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봉 등 8개봉 천년고찰 대흥사 병풍처럼 감싸
일지암 샘물은 초의선사 다도 비법 그대로 녹아
가파른 암릉길 아래 펼쳐진 다도해는 한폭 그림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 오른쪽부터 두륜봉 만일재 가련봉 노승봉(능허대).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면 부처님이 누운듯한 와상(臥像)의 형상을 하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1박2일'팀은 지난해말 전남 해남 유선관을 찾아 촬영한 후 유선관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서산대사 사명대사 초의선사 등 고승들이 주석한 두륜산 대흥사를 빠뜨리고 이 보다 훨씬 먼 두륜산 집단시설지구에 위치한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고계봉에 올라 다도해와 두륜산줄기를 감상하고 내려갔다. 매우 한마디로 아쉬웠다.
 두륜산에는 초의선사가 40여 년 동안 다선일여 사상을 생활화하며 꾸민 일종의 다원인 일지암과 나라에 변고가 생겼을 때 땀을 흘렸다고 전해오는 북(미륵)암의 마애여래좌상, 그리고 경내에 서산대사를 모신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 입구의 부도전 등 볼거리와 그 안에 숨어 있는 일화가 무궁무진해 하루 반나절을 돌아도 못 볼 정도이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고계봉을 오르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는 하지 않겠지만 두륜산을 찾은 관광객 중 열에 여덟, 아홉은 아마도 케이블카 대신 두륜산 대흥사를 우선 관람한다. 
 '1박2일'팀이 놓친 두륜산을 산행하며 둘러본 볼거리를 늦었지만 챙겨본다. 참 지금 이곳을 찾으면 경내 주변에 아마도 동백이 만개했을 것이다. 
 지난해말 '1박2일'팀의 유선관 관련해 올린 글을 아래에 트랙백해놓았다. 참고하시길.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도 해남땅의 두륜산.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경구가 어쩌면 이 시점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에서다.

두륜산이란 이름은 백두산(白頭山)의 `두'자와 중국 곤륜(崑崙)산맥의 `륜'자의 조합. 이 속에는 중국 곤륜산맥의 줄기가 동으로 흘러 백두산을 솟구쳤고, 그 맥이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거쳐 이곳 해남땅까지 이어져 왔음을 의미한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제법 만만찮은 암봉이다.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이라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 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산 위에 올라 걷는 맛도 괜찮다.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은 한 장면도 놓치기 아까운 한 폭의 그림같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를 품안에 안고 있다는 점. 대흥사는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관광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주봉인 가련봉을 비롯, 노승봉(능허대) 두륜봉 고계봉 도솔봉 혈망봉 등 8개의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종주코스보다 대흥사에서 출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적합하다. 대흥사~표충사~동국선원(대광명전)~일지암~만일재(헬기장)~구름다리~두륜봉~만일재~가련봉~노승봉(능허대)~헬기장~오심재(헬기장)~북암~대흥사.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힘들지 않다.


승용차가 경내까지 들어가지만 매표소를 지나면 만나는 옛 주차장에 차를 세워 산행을 시작하자. 핏빛 동백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이나마 만끽하기 위해서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대흥사 경내. 정면 저 멀리 암봉이 절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우측에서부터 두륜봉 가련봉 노승봉. 전체 실루엣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경내 연못인 무염지 앞의 등산로 팻말을 따라 간다. 서산대사를 기리기 위한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와 동국선원을 지나면 첫 갈림길. 왼쪽은 북암, 산행팀은 오른쪽 일지암 방향으로 간다. 300m 거리인 일지암 가는 길은 의외로 급경사길. 일지암은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이다.
`일지암'이라 적힌 편액이 걸린 초가 뒤편에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다산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 일지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일지암을 지나 동백숲을 3분쯤 걸으면 두륜봉 가는 길과 만난다. 이후 30분에 걸쳐 세 번의 갈림길을 만난다. 모두 두륜봉 방향으로 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만일재까지는 10여 분. 헬기장인 만일재에 서면 정면으로 해남벌판과 바다 건너 완도땅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만일재의 우측은 두륜봉, 왼쪽은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두륜봉에 다녀온 후 가련봉 쪽으로 향한다.
두륜봉으로 가는 길은 만만찮다. 암봉 우측으로 에돌아 뒤쪽으로 오른다. 가파른 벼랑이라 쇠난간길과 돌계단의 오르내림, 그리고 철계단과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명물인 구름다리도 만난다. 자연석이 이뤄 놓은 이 다리는 무지개형이라 일명 홍교(虹橋)라 불리지만 얼핏 보면 코끼리 코를 닮았다. 직접 올라갈 수도 있다.
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구름다리. 자연석인 구름다리는 얼핏 코끼리 코를 닮았다.

두륜봉(630m)까지는 대략 20분. 제법 너른 암반인 정상에 서면 남해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뭇섬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완도 숙승봉을 너머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만일재에서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거친 암봉들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며 다도해의 절경과 해남의 전체 산줄기를 감상하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바위와 이웃 바위를 이어주는 쇠밧줄과 쇠손잡이, 쇠발받침대에 의지하지 않으면 전진이 좀체 안되는 꽤 험난한 코스이다. 손잡이와 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쇠손잡이와 쇠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있어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아뿔사! 정상인줄 알고 힘겹게 오른 첫 암봉은 정상이 아니었다. 바로 옆 암봉이란다.
마침내 가련봉 정상(703m). 만일재에서 30분 소요. 눈 앞의 노승봉 뒤로 암봉인 주작산과 덕룡산, 그 뒤로 백련사를 품은 강진의 만덕산, 그 우측으로 장흥 천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흥사는 왼쪽 저 멀리 미니어처마냥 조그맣게 보인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어가는 바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슬아슬한 암릉의 연속. 능허대라 불리는 노승봉(685m)까지는 15분. 40명쯤 너끈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넓다. 정면에 보이는 헬기장이 오심재이고 그 우측 숲 사이로 보이는 도로 부분이 오소재이다. 오소재를 기준으로 왼쪽은 해남, 오른쪽은 완도땅이다. 이 오소재도 흔히 산행기점으로 애용된다.

하산은 능허대 뒤 절벽을 돌아 내려선다. 바위가 만들어 놓은 좁은 터널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난코스를 통과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오솔길. 너무 힘든 코스를 지나서인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작은 헬기장을 지나면 역시 헬기장인 오심재. 산행은 거의 막바지. 왼쪽으로 10분쯤 오솔길을 여유있게 걸으면 북암.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심하게 땀을 흘린다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48호)을 빠뜨리지 말자. 계단을 내려와 대웅전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북암의 마애여래좌상.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고 전해온다.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산죽길과 너덜길을 잇따라 지나면 일지암과 북암으로 갈리는 갈림길. 산행 중 만난 첫 갈림길이다. 여기서 대흥사 경내까지 10분, 경내에서 옛 주차장까지도 역시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고계봉~오심재 산길 폐쇄, 인근까지 케이블카

두륜산에는 2003년부터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두륜산 집단시설지구 유스호스텔 입구에서 출발, 고계봉 인근에서 내린다. 정확인 1.6㎞. 내린 지점에서 고계봉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정상엔 전망대 건물이 서 있다. 산행 중 능선상에 나란히 보였던 두 개의 건물이 바로 전망대와 케이블카 탑승장이었던 셈이다. 최근 강호동의 '1박2일'팀에서 소개됐던 곳이 바로 여기다.

 왕복 8000원. 편도요금을 물어보니 왕복뿐이란다. 고계봉에서 오심재로 이어지는 산길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영구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부산서 두륜산 입구까지는 간단한 아침 요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4시간3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1박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독특한 숙소를 하나 소개한다. 

 대흥사 입구 유선관(061-534-3692). 이곳은 400년 전부터 대흥사를 찾는 수행승이나 신도들의 객사로 사용된 전통 한옥. 오래 전 대흥사 초입까지 들어와 있던 상점 여관 식당들이 저 아래쪽 주차장 밖으로 철거될 때도 운좋게 제외됐다. 추측컨데 누가 봐도 허물기 아깝웠으리라.
 지금의 유선관은 지난 2000년 해남 출신의 윤재영 씨가 인수, 마당을 넓히고 온돌방을 보일러 시설로 바꿨다. 유홍준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에 나오는 진도개 '노랑이' 시절은 윤 씨가 인수하기 전 내용이다.

두륜산 대흥사 입구 유선관. 대흥사와 불과 300m 떨어져 있다.

객실은 모두 해봐야 10개. 2인실 3만, 4인실 6만, 6인실 12만 원. 저녁식사는 손님이 원하면 해준다. 맛깔스러운 한정식 상차림이다. 1인당 1만 원, 아침은 1인당 7000원.
 방에는 TV도 없고 욕실과 화장실도 마당 한 쪽에 위치해 불편하다. 마루에 공동 청취용 TV 한 대가 있는데 지금은 이 마저도 고장났단다.
 창호문과 뒷마당의 장독대 그리고 집 뒤로 흐르는 계곡의 운치가 찾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여기에 새벽이면 인접한 대흥사에서 들려오는 도량석과 새벽 예불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애초 산행팀은 대흥사에서 출발, 일지암~북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을 거쳐 진불암 쪽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를 타려고 했었다. 이 코스는 가장 널리 애용되는 산길. 문제는 시간이었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 부지런히 달렸지만 대흥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간단한 아침 요기를 포함, 무려 4시간30분 정도 걸렸다.   

 또 한가지. 산행팀은 첫 갈림길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초의선사의 일지암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후 북암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참 가서야 북암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이미 시간은 제법 흐른 상태.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는 짧아 오후 5시쯤이면 어두워지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산행팀은 두륜봉으로 올라 만일재로 되돌아온 후 가련봉 노승봉 오심재 북암으로 내려오는 역순을 택했다. 결과론이지만 시간은 제법 남았다. 초행자의 기우였던 셈.

# 교통편 - 목포~해남~대흥사 이동…버스 당일치기 불가능

 부산에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진도 해남(호산삼거리) 직진~두륜산 대흥사~경찰서 진도 완도~대흥사 827번 좌회전~대흥사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터미널~목포공용터미널~해남터미널~대흥사 순으로 이동해야 한다.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기맥 종착지 암봉
'남도의 금강산' 산 전체가 수석전시장
   
 
해남 달마산(達摩山·481m)은 생김새가 참으로 독특하다.
산으로 접근하기 위한 도로변 먼 발치에서도 그렇고 책상머리에 앉아 개념도를 봐도 주능선이 일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다. 그 길이가 무려 8㎞. 여기에 주능선 양쪽으로 짧고도 촘촘한 지능선이 바다를 향해 달린다. 영락없는 지네 형상이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 모양새를 좀 더 살펴보자.

흔히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은 능선 전체에 울퉁불퉁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거대한 수석전시장을 연상시킨다.

암봉에서 만난 해남의 한 산꾼은 "조물주가 금강산 만물상 조성때 배치의 묘를 연습한 뒤 달마산에서 무르익은 기교를 맘껏 부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과장이 엄청 섞인 코멘트였지만 그렇다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명은 아닌 듯했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아름다운 사찰 미황사. 단청없는 대웅보전 잘 어울린다.

여기에다 달마산은 금강산이 보유하지 못한 환상적인 조망을 갖췄다. 산행 내내 발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광은 달마산이 왜 이토록 소리소문없이 산꾼들이 한번쯤 '가고픈 산행지'로 꼽히는지 잘 알려준다.

 사실 국토 최남단 해남땅을 대표하는 산은 대흥사를 품안에 안은 두륜산이지만 그 품새나 산행 재미는 달음산이 으뜸이라는 게 이곳 산꾼들의 귀띔이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두륜봉 가련봉 노승봉 등의 암봉이 부채살 모양으로 퍼져 있어 어디로 오르든 원점회귀가 가능하지만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달마산은 그렇지 못하다. 달마산은 일자능선의 남쪽 중간지점에 위치한 미황사에서 올라 북진, 송촌마을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달마산은 땅끝기맥의 사실상 종착역. 백두대간이 남으로 뻗어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다 월출산을 빚고 힘에 부쳐 잠시 낮게 흐른 뒤 강진 해남땅에서 다시 솟구친다. 땅끝기맥은 강진 덕룡산을 기점으로 남으로 주작산과 해남의 두륜산 달마산을 거쳐 땅끝마을 전망대가 위치한 해발 122m의 사자봉에서 그 소임을 다하고 바다로 뛰어드는 산줄기이다. 땅끝마을이 한반도 최남단의 육지라면 달마산은 사실상 산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사자봉을 제외한 한반도 최남단 끄트머리에 위치한 봉우리인셈이다.

산행 초입에서 내려다본 미황사.
고도를 좀 더 높인 지점에서 바라본 미황사와 다도해의 풍광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행은 미황사 주차장~주능선(문바위)~문바위재~정상(불썬봉)~바람재~임도~달마산 산행도~송촌마을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능선에 올라 북쪽(왼쪽)으로 계속 직진만 하면 되니까.

 산행에 앞서 미황사에서 달마산을 먼저 감상하자. 단청을 하지 않아 한결 운치있어 보이는 대웅전과 기기묘묘한 바위능선과의 조화는 정녕 한 폭의 동양화에 비길 만하다. 대웅전 가는 길에 만나는 동백나무 숲도 일품이다. 고창 선운사의 동백과 비교해도 전혀 뒤질게 없지만 꽃송이가 약간 적다는게 흠이라면 흠.
  
산행은 대웅전에서 다시 내려와 주차장에서 절로 향하는 곡각지점에 '등산로, 부도암'이라 적힌 팻말을 보고 시작한다. 행여나 곡각지점을 지나 동백나무 숲 아래에 적힌 '등산로' 이정표를 보고 길을 잡는 일은 없도록 하자. 물론 이 길도 달마산으로 가지만 몹시 험하다는 것이 지역 산꾼들의 설명.

산행 내내 이같은 기암괴석을 넘거나 에돌러 가야 한다.

허리를 숙이고 일명 개구멍을 통과하는 것도 여러 차례다.

          
           달마산 주능선 바라본 기암괴석의 위용. 저 멀리 뾰족 튀어나온 부분이 상봉인 불썬봉에
              위치한 봉수대이다.
 
달마산 정상 불썬봉. 전라도 사투리로 불을 켰던(썼던) 봉으로, 과거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조망 또한 압권이다. 발아래 미황사가 미니어처처럼 보이고 저 멀리 다도해의 물결이 출렁이는 듯하다.

나무다리를 건너 숲으로 향한다. 핏빛 꽃봉오리가 길가에 널려있다. 지는 모습이 필 때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난다. 숲을 빠져나와 길을 건너 다시 숲으로 오른다. 역시 '등산로' 이정표가 걸려있다.

오르막길이지만 산죽과 억새 낙엽 동백 나무넝쿨이 적당히 조화를 이뤄 정감이 가는 숲길이다. 25분쯤 뒤 얼핏 40m쯤 되는 암봉 밑에 다다른다. 위험한 만큼 등로에 밧줄이 쳐져 있다. 동시에 나목 사이로 다도해가 펼쳐진다.

이제부터 서서히 고행의 길. 바위를 타고 오르거나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른 길이 기다린다. 마침내 주능선. 문바위다. 들머리에서 40분 거리. 문바위라는 명칭은 양쪽 거대 암봉이 커다란 석문처럼 서있는데서 붙여진 것으로 짐작된다.

왼쪽은 상봉인 불썬봉, 오른쪽은 도솔봉, 큰금샘 방향. 왼쪽으로 간다. 눈앞에 암봉이 가로막고 있어 뒤로 에돌아간다. 늘 그러하듯 암봉을 살짝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경사 내리막길이 바닥 끝가지 이어진다. 밧줄도 타고 철계단도 내려선다.

산행 중 만난 지역 산꾼은 "조물주가 금강산 만물상 조성때 배치의 묘를 연습한 뒤 달마산에서 무르익은 기교를 맘껏 부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과장이 엄청 섞인 코멘트였지만 그렇다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명은 아닌 듯했다.

오르막길도 험하기는 마찬가지. 허리를 숙이고 일명 개구멍을 통과하는 것도 여러 차례. 정신없이 밧줄을 타고 내려서면 문바위재.

이렇게 크고 작은 암봉을 오르내리면 돌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봉인 불썬봉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불을 켰던(썼던) 봉으로, 과거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조망 또한 압권이다. 발아래 미황사가 미니어처처럼 보이고 저 멀리 다도해의 물결이 출렁이는 듯하다.

정면 북쪽으로 노승봉 고계봉 등 두륜산 암봉들이, 뒤로 고개를 돌리면 송신탑이 서있는 도솔봉이, 강진만 바다 건너 우측 동쪽으론 완도의 상황봉과 백운봉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길은 마른 억새와 산죽이 쭉 기다린다. 기암괴석은 여전하지만 능선길 옆 장식용으로 그 위용을 뽐낼 뿐 가로막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암봉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한 두번 정도는 길을 막아 에돌아야 한다. 길 옆에는 또 한 번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바위들이 도열해 있다. 뾰족, 네모, 세모, 포갠바위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바위 형태를 볼 수 있다.

이제부터 길은 일사천리. 좁은 산죽길과 오솔길을 지나면 바람재. 이곳을 통과하면 이번 산행 중 처음으로 고민해야 할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한다. 사실 취재팀은 왼쪽으로 가다 길이 심상치 않아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후 하산하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발견, 결국 발길을 돌린 왼쪽 길이 맞았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갈림길에서 5분 뒤 임도. 지도상의 작은 딱골재다. 20여분 뒤 달마산 안내도가 서있는 우측 숲길로 간다. 작은 개울을 건너 한적한 오솔길을 잠시 걸으면 다시 달마산 안내도. 여기서 송촌마을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임도에서는 55분 소요된다.

달마산을 벗어나 도로에서 본 달마산.

# 떠나기전에 - 아름다운 사찰 미황사, 동·서 부도전 등 볼 것 많아
 
미황사는 지금 동백이 한창이다. 숲의 전체 규모는 고창 선운사의 그것과 비할 바가 못되지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크기는 비슷하다. 천연기념물인 선운사의 동백숲은 철제 펜스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미황사 동백숲은 출입제한이 없어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미황사에서 놓쳐선 안될 곳은 동·서 부도전. 물고기 게 문어 거북이 등 다른 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동부도전과 서부도전은 50m 정도 떨어져 있다.

원래 달마산 산행은 남쪽 끝단인 도솔봉에서 송촌마을로 가는 7시간 이상 걸리는 종주코스가 있다. 하지만 부산서 아침 일찍 출발해도 당일치기는 사실상 힘들다. 해가 긴 여름에는 가능할 것 같다.

# 교통편- 남해고속도로 순천IC로 나와야

부산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해남읍~13번 국도 타고 완도 방향~미황사 순. 해남읍에서 약 35분 걸린다.

날머리 송촌마을에서 미황사 주차장까지는 대략 5㎞.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현산 월송택시 (061)536(537)-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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