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삶이 침체에 빠졌거나 우울할 때 전통시장에 가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패러디해 '주말&엔'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입맛이 없을 땐 부평시장에 가보라. 맛의 진수를 느끼면서 생기가 돌 것이라고. 부평시장에선 유부전골과 단팥죽 포장마차들만 깡통골목 쪽에 있을 뿐 대부분의 유명 맛집은 옛 사거리시장 쪽에 몰려 있다.
 
 ■ 부평시장에서만 먹을 수 있다

50년 전통의 '원조비빔당면'

고명은 적지만 생각보다 맛있다.


 매콤한 양념과 당면의 즉석 만남, 비빔당면이 먼저 떠오른다. 50년 전통의 '원조비빔당면'(051-254-4240)이 독보적이다.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 서성자(46, 아래 사진) 씨가 9년 전부터 맡고 있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한국전쟁 시절 고구마나 감자의 전분으로 국수처럼 먹은 데서 유래한 비빔당면은 지금은 일본 관광객과 타지 사람들이 맛봐야 할 필수 음식으로 손꼽힌다.

 비빔당면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고명이라곤 시금치와 오뎅, 단무지 그리고 양념장이 전부다. 주인 서 씨는 갖은 야채와 고춧가루 간장 12가지가 들어가는 양념장 맛의 비밀이라고 했다. 육수는 야채, 띠포리와 멸치, 무 새우 다시마 등 3가지를 따로 만든다. 오묘한 맛의 비밀이었다. 겉보기와 달리 손이 많이 가고 원가 또한 상당하다고. 오래전 모 먹자골목에서 한두 번 경험한 그 맛을 떠올렸던 기자는 깜짝 놀랐다. 매콤하면서 생각보다 너무 맛이 있어서. 4000원.



 '유부전골'(1599-9828) 또한 부평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이 역시 타지 사람이나 일본인들이 먹어봐야 할 부산만의 필수 먹을거리로 알려져 있다. 깡통골목의 수입1길과 수입2길 사이에 숨어 있다. 간판에는 뜻밖에 '우진도기'로 적혀 있다. 워낙 장사가 잘된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손님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당면과 각종 야채를 가득 넣은 유부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미나리로 묶은 덕분에 미나리의 상큼한 향이 일품이다. 1인분(3000원)을 시키면 유부와 어묵이 한가득 섞여 나온다. 개운한 맛이 입안에 감돌 정도로 인상적이다. 국물 맛의 비결을 물어보니 1급 비밀이라며 일체 함구한다. 전화 주문도 받지만 워낙 주문량이 밀려 약 2달쯤 걸린다고 한다.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이다.

'유부전골' 할머니.

유부 위에 오뎅이 가득.


유부들 퍼뜨리면 이렇게.

미나리로 싼 유부.



 유부전골 가게 인근에는 사람들이 쭉 서서 뭔가를 먹고 있다. 단팥죽 포장마차 6개가 나란히 붙어 있기 때문. 이 또한 시장의 명물 중 명물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대부분의 고객이 한 그릇을 달랑 비운다. 36년째 이곳을 지키는 김복순(71·051-244-2657) 씨는 올해부터 며느리와 함께 손님을 맞고 있다. 조각낸 인절미를 넣고 금방 끓인 단팥죽(2500원)은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다. 무한 리필되며 입가심으로 식혜도 서비스로 준다. 포장도 해주고 택배주문도 받는다.

단팥죽 포장마차 6개가 나란히.

36년째 단팥죽을 쑤는 김복순 할머니.


토종호박을 써 깊은 맛이 난다고.

'2대째 소문낙 죽집'의 강춘자 대표.


 옛 사거리시장 쪽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골목도 빠뜨리지 말자. 먹을 것이 변변찮던 피란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준 부평시장의 산 역사가 아니던가. 한때 일곱 집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두 집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대째 소문난 죽집'(051-244-7485)이 원조다. 한국전쟁 때부터 운영하던 윤경순 할머니의 며느리 강춘자(56) 씨가 26년째 죽을 끓이고 있다. 윤 할머니는 2년 전 96세로 작고했다 한다.
 강 씨는 "죽도 시류에 따라 밀려나고 있지만 힘닿는 데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호박죽은 토종을 써 색깔만 좋은 단호박보다 향기도 좋고 깊은 맛이 있다"며 "죽의 진수를 맛보려면 이곳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호박 녹두 팥 깨죽(이상 3000원)이 있으며 전복죽(3만 원)은 주문받으면 바로 끓여준다.

'밀양집'의 주방장 할머니.

올해 89세인 박재쇠 할아버지.


'밀양집'의 돼지국밥.


 죽골목 인근에는 죽집 못지않게 오래된 돼지국밥집이 4개 모여 있다. 원조집은 '밀양집'(051-245-5137). 한국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박재쇠(89) 할아버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마 부산서 오래된 돼지국밥일 듯싶다.
 20년 전 작고한 할머니 대신 김순분(60) 주방장이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사골을 끓인 비교적 맑은 국물은 오랜 전통을 말없이 대변하고 있다. 평범함 속의 위대함이랄까. 수십 년 단골이 멀리서 찾아오는 이유이다. 인근의 남해집 양산집 명산집도 20~40년 된 돼지국밥집이다.

 40년 전통의 '원조 소문난 김밥집'(051-246-0443)도 아주 유명하다. '김밥이 맛있어봤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우엉 유부 시금치(여름엔 부추) 당근 단무지 등 5가지 재료의 오묘한 조합은 기대 이상이다. 1줄 1500원.
 
 ■ 부평시장의 알려지지 않은 맛집

고기가 쫄깃하고 잡내도 없다.

국물까지 맛있는 냉채족발.



 부평시장에는 맛은 천하일미지만 유명세에 밀려 있는 숨은 맛집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13년 된 '장수 왕 족발전문집'(051-247-3100). 냉채족발(대 3만2000, 특 3만7000원)이 아주 맛있다. 부평동에는 한성족발 한양족발 오륙도족발 등으로 대표되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족발골목이 있다. 하지만 맛이 더 좋고 가격이 절반이라면 어딜 가겠는가. 이미 일본인들 사이에선 소문이 나 쇼핑 후 단체로 찾는다고 한다.

 우선 고기 자체가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하고 고소하다. 돼지 냄새도 없다. 냉채족발 소스의 경우 과일 야채 해파리 겨자 와사비 등 17가지가 골고루 들어가 뒷맛이 깔끔하다. 해서 손님들은 국물을 다 마시거나 밥도 말아먹을 정도. 단점이라면 포장이나 배달만 된다는 점. 대신 단체 모임의 경우 출장도 가능하다.

생닭으로 즉석에서 반죽.

양은 많고, 가격은 싸고.


프라이드 치킨과 생맥주 한 잔.

양념 통닭. 양도 아주 많다.


 30년 전통의 '거인통닭'(051-246-6079)은 튀김 닭이 얼마만큼 맛있는지를 보여주며 20, 30대 젊은층을 시장으로 유인하는 효자 가게. 맛의 비결을 묻는 말에 이원재(62) 대표는 "생닭을 쓰며, 옥수수 전분 등 7가지로 직접 만든 파우더와 양파 마늘 등 8가지가 들어가는 액체양념으로 즉석에서 반죽한 후 2번 튀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닭 따로 튀김 옷 따로 놀지 않고 육즙이 살아 있다. 창원 김해 등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며 심지어 그 맛을 못 잊어 서울서 택배로 보내달라는 괴짜손님도 있다고. 양은 기존 프렌차이즈 닭보다 1.4배쯤 많고 가격은 저렴하다. 프라이드 1만4000, 양념 1만5000원.

 부평시장에는 부산서 유일하게 가자미식해를 파는 노점 두 곳이 나란히 있다. '원조 함흥식해 전문점'(010-9338-7705)의 김기연(아래 오른쪽) 할머니와 '전통 함흥식해'(010-5023-6269)의 김정수(아래 왼쪽) 할머니가 바로 그들. 두 분은 이북 출신의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며느리와 이북에서 피란온 사람에게 각각 배웠단다. 맛은 실향민들이 인정, 부산을 비롯하여 전국에 각각 있다. 1㎏ 1만5000원. 택배도 한다.

 이밖에 선식과 어묵도 부평시장이 원조다. 대보선식(051-246-6784)은 전국 최초로 선식을 개발해 보급했으며, 어묵공장도 해방 후 부평시장에서 가장 먼저 생산했다. 환공, 부산, 미도어묵 등이 대표 선수다.

어묵 대표선수 환공어묵.

국내 선식의 원조 대보선식.


김종열 부평시장상인회장
  
"독특한 전통 먹을거리 널리 알려야죠" 


부산 최초의 전통시장인 부평시장은 최근 시장 이름 앞에 또 하나의 '최초'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상인회가 최근 전국 1572개의 전통시장 중 최초로 전체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선제를 통해 상인회장을 선출했기 때문이다. 통상 상인회 또는 번영회 회장은 이사들의 호선으로 결정된다.


 상인회 방기원 사무국장은 "상인들의 시장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은 76%에 달했다"고 전했다.

 신임 김종열(사진) 상인회장은 올해 46세로 역대 최연소 상인회장. 이를 의식한 듯 김 회장은 "앞으로의 시장 정책은 상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며, 이에 따르는 외풍은 회장이 책임지고 막아내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김 회장은 "부평시장에는 우리 시장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먹을거리, 예를 들면 비빔당면이나 유부전골 어묵 가자미식해 선식 등이 특히 많다"며 "재임 동안 이를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부평시장에서 카펫점을 운영하는 김 회장은 외할머니에 이어 지금도 어머니가 이불점을 운영하고 있는 전형적인 부평시장 가족이다.


- 부평시장 맛집 관련 글
부평시장 (1)편 입맛 살려주는 '맛집 천국' 부평시장 http://hung.kookje.co.kr/539

-금정산 범어사 아래 금정구 청룡동 '북한음식점'
-"가자미식해 별미, 옛맛 그대로 재현"
-북한식 족발 순대 녹두빈대떡 등이 주메뉴
-명절 즈음이면 실향민과 가족들 향수 달래
-금정산 산꾼, 부산CC 찾는 골퍼 많이 찾아
  

북한식 순대와 돼지족발 등이 약간씩 있는 수육모듬.
별미인 가자미식해.
북한식 만두. 우리 만두보다 크다.
북한식 녹두빈대떡.
 
"저희 집은 크게 세 부류의 손님들이 단골로 찾아요. 주말이면 부산의 진산 금정산과 범어사를 찾는 산꾼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고, 주중에는 인근 부산CC의 골퍼들이 즐겨 찾지요. 명절 즈음이면 이북 출신의 백발이 성성하신 실향민과 그 자녀들이 찾아 저희 음식을 드시며 향수를 달래지요."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 음식거리 한가운데쯤 위치한 '북한음식점'.

안주인 김미정(54) 씨는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 지금은 작고하신 시어머니로부터 15년간 북한음식을 배웠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배운 게 아니라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어깨너머로 익힌 것이다.

문을 연 지 12년째인 북한음식점은 이제 금정산 산꾼들이나 부산CC 골퍼들에겐 필수 코스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곳을 모르고는 금정산과 부산CC를 좀 다녔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은 글자 그대로 북한음식 전문점이다. 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메뉴가 있느냐,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저 서민들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인 돼지족발 순대 녹두빈대떡과 찐만두 돼지국밥 순대국밥 등이 주 메뉴이다. 대부분 북한에서 명절이나 잔치를 할 때 해먹는 음식이다. 해서, 명절이 다가오면 그림이 특히 중요한 각 방송사에서는 이곳 북한음식점을 찾아 취재전쟁을 벌인다.

메뉴는 익숙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우리 음식과 차이가 있다. 족발의 경우 2시간30분 정도 푹 삶은 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워 아주 담백하다. 순대는 찹쌀밥을 해 돼지고기와 시래기 양파 마늘 등 13가지 재료를 넣어 만들고, 유난히 큰 만두는 양배추와 돼지고기 숙주 두부 양파 마늘 생강 등 15가지의 싱싱한 재료를 사용한다. 100% 녹두와 신김치 그리고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녹두빈대떡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뭐니뭐니해도 이 집을 북한음식 전문점으로 단상에 올려놓은 효자는 가자미를 고춧가루에 삭혀서 만든 함경도 고유의 젓갈인 가자미식해. 이북 출신이 아니면 제대로 만들 수도 없고 그 맛을 정확히 느낄 수도 없는 오묘한 맛의 가자미식해는 부산에 거주하는 실향민들의 단연 인기 품목이다.

안주인 김 씨에 따르면 "이 가자미식해만은 시어머니로부터 확실하게 배워 그 어느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우리 집을 찾는 실향민들이 한결같이 어릴 때 먹던 그 맛이라며 칭찬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지 가자미식해를 먹기 위해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이 상당수 된다"고 덧붙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살 수 없느냐고 문의를 해오지만 판매는 하지 않고 대신 무한 리필 되니 많이 드시고 가란다.

오래전에는 부산대 장혁표 전 총장이 고정 단골이자 홍보맨이었고 지금은 김인세 현 총장이 자주 찾는단다. 오거돈 해양대 총장도 단골이란다.

김 씨는 특히 "평양이 고향인 김 총장은 식사를 하면서 너무 함경도식이라며 평양식으로 좀 맞춰달라며 애교 섞인 주문을 자주한다"고 귀띔했다.

추천 메뉴는 순대 수육 족발이 약간씩 함께 나오는 수육 모듬(2만 원). 3~4인일 경우 수육 모듬에 소주 한잔 그리고 식사로 국밥 한 그릇을 비우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녹두빈대떡 8000원, 찐만두 5000원, 순대 및 돼지국밥 5000원. (051)508-3035



근교산&그너머 <582> 양산 금정산

왜 이리 사람이 없어, 여기 금정산 맞아


양산 동면 가산리서 출발, 범어사로 하산
산행중 양산 쪽에선 산꾼 거의 없어 한산
걷는 시간만 4시간20분, 근교산행지로 제격
금샘 원효암 의상대 거치는 '엑기스'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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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에서 오르는 금정산은 의외로 산꾼들이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그리고 무척 오봉 토곡 선암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 등 김해 양산 쪽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우리 땅 도심에 금정산만큼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려한 경관을 가진 산이 또 있을까. 지역 산꾼들은 이 점에 있어선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하고 그래서 오르고 또 오른다. 해서, 주말 금정산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등산로를 따라 인산인해를 이룬다. 만일 하늘에서 봤다면 여왕 개미를 향한 일개미 군단의 행렬에 비유될 듯싶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지나친 사랑도 좋지만 그와 비례해 폐해도 적지 않다. 호젓해야 할 산길이 시골장터마냥 떠들썩하다. 무념무상의 경지로 임해야 될 산행이 되레 스트레스만 듬뿍 안겨준다.

그렇다면 이제 금정산은 산행지로서의 기능을 잃었단 말인가. 시경계를 넘어 인접한 양산에서 오르면 다행히도 아직 호젓한 산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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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팀이 발굴한 양산 쪽의 흔들바위(왼쪽)와 산행 도중 올려다 본 양산 쪽 산사면. 최고점이 주능선인 729봉.

   
  양산에서 오르는 금정산은 의외로 산꾼들이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그리고 무척 오봉 토곡 선암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 등 김해 양산 쪽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양산에서 출발하는 금정산은 부산의 금정산과는 딴 산이다. 시골 풍취도 남아 있고 호젓하며 제법 운치도 있다. 무엇보다 지도상에는 등산로가 뚜렷하다고 표기돼 있지만 막상 가보면 의외로 오랜 기간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개척하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둥그스름한 기암괴석까지 산사면에 쏙쏙 박혀 있어 눈까지 호사시켜 준다. 거기에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너무 먼 산의 소개를 자제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까지 만족시켜 줄 수 있어 금상첨화의 코스라 아니할 수 없다.

금정산 등산은 출발지가 부산이든 양산이든 정상인 고당봉에 올라선다. 여기서 산행팀은 금정산 내 의미있는 볼거리를 가급적 많이 소개하기 위해 금샘 원효암 의상대 범어사를 차례로 들렀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 정류장~금정암~잇단 철탑~잇단 임도~(410봉)~전망대~흔들바위~산죽길~석문~729봉(주능선)~가산리 마애여래입상~철탑~금샘~금정산 고당봉~금정산장~북문~원효암~의상대~범어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20분. 도중 볼거리가 많아 식사시간 등을 포함하면 넉넉잡아 6시간 정도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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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중리)정류장에서 내려 바로 우측 포장로를 따라가며 산행을 시작한다. 100m 뒤 첫 갈림길에서 우로 간 후 '금정암' 팻말을 보고 좌측으로 향한다. 이후 또 갈림길. '중리교'라 적힌 이정석이 보이는 좌측으로 100m쯤 가면 또 다른 갈림길. 역시 '금정암' 팻말을 따라 가면 막다른 골목에 금정암이 보이고, 산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면 담쟁이덩쿨이 보이면    
   
좌측으로 가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야 본격 산으로 진입한다. 잠시 잡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반듯한 길과 함께 정면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여기까지 오면 초입 부분 어려운 길찾기는 끝.

경주 김씨묘를 지나 소나무숲을 따라 두 번째 묘지를 지나면 갈림길. 능선으로 향하는 왼쪽으로 올라선다. 첫 번째 철탑을 통과하면 이내 오름길. 너무 한적해 강원도 오지라 해도 속을 듯하다. 8분 뒤 또 갈림길. 왼쪽 가산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 대신 우측으로 간다. 소나무 재선충 훈증처리 지점을 지나면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또 갈림길을 만난다. 얼핏 선명한 좌측 길로 가기 쉬우나 직진형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바위 우회로인 셈이다. 9분 뒤 오르막 정점은 두 번째 철탑. 여기서 그냥 반듯한 직진길 대신 좌측 철탑을 통과해 산길로 오른다. 한눈에 봐도 길은 묵어 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다. 잠시 후 임도와 만난다. 우로 20m쯤 가서 좌측 침목을 덧댄 산길로 들어서면 3분 뒤 한 굽이 돌아오는 임도와 다시 만난다. 좌측 금정산 종주의 시점인 양산 다방동 방향 대신 우측 호포 방향으로 250m쯤 간 뒤 두 번째 곡각지점을 돌자마자 임도 좌측 열린 길로 올라선다. 오르기 전 그간 안 보이던 금정산줄기가 저멀리 보인다. 찾기가 어렵지 일단 올라서기만 하면 반듯한 산길로 이어진다. 15분 뒤 다시 임도.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지도상의 410봉은 임도 좌측에 위치해 있다. 150m쯤 진행한 뒤 뒤 묘지를 지나 숲으로 진입한다. 임도는 여기서 끝.

지금부턴 금정산 특유의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로 불리는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주능선을 향한다. 밧줄을 잡고 올라 농짝만한 바위 맞은편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양산신도시가 보이고, 정면 무척산에서 우측으로 오봉 토곡 선암산이, 낙동강 건너 좌측으론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이 확인된다.

이제 간혹 만나는 바위를 우회해 올라 주변 조망을 감상하고 다시 숲길로 올라서는 운행이 반복된다. 20분 뒤 길 우측으로 일명 흔들바위를 만난다. 실제 혼신의 힘을 다해 밀면 약간 움직인다.

7분 뒤 다시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보면 기암괴석이 보석처럼 산사면에 쏙쏙 박혀 있고 정면으론 저멀리 낙동강을 배경으로 호포지하철기지창에서 발아래 계곡을 거쳐 마애불과 토굴로 올라오는 산길도 훤히 보인다. 또 한 가지. 정면 초록색의 지붕이 보이는 기암이 보인다.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지점이다.

   
  이번엔 산죽 오름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18분쯤 뒤 어느새 마애불 눈높이까지 올라선 듯하다. 우측에 보이는 기암 반대편 직벽에 마애불이 있다. 5분 뒤 갈림길. 좌측 대신 직진하면 곧 갈림길. 이번엔 마애불 가는 직진 방향 대신 좌측으로 올라선다. 고무판이 깔린 조그만 석문을 통과하면 금정산 주능선이며 낙동정맥이자 지도상의 729봉에 닿는다. 좌측 장군봉 계명봉 방향 대신 우측 고당봉으로 향한다. 5분 뒤 마애불 갈림길. 주능선에서 80m 지점에 1000년의 오랜 성상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방문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애불 아래 두릅나무가 자라고 있는 지점이 과거 움막이 있던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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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인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일명 마애불. 경남도 유형문화재이다.

이어지는 반듯한 낙동정맥길. 잣나무 조림지와 철탑을 지나면 이내 사거리. 좌측 '정상 0.3㎞' 방향으로 간다. 곧 갈림길. 직진해 바로 오르면 정상이지만 산행팀은 금샘을 보기 위해 좌측으로 향한다. 2분 뒤 '금샘 가는 길과 금샘과 범어사 설화'가 적힌 안내판 앞에 선다. 안내판 우측 뒤로 간다. 금샘까진 0.2㎞. 5분 걸린다. 금샘은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범천(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곳. 금샘 안내판으로 되돌아와 이번엔 '북문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 방향 대신 이 방향으로 2m쯤 간 뒤 우측 열린 길로 올라선다. 고당봉으로 가기 위해서다. '북문 가는 길'은 고당봉을 가지 않고 바로 북문으로 내려선다.

6분이면 나무계단 앞. 앞서 정상 직전 갈림길에서 곧바로 직진하면 이곳으로 올라선다. 금샘을 보기 위해 한참을 돌아 이곳으로 온 것이다. 나무계단과 나선형 계단을 돌아 오르면 이내 고당봉 정상. 장군봉 천성산 계명봉 원효봉 의상봉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과 낙동강이 모두 확인되는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져야 하지만 아쉽게도 짙은 운무에 의해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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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암 입구와 원효암 경내.
 
하산은 북문 방향으로 향한다. 20분이면 고모당과 고당샘을 거쳐 북문산장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돌린 후 북문을 통과해 범어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북문 0.6㎞', '더 푸르게 더 맑게'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면서 메인 등산로를 버리고 우측으로 간다. 원효암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9분이면 '원효암'이라 적힌 조그만 현판이 걸린 문을 통과, 12분을 더 가야 암자에 다다른다. 도중 부도와 삼층석탑 그리고 편백과 향나무숲길이 무척 아름답다. 참선수도 도량인 이곳에는 범어사 조실 지유 스님이 주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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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에서 바라본 조망. 남산봉 뒤로 회동수원지가 보인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 원효암 안내판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앞서 올라온 길 바로 우측으로 향한다. 20~30m쯤 갔을까, 우측 바윗길로 오르면 드넓은 바위가 소나무를 끼고 있다. 범어사를 창건한 의상 대사가 기거했다는 성스러운 자리로, 예부터 금정산에서 전해오는 '금정8경'의 하나로 의상망해(義湘望海)라 불린다. 바위 좌측에는 용이 승천하는 듯한 글씨체로 '의상대(義湘臺)'라 새겨져 있다. 조망도 기가 막혀 정면 남산봉과 회동수원지를 감싸는 아홉산 황령산 광안대교 그리고 발아래 상마 하마마을이 보인다.

드디어 본격 하산길. 4분 뒤 갈림길에서 좌로 100m쯤 내려서면 갈림길. 직진하면 상마마을, 좌측으로 크게 꺾으면 범어사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8분이면 범어사에서 북문으로 가는 메인 등산로와 만나고, 여기서 10분이면 범어사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북한음식점' 산꾼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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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과 하산 중 내려다 본 범어사.


'동국여지승람'과 '범어사 창건 사적'에도 나오는 금샘. 금정산(金井山)의 금정(金井)은 금샘을 의미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학계의 견해이다. 즉 금샘이 있기에 금정산이란 이름이 생겨났고, 그 금샘으로 인하여 범어사가 이 산에서 탄생됐다.

하지만 초행자의 경우 이 금샘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단적인 사례 하나. 부산 남구 용당동에 산다는 한 50대 산꾼은 금샘 안내판 앞에서 산행팀을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미 안내판 좌측 뒤로 가서 허탕을 쳤다는 그는 자신이 없어 고민 중에 있었다. 안내판 우측 뒤로 가야 된다고 설명하자 그는 발걸음을 금샘 방향으로 옮겼다. 뒤따라 나선 산행팀은 5분 뒤 금샘에 도착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산행팀이 그 아저씨를 부르자 아, 글쎄 금샘 좌측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답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는 "도중 '금샘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는 보였지만 정작 밧줄을 붙잡고 올라선 후 '금샘'이란 안내판만 보였어도 이처럼 고생을 하지 않았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초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그렇겠다는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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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 음식거리 한 가운데 위치한 북한음식점(051-508-3035).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 시어머니 밑에서 15년간 배운 솜씨를 안주인 김미정(52) 씨가 그맛 그대로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 후 3~4인일 경우 수육모듬(순대 수육 족발·2만 원·사진)을 권하고 싶다. 모두 북한식이다. 특히 족발의 경우 2시간30분 정도 삶은 후 프라이팬에 튀겨 담백하다. 북한에서 잔치할 때 주로 해먹는 요리란다. 가자미식해가 밑반찬으로 제공된다. 북한식 만두와 녹두빈대떡도 일품이다. 금정산을 다니는 산꾼들 사이에선 이 집 모르면 간첩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범어사 순환버스를 타고 '어린이놀이터 정류장'에서 내려 200m쯤 걸으면 도로 우측에 위치해 있다.


◆ 교통편-지하철 2호선 호포역 내려 빨간색 버스 타야

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내려 1번 출구 앞 호포역 버스정류장에서 23, 24, 87, 88, 93, 107, 113번을 타고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 정류장(표기는 가산(중리)마을로 돼 있음)에서 내린다. 기사 아저씨는 번호와 관계없이 빨간색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8.06.19 19:38 / 수정: 2008.06.19 오후 10: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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