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대 시절에 인기를 누리던 여자 연예인들은 나와 함께 30대를 지나 드디어 40대에 접어 들었다. 최진실, 채시라, 김혜수와 같은 수퍼 스타급 여배우들이 있었고, 이본이나 옥소리와 같이 최정상급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매력으로 팬을 확보한 이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최진실을 특히 사랑하였고, 옥이이모의 옥소리의 순진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정도를 약간 지나쳐 내가 그녀들을 꽤나 사랑했던 이유는 그들이 1968년생으로 나와 동갑내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나에게 스타라기보다는 ‘동갑내기 연예인 친구’로 다가왔다. 갓 데뷔하던 시절 볼록하니 부풀어 있던 최진실의 눈물주머니가 문득 그립다. 지난 10월 집 근처 서점에서 남편이 보낸 문자를 통해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믿을 수 없어서 황망히 가방을 챙겨 거리로 나섰고, 며칠을 마음앓이를 했다.

누군가의 죽음은 우리가 그들과 함께 나누었던 모든 기억들을 거두어 간다. 추억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겨진다고들 하지만, 실상 추억이란 일상의 만남을 통해 기억이 진화한 결과다. 최진실과 함께 했던 우리의 기억들을 진화시킬 수 없어서, 청춘에 관한 애틋한 한 페이지를 잃어버릴 것 만 같다. 최진실이 그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 나와 함께 청춘의 열정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오랜 벗을 상실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랄하거나 수다스럽지 않은, 그러나 희랍의 여신(女神)같았던 옥소리는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청순한 이미지로 작품을 시작했다. 최근 그녀의 외도사실이 알려지자 소위 ‘밝히는’ 여자가 되었다가, 남편과의 성관계 횟수를 거론할 때는 듣는 이가 민망할 정도였다. 다시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알려지면서 ‘모성’의 편린들을 보여주며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젠 그녀의 이미지 변신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사랑스럽던 옥소리의 행보는 나에게도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내가 한때 사랑했던 동갑내기 연예인들의 상실과 시련을 보며, 몹쓸 비관(悲觀)이 휩쓸고 지나간다. 늦은 밤 인터넷에서 그녀들의 프로필을 보다 문득 놀랐다. 둘 모두 1968년 12월 24일생이었다. 혹자는 원숭이띠 음력 11월 5일생은 팔자가 드세고, 올해 유난히 고비를 맞을 운명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태어난 시각은 알 수 없지만 사주(四柱) 중 삼주(三柱)는 천고(天孤) 천복(天福) 천예(天藝)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 즉 외로움과 재물복 그리고 천부적인 예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마치 각본처럼 짜맞춘 듯 그녀들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들의 화려한 필모그래피와 더불어 추하고 안타까운 인생여정은 잘나가는 연예인이던 볼품없는 아줌마건 인생은 결코 녹록치 않은 것임을 시사한다. 1968년 성탄 전야에 태어난 아름다운 두 여인이 40년 세월 앞에서 휘청거릴 때 나도 문득 나의 40년을 돌아보게 된다.

※ 이 글은 아내가 쓴 글입니다. 
 별도의 티스토리를 만들라고 해도 저의 티스토리에 빌붙어 공생하려고 해서 <신변잡기>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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