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애독자 "어곡산은 선암산의 오기" 전화
산행팀 속죄의 의미 13년 만에 다시 찾아
들머리 어곡동서 주능선까지 산길은 개척
매바위에선 초보 여성 산꾼들 무서워 '벌벌'
오르내릴 때 혼쭐, 과연 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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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 주변에는 시원한 계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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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길도 걷고(왼쪽) 숲길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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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 옆으로 산행팀이 개척한 양산의 보석길 천마산과 그 아래 신불산 공원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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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등정이 불가능한 매바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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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산(매봉)이라 적힌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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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을 타고 가다(왼쪽)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최근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행팀이 오래 전 소개한 양산 어곡산의 원래 이름은 선암산이며 어곡산은 근거없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양산산악회가 이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03년 '선암산(매봉)'라고 적힌 정상석을 세웠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적어 전화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적없는 이름인 어곡산을 널리 알린 국제신문 산행팀이 다시 한번 산행지로 정해 신문에 소개함으로써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협박성(?)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조상 대대로 산 아래 살아온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선암산으로 부르고 있으며 주변 식당 이름에도 선암산 이름이 쓰이고 있다. 또 58년 전통의 어곡초등학교 교가에도 선암산이란 이름이 나온단다.

 이와 관련, 이창우 대장은 "10여 년 전쯤 산길이 전혀 없을 당시 토곡산과 지금의 선암산을 종주하면서 어곡동(옛 어곡리)으로 하산, 마을사람들에게 산 이름을 물어봤지만 아무도 몰라 산 아래 마을 이름을 본따 어곡산으로 명명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해서, 산행팀은 독자들과 선암산에 속죄하는 의미에서 정확히 13년 만에 어곡산 아닌 선암산을 다시 찾았다.

 예부터 신선이 놀던 자리라고 해서 명명된 선암산(仙岩山) 정상은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산 아래에선 매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일명 매바위 또는 매봉으로도 불린다.

 바위 규모는 동해바다가 발아래 펼쳐지는 기장 달음산 정상의 그것과 비슷하다. 달음산 정상이 여러 개의 바위로 구성돼 있다면 매바위는 하나의 독립 암봉이다. 해서, 바위 틈새를 잡고 안간힘을 쓰며 오르는 달음산과 달리 매바위는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는 정상 등극이 쉽지 않다.

산행은 양산시 어곡동 어곡공단 준성산업(골재공장)~지능선~담양 전씨묘~기암~주능선 갈림길(염수봉·선암산 갈림길)~711봉~748봉~명전고개~782봉~임도~신선봉(삼거리)~664봉~안부~선암산(710m)~화제고개 갈림길~임도~어곡공단 순. 걷는 시간만 6시간 정도이며 길찾기는 일부 갈림길에서 약간은 헷갈리지만 그때마다 국제신문 리본을 촘촘하게 매달아 놓아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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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곡공단 '슈퍼마켓 종점'에서 하차한 뒤 50m쯤 가면 만나는 용선상회를 보고 왼쪽으로 향한다. 매바위와 기도원으로 오르는 이 길의 막다른 지점은 골재공장 준성산업. 너른 마당의 우측 컨테이너 가건물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200m쯤 가면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반대편인 우측엔 시원한 계류가 흐른다.

들머리로 오르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방향을 꺾는다. 지그재그 옛길로 15분쯤 오르면 묘지.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으로 신불산 공원묘지와 그 뒤 천마산과 매봉산, 발 아래 예비군 교장과 경남외고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 사이로 올라 9분이면 지능선에 닿는다. 맞은편에 선암산 정상 매바위와 V자 홈처럼 푹 꺼진 명전고개 등 향후 산행팀이 가야 할 능선이 한눈에 조망된다. 동시에 어곡공단 전체도 조망된다. 하지만 발아래 산이 일부 파헤쳐져 있는 걸로 봐서 아직도 토사채취가 한창임을 알 수 있다. 우측으로 7분쯤 오르면 포클레인이 깨놓은 돌들이 널브러져 있다. 어쩌면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산도 머지 않아 토사 채취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돌길로 30m쯤 직진, 우측 산비탈로 올라선다. 담양 전 씨묘를 지나 오름길이 이어지다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집채만한 바위군을 만난다. 직접 오르내리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이렇게 20여 분, 이제 본격 숲으로 진입한다. 최근 수년간 아무도 밟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이다. 부산 인근에서 안내 리본 하나 없는 산길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때론 고개를 숙이고 잡풀이나 넝쿨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숲터널이 끝날 무렵 보기만 해도 시원하게 쭉 뻗은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붙잡는 너른 터를 지나면서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된다.

6분 뒤 이번 산행에서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지난다. 얼핏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면 등로 우측으로 길이 하나 열려 있다. 염수봉 영축산 가는 길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주능선이 시작되는 셈이다. 의식을 못하더라도 산길이 자연스레 직진형 왼쪽인 선암산 토곡산으로 연결되니 크게 유의 안 해도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여기서 10m쯤 뒤 그간 보이지 않던 안내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8분 뒤 711봉을 살짝 넘고 다시 18분 뒤 정상이 제법 너른 748봉을 지나면 임도와 만나는 명전고개까지 10여 분간 줄곧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임도에선 50m쯤 직진, 왼쪽 산길로 올라선다. 782봉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임도를 따라 직진해도 782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므로 체력에 맞게 택하자. 782봉을 넘을 경우 40분 정도 걸리지만 시원한 조망을 만끽할 수 있다.

다시 임도와 만나면 곧바로 건너 산으로 올라선다. 참고로 임도 왼쪽은 들머리, 오른쪽은 토곡산 또는 토곡산자연휴양림 방향이다.   
 
억새의 군무가 펼쳐지면서 발걸음도 더뎌진다. 15분 뒤 삼거리. 지도상의 신선봉(784봉)이다. 돌탑이 하나 서 있다. 우측 토곡산 방향 대신 왼쪽으로 향한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25분쯤 걸으면 왼쪽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숲 사이로 또 하나의 무명봉(664봉)이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우회하며 통과한다. 동시에 숲 사이 11시 방향으로 매바위로 불리는 정상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산길.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안부까지 쭈욱 내리막길이 지속된다. 안부는 신선봉에서 37분. 왼쪽은 기도원을 거쳐 용선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 체력이 부치면 이 탈출로를 이용하면 된다.

이제부터 정상인 매바위를 향해 정면으로 오른다. 9분 정도면 숲을 벗어나 매바위 앞에 선다. 엄청난 규모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정면에서 바로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약간 우회하면 가장 낮은 구간에 밧줄이 걸려 있다. 그래도 8, 9m쯤은 된다. 20여 명은 족히 더불어 쉴 수 있는 정상에는 양산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서 있다. 비록 날씨가 좋지 못해 시계 제로지만 청명한 날에는 인근의 토곡산을 비롯해 오봉산 금정산 신어산 무척산 그리고 낙동강도 조망된다고 이 대장이 설명했다.

하산길도 밧줄이 있지만 난이도는 고도감이 있어 올라올 때보다 몇 곱절 어렵다. 해서 겁많은 여성들은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홀로 내려오기가 사실 좀 벅차다.

매바위를 내려오면 15분 정도 멋진 암릉길이 기다리고, 이어 10분쯤 숲길을 걸으면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화제고개, 산행팀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35분이면 산을 벗어나 어곡공단을 지난다. 25분쯤 공단 내부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오면 신불산 공원묘지가는 주 도로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5분쯤 가면 GS편의점 앞에 어곡삼거리 정류장이 있다.

# 떠나기전에-이웃한 천마산, 7년 전 역시 산행팀이 명명

 흔히 선암산은 그동안 산을 기준으로 어곡동과 반대편인 화제리 쪽이나 새미고개를 들머리로 많이 애용했다. 하지만 산행팀은 새로운 루트 개척을 위해 신불산 공원묘지 가는 길에 위치한 어곡동 용선마을에서 출발했다.

 때문에 들머리에서 염수봉(영축산)과 선암산(토곡산)이 갈라지는 주능선 갈림길까지의 1시간 40분 정도의 산길은 산행팀이 처음 소개하는 개척 산행길이다.

첨언 하나.

산행 초입 전망대에 서면 신불산 공원묘지 뒤로 암릉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이 보인다. 양산의 보석 천마산이다. 7년 전쯤 무명이던 이 산도 국제신문 산행팀이 당시 들머리인 상북면 소석리 제리골의 조그만 암자의 노승으로부터 본래 이름이 천마산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세상에 처음 알렸다. 사방팔방으로 확 트인 시원한 조망과 때묻지 않은 암릉구간이 환상적이어서 많은 산꾼들이 "양산에도 이런 멋진 산이 있었냐"면서 산행팀에게 감사 또는 격려의 전화를 많이 했다고 이창우 대장은 전했다.

그 이후 정상의 큰 바위에는 '천마산'이라 적혀 있다. 양산시에서 정상석 하나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 교통편-지하철 1호선 명륜동·온천장역서 12번 타야

지하철 1호선 명륜동역이나 온천장역 앞에서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양산 남부시장 정류소에서 내린다.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300원. 여기서 옛 양산시외버스터미널은 걸어서 5, 6분쯤 걸린다. 터미널 앞에서 용선(또는 화룡)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8시25분, 8시50분, 9시15분, 9시50분, 10시20분, 10시50분. 1000원. 버스 종점인 '슈퍼마켓 종점'에서 옛 양산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20분, 6시5분, 6시20분, 6시35분, 7시5분, 7시40분, 7시50분에 출발한다. 다시 남부시장 정류소로 걸어서 이동해 부산행 12번 완행버스를 타면 된다. 밤 10시 이후까지 다닌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언양 어곡양산지방공단~배내골~어곡터널 어곡양산지방공단~어곡터널~배내골 어곡지방산업단지~배내골 용선~버스종점인 슈퍼마켓 종점~용선상회 간판 보고 좌회전. 차를 준성산업 입구에 주차했을 경우 어곡삼거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참고로 정차시간은 오후 4시10분, 4시50분, 5시35분, 5시50분, 6시10분, 7시1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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