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대~한민국! 그리고 '희망봉'에 오르자.

4년을 기다렸다. 어쩌면 8년 만에 맞이하는 축제다. 지구촌의 '총성 없는 전쟁' 월드컵이 오늘 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전을 시작으로 한 달간의 열전에 돌입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흥분의 열꽃을 피우고 있다.

이번 월드컵 기간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져 수많은 가족 단위의 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꼭 8년 전 6월 안방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사상 최초로 우리 시각에 맞춰 초대형 국제 이벤트가 마련되면서 온 국민들은 마음껏 축제를 즐겼다. 전 세계가 놀란 거리응원도 가능했다. 그러나 4년 전 독일 월드컵은 현지 시각에 맞춰 우리는 새벽에 뜬 눈으로 한국 경기를 관람해야 했다. 당연히 8년 전의 뜨거웠던 함성은 줄어들고 보는 즐거움도 반감됐다.

이번 6월의 월드컵은 어떤가. 12일 그리스와 벌이는 한국의 첫 경기는 우리 시각으로 오후 8시30분 킥오프. 17일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벌이는 한판 경기도 오후 8시30분 시작한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모아지는 온 국민의 열정은 한국 대표팀의 원정 첫 16강 진출에다 8강, 4강 진입도 가능하게 하리라. 붉은 악마를 등에 업은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월드컵 역사상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는가.

월드컵은 마법을 지녔다. 평소 축구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장삼이사들을 순식간에 마니아 수준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사는 40대 회사원 강순찬 씨의 사례가 그렇다.

강 씨는 2002년 월드컵 땐 집에서 TV로만 시청했다. 열광적인 야외 응원의 매력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아들 둘이 어려 어쩔 수 없었다. 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야외 응원을 펼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는 최근 20개월 된 늦둥이 딸을 포함한 온 가족과 함께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아 월드컵 응원복인 붉은색 티셔츠를 장만했다. 응원 나팔과 붉은 악마 뿔, 두건, 대표선수들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 등 응원 소품도 각각 마련했다. 최대한 재미있게 즐기려면 가능한 한 유치해져야 한다는 중학생 아들의 충고를 수용한 것이다.

간식은 대형 마트에서 준비할 계획이다. 때마침 월드컵 기간에는 마트에서 월드컵 야식 모음전을 저렴하게 준비한다고 하니 입맛대로 고를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축구팬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이래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그는 그리스전이 열리는 12일에는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나라 월드컵 첫 승을 이룬 아시아드종합경기장을 찾을 생각이다. 붉은 악마 부산지회가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겠다는 의도다. TV에서 자주 보던 화려한 야외 응원의 고전을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해운대로 갈까요, 스포원도 있는데. 차라리 부산역이 나을까요'.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17일에도 야외 응원을 가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했지만 고민이 생겼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찾아 자전거를 즐겨 타는 금정구 스포원파크에 가고 싶지만 해운대해수욕장도 매력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여름 분수쇼가 펼쳐지는 부산역 광장에서도 야외 응원을 한다는데 슬쩍 그곳으로도 관심이 간다.

그러면서 최근 이렇게 즐거운 고민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냥 혼자 피식 웃었다고 한다.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아이들도 이 때만큼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4년, 아니 8년 만에 돌아온 축제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가. 강 씨 부부는 며칠 전부터 중학생 아들에게 월드컵 응원가를 배우고 있다. 8년 전엔 '오! 필승 꼬레아'만 외치면 됐는데 요즘은 무슨 놈의 응원가가 이리도 많은지. 김장훈 싸이 카라 애프터스쿨 2PM도 월드컵 응원곡을 내놨단다.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을 바라보니 한국의 16강 진출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 내 가정의 소중함도 새삼 느껴졌다. 강 씨는 오늘 꿈속에서 박지성이 통쾌하게 그리스 골 네트를 흔드는 멋진 장면을 먼저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 2010월드컵 응원전 개최 예정지

12일 응원지역

부산 사직야구장
부산역 광장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부산 태종대 태종사 앞 체육공원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 야외주차장

부산 중구 시티스팟

울산대공원 장미계곡 특설무대

울산 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

양산 에덴밸리리조트 야외잔디밭

마산종합운동장

국립김해박물관
함안군 함주공원
통영시 공설운동장

12, 17일 응원지역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부산 온천천 수변공원(지하철 1호선 부산대학앞 역 인근)
부산 북구 금곡동 농협하나로클럽 야외주차장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스포츠문화센터
부산 금정구 현대자동차 금정지점 전시장
울산 북구청 광장
김해종합운동장
김해 장유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주차장
김해 진영신도시 자이아파트 앞
양산종합운동장
밀양 공설운동장
진주 칠암동 남가람 야외무대
진해 진해루

12, 17, 23일 응원지역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경남 창원광장


"월드컵 응원가와 소품은 준비하셨지요"

부산 울산 경남 비롯 전국 방방곡곡
실내외 대형 스크린 앞 몰려
6월의 밤 '붉은 열기' 속으로, 대규모 이벤트 준비
일부는 지역 축제와 연계, 티셔츠 응원도구 야식 준비


'여자들은 축구와 군대 이야기를 가장 싫어한다'. 한때는 그랬다. 전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어 참을성을 테스트하는 기분이라는 것이 그대, 여자들의 솔직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 표현은 옛말이 되었다. 적어도 축구에 관한 한. 8년 전 월드컵 현장을 기억하는가. 서면 등 대도시 거리를 활보하며 태극기를 치마처럼 걸치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들 중에는 여성들이 절반을 차지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그 같은 풍경을 심심찮게 볼 것 같다. 온통 축구 얘기뿐일 테니까.

지난 2006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때는 거의 모든 경기가 새벽 시간대 열리는 바람에 8년 전의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번 월드컵의 한국경기 예선 3게임 중 2게임(12일 대그리스, 17일 대아르헨티나)이 오후 8시30분에 열려 야외 응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2002년 월드컵 때처럼 한국의 선전 여하에 따라 뜨거운 함성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질 수도 있다.


■ 어딜 가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야외 응원전


부산지방공단 스포원은 12, 17일 오후 7시부터 스포원파크(금정체육공원) 내 수변광장에서 야외 응원을 개최한다. 스포원은 가로 9.2m, 세로 5.2m의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참가하는 시민들에게 응원용 막대 풍선 3000개를 선착순 지급한다. 치어리더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전광판 주변에는 각종 특수효과 장치를 설치하고 대북 등 응원도구도 비치해 응원 분위기를 한껏 띄울 예정이다. 특히 경륜장과 야외 주차장을 완전 개방하고 전광판 인근에 먹을거리 장터를 운영해 참가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스포원파크에 일찍 와서 자건거를 타거나 배드민턴 또는 수영을 한 후 수변공원 잔디광장의 가장 좋은 자리를 잡으면 이보다 좋을 순 없을 듯하다.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첫 승을 이룬 장소로, 우리나라 월드컵의 성지로 대접받고 있는 아시아드 종합경기장을 찾으면 붉은 악마 부산지회와 함께 축구 응원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오후 5시부터 2002, 2006년 월드컵의 한국팀의 경기를 우선 관람할 수 있다. 이어 부산지역 대학생 치어리더와 아이파크 마스코트인 '우승이'와 '연승이'의 화려한 공연을 관람한 후 붉은 악마의 구호 아래 본격적인 광란의 응원으로 몸을 푼 후 한국팀 경기를 관전한다. 한국팀 경기 5시간 전부터 경기장은 개방된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운대해수욕장에서도 대규모 야외 응원전이 펼쳐진다. 특히 12일에는 국제신문과 솔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공연(오후 7시)에 이어 바로 초대형 스크린으로 월드컵 경기를 관람키로 예정돼 있다. 오페라와 축구. 이날 해운대해수욕장을 찾는 시민들은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부산대상가번영회는 12, 17일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대학앞역 인근 온천천 수변공원에서 가로 15m, 세로 12m의 대형 전광판과 무대를 설치하고 대규모 거리응원 이벤트를 개최한다. 번영회는 한국팀 경기가 없는 11~21일 오후 6시~밤 10시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벨리댄스 등 다양한 공연도 준비한다. 특히 부산대 인근 생맥주집 '훌리훌리' 등은 한국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500cc 생맥주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역 축제와 병행해서 펼쳐지는 야외 응원전도 곳곳에 마련된다. 이들 응원전은 첫 경기가 열리는 12일에만 펼쳐진다.

차이나타운 특구 축제(12~13일)가 열리는 부산역 광장에서 대규모 야외 응원전이 열린다. 대북공연 사자탈춤공연 중국기예단공연 등 차이나타운 특구 축제 축하공연과 부산역 분수쇼에 이어 무대 양쪽에 설치된 200인치 스크린 2대를 통해 그리스전을 관람할 수 있다. 경기 중에는 불꽃쇼와 레이저 조명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광안리 어방축제(11~13일)가 열리는 광안리해수욕장에서도 16강 기원 태극전사 응원전이 개최된다. 축제 기간이라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에선 오전 10시부터 해양래프팅 대회, 맨손으로 활어잡기, 세계민속공연, 어방 그물끌기 등 다양한 체험 및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400인치 스크린을 통해 관람하는 응원전 직전에는 치어리더의 화려한 공연이 펼쳐진다.

반딧불이 관찰체험행사(11~12일)가 열리는 태종대 태종사 앞 체육공원에서도 월드컵 응원전이 펼쳐진다. 앞서 오후 8시부터 반딧불이를 관찰하며 설명을 듣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광복점 야외주차장에서 400인치 대형 LEC 전광판을 설치해 12일 오후 8시30분 고객 1만2000명을 초청, 대규모 응원전을 펼친다. 앞서 오후 6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인기가수 서인영 박정아 박미경 팝핀현준과 아이돌 그룹 V.O.S 등을 초정, 파이팅 콘서트를 개최해 응원 열기를 고조시킨다.

파라다이스호텔은 12, 17일 본관 1층 로비라운지 '크리스탈가든'과 지하1층 펍바 '챨리스'에서 응원전을 펼친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20% 할인혜택을 준다. 웨스틴조선호텔도 12, 17일 펍바 '오킴스'와 라운지에서 응원전 이벤트를 마련한다.

북구 금곡동 농협하나로클럽 부산점 야외광장에서도 12, 17일 대형 스크린을 통한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는 같은 시각 스포츠문화센터 앞 스포츠파크 축기경기장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응원전을 열 계획이다. 이번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인 금정구 현대자동차 금정지점 전시장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울산 및 경남 지역에서도 월드컵 응원전이 펼쳐진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4~13일)가 열리는 울산대공원 장미계곡 특설무대에서는 12일 오후 8시30분 응원전을 펼치며, 같은 시각 울산 남구 태화강 둔치 특설무대에서도 역시 그리스전 응원전이 열린다.

울산시는 12일 그리스전과 17일 아르헨티나전 그리고 월드컵 첫 16강 진출의 운명을 결정할 23일 나이지리아전때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대규모 응원전을 열 계획이다. 이 밖에 경남 김해 장유롯데프리미엄아울렛 주차장과 양산 에덴밸리리조트 야외 잔디밭 등지에서도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열띤 응원전이 열린다.


■ 한층 다채로운 붉은색 티셔츠와 응원가   

 
8년 전에는 단 하나였다. 'Be the Reds'라 적힌 붉은색 티셔츠. 2002년 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종류의 붉은색 티셔츠가 마련돼 있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마트와 메가마트 그리고 농협하나로클럽은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인증을 받은 'KFA 응원 티셔츠'를 1만9800원에 판매한다. 'KOREA LEGEND'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홈플러스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공식 티셔츠를 1만4900원에 내놓았다. 붉은 악마 문양에 'The Shouts of Reds United Kore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롯데마트는 KFA 응원 티셔츠와 함께 'ALL THE REDS' 응원 티셔츠(1만9900원)와 박지성 선수 캐릭터를 새겨 넣은 '캡틴 박 응원 티셔츠'(9900원) 등 3종을 판매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월드컵을 대비해 국내 가요계에서는 월드컵 응원가를 대거 쏟아내 일부 곡을 연습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이 곡들은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 '월드컵 응원가'를 검색하면 대부분 들을 수 있다. 입맛대로 고르시길.

김연아와 빅뱅.

싸이와 김장훈.


대표적인 곡으로 '다시 한 번 대한민국'(김장훈·싸이), '승리의 함성'(The Shouts Of Reds Part 2)(빅뱅·김연아), '승리를 위하여'(트랜스픽션), 'We are with you'(카라), 'We are The One'(티아라) 등이 있다. 리듬이 쉬운 데다 가사까지 있어 몇 번만 들으면 따라 부를 수 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 심지어 식당가도 신이 났다. 이번 월드컵은 밤늦게 또는 새벽에 중계되기 때문에 시내 대형 마트와 백화점의 대부분은 '월드컵 야식 코너'를 마련, 야외 응원을 위한 도시락과 집에서 온 가족이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야식을 판매하고 있다.

이제 월드컵 축제 기간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마냥 즐기자. 한국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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