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부·울·경 골프장 이색 기록

3형제가 2년 주기 홀인원
2011년 4일 앞두고 달성

하루에 홀인원 두 번
같은 홀에서 생애 네 번 홀인원

18홀서 홀인원· 이글도 기록
알바트로스도 세 번 나와

 

 KPGA 중앙경기위원이자 연산골프연습장 최재철(64) 대표는 제주CC 대표 시절 홀인원을 해보기 위해 증인이 될 만한 직원 한 명과 평소 만만하게 여기던 파3 홀에서 3시간여에 걸쳐 수백 개의 볼을 날렸다. 결과는 헛수고. 그는 "홀인원은 운이 99.9%라더니 맞구먼"이라고 쓸쓸하게 되뇌며 돌아섰다 한다. 그는 지난 1994년 통도 남코스 11번 홀(180m)에서 결국 홀인원을 했다. 40년 골프 인생에서 유일한 기록이었다. 최 대표는 "홀인원은 노려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야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신기루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늘이 점지해야 가능하다는 홀인원. 미국골프협회에 따르면 아마 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은 1대 3만 3000, 프로골퍼는 1대 3500이라고 한다. 18홀 중 파3 홀이 4개인 점을 감안하면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할 확률은 1대 8250. 이럴 경우 1년 내내 골프장을 찾으면 산술적으로 22.6년이 지나야 홀인원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홀인원과 관련, 사연도 많고 뒷얘기도 적지 않다. 평생 한 번도 못해본 골퍼가 수두룩하지만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인원을 기록해 동행한 사부들을 불편하고 당황하게 만든 행운아도 우리 주변에는 더러 있다.

지난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골프장에서 달성된 홀인원을 비롯한 이색기록을 모아봤다. 이름하여 '2010년 부·울·경 골프장 이색 기록 모음'이다.

3형제가 2년 주기 홀인원, 2011년 4일 앞두고 달성

      해운대CC 골든 2번 홀에서 2년 주기 3형제 홀인원을 기록한 후 오흥자 캐디와 맞절을 하는 김충현 씨.
       맞절 후 오흥가 캐디가 볼을 복주머니에 넣어 김충현 씨에게 전달하고 있다.

부산에서 사업하는 김충현(53) 씨는 월급쟁이 시절 업무상 클럽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20년 한결같은 '백돌이'. 평소 연습장을 전혀 찾지 않는다는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해운대CC 골든코스 2번 홀(165m)에서 평생 잊지 못할 기적 같은 일을 경험했다. 15년 된 야마하 4번 우드를 잡고 날린 볼이 그린 에이프런에 맞고 데굴데굴 굴러 홀 속으로 들어간 것. 이 홀은 해운대CC에서 홀인원이 잘 나오지 않기로 유명하다. 김 씨의 이날 스코어는 평소와 비슷한 104타.

 재밌는 점은 김 씨의 홀인원으로 3형제가 2년 주기로 홀인원의 위업을 기록했다는 사실. 큰형은 2006년 울산CC에서, 작은형은 2008년 동부산CC에서 홀인원을 기록, 지난해 설날 가족모임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2010년에는 막내가 홀인원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온 끝에 2011년을 4일 남기고 결국 가족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김 씨는 "골프장도 울산CC, 동부산CC, 해운대CC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며 2012년에는 장조카가 해운대CC보다 남쪽인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할 차례"라며 활짝 웃었다.

 여기에 김 씨는 홀인원 후 보험사 소장을 하는 친구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운전자보험을 가입하면서 친구가 김 씨에게 귀띔을 하지 않고 홀인원 보험을 들었다는 것. 이래저래 김 씨는 기억에 남는 한 해를 보냈다.

 홀인원을 하루에 두 번이나 기록하는 기적 같은 일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12일 직장인 허원구(49) 씨는 에이원CC 남코스 4번 홀(152m)과 서코스 3번 홀(153m)에서 각각 홀인원을 기록했다. 각각 캘러웨이 7번, 8번 아이언을 잡았다. 구력 7년에 평소 80대 중반을 치는 허 씨는 남코스와 동코스를 돈 후 동료와 추가 라운드를 하다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다.

 허 씨는 "두 번 모두 탑볼성으로 맞았지만 방향이 좋아 운 좋게 들어갔으며 스코어는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정산CC 별우코스 8번 홀(185m)에서 4번 아이언을 잡고 홀인원을 기록했다.

  같은 골프장, 같은 코스, 같은 홀, 같은(좌) 그린에서 홀인원을 무려 4번이나 한 골퍼도 나왔다. 이용호(가명·65) 씨는 울산CC 서코스 5번 홀(100m) 좌 그린에서 다이와 9번 아이언을 쥐고 볼을 홀컵 속에 넣어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2000년 두 번, 2007년에도 이곳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특히 2000년 7월에는 한 달 전 기록한 홀인원을 기념하기 위한 라운드에서 또다시 홀인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 울산CC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구력 23년의 이 씨는 젊은 시절 한때 80대 초반까지 쳤지만 지금은 보기플레이어 수준이라고 한다.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과 이글을 잡은 골퍼도 있었다. 합천 아델스코트CC 김수정 회원은 지난해 6월 4일 마운틴 4번 홀(123m)의 홀인원에 이어 후반 힐코스 6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 샷으로 '독수리'(이글)를 잡아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다.

        합천 아델스코트CC에서 홀인원과 이글을 함께 달성한 김수정 씨.

 참고로 부·울·경 골프장 중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골프장은 어디일까. 진주CC로 한해 평균 55~60개 정도 나온다. 한해 평균 18홀 기준 일반 골프장이 25개 안팎인 점에 비하면 배 이상이다. 인색한 곳은 해운대CC로 평균 10여 개에 불과하다. 홀인원이 가장 잘되는 홀은 동부산 힐코스 8번 홀(레귤러티 163m)로 지난해만 20개가 나왔다. 그린 한쪽이 움푹 패여 있어 근처에만 맞아도 굴러 들어갈 확률이 높다.

홀인원은 운, 알바트로스는 실력+운

 홀인원보다 어렵다는 알바트로스도 세 번이나 나왔다. 알바트로스는 파5 홀을 두 번 만에 넣었을 경우와 파4홀에서 홀인원을 했을 때를 말하는 것으로 홀인원이 전적으로 운이라면 알바트로스는 장타와 정확성에 운이 따라야 하므로 확률적으로 홀인원보다 훨씬 어렵다.

 롯데스카이힐 김해CC 이병락(52) 회원은 지난해 1월 21일 스카이 4번 홀(파5·459m)의 핀 190m 지점에서 테일러메이드 5번 우드를 잡고 메타세쿼이어 숲을 넘겨 꿈의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이 홀은 2년 전 열린 KPGA 토마토저축은행 오픈에서 백전노장 박남신이 11타를 쳐 보따리를 싼 악명 높은 홀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구력 16년에 핸디캡 3인 이 씨는 2009년 클럽챔피언전 3위를 기록했으며 2002년 용원 무학 5번 홀과 2003년 동부산 레이크 8번 홀에선 홀인원을 기록한, 실력과 운을 겸비한 아마 골퍼의 고수이다.

 가야CC 강동중(49) 회원은 지난해 7월 24일 신어코스 3번 홀(509m)에서 3번 우드로 생애 첫, 가야CC 23년 역사에서 두 번째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구력 10년에 핸디캡 6인 그는 "스위트 스폿에 잘 맞아 감이 아주 좋았지만 바로 들어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회상했다.



 울산CC 김성훈(44, 사진 오른쪽) 회원은 지난해 6월 28일 서코스 2번 홀(485m) 우 그린에서 캘러웨이 4번 아이언으로 생애 첫 알바트로스를 달성했다. 구력 12년에 핸디캡 7인 그는 "티잉그라운드에선 내리막이고, 그린까지는 오르막인데다 포대그린이어서 들어가는 것은 못 봤지만 앞 팀의 환호성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005년 통도 남코스에서도 홀인원을 기록한 운과 실력을 겸비한 주말 골퍼다.





 참고로 부·울·경 골프장 중 파4 홀 홀인원(알바트로스)이 나올 확률이 높은 곳은 통도 북코스 4번 홀(레귤러티 254m)과 용원 백로 좌 도그레그 8번 홀(레귤러티 311m). 장타자라면 한 번 노려볼만하다.

행운을 몰고 다니는 캐디

 한해 동안 내장객들에게 홀인원을 네 번이나 안겨준 캐디도 있었다. 롯데스카이힐 김해CC 박민정(29, 아래 사진) 캐디는 지난해 함께한 골퍼 중 네 명이 홀인원을 해 동료로부터 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었다. 비결을 묻자 경력 5년 차인 박 씨는 "특별한 것은 없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 소식을 입수한 한 회원이 경기과에 박 씨를 꼭 찍어 함께 라운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 보았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앞서 김해 정산CC에선 5년간 12번의 홀인원을 손님들에게 안겨준 전설의 캐디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2009년 골프장을 떠나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