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377> 함양 백운산

 
  함양 백운산에 오르면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 로
거침없이 펼쳐진다. 사진 가장 뒤쪽 능선이 지리산 주능선으로
주봉인 천왕봉(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제석 봉 영신봉 토끼봉
반야봉 노고단 고리봉 등이 일직선 상 으로 하늘금을 그으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흰 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

현재 우리나라에 백운봉까지 포함, ‘백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부산 기장의 백운산 등 열댓개. 20개를 넘는다는 천황봉(天皇峯)에 이어 두번째다.

천황봉이라는 이름이 대부분 일제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적은 이름을 근거로 하고 있어 산꾼들은 하루빨리 옛 산이름 찾기 운동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반면 백운산이란 산이 높아 구름을 걸치고 있다는 자연발생적인 이름이어서 친근한 느낌이 더하다.


경남 함양군 백전면과 서상면,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 걸쳐 있 백운산은 우선 그 이름만큼이나 높고 험하다. 고로쇠약수로 유명한 광양 백운산이나 원주 백운산도 산높이가 1000m 이상이지만 그 중 으뜸이 경남 함양의 백운산(1279m)이다.
해발고도 뿐만 아니라 조망도 빼어나다.
주변의 이름깨나 알려진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로 거칠 것 없이 펼쳐져 있어 이를 확인하는데만
한참이 걸릴 정도.
하산길에 만나는 골짜기인 큰골은 높이가 어림잡아 30m나 돼 협곡에 가까운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주변 아름드리 홍송 또한 일품이다.

산행은 대방마을 매표소~묵계암~상연대~주능선~전망대~하봉~중봉~백운산 정상~화과원 갈림길~용소폭포
~헬기장~백운암을 거쳐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5시간~5간30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면 정면에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서있다. 이를 바라보고 왼쪽 ‘상연대’ ‘묵계암’,
오른쪽은 ‘백운암’ ‘화과원’ 방향. 원점산행이라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 없으나 하산할 때 콧노래를 부르며
쉽게 내려올 수 있게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정면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는 하봉. 150여m 오르면 조그만
암자인 상연대도 시야에 들어온다.

백운산 산행 초입부는 예상외로 따분하다. 묵계암을 거쳐 상연대까지 가는 50여분 거리가 시멘트길이기
 때문이다. 암자 두 채를 위해 왜 이토록 산골짜기까지 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해 놓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하여튼 묵계암까지는 30분 거리. 관음전 삼성각 등 전각 두 채가 아담하다. 비구니승 두 분이 수행하며 지나가는
 길손에게 차를 대접한다.

20분 후 상연대(上蓮臺).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암자. 15m쯤 되는 벼랑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모습이 연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말에는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실상선문이
이곳으로 옮겨와 선문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상연대는 무엇보다 왼쪽 천왕봉에서부터 반야봉까지
 일직선으로 하늘금을 긋는 지리산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상연대까지의 시멘트길이 지루하다면 묵계암을 지나
바로 향하는 산길을 오르면 상연대를 지나 무덤이 있는 주능선에서 만난다. 상연대를 못보는 아쉬움은 남지만.

백운산 정상까지는 1.8㎞.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엄청나게 급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당한 체력소모를 요구한다.

20여분 뒤 제법 넓은 주능선. 묘지가 가운데 있고 묵계암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난다. 그 옆에 벤치가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 이어지는 밧줄. 15분간 한바탕 또 힘을 소진하면 전망대. 방금 올라온 시멘트길과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 무덤이 있는 봉우리를 만난다. 하봉이다. 잡목 사이로 정상이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만 더 가면 중봉과 정상이 나란히 보인다.

7분 뒤 조망이 탁월한 중봉. 정상을 보고 오른쪽(동쪽)으로 남덕유산과 남령 월봉산이 이어지다 월봉산에서
능선이 갈라져 앞엔 거망산 황석산이, 뒤엔 금원산 기백산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이 곳에서 정상은 10분 거리.
정상 100m 앞서 무덤 2기가 보인다. 무덤에서 왼쪽은 중고개로 지리산 방향으로 이어진다. 정상은 오른쪽.
이 짧은 구간이 백두대간.

 


정상은 지금까지 봐 온 주변 봉우리를 총정리할 수 있는 곳. 정상석 앞에 ‘백운산 전망안내도’가 서있지만 낡아서인지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다. 주변 봉우리들의 이름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남쪽의 지리산 능선은 시계범위가 더 넓어져 이번엔 웅석봉에서 천왕봉~반야봉~노고단~만복대~바래봉~덕두산까지 펼쳐지고 동쪽 코 앞에는 괘관산이 의좋게 마주보고 있다.


하산은 오른쪽(동쪽) ‘백운암’ ‘원통재’ ‘화과원’ 방향. 북사면이라 아직도 제법 눈이 있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다. 내리막이어서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미개척산길의 이정표 갈림길과 만나면 왼쪽으로 내려선다.



산죽길 너덜길 오솔길과 헬기장을 연이어 지나면 또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 급경사길. 15분 정도만 힘겹게 내려오면 계곡과 만난다. 지금부터 계곡과
나란히 걷는 그야말로 호젓한 산길. 20분 뒤엔 집수통에 연결되는 고로쇠파이프 여러 줄이 보인다. 울진의
응봉산 온천수 파이프가 연상된다.

곧이어 화과원 갈림길을 만난다. 계곡을 건너면 화과원, 직진하면 백운암. 화과원은 기미독립선언서에 한용운과
 함께 서명한 용성스님이 선농일치를 주장하며 손수 농사를 지었던 곳. 10여분 걸리지만 최근 복원공사가 중단된
상태.

동시에 이 지점이 용소폭포. 15m 높이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는 용소가 자리잡고 있다. 폭포 옆에는
 아름드리 노송이 주변 풍경을 더욱 멋지게 해준다. 백운산 최대의 비경지대라 할 만하다. 이후부터는 협곡과
아름드리 홍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계곡길의 운치를 만끽하며 걷는다. 날머리인 백운암 인근에는 하얀 화강암
위로 흐르는 맑은 물이 인상적이다. 백운암에서 매표소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6시20분, 6시59분 등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600원. 3시간 정도 걸린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055-963-3281~2)에서 들머리인 대방마을에 닿기 위해선
군내버스터미널(간판은 (주)함양지리산고속)에서 백전·신촌행 군내버스를 타 종점인 신촌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7시40분, 8시, 9시30분, 10시20분, 11시20분 출발. 1600원. 군내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터미널 뒷문으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보인다.


날머리인 신촌 대방마을에서 함양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 5시, 6시10분, 8시20분(막차)에 있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 6시, 6시45분, 7시5분, 7시28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88고속도로 광주방향~함양IC~백운산
상림공원 우회전~함양시외버스 주차장사거리서 직진 백전 함양 방향~상림숲~월암삼거리 백전 서하 방향
 좌회전~백전면~대방마을 순.

◇ 떠나기전에

흔히 백운산하면 광양의 백운산을 먼저 생각한다. 광양 백운산의 유명세에 가려 있지만 함양의 백운산
백운산으로서는 진산이다. 그래서 산꾼들에게는 동경의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백두대간의 막바지에 웅장하게 솟은 산으로, 남으로는 지리산 웅석봉에서 천왕봉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북으로는 남덕유산 북덕유산을 잇는 조망권이 여타 산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는 고리가 함양 백운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의 하산길인 큰골은 백운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골짜기로 용소의 푸름이 절경을 연출하고 하봉에서
 시작된 미끼골은 묵계암 상연대 등 급한 골짜기에 터를 잡은 절집이 위태롭게 걸려 있어 많은 시인묵객이 들러
 머무르곤 했다.



백운산의 산길은 여럿 있다.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대방마을에서 출발, 미끼골을 거쳐 큰골로 하산한 코스가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끼골의 서쪽편에 있는 중고개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은 산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백운산 바로 옆 괘관산에서 이어지는 원통재(일명 빼빼재)는 한적한 산길로, 화과원 뒷능선을 거쳐 서래봉
상봉을 연결하는 종주코스로도 시도할 만하다. 또 다른 길은 호남정맥의 무령고개에서 영취산을 거쳐
백운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최근 산꾼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 길은 백두대간을 맛보기할 수 있는 독특한 산길이다.


이번 주말에는 함양 백운산에 올라 지리산과 덕유산, 그리고 백두대간의 정기를 한 몸에 받아보자.


3월은 산행시기중 가장 어정쩡한 계절이다. 백운산은 봄 기운은 물론 아직 북사면에 잔설이 남아 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겨울장비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말자.

백운산으로 향하는 도중 천연기념물 154호 상림숲을 지나므로 시간이 날 경우 빠뜨리지 말자.

참고 하나. 날머리 백운암 경내 한쪽 편에는 고로쇠파이프로 모여지는 고로쇠약수 집수통이 있다. 현장에서
바로 담아 판매도 한다. 흔히 5만원하는 18ℓ(1말) 1통에 3만5000원. 016-9883-8525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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