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서상면 부전계곡은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 기획감사실 조성제 홍보담당은 "군에서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함양 관광안내지도에도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이 계곡 아래 부전마을은 2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부전계곡에 고라니 다람쥐 물오리 등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데다 산과 계곡이 잘 어우러져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원시적 체취가 묻어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학자 부계 전병순(1816~1890)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으로 그의 흔적은 계곡 아래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재해시 대피안내도에는 부계정사를 대피소로 표기해 놓아 아쉬움을 남게 한다.

부전계곡을 품은 산이 바로 백두대간 영취산이다. 어서 떠나보자.


근교산&그너머 <578> 함양 영취산~덕운봉~제산봉

고사리재 밟으며 옛 민초들 삶 떠올리다

걷는 시간만 5시간40분 걸리는 100% 원점회귀 코스
산행팀 육십령보다 더 짧은 영호남 옛길 고사리재 발견
영취산 정상서 북으로 15분, 고갯마루 양측 길 흔적 없어
들머리 부전계곡도 외지엔 알려지지 않은 원시 그대로
산행 중 남덕유 할미봉 백운산 등 백두대간길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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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의 최고 인기 지점인 미끄럼틀 암반. 여름이면 이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며 물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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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 가장 빼어난 미끄럼틀 암반 아래 용소. 물빛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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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틀 암반 아래 소(왼쪽)와 뒤에서 본 미끄럼틀 암반.


경남 함양군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 장계면을 잇는 육십령.

해발 730m의 이 육십령은 산꾼들에게는 백두대간 남덕유에서 뻗어내려온 할미봉과 남쪽의 깃대봉 영취산을 잇는 경유지이며 민초들에겐 선비의 고장 함양땅과 호남의 오지 장수를 이어주는 고갯마루였다.

삼국시대 땐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였던 이 육십령은 이후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26번 국도로 오랜 기간 적지 않은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지만 수년 전 개통된 대전~진주 고속도로에 의해 백두대간 깃대봉 아래로 육십령터널이 뚫리면서 이 길도 옛길 아닌 옛길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여기까진 널리 알려진 사실.

함양에는 함양 서상면과 장수 장계면을 잇는 또 하나의 고갯마루가 있다. 일명 고사리재이다. 이 고사리재의 들머리는 서상면 부전계곡. 함양의 내로라하는 용추계곡이나 화림동계곡에 비해 지명도는 낮지만 아직 원시적 체취가 묻어나는 때묻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이 계곡을 품은 산이 바로 이번에 산행팀이 오른 백두대간 영취산(1076m)이다. 육십령에서 잠시 멈춰 숨을 몰아쉰 백두대간이 백운산으로 뜀박질하기 직전 솟구친 봉우리다.

이 고사리재는 영취산과 육십령 사이에 위치해 있다. 영취산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동행한 함양군 기획감사실 조성제 홍보담당은 "이 고사리재는 부전계곡을 품고 있는 함양 최북단 서상면의 촌로들이나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들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애독자이기도 한 조 씨는 "고사리재는 일제 강점기 이후 인적이 끊겨 산길이 사실상 묵어 있지만 옛길 복원 차원에서 열리기만 한다면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행은 서상면 옥산리 부계정사~부전계곡~백운산·고사리재 갈림길~절터골~백두대간 주능선~쉼터(벤치)~무령고개(선바위 고개)갈림길~영취산 정상~고사리재~논개생가 갈림길~민령 갈림길(이정표)~덕운봉~옛 헬기장~헬기장~제산봉~헬기장~부전계곡으로 돌아오는 100% 원점회귀 코스. 걷는 시간만 5시간4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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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부전계곡 하류. 음용수대와 화장실, 재해시 대피안내도 및 등산로 대략도가 보인다.

계곡과 나란히 달리는 산판로를 걸으며 산행은 시작된다. 100m쯤 가면 우측으로 보이는 무덤 뒤가 하산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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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기점인 들머리(왼쪽)와 부전계곡 지계곡인 절터골에서 만난 쌍폭.


목가적인 민가 두 채를 잇따라 지나면 일순간 감탄사가 절로 인다. 너른 화강암반 아래 짙푸른 용소가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암반 사이로 옥류 같은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용소에 다다르는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의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을 떠오르게 한다. 동행한 조 씨는 "여름이면 이곳은 어린이 물놀이장 중 으뜸"이라고 귀띔했다.

물길을 건너면 갈림길. 우측으로 가서 또다시 계곡을 건널 즈음 주변의 풍광도 일품이다. 그야말로 계곡미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15분 뒤 갈림길. 우측은 부전계곡을 따라 고사리재로 가는 길. 동행한 조 씨는 최근 몇 차례 길을 찾으려고 시도해 봤지만 허사였다고 했다. 산행팀은 좌측으로 물을 건너 올라선다. 영취산의 남쪽에 위치한 백두대간 백운산 가는 길이다.

역시 물길과 나란히 걷는다. 부전계곡 지계곡인 절터골이다. 6분 뒤 두 줄기의 물길이 쏟아지는 쌍폭을 지나면 또다시 계류가 기다린다. 쌍폭 상류 물길이다. 낙엽이 밟히는 산죽길을 지나 두 차례 물길을 건너 세 번째 물길을 지나면 갈림길 앞에 선다. 산행팀은 두 길 모두 답사, 노란 리본을 꼼꼼히 달아 놓았다. 선택은 독자들의 몫.

우측 지계곡길로 들어서면 일순간 산길은 사라지지만 그럭저럭 산행을 이어갈 만하다. 하지만 막바지 300~400m 구간은 벌목한 나무와 산죽으로 인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지능선에 겨우 닿는다. 갈림길에서 60분 소요되고 여기서 좌측으로 20분쯤 오르면 쉼터(벤치)가 놓인 백두대간 주능선에 올라선다. (지도상의 ①번)

갈림길에서 직진할 경우 절터골을 끼고 계곡 끝까지 올라간다. 길은 뚜렷하다가 사라지고,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물길을 따라 오르기를 반복하면 초록 이끼가 낀 너덜길을 만난다. 이후 물길도 사라지고 좌우로 능선이 막고 있으면 사실상 절터골 최상류에 올라선 것이다. 갈림길에서 60분. 널브러진 크고 작은 바위를 밟을 때 중심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제 계곡을 벗어나 좌측으로 90m쯤 치고 오르면 지능선에 닿고, 여기서 우측으로 반듯한 산길을 따라 15분 정도 치고 오르면 백두대간 주능선에 올라선다. 좌측으론 백운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며 우측은 영취산 방향이다. 여기서 백운산이 잘 보이는 전망봉을 거쳐 '생태계 복원 중'이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면 쉼터(벤치)에 닿는다. 주능선에 올라선 후 20분 소요. (지도상의 ②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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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금남호남정맥 분기봉인 영취산 정상을 지나 만나는 민령 갈림길에서 본 백두대간 주능선. 정면으로 보이는 가장 높은 봉이 백운산이며 사진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우측으로 영취산과 그 우측 뒤로 장안산도 확인된다(왼쪽). 하산길에서 본 백두대간. 백운산이 손에 잡힌다.
 
주변 조망을 살펴보면 남쪽으로 백운산과 그 좌측으로 서래봉 괘관산이, 동쪽으로 저 멀리 황석산 피바위와 그 왼쪽으로 거망 금원 기백 월봉 덕유산이 보인다. 산행팀은 북으로 가다 시계 방향으로 눈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갈아탄 후 발아래 보이는 상부전 쪽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대간길을 따라 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6분 뒤 무령고개 갈림길. 이정표엔 선바위고개라 표기돼 있다. 선바위는 좌측으로 보인다.

여기서 침목계단을 잠시 오르면 영취산 정상. 백두대간이 정맥 하나를 풀어 놓는 지점이다.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인 이곳에서 좌측(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발밑의 무령고개를 거쳐 건너편 팔각정을 지나 장안산으로 이어진다. 이 정맥은 주화산에서 북으로 운장 대둔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과 남으로 내장 추월 무등산을 거쳐 백운산에서 끝나는 호남정맥으로 갈라진다. 육십령은 여기서 11.8㎞.

이제 직진하며 내려선다. 좌측으로 나무에 기생하며 그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겨우살이가 눈에 띈다.

15분 뒤 안 보이던 마른 억새에 이어 송림이 기다린다. 고사리재이다. 함양과 장수를 잇는 최단 코스의 고갯마루이다. 좌우를 둘러봐도 길 흔적이라곤 전혀 없다. 하긴 50년 정도 인적이 끊겼으니까 그럴만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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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정상(왼쪽)과 고사리재 직전. 숲속이 고사리재이다.

두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눈길 끄는 이정표와 맞닥뜨린다. 논개 생가(4.6㎞) 갈림길이다. 대간의 서쪽 장수땅에 태어나 동쪽 함양땅에 묻힌 충절의 여인 논개를 잠시 떠올리며 발길을 재촉한다.

12분 뒤 민령(5.3㎞) 갈림길. 바위에 앉아 백운산과 방금 지나온 영취산, 그 우측 뒤 장안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대간길인 좌측 민령 방향을 버리고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이정표 뒤 급경사길로 내려선다. 8분이면 덕운봉. 정상석도 삼각점도 없이 그냥 스쳐가기 쉬워 리본 뒤에 '덕운봉'이라 적어 놓았다.

10분 뒤 능선 갈림길. 이때부터 주변 지형을 잘 살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우측으로 갔다간 계곡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니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선다. 주변에 간벌을 해놓고 치우질 않아 얼핏 길이 없는 듯하지만 찬찬히 한 걸음씩 옮기면 전혀 못 찾을 정도는 아니다.

38분쯤 뒤 미끄러운 송림길을 내려서면 안부이자 오래 전 좌측 옥산리와 우측 부전계곡을 넘나들던 고갯마루에 닿는다. 우측 부전계곡 쪽은 길 흔적이 없지만 옥산 쪽은 보인다.

동행한 조 씨는 여기서부턴 산 아래 주민들이 송이채취를 위해 다녀 길이 상대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한다.

다시 올라선다. 14분 뒤 옛 헬기장과 은방울꽃 군락지를 지나면 헬기장. 좌측으로 월봉산 금원산 칼날봉(수리덤) 바위 남덕유, 정면으로 괘관산, 우측으로 백운산 영취산과 지금까지 걸었던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어지는 산길. 정면으로 우뚝 솟은 제산봉을 보며 암봉을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제산봉. 헬기장에서 16분. 좌측 옥산리 대신 우측으로 내려선다. 5분 뒤 또 다른 헬기장. 이제 우측에 위치해 있던 백운산도 우측 뒤로 보인다. 그만큼 많이 왔다는 방증이다.

이젠 우측 부전계곡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찾아야 될 시점이다. 4분 뒤 우측으로 하얀 마사토가 보이는 반듯한 능선길 대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5~6분쯤 더 가면 송림 사이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이 열려 있다. 이 길만 찾으면 하산길은 일사천리. 차츰 급경사길로 변하지만 내려가기엔 큰 문제가 없다. 30분쯤 뒤 부전계곡 무덤 뒤로 떨어지며, 여기서 100m쯤 가면 출발점에 닿는다.


◆ 교통편- 대중교통 아주 불편, 승용차 이용하는 게 편리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IC~함양 안의(부전계곡) 우회전~부전마을 우회전~옥당교 건너 좌회전~상부전~부계정사(대피소)~음용수대(화장실, 재해시 대피안내도 및 등산로 대략도).

대중교통편의 경우 버스는 부전계곡과 바로 아랫마을인 상부전까지 들어오지 않아 불편하다. 부전마을 입구 봉정정류장에서 들머리까지의 4㎞는 걸어야 한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오전 5시40분부터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 걸리며 1만2400원. 산청을 경유하는 이 버스는 완행. 직통버스는 오전 7시, 9시에 있다. 2시간 걸리며 1만2100원. 함양터미널 인근 시내버스터미널에서 서상행 버스를 타고 봉정정류장에서 내린다. 30분 간격으로 있다. 3400원. 45분 소요. 봉정정류장에서 함양행 버스도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7시30분. 함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30분(막차)에 있다. 만일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10분.

봉정정류장에서 들머리까지의 4㎞가 부담스러우면 서상면 소재지까지 가서 택시(055-963-0054)를 이용하면 된다. 들머리 부전계곡까지 5000원.


◆ 떠나기 전에-- 함양군, 부전계곡 보존 위해 포장 않고 알리지도 않아


함양군 서상면 부전계곡은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 기획감사실 조성제 홍보담당은 "군에서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함양 관광안내지도에도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이 계곡 아래 부전마을은 2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부전계곡에 고라니 다람쥐 물오리 등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데다 산과 계곡이 잘 어우러져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원시적 체취가 묻어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학자 부계 전병순(1816~1890)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으로 그의 흔적은 계곡 아래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재해시 대피안내도에는 부계정사를 대피소로 표기해 놓아 아쉬움을 남게 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늘봄가든'(055-962-6996). 찹쌀 조 수수 흑미 등 오곡밥에 더덕 등 20여 가지의 반찬, 그리고 된장찌개 꼬리곰탕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사진). 사태수육은 특히 별미다. 한약재와 된장 등을 첨가해 독특한 맛을 낸다. 8000원. 상림 주차장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함양IC에서 7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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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입력: 2008.05.22 19:47 / 수정: 2008.05.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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