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반, 오기 반…어떤 맛이기에 이들은 마냥 기다리나

메뉴 평범, 주로 입소문 입맛 다시다 배꼽시계 가는 줄 몰라
푸짐한 양·독특한 맛·착한 가격…무턱대고 가면 발품만 팔아
그렇다고 소문 그대로냐? 일부는 기대 이하인 집도 있어
소문나 단골에 피해줄까 걱정 하기도…손님 많아 친절한 서비스 기대 금물

몸을 차게 하는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낮 12시 즈음이면 200여 명의 좌석이 거의 다 차버리는 사직동 '주문진 막국수'.
서구 부용동 '원조 18번 완당'.

일단 한번 들어보세요.
#장면 1    
평일 밤 10시40분. 요즘 가장 잘나간다는 드라마 '추노'를 뒤로한 채 집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부산 연제구 연산3동 대로변에 위치한 어느 조그만 식당. '지금 시각이면 맛을 볼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차를 몰았습니다. 식당 규모에 비해 유난히 큰 간판이 보이자 설레기도 했습니다.

오 마이 갓! 도착하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10여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입구에도 5명이 더 보였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포장만을 위해 번호표를 받고 별도로 기다리는 사람도 7명이나 되었습니다. 일부는 식당 근처에 주차한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20분 정도 지나자 기다리다 지친 아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며 파장할 팀을 관찰했지만 전혀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당을 나오면서 아내가 던진 말은 이렇습니다. "이런 이상한 세계는 처음인 것 같아요. 꼭 한 번 먹어야 되겠다는 오기가 생기네."

결국 11시20분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때도 처음 왔을 때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취재를 떠나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는 그 다음 날 오후 5시께 다시 찾아 맛을 보았습니다. 네 번째 만이었습니다.

이틀 전 입소문만 듣고 무작정 오후 7시30분에 이 집을 찾아 취재를 요청했지만 문전박대당하고, 그 다음 날 같은 시각에 또 찾았지만 30분 기다리다 희망이 안 보여 발길을 돌렸습니다. '닭발의 천국'이라는 집입니다.

맛은 어땠느냐고요. 괜찮았지만 이토록 줄을 서가며 먹을 만큼 '환상적'이지는 않고 평범했습니다. 물론 우리 부부만의 사견이지만. 하여튼 불가사의한 시추에이션이었습니다.

#장면 2     
역시 평일 오후 8시. 부산진구 당감동 백양터널 가는 대로변의 한 고깃집 'OK목장' 앞. 간판은 불이 꺼져 있고 셔터의 절반이 내려져 있지만 8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인장에게 물었습니다. 왜 간판의 불을 켜지 않고 셔터문을 반쯤 내리고 있느냐고.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근처 가게들이 자꾸 민원을 제기해요. 실제로 그런 적이 꽤 있었거든요."기자는 오후 8시40분께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인장은 "40분이면 비교적 적게 기다린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부산에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식당 이야기입니다. 취재 중 여러 식당에서 줄을 서 먹어본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이 있더군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푸짐한 양'과 '착한 가격 그리고 '빼어난 맛'이 정답이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거의 단일 메뉴를 갖고 있더군요.

약간의 거품도 있었습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맛이었지만 왜 그렇게 손님이 줄을 서는지 다소 의아한 구석도 있었습니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진리를 망각하고 불친절함이 하늘을 찌르는 식당도 있었습니다. 판단은 모두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집만이 부산을 대표하는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이 아니라는 겁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이보다 더 많은 집이 안테나에 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줄 서는 집'을 소개하는 기회를 다시 마련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언제나 만원…발걸음 되돌릴 각오해야

조개탕과 닭발.


부산진구 연산3동 현대아파트 입구 닭발의 천국(051-865-8449). 밀려오는 손님들 때문에 대책없이 저녁 시간에 찾아갔다간 허탕치기 일쑤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내부는 흐름하며 30명 정도가 정원이다. 오후 5시에 찾아도 겨우 한 테이블만 남아 있다. 10분 뒤 자리가 차면 그때부터 쭈욱 줄서기가 계속된다. 메뉴는 닭발과 조개탕 단 두 가지. 각각 1만 원. 소주는 1인당 1병만 판다. 맛에 대한 반응은 '황홀하다'는 쪽과 '평범하다'는 쪽 반반이다. 이런 점에서 약간 거품이 있지 않나 싶다. 웬만한 닭발집은 이 정도 하는데 사실.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하지만 그렇게 맵지는 않다. 절제된 매운 맛이라고나 할까. 조개탕은 매운 고추를 넣어 아주 시원하지만 이 또한 여느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맛이다. 원래 그렇지 않은가. 조개탕은 재료만 신선하면 그 맛이 그 맛 아닌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분위기는 '빵점'. 직원들은 불친절은 하늘을 찌른다. 식사 중 옆테이블 손님들에게 물어보니 열에 열은 불친절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줄 서는 집이라고 하니 호기심 반, 줄을 서다 보니 오기가 발동한 때문인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홀에 단말기가 안 보여 대부분의 다른 손님들이 현금을 내기에 신용카드를 한번 내봤다. 거부는 하지 않고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서 결재는 해온다. 


5개의 육질 등급 중 최고인 속칭 '투뿔' 1++ 등급의 쇠고기 100g에 1만3000원이라면 누가 찾지 않겠는가. 일반 고깃집이라면 2만 원은 족히 넘는다. 부산진구 당감동 OK목장(051-894-5643)을 두고 하는 말이다. 1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갈빗살만 취급한다. 갈비 한 짝엔 안창살 꽃살 갈빗살이 있지만 이 집은 안창살 꽃살을 따로 빼내 더 비싼 가격으로 팔지 않고 갈빗살과 골고루 섞어서 손님에게 대접한다. 대신 나쁜 부위는 절대 갈빗살에 섞지 않고 반드시 된장찌개에 넣는다. 6개의 테이블이 붙어 있어 분위기는 별로지만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기 때문에 '용서가 된다'. 된장찌개 또한 일품이어서 맛에 대해선 흠잡을 데가 없다.

부산에서 유명세로 따지자면 아마도 대연동 쌍둥이돼지국밥(051-628-7020)을 따라올 집은 드물 듯하다. 대연사거리에서 문화회관 또는 유엔공원 가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찾기도 쉽다. 평일 주말 점심 저녁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나 10명 이상의 줄은 기본이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꽉 들어찬다. 심지어 비바람이 불어도 우산을 쓰고 묵묵히 기다리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이 집은 우선 국물이 설렁탕처럼 우윳빛이 나고 담백하다. 이런 점에서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선호한다. 반면 돼지국밥은 약간의 누린내가 나면서도 거칠고 투박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알코올램프로 식지 않게 데워주는 수육의 고기는 향정살 삼겹살 목살 등을 골고루 사용한다. 영업시간은 새벽 1시까지. 돼지국밥 4500원, 수백 7000원.

20~30분은 기본,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롯데백화점 부산(서면)점 뒷문 근처에 위치한 삼광보리밥(051-803-9636)은 가게 이름과 달리 보리밥보다 김치전골로 더 유명한 집. 오전 11시부터 줄이 시작돼 오후 2~3시가 넘어서도 계속된다. 3000원 하는 보리밥은 평범하다. 무채 콩나물무침 겨울초무침 물김치 시락국이 곁들여지는 보리밥은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맛이다. 부담없는 한 끼 식사로는 손색이 없다. 오히려 시큼하게 잘 삭은 김치를 넣은 김치찌개에 라면사리와 오뎅을 곁들인 일종의 퓨전 김치찌개인 김치전골이 더 잘 나간다. 공기밥 포함 2인 1만 원. 맛있기는 하지만 식당 자체의 흡입력보다 솔직히 '앉은 터', 다시말해 백화점의 후광 탓이 큰 듯하다.


사직야구장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주문진 막국수(051-501-7856)는 몸을 차게 하는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에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 기자가 찾은 평일 오전 11시50분께 가게의 80%가 손님들로 차 있었지만 나올 땐 계단을 지나 바깥까지 줄이 이어져 있었다. 주말엔 두말하면 잔소리. 사골을 고은 육수에 메밀과 전분을 섞어 뽑은 쫄깃한 면발에 김과 깨를 듬뿍 넣은 이 맛은 강원도 사람들이 더 강원도답다고 칭찬하기 일쑤. 프로축구 강원FC 서포터스는 사직구장만 찾으면 반드시 단체로 이 집을 찾는다고 한다. 수육에 곁들여지는 식혜는 너무 맛있어 손님들이 포장을 요청할 정도. 막국수 칼국수 5000원, 수육 1만~1만5000원.

완당. 사실 완당보다 돌냄비우동이 훨씬 더 맛있다. 국물부터 차이가 났다. 해서, 단골들은 완당은 먹지 않더군요. 소문 듣고 온 사람들만 완당을 시키더군요. 완당으로 돈 벌고, 유명세를 탔는데 완당을 더 맛있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완당은 미끼상품인가. 약간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대를 이어 내려오는 집이라는데.

서구 부용동 부민초등학교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원조 18번 완당(051-256-3391)은 1947년 문을 연 이후 2대째 내려오는 맛집. 역시 평일 점심시간에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완당(5000원)은 두께 0.35㎜의 피에 고기 속을 넣고 육수에 익힌 일종의 만두국. 하지만 이 집에는 완당보다 돌냄비우동(6500원) 냄비우동(5000원), 여름엔 메밀국수와 비슷한 발국수(5000원)의 인기가 더 높다.

술집에도 줄을 서야 되나요

맛의 차원이 다른 탕수육.

만두도 아주 맛있다.


연산동 KNN방송국 인근 골목에 위치한 칠보락(051-865-7732)은 중국집이지만 술 손님을 위주로 오후 2시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41년 요리 경력인 화교 출신의 주인장 왕입경(57) 씨의 숨은 솜씨가 서서히 입소문을 타 이제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굳이 초량으로 갈 필요가 없게 된 셈. 신문에 소개되면 단골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도 마음에 든다. 유산슬, 깐쇼새우 등이 일품이다. 4~5인용 코스 요리(10만 원)는 술 안주로 인기다.

생선초밥. 국내 것보다 크다.

카레우동.


광어육회.

서면 복개천 대로변에 위치한 키라라(051-808-5338). 일본서 유학하고 직장생활를 한 황위현 대표와 일본인 주방장 야마사키 히로키 씨가 일본 정통요리뿐 아니라 퓨전요리를 개발해 젊은이들을 줄 세우고 있다. 광어를 육회 양념으로 만든 광어육회와 독특한 맛의 키라라 순두부가 대표적인 메뉴다. 수제 오뎅전골과 타르타르소스를 일식으로 변형한 소스가 독특한 굴튀김도 인기 메뉴다. 금, 토요일 자리가 없을 경우 메모를 남기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세련된 카페 분위기여서 여성들이 절반 가까이 차지 한다.


동래구청 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뚱이네양곱창(051-558-0697)은 아주 '착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맛으로 인기몰이를 한 케이스. 소 양곱창이 8000원. 이 가격은 다른 집에선 1만8000원을 받아도 될 정도. 너무 가격이 저렴해 '모 기관'에서 조사를 나와 냉장고를 뒤졌다는 일화도 있다. 직접 구워주면서 굽는 노하우와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줘 밤마다 줄을 선다. 기다리다 지쳐 연락처를 남기면 주인이 연락을 해준다.

주말 가족손님 터져나가요

대나무 불판.

석쇠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강서구 명지동 서낙동강변 녹산수문 인근에 위치한 배꼽 빠진 고기(051-941-4233)는 한우를 식당 이름 그대로 거품을 뺀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식육식당.
등심 600g을 5만4000원~6만6000원에 판매하는 등 한우 각 부위를 1인분에 1만2000원 안팎으로 먹을 수 있다. 단 무한 리필 가능한 야채값으로 3000원을 내야 한다. 이 집은 불판을 대나무로 만들어 대나무가 육즙을 오랫동안 머금고 있다. 밑반찬인 치자백김치나 강화도 순무도 별미다. 가게 바로 옆에는 갈대숲이 흐드러진 서낙동강의 둑길이 2㎞ 펼쳐져 산책도 가능하다.

살얼음을 띄운 동치미가 아주 일품이다.

지하철 2호선 대티역 4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사하구 괴정동 대티물꽁(051-208-7379)은 부산시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된 아구찜 전문점. 주말엔 가족 손님이 워낙 많아 예약을 받지 않는다. 빼어난 맛에 양도 아주 많다. 직접 담근 동동주와 살얼음을 띄운 동치미가 아주 일품이다.


동래구 수안동 주택가 골목에 12년째 문을 열고 있는 바우석쇠구이(051-556-6115)는 손님들로부터 아예 번호표를 뽑는 고깃집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으로 각인돼 있다. 주말이면 가족 외식장소로 이만한 데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고기이긴 해도 호텔에서 쓰는 좋은 고기인 데다 고감도의 칼질과 숙성온도 조절을 잘 해 맛은 한우 못지 않다. 1인분(1만2000원~1만3500원)에 250~360g. 최근에는 해물된장, 갈비(550g), 물김치 1팩을 포장해 1만4300원에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남천동 해변시장에 위치한 영남식육식당(051-624-2228)도 쇠고기의 모든 특수부위까지 갖추고 있어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목~일요일 저녁시간엔 줄을 서야 할 정도. 식사로 나오는 된장라면과 누룽지가 아주 맛있다.

평일 직장인들이 줄 서는 집
  

보드판에 온 순서를 기록한다.


돈까스카레.

고로케카레.


중구 중앙동 일명 소라계단 인근의 겐짱카레(051-461-0092)는 정년 퇴직 후 부산이 좋아 4년 전 부산에 눌러앉은 일본인 요시다 겐지·사치코 씨 부부가 주인이자 주방장인 일본식 정통 카레집. 오전 11시30분부터 줄을 서기 때문에 가게 앞에 의자가 놓여 있고, 문에는 대기자 이름을 적기 위한 보드판을 달아놓았다. 일본을 자주 오가는 여행사 및 항공사 사람들과 부산 거주 일본인들이 자주 찾는다. 고로케카레 5000원, 돈까스카레 5500원.


중앙동 40계단 인근에 위치한 황태를 벗삼아(051-468-5958)는 부산선 드물게 황태찜을 맛볼 수 있는 35년 전통의 맛집. 평일 점심 땐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여성들과 속풀이를 위한 주당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생선초밥 1인분.

사장 겸 주방장 이정태 씨.



'황태를 벗삼아' 맞은 편의 본(本)참치(051-463-3737) 또한 식사 때면 직장인들이 줄을 서 두 식당 사이의 골목이 일대 혼잡을 이루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 집의 사장이자 주방장 이정태 씨는 부산시 생선회 활어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베테랑이다. 저녁 땐 다른 집의 절반 가격으로 참치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부산대 앞의 리틀프랑(051-581-0056)은 대학생들이 즐겨찾는 4500~5500원대의 스파게티 전문점.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은 1만 원대라 학기 중엔 근처 직장인들까지 가세해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 '맛있는 홍콩' 식도락 여행


스페니쉬 레스토랑인 '미자스'(Mijas)의 먹물 스파게티.
 
향기 나는 항구, 홍콩(香港)은 그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입니다. 크게 보면 쇼핑과 백만 불짜리 야경, 그리고 음식으로 요약되지요.

홍콩에서 찾을 수 없는 브랜드는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다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로 홍콩은 쇼핑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지요. 면세지역이라 원래 가격이 저렴한 데다 파격세일까지 보태지면 '지름신'을 물리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백만 불짜리 야경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겠지요. 아직도 '영웅본색'의 홍콩식 느와르의 흔적이 살아있는 침사추이로 대표되는 주룽(九龍)반도와 안젤리나 졸리가 '툼 레이더'에서 뛰어내린 88층의 제2국제금융센터(Two IFC)가 우뚝 선 미래도시 느낌의 홍콩섬을 가르는 빅토리아 하버에 비치는 마천루의 화려한 불빛의 총아는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할 명소로 알려져 있지요. 이에 비하면 홍콩의 음식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요. 쇼핑과 홍콩야경의 아성이 너무나 높아 사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거지요. 기존 여행사 상품도 그랬고, 언론 보도 또한 모두 쇼핑과 홍콩야경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춰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홍콩은 음식 천국입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요리는 프랑스요리와 쌍벽을 이루는, 요리에 관한한 세계 최고입니다. 그 중에서도 홍콩이 속해 있는 광둥(廣東)지역 요리를 으뜸으로 치지요.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데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한 덕분이지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네발 달린 것 중에는 책상 빼고 다 먹고, 날아다니는 것 중에는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이 말은 바로 광둥요리를 두고 나온 말이지요. 그만큼 중국요리에서 광둥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지요. 수년 전 전 세계를 강타한 사스도 기실 광둥지역에서 줄머리 사향살쾡이를 요리하다 발생한 것이지요.   
 
여기에 1842년 난징조약을 맺은 뒤부터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1997년 중국에 반환될 때까지 155년의 긴 세월 동안 서구 문명 유입과 함께 다양한 서양의 요리가 대거 유입돼 그야말로 음식 천국이 된 것입니다. 일종의 전 세계 음식특구가 돼 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착한 음식 가격도 일조하고 있지요.

장이 서면 장돌뱅이가 모이는 법. 이렇다 보니 중국의 또 다른 유명 요리인 베이징 쓰촨(四川) 상하이요리가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레스토랑을 속속 열고 있어 이제 홍콩은 동서양의 요리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상하이보다 맛있는 소롱포를 만들고, 이탈리아보다 피자를 바삭하게 구워내고 인도보다 카레를 잘 끓이는 집들이 골목마다 있다는 것이지요. 덕분에 지난해말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지요.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 홍콩판이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출판됐지요.

최근에는 와인 관세 폐지로 홍콩이 와인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지요. 다양한 안주요리가 와인과 궁합이 잘 맞아서일까요. 와인 애호가들의 홍콩 방문도 늘고 있답니다. 홍콩의 압구정동이라 불리는 란콰이퐁에는 싼 가격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바도 생겼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습니다. 홍콩으로 맛기행을 떠나보시지 않겠습니까. 젓가락과 포크 그리고 와인잔을 들고서.


외국인 입맛 맞춘 중국요리의 천국
- 모든 중국요리는 이곳에 : 크리스탈 제이드가든

                   찰랑찰랑 고기 육즙이 들어 있어 톡 터뜨리는 순간 부드러운 만두피와 달콤한
                   육즙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상하이식 만두 샤오룽바오(소롱포).
돼지 족발을 속 재료로 쓴 딤섬.
돼지고기와 버섯 등을 속 재료로 넣은 춘권.
우리나라 간장떡볶이와 거의 흡사한 상하이식 떡볶이.
쓰촨식 마파두부.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딱 맞다.
해삼 새우 버섯과 청경채 등 각종 야채를 곁들인 해산물 볶음면.
땅콩 소스와 고추기름이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특징인 쓰촨식 면요리인 딴딴미엔(탄탄면).

용안과 파인애플이 들어간 디저트.

팥이 들어있는 디저트. 하나같이 맛있다.


주룽(九龍)반도의 최대 번화가인 침사추이 스타페리 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쇼핑몰 하버시티 3층에 위치해 있다. 동양 최대의 쇼핑몰인 이곳은 저가 브랜드에서 비싼 브랜드까지 골고루 입점해 있어 쇼핑을 위해 홍콩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크리스탈 제이드가든은 지난해 일반 대중식당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할 정도로 홍콩에서도 꽤나 유명한 중국요리 레스토랑. 빅토리아 하버 건너 홍콩섬에도 2곳이 더 있고 동남아 분점도 6곳이 있다. 서울에도 있단다.

광둥요리뿐 아니라 쓰촨(四川) 상하이 등 중국요리 대부분을 맛볼 수 있다. 가격도 착하고 실내 인테리어도 깔끔한 데다 중국 내륙음식 특유의 향신료를 완화해 외국인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예약은 받지 않으며 보통 3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찰랑찰랑 고기 육즙이 들어 있어 톡 터뜨리는 순간 부드러운 만두피와 달콤한 육즙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상하이식 만두 샤오룽바오(소롱포)는 입안에 행복을 안겨다 주고, 쓰촨식 면요리인 딴딴미엔(탄탄면)은 땅콩 소스와 고추기름이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돼지 족발을 속 재료로 쓴 딤섬과 역시 돼지고기와 버섯 등을 속 재료로 넣은 춘권, 새우만두를 튀겨 케첩과 비슷한 소스에 찍어 먹는 딤섬은 우리 입맛에 딱 맞다. 해삼 새우 버섯과 청경채 등 각종 야채를 곁들인 해산물 볶음면은 심심하면서도 깔끔하고, 상하이식 떡볶이는 우리나라 간장떡볶이와 거의 흡사하다. 가격은 각각 5000~7000원대로 그리 비싸지 않다.


홍콩의 '매운 맛' 찾아 전 세계 관광객 발길
- 매운 맛으로 홍콩 보내줄게 : 죽가장(竹家莊)

간장과 칠리를 곁들인 대형 게볶음.
으깬 마늘과 당면을 올린 대합조개찜은 전형적인 중국식 스팀요리다.
닭뼈와 생선 등을 넣고 국물을 낸 구운 오리다리 국수.
칠리와 간장을 곁들인 조개볶음. 아주 맵다.

간장에 데친 갑오징어.

돼지방광 데침. 이름과 달리 먹을 만하다.

 새우 게 대합 전복 등 해산물을 활용한 매운 맛의 진수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식당으로 홍콩 원주민 즉 보트피플이 먹던 요리에 가깝다고 한다. 홍콩 가이드북에 소개돼 있지 않지만 한국을 비롯 전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메뉴에 영어 한국어 일본어가 사진과 함께 적혀 있다.

이름처럼 대나무로 인테리어를 한 20년 전통의 이곳은 작지만 항상 손님이 넘쳐난다.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밤늦게 공항에 도착한 후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곧바로 이곳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

재료의 대부분이 해산물인 이곳은 작은 메뉴일 경우 가격이 정해져 있지만 게 전복 요리 등 일부 품목은 해산물 가격이 매일 달라 시세로 받는다.

죽가장에선 '안 맵게'(광둥어로 시우랏), '중간쯤 맵게'(〃 쫑랏), '아주 맵게'(〃 따이랏) 등 세 가지로 나눠 주문한다. 맵게 해달라고 객기를 부렸다간 입에서 불이 나니 유의하길. 반찬으로 주문한 5000원대의 간장에 데친 갑오징어와 파 데침 그리고 돼지방광 데침은 먹을 만하지만 문제는 칠리와 간장을 곁들인 조개볶음. 조개는 그런대로 먹을 수 있지만 양념은 아주 맵다. 매운 맛 마니아들은 별도로 월남고추를 볶아달라고 해 밥을 비벼 먹는다고 한다. 칠리와 간장을 곁들인 매운 게볶음도 별미이다. 으깬 마늘과 당면을 올린 대합조개찜은 전형적인 중국식 스팀요리. 다만 한국인의 정서와 완전히 다른 향차이(고수)는 빼고 먹을 것을 권한다. 멋모르고 먹었다간 몸서리치기 십상이다. 입가심으로 닭뼈와 생선 등을 넣고 국물을 낸 구운 오리다리 국수와 보트피플식 죽도 권한다. 침사추이 인근 조던로드 템플스트리트에 위치해 있다.


■ 이국 속의 이국…낭만과 분위기는 서비스
- 홍콩의 작은 유럽, 스탠리의 레스토랑들

홍콩의 작은 유럽 스탠리.

 주룽반도와 홍콩섬의 번잡함에 지쳤다면 홍콩섬 남부로 향해보자. 한적한 유럽의 작은 항구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색다른 홍콩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홍콩의 작은 유럽으로 불리는 스탠리. 과거 영국의 식민통치시대 홍콩의 임시 수도였던 이곳은 홍콩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부촌. 시내에서 높다란 이층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만난다. 해변을 끼고 좁은 이차로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이 길은 가파른 절벽과 탁 트인 바다, 동양 최대 규모의 해양공원을 오가는 곤돌라, 성룡의 대저택 등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고급 빌라들이 산속에 속속 박혀 있어 환상의 로맨틱 드라이브 코스를 제공한다.

홍콩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모정'(慕情)의 배경인 된 리펄스베이.
리펄스베이 바로 옆에는 도교 사원인 틴하우사원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풍광. 

도중 만나는 리펄스 베이는 빠뜨리지 말자. 원래 천세만이라 불렸지만 마카오를 점령한 영국군이 홍콩섬의 해적 본거지인 이곳을 점령할 당시의 군함 이름이 리펄스호여서 이후 이곳이 리펄스 베이로 명명됐다 한다. 이곳은 또 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홍콩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모정'(慕情)과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 촬영지이자 영화배우 최은희 신상옥 부부가 납치된 곳으로 유명하다.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해 아주 작지만 한적하고 깨끗해 휴양이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해변이다. 바로 옆에는 도교 사원인 틴하우사원이 있다.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재신상과 웃음을 준다는 다한불 등 각종 상(像)들이 있으니 꼭 만져보자.

스탠리에는 해안을 따라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고, 건너편의 옛 수용소 건물을 개조한 머레이하우스에도 베트남,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이 위치해 있어 어디서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한다.

왕새우 오징어 조개를 곁들인 카레향이 나는 볶음밥.

스페니쉬 레스토랑인 '미자스'(Mijas)는 해산물을 위주로 10가지 정도를 샐러드바처럼 세팅해 놓고 메인요리를 주문한다. 샐러드바엔 엔초비를 곁들인 샐러드와 담백한 생선구이, 콩소스를 뿌린 돼지꼬지요리 등이, 메인요리에는 왕새우 오징어 조개를 곁들인 카레향이 나는 볶음밥과 국내에선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검은빛의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가 인상적이다.

볶은 양파 위에 올려진 야채의 맛과 향이 좀 멜랑꼴리 거시기해 좀 그랬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와일드 파이어'(Wild Fire)는 본고장의 맛 그대로를 맛볼 수 있다. 피자는 도우가 약간 얇으며 약간 짭조름하고, 새우 조갯살 등이 들어 있는 스파게티는 아주 담백하다. 해변에 줄지은 노천 레스토랑의 경우 파란 벽과 흰색의 창문이 인상적인 입구의 보트하우스가 유명하다. 가격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만~3만 원대로 한국과 비슷하다.


관세 철폐…국내 절반 가격으로 와인 쇼핑
- 전 세계 와인을 맛보다 : 와인 테이스팅바

와인바 'tastings' 

 
홍콩은 지난 2008년부터 와인에 대한 관세를 폐지, 신(新) 와인 천국으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 와인 마니아들의 와인 쇼핑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왓슨' 등 홍콩의 대형 와인매장에선 한국보다 30~50%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저렴한 와인 가격에 힘입어 최근들어 홍콩에는 독특한 콘셉트의 와인바가 등장했다. 홍콩섬 금융센터의 중심지 센트럴 뒷골목인 란콰이퐁의 와인바 'tastings'가 바로 그것으로, 기호에 맞는 여러 와인을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분량만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란콰이퐁은 바와 클럽이 몰려 있어 주말이면 외국인들로 넘쳐나 홍콩의 압구정 또는 홍대 앞으로 불린다. 이른바 와인 애호가들의 '성지순례' 명소이다. 흥청망청하지만 치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중경삼림'의 양조위처럼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많기 때문이다.

와인바 'tastings'에 들어서면 선불카드를 구입, 벽면에 설치된 40개의 와인 중 마시고 싶은 것을 골라 카드를 넣고 자판기처럼 그냥 누르기만 하면 된다. 버튼은 세 가지. 'taste'(25㎖) 'half'(75㎖) 'full'(150㎖). 업소 측은 "200여 종류의 와인 중 인기가 높거나 새로 입고된 와인 몇 종류를 계속 바꿔가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1회 테이스팅 비용은 적게는 3000원대부터 2만~3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월~토요일 오후 5시~오전 2시 영업하며, 일요일은 쉰다.


■ 지상 최대의 디너쇼…낮보다 황홀한 홍콩의 밤거리
- 백만 불짜리 홍콩 야경을 호텔 뷔페에서

홍콩의 야경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의 야경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다. 남녀 간이라면 없던 사랑도 생길 정도다. 지구 상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매일 오후 8시부터 18분간 주룽반도 침사추이와 홍콩섬의 마천루 빌딩군에서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불빛과 서치라이트 빔의 황홀한 조화가 로맨틱한 음악을 배경으로 빅토리아 하버를 물들인다. 그 유명한 '심포니 오브 라이트'다.

침사추이 해변산책로인 연인의 거리나 스타의 거리에서 봐도 되고, 빅토리아 하버를 오가는 스타페리에서 감상해도 된다. 아니면 홍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홍콩섬의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면 더욱더 감동적이다. 빅토리아 피크는 야경도 야경이지만 피크까지 45도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전차인 피크트램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내에서 보는 홍콩야경은 없을까. 빅토리아 하버 인근 수십 개의 호텔 중 침사추이 해변산책로와 인접한 인터콘티넨탈 그랜드 스텐포드호텔 뷔페의 통유리를 통해 볼 수 있다. 이곳의 시푸드 뷔페는 홍콩에서 손가락에 꼽을 만큼 푸짐하고 싱싱하다.

가장 이상적인 홍콩 야경 섭렵 방법은 호텔 시푸드 뷔페 식사, 연인의 거리서 '심포니 오브 라이트' 감상, 스타페리를 이용한 야경 감상, 빅토리아 피크에서 홍콩 야경 관망 순으로 움직이면 된다.

빅토리아 하버 인근 수십 개의 호텔 중 침사추이 해변산책로와 인접한 인터콘티넨탈 그랜드 스텐포드호텔 뷔페에서 홍콩의 야경이 잘 보여 이곳의 시푸드 뷔페는 아주 유명하다. 음식도 푸짐하고 괜찮은 편이다.


-나사투어 '홍콩 와인&맛 기행' 상품

부산 나사투어는 '홍콩 와인&맛기행'이라는 제목으로 3박 4일짜리 홍콩 여행상품을 올 1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상품가격은 1~2월 성수기 땐 95만 원대부터 가능하며, 3월부턴 80만 원대로 낮아진다. 인원이 많으면 상품가격은 내려갈 수 있다. 항공편은 캐세이퍼시픽 자회사인 드래곤항공을 이용한다. 매주 월 목 금 일요일 오후 7시35분 출발, 홍콩에선 같은 요일 오후 2시25분 이륙한다. 시차는 홍콩이 1시간 빠르다. 드래곤항공은 특히 기내식이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비빔밥은 물론이고 후식으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까지 나온다. 문의 (051)442-6333, 803-8941~2


부산의 이국음식점(3)-태국 음식점 '헬로타이'


- 왕새우 곁들인 옐로 퐁커리 밥 비벼 먹으면 제격

세계 3대 스프로 불리는 똠양꿍.

'헬로타이'에서 인기 메뉴인 디너세트.

 
  
 해운대 아쿠아리움 맞은편 BMW 대리점(옛 맥도날드) 건물 뒤 '서울깍두기' 사이로 들어서면 위치해 있다. 이 골목은 입구에 태국 바와 마사지숍이 있어 '해운대의 태국거리'로 명명해도 될 듯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태국에 온 듯 인테리어가 화려하면서 고풍스럽다. 작은 소품 하나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며 종업원도 태국 의상을 입고 있다. 입구엔 눈길 끄는 사진이 보인다. 이곳이 영화 '강력3반', '원탁의 기사' 촬영지였음을 암시한다. 또 다른 벽면에는 탁신 전 태국 총리를 비롯 호주 총리, 네덜란드 대사 등 각국 정상이나 외교관들이 다녀간 사진이 걸려 있다. 최근에는 국제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태국 마히돌 공주의 식사를 전담했단다.

 박성희 대표는 "서구 사회에선 기름기 많은 차이니즈 레스토랑이 지고 건강식인 태국 음식점이 부상하고 있는 추세"라며 "향신료와 양념을 곁들이는 태국음식은 맵고 달고 시고 짜고 쌉싸래한 맛이 환상의 조화를 이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에는 현지인 베테랑 요리사들이 맛을 담당한다.

꿍 팟 뽕커리.
                      야채와 해산물이 어우러진 매콤한 샐러드인 얌탈라이.
 
이곳 또한 메뉴 선택이 어려워 대개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한 세트 메뉴가 인기다. 애피타이저인 뽀삐야는 콩과 각종 야채, 향신료가 조화를 이룬 일종의 춘권이고, 얌탈라이는 야채와 해산물이 어우러진 매콤한 샐러드.

스프는 태국이 자랑하는 세계 3대 스프인 똠양꿍. 겉보기엔 새우와 라임잎이 보이는 우리의 찌개와 비슷하지만 맵고 시고 톡 쏘면서도 향기로운 맛이 일품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태국 음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해장으로 속을 달랜다고 한다.

시푸드인 탈라이 팟 멧 마무앙은 해산물과 야채 캐슈넛을 볶아 담백하며, 팟 캇 파오 까이라는 치킨요리는 바질잎과 태국고추를 곁들여 매운 소스에 볶았다. 왕새우로 만든 옐로 퐁커리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아 밥을 비벼먹으면 제격이다. 태국 요리도 인도 요리와 마찬가지로 모든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다.

일종의 춘권인 애피타이저인 뽀삐야.

코코넛 밀크인 디저트 '사쿠'.



'사쿠'라는 디저트가 아주 인상적이다. 전분으로 만든 조그만 알맹이와 파인애플 조각을 안에 넣은 용안이 들어 있는 코코넛 밀크로 아주 맛있다. 저녁 세트 메뉴는 2만5000원, 런치 세트는 1만3000원~1만8000원. 바가 마련된 안쪽에는 흡연자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051)731-5033

'헬로타이'의 바. 흡연자를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부산의 이국음식점(2)-터키 음식점 '카파도키아'

수석 주방장인 터키인 젤릴 씨가 주방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 3대 요리를 꼽으라면 프랑스와 중국은 당연히 포함되지만 나머지 하나는 태국과 터키가 각축을 벌인다는 게 정설이다. 터키는 역사적으로 한때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이 있었다. 당시 황제인 술탄의 식탁에는 매일 새로운 요리가 올라야만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요리사들은 목숨을 내놓아야 했기 때문에 독창적인 요리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가짓수나 맛에 있어서 중국 요리 못지않다.

'카파도키아'는 터키 중부 고원 일대의 지명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군의 박해를 피해 이주해 숨어살던 곳으로, 화산바위의 차별 침식으로 형성된 독특한 기암괴석 덕분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금정구 남산동 이슬람성원 바로 옆에 위치한 터키 음식점 '카파도키아'는 이 도시의 이름을 따 지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깔끔한 주방이 바로 보이고, 현란한 무늬의 타일과 공예품이 눈길을 붙잡는다. 동시에 향신료가 코끝을 자극한다. 주방장 젤릴이 입은 태극기와 터기국기가 나란히 장식돼 있는 빨간색 유니폼도 눈길을 끈다.

케밥 중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시시케밥.

우리네 피자와 맛이 비슷한 코냐 렙. 

밀가루 전병인 '라와시'. 

 

 터키 요리의 간판은 뭐니뭐니해도 케밥. 터키어로 고기라는 뜻이다. 재료나 요리방법에 따라 케밥은 300여 종이 있지만 이곳에선 현재 12가지만 맛볼 수 있다. 이 중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케밥은 시시케밥. 시시는 터키어로 꼬챙이라는 뜻이다. 양고기를 향신료와 소스에 절인 후 꼬치에 꽂아 구운 요리이다. 우리의 꼬치구이를 연상하면 된다. 시시케밥에는 꼬치 2개와 밥, 샐러드 감자튀김 오이지 등이 한 접시 나온다. 양고기는 얇고 부드러운 밀가루 전병인 '라와시'에 싸 먹으면 일품이다. 빵 속에 볶은 양고기와 닭고기, 치즈 등을 넣고 오븐에 구운 '코냐 렙'도 별미이다. 한국의 피자와 맛이 비슷하다.

손님들은 대개 세트요리를 주문한다. 스프, 터키사람들이 즐겨먹는 에크맥(터키 빵)과 소스, 메인 요리 하나(주로 케밥), 디저트가 전부다. 후식은 쌀로 만든 푸딩인 '수틀라치'나 터키 요구르트가 맛있다. 터키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도 일품이다.

모든 고기는 '할랄'이라는 전통의식을 거쳐서 요리하기 때문에 부산뿐 아니라 창원 거제 마산 등의 무슬림 바이어들은 좀 멀더라도 모두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 또 이슬람성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무슬림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차는 이슬람성원에 하면 된다. (051)515-5981

부산의 이국음식점(1)-인도음식점 '강가' 해운대점
 

7년 전 세계에서 빈부 차가 가장 크다는 인도 뭄바이(옛 봄베이)에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버스에 몸을 싣고 이동하면서 바라본 노숙자들이 헤드라이트 불빛 때문에 도미노처럼 벌떡벌떡 일어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각설하고, 뭄바이시청에서 열린 간단한 공식 인사에 이어 행사는 만찬으로 이어졌습니다. 말이 만찬이지 청사 내 작은 방에, 우리로 치자면 조촐한 출장 뷔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곤함과 허기에 지친 기자는 음식을 보자마자 너무나 반가워 현지인들이 하는 대로 무심코 커리를 빵에 올려 크게 한 입 베어먹었습니다.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기묘묘한 맛과 향에 기자는 식은 땀과 함께 기절초풍할 정도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뱉어낼 수도 그렇다고 삼킬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갈 곳이라곤 화장실뿐이었습니다. 이후 인도에서 음식을 먹을 땐 포크로 눈곱 크기만큼 떠서 맛을 본 후 식사를 했답니다.

2년 전엔 인도와 이웃한, 과거엔 한 나라였다가 종교 분쟁으로 갈라선 파키스탄에도 갔답니다. '다이내믹 K2 부산원정대'와 함께였습니다. 양국은 글만 다를 뿐 말과 음식은 서로 같습니다.

보기에 따라선 꿈의 'K2 트레킹'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K2 베이스캠프(해발 5135m)까지 가는 동안 몸은 몸대로 축나고 밤엔 얼마나 춥던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음식이었습니다. 공항이 있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선 그나마 호텔서 묵어 흰죽과 빵 과일 우유 등으로 때울 수 있었지만 첩첩산중에선 애오라지 맛과 향이 징한 파키스탄 음식뿐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부딪치라고. 굶주리는 아프리카 난민도 있는데 이 정도 못 이겨낼까 생각하며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보름 정도 악으로 먹다 보니 그런 대로 먹을 만한 단계를 넘어 그 오묘함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평범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사람 먹는 음식은 결국 '오십보 백보'라고.

세월이 흘러 2009년 오늘, 문득 잊었던 그 맛이 그리워졌습니다. 알고 보니 부산에도 인도 음식점을 비롯한 터키 태국 베트남 등 내로라하는 이국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주방장도 대부분 베테랑 현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고급 인테리어로 문을 열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부침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어 국내에서 가장 개방적 기질을 지녔다는 부산 사람들이 맛에 관한 한 아직도 보수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맛은 어땠냐고요. 음식점 측은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현지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하면 제대로 먹어낼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향신료 등의 수준을 80~90% 수준에 맞추고 있답니다. 여기에 직원들의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미각의 바다에 풍덩 빠져들 듯합니다.

부산의 이국 음식점들은 단순한 맛집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터키음식 전문점인 '카파도키아'는 국내 여행자들을 위해 터키여행 안내서가 비치돼 있는 한편 무슬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고, 태국 식당 '헬로타이'는 부산을 찾는 각국 외교사절들의 단골집은 물론 국내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인도 음식점 '강가'는 인도인 매니저가 상주하면서 인도문화 알리기에 열성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작은 외교의 장(場)이었습니다.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은 마약처럼 일종의 중독성이 있어 주기적으로 찾게 된답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이라 했습니다. 더위로 영 밥맛이 나지 않는다면 이국 음식점으로 내비게이션을 맞춰보세요. 효과는 100%입니다.

인도 음식점 해운대 '강가'

- 매운 맛 원하면 탄두리치킨, 순한 맛은 치킨 탕그리 케밥

인도 전통 화덕인 '탄두'에서 탄두리치킨과 난이 동시에 익어가고 있다.
인도적 전통 빵인 난. 요리사의 손은 온통 화상 투성이였다.

 
 
'강가'는 인도 사람들의 정신적 고향인 갠지스강의 인도어. 그만큼 인도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다.

인도음식 하면 대개 커리를 떠올린다. 하나, 메뉴판을 열면 열에 아홉은 당황한다. 커리의 경우 야채, 치킨, 양고기, 쇠고기, 해산물 등 종류가 무려 30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해서, 점심의 경우 세트 메뉴가 준비돼 있다. 샐러드 커리 바비큐 난(또는 인도식 밥) 음료 포함 2만 원. 저녁의 경우 이보다 비싼 3만5000 원.

'강가' 김건우 지배인은 "점심 손님의 98% 정도는 세트를 주문하며, 저녁 메뉴는 음식값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손님의 5% 정도만이 디너세트를 시킨다"고 귀띔했다.

바비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붉은 색의 탄두리치킨. 인도 전통 향신료에 하룻밤을 재운 치킨을 전통 화덕인 '탄두'에서 꼬챙이에 꽂아 굽는다. 기름기가 빠져 담백하지만 매콤하다. 매운 맛이 싫다면 순한 향신료에 치즈와 크림을 곁들여 참숯에 구운 닭다리 바비큐인 '치킨 탕그리 케밥'을 주문하자. 왕새우 바비큐인 '탄두리 킹 프로운'도 우리 입맛에 어울린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인도음식. 맨 앞 큰 접시에 담긴 탄두리치킨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샐러드, 난과 드레싱(망고· 사과), 치킨 마크니 커리, 카슈미르 난, 라씨(사과·망고), 인도 단무지인 아짜르, 양파 및 오이피클, 야채 커리. 

인도 수제 요구르트인 망고라씨와 딸기라씨. 


인도식 전통 빵인 '난'과 야채 커리.


피자 맛과 비슷한 캬슈미르 난.

난은 커리와 함께 먹는다.

   
감자와 야채에 향신료를 곁들인 애피타이저인 인도식 만두 사모사도 군침이 돈다.
인도 음식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탄두리치킨. 곽재훈기자
 
 
커리의 경우 인도사람들은 야채커리를, 외국인들은 양고기커리를 선호하지만 한국인들은 치킨 또는 쇠고기커리를 좋아한다. 토마토와 크림에 허브로 만든 연한 '치킨 마크니'와 우리나라 불고기 볶음과 유사한 '비프 도 피아자' 커리도 인기 메뉴이다.

'난'은 인도식 전통 빵. 화덕인 '탄두' 안쪽 벽면에 붙이면 금세 구워진다. 이 역시 7가지나 된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밀로 만든 로티, 버터 난, 마늘 난 그리고 피자와 비슷한 카슈미르 난, 마살라 난, 파니르 난이 있다. 난이 싫다면 인도식 흰밥인 차왈과 노란색의 샤프론 차왈을 주문하면 된다. 음료는 인도 전통 수제 요구르트인 라씨로, 과일을 곁들인 망고라씨, 딸기라씨 등이 있다. 감자와 야채에 향신료를 곁들인 애피타이저인 인도식 만두 사모사도 군침이 돈다.

인도 음식은 주문한 요리 전부를 깔아 놓고 같이 먹는다. 김 크기로 난을 찢어 커리를 싸서 먹거나, 탄두리치킨을 망고 드레싱에 찍어 먹고 매우면 라씨로 입안을 달랜다. 대략 이런 식이다.

바비큐와 함께 나오는 양파 및 오이 피클이 별미다. 맛의 인도 단무지인 '아짜르'도 묘한 맛이지만 먹고 나면 또 생각난다. 인도 매니저 라나 미트라 씨는 "식사 후엔 인도식 밀크차인 짜이를 마셔야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다"고 말했다. 주방에는 인도 요리사 4명이 있다. 해운대 아쿠아리움 맞은편 하버타운 1층에 위치해 있고 건물 지하에 주차하면 된다. (051)740-6670

 


- 김해 삼방동 초원농원

축산가공·유통 기업 (주)국제식품이 직영
중간 유통단계 생략, 타 고깃집보다 30% 싸
 
   

'초원농원'은 미리 포장돼 있어 고르기만 하면 된다. 가격 또한 다른 고깃집에 비해 25~30% 저렴하다.


마음씨 좋은 시골아저씨처럼 생긴 정성교 사장이 직접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다.

우리의 마와 맛이 비슷한 일본 야채 '오꾸라'.

자연산 민들레 잎.


자세히 보면 '오꾸라'가 달려 있다.

정성교 사장이 직접 재비하는 밭. 식당 뒷쪽에 있다.


좋은 식당은 어떤 곳일까. 신선한 재료만 사용해 맛이 있으면서 가격은 저렴하고 분위기까지 좋으면 되지 않겠는가.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멀지 않아야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런 '물 좋고 정자 좋은' 식당은 사실 드물다. 아니 잘 없다. 해서, 필부들은 보다 싸고 맛있는 집을 찾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맛집 관련 카페나 블로그를 찾고 또 뒤진다.

 김해 삼방동 초원농원이 이번 주 찾은 '물 좋고 정자 좋은' 식당으로 추천해도 괜찮을 듯 싶다. 남해고속도로 동김해IC로 나와 직진, 인제대학교와 가야CC 사이에 위치한 초원농원은 기존 고깃집과 달리 약간 특이하게 운영된다.

김해의 진산 신어산 자락에 자리 잡은 초원농원은 식육식당이지만 테이블에 앉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식육점처럼 포장된 쇠고기의 마블링(지방의 무늬)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보며 직접 선택한다. 포장육에 붙은 라벨에는 바코드와 쇠고기 부위 이름, g수, 가격, 그리고 몇 인분인지 선명하게 적혀 있다.

무엇보다 초원농원에는 등심 갈빗살 한우모듬을 비롯, 특수부위인 안거미 안창살 살치살 낙엽살 치맛살 차돌박이 채끝등심 갈비업진살 등 소 한 마리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부위의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육회까지 포함하면 대략 18가지 정도다. 미식가들에겐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럼 가격은. 100g 기준으로 한우모듬 6000원, 등심 8800원, 갈빗살 9900원. 무척 싸다. 대신 양념을 포함한 야채값을 낸다. 초등학생 2000원, 중학생 이상 4000원. 광안리 회타운의 초장값에 해당되는 셈이다. 포장육이 들어 있는 냉장 쇼케이스에 적힌 '국산 한우가 아닐 땐 5억 원을 보상해 드립니다'라는 문구 또한 믿음을 준다.

초원농원 정성교 사장은 "우리 집은 부산의 중견 축산가공·유통 전문기업인 (주)국제식품이 직영하는 고깃집으로, 농림부의 HACCP 인증을 받은 자체 도축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의 유통과정이 생략돼 다른 고깃집에 비해 25~30% 정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현재 (주)국제식품은 부산경남 지역의 삼성 계열사와 부산의 메가마트, 30여 곳의 이마트, 그리고 60개 학교의 쇠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그늘진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신어산이 바로 보인다. 산 아래라 공기도 아주 맑다. 숯불이 나온다. 지리산 산청에서 구운 참숯이다.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참숯의 향이 없으면 고기맛이 반감된다. 밑반찬과 야채도 따라 나온다. 자연산 민들레 잎과 일본사람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오꾸라'라는 야채가 특이하다. 어른 손가락 굵기에 고추만한 크기의 오꾸라는 우리나라 마와 맛이 비슷하다. 정 사장이 틈나는대로 식당 건물 뒤 밭에서 친환경적으로 직접 재배한 것이다. 직접 확인한 건물 뒤 밭에는 고추 가지 부추 등도 보였다.

 맛은 어떨까. 참숯의 향이 스며든 육즙이 머금은 고기 맛은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드럽고 맛이 있다. 정 사장은 "초원농원의 고기는 100% 암소여서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아주 커 금요일 저녁 때부터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귀띔했다.

 식사로 나오는 된장찌개는 얼큰하고 구수하며 꿩고기 육수로 만든 냉면 또한 별미다. 한우 선물세트와 곰국 곰탕 떡갈비도 판매한다. 초원농원은 김해 본점 이외에도 신시가지 내의 해운대점, 영도점이 있다. (055)311-1592

반찬도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꿩고기 육수로 만든 냉면도 일품이다.

싱싱한 육회는 두 말하면 잔소리.


정성교 사장이 직접 재배한 야채.

된장맛 또한 끝내준다.






-부산 강서구 대저1동 '낙동강칠백리'

기름 완전히 빠질 경우 양은 거의 절반으로
100년 된 일본식 가옥…영화 촬영도 이뤄져
 

대나무통에 돼지볼살을 넣고 손수 제작한 화덕의 장작불에 1시간 동안 익히는 주인장 박호상 씨.

고기를 익힐 동안에는 잠시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그는 장인이었다.

볼살 내에서 빠지는 기름.


 

입구의 '낙동강칠백리' 간판.

낙동강둑을 오다 만나는 대형 입간판.

가게 앞의 주인장 박호상 씨.

취재간 날은 박호상 씨의 창녕 남지초등학교 동창생들이 부부동반으로 찾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 볼살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낙동강칠백리'의 돼지고기 대나무통 구이. 이 고기는 식어도 맛이 있다.


"세상에 돼지(사진 아래)와 오리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소문난 집은 발품을 팔아 먹어봤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고기 중 가장 맛있어요. 한마디로 맛의 블루오션이네요." 얼마나 맛이 있기에 다소 과장된 듯한 이런 감탄사가 이어질까.

낙동강둑에서 불과 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부산 강서구 대저1동의 대나무통 구이 전문점인 '낙동강 칠백리'.

이 집은 맛과 독특한 건물 생김새에서 기존 식당과 차이가 난다.

먼저 요리 방법. 혹자들은 대나무통 구이는 새로운 아이템이 아니라며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주인장 박호상(65) 씨는 말했다.

"10년 전 사업 실패 후 우연히 대나무통 안에 고기를 넣고 구우면 맛이 어떨까 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출발했어요."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서 맛보는 대나무통 구이는 고기를 썰어 살짝 익히는 수준이지만 박 사장은 대나무통 안에 고기를 넣고 손수 제작한 화덕(사진 위)에서 장작불로 1시간 정도 익힌다. 이럴 경우 고기 안의 기름이 완전히 빠져 양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럼 돼지의 모든 부위가 기막힌 맛을 낼까.

그렇지 않다. 박 사장은 삼겹살 목살 등 돼지의 모든 부위를 대나무에 넣고 구워 봤지만 볼살만 유일하게 제대로 된 맛을 낼 뿐 나머지 부위는 타버리거나 솜처럼 퍼석퍼석해져 먹을 수 없었다는 것. 볼살의 비계가 다른 부위의 비계보다 단단하기 때문이란다.

대나무에 고기를 넣는 방법에도 노하우가 있었다. 장작불과 접하는 아랫부분에는 지방층을 넣고 윗부분에 고기를 넣어야만 안성맞춤으로 익는다. 대나무의 지름이 5㎝일 경우 통상 1시간 안팎이다. 이는 대나무의 두께와 불의 세기에 달려 있으므로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대나무에서 떨어지는 기름의 점도를 보고 최종 결정한다. 이 점이 바로 공개할 수 없는 박 사장의 노하우다.

오리고기는 그 자체에 지방층이 많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단다. 결국 대나무 통구이는 '낙동강 칠백리'에서만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별미인 셈이다.

맛은 어떨까.

조그만 나무 도마 위에 올려진 대나무향이 밴 돼지고기 통구이는 기름이 빠져있으면서도 촉촉하고 부드럽다. 식어도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 그대로 올라오는 오리고기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낙동강 칠백리' 건물은 100년 된 일본식 가옥이다. 기와 지붕에 내부는 다다미만 걷어내고 온돌로 교체했을 뿐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해서, 부산시 문화재위원들과 건축과 교수들이 연구를 위해 자주 찾는다. 마당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크고 작은 화분들이 어서 오라 손짓하고 일렬로 늘어선 뒤집어놓은 항아리 또한 운치를 더해준다.

독특한 풍광 덕분에 이곳에선 CF, 영화, 뮤직비디오 촬영도 이뤄졌으며, 현재 부산영상위원회 영화찍기 좋은 집으로 선정돼 있다.

무슨 촬영인지 자세히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삼성카드 CF는 문짝을 떼어내 바깥에서 내부를 촬영했는데 영화나 뮤직비디오 촬영의 경우 제목이나 가수의 이름이 기억이 안나. 난 그런데 관심이 없거든."

그리곤 한마디를 덧붙였는데 그 말이 대어다 대어.
이회창 씨가 고 노무현 대통령과 대통령 선거를 할 때 선거용 CF도 여기서 찍었다고 했다. 
"우리집 테이블을 치우고 찍었지. 그 있잖아. 어머니가 아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장면말이야, 기억나지."

또 한가지. '낙동강칠백리'가 위치한 이곳은 부산시 강서신도시개발지역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100%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가옥으로서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헐리지 않을 것이란다.

단체손님일 경우나 오리를 주문할 경우 최소 1시간30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오리는 1마리 3만 원, 식사는 오리뼈를 고운 뼈탕에 공기밥(각 1000원) 제공. 돼지의 경우 된장 공기밥 포함 1인분 1만 원. 구포대교 건너 김해 대동 방면으로 가다 남해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100m쯤 가면 만난다. 큰 입간판이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051)972-0702

'낙동강칠백리'의 100년 된 일본식 가옥.
다다미만 교체했을 뿐 100년 전 그대로란다.

 학창시절 읽었던, 너무 오래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문열의 무슨 소설인데.....한 장면이 떠오르군요.


-부산진구 양정1동 '명품참生전복구이'

싱싱한 완도 전복 직접 공수 30% 정도 저렴
전복매운갈비찜 등 이름 생소해도 맛은 일품

'명품참生전복구이' 김일회 사장이 직접 요리한 전복매운갈비찜을 소개하고 있다.
 전복매운갈비찜.

전복구이.


싱싱한 전복.

김 사장이 직접 완도에서 전복을 실어나르는 물차.


식당 벽에 보이는 전복 관련 사진.

밖에서 본 식당 간판.

문을 연지 8개월만에 3군데나 되는 방송에 소개됐다.



"월급장이 대신 장사를 한번 해보게".

대기업에 다니던 20대 후반의 직장인이 꿈속에서 만난 한 예언자의 이 한마디에 어느날 문득 사표를 던졌다. 꿈속에 보이던 허허벌판의 그곳이 지금의 해운대 신시가지임을 확인한 그는 그곳에 대책없이 포장마차를 차렸다. 개업한 지 일주일 정도는 손님이 그럭저럭 찾았지만 그 이후엔 파리만 날릴 뿐 그 어느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자정 무렵 남자 손님 3명이 포장마차를 찾았다. 풀이 죽은 주인은 별 의욕없이 주문을 받았다. 그러자 손님 중 한 명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직접 안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느냐고 제의하자 주인은 흔쾌히 승락했다. 원래 손님없는 포장마차엔 재료가 많은 법. 그 손님은 현란한 손놀림으로 몇 가지 안주를 순식간에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이런 연유로 주인을 포함한 남자 4명은 부어라 마셔라 하며 혼연일체가 되었다. 알고 보니 현란한 손놀림의 그 손님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호텔의 중견 요리사였다. 그게 인연이 되어 포장마차 주인은 3개월 동안 그 요리사에게 80가지의 요리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비록 자격증은 따지 않았지만 덕분에 요리에 대한 눈을 떴다. 육고기보다 생선 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후 조그만 봉고차를 구입, 수산시장에서 직접 생선을 떼와 팔았다. 타고난 성실함 덕택에 돈도 제법 모았지만 경험 미숙으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수업료라 생각했다.

수산 분야에 점차 눈을 뜨면서 그는 전복에 관심을 가졌다. 때마침 처가 쪽에 완도 금일도에서 전복 어장을 하는 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줄이 닿았다.

지난해 12월 그는 부산진구 양정1동에 '명품 참生전복구이'라는 전복 요리점을 열었다. 주인장은 김일회(41) 씨.

전복은 김 사장이 물차를 구입, 직접 완도를 오가며 공수한다. 이 때문에 이곳의 전복은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완도 어장에서 바로 오기 때문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아주 싱싱하다.

전복은 주로 회와 구이로 먹지만 싱싱함을 제외하곤 사실 변별력이 없다. 만일 있다면 가격이다. "다른 가게와 비교하면 30% 정도 저렴합니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해 집에서 먹는 것과 아마 가격이 비슷할 겁니다." 실제로 전복회 8마리 한 접시에 2만7000원이다.

무엇보다 문을 연 지 8개월에 불과한, 그것도 양정동의 한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이 집이 단기간에 유명세를 탄 것은 저렴한 가격 이외에 다양한 전복요리 덕분이라 할 수 하겠다.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은 얼마 전까지 3군데의 방송사에서 취재를 해갔다고 귀띔했다.

10여 년 전 요리에 눈을 뜬 김 사장이 틈나는대로 전복을 활용해 시험삼아 만들어본 요리가 차츰 필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전복돈수육, 전복매운갈비찜, 전복해산물찜, 참전복라면, 참전복냉명, 참전복회비빔밥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 사장은 "전복 요리집에서 이처럼 다양한 메뉴를 갖고 있는 집은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도 전복과 삼겹살을 응용한 요리와 전복비빔국수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전복매운갈비찜을 주문했다. 심심한 전복맛에 피망 양파 등 다양한 야채와 매콤한 갈비찜의 양념맛이 어울려 지금까지 맛본 어떤 요리와는 전혀 새로운 맛이 입안을 자극했다. 밥 대신 택한 시원한 국물의 참전복냉면 또한 일품이다. 주차는 인근 현대주차장에 하면 된다. (051)868-6633


- 양산 통도사 인근 경기식당

산채정식 더덕백반, 강산 두번 반 변해도 맛과 인심은 그대로

 

안주인 홍철수 할머니가 산채정식에 더덕구이가 추가된 상차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식당과 통도사와의 중간쯤에서 본 경기식당. 허름했지만 지난해 새로 지었다.

같은 지점에서 고개만 돌리면 영축총림 통도사 산문이 보인다.


음식맛의 비결인 고추장.

손수 담근 된장 고추장이 담겨 있는 항아리들.

손수 담근 된장.


겨울잠을 깬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 해서 일명 곰취라고도 불리는 곤달비를 다듬는 홍철수(맨우측) 할머니와 일하는 아주머니들.

곤달비.


곰취=곤달비.

곤달비 장아찌는 이 집의 최고 인기 반찬이다.


깔끔한 부엌.

건조시켜 저장하고 있는 나물들.


더덕구이.

먹음직스러운 산채정식과 더덕구이.

손수 더덕구이를 만들고 있는 홍철수 할머니.

완성된 더덕구이.




이 정도라면 정말 인연이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삼신할매가 점지했을까 아니면 전생의 업보를 풀라는 것이었을까.

영축총림 통도사 산문에서도 빤히 보이는 산채정식 전문 경기식당.

첫 인연을 맺게 해준 이는 통도사 강주 혜남 스님. 스님은 일본 다이쇼대 박사과정을 마친 조계종의 대표적 학승. 수년 전 기획취재 때문에 절을 찾은 기자를 두고 스님은 그래도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라며 손수 기자를 데리고 절 앞 조그만 식당을 찾았다. 당시 스님은 "집은 허름해도 더덕구이가 정말 맛있어"라고 말씀하시며 산채정식 대신 좀 더 비싼 더덕백반을 시켜주셨다.

두 번째 인연은 통도사에서 근무하는 양산시 문화유산해설사 아지매들 덕분에 이뤄졌다. 동행 취재 중 배꼽시계가 울리자 절 근처 산채비빔밥 잘하는 집이 있다며 기자를 안내한 곳이 바로 이곳 경기식당이다.

마지막 인연은 약간 뜻밖이었다. 통도 파인이스트CC에서 라운드 후 골프장 직원들에게 괜찮은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구동성으로 이곳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가. '골프 후 비싼 고깃집'이라는 공식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쯤 되면 명불허전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집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엔 허름했는데 지난해 새로 지어 깔끔하고 산뜻하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식당을 크게 넓히면 인심이 그만큼 사라져 맛도 인심도 예전만치 못해 결국 손님이 줄어든다고.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나물을 손보던 안주인 홍철수(68) 할머니가 반갑게 맞이했다. 무슨 나물이냐고 물어보니 반찬으로 나갈테니 그때 가르쳐 주겠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식당의 대표 메뉴 산채정식. 찹쌀파전과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나물 등 반찬이 일순간 상을 가득 채운다. 얼핏 봐도 열댓 개는 넘는다. 도심에선 족히 5000원 이상은 받아야 될 두툼한 찹쌀파전은 서비스란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이 집을 찾는 모든 손님에게도 마찬가지란다.

새 집을 지으면 맛과 인심이 덜해진다는 말은 경기식당에는 해당되지 않는 듯했다.

더덕구이는 홍 할머니가 직접 갖고 들어왔다. 이제 뒷전에 물러날 때도 됐건만 더덕구이만은 아직도 홍 할머니 전담이다. 다른 사람이 더덕을 양념에 주무르면 제 맛이 나지 않아서란다.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웠다는 더덕구이는 음식이 입안에서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나물도 고유의 향을 잃지 않고 모두 입맛을 사로 잡는다. 젓가락을 어디다 둬야 할지 고민하자 홍 할머니가 이것 한번 먹어보라며 권한다.

 영판 깻잎을 닮았지만 맛은 쌉쌀하면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곤달비 장아찌라고 했다. 겨울잠을 깬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 해서 일명 곰취라고도 불리는 곤달비 장아찌는 산초 장아찌와 함께 이 집의 최고 명품 반찬. 손님들이 팔라고 아우성이지만 양이 적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추장아찌 마늘장아찌 취나물 도라지 죽순 언양미나리무침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찬이다. 대부분의 나물들은 20년 이상 대주는 곳이 있어 나라땅 최고의 재료라고 자부한단다.

국과 찌개 또한 일품이다. 된장 고추장 심지어 젓갈까지 직접 담그기 때문에 옛맛 그대로다. 특히 연로하신 분들이 좋아한다. 실제로 가게 옆 빈터에는 크고 작은 된장 고추장 간장이 가득 담긴 독이 모여 있다. 호박을 듬뿍 넣은 된장찌개는 어릴 적 먹던 어머니의 맛이었고, 국은 쌀뜨물에 된장을 푼 다음 무청시래기와 지난 봄 삶아 얼려 놓은 쑥을 넣어 향이 그윽하다.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시집을 와 정확히 27년째 산채정식을 만들고 있다는 홍 할머니는 요즘 무릎이 좋지 않다. 아들 부부가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직은 영 시원찮다며 더덕을 구우러 다시 주방으로 달려간다. 산채정식 7000원, 더덕백반 1만 원. (055)382-7772


- 부산 금정구 구서2동 함안매운탕

함안 법수면이 고향인 조현열 사장의 손맛
매운탕장, 어탕국수 육수 18년째 직접 만들어

   

인상 좋고 사람 좋은 경남 함안 법수면이 고향인 조현열 사장이 메기매운탕을 소개하고 있다.
확대한 메기매운탕. 
어탕국수 또는 이 집의 인기 메뉴이다. 점심시간 손님들이 찾는 메뉴의 절반 이상이 이 어탕국수이다.
인테리어 또한 운치 있다.

 

 소문난 맛집을 찾아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맛보다 보면 거의 예외없이 그럴 만한 이유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흔히 회자되는 신선한 재료와 정성은 이제 기본일 뿐이다.

부산 금정구 구서2동에 위치한 18년 전통의 '함안매운탕'은 조현열(46) 사장의 손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주인도 아니고 요리사 자격증 하나 없는 남자 주인장의 손맛이라니.

사연은 이랬다. 조 사장의 고향은 함안 법수면. 이곳은 서부경남의 젖줄인 남강이 마을을 휘감고 있는 데다 함안천과 석교천이 곁가지를 뻗어 곳곳에 늪과 뻘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오죽했으면 예부터 '함안 뻘놈'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실제로 함안 지도를 펴보니 법수면 늪지식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어린시절 친구들과 대바구니 하나 들고 나서 메기를 잡아오면 어머니는 그것으로 매운탕을 끓여주셨어요. 당시의 매운탕은 요즘처럼 별식의 개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먹을거리였죠."

그때부터 어깨 너머로 어머니의 매운탕 요리법을 눈여겨 본 조 사장은 성인이 돼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금의 '함안매운탕'을 열었다.

"남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은,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제가 좀 그렇습니다."

처음엔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매운탕의 핵심인 매운탕장을 만들어 부산으로 갖고 오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 사장은 이럴게 아니라 정식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꼼꼼하게 메모를 하며 '어머니표' 매운탕의 레시피를 뒤늦게 만들었다.

일급 영업비밀인줄 알면서도 매운탕장의 비결에 대해 묻자 조 사장은 비밀이라면서 약간 뜸을 들이더니 간략하게 대답했다.

"태양초 고춧가루, 메줏가루, 천일염 그리고 밀을 삭힌 장밀가루 등을 4개월 정도 숙성시킨 것이죠.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 레시피는 식당의 일하는 아주머니들도 아직 모른다. 그들은 단지 메기를 잡아 손질한 후 감자 무 호박 토란대 방아 시금치 버섯 등을 넣어 끓이고 밑반찬만 만들 뿐이다. 반찬으론 고추장아찌, 피클 같은 오이장아찌, 케일장아찌 등이 눈에 띈다.

맛은 어떨까. 그리 맵지 않으면서 동시에 담백하고 껄쭉하다. 수제비가 없어 물었더니 감자의 전분 성분 때문에 국물이 뻑뻑해져 넣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이 매운탕은 소문난 한식집의 한껏 멋을 부린 세련된 맛이 아니라 우리네 시골 어머니들의 정성이 곁들여져 대를 이어 내려온 정직하면서도 솔직한 맛이다.

"메기매운탕은 적어도 30분 이상은 끓여야 메기의 육즙과 양념이 골고루 섞여 고유의 맛이 창출되죠. 일종의 슬로우 푸드입니다. 해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제법 기다려야 합니다." 2인분 2만 원, 3인분 2만9000원, 4인분 3만8000원.

어탕국수와 장어구이도 인기 메뉴이다. 어탕국수의 육수 또한 조 사장이 직접 만든다. 역시 어머니에게 배웠다. 촌된장과 간장을 뽑은 묵은 된장을 섞어 역시 4개월간 숙성시켰다. 경남 및 전남 지역 등지에서 잡은 피리 빠가사리 붕어 잉어 등을 푹 고와 만든 어탕국수는 점심 때 인기 메뉴이다. 6000원.

초벌로 구워져 나온 장어를 참숯에 구워먹는 장어구이 또한 입에서 살살 녹는다. 1인분 1만8000원. 이슬람성원 맞은편, 지하철 1호선 두실역에서 옛 남산예비군교장 가는 도중에 위치해 있다. (051)514-8216

메기매운탕, 어탕국수와 함께 이 집의 3대 메뉴 중 하나인 민물장어 구이.

먹음직스러운 민물장어.

참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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