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 멀리 부산이 보인다"

대마도 중앙 위치, 능선따라 8시간 코스
울창한 산림·환상적 조망 금정산과 비슷
정상 오르면 아름다운 아소만이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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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의 명산 시라다케 정상 세이간보에서 바로 옆 암봉인 토간보와 아소만을 내려다보면 마치 선경의 세계에 온듯한 느낌을 받는다.

 
최근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에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바로 대마도로 산행을 떠나는 마니아 산꾼들이다. 경부고속철이 개통되면서 생겨난 새 풍속도다.

낚시꾼들의 대마도행은 수년전부터 보편화됐지만 바야흐로 산꾼들도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차이라면 낚시의 경우 부산경남 중심의 꾼들이 다수인 반면 산행은 전국의 꾼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

산행팀이 찾은 대마도의 산은 대마도가 자랑하는 시라다케(白嶽山·519m)와 아리아케(有名山·558m). 남북으로 놓인 대마도의 아랫섬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두 산은 별개의 산이지만 능선으로 연결돼 7~8시간이면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시라다케 아리아케 두 산의 자랑은 울창한 숲과 환상적인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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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다케 정상에서 선 필자(왼쪽)와 이창우 산행대장.


대마도 전체 면적의 88%가 산림지대인 만큼 우선 두 산은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숲이 빼어나다. 이를 입증하듯 등산로 안내판에는 '시라다케 원생림(原生林)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 갖고 갈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섬인데도 불구하고 대륙 계통의 수종이 많아 빙하기 전 우리나라와 육지로 연결돼 있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조망 또한 일본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소만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하다. 동행한 부산산정산악회 김홍수 산행대장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풍광"이라고 평했다.   
 
들머리는 풍요로운 축복의 땅이란 의미의 스모마을. 정면에 보이는 커다란 두 암봉이 시라다케 정상. 기암괴석이 여기저기 박힌 모습은 부산의 금정산과 흡사하다. 산줄기의 색상도 연두 초록 등 녹색 계열의 물감을 조금씩 흩뿌려놓은 것처럼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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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들머리에서 본 시라다케와 산행 안내판.

산행로는 차가 다니는 포장로지만 길옆으로 시냇물이 흐르는데다 수목이 하늘을 거의 가려줄 정도여서 포근하다. 본격 들머리는 30여분 뒤 닿는다.

굵은 통나무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등산안내도 뒤로 작지만 옹골찬 폭포수가 더위를 식혀준다.

침목계단을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울창한 삼나무 숲과 시원한 계류, 동굴 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이 마치 삼림욕장 같다. 얼핏 전남 순천 조계산 기슭의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길에 만나는 편백 숲이 떠오른다. 거기에다 새소리, 개울 주변의 이끼 낀 암석, 마삭줄과 산딸나무 등 희귀 야생화, 지그재그로 오르는 산길은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이렇게 삼나무 숲을 쉬엄쉬엄 1시간가량 걸으면 백악신사(白嶽神뾧). 붉은 깃발과 신사 입구의 표시문인 3개의 토리이가 나란히 서있다.

이 곳은 산행 길찾기의 주요 포인트.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이 신사를 통과해야 된다. 계속 직진하면 아리아케 또는 카미자카(上見坂) 공원 방향. 산행은 신사를 통과, 정상에 오른 후 왔던 길로 되돌아와 아리아케 방향으로 이어진다.

신사문을 지나면서 길은 급해지면서 좁아진다. 수종 또한 삼나무는 줄고 활엽수림이 우점종으로 변한다.

숨이 턱에 찰 즈음인 7~8분 뒤 밧줄이 구세주 처럼 다가온다. 이후 작은 신사와 좁은 통로의 암벽을 힘들게 오르면 좁은 안부. 우측 암벽을 타면 양대 암봉 중 하나인 토간보. 얼핏 힘들 것 같지만 등정이 가능하다.

정상인 세이간보(519m)에 도달하기 위해선 왼쪽으로 에돌아 간다. 안부에서 10분 거리이며, 들머리 스모마을에선 1시간50분~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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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다케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작지만 옹골찬 폭포. 바로 앞에 벤치가 있어 쉼터역할을 한다(왼쪽). 백악신사(白嶽神뾧). 붉은 깃발과 신사 입구의 표시문인 3개의 토리이가 나란히 서있다. 이 곳은 산행 길찾기의 주요 포인트로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이 신사를 통과해야 된다.  


  시라다케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작지만 옹골찬 폭포. 바로 앞에 벤치가 있어 쉼터역할을 한다.
 
약속이나 한 듯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본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아소만 전경이 펼쳐진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나 다도해국립공원에서 느낄 수 없는 감흥이 다가온다. 무인도 하나하나가 모두 울창한 숲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정상에선 휴대전화가 터진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몇몇이 시도해 보지만 신호만 갈뿐 통화가 되지 않는다. 대신 문자메시지는 들어오는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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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다케의 날머리이자 또 다른 들머리(왼쪽). 우측은 시라다케에서 아리아케로 가는 도중의 오솔길.


하산은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백악신사에서 우측 카미자카 쪽으로 간다. 너무나도 편안한 오솔길. 비록 샘터는 없지만 이따금 계류가 흘러 목을 축일 수 있다.

삼나무가 울창한 산책로지만 1시간 이상 변화없이 계속돼 약간 따분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 시라다케 날머리는 정상에서 1시간40분 후 닿는다.

종주할 경우 통상 날머리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후 아리아케로 향한다. 국도를 따라 왼쪽으로 10분 정도 걸어야 산행로로 들어선다. 제법 넓은 임도다. 30분쯤 걸으면 저 멀리 정면에 방금 올랐던 시라다케가 시야에 들어오고 여기서 약 20분 더 가면 임도 왼쪽에 본격 산행로가 열려있다. 정상까지는 고작 1.5㎞ 거리인데다 길 마저 편안해 30분이면 닿는다. 울창한 숲길로 걷다가 단 한번 확 트인 공간으로 나와 풀밭과 억새밭을 지나면 곧바로 정상인지라 대부분의 산꾼들은 약간 허탈해하는 표정이다.

시라다케가 암봉으로 이뤄져 남성적이라면 정상을 비롯, 산 전체가 육산인 아리아케는 어머니의 품같은 포근함에 비유된다. 한 산꾼은 암봉이 아닌 펑퍼짐한 정상에서 대마도의 가장 번화가인 이즈하라항을 바라보는 느낌이 아주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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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케 정상(왼쪽)과 정상에서 내려서는 편안한 하산길.


하산은 뜻밖에도 낙엽산행. 한낮 인데도 어두울 정도로 울창한 신록을 자랑하지만 길바닥은 온통 낙엽. 사각사각 낙엽밟는 소리가 느껴지며 이 소리가 하산 내내 이어진다. 고개를 들면 초록, 숙이면 카키색 낙엽, 이 무슨 부조화의 조화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조한 조선정벌 기원 성터를 지나 날머리격인 대마도 역사자료관까지 2시간40분이면 닿는다. 역사자료관 근처에는 조선통신사 일행이 묵었던 객관인 서산사(西山寺), 고종의 외동딸인 비운의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 등이 있으니 시간이 날 경우 둘러보자.

#떠나기전에

단체·개인 전문여행사 이용하면 편리
일본 전통 '신화의 마을' 숙박 인상적
   
 
대마도는 현재 관광 인프라가 구축이 덜 돼 있어 아직까지 자율여행이나 배낭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택시비가 엄청 비싼데다 렌트카를 이용할 경우 길 찾기가 만만치 않기도 하다.

부산서 대마도의 시라다케·아리아케 종주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대마도 전문 여행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마도 전문 여행사인 대마도투어(051-465-3114) 여행마을(051-464-5553) 용문여행(051-811-2588) 다운여행(051-462-6745).

현재 산행 상품으로 당일, 1박2일, 2박3일의 두 가지가 있다.

당일 관광 및 등산은 매주 목요일만 출발하며 비용은 12만5000원.
1박2일의 경우 일요일 22만9000원, 주중(수 목 금) 24만9000원, 토요일 28만9000원. 이 경우 시간 제약 때문에 시라다케 산행만 가능하다.

2박3일의 월요일 32만9000원, 주중(수 목) 33만9000원, 주말(금 토) 37만9000원. 단 성수기 땐 요금이 조금씩 올라간다. 참고하길.

단체로 산행을 할 경우에는 여행사와 계약시 협의, 호텔 대신 일종의 콘도식 시립 자연공원인 '신화의 마을'에 묵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비용은 호텔에 비해 30% 저렴하다.   

신화의 마을은 대마도시가 한국 등 단체관광객들을 위해 건립한 전형적인 일본 가옥으로, 이곳을 한 번 찾은 관광객들은 시설 좋은 호텔을 마다하고 반드시 이곳에서만 숙박하는 것을 고집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야외에서 캠파이어를 할 수 있는 시설과 통나무로 만든 야외 놀이터, 전통 일본식 정원과 가옥, 방갈로, 가족 연인과 함께 거닐 수 있는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다.

잔디밭인 정원 곳곳에는 한 번에 대여섯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목재 테이블이 놓여 있어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방갈로는 2층 침대와 샤워장, 취사시설을 모두 갖춰 한 가족이 보내기에 제격이다.

최대 80명까지 묵을 수 있는 이곳은 한국에서 노래방 기기를 갖고 와 밤새 음주가무를 해도 될 만큼 외딴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TV나 라디오가 없다는 점.

아소만을 조망할 수 있는 에보시타케 전망대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점은 덤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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