남녀가 관광객을 위해 전통노래를 들려주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광경이다. 입구의 웅장한 인공폭포 또한 볼거리.

무릉원구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황룡동굴은 세계 최고의 석회암 동굴. 굴 안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 재미가 그만이다. 높이가 160m로 4층까지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7㎞ 정도 개방돼 있으며 앞으로 개발이 더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종유석 석순의 길이를 합한 것이 14㎞이며, 가장 높은 석순은 19.2m. 직경이 10m인 석순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독특한 형상의 석순, 종유석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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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산 정상을 향해 케이블카로 오른다. 빼어난 경관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 역사박물관 시안      
                                     
시안을 빼고는 3천년의 중국 역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대표적 고도이자 실크로드의 시발점. 명나라 전까지 장안으로 불린 시안은 주 진 전한 수 당 등 수많은 왕조의 수도로서 1천1백여년간 한족문화의 중심지였다. 전성기인 당 현종 때는 로마와 함께 세계문화의 본산이었다. 지금은 산시성의 성도이자 서북지방 최대의 상공업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시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적은 진시황제 관련 유적 및 유물. 38년간 74만명이 동원돼 만든 진시황릉은 무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야산. 둘레가 2㎞ 높이가 110m에 달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포함돼 있다.

진시황 사후 그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6천개의 병마토용(흙으로 빚은 인형)과 병마용개박물관의 각종 유물들을 보면 그 장엄함에 탄복할 정도.

당 현종과 양귀비가 로맨스를 펼쳤던 온천 휴양지인 화청지와 삼장법사로 더 잘 알려진 당 고승 현장법사가 인도를 다녀온 후 갖고 온 경전을 보존하기 위해 세웠다는 대안탑도 꼭 둘러볼 명소이다.


#중국의 관광정책

 중국의 관광정책은 환경 보호와 문화재 보존이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무분별한 오염원 방치로 인해 이웃 국가에게 무책임하게 오염된 황사를 날려 보내는 머릿 속의 중국을 감안하면 전혀 뜻밖이었다.

장가계의 중심지인 영정구에서 40여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천자산 자연보호구 등이 펼쳐지는 무릉원 입구. 하지만 이곳부터는 버스를 바꿔 타야만 했다. 장가계시가 대기보존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무공해 천연가스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중국인들의 상술이 얼른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이 섣부른 생각이 예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얼마가지 않았다.

버스로 목적지인 케이블카 타는 장소까지 가는 도중에는 터널 3개가 차례로 나온다. 하지만 말이 터널이지 거의 ‘자연산’ 굴 수준이었다. 벽과 천정에는 울퉁불퉁한 돌이 튀어나와 있고 전등 조차 없었다. 폭과 높이는 소형버스 한대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때문에 터널 양쪽 입구에 신호등을 별도로 설치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었다.

현지 가이드는 “관광지를 개발하더라도 친환경적인 원칙에 입각해서 접근하는 것이 최근 중국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도시 전체가 역사박물관인 시안도 마찬가지였다.

버스로 이동하다 보면 진시황릉 주변은 아직도 측량 등 유물발굴에 여념이 없다. 진시황릉 주변의 농민들은 그 농지에 유물이 출토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허가가 나와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진시황릉 주변의 농민들은 정부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농사를 짓지 않고도 정부로부터 생계를 보장받는다.

최근 시안은 해외자본을 대거 유치해 중국 IT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우주연구센터 등 핵심 산업체와 20여개 대학 및 연구소를 갖춘 교육도시로 서부지역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연히 지하철 건설도 논의됐지만 유물파괴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경부고속철 건설로 파괴될 지경에 처해있는 우리의 생태계의 보고인 천성산과 금정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여행 팁


요즘 중국의 현지 가이드들은 중국관광을 우스갯소리로 잘 묘사하고 있다.

수도인 베이징은 자금성 등 걷는 코스가 많아 ‘두 다리 아픈 관광’, 백두산을 둘러보는 옌볜은 차 타는 시간이 너무 길어 ‘허리 엉덩이 아픈 관광’, 경치가 아름다운 구이린(계림)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눈이 아픈 관광’, 중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 시안은 가이드의 설명을 많이 들어야 하므로 ‘귀가 아픈 관광’이고 지난해부터 본격 알려지지 시작한 장가계는 ‘와와관광’이라고. 산수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움직이는 곳마다 감탄사 ‘와’가 절로 나온다고 붙여진 말이다.

실제로 요즘 여행사의 중국 상품에는 장가계행이 제일 잘 팔린다. 베이징 상하이 계림 등 주요 상품은 대부분 장가계와 함께 끼워 넣을 정도다. 속된 말로 장가계가 떴다.

최근 괴질로 중국 동남아 관광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장가계와 시안은 괴질 발생지역인 광둥성과는 거리가 꽤 돼 별다른 영향이 없다. 하지만 최근 건강이 안좋은 사람들은 여행을 자제하자.

지난해 4월부터 장가계가 알려진 뒤 하반기엔 천자산 자연보호구 내의 절경인 원가계가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서는 지난 1월부터 부산~서안 직항노선이 개통돼 ‘서안 장가계’ 상품이 최고 인기다.

여행사 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3박4일(매주 월 출발) 4박5일(매주 목 출발) 상품이 나와 있다. 3박4일 상품의 경우 오전 출발, 오후 도착 등 다소 빡빡하지만 4박5일 상품과 큰 차이는 없다.

/ 취재협조= 뉴부산해외여행사 (051)806-8811~20
/중국 시안 장가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04.0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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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07> 정읍 내장산

걸출한 산세 금상, 황홀한 단풍 첨화
하늘 가린 3㎞ 단풍터널 아쉬운 만추 만끽
서래봉 올라서면 내장산 9봉 비경 '한눈에'
서래약수~불출봉 암릉·암봉길 오르내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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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내장산의 애기단풍이 유난히 붉게
                                     보인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내장산은 구례 지리산, 영암 월출산, 장흥 천관산, 부안의 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이다. 또 내장산 단풍은 예부터 금산사의 봄 벚꽃, 변산반도의 여름 녹음, 백암산의 겨울 설경과 함께 호남4경으로 꼽힌다.

아담하지만 걸출한 산세가 금상(錦上)이라면,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단풍은 첨화(添花)일 터. 가을 내장산은 단풍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악이나 지리산의 단풍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지만 단풍만으로 견주자면 내장산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진입로부터 산 정상까지 눈길 가는 곳은 온통 단풍천지다.

매표소에서 내장사 일주문에 이르는 3㎞의 단풍길은 하늘을 가릴 듯 숫제 단풍터널을 이룬다. 내장사 일대의 수백년생 단풍나무는 만추의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나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사방팔방에서 "이 정도인 줄 정말 몰랐다"는 감탄사가 연신 터진다.

산행 중에도 마찬가지. 산 속 곳곳에는 한 눈에도 다른 산과 다름을 느낄 수 있는 단풍나무 군락지가 있는 데다 느티나무 굴참나무 등 노랑 및 갈색을 띠는 수종이 한데 어울려 색의 현란함도 보여준다.
                                                                                                                                                                                                       

내장산은 내장사를 중심으로 월영봉에서 서래봉과 주봉인 신선봉을 지나 장군봉에 이르기까지 9개의 봉우리가 동쪽으로 입을 벌린 주머니 모양을 하며, 그 속 에 무궁무진한 절경을 숨겨놓았다. 내장산(內藏山)이란 이름도 바로 이런 연유로 붙여졌다.  
 
내장9봉을 종주하는 데는 10시간 정도 걸린다. 부산서 출발, 당일치기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산행팀은 기암절벽과 1㎞ 정도의 암릉이 이어져 내장9봉 중 가장 기가 막히다는 서래봉 코스를 택했다.

산행은 매표소~우화정~내장사 일주문~백년약수~벽련암~철문~석란정지~서래봉~잇단 철계단~서래약수~불출봉~철계단 갈림길~불출암지~원적암 갈림길~비자나무 군락지~휴게소~내장사~일주문~매표소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내장사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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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내장사 일주문까지는 걸어서 30분. 하지만 단풍터널과 이따금 눈에 띄는 노란 은행나무, 그리고 핏빛 단풍과 주변 봉우리가 투영되는 우화정(羽化亭) 호숫가의 절경을 구경하노라면 시간은 배 이상 지체된다.

우화정 앞에서 갈림길. 왼쪽은 케이블카 타는 곳, 오른쪽으로 간다. 탐방안내소를 지나면 내장사 일주문. 절집은 하산 후 구경하기로 하고 우측 벽련암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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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뒤 길 오른쪽에 백년약수(우측 사진).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하니 한 잔 들이키자.

뽕짝 소리가 시끄러운 매점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벽련암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와 오른쪽 서래봉으로 오른다. 벽련암에선 서래봉의 장관을 감상하자. 벽련선원이라고 적힌 누각 아래에서 폐쇄적 시각기법으로 액자를 만들어 대웅전 및 주변 대나무숲과 단풍 그리고 서래봉의 암봉을 모두 담아보자. 한 폭의 동양화다.

이제 서래봉을 향해 출발. 돌계단을 올라 철문을 통과하면 왼쪽에 대나무숲. 울긋불긋 단풍과 대나무, 의외로 조화롭다.

길은 비교적 가파르다. 암벽 앞에 '석란정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있다. 조선말 명성황후를 추모하며 제사를 지냈다는 서보단이 있던 곳으로 석란이 많이 있었다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자나 석란은 없고 석란정이란 글씨만 암벽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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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추의 내장산은 온 산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내장산에서도 가장 경관이
                                      빼어나다는 서래봉 일대. 사찰은 벽련암.
 
25분쯤 천천히 단풍을 감상하고 오르면 좁은 철계단. 이 철계단만 오르면 1㎞나 되는 긴 서래봉 암릉이 시작된다. 뾰족한 암봉은 우측길로 에돌아가고 완만한 암봉은 넘고 지나간다. 짤막한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서래봉은 그래서 멀리서 보면 장관이고 걷는 이들도 재밌어 한다. 써레봉으로도 불리는 서래봉은 논밭을 고르는 농기구인 써레의 이(齒)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서래봉 안내판을 지나 5분 뒤 갈림길. 왼쪽 오르막 나무계단으로 오르면 다시 암릉. 발아래 우화정과 벽련암 내장사, 그리고 케이블카가 보인다. 단풍터널의 존재와 내장사 주변에 특히 단풍나무가 밀집돼 있다는 사실이 한 눈에 포착된다. 암릉에서 5분 뒤 마침내 정상. 정상석은 없지만 안내판으로 현 위치를 알 수 있다. 서래봉에 서면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연자봉 장군봉 등 내장산 8봉이 한 눈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산의 바다요, 단풍의 물결이다.

이제 불출봉으로 향한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모처럼 만나는 소나무 그늘에서부터 가파른 철계단이 시작된다. 이렇게 내려갔다가 얼마나 다시 올라가야 하는 건가 하고 걱정될 정도로 하염없이 내려간다. 폭포로 비유하자면 5~6단쯤 될 것 같다. 2차선 도로처럼 두 줄로 설치된 철계단은 가파른 데다 발딛기에 너무 좁아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철계단은 10분 이상 계속된다.

이어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은 서래매표소로 하산하는 길, 좌측으로 간다. 다행히 철계단이 아니라 산길이다. 곧 서래약수. 물맛이 좋지만 한 방울씩 졸졸 떨어진다. 서래약수를 지나면 재미난 암릉길. 암벽과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미니어처를 닮은 뾰족한 암봉을 또 넘고, 철계단을 지나면 마침내 불출봉. '불출운하(拂出雲河)'라 불릴 정도로 조망이 빼어나다.  

하산은 철계단으로 내려선다. 곧 철계단 갈림길. 우측은 종주코스인 망해봉 가는 길, 좌측 원적암 방향으로 간다. 이내 불출암지. 고려때 하월선사가 천연동굴을 이용, 암자를 세웠던 터로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이제는 나무계단. 폭도 넓어 철계단과 비교가 안된다. 하지만 계단이 너무 길어 반대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등산로가 아니라 유격장'이라고 푸념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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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뒤 원적암 갈림길. 세 갈래 길이지만 모두 내장사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우측 원적사 가기 전 '비자나무 군락지·내장사'라고 적힌 길로 내려간다. 300~500년생 30여 그루의 늘푸른 비자나무 숲은 운치가 그만이다.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와 300년된 모과나무도 눈길을 끈다.

길은 자연스레 낙엽이 쌓인 오솔길로 이어진다. 방금 생명을 다해서인지 아직도 고유의 색이 남아있는 천연색 낙엽이다. 화려한 단풍에서 다가오는 느낌과 전혀 다른 만추의 서정,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 휴게소를 지나면 곧 내장사를 만난다. 비자림 군락지에서       내장사 주변의 단풍.
내장사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春 백암 秋 내장'
- 백암산 애기단풍·입암산 계곡단풍 유명

내장산 국립공원은 내장산(763m)과 고불총림 백양사를 품안에 안고 있는 백암산(741m), 입암산성으로 유명한 입암산(687m) 등 모양과 이름이 서로 다른 3개 산이 합쳐져 지난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가야산과 매화산이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야산과 매화산, 북한산과 도봉산이 암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은 단풍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재밌는 점은 제각각 독특한 단풍경관으로 무장한 이들 3개 산은 불행히도(?) 소속된 행정구역이 달라 단풍철이면 지자체 간에 탐승객 끌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맏형 격인 정읍시의 내장산은 '두 말하면 잔소리'라 할 정도로 설명이 필요없는 데다 가만히 있어도 구름같이 인파가 몰려와 비교적 느긋하다.

하지만 내장사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장성군의 백암산은 지명도에 밀린다는 판단 아래 군청이 직접 나서 단풍철이면 컬러 사진을 포함한 거의 완벽한 보도자료를 매년 전국 언론사에 배포하고 있다.

장성군청 관계자는 "예부터 '춘(春) 백양(白羊), 추(秋) 내장(內藏)'이란 말이 너무 통용돼 백암산의 진가가 가려져 있다"며 "그러나 색깔이 유난히 고운 백암산의 애기단풍이야말로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입암산은 두 산에 비해 객관적으로 뒤지지만 두 산이 보유하지 못한 계곡단풍만은 알아준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면적은 76㎢. 국립공원 중 월출산(42㎢) 계룡산(61㎢)에 이어 꼴찌에서 세번째. 지리산(440㎢)의 6분의 1 정도.

하지만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모여 그 면적이 76㎢이므로 하나의 산은 대략 25㎢ 정도. 참고로 금정산이 23.2㎢이다. 그 좁은 면적에 거의 단풍나무만 있으니 사실 단풍산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게다.

내장산에 오면 내장사 일주문 근처에 위치한 '내장산 탐방안내소'에 꼭 들르자.  
   
지난 1996년 12억원을 들여 만든 탐방안내소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모형과 내장산 생태계 디오라마, 그리고 내장산 인근 민가 재현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내장산을 간략하게 잘 보여주는 영상실도 있다. 현재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중 시설이 가장 훌륭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풍철이면 케이블카는 인산인해. 융단같이 펼쳐진 단풍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 권금성케이블카와 함께 탐승용으로 유명하다.

길이는 800m, 소요시간은 5분 정도. 대신 단풍철이면 1시간쯤 기다리는 것은 기본임을 잊지 말자. 대인 4500원, 소인 2000원(이상 왕복).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내장산IC~내장산. 이정표가 아주 친절하게 잘 돼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1.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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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406〉 무주 적상산

붉은치마 두른 晩秋 '수줍은 유혹'
치마바위 단풍과 낙엽길 '일품'
연중 등산객 80% 가을에 집중
안국사 · 적상산 사고도 볼거리
안렴대 서면 덕유산 연봉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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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렴대에서 바라본 덕유산 산줄기. 왼쪽 주봉 향적봉을
                                      비롯 오른쪽으로 중봉 백암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 주봉인 향적봉 앞에는
                                      케이블카 종착지인 설천봉과 스키장 슬로프도 보인다.
 
덕유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무주 적상산(1,038m). 덕유산 주봉 향적봉에서 북서쪽으로 12㎞쯤 떨어져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정상 일대는 흙으로 덮인 육산이지만 산허리부터 곧추선 암벽이 병풍처럼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이름하여 치마바위.

매년 이 맘때 치마바위 주변에 단풍이 물들면 다소곳한 여인네가 붉은 치마를 두른 듯 온 산이 활활 타오른다. 마치 산 전체에 각양각색의 물감을 흩뿌려놓은 것 같다. 그래서 붉을 적(赤), 치마 상(裳)자를 조합해 적상산이라 불린다.

하여튼 만추의 적상산은 '치마바위에 활짝 핀 단풍꽃'으로 요약된다. 그 자태는 한국백경 중 하나로 손꼽혀 가을이면 전국의 산꾼들이 꼬리를 물고 모여든다.

통계도 적상산이 가을산임을 뒷받침해준다. 국립공원 덕유산 관리사무소 적상분소 서영수 계장은 "연중 등산객의 80% 정도가 단풍 절정기인 10월말에서 11월초에 집중된다"고 말했다.

산행 중 역사적 볼거리도 제법 있다. 적상산성과 안국사, 그리고 조선 5대 사고(史庫)인 적상산 사고 등은 눈여겨 볼 만하다.

산행은 서창 매표소~철문~샘터~전망대~장도바위~적상산성 서문지~주능선(삼거리)~향로봉(왼쪽)~주능선(삼거리)~사거리~적상산 정상(기봉·KBS 송신소)~안렴대~안국사~일주문~적상산 사고~안국사 부도군~전망대~송대~치목마을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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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서창 매표소. 정면에 울긋불긋 단풍으로 치장한 치마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포장로를 따라 100m쯤 오르면 오른편에 등산로 이정표. 돌계단부터 시작된다. 탐방로 안내판을 지나 철문으로 들어선다.

계속되는 돌계단. 형형색색으로 물든 숲터널이 하늘을 가린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속으로 들어간다.

25분쯤 지나면 약간은 지겹기도 했던 돌계단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흙길을 만난다. 하지만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급경사길이 늘 그렇듯 갈 지(之)자로 이어진다.

5분 뒤 탐방로 안내판에 표시된 샘터. 이곳에서 한 굽이 올라서자 산허리를 돌아가는 오솔길이 기다린다. 오솔길 주변에는 이제 단풍이 완연히 물들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어지는 오르막길 우측에 전망대. 정면에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고, 좌측 능선쪽의 단풍은 마치 봉홧불이 번지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 집채 만한 바위를 에돌면 역시 큰 바위가 기다린다. 길은 두 갈래. 등산로는 왼쪽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지만, 오른쪽에도 하늘을 찌를 듯한 바위 사이로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틈이 열려있다. 장도(將刀)바위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이 길을 오르다 길이 막히자 장도를 내리쳐 길을 내고 올랐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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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가 모퉁이를 돌면 아담한 돌담이 앞을 막는다. 적상산성 서문지(西門址)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산세가 요새로서 적지임을 알고 왕에게 축성을 건의했다는 적상산성은 둘레가 8.1㎞로 주변 단풍과 어울려 한층 운치를 더해준다. 서문지를 통과하면 곧 이정표. 장도바위를 통과해 올라가면 이 이정표 앞에서 만난다.

지금부터 평탄한 길. 이곳부터 산은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숲이지만 앞뒤좌우가 확 트인 황홀한 공간이며, 신기하리만치 소나무 한그루 없는 활엽수림이다.

낙엽이 온 사방에 깔려있고 고개들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듯 현란하다. 부는 바람에 단풍잎들이 흩날리면 감탄은 극에 달한다. 화려한 외양의 붉은 치마 속도 알고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장도 바위를 오르는 이창우
                                                                                                                산행대장.

야생화 군락지임을 알리는 푯말을 지나면 이내 주능선. 왼쪽 향로봉, 오른쪽이 주봉인 적상산 기봉. 기봉은 현재 모 방송국 송신소 철탑이 세워진 접근 금지구역.

기봉보다 4m 낮으면서 주봉 역할을 하는 향로봉으로 간다. 낙엽과 단풍으로 발걸음이 아주 가벼운데다 우측엔 양수발전소 상부댐 저수지가 보여 분위기를 더해준다. 20분이면 닿는다. 정면 구봉산이, 북쪽인 우측엔 금산의 서대산이, 남쪽인 좌측엔 봉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25분 정도 환상적인 능선길을 걸으면 사거리. 직진하면 안렴대, 왼쪽은 안국사, 135도쯤 크게 왼쪽으로 돌면 적상산 정상인 기봉이다.

안렴대로 간다. 고려때 거란의 침입으로 삼도 안렴사가 군사들을 이끌고 와 난을 피한 곳이라 붙여진 이름. 바위절벽으로 난간이 설치돼 있는 멋진 전망대다. 왼쪽으로 덕유산의 내로라하는 봉우리가 전개된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왼쪽에 칠봉, 오른쪽에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무주리조트 슬로프도 확인된다. 과히 덕유산 전망대라 부를 만하다.
  
산불방지 무인감지시설 밑으로 난 길로 내려서면 안국사(安國寺). 무학대사가 삼재가 들지 않고, 나라를 편안케 한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 원래는 산 밑에 있었지만 적상산 양수발전소댐 축조로 물에 잠기게 되면서 과거 적상산 사고사(史庫寺)가 있던 이곳으로 옮겨왔다. 안국사에선 티베트 미얀마 등 세계 각국 불상과 도자기 300여점이 전시돼 있는 성보박물관은 꼭 들르자.

발길은 일주문을 지나 아스팔트길로 내려선다. 10분 뒤 상부댐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왼편에 적상산 사고 건물이 보인다. 조선 광해군때 설치된 이곳에는 한때 승가청 군기고 등 40칸의 건물이 있어지만 지금은 텅 비어 썰렁하기만하다. 다시 아스팔트길로 나오면 '치목 2.7㎞'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있는 하산길이 열려있다.

이제 본격 하산길로 들어선다. 안국사 부도탑을 지난다. 숲은 인적이 드문 원시림인데다 단풍마저 화려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절벽 위 아래로 화려한 단풍색이 아름다운 전망대와 울창한 송림 사이의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송대를 지나 치목마을까지는 1시간정도 걸린다. 의외로 길이 괜찮다.



#교통편-경부선 열차타고 영동역 하차 시외 터미널서 무주행 버스를

열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야 된다. 부산역(1544-7788)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영동역에서 내린다. 무궁화호는 오전 5시30분, 6시30분, 7시35분, 8시5분에 있다. 1만2900원. 새마을호는 새벽 4시45분(토 일 월), 6시5분에 출발한다. 1만9200원. 영동시외버스터미널(043-744-1700)에서 무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25분, 9시30분, 10시5분, 11시20분, 11시40분에 있다. 2400원. 영동역에서 영동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무주시외버스터미널(063-322-2245)에서 들머리 서창행 완행버스는 오전 10시20분, 10시40분, 11시20분, 11시50분, 낮 12시20분, 12시5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750원.

날머리 치목마을에서 무주행 버스는 오후 4시30분, 6시30분에 있다. 1000원. 무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동행 버스는 오후 4시50분, 5시30분, 6시50분, 8시20분에 있다. 영동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새마을호는 오후 5시34분, 9시34분에 있으며 무궁화호는 오후 5시57분, 6시52분, 7시49분, 밤 10시1분, 11시54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서진주 분기점~대진고속도로~무주IC~진안 무주리조트 무주구천동 방면~3~4㎞후 서창마을. 유의할 점 하나. 적상산 안내 이정표는 반대편 도로에서 와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삼성자동차공업사'라고 적힌 큰 간판이 보일 때 좌회전해야 한다.

날머리인 치목마을에서 들머리 서창까지 거리는 10㎞. 버스는 오후 6시30분에 있기에 적상모범택시(063-324-5526, 011-464-5527)를 불러야 한다. 1만원.

#떠나기 전에 - 단풍산행 지금이 최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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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누구나 훌쩍 떠나고 싶어 한다. 산과 들로 단풍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단풍하면 우선 떠오르는 산이 무주의 적상산. 얼마나 곱고 아름다우면 여인네의 붉은 치마와 비교하겠는가. 지금의 적상산은 붉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최영 장군의 전설과 산성, 안국사, 적상산 사고(사진), 적상호에 비치는 붉은 단풍 등은 탐방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안겨준다.

적상호로 올라오는 도로 이외 두 코스만 열려 있고 나머지는 모두 입산 통제로 묶여 있어 취재팀은 산길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치목마을로 하산길을 잡았다.

하산길에 만나는 송대계곡은 협곡으로 붉은 단풍에 젖어 내내 여운에 남는다.

날머리인 삼베짜는 마을인 치목은 한가하다 못해 가을 빛에 졸고 있다. 가을날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산꾼들에게 가족과 함께 떠나길 권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0.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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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매화마을

 
누가 그랬던가. 섬진강변이 남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관문이라고.

봄 햇살 속에 모래를 훑으며 재첩을 캐는 아낙네도, 그 주변을 맴돌며 힘찬 날갯짓을 하는 백로나 왜가리도 섬진강변의 전형적인 봄 풍경이지만 매화만한 봄의 전령사가 어디 있으랴.

사실이었다. 섬진강변은 이미 매화가 점령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옅은 푸른빛과 붉은빛의 물감이 아주 세밀하게 점점이 찍혀 있는듯 환하고 가까이서 보면 새초롬한 오편화 꽃잎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강물에 져서 강이 서러운/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사랑도 그렇게 와서/그렇게 지는지/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매화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보았는지요’라는 시인 김용택의 시구처럼 매화는 서럽도록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가지각색의 매화 꽃구름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이번 주말 섬진강을 찾아 매화가 활짝 핀 그 봄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자.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매화마을. 원래 이름은 섬진마을이지만 지금은 매화마을로 더 유명하다.

하동에서 섬진교를 건너 우회전해 들어간다. 길가 여염집 담벼락에도, 저 멀리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강가에도 매화가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놓았다.

섬진강 유래비가 서있는 수월정 앞에서부터 차량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노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 그곳이 매화마을의 본령인 청매실농원이다. 몇해전 우리나라 식품 명인 1호로 지정되고, 그 덕에 모 방송국의 인기프로 ‘성공시대’에도 소개된 그 유명한 홍쌍리씨가 회장으로 있는 그 곳 말이다. 5만여평의 산자락이 희고 붉은 꽃잎을 터뜨리며 봄햇살에 취해 있다.

 
  청매실농원 매화동산에서 바라본 2천5백여개의 매실장독 . 저 멀리 섬진강 백사장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도착하면 포장길로 오르지 말고 그냥 눈에 보이는 아무 오솔길로 쑥 들어가 매화향에 취해보자. 등성이까지 온통 매화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소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왕이면 치아를 드러내 활짝 웃으며 찰칵!

발밑에는 발목 이상 자란 보리가 초록빛을 뽐내며 반긴다.

“바닥에 흙 뿐이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보리를 심었지요. 근데 지난 겨울 너무 추워 보리가 아직 덜 자랐어요.” 홍씨의 설명이다.

홍씨는 “하얀 꽃 저고리(매화)에 초록색 치마(보리)가 너무 예쁘지 않느냐”며 “농사꾼도 이만하면 대자연 속에서 훌륭한 작품을 연출하지 않았느냐”고 환하게 웃었다.

보리는 이런 역할 외에 잡초의 성장을 막고 수확기 매실이 떨어질 때 쿠션역할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마지막으로 거름으로 쓰여지면서 일석삼조의 역할을 한단다.

구경하느라 지치면 잠시 전시홍보관으로 들어가 서비스로 제공되는 매실차로 목을 축인 후 농원내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자. 산책로 위에서 바라 본 2천5백여개의 매실장독은 장관이다. 텔레비전에서 한 번쯤은 봤겠지만 실제로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홍씨는 하루에 수천번씩 이 장독 속으로 머리를 넣었단다. 걷다 보면 농원 뒤편에 왕대숲을 지난다. 푸른 보리 만큼이나 짙다. 이 곳은 매화 못지 않게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 고유의 사계절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외국에서 호평을 받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도 여기서 촬영했다.

왕대숲을 지나면 섬진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원두막 전망대에 닿는다. 섬진강의 자랑인 흰모래 사장이 눈앞에 보인다. 섬진강 흰모래를 감상하면서 주변 매화를 쳐다보자. 백사홍매(白沙紅梅) 백사백매(白沙白梅) 백사청매(白沙靑梅)가 실감난다.

그러고 보니 청매실농원은 총천연색 전시장이다.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과 흰구름. 전망대에 서면 백사 홍매 백매 청매, 발밑의 푸른 보리 그리고 왕대숲. 밤이면 농원 곳곳에 설치해 놓은 조명으로 환상적인 색을 발한다. 이쯤되면 그 곱다던 연분홍 치마도 울고 갈 정도다.

매화향 그윽한 이곳 매실마을이 유명세를 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마을 뒤로는 논밭뙈기 하나 없는 그렇고 그런 남녘의 흔한 산골마을이었다. 마을사람들은 섬진강 건너 기름진 악양들판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이 마을에 매화를 처음 들여온 사람은 지난 88년 87세로 작고한 김오천씨였다. 홍씨의 시아버지다.

그는 70여년전 일본서 광부로 일하면서 돈을 벌어 고향에 땅을 사 밤나무와 매화나무를 들여와 심었다. 돈도 제법 벌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이후 광산에 투자해 엄청난 빚을 지게됐다. 남편도 이때 화병으로 쓰러졌다.

다시 땅을 일군 사람은 며느리 홍씨. 지난 65년 경남 밀양의 비교적 넉넉한 집안의 딸로 이곳으로 시집온 그녀는 돈을 빌려 땅을 갈고 매화를 심었다. 대화 도중 힐끔 바라본 손은 섬섬옥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매화가 좋아서 한 일이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오죽했으면 마을사람들이 섬진강 물이 저의 눈물보다 못할 것이라고 했겠어요.”

이후 해마다 봄이면 자식처럼 키운 매화가 흐드러지게 산자락을 덮었다. 그리고는 매실을 이용, 매실장아찌 매실음료 등으로 상품화를 준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지난 80년대부터 매실의 효능이 점차 알려졌고 때마침 97년 허준의 동의보감이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폭발적으로 매실의 수요가 급증, 농원의 규모가 커졌다.

마을사람들도 이에 덩달아 매화나무를 심어 다압면 전체가 지금의 매화마을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매화마을에서는 광양매화축제가 지난 8일부터 시작돼 오는 23일까지 열리고 있다. 매화꽃은 주말인 15, 16일 절정을 이룬다. 농원측은 매화 꽃잎이 ‘서럽게’ 꽃비로 변하는 23일께 색다른 장관이 연출된다며 “이 때 오셔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헤어지면서 홍씨는 A4 용지 한장을 건넸다. 지난 주중 새벽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는 매화를 둘러보며 몇 자 적었단다.

“맨 몸으로 추위에 고스란히 몸을 떠는 매화꽃잎은 너무도 가녀리게 울고 있었다. 겨우내 모진 추위를 잘도 인내하며 견뎌주었던 뿌리의 강직함처럼 엷은 잎에서도 절개 깊이 너희의 결의로 아픔을 이겨내어라. (중략) 이 에미는 가슴이 저미며 자식같은 나의 매화에게 눈물보다 차라리 미소를 남기며 너그러이 너희를 안는다.” 자식 못지 않은 매화 사랑이다.


#'여행쪽지'

섬진강 매화마을까지는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이번 주말이 섬진강 매화마을 매화축제의 절정.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하동IC에서 빠져나와 19번 국도를 탄다. 이후 광양 방면 2번 국도를 타고 가다 섬진교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매화(섬진)마을을 알리는 861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수월정을 지나 청매실농원이 나온다.
특히 주말에는 주최측에서 861번 국도 말고 오른쪽 편에 풍선아치를 세워 매화마을로 가는 일방통행길을 만들어 놓아 더욱 편리하다.
이 길로 가면 매화축제가 열리는 섬진강 둔치가 나온다. 청매실농원 입구 논에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임시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동행 버스를 탄다. 40분 간격으로 있다.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다압행 버스를 타면 된다. (061)772-4066
청매실농원에선 매실반찬을 포함한 쑥국정식(5천원)과 각종 매실선물세트를 판매한다. 매실마을로 내려오면 재첩수제비 매실떡국 매실동동주도 맛볼 수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의 배경이 되는 평사리 ‘최참판댁’도 한 번 둘러보자. 섬진교를 다시 건너 구례방향으로 가다 보면 ‘최참판댁’ 팻말이 나온다.최참판댁은 중문채를 마지막으로 지난 2월말 준공허가가 나 이달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체 ‘고택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단위로 찾아와도 주변의 민박가격으로 묵을 수 있다. 최참판댁(011-9311-2495)은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일반인과 함께 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참판댁을 오르다 보면 갈라지는 길에 고소성이 있다. 섬진강과 악양들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광양 매화마을 '청매실농원 홍쌍리회장'
 
청매실농원을 방문한 날은 모 방송사가 현장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고 농원 전체가 난리법석이었다. 이 와중에 농림부 및 광양시 관계자도 농장을 방문해 홍쌍리(사진)회장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농원의 제일 큰 머슴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덕분에 휘어 있는 그의 허리가 유난히 표가 났다.

올해 환갑을 맞는 홍씨는 방송에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복장인 개량한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꽃단장(?)을 했을 법도 한데 전혀 하지 않았다.

홍씨는 앞으로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기 위해 동백 들국화 야생화 등을 심을 계획이라고 했다.

“농원은 매화가 만개하는 3월과 열매를 수확하는 6월말고는 볼거리가 전혀 없어요. 근데 여름방학이면 곳곳에서 어린이들이 놀러와 이 할머니랑 사진을 찍자는데 좋은 배경이 뭐 있어야지.”

이미 지난 가을에 잡초를 베고 농원 입구 동산에 동백을 700그루 심었고 또 다른 동산은 클로바와 각종 야생화를 심었다. 사시사철 농원을 찾아오는 관광객에 대한 배려 차원이란다.

매실 예찬도 잊지 않았다. 매화꽃도 예쁘지만 매실식품은 장을 청소하는데는 최고라고 말했다.

“양잿물로도 잘 지워지지 않는 더러운 기름 때가 묻은 양동이에 선별한 후 버릴려고 모아둔 매실을 담아 두었더니 빛이 날 정도로 말끔히 지워져 있는 것에 힌트를 얻었어요. 만일 매실이 뱃속에 들어가면 노폐물을 싹 씻어내지 않겠어요.”

20대 후반에 큰 수술을 받았고 40대 초반엔 류머티즘으로 2년6개월간 목발을 짚고 다니는 등 몸이 만신창이었다는 홍씨는 이후 그 좋아하던 육식을 끊고 매실농축액과 채식으로 몸을 추스려 지금과 같은 건강체질로 만들었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체험서 ‘매실 아지매 뭘 먹고 힘이 나능교’(디자인하우스)를 오는 25일께 세상에 내놓는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03.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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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03.03.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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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남 광양의 또아리봉(혹은 따리봉·1,127m)을 찾아가면 색다른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인데도 아름다운 설원을 만끽하며 눈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순백의 세계는 떠나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운 듯 봄산행 나온 산악인들의 발길을 한동안 붙잡아 속세에서 찌들고 묵은 체증을 말끔히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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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은빛으로 치장한 화려한 눈꽃은 사라졌지만 봄 속의 눈산행은 오랫동안 그들의 산행일기에 간직되리라.

이 일대는 한재를 중심으로 백운산과 억불봉 노랭이봉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과 또아리봉 도솔봉 형제봉으로 연결되는 서부능선으로 구분되는 반원 형세다.

그간 노랭이봉~억불봉~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과 형제봉~도솔봉의 서부능선을 각각 소개한 국제신문 근교산팀은 이번에는 또아리봉을 넘어 북쪽 능선을 타는 새로운 코스를 개척했다.

또아리봉은 남도에서 지리산 노고단 다음으로 높은 산인 백운산(1,217m)과 함께 호남정맥의 줄기에 속한 때묻지 않은 산이다. 또아리란 짐을 머리에 일 때 짚이나 헝겊으로 둥글게 틀어서 만든 물건으로, 전형적인 육산인 백운산에 바위가 얹혀 있는 것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

산행코스는 광양시 옥룡면 논실마을~참샘이재(헬기장)~철사다리~전망대~또아리봉~암릉길~암봉(큰 소나무)~산죽 및 덩굴숲~임도~중한치.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또아리봉까지는 산길이 매우 또렷한 봄산행이지만 그 이후 길은 눈이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만만치 않은데다 산행 도중 길 안내의 기준이 될 만한 지형지물이 전혀 없다.

버스종점인 논실마을에서 제일송어산장쪽으로 난 넓은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왼쪽 멀리 도솔봉이, 오른쪽으론 백운산이 보인다.

100m 정도 오르면 왼쪽에 고로쇠약수 체험로 안내 표지판이 나타난다. 지금은 고로쇠약수의 계절. 백운산 또아리봉 일대는 지리산 일대와 마찬가지로 전국적으로 고로쇠약수로 유명한 곳이어서 산행길 좌우에는 고로쇠약수 채취봉지가 자주 눈에 띈다. 함부로 손댔다가는 매복해있는 노인들에게 혼쭐나니 조심할 것.

 

너른 임도를 30여분 가량 오르면 본격 산행길이 시작된다. 옷을 아직 갖추지 못한 참나무를 비롯한 각종 활엽수들 사이에 소나무와 전나무 산죽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고 이름 모를 나비 두 마리는 봄의 전령사로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계곡의 물소리는 발걸음 마저 가볍게 해준다.

계곡을 벗어나 30여분 오르면 능선에 다다른다. 헬기장이 있는 참샘이재다. 숨을 한번 추스린다.

정면인 북쪽에는 밥봉이, 서쪽에는 잔설이 남아 있는 도솔봉이 보인다.

곳곳에 큰 바위가 얹혀 길을 막고 있지만 철사다리가 친절하게 산행길을 안내하고 있어 오르는데는 별 부담이 없다. 4, 5개의 철사다리를 지나면 큰 바위가 나란히 앉아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눈 앞에 보이는 또아리봉 정상에는 20~30마리의 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앉아 있다가 산행팀 주위를 맴돈다. 반기는지 위협을 하는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다시 철사다리를 지나 20여분 오르면 또아리봉 정상에 이른다. 도솔봉 뒤에 숨어있던 형제봉이 비로소 형체를 드러낸다.

길 중간에 백운산 등산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백운산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직선 능선을 타고 100여m 가면 갈림길의 봉우리가 나온다. 왼쪽의 북쪽 능선을 타고 내려간다. 5분도 채 안걸려 또 다시 헬기장이 나온다. 갈림길이다. 한재로 가는 오른쪽 길을 버리고 비교적 덜 또렷한 왼쪽길을 택한다. 여기서부터 본격 눈길이다. 스패츠를 차면 큰 도움이 된다.

암릉길인 산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무릎까지 빠지는 내리막길인가 하면 어느샌가 커다란 암벽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에둘러 가면 허벅지까지 빠지는 또 다른 눈길. 그리고 또 암벽…. 30m짜리 보조로프를 지참하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썩은 나무가 많아 함부로 잡으면 넘어지기 일쑤고 발밑 낭떠러지도 이따금 만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60여분 동안 정신없이 길을 뚫고 가다보면 암봉이 나타난다. 오른쪽 능선 길을 택한다. 왼쪽은 밥봉으로 가는 길이다. 바위 암봉을 돌아 오르면 산길은 교묘하게 이어진다. 중간에 큰 소나무가 작은 틈새에 위태롭게 자리잡고 있다. 직진하면 바위 절벽. 왼쪽으로 돌아 내려선다.

눈길은 이어진다. 계속 걷다 보면 왼쪽에 고로쇠약수 채취 파이프가 보인다. 직진한다. 큰 바위 사이로 난 구멍으로 몸을 숙여 내려간다. 구멍 위의 바위는 마치 독수리머리처럼 생겼다.

암벽과 눈길을 헤쳐 나오니 이번에는 산죽과 덩굴이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처음에는 가슴 높이 산죽이었지만 가면 갈수록 덩굴과 함께 어른 키를 훌쩍 넘을 만큼 높다. 10여분간 계속된다. 마치 울창한 밀림지대를 지나오는 듯하다.

20여분 정도 눈길과 오솔길을 번갈아 걷다보면 왼쪽에 눈쌓인 임도가 보인다. 특히 눈이 녹은 내리막 오솔길은 눈길보다 더 미끄러워 걷기가 힘드니 조심해야 한다.

왼쪽으로 20여분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시멘트 포장이 된 오른쪽 길을 택한다. 20여분 걷다보면 독립가옥이 나오고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중한치마을에 이른다. 중한치마을에서 하동까지의 버스시간은 오후 4시, 7시30분. 버스 이용시에는 반드시 한천마을에서 하차한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50여분을 걸어내려와야 한다. 한천마을까지 내려오면 왼쪽 멀리 공사중인 섬진강 화합의 다리가 보인다. 다리밑의 임시 가설교를 건너 화개마을로 들어가 화개터미널에서 하동가는 버스를 탄다.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 전에]

백운산은 호남정맥의 끝에 솟은 산으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을 바라보는 아들같은 산이다. 지리산의 주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지는 지리산 전망대이기도 하다. 백운산하면 고로쇠약수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경칩인 6일에는 백운산 약수제가 열린다.

3월의 산은 어정쩡한 계절이다. 기본장비를 빠뜨리기가 쉽다. 아이젠 스패츠 여벌장갑 모자 랜턴 등 기본장비를 꼭 챙겨서 떠나야 한다. 등산화는 방수화 또는 방수액을 충분히 바르자. 질퍽거리는 눈에서 발을 보호해 줄 것이다. 안전산행을 위해 20~30m 정도의 보조로프를 챙겨서 떠나자. 혹시 모를 난관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식수는 계곡에서 준비하고 하산시에는 전체적으로 산길에 유의하자. 그만큼 사람의 족적이 뜸하다. 중한치 마을로 내려서면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다. 오후3시50분 이전에 반드시 하산을 완료해야 한다. 차편을 놓쳤을 경우에는 한천마을 삼거리까지 먼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그러나 깊은 계곡에 걸려 있는 산골의 작은 집들이 동심에 젖어 들게 만든다. 한천마을에서 섬진강을 도보로 건너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교통편]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광양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7시20분, 9시10분, 9시50분, 11시에 출발한다. 하지만 당일 산행을 위해선 반드시 첫차를 타야한다.

9천8백원. 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행 출발점인 광양시 옥룡면 논실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9시47분, 오후 1시7분, 5시7분에 있다. 35분 걸린다. 700원.

화개터미널에서 하동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10분, 5시40분, 6시25분, 6시45분, 7시5분에 출발한다. 1천4백원. 하동에서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오후 5시10분, 5시50분, 6시30분, 7시10분, 7시5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9천5백원. 부산행 막차를 놓칠 경우 하동에서 진주로 가는 막차가 오후 8시까지 있다. 진주에서 부산행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6천원. 심야버스도 밤 10시, 11시에 있다. 8천5백원.

hung@kookje.co.kr  입력: 2003.03.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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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동과 삼랑진에 걸쳐 있는 천태산(630.9m)은 지역 산악동호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근교산 중의 하나이다. 부산서 그리 멀지 않는데다 계절에 관계없이 주위 경관이 수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천태산 정상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타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영남의 젖줄’ 낙동강의 흘러내리는 모습은 차라리 장중한 교향곡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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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굽이치는 물줄기와 함께 내려다보이는 천태호 안태호의 푸르름은 산행의 재미를 넘어 온몸의 피로를 한번에 말끔히 씻어준다.

산행 초기 만나는 계곡은 수량이 풍부한데다 그 시원한 물소리는 성큼 다가온 봄소식을 재촉하고 있다.

산행코스는 원동 내포리 내포마을~현불암~전망대~철탑 2기~천태산~무덤 2기~천태공원~전망대~무명봉~철탑 2기~삼랑진양수발전소 준공기념탑~안태마을. 4시간 정도 걸린다.

내포마을회관 오른쪽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눈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등산로 입간판이 서 있다. 천태산까지 3㎞를 가리킨다. 2시 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축천산 정상이다.

다리 건너 마을 입구에서 네 갈래 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길 오른쪽으로 작은 개울이 흐르고 건너편에 아담한 황토집이 눈길을 끈다.

양지농장을 지나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천태산 이정표가 친절하게 다시 나타나면서 갑자기 산이 성큼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다시 계곡과 만난다. 겨울임에도 수량이 풍부하다. 계속 걷다보면 암자인 현불암이 나타난다. 석불앞 약수터를 지나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의 연속이다. 합수점에서 계곡을 건너면 다시 산길이다.

 


















작은 무덤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100m 정도 오르면 임도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50m 정도 진행한다. 이번에는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올라선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약간 무료하다. 너덜로 이어지는 산길은 사람의 흔적이 희미하여 매우 거칠다. 큰 참나무가 서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직진하면 고로쇠약수 채취 봉지가 보인다. 급한 산길을 지그재그로 정신없이 오르면 오른쪽에 전망대가 있다.

나무로 가려져 지나치기 쉽다.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새로 만들어 놓았다. 놓치지 말고 보자. 발아래엔 내포마을이 보이고 멀리 오른쪽부터 토곡산 어곡산 축천산 채바우골만당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걷다보면 산길은 골 안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작은 습지가 나타난다. 흙탕물의 입자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보아 멧돼지가 한바탕 뒹굴고 간지 얼마 안돼 보인다.

작은 계곡을 지나 오르면 갈림길에 닿는다. 왼쪽으로 가면 천태사에서 천태산 정상으로 오르는 기존 등산로다. 이번에는 오른쪽 능선길로 길을 잡는다. 산허리를 돌면 갈림길의 능선과 만난다. 왼쪽으로 올라선다. 2기의 철탑을 차례로 지나면 사거리 길이다. 오른쪽 방향은 숭촌으로 내려서는 길. 능선을 계속 탄다.

산길은 일순간 사라지지만 곧 희미하게 나타난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급한 산길을 차고 오르면 천태호가 눈앞에 훤히 나타난다. 정상이다. 이곳까지 대략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천태호를 바라보고 오른쪽에서부터 불모산 무척산 신어산이 보이고 왼쪽으로 토곡산, 고개 돌려 북쪽엔 금오산 재약산 사자봉 신불산 염수봉 등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며 봄을 기다리며 외롭게 서 있다. 남서쪽 저 멀리에는 낙동강이 보인다.

서쪽으로 내려서는 능선을 타면서 하산은 시작된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빠져 산허리를 타고 돌아나간다. 능선 따라 직진하면 금오산 방향이다.

봉분에 풀 한포기 없는 조씨 묘를 지난다. 오르막과 평지를 반복하면 철탑이 나온다. 까마귀 울음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릴 즈음 큰 소나무가 바위틈에 뿌리를 못내린 채 쓰러져 있다.

계속 가다보면 왼쪽에 테두리까지 깔끔하게 두른 무덤 2기를 보며 내려온다. 천태호로 가는 2차선 도로와 만난다. 왼쪽엔 천태공원이 보인다. 2차선 도로를 따라 가면 양수발전소가 나온다.

길을 곧바로 건너지 말고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비스듬히 지른다. 안내문 표지판이 서있는 쪽으로 들어간다. 산길은 서서히 올라선다. 능선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꺾는다. 왼쪽으로 가면 신불암 고개 혹은 천태사 방향이니 유의할 것.

소나무길을 걷다보면 낙동강 물줄기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기기묘묘한 바위가 눈길을 끈다. 천태산 정상에서 전망대까지는 대략 40분.

발밑엔 부은암이 둥지를 틀고 있다. 예전에는 지금의 절터보다 더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한다. 오른편엔 안태호 및 양수발전소가 보인다. 멀리로는 낙동강 건너 창녕의 화왕산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중 이보다 환상적인 경관을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으랴.

돌탑이 서있고 삼각점이 있는 이름없는 봉우리에 오르면 직진한다. 내리막길의 연속이어서 중심잡기가 어려울 정도.

 
  천태산은 지역 산악동호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근교산 중의 하나이다. 사진은 천태산 정상으로 오르는 모습.
철탑 2기를 내리 지나면 능선에 바위가 막고 있다. 하산길은 왼쪽이다. 또 철탑이 나오면서 갈림길이 보이면 직진하다 다른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꺾는다. 직진 길은 철탑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길인듯. 착각하기 쉽다. 거친 산길을 계속 내려간다. 낙엽밟는 소리가 경쾌하지만 한편으론 발목을 삘 염려가 있으니 조심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문 곳으로 산행 막판에 길 찾기가 까다롭다.

산길은 지난해 장마에 푹 패어 도랑길로 변해있다. 시멘트가 부서져 있는 집터를 지나면 전봇대가 나온다. 길의 흔적은 뚜렷하다. 하산 중 왼쪽에 벌목지대가 보인다. 직진한다.

전망좋은 벌목지대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더라도 만난다. 이후 두 번의 갈림길이 나오지만 모두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나무 사이로 양수발전소가 보인다. 오른쪽 방향에 계단이 보여 올라가보면 삼랑진양수발전소 준공기념탑과 함께 소공원이 꾸며져 있다.

산을 벗어나면 양수발전소 정문과 주차장이 보인다. 도로 따라 5분 정도 내려가면 안태슈퍼가 나타나고 건너편 안태마을회관 앞이 버스정류장이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 전에]
근교산 취재팀은 천태산을 여러번 답사하여 소개를 하였다. 여러번 정상을 밟아 보았지만 새로운 산길을 찾아 근교산에 목말라 있는 마니아에게 새 길을 안내한다. 천성산 영축산과 함께 양산의 3대 명산으로 불리는 천태산은 큰 바위를 태산같이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하여 천태암산으로도 불렸다. 천태라는 지명은 부은암의 주산 이름에서 파생되었다는 설이 있다.

용당리의 기존 등산로에서 출발하면 용연폭포와 천태사 천태계곡 천태슬랩 등 볼거리가 많다. 북쪽의 숭촌은 밀양시 10대 오지중에 속하는 마을로 금오산과 연결되는 고개 위에 있다. 지금은 숭촌과 해암 두마을이 합해져 행곡의 안쪽인 안촌이 되었다 한다. 편안한 마을이 되라는 뜻의 한자 표기음인 안촌은 밀양과 양산을 넘어 다니는 고개라 해서 사잇길목 샛길목이라하며 사이목 샛목으로도 불렸다. 날머리의 안태는 밀양에서 가장 살기좋은 마을로 꼽힐 정도였다 한다. 안쪽의 태평한 마을이라하여 안태라 부르고 있다. 지금은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 삼랑진양수발전처로 봄이면 상하부 댐간 벚꽃길이 장관을 이루고 천태산 정상에서 보는 낙동강의 낙조는 자연의 신비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시간이 허락할 경우 김수로왕의 전설이 살아 있는 부은암을 둘러보면 좋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역에서 원동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30분, 8시10분, 8시35분에 출발한다. 화~목 4천4백원,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 6시 이전까지는 4천9백원,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일요일까지는 주말요금(5천2백원) 적용. 원동역에서 내려 바로 보이는 원동파출소 앞에서 내포마을로 가는 버스(원동역~어영동)를 탄다. 출발시간은 오전 9시30분, 10시5분. 900원. 또는 지하철 2호선 종점인 호포역에서 오전 8시40분 137번 버스를 이용하여 원동초등학교 앞에서 하차한다. 100m 내려서면 원동역이다. 700원.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안태마을에서 삼랑진역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3시, 5시40분에 출발한다. 900원.

삼랑진에서 부산역에 닿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3시6분, 3시46분, 4시6분, 4시50분, 5시35분, 6시1분 등 자주 있다. 삼랑진에서 부산까지는 부산~원동 구간 요금과 같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2.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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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가끔 저에게 이렇게 문의합니다. 천태산이 밀양시 삼랑진읍에 있는 산이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천태산은 밀양시 삼랑진읍과 양산시 원동면의 경계에 있습니다.
근데 제가 양산 원동 천태산이라고 밝힌 이유는 제가 펴낸 <원점회귀 근교산> 중 편의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산행 들머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즉 산행 시작 지점이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일 삼랑진에서 출발한다면 밀양 삼랑진 천태산이라 표기될 것입니다. 실제로 국제신문 근교산&그너머 제572회에는 밀양 삼랑진 천태산~금오산으로 소개했습니다. 참고하시길.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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