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붕' 북알프스를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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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 호다카 연봉의 최정상 오쿠호다카다케(3190m)에서 마에호다카다케(3090m·왼쪽 봉우리)로 내려서는 해발 3000m쯤 되는 능선길에서 바라본 장쾌한 조망. 그 뒤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의 물결이 중앙알프스와 남알프스이고, 다시 그 뒤로 일본의 최고봉 후지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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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부분을 당겨 본 모습. 구름과 조화를 이룬 산그리메의 풍광이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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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보다 더 당겨 잡은 후지산 모습.
 

 


일본 근대화의 시발점인 메이지 유신 이후 1860년대 후반
영국의 월터 웨스턴이 일본에 발을 내디뎠다.
선교사인 그는 이미 유럽의 알프스를 모두 정복할 정도로
전문 산악인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만년설로 뒤덮인 3000m급의 고봉준령을 하나씩 오르내리면서
그는 이 산군들이 유럽의 알프스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일본알프스'라 명명했다.
귀국 후 그는 일본알프스의 등반을 주내용으로 하는
'일본의 등반과 탐험'이라는 책을 펴냈다.
비로소 일본알프스가 전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근교산 시리즈 500회를 맞은 국제신문 산행 취재팀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애독자 산꾼과 함께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의 북알프스를 올랐다.
일본알프스의 최북단에 위치한 북알프스에는
3000m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돼 있어 흔히 '일본의 지붕'으로 불린다.
전형적 육산인 남알프스와 조그만 중앙알프스에 비해
험하기론 일본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악명 높은 곳.
세계적 산악인 박영석의 등정 프로필에도 등재돼 있다.


부산을 비롯해 밀양 대구 심지어 구미에서 온 산꾼 35명은
발 아래가 천리 낭떠러지인 수직 쇠사다리를 잇따라 오르내리고
쇠사슬에 의지해 숱한 험난한 고비를 넘기고 또 넘겼다.
23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만 자라는 형형색색의 희귀 고산식물,
만년설과 빙하의 침식으로 생성된 반원형 U자 계곡, 카르
3000m대의 고도감을 느끼면서 바라보는 장쾌한 조망은
국내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다.


마침내 후지산(3776m)과 남알프스의 키타다케(3192m)에 이어
일본서는 세 번째로 높은 오쿠호다카다케(3190m)에 올랐다.
하늘도 500회를 맞아 찾은 취재팀을 도와 산행 내내 쾌청해서
일년 중 10일 정도 모습을 보인다는 후지산도 볼 수 있었다.


고희를 한 해 앞둔 할머니도, 정년 퇴임한 교장선생님도
예순을 넘은 '젊은 오빠' 산꾼들도
애오라지 남편만 믿고 산행에 가담한 아줌마 산꾼들도
믿음직한 산행대장의 지휘 아래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근교산 시리즈를 매주 보면서 꾸준히 산에 오른
덕분이라고 감히 생각하고 싶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의 세월동안 '근교산'을 사랑해준
애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면서
처음과 같은 기분으로 매주 변함없이 찾아뵙겠다고
머리 숙여 약속드립니다.



◆산행기

화산·빙하가 빚은 열도 산행 1번지

이틀간 27㎞ 16시간 걸어
너른 잔디밭에서 아찔한 빙식 지형까지
몸은 힘들어도 눈은 황홀
산장에선 생맥주 한잔의 낭만
보기 어렵다는 후지산 조망 행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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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2450m에 위치한 가라사와 산장 테라스에서 바라 본 호다카 연봉. 왼쪽이 마에호다카다케,
        오른쪽이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 빙하침식으로 생성된 U자형의 가라사와 계곡에는 아직도
        만년설이 남아 있다.


 
 섬나라 일본의 최고봉은 원추형의 후지산(富士山·3776m). 이 산은 온통 조그만 부석(浮石)으로 깔려 있어 한 걸음 오르면 반 걸음 미끄러지는 등 산행지로서의 매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천황과 마찬가지로 그저 상징성만 존재할 뿐이다.

산행지로서 일본이 자랑하는 명소는 일본알프스의 북단에 위치한 북알프스. 중부산악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비경지대로 손꼽히는 북알프스는 일본열도의 중앙부에 거의 남북으로 뻗어 있는데다 3000m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돼 있어 '일본의 지붕'으로 불린다.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현, 기후현 등 3개 현에 걸쳐 있는 북알프스는 위도 상으론 한반도보다 아래지만 대륙의 찬 시베리아 기단이 동해를 건너며 수분을 흡수, 연간 30m 가까운 폭설로 설국을 이룬다.

이 때문에 3000m급 산군으로는 흔치 않게 빙하가 사시사철 목격된다. 특히 눈이 녹기 시작하는 초여름이면 산 아래에는 설경을 배경으로 활짝 핀 야생화가, 산허리쯤에는 울창한 원시림이, 정상 부근에는 설원이 각각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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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가미코지에서 몸도 풀고, 기념 사진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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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숭이도 휙휙 지나가고(왼쪽) 흔들다리고 건넌다.



근교산 시리즈 500회를 맞는 국제신문 취재팀은 부산 및 경남북 산꾼 35명과 함께 이 북알프스를 올랐다.

산행은 가미코지~갓파바시~묘우진 산장~도쿠사와 산장~요오코 산장~혼타니바시~가라사와 산장(1박)~자이텐구~호다카 산장~오쿠호다카다케(3190m)~기미코 다이라~주타로 신도~다케사와(휘테)~가미코지 순. 도상거리 27㎞를 이틀에 걸쳐 각각 7, 9시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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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일본 근대 알피니즘의 발상지인 가미코지(上高地·1523m).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명소로 최근 일본 NHK가 선정한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명승지 100선 중 7위를 차지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주차장을 벗어나 우리나라의 내소사 전나무터널을 연상케 하는 숲길을 걸으면 가미코지의 관문인 현수교 갓파바시. 3000m급의 호다카 연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왼쪽은 니시호다카다케, 오른쪽은 묘우진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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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쿠사와 산장. 이곳은 북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한 등산연애부문 베스트셀러 소설 '빙벽'의
      주무대로,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잇어 마치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한다.

이번 산행은 이 연봉의 우측으로 열린 기나긴 계곡길을 에돌아 연봉의 뒤쪽에서 치고 오른 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로 하산, 갓파바시를 건너 원점회귀한다.

첫 11㎞ 정도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임도 수준의 숲터널.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류에는 일본 천연기념물인 이와나(岩魚)가 물살을 가르고, 새끼를 등에 태운 일본원숭이가 이리저리 뛰어논다. 지칠 때쯤이면 묘우진, 도쿠사와, 요오코 산장이 45분 간격으로 잇따라 나타나 이방인들을 맞는다. 특히 도쿠사와 산장은 북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등산연애소설 '빙벽'의 주무대로,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대학 캠퍼스가 연상된다. 동행한 조대제 산행가이드는 "일본의 산장은 한국과 달리 개인이 운영해 주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다"고 말한다.

3시간에 걸쳐 요오코 산장에 도달했지만 겨우 해발 100m 정도 올랐을 뿐이다. 이날 묵어야 할 가라사와 산장(2450m)까지는 800m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여기서 직진하면 2박3일 코스의 야리가다케 가는 길, 취재팀은 다리를 건넌다.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등로는 좁아지고 가팔라진다. 병풍암이라 불리는 뵤부이와의 위용을 감상하며 1시간쯤 걸으면 가라사와 계곡의 관문인 혼타니바시(本谷橋). 흔들림이 심해 한 사람씩 건너야 한다. 이때 처음으로 계류를 접할 수 있지만 빙하 녹은 물이라 10초 이상 손을 담그지 못할 정도로 아주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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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하게 될 가라사와 산장 앞 텐트촌(왼쪽). 일본의 젊은이들은 돈 문제를 떠나 이처럼 텐트에서 주로 잠을 잔다. 우측은 산장과 텐트촌.

계속되는 오름길. 돌밭길과 너덜길을 번갈아 지나면 만년설과 산행팀이 묵을 가라사와 산장과 이웃한 또 다른 산장인 가라사와 휘테가 시야에 들어온다. 동시에 그 뒤로 푹 꺼진 능선 우측에 다음날 잠시 들를 호다카 산장도 보인다. 이제 등로 옆에는 멀리서 봐 온 만년설이 있지만 까만 먼지가 뒤덮여 그리 반갑지는 않다.

산장 코앞은 오랜 기간 쌓인 만년설이 그 무게를 지탱치 못해 흘러내리면서 산을 깎아 만든 반원형 계곡으로 일명 '카르'이며, 동시에 병풍처럼 우뚝 선 3000m급 뾰족 봉우리는 빙식 첨봉이다. 학창시절 지구과학시간에 배운 빙하침식 지형인 셈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못 미치지만 완경사의 너른 너덜지대에는 한눈에 봐도 비박을 위한 70여 개의 형형색색 텐트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행팀이 묵은 가라사와 산장의 테라스는 북알프스의 그 어디보다도 정취가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호다카 연봉을 바라보며 생맥주 한잔을 들이킬 수 있는 이 기분, 이번 산행의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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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사와 산장 테라스에서 산꾼들은 북알프스를 감상하며 생맥주를 즐긴다(왼쪽). 우측은 산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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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다카 산장. 1박을 한 가라사와 산장에서 2시간 거리(왼쪽). 이때부터 쇠사슬을 잡고 올라 20m쯤 되는 무시무시한 직벽을 쇠다리에 의지해 오른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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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m급으로 올라오면서 발아래로 1박을 한 가라사와 산장이 보이고(왼쪽) 구름과 운무가 펼쳐는 멋진 풍광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온다.

조대제 가이드는 "한겨울 눈이 한창 내릴 땐 발 밑의 가라사와 휘테는 완전히 덮일 뿐 아니라 이곳 가라사와 산장의 테라스까지도 눈이 쌓여 모든 인력이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다음날은 대개 오전 6시에 출발한다. 일정상 오후 4시쯤 산행을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산장의 공중화장실 뒤로 난 돌계단으로 오른다. 크게 보면 정상 우측 너덜로 올라 산사면을 타고 좌측으로 서서히 정상을 향해 접근하는 셈이다.

전날의 등로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가파르고 험하다. 자이텐구라는 꽤 험한 둔덕을 오르면서 가이드가 스틱을 접으라고 한다. 쇠사슬을 잡고 사다리를 타야 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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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알프스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 정상에는 산악신앙의 징표인 조그만 신사가 서 있다.
 

고도를 점차 높이자 일순간 연봉 사이로 북알프스의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 산장인 호다카(2983m)는 가라사와에서 2시간 남짓.

이때부터 쇠사슬을 잡고 올라 20m쯤 되는 무시무시한 직벽 쇠다리를 잇따라 오른다. 올라서자마자 뒤로 '일본의 마테호른'이라 불리는 야리가다케가, 우측으론 운무의 바다와 더불어 니시호다카다케가 보인다. 야리가다케는 손에 잡힐 듯 하지만 꼬박 하루가 걸린단다. 야리가다케는 매년 일본 산악잡지에서 선정하는 일본 산 인기순위에서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와 1, 2위를 다툴 만큼 인기가 높다.

또 다시 쇠사슬에 의지해 암벽을 타고 암릉을 힘겹게 오르면 마침내 오쿠호다카다케 정상. 일본의 산이 그렇듯 산악신앙의 증표로 신사가 서 있다. 우측 발아래는 저 멀리 들머리 가미코지와 그 우측 활화산인 야케다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 최고봉 후지산도 선명히 보인다. 이와 관련, 가이드는 "7년 동안 70여 번 이곳에 올랐지만 두 번째 본다"고 감격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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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지나 하산하는 길. 여전히 북알프스의 근육질 암릉은 위용이 있다.


이제부턴 하산길로 급경사 내리막길. 쇠사슬과 쇠사다리가 곳곳에 있어 아주 위험하다. 정면엔 마에호다카다케. 암릉길 옆 산사면 곳곳에는 오랜 기간 눈에 묻혀서인지 누운잣나무가 옆으로 가지를 뻗어 군락을 이룬다.

50분 뒤 뜻밖의 너른 터. 일명 기미코 다이라(紀美子平)다. 마에호다카다케는 여기서 400m 거리지만 왕복 80분 정도는 잡아야 할 정도로 아주 험하다. 건각들은 대개 배낭을 두고 다녀온다.

오래 전 호다카 산장의 이마다 주타로 부부가 등로 개설을 위해 능선상의 유일한 평지인 이곳에 텐트를 친 후 어린 딸 기미코를 눕혀 놓고 칼등인 하산길을 개척했다 해서 각각 '기미코 다이라' '주타로 신도'라 불린다. 안타깝게도 기미코는 20세때 불치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주타로는 지금의 호다카 산장 주인의 조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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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나오는 풍혈과 하산길의 마지막 산장인 다케사와. 눈사태로 주저앉아 공사중이다.

마지막 하산로인 주타로 신도 또한 방심해선 안될 험로 중의 험로. 잇단 쇠사슬과 쇠사다리가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주황색 지붕의 다케사와 산장이 발밑에 있지만 90분 정도 걸린다. 다케사와 산장은 지난해 눈사태로 주저앉아 지금은 간이 매점에 불과하다.

이때부터 가미코지까지는 5㎞ 정도의 평범한 산길. 대략 2시간은 잡아야 한다.


# 떠나기전에-완전 종주는 무려 15일 소요 …한국인 운영 산장도 있어  
 
일본알프스는 크게 북알프스 중앙알프스 남알프스로 구분된다. 원시림으로 덮인 남알프스는 전형적 육산인 우리의 지리산과 비슷한 반면 북알프스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으로 대변되는 설악에 비유된다. 두 산군 사이에 위치한 중앙알프스는 조그마해 당일치기 산행지이다.

북알프스의 도상거리는 최남단인 야케다케(2455m)에서 니시호다카다케(2909m) 쿠호다카다케(3190m) 야리가다케(3180m)를 거쳐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현과 설국의 배경이 되는 니가타현의 경계인 오야시라츠 해변까지 무려 150㎞. 15일 종주 코스다.

이번에 오른 호다카 연봉은 북알프스의 남부에 위치한다. 가라사와 산장에서 1박을 하며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를 반시계 방향으로 작게 한 바퀴 돈다. 1박을 더 한다면 요오코 산장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직진, '일본의 마테호른' 야리가다케를 거쳐 각각 야리가다케 산장과 호다카 산장에서 1박을 한 후 오쿠호다카다케와 마에호다카다케(3090m)를 거쳐 다케사와 산장으로 크게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셈이 된다. 이 경우 도상거리가 12㎞가 더 늘어 39㎞가 된다.

문의 등산 트레킹 전문 카일라스 투어 (02)322-8811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o.co.kr
 


 

 일본의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산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주인의 의지에 따라 시설이 천차만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시설이나 운영 면에서 거의 획일적이지요. 이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기본은 하니까요. 뒤집어 본다면 일본의 산장의 경우 좋은 곳은 아주 훌륭하지만 좋지 않은 곳은 형편없습니다. 참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명칭은 대피소이지만 일본의 산장입니다.
 최근 다녀온 지리산 장터목 대피소는 일본 어디에 내놓아도 시설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아주 좋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난할 듯합니다.

 얼마전 일본의 북알프스를 다녀왔습니다.
 중부산악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비경지대로 손꼽히는 북알프스는 일본 열도의 중앙부에 거의 남북으로 뻗어 있는데다 3000m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돼 있어 '일본의 지붕'으로 불립니다.
 지난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현, 기후현 등 3개 현에 걸쳐 있는 북알프스는 위도상으론 한반도보다 아래지만 대륙의 찬 시베리아 기단이 동해를 건너며 수분을 흡수, 연간 30m 가까운 폭설로 설국을 이루는 곳이죠. 

 북알프스는 규모가 상상 못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1박 2일에서 2박 3일, 3박 4일 입맛대로 택할 수 있습니다. 종주를 할 경우 최고봉인 오쿠호타카다케(3190m)과 '일본의 마테호른' 야리가다케(3180m)를 거쳐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와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되는 니가타와의 경계인 오아시라쯔 해변까지 무려 150㎞를 걷습니다.

 당시 산행팀은 일본 근대 알피니즘의 발상지인 가미코지에서 출발, 가라사와산장에서 1박을 한 후 오쿠호타카다케를 거쳐 가미코지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했습니다. 도상거리  27㎞죠.

 첫 11㎞ 정도는 계곡을 따라 임도 수준의 숲터널을 걷습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빙하 녹은 물은 흐르는 계류에는 천연기념물인 이와나(岩魚)가 물살을 가르고, 새끼를 등에 태운 일본원숭이가 이리저리 뛰어놉니다.
 산장 또한 정확하게 45분 간격으로 잇따라 나타나 이방인 맞습니다. 묘우진칸, 도쿠사와, 요오코 산장입니다. 묘우진칸과 요오코 산장은 평범하지만 도쿠사와 산장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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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캠퍼스를 연상시키는 도쿠사와 산장. 소설 '빙벽'의 배경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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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쿠사와 산장 주변에는 일본원숭이가 자주 보인다.

 첫 인상이 대학 캠퍼스 그 자체였습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이유가 있었습니다. 도쿠사와 산장은 북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빙벽'의 주무대로, 아름드리 노거수 아래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가 연상됩니다.
 지난 1980년 출간된 소설 '빙벽'은 일본을 떠들석하게 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등산연애소설. 친구간의 우정과 한 여성에 대한 삼각관계 그리고 대자연과 도시의 어지러운 발걸음을 교차시키며 전개되는 산사나이들간의 드라미틱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이 소설이 출판되면서 당시 많은 일본인들이 북알프스의 이곳 도쿠사와 산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전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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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미코지(上高地)로 하산하는 도중 만나는 풍혈. 등산로 상의 작은 돌틈 사이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데다 안내판까지 있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일본이 자랑하는 북알프스에도 풍혈이 있습니다. 중부산악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비경지대로 손꼽히는 북알프스는 일본열도의 중앙부에 거의 남북으로 뻗어 있는데다 3000m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돼 있어 '일본의 지붕'으로 불립니다.
 북알프스의 일반적인 들머리는가미코지(上高地,1523m). 일본근대 알피니즘의 발상지인 가미코지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명소로 최근 일본 NHK가 선정한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명승지 100선 중 7위를 차지할 만큼 경관이 빼어난 곳입니다.

 북알프스의 풍혈은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3190m)를 지나 주타로신도와 다케시와 산장을 거쳐 가미코지로 하산하는 도중에 만날 수 있다. 풍혈에서 가미코지까진 대략 1시간 정도 걸립니다.
 
 하산 도중의 숲길의 작은 돌틈 사이에 찬바람이 나와 산꾼들은 반드시 여기서 땀을 식히고 내려갑니다. 한자로 '風穴'이라 적힌 안내판이 있어 놓치기도 어렵습니다.
 
 풍혈로 유명한 경북 의성의 빙계계곡의 풍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찬바람이 아주 시원하답니다.
 
 화산섬, 지진지대 그래서 온천이 떠오르는 일본에서의 풍혈은 한마디로 예상밖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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