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좀 봐, 흥에 겨운 봄이 저혼자 불타오르네
주차장 원점회귀 4시간 코스 가족산행 해볼만

전국 최고의 철쭉산으로 불리는 제암산.
5월의 장흥 제암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만산홍화'이다.
아저씨들도 철쭉 탐승 대열에 빠지지 않는다.
철쭉이 기대 이상이었는지 탐승객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다.

'아!'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외마디 탄성을 내뱉고는 그저 넋을 놓고 말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명한 철쭉 군락지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부산서 동창생들과 함께 왔다는 주부 김성희(48)씨는 “차로 3시간이나 걸려 짜증이 약간 났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말끔히 가셨다"며 “혼자 보기 아까워 가족들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한번 더 와야겠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전남 장흥과 보성의 경계에 우뚝 솟은 제암산(帝岩山·807m)은 매년 5월 초만 되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60만 평의 아름다운 진분홍 철쭉 군락지 때문이다.

지금 제암산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붉은 기운이 눈에 띌 정도로 온 산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산꾼들을 유혹한다. 가히 절정 그 자체다.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산으로는 제암산을 비롯해 지리산 바래봉과 세석평전, 덕유산, 합천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남원 봉화산 등이 손꼽힌다. 제암산은 남도 끝자락에 위치, 바다 건너 불어오는 훈풍을 받아 개화시기가 가장 빠르고 군락지 규모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웃한 사자봉 일림산까지 포함하면 장장 6~7㎞ 정도 능선 주위로 좌우 너비가 길게는 200m에 이르는 야생철쭉이 밀집해 장관을 이룬다.
만개한 철쭉이 한 줄기 바람에 흔들려 꽃물결의 장관을 펼쳐 보이기라도 하면 눈이 부셔 차라리 눈물이 날 정도다. 이른 봄 산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화려하고 발랄한 진달래와는 달리 그 모습을 조용히 드러내는 철쭉은 고고함과 안정감이 묻어난다. 신라 성덕왕때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향하던 수로부인이 천 길 낭떠러지에 활짝 핀 꽃을 탐내자 마침 그 곳을 지나던 노인이 그 꽃과 함께 향가 `헌화가'를 바쳤다. 그 꽃이 바로 철쭉이다.

산행은 장흥 신기마을 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제암산 매원농장~(세 번의 임도산길 반복)~간재~잇단 헬기장~곰재산~곰재~돌탑 삼거리~제암산 정상(임금바위)~돌탑 삼거리~촛대바위~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대략 4시간 걸린다. 산행로와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고 길도 험하지 않다.


보성에서 장흥으로 향하는 국도 2호선 감나무재에서 출발하는 7시간 정도의 종주코스도 있다. 하지만 들머리와 날머리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가이드산악회와 동행하지 않는 한 부산서는 사실상 당일치기는 벅차다.

제암산으로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주차장에서 곧바로 보이는 임도를 따라 오르거나,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공원묘지를 지나 제암산으로 향하는 방법이 그것. 하지만 후자는 워낙 산길이 가팔라 하산길로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갈 깔린 임도를 따라 `철쭉 군락지' 이정표를 보고 25분 정도 오르면 `유치자연휴양림'이라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산길, 왼쪽은 임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산길은 지름길이고 임도는 둘러가는 길. 결국 제암산(간재 방향)으로 향하는 본격 산길 입구에서 만난다. 이곳에서 철쭉군락이 사실상 시작되는 간재까지는 0.5㎞. 주차장에서 간재까지는 50분.

간재는 제암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오른쪽 사자산으로 가는 길은 버리고 왼쪽 곰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철쭉 군락지의 백미는 간재에서 곰재까지의 약 1.5㎞ 능선 구간. 50년생 이상의 철쭉 10여 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얼핏 보면 진홍색 물감을 능선 전체에 뿌려놓은 듯하다.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

잇단 헬기장과 제암산 철쭉제단을 지나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곰재산. 간간이 보이는 소나무와 기암괴석, 그리고 철쭉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곰재산을 넘어서면 곧이어 곰재. 네 갈래 길이 기다린다. 직진하면 제암산, 오른쪽은 자연휴양림, 왼쪽은 들머리인 공원묘지로 이어진다. 곰재에서 돌탑이 있는 형제바위 삼거리까지 30여 분 동안은 극심한 된비알. 지금까지의 구간과 달리 숲이 우거져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오른쪽은 제암산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은 제암산 정상을 거쳐 다시 돌아나와 하산하는 코스.

등산안내도의 색상 또한 무척 화려하다.

제암산으로 향하는 이 구간은 철쭉도 물론 있지만 원래 억새 군락지. 지금은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있지만 늦가을 억새산행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헬기장을 지나 7분쯤 오르면 마침내 정상인 임금바위 아래에 닿는다. 임금바위는 사방의 바위들이 마치 신하들이 임금을 향해 엎드려 절하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바위절벽인 임금바위는 오르기 힘들 것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잡고 오를만한 턱이 있어 등정이 가능하다.

힘들게 오른 만큼 보람도 크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조망 때문. 좌우에는 각각 보성과 장흥 벌판이 발아래 굽어보이고, 동으로 팔영산, 남으로 천관산과 다도해, 서쪽으로 두륜산과 월출산, 북으로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이 펼쳐진다.

100여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비교적 편평한 임금바위는 예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영험스런 곳으로 요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장흥군민들이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하산은 왔던 길로 되돌아와 형제바위 삼거리에서 내려선다. 5분 후 갈림길. 형제바위와 촛대바위 방향으로 나뉘지만 공원묘지 400m 앞에서 만나므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산행팀은 촛대바위로 길을 잡았다. 철쭉이 많은데다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촛대바위에서 공원묘지까지 내려서는 가파른 이 길로 45분 정도 가면 들머리인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5월의 산은 철쭉 세상, 제암산 가장 빠르고 태백산이 마지막

봄의 전령 진달래가 4월의 꽃이라면 철쭉은 계절의 여왕 5월의 꽃.
이맘때면 짙어가는 산록을 배경으로 연분홍 진분홍 철쭉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철쭉산행을 위해 산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산화를 질끈 맨다.
매년 전국의 유명 철쭉산에서 열리는 철쭉제가 전국의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철쭉산의 개화시기는 대체로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5월 초순)-지리산 바래봉, 봉화산, 덕유산, 황매산, 사천 와룡산(5월 초순~중순)-소백산, 지리산 세석평전(5월 하순)-태백산, 정선 두위봉(6월 초순) 순이다.

# 교통편 - 순천IC로 나와 17~2번 국도 이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목포 및 완도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흥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 10시, 11시10분. 1만7000원. 4시간10분 걸린다.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공설공원묘지가 있는 신기마을행 군내버스는 오전 7시, 9시, 10시5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730원. 신기마을에서 장흥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10분, 6시50분(막차)에 있다. 장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4시50분, 5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 여수 벌교 17번 국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2번 국도 보성 벌교~2번 목포 장흥~제암산 일림산 웅치 895번 지방도 좌회전(이곳의 제암산 이정표는 제암산 자연휴양림 방향이므로 계속 목포 장흥 방향으로 직진해야함)~장흥군 제암산 18㎞~장흥읍~제암산 공설공원묘지 좌회전~제암산 4㎞, 사자산 8㎞~신기마을 제암산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쪽빛바다와 기암괴석이 일품인 거문도 산행에선 신선바위(오른쪽)를 빼놓을 수 없다. 정상이 편평해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뒀다고 전해온다. 힘겹지만 실제로 올라갈 수 있다.

동백은 지는 모습이 필 때보다 아름다운 유일한 꽃이다. 시들며 이지러져 인생무상의 서글픔마저 느끼게 하는 다른 꽃과 달리 뒷모습이 아름답다. 해서 예부터 `선비의 꽃'으로 불린다. 반쯤 벌어진 붉은 꽃송이가 그 모양새 그대로 `툭'하고 떨어지면 사뿐히 즈려밟기조차 부담스럽다.

섬 전체 수종의 80%가 동백인 거문도(巨文島)가 예년과 달리 이른 시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섬 전체를 붉게 달구기 시작한 동백 덕택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동편 자락에 위치한 거문도는 행정구역상으로 전남 여수시 삼산면. 세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100만 평 정도의 천연 항만이 호수처럼 형성돼 오래전부터 구미 열강들의 각축장이 돼 왔다. 결국 거문도는 구한말 영국이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1885년 강제 점령, 해밀턴항으로 세계지도에 그 이름을 등재했다.

연평균 16도로 제주 서귀포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높아 동계 피한처(避寒處)로 꼽히는 거문도는 동백의 일렁이는 쪽빛 물결과 단아한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져 남국의 정취를 흠뻑 맛볼 수 있다.

혹자는 산은 뒤로한 채 `웬(?) 거문도'라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이곳에도 모름지기 산꾼들을 위한 등산로가 개설돼 있다. 주민들의 자생단체인 `산사모(산을 사랑하는 모임)'를 중심으로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유람선사가 수 년에 걸친 노력으로 결실을 이룬 것.

거문도의 산은 높아봤자 해발 200m대. 한 걸음에 쉽게 오를 수 있는데다 터널을 이룬 동백꽃길이 일품이다. 여기에 거칠 것 없는 빼어난 조망은 금상첨화이다.

산행은 거문도여객선터미널~삼호교~삼호교 갈림길~덕촌리 우정민박 갈림길~덕촌초등~거문중~불탄봉(195m)~잇단 동백숲터널~갈림길~전망대 절벽~갈림길~촛대바위~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전수월산 170m)~360계단~목넘어(무넹이, 수월목)~동백숲길~등대(관백정)~목넘어~유림해수욕장~삼호교~여객선터미널 순. 3시간~3시간30분 걸린다.


사실 거문도는 `한국의 마지막 비경'인 백도 유람선과 등대로 가는 동백숲길이 주볼거리. 하지만 등산로 개설로 나그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백도 유람과 함께 거문도 산행이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호교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친절한 이정표.

산행은 여객선터미널이 위치한 고도에서 출발, 서도를 향해 삼호교를 건넌다. 갈림길. 왼쪽은 등대 혹은 2시간 정도의 짧은 코스 방향, 오른쪽 덕촌리 방향으로 간다. 포장로 왼쪽으로 `우정민박'이 보이면 이 왼쪽길로 오른다. 덕촌교회와 곧 폐교 예정인 덕촌초등을 잇따라 지나 거문중 운동장을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지른다. 계단을 올라 교사(校舍) 왼쪽 뒤로 돌아가면 산으로 향하는 소로를 만난다. 본격 들머리다. 터미널에서 30분 걸린다.

흑염소 방목지를 지나 7분 뒤 불탄봉 갈림길. 이정표는 없지만 안내줄이 있어 쉽게 인식할 수 있다. 10분이면 정상에 오른다. 불이 자주 나는 산이라는 불탄봉에 서면 동백숲 너머로 고도와 동도 그리고 초도 손죽도 등 주변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탄봉 억새군락. 동백꽃과 동시에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곧 일본군 벙커. 과거 일본군의 병참기지였음을 보여준다. 따뜻한 날씨 덕에 아직도 억새가 한창이다. 황금빛 억새와 빨간 동백의 공존. 이곳 거문도만의 진풍경이리라.
일순간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감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내 동백터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낮인데도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 가운데 벌써 꽃송이가 바닥에 흩뿌려져 카키색 낙엽과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룬다.
산행 중 만나는 망망대해.
   
     산행 중 만나는 동백군락.

10분 뒤 갈림길. 진행방향은 왼쪽이지만 오른쪽에는 전망이 빼어난 암릉이 일품이다. 산사모 회원이 최근 나무를 베어 길을 낸 노력이 역력하다. 산자락이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는 풍경은 갈 길 바쁜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고 또 붙잡는다. 저 멀리 거문도 등대가 가물가물 시야에 들어온다. 곧 촛대바위. 멀리서 보면 그럴듯한데 다가가 보니 주민들이 세워놓은 것이다.

바다쪽으로 벗어나 있는 신선바위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섬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기와집몰랑이 시작된다. 마을이나 바다에서 보면 바위능선이 마치 기와지붕의 선처럼 보인다고 해서 명명됐다. 곧 신선바위 갈림길. 해발 115m인 신선바위에 힘겹게 오르면 신선들이 바둑을 두고 풍류를 즐길 만큼 넓고 편평하다.
산행 중에는 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다리(삼호교)를 기준으로 오른쪽이 터미널있는 고도, 왼쪽이 서도, 고도 뒤가 동도이다.

동백숲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 보로봉 갈림길. 직진하면 곧바로 정상, 우로 가면 등대 방향. 사방이 확 트인 보로봉은 거문도에서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좋은 곳. 거문도 섬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방금 지나온 기와집몰랑 등의 윤곽을 어렴풋이 관찰할 수 있다.

능선길은 365개 돌계단으로 이어지면서 산행은 사실상 끝. 계단 끝은 등대갈림길이다. 왼쪽은 유림해수욕장을 지나 터미널 방향, 오른쪽은 서도와 수월산을 연결하는 갯바위인 목넘어를 지나 등대로 가는 길. 목재덱으로 일부 연결된 목넘어는 태풍때 집채만한 파도가 갯바위를 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주민들은 흔히 무넹이 혹은 수월목(水越目)이라 부른다. 등대가 위치한 건너편 수월산도 이와 무관하지만 않다.
섬 끝단 저 멀리 등대와 백도를 조망할 수 있다는 관백정이 보인다. 정말 발길 닿는 곳이 하나같이 절경이다.

등대로 향하는 수월산 동백숲길도 소문대로 일품. 흔치 않은 아름다운 길이다. 2004년 하반기 건립 100주년(2005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보수를 한 등대 옆 벼랑에 앉은 관백정(觀白亭)은 맑은날 28㎞나 떨어진 백도가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가슴아 탁 트일 정도로 전망 하나는 그저 그만이다.

아쉬움 발걸음. 여기서 목넘어와 유림해수욕장을 지나 터미널까지는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 전에 - 백도 유람, 빼어난 절경 상상 이상
유람선에서 본 백도의 기암괴석들. 한가운데 솟은 바위가 서방바위이다.

거문도 관광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백도 유람.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떨어진 백도는 빼어난 절경이어서 국내 섬 중에서 유일하게 명승지로 지정돼 있다.

천년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비롯, 팔색조 가마우지 등 희귀조류 120종과 풍란 석곡 등 353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향이 진한 풍란은 관광객들이 마구 채취하는 바람에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상륙금지 상태여서 섬에 내리지 못하고 유람선을 타고 감상해야 한다.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온통 하얗게 보인다 하여 백도(白島)라 불리는 이 섬은 크게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뉜다. 등대섬이 있는 상백도가 웅장하고 남성적인 반면 서방바위가 가운데 우뚝선 하백도는 갖가지 전설이 붙은 바위들이 촘촘히 모여 아기자기하다. 물안개가 곱게 피어 오르는 날이면 섬 전체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바위의 모양도 다양하다. 고개를 들고 있는 물개를 닮아 물개바위, 새를 낚아채려는 모습을 한 매바위, 남성을 상징하는 서방바위, 한복을 입고 서방바위를 숨어서 몰래 엿보는 각시바위 외에 비행기바위 왕관바위 고래바위 도끼바위 성모마리아바위 보석바위 지네바위 병풍바위 원숭이바위 감투바위 큰곰바위…. 이가운데 석불바위는 이기대의 부처바위와 꼭 닮았다.

왕복 2시간20분 동안 유람선 두리둥실호 김덕중 항해사의 선상설명에 관광객들은 그 모양을 확인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광주서 왔다는 김명호(44)씨는 "입소문을 통해 듣던 백도를 찾아와 직접 확인해보니 기암괴석과 쪽빛바다가 '남해의 해금강'이란 명성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교통편 - 고흥반도 녹동에서 배 타면 가까워

지금까지 거문도를 가기 위해선 여수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주)청해진해운이 고흥반도 녹동에서 오가고호(298t)를 취항했다.

배삯은 기존 2만8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크게 내렸고 무엇보다 운항시간이 2시간20분에서 1시간으로 줄어 백도 유람과 거문도 산행이 하루만에 가능해졌다. 백도 유람선은 왕복 1만8000원. 20명 이상 10% 할인. 출발시간은 오전 8시, 오후 2시 두 차례. 부산서 백도 유람과 거문도 산행을 당일치기로 할 경우 전날 고흥 녹동으로 가서 1박을 하든지 아니면 새벽 4시께 출발해야 한다.
 
이후 일정은 대략 이렇다. 오전 9시 거문도항 도착, 백도 유람선 두리둥실호(104t)로 갈아탄 후 11시30분까지 백도 유람. 간단한 점심 식사후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거문도 산행. 오후 4시 거문도 출발, 오후 5시 녹동항 도착. 청해진해운 (061)844-2700. 
  ※배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7시간 걸리는 거문도 서도 종주 코스도 있다. 서도 북단 장촌부락~음달산을 거쳐 불탄봉~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등대 순. 이럴 경우 백도 유람을 포기해야 한다. 3시간 코스도 부담스러우면 삼호교에서 우측 덕촌리로 가지말고 왼쪽 유림해수욕장을 거쳐 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등대순의 2시간 코스를 타면 된다.

부산서 고흥 녹동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2번 국도 고흥 보성~15번 국도 고흥~도암 소록도 녹동 이정표를 보고 달리면 된다.




 




 

청류따라 굽이굽이 원시의 비경-울창한 원시림·기기묘묘한 암벽
자연미 그대로 간직한 마실·덕골-정상 오르면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날머리 하옥까지 대중교통 불편… 승용차 이용을
덕골 '황금수 온천' 눈길… 하옥산장 1박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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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인 덕골의 U자 협곡을 따라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산꾼들. 경사진 암반은 이끼가 껴 아주 미끄럽다.

 
어느샌가 햇볕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새삼스레 시원한 계곡이 그리워진다. 확트인 시야의 능선길 대신 하늘을 가린 숲길이었으면 좋겠다.

바야흐로 계곡산행 시즌이 도래했다.

요즘 산꾼들은 계곡도 계곡 나름이라며 무척 까탈스럽다. 이름깨나 알려진 곳은 사람들이 북적대 싫고 일부 국립공원은 '그림의 떡'마냥 아예 접근조차 불허해 더욱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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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골에서 만난 촛대바위. 한 산꾼이 장난감 크기로 보인다.

그래서 산꾼들은 원시림에 대자연의 신비감을 고스란히 간직한 절경의 골짜기를 기를 쓰고 찾아 나선다. 좁은 땅덩어리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계곡이 널려 있겠냐마는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모처럼 자신있게 숨은 계곡을 내놓는다.

경북 영덕과 인접한 포항 북부 내연산(內延山) 마실골과 덕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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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때의 마실골 또한 덕골 못지 않게 때묻지 않은 보석같은 계곡이다.

흔히 내연산 하면 보경사와 12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청하골을 먼저 떠올린다. 7번 국도 상에서 접근이 용이해 산깨나 탄다는 사람들은 이미 한 번쯤 다녀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하골이 내연산을 기점으로 남동쪽의 널리 알려진 계곡이라면 마실골과 덕골은 그 반대편 오지인 북서쪽의 숨은 계곡이다. 두 골짜기는 사시사철 청류(淸流)가 흐르는 하옥리 계곡의 지류이다.

하옥리 계곡은 '옥계 37경'으로 유명한 영덕의 옥계계곡과 이어지는 상류쪽 계곡. 도로를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절경을 이룬다. 주계곡이 이럴진대 지계곡과 산줄기의 경관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속된 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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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과 내연산 삼지봉을 연이어 찍고....

마실골과 덕골은 순수 자연미를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가에 비중을 두는 까다로운 산꾼들에겐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힌다. 기기묘묘한 암벽과 단애, 이름 모를 무수한 폭포와 소, 하늘을 가릴 듯한 울창한 숲은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산행은 마실골~Y자 계곡 갈림길~삼지봉·동대산 주능선~(동대산·791m)~동지봉(789m·좁다란 헬기장)~마두교·삼지봉 갈림길~문수봉·삼지봉 갈림길~내연산 삼지봉(710m)~마두교·삼지봉 갈림길~덕골~마두교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50분 안팎. 자고로 능선은 오르면서, 계곡은 내려가면서 길찾기가 쉽다고 한다. 마실골은 그나마 힘겹게 올랐지만 덕골만큼은 예외라고 강조하고 싶다. 험한데다 에돌아 가야 할 산길마저 꼭꼭 숨어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나 나홀로 산행은 결단코 말리고 싶고, 최소한 서너 명은 함께 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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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마실골 입구는 버스종점인 하옥리 포항학생야영장에서 비포장로를 따라 700m쯤 가면 만난다. 바로 앞에는 잠수교가 있다. 100m 전쯤에는 공중화장실과 신축 중인 기도원, 그리고 '포항학생야영장 2포스트' 안내판이 보인다.

 
발걸음은 잠수교 직전 우측 논을 따라 옮긴다. 150m쯤 뒤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바로 바윗길로 올라선다. 이 길만 찾으면 일단 들머리를 찾은 셈. 이후 계곡을 따라 산허리를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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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골로 내려서는 산길 초입(왼쪽)과 주변의 빼어난 경관.

10분이면 계곡에 닿는다. 30m쯤 대각선 방향으로 물길을 건너면 다시 산길. 입구의 초롱꽃이 아주 곱다.

늘 그렇듯 계곡산행은 정답이 없다. 그저 물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계곡 좌우 산사면길로 걷기도 한다. 또 경사도가 제법 되는 암반을 손발을 모두 동원해 지나기도 한다.

이번 마실골도 마찬가지. 골 안으로 접어들면 평범했던 겉모습과 달리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울창한 숲에 대롱대롱 매달린 덩굴, 이끼 낀 바위가 우선 시선을 붙잡는다. 좌우 기암절벽과 자그마한 폭포, 소 등은 기본. 비록 꽃은 지고 없지만 금낭화 군락지도 자주 발견되고 너덜길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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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실골은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이렇게 1시간30분 정신없이 오르다 보면 주능선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이고 물소리가 차츰 멀어진다. 어느새 두 골짜기가 만나는 합수지점 약간 위에 올라 서 있다. 일명 Y자계곡이다. 이때부터 두 골 사이로 열린 지능선을 타고 오른다. 된비알이지만 길은 반듯해 20여분이면 주능선에 닿는다. 왼쪽은 동대산, 오른쪽이 내연산 삼지봉 방향. 동대산은 25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동대산에선 정면 향로봉과 왼쪽으로 내연산 삼지봉과 천령산이 가까이 손짓하고, 정상석 뒤로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이제 삼지봉으로 향한다. 푹신푹신한 낙엽길이다. 독특한 형상의 투명한 수정난풀도 보인다. 45분이면 조그만 헬기장에 닿는다. 동지봉이다. 조망 등 별 특징이 없어 지체할 이유가 없다. 곧바로 직진한다. 이내 등로는 왼쪽으로 쏟아진다. 4분 뒤 마두교 갈림길. 동대산과 마찬가지로 삼지봉을 다녀온 후 이곳에서 마두교 방향으로 하산한다. 참고 하나. 체력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동지봉에서 삼지봉으로 가지 않고 바로 지계곡을 거쳐 덕골로 내려서도 된다. 길은 뚜렷하지 않지만 크게 반시계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하자. 리본도 달아놨다. 덕골 주계곡과의 합류는 대략 40여 분 뒤.

왼쪽 산허리를 잠시 돌면 삼지봉·문수봉 갈림길. 삼지봉 안내판 뒤로 200m쯤 오르면 삼지봉(三枝峰). 동지봉에서 12분. 향로봉 동대산 문수봉으로 가는 세 갈래 능선이 각각 펼쳐져 명명됐다 한다. 손에 잡힐 듯한 향로봉 산줄기가 여인의 누운 형상으로 보이며 상봉 부위가 가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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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실골은 비교적 험한 데다 이따금씩 길이 사라져 홀로 산행은 가급적 자제했으면 한다. 마지막 지점도 시나브로 마두교가 보이면서 끝이난다.

이제 마두교 방향으로 내려선다. 2, 3분 희미한 산길을 내려서면 덕골 최상류 물길. 이 물길을 따라 다시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꽤나 높은 폭포 때문에 산사면길을 찾아도 좀체 보이지 않고, U자 협곡의 암벽 아래 살짝 튀어나온 암반 위를 걸어도 이끼 때문에 미끄럽다. 어쩌다 홀로 되면 당혹스러움을 느낄 정도다. 이쯤 되면 거리감각이 무뎌져 어디가 어딘지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여튼 필설로는 다할 수 없는 고생 아닌 고생이다.

다행히 어느 순간 계곡물이 사라지면서 건천을 이뤄 한 동안은 길찾기 걱정없이 건천을 걷는다. 이렇게 1.5㎞ 정도. 다시 골이 좁아지며 양편에 이끼가 잔뜩 낀 벼랑을 이룬다. 촛대를 닮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과 앙상블을 이루고 발 아래는 각양각색의 암반 위로 맑디 맑은 옥수가 흘러내린다. 이쯤 되면 고생은 좀 되더라도 '원시 계곡의 백미' '계곡 산행의 히든카드'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어진다.

에돌아가는 산길에는 특이하게 애기 손톱만한 잎이 촘촘하게 맺혀 있는 독특한 향의 제피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마무리는 막판 숲길로 이어지다 한순간 계곡으로 떨어진다. 동시에 환호성을 지른다. 정면에 긴 교각인 마두교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랜 어둠 속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산꾼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있다. 하지만 들머리인 포항 최북단 오지 하옥으로 이어지는 연계 버스의 출발시간이 맞지 않아 대중교통편으로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승용차로 출발하면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보문단지 입구 지나~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포항 우회도로)~울진 영덕 7번 국도~위덕대 지나~월포해수욕장 입구에서 청하 방면 좌회전~청송~청송 상옥 경북수목원 우회전~청송 부남 우회전~하옥 우회전~영덕 포항학생야영장 우회전~(상옥부터)비포장로~하옥교(옛 향로교)~마두교~두 번째 잠수교 앞.

날머리 마두교에서 들머리 두 번째 잠수교 앞까지는 대략 3.2㎞. 귀갓길을 고려해 마두교 앞에 주차한 후 들머리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교통편은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떠나기전에

산행 후 우연히 만난 하옥산장 주인 권갑철 씨는 덕골에는 사시사철 10도를 유지하는 샘이 있다고 말했다. 일명 '황금수 온천'이란다. 건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략 1㎞쯤 떨어진 계곡 우측 암벽 아래 바위 옆이라고 했다. 직경이 60㎝쯤 되는 작은 웅덩이란다. 이 때문에 영하 20도 속에서도 이 황금수 온천 하류 계곡의 2㎞ 정도는 얼지 않는단다.

마두교·삼지봉 갈림길에는 태백알파인클럽이 나무에 '마두교 계곡 가는 길'이라 적은 하얀 안내 팻말을 붙여 놓았다. 여기에는 '등산로 없음. 계곡 탐사길 문의'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전화번호의 국 자리가 두 자리여서 꽤나 오래 전에 붙인 것으로 추정됐다. 중요한건 그 만큼 험로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하옥리 계곡은 영덕쪽의 옥계계곡과 도로로 이어진다. 포항과 영덕의 경계 부분으로 비포장로다. 극히 일부 구간은 사륜구동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험하다. 위도 상으론 옥계계곡이 위쪽이지만 해발로 따지면 하옥리계곡이 상류이다. 두 계곡은 모두 도로를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하옥리계곡쪽은 건너편의 솔밭 또한 수려해 휴가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옥계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 경방골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여유있게 산행을 떠나려면 날머리 마두교 인근 하옥산장(054-262-7885)에서 1박을 하자. 4만~8만 원(성수기). 예약 필수. 통오리 바비큐(3만5000원), 바비큐 모듬(1인당 1만원)도 일품이다.

또 한가지. 내연산의 주봉은 최고봉인 향로봉. 하지만 포항시쪽에서 가장 먼 서쪽 한 구석에 위치해 있어 동대산 향로봉 문수산의 한 가운데 위치한 삼지봉이 정신적 주봉으로 인식되고 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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