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허남식 부산시장께선 아시아드CC(이하 아시아드)가 19세 이하, 다시 말해 부산지역 주니어 골프선수들의 출입금지를 고수하고 있는 내부 규정이 과연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달포 전 이 칼럼에서 기자는 아시아드의 지분 48%를 갖고 있는 '대주주'인 부산시가 이러한 내부 규정을 알고도 팔짱만 끼고 있는지, 정말 모르는지 물었다. 시는 모르고 있었다. 이후 시는 아시아드에 이 규정을 해제하라고 수차례 권고했지만 아시아드 측은 회원들로 구성된 권익단체인 운영위원회와 협의해 고려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부산시골프협회(이하 협회)도 지난해부터 아시아드에 수차례 협조 공문을 보내는 한편 협회 회장 등 임원진이 직접 방문해 주니어 선수들의 편의를 제공해 달라며 양동작전을 폈지만 허사였다.

사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라면 그럴 수 있다. 동래베네스트가 그렇다. 하지만 이 골프장도 협회가 전국체전 등 큰 시합을 앞두고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편의를 제공한다. 반면 해운대CC는 연간 2000만~3000만 원의 출혈을 감수하며, 협회가 미안할 정도로 혜택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의 7개 기업이 공동으로 인수한 김해 가야CC와 양산 통도파인이스트CC도 부산지역 등록선수들에게 준회원 대우를 해주고 있다. 부산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아시아드만 유독 문턱이 높은 것이다. 생모가 버젓이 살아있지만 이웃집 아낙에게 젖동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드 측은 타 골프장과 달리 회원들의 이용률이 60% 정도로 높아 회원들을 위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을 비롯한 인근 대부분의 골프장도 회원들의 이용률이 60% 안팎으로 비슷했다. 운영위원회를 앞세운 옹색한 변명이었던 것이다.

해운대CC는 주니어 선수들이 자주 들락거리자 처음엔 일부 회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단다. 하지만 골프장 측은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바라보자. 그들이 전국체전에서 부산에 금메달을 안겨주고, 제2의 박세리 최경주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설득을 했다 한다.

낙제에 가까운 아시아드의 공공성은 그렇다 치자. 그럼 수익성은 어떨까.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드와 같이 27홀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입지나 시설, 경관 등을 고려할 때 1000억 정도로 평가하며, 수익은 1년에 최소 30억 원 정도는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당기순이익을 보면 18억, 15억, 24억, 34억, 23억, 16억, 7억 원으로 시가 아시아드 지분 매각을 시도했던 2008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보수 비용이 특히 많이 들었다 해도 돈을 벌겠다는 악착함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마저 과거 부산관광개발(주)이 투자에 실패한 결손금의 벌충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백억 원을 넣고도 그에 상응하는 도움은 거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시가 올해 말 출범시킬 부산관광공사의 청사진에도 아시아드는 빠져 있다. 시의회도 이제 속사정을 알고 있지 않는가. 이럴 바엔 시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어떨까. 그 대금이 부산관광공사에 투입된다면 그나마 튼실한 부산관광공사가 되지 않겠는가.

- 한반도 산줄기 체계 뒤집는 주장 제기, 산경표연구소 박의석 소장

 

해서임진북예성남정맥 추가

26년만에 13정맥서 한 단계 진일보

산줄기에 대한 인식 한계 넓혀

발품, 고서탐독 아마 산꾼 성과

 

<사진설명 : 박의석 씨가 부산의 한 등산학교 산경표 강의에서 직접 만든 대동여지도를 가리키며 특강을 하고 있다. 가로 3.5m, 세로 7m로 실제 대동여지도 크기와 비슷한 이 지도는 한지를 구해 우선 4번 정도 발라 빳빳하게 만든 후 전문 지도제작업체인 '고산자의 후예들'에서 구한 첩식 대동여지도를 모자이크 맞추듯 그 위에 붙여 만들었다.>

 

"우리나라 산줄기는 1대간 1정간 13정맥이 아니라 1대간 1정간 14정맥이 맞습니다. 앞으로 산서나 산행 관련 잡지 등의 표기는 모두 이렇게 바꾸어야 합니다."


 부산의 아마추어 산꾼이자 산경표연구소 박의석(57) 소장이 우리나라 산줄기의 체계를 뒤집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해 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아마추어 고지도연구가 고 이우형이 서울 인사동 헌책방에서 '산경표'를 발견한 뒤 6년 만인 1986년 한반도의 산줄기가 1대간 1정간 13정맥이라는 사실을 제기한 후 26년 만에 산줄기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한 단계 뛰어넘은 의미있는 주장이다. 국내의 산줄기는 1903년 도쿄대 고토 분지로 교수가 한반도 광물 수탈을 목적으로 도입한 지질구조선 개념을 지도에 들여앉힌 산맥체계가 지금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리 전공 교수나 교사들이 고토 분지로의 산맥체계를 관성적으로 '받아 쓰고 베끼기'를 반복해온 반면 두 번의 지리인식 체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의한 값진 성과는 공교롭게도 아마추어 산꾼들에 의해 나와 무척 이채롭다.


 25년 지독한 산꾼인 박 소장이 주장하는 하나의 새로운 정맥은 북한 땅 백두대간 두류산에서 해서정맥과 임진북예성남정맥이 만나는 개련산까지의 산줄기. 박 소장은 이를 "해서임진북예성남정맥이라 명명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정맥은 산경표의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즉 산은 스스로 물과 고개를 가른다는 지침을 정확히 충족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정맥은 대동강의 지류인 능성강과 임진강의 상류를 가르며 백두대간과 만난다.

 

 

 박 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비슷한 사례는 남한 땅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이 만나는 주화산에서 백두대간 영취산을 잇는 산줄기를 금남호남정맥이라 부르고,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만나는 칠현산에서 속리산 말티재까지를 한남금북정맥이라 명명한 것이 북한의 사례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산경표의 산줄기를 한반도 지형도에 옮겨놓은 기존의 지도만 꼼꼼하게 살펴봐도 의문점이 들지만 해서임진북예성남정맥이 북한 땅에 있어 학자들이나 산꾼들이 관심을 덜 가진 탓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 소장이 새 정맥을 주장하는 근거는 또 있다. 한문에 능통한 그는 '동국문헌비고 여지고'와 '산경표'를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동국문헌비고는 조선 영조 때 홍봉한 등 26인이 예(禮) 병(兵) 형(刑) 등 13개 분야(考)를 집대성한 일종의 종합백과사전. 이 중 여암 신경준이 지리분야를 정리한 것이 여지고(輿地考)이다. 여지고가 순차적으로 표기돼 한눈에 보기 힘든 반면, 이 여지고를 산의 위치, 흐름, 갈래 등을 신경준이 다시 계보적으로 편집한 것이 바로 산경표이다. 현재 신경준의 산경표는 아직 발견된 것이 없고, 이우형 등이 손에 쥔 산경표는 일제 때 조선광문회의 육당 최남선이 편수한 영인본이다.


 진실을 향한 박 소장의 발품 노력은 눈물겹다. 박 소장은 문헌을 통해 신경준이 신숙주의 셋째 동생인 신말주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신말주는 당시 신숙주의 반대 편에 몸을 담아 결국 전북 순창을 유배를 떠났다.


 순창문화원를 통해 여암의 묘는 8대 손인 순창고 신장호 교장이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박 소장은 순창을 찾아 신 교장을 만났지만 돌아온 대답은 일제 때 정인보 선생이 여암에 관한 자료를 빌려간 후 함흥차사였던 것. 대신 신 교장으로부터 그의 먼 친적이 산경표를 갖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수소문 끝에 만났지만 그것 또한 자신이 소유한 조선광문회의 산경표 영인본과 같은 것이었다. 얻은 점도 있었다. 산경표가 동국문헌비고 여지고를 참고해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


 박 소장은 다시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아 사정 끝에 '동국문헌비고 여지고'를 복사한 후 조선광문회의 산경표와 대조해가며 직접 산을 타며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5, 6년 전엔 본사 근교산 취재팀과도 수차례 함께했다. 10년 간 답사를 병행하며 조선광문회의 산경표와 여지고, 그리고 실제 산줄기를 비교한 결과 무려 270군데나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자료를 모아 박 소장은 육당의 산경표를 재편수한 '산경표'를 2009년 가을에 펴냈고, 최근 동국문헌비고 여지고도 거의 국역을 끝낸 상태이다.


 "사실 해서임진북예성남정맥의 발견은 여암 신경준의 발자취와 국내 산줄기를 발품 팔아 추적하다 부수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입니다."


 박 소장은 "현재 여암 선생의 산경표 필사본이나 영인본은 국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만일 이게 발견된다면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여담. 만일 여암의 산경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면 마땅히 박 소장에게 우선 인계돼야 한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산과 한자에 동시에 능통하고 열정까지 갖춘 이는 아마 국내에선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초단체장과 지역 인재와의 관계를 곱씹어보는 자리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절친한 선배와의 조우가 계기였다. 그 선배의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그의 맏딸은 지난 입시 때 숙명여대에 진학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하나인 지역핵심인재 전형이었다. 입시철이 꽤 지났건만 그는 입시전문가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나 딸아이의 입시에 몰입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지역핵심인재 전형은 입학정원의 10%가량을 말 그대로 지역핵심인재로 선발하는 전형. 2010년 전국에서 첫 시행된 이 전형은 당시만 하더라도 언론과 각 대학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형의 선발 요지는 국내 각지의 숨은 인재를 발굴,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이다. 먼저 학교장의 추천을 받고 이어 기초단체장의 추천을 받으면 최종적으로 대학에서 선발하는 3단계 전형으로 구성된다. 숙대는 이 전형에 앞서 총장이 전국 기초단체와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엔 234명의 지역핵심인재들이 합격됐고, 그 중 부산은 16명으로 일곱 번째였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들을 만했다. 문제는 기초단체장의 행태였다.

 선배는 딸아이의 숙대 진학을 위해 지난해 봄 전국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참여하는 설명회에 참석했다. 이곳에서 들은 숙대 입학사정관의 설명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전했다.

 기초단체장들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학교장 추천을 받고 올라온 모든 학생들의 서류를 꼼꼼히 검토했다. 몇 시간에 걸쳐 서류를 모두 검토하고 추천대상자를 선정하고 나니 결재를 받으려 수십 명의 공무원들이 복도 끝까지 줄 서 있더라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의 입장에서는 감동할 만한 일이다. 서울에 위치한 남의 대학을 위해 기초단체장이 열 일을 제쳐놓고 자기 일처럼 해주었으니 말이다.

 이 대목에서 잠깐 관점을 달리해 보자. 우리는 구청장과 군수를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하라고 뽑았다. 자기 지역의 인재를 눈뜨고 뺏기는 것도 대책을 세워야 할 판에 지역 현안이 담긴 결재판을 들고 몇 시간씩 공무원들을 기다리게 하면서도 지역의 핵심인재들을 수도권 대학에 보내기 위해 손수 서류를 검토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숙대에 가든 부산대에 오든 유학을 떠나든 그것은 전적으로 학생 개인의 선택이다. 졸업 후 출신 지역에 되돌아온다는 확약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기초단체장이 손수 지역핵심인재를 뽑아 인재유출에 협조하는 것은 본분을 벗어난 일이다. 그것은 직무위배다. 맞벌이와 육아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각종 혜택을 주며 출산을 강요하면서 잘 교육시킨 인재는 왜 그토록 역외 유출에 동조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승자독식의 세상, 전국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숙대를 비난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기초단체장은 우수인재를 자기 지역으로 유치해 지역발전에 기여토록 할 임무가 있다. 굳이 기초단체장이 앞장서지 않아도 지금 서울공화국은 학생유치는 물론 뭐든 공룡처럼 삼키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내년에도 부산의 기초단체장과 지역 대학이 또 한번 '숙명'의 대결을 벌여야 할 판이다.

 부산지역 주니어 골프선수들과 그 부모들은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한 부산 아시아드CC(이하 아시아드)를 두고 성인영화관이라 빗대 부른다. '19세 이하 출입금지'라는 내부 규정 때문이다.

 아시아드는 사실 2002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명분으로 온갖 특혜를 받으며 초단기간에 만들어진 골프장이다. 산악형 골프장이 대부분인 국내에선 드물게 당시 그린벨트였던 저지대 목장부지의 구릉지 마운드를 있는 그대로 활용해 조성한 덕분에 시설과 경관이 빼어나 지금도 꽤 비싼 회원권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아시아드는 편평한 페어웨이 상에 미세한 숨은 업다운이 널려 있어 티샷이 잘 맞아도 세컨드 샷 때 스탠스 잡기가 까다로워 주니어 선수들에겐 최고의 연습라운딩 장소로 손꼽힌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아시아드는 현재 부산시가 48%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코오롱건설(30.67%) 등 15개 민간기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시 지분의 시가는 300억 원 안팎. 기업으로 치자면 시가 대주주인 셈이다. 그런데도 시는 아시아드의 해괴망측한 내부 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팔짱을 끼고 방관만 하고 있다. 골프 문외한인 낙하산 사장만 달랑 앉힌 채.

 골프 선수를 둔 부산지역 학부모들과 일선 지도자들은 "전국체전 때면 선수들에게 메달을 요구하면서 퍼팅연습장 사용은 물론 그린피 할인은 언감생심이고 그린피를 주고도 라운딩을 할 수 없다"며 "시민들의 혈세로 특혜를 줬으면 시민들에게 보답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시아드 측도 이런 외부의 비판은 인정하면서도 내부 규정을 들어 방법이 없다고 한다. 민간기업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누구 하나 총대를 메지 않으려는 관료조직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시아드 회원들도 "학생선수들이 퍼팅장에서 연습해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옆에서 배울텐데"라는 반응이다. 수억 원을 투자한 회원들을 위한 과잉 배려가 아닌가 싶다.

 잠시 기장군 정관면의 해운대CC의 주니어 선수들에 대한 처우를 살펴보자. 향토기업인 (주)경원개발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2년 전부터 부산시골프협회에서 추천한 우수 선수 40명에게 그린피의 50%를 할인해준다. 라운드를 안 해도 퍼팅장 사용은 기본이다. 여기에 기장군에서 유일하게 골프부가 있는 월평초등학교 선수들에게는 손님들의 라운드가 끝날 무렵인 오후 4시께부터 무료 개방한다. 평일 주말 예외 없이. 최근에는 소위 '돈이 안 돼' 골프장들이 꺼리는 부산시골프협회장배 학생선수권대회도 열었다. 부산서 혜택을 받은 만큼 성의껏 베풀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군림하는 골프장과 부모된 입장에서 주니어 골프 선수들을 배려하는 골프장, 과연 부산시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골프장이 어디인지 묻고 싶다.

 지자체가 골프장을 가질 경우 공공성과 영리성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아시아드의 경우 영리성은 둘째 치고 공공성 측면에선 거의 제로에 가깝다. 차라리 나머지 지분 52%를 매입, 퍼블릭골프장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었으면 한다. 이게 현실적이지 않다면 48% 지분을 팔아 차라리 동물원 조성에 매진하라. 이럴 경우 재임 기간 중 허남식 시장의 최고 치적이 되리라 확신한다.


올해 47세인 이 사람, (주)화목건설 김용완 회장의 장남이다. 세칭 'SKY'대학을 나왔으니 요셋말로 스펙도 괜찮다. 지금쯤 경영 일선에 나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될 그가 지난해 12월 월간 '더 골프'가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티칭 프로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임진한 고덕호 등 국내 내로라하는 스타급 프로들과 함께. 부산에선 두 사람이 뽑혔다. KPGA 중앙경기위원이자 연산골프연습장 대표인 최재철 프로야 자타가 공인해 이견이 없지만 사실 이 사람은 무명에 가깝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화목데파트 2층 '하모니 더 골프'에서 365일 골프와 씨름하는 김규동(부산외대 사회체육학부 겸임교수) 대표 이야기다. 보장된 탄탄대로를 뒤로한 채 골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를 만나 '별난 삶'을 들어봤다.

 대학시절 그는 공부에 별 뜻이 없었다. 친구들이 진로를 두고 고민할 때 아버지 사업만 물려받으면 되는 그로서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일종의 특혜였다.


 골프와의 인연은 대학 졸업 후 운명처럼 다가왔다. "곧바로 아버지 회사에 출근하기 좀 뭣 해서 미국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지요. 아버지도 바람 한 번 쐬고 오라고 허락하셨지요."

 당시 유학생 친구들은 예외 없이 골프를 하고 있었다.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는 현지에서 미국인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다. 

 귀국 후 그는 가족들의 변화에 깜짝 놀았다. 그가 집을 비운 6개월 사이 골프를 전혀 하지 않던 아버지, 자형, 동생이 모두 골프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레슨에 동행한 그는 미국과 한국의 티칭 방법이 크게 달라 놀랐다. 임펙트 이후까지 오른발을 지면에서 떨어뜨리지 말라는 한국 코치의 설명에 이의를 제기하니 무조건 따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때부터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요." 골프 관련 서적을 뒤지며 독학을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하지만 기술적 분석을 기술한 책은 많았지만 운동 역학과 인체의 바이오메카닉을 접목시킨 책이 없었다. 요즘 부쩍 부각되는 멘탈 부분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미국의 후배에게 골프 관련 책을 부탁했지만 이 또한 운동 역학적인 측면에서 설명한 부분이 태부족해 도움이 안 됐어요. 대학 체육과에서 배우는 운동 역학 교재가 그나마 나았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뒤늦게 발견한 'Search for the perfect swing'과 'The physics of golf'라는 두 원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서 1968년도에 출간된 전자는 2002년에야 '완벽한 골프스윙'으로 번역됐고, 후자는 1998년 '물리를 알면 골프가 보인다'로 국내에 번역돼 나왔지만 '물리학'으로 분류돼 있어 찾지 못해 모두 원서로 봤다. 기자에게 원서와 번역서를 모두 보여주며 김 대표는 "전자가 본격 골프 공부의 계기가 됐다면 후자는 골프를 생업으로 해야겠다는 결정타를 날렸다"고 말했다.

 스윙 연습과 이론 공부는 오랫 동안 지속됐다. 2001년 한 지인이 영상스윙분석프로그램인 'C스윙'을 미국서 보내와 연습장에서 노트북으로 지인들의 시윙을 분석해줬다. "당시로선 첨단이었고, 10년간의 제 골프 공부가 작은 절실을 맺을 때였죠. 반면 아버지는 절더러 '미친 놈'이라며 경제적 지원을 끊어버렸죠."

 지도자의 길도 우연히 다가왔다. "해박한 이론과 스윙분석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니어선수 부친이 아이를 가르쳐달라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모 골프연습장 텅빈 3층 한 켠에서 레슨이 시작되자 금세 학생이 8명으로 늘었다. 차츰 수입이 늘자 전문 지도자가 될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2002년 미국골프지도연맹(USGTF) 마스터 티칭프로도 됐다. 2004년에는 부산외대 사회체육 골프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7년만인 지난해 8월 스포츠 심리학 박사학위도 땄다. '문무'를 겸비한 것이다.

 지금의 실내골프연습장은 2009년 열었다. "아버지 도움 없이 은행 대출을 받았어요. 임대료 또한 꼬박꼬박 냅니다. 늦을 땐 회사에서 독촉전화가 올 정도입니다." 

 9개 타석에 트레이닝실, 스윙분석실, 재활치료실, 피팅룸, 샤워실, 심리상담실도 갖췄다. 프로 및 주니어선술들을 위해 스윙뱅크 3D 스윙분석(1000만 원), 타구 분석을 위한 플라이트 스코우프(1400만 원), 퍼팅분석을 위한 SAM Puttlab(1350만 원), 일종의 트레이닝기구인 파워 플레이트(1000만 원), 발의 압력 검사기기인 풋 스캐너 밸런스(990만 원) 등도 갖췄다. 이 정도면 국내 최고 시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들 위주지만 아마추어들도 사용 가능하다.

 그를 거쳐간 주니어선수는 지금까지 50여 명. KLPGA투어 프로는 4명, KPGA프로는 2명이다. 지금은 6명의 학생 선수가 배우고 있다. 2010년 아시안게임 단체 개인 2관왕인 김현수 프로와 지난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박유나 프로가 가시적 성과를 낸 제자들이다.

 언제 보람을 느끼느냐는 물음에 그는 "제자들이 우승했을 때보다 선수로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와 연습을 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겠다며 눈물을 흘릴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주니어선수들의 부모와 아마추어 골프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선수로 성공하는 확률은 1%입니다. 나머지 99%는 실패 이후 가야할 길을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일반인들은 즐겁게 운동을 하세요. 프로도 아닌 데 왜 그렇게 우거지상을 하며 운동을 하는 지 모르겠어요." (051)703-7274

         친구이자 라이벌인 청야니와 최나연이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3라운드 5번 홀에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지난 9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마지막 3라운드.
 전반 9번 홀까지 대만의 골프 여제 청야니가 한국의 최나연과 양수진을 각각 3타 차, 2타 차로 비교적 여유있게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청야니가 잠시 방심했을까. 이후 10번, 11번 홀(이상 파4)에서 파로 쉬어가는 사이 최나연은 두 홀 연속 약 4m짜리 버디를 성공, 한 타 차로 추격했다. 양수진도 10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청야니에 2타 차로 추격에 동행했다. 당연히 갤러리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분위기는 일순간 최나연과 양수진 쪽으로 옮겨가는 양상이었다. 

 12번 홀(파3)에서 모두 파를 한 후, 챔피언조의 세 선수는 13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13번 홀은 우 도그레그 내리막 파5(553야드) 홀. 우측으로 꺾어지는 지점부터 그린까지 홀 우측으로 긴 워터 헤저드가 있어 티샷이 부담스러운 이 홀은 구조상 정상적으로 투온이 불가능하다. 

 방송에서도 "티샷을 페어웨이 우측으로 날리면 세컨 샷의 거리가 짧아지지만 물을 건너쳐야 하기 때문에…"라는 설명이 들렸다.

 갤러리의 바람대로 최나연과 양수진은 티샷을 13번 홀 페어웨이 정중앙에 안착시켰다. 다음은 청야니 차례. 일순간 대회 진행요원들이 갤러리들에게 비켜달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화면이 잡혔다. 당연히 갤러리들의 웅성거림도 보이고 들렸다.

 TV중계를 보던 필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계진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겠지만 정확한 상황을 알 지 못했는지 특별한 설명은 하지 않고 그냥 청야니의 드라이버가 로프트 10도, 길이 45인치, 에스플렉스라는 사실만 짧게 언급했다.

 TV 화면은 13번 홀 티잉그라운드와 그 주변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대략  6, 7초(어쩌면 더 길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청야니의 티샷. 이때 화면은 페어웨이 쪽에서 티잉그라운드를 잡았다. 근데 청야니가 정면으로 보지 않고 우측을 향해(화면 상으론 왼쪽) 티샷을 날리지 않는가. 어라!!! 정말 이상하고 궁금했다.

 그 다음 화면이 문제였다. 화면은 13번 홀 페어웨이를 비추고 있었지만 볼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정황상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중계진의 멘트 또한 대충 얼버무리기식이었다. 아래와 같이.

 -해설자 : 청야니가 10번 홀부터 샷이 흔들렸다.
 -캐스터 : 청야니도 심리적 상태에 따라 샷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해설자 : (다른 선수가 맹추격해오는 이런 상황에선) 모든 선수의 샷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계를 보는 사람도 이상했지만 중계하는 사람도 얼마나 궁금하고, 어색하고, 그래서 식은 땀이 났을까요.

 이후 화면은 '전반 홀 하이라이트'를 보여주었다. 막간을 이용해 중계방송팀(카메라팀과 방송중계팀)이 이전의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 홀 하이라이트'가 끝나자 화면에는 멀리서 잡은 두 홀이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13번 홀과 14번 홀을 롱샷으로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이는 필자의 생각일 뿐 정확하지는 않다. 

 필자 생각으로는 그 막간에 카메라팀과 중계팀의 소통이 되지 않은 듯했다. 

 해서, 중계카메라와 PD가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후 풀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두 홀을 보여주면 중계진이 감을 잡자 않을까 생각했겠지만 그날따라 캐스터와 해설자는 전혀 이를 포착하지 못한 듯 했다. 

 다음 화면에서 그 사실이 적나라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갑자기 바뀐 화면에선 청야니가 페어웨이에서 세컨 샷 준비를 하고 있었다.

 -캐스터 : 볼이 13번 홀 페어웨이 오른쪽에 와 있네요.(실제, 청야니는 이날 13번 홀에서 14번 홀의 페어웨이를 향해 좀처럼 볼 수 없는 역주행 샷을 날렸다) 무리하게 그린까지 공략할 것 같지 않은데요.
 -해설자 : 아이언으로 가능하겠네요. (지금 보니 청야니의)티샷이 멀리 날아갔기 때문에 화면상으로 확인이 안 됐네요. 직선거리로 240~220야드 되겠네요.

 14번 홀 페어웨이에서 청야니가 친 세컨 샷은 13번 홀의 그린 프린지와 러프의 경계쯤에 섰다. 
 이 장면에서도 거의 모든 신문과 통신은 오보를 했다. 당일 연합통신은 물론이고 다음날 11일 자 중앙일보 등 거의 모든 신문은 청야니가 투온을 시켜 이글 찬스를 잡았지만 결국 버디를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만 이 대목에서 '(세컨 샷으로)하이브리드 클럽을 들고 220야드를 날려 물을 건너 그린을 살짝 넘기며 이글 찬스를 만들었다'고 비켜갔다.

 결국 청야니는 이글을 놓치고 버디를 했고 최나연과 양수진은 힘겹게 쓰리온 후 버디를 했다. 

 J골프의 13번 홀 중계는 천신만고 끝에 이렇게 지나갔다.

 이쯤에서 그 중계를 보지 않은, 다시 말해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 마자막날 13번 홀의 경기를 못 본 사람들을 위해 사실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이날 청야니는 13번, 파5홀에서 최나연과 양수진처럼 티샷을 하면 남은 거리가 250야드가 돼 투온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웃한 14번 홀로 티샷을 날렸다. 이렇게 할 경우 220야드 정도가 남아 장타자인 청야니는 투온이 가능하다.

 문제는 OB 말뚝의 유무. 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 13번 홀과 14번 홀의 경계에는 OB말뚝이 있었지만 LPGA 경기위원회는 대회 기간 이곳의 OB말뚝을 뽑아냈기 때문에 청야니의 13번 홀에서 14번 홀로의 역주행 티샷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청야니가 1, 2라운드 때는 이 사실을 알고도 역주행 티샷을 날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단 한 번의 사용을 위해 히든카드로 남겨 놓았던 것이다. 세계랭킹 1위다운 코스공략 전략이다..
 
 재밌는 점은 대회가 끝난 지 이틀 후인 11일 자 중앙일보에는 청야니의 13번 홀 역주행 티샷과 관련, 눈길 끄는 기사가 실렸다. 잠시 내용을 인용, 요약, 나름 보충하면 이렇다.

 대회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대회 전 열리는 프로암 대회(프로암은 본 대회가 열리기 전, 참가 선수와 대회 스폰서들이 라운드를 함께하는 일종의 행사. 프로가 한 수를 지도하면 라운드 후 스폰서들은 통상 격려금을 선수들에게 하사한다) 때 청야니는 동반자인 하나은행 김정태 은행장에게 13번 홀에서 티샷을 한 번 더 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한 후 14번 홀 페어웨이 쪽으로 티샷을 날렸다는 것. 이후 청야니는 세컨 샷을 하지 않았고, 그 볼은 캐디가 주워오며 그린까지의 거리를 확인한 것이다.
 김 행장은 며칠 후 청야니의 경기를 보며 당시의 상황을 이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J골프의 이날 영상은 전 세계 150개국 1억3300만 가구에 방송됐다고 중앙일보는 경기 다음날인 11일 자 신문에 보도했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13번 홀 상황이 자꾸 머리에 떠올라서.

청야니 13번 홀 티샷 상황도=스포츠조선 캡처
사진=연합뉴스

 
 기존 9홀 골프장의 가장 큰 단점은 지루함이다. 똑같은 코스를 2번 라운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인근의 스타스콥CC는 이런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골프장의 틀을 완전히 깬 퍼블릭 10홀 골프장이다. 파5 홀에는 그린과 티잉그라운드를 추가로 만들어 파3, 파4 홀 등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고, 그린은 원 그린과 투 그린을 적절히 배치했다. 잔디 또한 한국잔디와 양잔디 등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다.

  파4, 1번 홀.
  파5, 핸디캡2의 좌 도그레그 2번 홀(챔피언티 500미터).
  파4, 핸디캡4의 3번 홀(챔피언티 344미터).
  3번 홀의 투 그린. 우 그린은 뒤핀일 경우 무려 좌 그린에 비해 30미터나 길다.
  해저드가 눈앞에 보이는 파3, 4번 홀은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이 각각 두 개. 앞 티-앞 그린(130m),
   뒤 티-뒤 그린(142m) 형태로 샷을 날리지만 홀은 완전히 딴판이다. 전자는 해저드를 넘겨야 하는
   아일랜드 홀 형태지만 후자는 오르막 포대그린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파4, 핸디캡7의 5번 홀. 약간 우 도그레그 홀이다. 이런 홀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카트길 옆 법면을 자연 그대로 살려 스타스콥CC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나다는 파4, 6번 홀.
  그린 앞의 바위와 소나무도 공사 때 제거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 파5, 핸디캡3인 7번 홀. 사진은 7번 홀 앞쪽에 티잉그라운드를 만들어 파4 홀로도 사용된다.
   7번 홀은 파3홀로도 활용된다. 사진은 파3홀의 그린. 그린 앞 대형 그라스 벙커가 인상적이다.
   7번 홀, 파3홀의 티잉그라운드. 대형 그라스 벙커가 보인다.
   일명 진달래홀로 불리는 파3, 8번 홀. 진달래가 피기 전이라....
   파4, 9번 홀.
   9번 홀의 그린. 그린 모양이 별 모양이다. 이 골프장 이름이 star(스타) / scope(스콥) 아닌가.
   2번 홀과 마찬가지로 같은 그린을 두고 다른 티잉그라운드가 있는 9번 홀. 
   다른 티잉그라운드에서 내려다본 별 모양의 9번 그린.


# 발상의 전환, 독특한 디자인, 9홀 골프장의 롤모델

 홀의 다용도 활용의 좋은 예, 파5 핸디캡3, 7번 홀. 챔피언티 560m인 이 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우측 아래 조그만 둔덕에 파4, 다시 왼쪽 아래에 파3 티잉그라운드를 조성해놓았다. 파3 그린 앞에는 엄청나게 크고 깊은 그래스 벙커도 보인다.

 또 다른 파5, 핸디캡2, 2번 홀(챔피언티 500m)의 경우 티잉그라운드가 두 개다. 첫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눈앞에 해저드가 보이는 좌 도그레그형이 되고, 또 다른 티잉그라운드에선 직선형 파5 홀과 파3 홀을 각각 경험할 수 있다. 눈앞의 해저드와 자연 그대로의 법면, 그리고 그린 앞 페어웨이 상의 자연석 바위와 소나무가 조화를 이뤄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 파4, 6번 홀은 해저드 앞 그린을 활용해 파3 홀로도 활용된다.

 그린 또한 독특하다. 원 그린 홀과 투 그린 홀을 적절히 배합한 데다 그린의 높낮이와 모양을 달리했다. 좌 그린이 평지에 있다면 우 그린은 그보다 30~40m 뒤쪽에 배치하면서 포대그린을 만들어 놓아 같은 홀에서 서너 클럽 차를 두게 했다. 파4, 3번 홀의 경우 좌 그린을 쓸 경우 홀 길이가 344m(핸디캡4)이지만 8자형의 긴 우 그린일 땐 372m로 난이도가 핸디캡1으로 어려워진다.

 해저드가 눈앞에 보이는 파3, 4번 홀은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이 각각 두 개. 앞 티-앞 그린(130m), 뒤 티-뒤 그린(142m) 형태로 샷을 날리지만 홀은 완전히 딴판이다. 전자는 해저드를 넘겨야 하는 아일랜드 홀 형태지만 후자는 오르막 포대그린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같이 홀의 다양성을 최대한 활용해 조합할 경우 스타스콥에선 기존 10홀을 최대 21홀로 만들 수 있다. 현재 두 가지 타입의 18홀로 운영되고 있지만 고객들을 위해 이벤트용인 21홀 라운드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사용 중인 18홀의 전장은 5551m. 참고로 부산CC가 5998m.

 잔디의 변화 또한 색다른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1번 홀의 경우 페어웨이는 난지형 한국잔디를, 러프에는 양잔디라 불리는 한지형 켄터키 블루그래스를 심었다. 2번 홀은 페어웨이와 러프에 모두 켄터키 블루그래스, 5번 홀은 페어웨이에는 켄터키 블루그래스, 러프에는 한국잔디를 식재했다. 7번 홀은 파3 구간만 켄터키 블루그래스다. KPGA 프로인 문민호 경기팀장은 "아마추어의 경우 티샷한 볼이 떨어진 지점에 따라 샷 요령을 달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심코 그냥 쳤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은 연습장인 드라이빙 레인지. 클럽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연습장은 길이 300m, 폭 100m의 50석 규모. 그물이 없고 페어웨이에 잔디가 깔려 있다. 노승현 대표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골프장을 통틀어봐도 이처럼 독특한 설계로 발상의 전환을 이룬 골프장은 없었다. 스타스콥 골프장은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 골프장의 코스 디자인이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라운드 중 이동하다 본 드라이빙 레인지.
  드라이빙 레인지의 타석에서 본 연습장. 약간 오르막에 거리는 300미터다.
  멍게비빔밥.

 
작금의 골프장 추세를 잘 모르는 골퍼들은 최근 조성된 9홀 골프장의 진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웨지를 주로 사용하다 드라이버를 한두 번쯤 사용하겠지'라고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다. 무궁무진한 디자인과 발상의 전환으로 정규 골프장을 뺨칠 정도로 진화했다.

# 부산 유일의 퍼블릭 9홀 골프장
   강서구 지사동 하이스트CC
  
 PGA 4대 메이저 대회에서만 18승을 기록한 골프의 제왕 잭 니클라우스는 좋은 골프장을 이렇게 정의했다. "라운드를 마친 뒤 '아주 좋았어'라는 소감 대신 '내일은 다른 방법으로 재도전해봐야지'라는 멘트가 나오는 곳이 좋은 골프장이지요."

  파4, 핸디캡5의 1번 홀.
  파4, 핸디캡9의 2번 홀.
  파4, 핸디캡2 3번 홀(챔피언티 307미터). 정면 240미터 지점에 해저드가 숨어 있어 장타자의 경우 3번 내지 5번
  우드를 잡아야 한다.
  하이스트에서 가장 긴 핸디캡1, 파5, 내리막 좌 도그레그 4번 홀(챔피언티 560m).
  파4 핸디캡7의 5번 홀.
  파3, 핸디캡3의 6번 홀(챔피언티 180미터).
   파5, 핸디캡4의 7번 홀(챔피언티 466미터).
   파3, 핸디캡6의 8번 홀.
   파4, 핸디캡8의 9번 홀.


 부산 강서구 지사동 지사과학단지 인근에 있는 부산 유일의 퍼블릭 9홀 골프장인 하이스트CC의 오너인 박정오 삼정기업 회장은 "골프장 조성 당시 잭 니클라우스의 경험담을 모토로 삼았다"며 "9홀 퍼블릭 골프장이지만 보기 플레이어 수준 정도의 중급자에게 적합하도록 난이도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9홀 골프장이라 만만하게 보고 '초보자 머리 올리기에 좋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08년 11월 문을 연 하이스트CC는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생각보다 까다롭다. 페어웨이의 경우 티잉그라운드에서 볼 때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언듈레이션이 심하다. 상대적으로 좁은 페어웨이는 좌 또는 우측으로 경사져 있어 티 샷이 잘 맞아도 스탠스 잡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린은 부산 근교의 정규 골프장을 포함해도 난이도 면에서 최상급에 꼽혀 3퍼팅은 기본이다. 해서, 그린 때문에 찾는 골퍼들이 적지 않다. 우선 그린이 아주 크다. 여기에 2단 그린은 기본인데다 스피드까지 무척 빨라 대충 굴렸다가는 큰코다친다. 착시 현상과 크고 작은 동네 라인까지 고려한다면 프로들도 결코 만만하게 여기지 못할 정도로 까다롭다. 일부 홀은 샷이 짧거나 내리막 퍼팅 때 힘 조절이 안 되면 흘러내리도록 만든 소위 혓바닥 그린이다. 9홀의 단점인 전장이 짧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샷의 정교함을 요구하면서 그린에 핸디캡까지 부여한 것이다. 하이스트에서 가장 긴 핸디캡1, 파5, 내리막 좌 도그레그 4번 홀(챔피언티 560m)과 주변 풍광이 빼어난 핸디캡3, 파3, 6번 홀(챔피언티 180m)도 2단 그린에 굴곡이 심해 퍼팅할 때 특히 유의해야 한다.

 하이스트의 9홀 전장은 2824m. 전반 9홀은 두 번째로 긴 화이트티(2657m)를, 후반 9홀은 챔피언티인 블루티(2824m)를 사용한다. 1번 홀에 앞서 가볍게 몸을 푸는 110m 안팎의 짧은 홀도 하나 있다.

 KPGA 프로인 변기덕 대표는 "오르막, 내리막 홀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페어웨이의 업다운이 아주 심해 티 샷이 잘 맞아도 스탠스가 어렵게 나올 수 있어 정규 골프장에서 자신의 스코어보다 통상 3~4개쯤 더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매 홀 핸디캡이 숨어 있어 공략법도 달리해야 한다. 한 예로 핸디캡2, 파4, 3번 홀(챔피언티 307m)은 티 샷을 특히 유의해야 하는 홀. 런 포함 240m 지점에 해저드가 숨어 있어 3번 내지 5번 우드를 잡아야 한다. 비스듬히 앞뒤로 위치한 그린 또한 까다로워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이스트는 2년 전부터 부·울·경 지역 퍼블릭 골프장으로 드물게 부산외대와 창원전문대 골프 전공 및 프로 준비 학생 선수들에게 그린피의 반값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영업장인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이스트는 또 온천수 못지않게 사우나의 물이 아주 좋다. 지하 300m에서 용출되는 알칼리성 천연암반수여서 비누가 필요 없을 정도로 미끄럽다. 흔히 물 좋다는 거창 가조온천이나 순천 낙안온천에 비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래서 사우나를 위해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그린피 주중 1부 5만5000원, 2부 7만5000원, 금요일 1부 5만5000원, 2부 8만5000원, 토요일 1부 10만5000원, 2부 11만5000원, 일요일 1부 9만5000원, 2부 10만5000원.
 카트비 6만 원, 캐디피 9만 원 별도. 1부 오전 6시30분~8시30분(18홀), 2부 오전 11시30분~오후 1시30분(18홀).
















 

 참치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선 중 가장 비싼 횟감이다. 미식가들로부터 최고로 맛있다는 평을 듣는 참다랑어(혼마구로) 뱃살 20g짜리 한 피스가 특급호텔 일식집에서는 2만~3만 원 할 정도니까. 서민들은 입맛만 쩝쩝 다실 뿐이다.

 제대로 된 참치회를 보다 저렴하게 맛볼 수는 없을까. 중구 중앙동 참치전문점 '본참치'(051-463-3737). 2007년 중구 중앙동 40계단 근처에서 문을 열자마자 빼어난 칼질과 친절함으로 호주머니 얇은 미식가들을 줄 세우더니 2010년 11월 한 블록 이웃한 소라계단 인근으로 확장, 이전해 가게 이름처럼 참치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부산 전역은 물론이고 저 멀리 김해 양산 심지어 거제도에서도 찾고 있다. 예약하지 않으면 30~40분 정도는 줄을 서야 할 정도이다.

 왜 '본참치'에 미식가들이 열광할까. 주인장이자 주방장인 이정태(36, 아래 사진) 씨는 "중저가 리필 참치집이지만 고급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코스 요리식으로 음식이 나와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급호텔에서 한 피스(20g)에 2만 원쯤 한다는 참다랑어 뱃살(가운데). 삼겹살을 빼닮았다. 왼쪽은 황새치
     뱃살, 오른쪽은 참다랑어 뱃살과 등살의 중간 부위.


 주 메뉴는 스페셜 참치(1인당 2만5000원) 골드 참치(〃 3만5000원) 프리미엄 참치(〃 5만5000원) VIP 참치(〃 7만 원)로 나뉜다. 스페셜의 경우 눈다랑어(빅아이) 황새치 황다랑어 각 부위, 골드는 스페셜에다 참다랑어 목살과 뱃살 등 각 부위, 프리미엄과 VIP는 참다랑어 위주로 제공된다. 코스 음식으로는 참치죽 샐러드 참치스시 홍어삼합과 일종의 참치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 참치야키우동, 튀김, 은대구 간장조림 등과 도다리쑥국 등 계절에 맞는 두 가지 국물이 제공된다. 하나같이 깔끔하고 입에 착착 들러붙는다. 고급 일식집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가격마저 거품이 빠져 있다.

백김치 등 기본 세팅.

참치죽 미소시루 샐러드 등.


빈속이면 가볍게 드시라고.


메인 디시인 참치회. 다찌(스시카운트)의 1인용.

테이블의 2인용 참치회.


웬, 안창살 육사시미. 참치회가 찬음식이라 열을 내라는 주인장의 배려.

일종의 참치빈대떡인 오코노미야키.


참치야키우동. 하나같이 다 맛있다.

생김국. 김국과 달리 깊은 맛이 느껴진다.


튀김. 음식은 쉴새없이 나온다.

은대구 간장조림.


 참치집에 오면 늘 궁금했던 점이 하나 있었다. 김 때문이다. "눈다랑어 등살 등 기름기가 적은 부위는 김의 고소한 맛과 잘 어울리지만 참다랑어 뱃살과 같이 기름기가 많은 부위는 되레 회 본연의 맛을 빼앗지요. 여러 종류의 회가 나오면 직원에게 어떤 참치의 어떤 부위인지 꼼꼼히 물어본 후 기름기가 적은 순으로 먹어야 합니다. 또 한 점을 먹고 나면 반드시 무순이나 생강초절임으로 입안을 가신 후 다른 부위를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지요."

 참치회는 고추냉이를 탄 간장이 제격이다. 이 집 간장은 가츠오부시, 다시마, 청주 등과 다양한 야채를 넣고 끓인 참치 전용 간장이다. 달지 않고 짜지 않으면서 은은한 깊은 향이 배 있다.


 황새치 뱃살, 눈다랑어 뱃살, 참다랑어 목살 및 뱃살 순으로 간장에 찍어 음미했다. 부채꼴 모양의 눈다랑어 뱃살은 씹히는 맛이 있고, 참치 중 최고로 친다는 참다랑어 뱃살은 소문대로 입에 넣자 살살 녹는다.

 이 대표는 눈의 크기가 다른 참치의 1.7배나 되는 눈다랑어의 눈을 제거한 후 도마와 눈다랑어 머리 부위를 들고 주방을 나와 테이블을 돈다. 안구 주변 부위를 손님 앞에서 직접 썰어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눈다랑어 눈의 수정체로 담근 술을 한 잔씩 대접한다. 소위 말하는 눈물주다. 콜라겐 성분이 많아 눈 자체가 끈적끈적해서 한 번에 마셔야 한다. 붉은 빛이 나는 것은 입가심을 위해 석류진액을 약간 넣었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손님들이 감탄한다. 다들 대접받는 기분이라고 한다. 맛과 친절함 그리고 거품 뺀 가격이 이 집의 대박 비결인 듯싶다.

                                              

눈다랑어(빅아이)의 안구 부위 살.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었다.

눈다랑어(빅아이)의 눈을 제거했다.


참치군의 수정체로 담근 술. 일명 눈물주다.

손님에게 눈다랑어 안구 주변 부위를 직접 썰어 제공하는 이정태 대표.


도다리쑥국. 계절에 따라 바뀌는 국물 메뉴이다.

알밤.


 

 

 

 

 

 

 

 

 

 

 

 

 


 흔히 삶이 침체에 빠졌거나 우울할 때 전통시장에 가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패러디해 '주말&엔'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입맛이 없을 땐 부평시장에 가보라. 맛의 진수를 느끼면서 생기가 돌 것이라고. 부평시장에선 유부전골과 단팥죽 포장마차들만 깡통골목 쪽에 있을 뿐 대부분의 유명 맛집은 옛 사거리시장 쪽에 몰려 있다.
 
 ■ 부평시장에서만 먹을 수 있다

50년 전통의 '원조비빔당면'

고명은 적지만 생각보다 맛있다.


 매콤한 양념과 당면의 즉석 만남, 비빔당면이 먼저 떠오른다. 50년 전통의 '원조비빔당면'(051-254-4240)이 독보적이다.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 서성자(46, 아래 사진) 씨가 9년 전부터 맡고 있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한국전쟁 시절 고구마나 감자의 전분으로 국수처럼 먹은 데서 유래한 비빔당면은 지금은 일본 관광객과 타지 사람들이 맛봐야 할 필수 음식으로 손꼽힌다.

 비빔당면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고명이라곤 시금치와 오뎅, 단무지 그리고 양념장이 전부다. 주인 서 씨는 갖은 야채와 고춧가루 간장 12가지가 들어가는 양념장 맛의 비밀이라고 했다. 육수는 야채, 띠포리와 멸치, 무 새우 다시마 등 3가지를 따로 만든다. 오묘한 맛의 비밀이었다. 겉보기와 달리 손이 많이 가고 원가 또한 상당하다고. 오래전 모 먹자골목에서 한두 번 경험한 그 맛을 떠올렸던 기자는 깜짝 놀랐다. 매콤하면서 생각보다 너무 맛이 있어서. 4000원.



 '유부전골'(1599-9828) 또한 부평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이 역시 타지 사람이나 일본인들이 먹어봐야 할 부산만의 필수 먹을거리로 알려져 있다. 깡통골목의 수입1길과 수입2길 사이에 숨어 있다. 간판에는 뜻밖에 '우진도기'로 적혀 있다. 워낙 장사가 잘된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손님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당면과 각종 야채를 가득 넣은 유부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미나리로 묶은 덕분에 미나리의 상큼한 향이 일품이다. 1인분(3000원)을 시키면 유부와 어묵이 한가득 섞여 나온다. 개운한 맛이 입안에 감돌 정도로 인상적이다. 국물 맛의 비결을 물어보니 1급 비밀이라며 일체 함구한다. 전화 주문도 받지만 워낙 주문량이 밀려 약 2달쯤 걸린다고 한다.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이다.

'유부전골' 할머니.

유부 위에 오뎅이 가득.


유부들 퍼뜨리면 이렇게.

미나리로 싼 유부.



 유부전골 가게 인근에는 사람들이 쭉 서서 뭔가를 먹고 있다. 단팥죽 포장마차 6개가 나란히 붙어 있기 때문. 이 또한 시장의 명물 중 명물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대부분의 고객이 한 그릇을 달랑 비운다. 36년째 이곳을 지키는 김복순(71·051-244-2657) 씨는 올해부터 며느리와 함께 손님을 맞고 있다. 조각낸 인절미를 넣고 금방 끓인 단팥죽(2500원)은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다. 무한 리필되며 입가심으로 식혜도 서비스로 준다. 포장도 해주고 택배주문도 받는다.

단팥죽 포장마차 6개가 나란히.

36년째 단팥죽을 쑤는 김복순 할머니.


토종호박을 써 깊은 맛이 난다고.

'2대째 소문낙 죽집'의 강춘자 대표.


 옛 사거리시장 쪽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골목도 빠뜨리지 말자. 먹을 것이 변변찮던 피란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준 부평시장의 산 역사가 아니던가. 한때 일곱 집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두 집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대째 소문난 죽집'(051-244-7485)이 원조다. 한국전쟁 때부터 운영하던 윤경순 할머니의 며느리 강춘자(56) 씨가 26년째 죽을 끓이고 있다. 윤 할머니는 2년 전 96세로 작고했다 한다.
 강 씨는 "죽도 시류에 따라 밀려나고 있지만 힘닿는 데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호박죽은 토종을 써 색깔만 좋은 단호박보다 향기도 좋고 깊은 맛이 있다"며 "죽의 진수를 맛보려면 이곳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호박 녹두 팥 깨죽(이상 3000원)이 있으며 전복죽(3만 원)은 주문받으면 바로 끓여준다.

'밀양집'의 주방장 할머니.

올해 89세인 박재쇠 할아버지.


'밀양집'의 돼지국밥.


 죽골목 인근에는 죽집 못지않게 오래된 돼지국밥집이 4개 모여 있다. 원조집은 '밀양집'(051-245-5137). 한국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박재쇠(89) 할아버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마 부산서 오래된 돼지국밥일 듯싶다.
 20년 전 작고한 할머니 대신 김순분(60) 주방장이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사골을 끓인 비교적 맑은 국물은 오랜 전통을 말없이 대변하고 있다. 평범함 속의 위대함이랄까. 수십 년 단골이 멀리서 찾아오는 이유이다. 인근의 남해집 양산집 명산집도 20~40년 된 돼지국밥집이다.

 40년 전통의 '원조 소문난 김밥집'(051-246-0443)도 아주 유명하다. '김밥이 맛있어봤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우엉 유부 시금치(여름엔 부추) 당근 단무지 등 5가지 재료의 오묘한 조합은 기대 이상이다. 1줄 1500원.
 
 ■ 부평시장의 알려지지 않은 맛집

고기가 쫄깃하고 잡내도 없다.

국물까지 맛있는 냉채족발.



 부평시장에는 맛은 천하일미지만 유명세에 밀려 있는 숨은 맛집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13년 된 '장수 왕 족발전문집'(051-247-3100). 냉채족발(대 3만2000, 특 3만7000원)이 아주 맛있다. 부평동에는 한성족발 한양족발 오륙도족발 등으로 대표되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족발골목이 있다. 하지만 맛이 더 좋고 가격이 절반이라면 어딜 가겠는가. 이미 일본인들 사이에선 소문이 나 쇼핑 후 단체로 찾는다고 한다.

 우선 고기 자체가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하고 고소하다. 돼지 냄새도 없다. 냉채족발 소스의 경우 과일 야채 해파리 겨자 와사비 등 17가지가 골고루 들어가 뒷맛이 깔끔하다. 해서 손님들은 국물을 다 마시거나 밥도 말아먹을 정도. 단점이라면 포장이나 배달만 된다는 점. 대신 단체 모임의 경우 출장도 가능하다.

생닭으로 즉석에서 반죽.

양은 많고, 가격은 싸고.


프라이드 치킨과 생맥주 한 잔.

양념 통닭. 양도 아주 많다.


 30년 전통의 '거인통닭'(051-246-6079)은 튀김 닭이 얼마만큼 맛있는지를 보여주며 20, 30대 젊은층을 시장으로 유인하는 효자 가게. 맛의 비결을 묻는 말에 이원재(62) 대표는 "생닭을 쓰며, 옥수수 전분 등 7가지로 직접 만든 파우더와 양파 마늘 등 8가지가 들어가는 액체양념으로 즉석에서 반죽한 후 2번 튀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닭 따로 튀김 옷 따로 놀지 않고 육즙이 살아 있다. 창원 김해 등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며 심지어 그 맛을 못 잊어 서울서 택배로 보내달라는 괴짜손님도 있다고. 양은 기존 프렌차이즈 닭보다 1.4배쯤 많고 가격은 저렴하다. 프라이드 1만4000, 양념 1만5000원.

 부평시장에는 부산서 유일하게 가자미식해를 파는 노점 두 곳이 나란히 있다. '원조 함흥식해 전문점'(010-9338-7705)의 김기연(아래 오른쪽) 할머니와 '전통 함흥식해'(010-5023-6269)의 김정수(아래 왼쪽) 할머니가 바로 그들. 두 분은 이북 출신의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며느리와 이북에서 피란온 사람에게 각각 배웠단다. 맛은 실향민들이 인정, 부산을 비롯하여 전국에 각각 있다. 1㎏ 1만5000원. 택배도 한다.

 이밖에 선식과 어묵도 부평시장이 원조다. 대보선식(051-246-6784)은 전국 최초로 선식을 개발해 보급했으며, 어묵공장도 해방 후 부평시장에서 가장 먼저 생산했다. 환공, 부산, 미도어묵 등이 대표 선수다.

어묵 대표선수 환공어묵.

국내 선식의 원조 대보선식.


김종열 부평시장상인회장
  
"독특한 전통 먹을거리 널리 알려야죠" 


부산 최초의 전통시장인 부평시장은 최근 시장 이름 앞에 또 하나의 '최초'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상인회가 최근 전국 1572개의 전통시장 중 최초로 전체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선제를 통해 상인회장을 선출했기 때문이다. 통상 상인회 또는 번영회 회장은 이사들의 호선으로 결정된다.


 상인회 방기원 사무국장은 "상인들의 시장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은 76%에 달했다"고 전했다.

 신임 김종열(사진) 상인회장은 올해 46세로 역대 최연소 상인회장. 이를 의식한 듯 김 회장은 "앞으로의 시장 정책은 상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며, 이에 따르는 외풍은 회장이 책임지고 막아내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김 회장은 "부평시장에는 우리 시장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먹을거리, 예를 들면 비빔당면이나 유부전골 어묵 가자미식해 선식 등이 특히 많다"며 "재임 동안 이를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부평시장에서 카펫점을 운영하는 김 회장은 외할머니에 이어 지금도 어머니가 이불점을 운영하고 있는 전형적인 부평시장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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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시장 (1)편 입맛 살려주는 '맛집 천국' 부평시장 http://hung.kookje.co.kr/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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