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산외면 칠탄산~산성산 종주 산행 
율전리 활성2교, 리더스CC 입구 출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호젓한 산길 이어져
해발고도 400m대…찾는 이 거의 없어 한적
산성산 정상에선 밀양강 굽이굽이 한눈에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는 경북 청도 신도마을. 경부선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수십개의 초록색 새마을기가 휘날리는 마을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신도마을에서 새마을 운동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걱정이 하나 앞섰다. 예부터 내려오는 양반고을의 반대에 대한 우려였다. 전국 각 지역으로 보급하기 전에 시범지역, 다시말해 지독한 양반고을을 선정해 과연 새마을 운동이 양반고을까지 통할 수 있을까 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지금의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 다원마을이었다. 연극인 손숙 씨의 고향이자 일직 손씨 집성촌이다. 일직 손씨 5현을 모신 혜산서원과 문화재로 지정된 일직 손씨 고택들이 모여 있고 마을 곳곳에는 아름드리 노송과 수백년된 차나무 등이 고풍스러움을 보여주는, 양반고을의 전형인 이곳에서 새마을 운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자 박 대통령은 자신감을 갖고 전국으로 추진하게 됐던 것이다.

밀양시가지에선 '한 일(一)'자로 보여 일자산이라 불리는 산성산 정상 인근 정자 앞에 서면 삼문동을 감싸고 있는 밀양강의 물굽이와 종남산 옥교산 화악산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올해의 마지막 산행지는 밀양 산외면 칠탄산~산성산. 뜬금없이 새마을 운동을 언급한 것은 산행 기점이 되는 버스정류장이 바로 '다원마을'이기 때문이다. 칠탄산~산성산은 다원마을을 품은 뒷산이 아니라 동천을 사이에 두고 정면으로 보이는 앞산이다.

산행 중에는 산외면 다원마을이 발아래 훤히 내려다보이고, 특히 산행 말미 산성산 정상에서는 밀양의 물돌이마을로 불리며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삼문동과 밀양의 자랑 영남루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코스이다. 그러고 보니 밀양강을 기준으로 종남산과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밀양사람들도 잘 모르는, 무명의 칠탄산~산성산은 아직 윤기가 남아 있는 낙엽융단길이 산행 내내 펼쳐지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올 한해를 차분히 마무리할 수 있는 산행지로 그래서 제격이다.

다만 산성산에선 밀양시민들을 제법 만날 수 있다. 일자봉으로도 불리는 산성산의 경우 밀양시내에서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해발고도는 기껏해야 400m대. 높지도, 멀지도, 힘들지도 않은 데다 그렇다고 붐비지도 않는 산이다. 굴곡 또한 크게 없어 그리 힘들지도 않다.

산행은 산외면 다원버스정류장~율전리 활성2교(리더스CC 입구)~잇단 일직 손씨묘~칠탄산(495m)~여양 진씨묘~구서원고개~임도~주능선(만어산·산성산 갈림길)~삼각점~자시산성터~임도(멍에실 갈림길)~산성산(391m)~여주 이씨묘~활성강변집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전체적으로 편안한 산길이지만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이 나오니 노란 국제신문 리본을 꼼꼼히 확인하길 바란다.


들머리는 밀양강의 지류인 동천변에 위치한 산외면 활성동 리더스CC 입구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대형 안내탑과 불과 4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활성2교를 바라보고 10시 방향으로 칠탄산, 2시 방향으로 산성산이 보인다. 하지만 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산줄기가 꽤 돼 여정이 예상외로 길다.

동천을 가로지르는 활성2교를 건너면 정면으로 리더스CC 안내탑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산행 들머리가 열려 있어 바로 산으로 오른다. 초입은 솔가리가 푹신푹신한 송림길이다. 오랜 기간 인적이 드물어 자연 그대로의 거친 맛이 느껴진다. 주변으로 배롱나무가 눈에 띄는 묘지 2기를 지나 지그재그 낙엽융단길을 오르면 첫 전망대바위. 나무에 가려 동천 주변 이외에는 뚜렷하게 보이는 게 없다.

산행 초입 만나는 전망대.
칠탄산 산행 도중, 사진 위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동천과 왼쪽 나목에 가려진 다원마을. 다원마을은 연극인 손숙의 고향이다.
 
이어지는 산길. 일직 손씨묘를 잇따라 지난다. 30분 뒤 크고 작은 바위가 어울려 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발아래 동천과 비닐하우스 뒤로 산외면소재지와 다원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꾀꼬리봉 중산 용암산, 그 우측으로 승학산과 정각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전 햇살이 송림 사이로 새어 나와 비춰주는 편안한 소로를 한동안 걸으면 차츰 경사가 심해지는 지그재그길이 기다린다. 7~8분쯤 힘겹게 올라오면 숨고르기를 하라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오래 전 태풍으로 인해 쓰러진 듯한 나무를 지나면 순간 안내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칠탄산 정상이다. 들머리에서 70분. 정상석과 이곳이 정상이라는 그 어떤 표식이 없다. 조망 또한 없다.

직진하며 내려선다. 정상을 벗어나면 이전 송림 위주의 수목 대신 신기하리만치 활엽수의 앙상한 가지가 보이며 발밑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마치 다른 산을 걷는 기분이다.

이 구간은 주변엔 나무가 쓰러져 있는 데다 길이 일순간 사라져 아무 생각없이 가다간 좌측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유의하길. 길은 차츰 우측으로 휜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쯤 우측으로 묘지가 보인다.

보석같은 푹신한 송림길이 이어진다. 이번엔 무명봉을 오르지 않고 좌측으로 에돌아 떨어진다. 이장한 묘지를 지나 정면 철탑이 서 있는 만어산을 확인하다 보면 사거리인 구서원고개에 닿는다. 우측 산외면 활성2리, 좌측은 단장면 법흥리, 산행팀은 직진한다. 곧 길찾기에 유의할 갈림길을 만난다. 반듯한 우측 대신 능선으로 오르기 위해 좌측으로 올라선다. 가시덤불이 발걸음을 힘겹게 하는 비교적 거친 길이다.

9분 뒤 임도. 바로 가로질러 직진한다. 주변에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마른 억새가 보인다. 150m쯤 너른 길을 직진하면 정면 곡각지점에 산길이 열려 있다. 송림길이다. 곧 갈림길. 좌측 무덤 대신 우측으로 향한다. 연이은 갈래길. 내려가는 우측 대신 이번엔 좌측으로 오른다. 시야가 확 트이는 숲길이다. 얼핏 길이 없어 보이나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면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오솔길이 솔가리와 낙엽에 덮여 희미하게 보인다. 여전히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10분 뒤 거의 다 올라 왼쪽으로 꺾어 오르면 능선에 닿는다. 좌측은 만어산, 우측은 산성산 방향이다. 만어산이 훨씬 더 가까워 이 지점은 만어산 자락인 셈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능선이 만어산과 만어령을 지나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영축지맥이다.

이제 우측 산성산을 향한다. 3분 뒤 만나는 묘지에서 뒤돌아보면 저멀리 만어산과 산행팀이 방금까지 지나온 코스가 확인된다.

한 굽이 올라서면 무명봉. 이때부터 편안한 송림길이 이어진다. 우측으로 칠탄산이 보이고 몇 걸음 더 나아가면 숲 사이로 리더스CC가 시야에 들어온다. 5분쯤 더 가면 2시 방향으로 비로소 산성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보다 아주 멀리 있다.

10여 분 뒤 삼각점봉을 지나면 내리막길. 비록 300m대의 능선길이지만 오르락내리락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변엔 과거 산불이 난 흔적도 보인다. 이렇게 30분쯤 걷다 보면 우측으로 능선길이 휘면서 내려선다.

자시산성터.

일종의 안부인 억새길도 통과한다. 10여 분 뒤 자시산성터. 밀양시에선 '한 일(一)'자로 보여 일자봉으로 불리지만 공식명칭이 산성산으로 불리게 된 이유이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돌무더기가 비탈면에 널브러져 있는 수준이다. 주변에 유난히 쓰러진 나무가 많이 눈에 띈다.

몇 걸음 더 나아가면 시야가 트이며 오늘 산행한 코스가 한눈에 펼쳐진다. 좌측 칠탄산, 우측 철탑이 서 있는 만어산이 확인되고, 만어산에서 갈라져 나온 능선까지 확인 가능하다. 5분 뒤 11시 방향으로 산성산이 비로소 확인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젠 내리막길. 낙엽 깔린 돌길이라 조심해야 한다. 6분쯤 뒤 안부인 임도에 내려선다. 왼쪽 가곡동 멍에실 방향, 산행팀은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앞서 온 산길과 확연히 구분된다. 가지치기가 잘 된 늘씬한 소나무가 각선미를 자랑하고 있고 산길 주변은 국립공원처럼 깔끔하다. 밀양시에서 쉬이 접근이 가능해 시민들의 산책로로 가꾸어졌기 때문이다.

15분 뒤 일자봉이라 적힌 표지목이 서 있는 갈림길. 왼쪽 정상으로 가지 않고 시내 용두목으로 가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올라선다.

밀양시내에서 보면 '한 일(一)자'로 보여 일자산이라 불리는 산성산 정상.  그 산성이름이 자시산성이다.

솔향기 그윽한 산성산 송림.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9분이면 커다란 정상석이 우뚝 서 있는 산성산에 올라선다. 정상에서 산행기점인 활성2교가 보인다. 5분 뒤엔 돌탑과 정자가 서 있는 암봉 위에 올라선다. 좌측으론 삼문동을 감싸고 있는 밀양강의 물굽이와 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영남루, 그 건너편으로 종남산이 보인다. 정면으론 옥교산과 그 우측 화악산이, 정자 왼쪽 뒤로 비학산, 우측 뒤로 보두산 낙화산 중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발아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달린다. 좌측 발아래 밀양강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밀양시민들이 즐겨 애용하는 산길이다.

하산은 정자 뒤로 직진한다. 이정표 상의 '강마을민속촌' 방향이다. 하산길 입구에 밀양 박씨묘가 있다. 20분쯤 뒤 발아래 동천이 보이고, 여기서 여주 이씨묘와 노란 물탱크를 지나면 산을 벗어난다. 식당인 '활성강변집'이 날머리다. 여기서 동천을 따라 새로 포장된 길을 따라 25분쯤 걸으면 들머리와 만난다.

산을 벗어나기 직전 내려다본 동천. 사진 상의 우측 봉우리가 산행팀이 지나온 칠탄산이다.

◆ 떠나기 전에
- 산행 후 다원마을 혜산서원 둘러보길

우스갯소리 하나.
밀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양반고을인 안동을 보고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고을이다. 해서, 밀양을 '웃을 소(笑)' 자를 써 '笑안동'이라 부른다. 사정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안동은 퇴계 이황 배출 이후 비로소 양반고을로 이름을 올렸지만 밀양은 조선 성리학의 계보로 볼 때 퇴계의 증조부쯤 되는 점필재 김종직의 고향으로 시기적으로 앞선다. 여기에 퇴계가 생을 마감한 후 수백 명의 선비가 구심체를 잃어 동요할 때 당시 예안 현감이던 밀양 출신의 추천 손영재가 고향의 옥답을 팔아 도산서당 뒤에 도산서원을 지어 양반고을의 명맥을 잇게 했다.

이런 속사정이 있었기에 안동사람들도 '밀양=笑안동'을 인정하고 있다.

산행 후엔 일직 손 씨의 집성촌이자 밀양의 대표적 양반고을인 산외면 다죽리 다원마을의 혜산서원을 둘러보자. 세조의 횡포에 분개하여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학문에만 열중한 일직 손씨 5현을 모신 곳이다. 600년 된 차나무의 그루터기가 있고 그 나무의 가지에서 자란 차나무가 어른 키보다 크다.

산성산 정상 인근에서 바라보는 물도리마을인 삼문동은 반대편인 종남산에서 바라보는 풍광만큼 아름답다.

또 한 가지. 날머리 '활성강변집'(010-8355-1402)은 닭백숙 오리불고기 매운탕 등을 잘 한다. 예약할 경우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맛볼 수 있다. 들머리까지 태워주기도 한다.

◆ 교통편 - 신대구부산 고속도 밀양IC로 나와 울산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주말에는 오전 9시40분과 오전 10시20분에도 있다. 1시간 소요. 4000원. 들머리인 산외면 활성2동은 밀양터미널에서 남명리 얼음골행 및 표충사행 어떤 버스를 타도 다원마을에 정차한다. 얼음골행은 오전 7시, 8시, 9시5분, 9시35분, 10시40분, 표충사행은 오전 7시35분, 8시45분, 9시10분, 10시10분에 있다. 1100원. 다원정류장에선 하차한 후 버스진행 방향으로 직진하면 '율전 구서원 또는 리더스CC'를 가리키는 팻말을 따라가면 된다. 20분쯤 걸린다. 날머리 활성1동 마을회관에선 새마을버스를 타고 옛 시청 앞에서 내린다. 오후 3시40분, 5시40분, 6시20분(막차). 1000원. 옛 시청 앞에선 밀양터미널 혹은 밀양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수시로 있다. 밀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에 출발한다. 활성1동 마을회관은 날머리 '활성강변집'을 지나 도로로 내려가지 않고 구릉길을 따라 4분쯤 걸으면 만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금천리 용평~굴다리 통과~(이후 리더스CC 팻말 따라 가면 됨)~금천리 남기리 용평 방향 좌회전~신동국밥, 금천마트 지나~화동 표지석~용평 용활 방향 좌회전~동천변 활성2교 인근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산행대장=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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