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프로야구 우승을 위해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중인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을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롯데의 우승?

지난 2005년 일본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은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30홈런을 쳐내고 지바 롯데를 재팬스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화려하게 일본 야구의 자존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돈 때문이었을까. 물론 엄청 받았다. 하지만 돈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이승엽은 '왼쪽 타자는 왼손 타자에게 약하다'는 정설을 믿고 실천하는 발렌타인 감독의 도식적인 플래툰 시스템에 섭섭함을 느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전날 홈런 포함 3안타의 맹타를 기록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는데도 발렌타인 감독은 상대 선발 투수가 왼손잡이이면 어김없이 이승엽을 벤치에 앉혔다. 버르장머리없는 외국인이었다면 스타팅 멤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사고를 몇 번이나 쳤을텐데 예의바른 이승엽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삭히고 또 삭혔다. 
올해 WBC에서 플래툰 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보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일본 요리우리 하라 감독도 올해부터 플래툰 시스템이란 카드를 꺼냈다. 팀내 무한 경쟁과 함께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이승엽으로선 올해 또 한번의 플래툰 시스템을 넘어야 한다. 산 넘어 산이렸다.

올해 FA자격으로 LG 트윈스로 둥지를 옮기며 대박을 터뜨린 '국민 우익수' 이진영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진영도 언젠가 언론과의 한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을 의식해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가급적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며 김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 대해 우회적으로 섭섭함을 표시했다. 많이 뛰고 좋은 성적 내겠다는 것은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갖고 있어야 일종의 욕심이자 팬들에 대한 약속이라 누구하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딴죽을 거는 사람은 아마도 없으리라.  

플래툰 시스템으로 우승컵을 거머진 발렌타인이나 하라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승승장구에 자극을 받았는지 2년차 롯데 로이스터 감독도 요즘 들어 차츰 변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5일 강민호의 끝내기 안타로 연패를 끊은 후 로이스터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대호 가르시아 홍성흔 강민호는 시즌 내내 번트를 절대 시키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엑스포츠 마해영 해설위원은 16일 롯데-기아 전을 중계하면서 전날 로이스터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상기하면서 "아직 시즌 초반이라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시즌 막판에 가면 어떻게 변할 줄 모른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다음날인 16일 경기 전 기자들에게 자신의 구상을 이렇게 밝혔다. 한마디로 올해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실험해 보고 싶다고.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진 대목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로이스터 감독은 4번 이대호의 발이 느려 후속타자들의 공격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 가르시아를 4번에 기용하고 이대호를 5번으로 내리는 타순을 구상하고 있다. 또 상대 선발 투수가 왼손이면 가르시아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오른손 타자로 채우는 것도 계획 중이다. 이와 함께 박기혁과 손아섭의 타격감이 올라오면 2번에 배치해보고 이인구는 8번으로 내리는 타순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전에 요즘 타격감이 떨어진 2번 타자 이인구 대신 이승화를 기용했고, 올 시즌 개막후 줄곧 고집했던 6번 홍성흔, 7번 강민호의 자리를 바꿨다. 물론 강민호의 6번 전진 배치는 전날 끝내기 안타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다.

수비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8개 팀 중 가장 실책이 많은 수비 라인에 대해서는 변화를 줄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3루수 이대호의 수비 불안에 대해 로이스터 감독은 "문제가 있지만 이대호는 핵심 타자다. 뺄 계획이 없다. 컨디션 차원에서 쉬게 할 때는 김민성을 기용하겠다"며 "다양한 공격 옵션을 시험해 최적의 답을 찾는 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로이스터가 누구인가. 한 번 믿음을 준 선수는 끝까지 밀어주는 스타일의 소유자가 아닌가. 8개 구단 중 주전 선수들의 변경이 가장 적은 구단이 롯데가 아니던가. 지난해의 경우 중반까지 1군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신뢰로 2군 선수들을 거의 기용하지 않아 지적을 받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로이스터가 변화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그야말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삼성과의 포스트 시즌에서 힘 한번 못 써보고 무릎 끓은 굴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인가.
MBC ESPN 허구연 해설위원은 언젠가 로이스터와 관련해 이렇게 말 한 적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포스트 시즌이라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완전히 전시체제로 확 바꿔버리기 때문에 이에 적응을 하지 못해 삼성에 참패를 했어요."

올해는 그 사실을 알고 와신상담해서 태평양을 건너 왔을까. 작년 포스트 시즌을 상기하며 벌써부터 시험에 들어갔단 말인가. 하여튼 로이스터 감독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로이스터 감독이 어떤 카드를 꺼내 실험하고 최적의 답을 찾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지난해 가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발렌타인 감독(왼쪽)이 사직야구장을 방문, 로이스터 감독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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