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타 명물, 사케와 고시히카리 쌀

 일본에서 니가타현은 3백(白)의 고장으로 불린다.
일본 최고의 쌀과 맑은 사케 그리고 눈(雪)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양조장이면
양조장, 농업이면 농업과 같이 가업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 뚜렷하게 유지된
결과이다. 지역 특산품에 대한 애착도 한몫했다. 일본 최고의 사케와
고시히카리 쌀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니가타는 '사케 권하는 사회'

빙허 현진건의 표현을 빌리면 '몹쓸 사회'가 '술 권하는 사회'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 예외가 바로 바다 건너 일본 니가타현인 듯하다. 이곳은 빙허를 그토록 취하게 했던 암울한 세상이 아니라 술 자체의 고유한 맛과 향으로 주당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일본 사케의 본산이다.

 니가타역이나 여객선터미널 그리고 일종의 테마파크인 후루사토무라의 특산품 가게에는 어김없이 사케 코너가 있고 시음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쿠보타, 핫카이산, 고시노간바이 등이 알고 보니 모두 니가타산이다. 가격을 보니 핫카이산의 경우 720㎖ 한 병이 1223엔(약 1만6500원)이니 크게 비싸진 않다. 

사케가게에는 시음 코너가 있다.

가는 곳마다 사케진열대가 있다.


 사케 산지는 대부분 물이 좋은 곡창지대다. 물과 쌀이 좋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통상 일본에선 교토 지방, 고베 나다, 니가타현을 3대 산지로 꼽지만 으뜸은 단연 니가타현이다. 매년 일본에서 열리는 사케 품평회에서 입상작의 절반 이상이 니가타산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240만 인구의 니가타현에는 95개의 양조장에서 1000종에 가까운 사케가 만들어진다. 많이 만들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도 바로 니가타현이다.

 종류가 많은 만큼 맛도 천차만별이다. 이렇다 보니 사케 소믈리에가 니가타현에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쯤되면 '니가타=사케 권하는 사회'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까.

 니가타의 사케는 다른 지역 술에 비해 맛과 향이 밋밋할 만큼 순하고 담백하다. 실제로 혀에 닿는 첫 느낌은 마치 깊은 산속의 약수를 맛보듯 목 넘김이 부드럽다. 술의 모든 잡맛을 제거하고 가장 물에 가깝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일본과 가까운 부산의 유명 호텔 일식당들이 앞다퉈 사케 소믈리에를 두고 사케 프로모션을 열고 있는 것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사케 유료 시음장 '혼슈칸'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 내에 위치한 사케 유료 시음장 '혼슈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한쪽
         벽면에 위치한 사케 자판기 앞의 사케을 응시하며 뭘 고를까 고민하고 있다.
       사케 유료 시음관인 '혼슈칸'에서 사케를 마시는 관광객들.
       '혼슈칸'에는 30여 종의 소금이 있다. 소금은 사케맛을 더욱 좋게 하는 기능이 있단다.

 사케가 좋아 니가타를 찾았건만 1000가지나 되는 모든 사케를 맛볼 순 없다. 그렇다고 아무 사케나 살 수는 없는 법.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럴 때 사케 유료 시음장 '혼슈칸'을 찾아가자. 신칸센 에치고유자와역 안에 있다.

'혼슈칸'에선 니가타의 95개 양조사가 각각 내놓은 대표 사케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게 대형 자판기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시음 방법은 간단하다. 500엔을 내면 5개의 코인과 시음용 잔을 준다. 이런 시스템은 홍콩의 와인테이스팅바와 같다. 사케는 크게 지역별로 분류돼 있으며 라벨에는 사케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백견(見)이 불여 일음(吟)'. 평소 눈여겨 봐둔 사케를 맛보자. 사케 문외한이라면 한쪽 구석에 위치한 '전달의 인기 순위'를 참고하면 된다. 20위까지 있다. 쿠보다, 핫카이산, 고시노간바이는 순위만 바뀔 뿐 랭킹 5위 안에는 늘 있다. 9월에는 에치고쓰루카메와 고시노우메슈가 각각 2, 4위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순위표 옆에는 일종의 안주인 30여 종의 소금과 잘게 썬 단무지가 보인다. 소금은 사케맛을 더욱 좋게 하는 기능이 있단다.

 사케 마니아에게는 중요한 팁이라 한 가지 더 소개한다. 매년 3월 중순이면 이틀간 니가타 시내 도키메세(컨벤션센터)에서 '사케노진'과 '쇼쿠노진'이 열린다. 일종의 사케와 음식 잔치로 일본판 '옥토버페스트'로 보면 된다.

 니가타현 내 95개 주조장이 모두 참여, 부스를 차리고 겨우내 만든 신제품과 간판 사케를 전시 판매한다. 입장은 무료지만 시음용 잔(2000엔)은 하나 구입해야 참여할 수 있다. 이 잔을 들고 모든 부스를 찾아 내밀면 사케를 맛볼 수 있다.

'쇼쿠노진'은 안주 공급처. 꼬치구이 등 니가타 고유의 맛을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대개 취하도록 마시지 않지만 '사케노진'에선 대취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앰뷸런스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 니가타는 진정 '술 권하는 사회'다.

빼어난 밥맛, 아! 고시히카리 쌀


 이번 여행에 가이드를 맡은 조상덕 씨는 일본 최고의 쌀인 고시히카리와 관련된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일본 긴자의 최고급 요정 주인들에게 한 가지 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니가타현의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로 지은 하얀 쌀밥을 대접하고 싶다는 답변이 나왔다는 것.

 고시히카리 쌀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는 현지에서 거의 소비가 다 돼 도쿄에선 구입하기 힘들다. 돈으로도 해결 안 되는 것이 바로 우오누마산 고시히카리 쌀인 것이다.

고시히카리 쌀밥.

햅쌀의 입하를 알리는 플래카드.


 고시히카리란 밥의 찰기(고시)와 윤기(히카리)를 의미한다. 그 유명세만큼이나 밥맛은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니가타에 머무는 동안 고시히카리의 환상적인 밥맛 덕분에 왕성했던 식욕이 되살아났다. 윤기가 잘잘 흐르면서 탱글탱글한 반투명한 밥알들이 일궈내는 그 맛은 쌀밥이 이렇게 맛있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한편으로 밥에 대한 경외심마저 생겼다.

 소설 '설국'의 배경인 유자와에 위치한 스포리아 유자와 호텔의 가이세키(會席·에도시대부터 내려오는 연회 코스 정찬, 사진 위) 요리에선 타 지역과 달리 즉석에서 1인분 무쇠솥에 고시히카리로 한 밥을 대접한다. 코스식으로 나오는 푸짐한 가이세키 요리에서 맨 나중에 나오는 밥은 배가 불러 대개 남기지만 이곳에선 밥맛 덕분에 한 공기를 홀랑 비울 수밖에 없다.

     홍보를 위한 호텔 앞의 고시히카리 벼 집단.

 부산 KJA투어 정순규 소장은 "일본을 수십 번이나 다녀봤어도 이곳 니가타 현지에서 먹는 고시히카리 밥맛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고시히카리의 수확 시기는 우리나라보다 이르다. 9월 말인데도 들녘에는 추수가 한창이었으며, 벌써 특산품점 매대에
진열된 것도 있었다. '신미입하(新米入荷)'라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와 함께.가격은 엔환율 탓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꽤 비싸다. 최고로 치는 우오누마산 유기농 재배 고시히카리는 2㎏에 2350엔(약 3만2000원)이니 국내 보통 쌀의 8~9배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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