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남단 땅끝기맥 종착지 암봉
'남도의 금강산' 산 전체가 수석전시장
   
 
해남 달마산(達摩山·481m)은 생김새가 참으로 독특하다.
산으로 접근하기 위한 도로변 먼 발치에서도 그렇고 책상머리에 앉아 개념도를 봐도 주능선이 일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다. 그 길이가 무려 8㎞. 여기에 주능선 양쪽으로 짧고도 촘촘한 지능선이 바다를 향해 달린다. 영락없는 지네 형상이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 모양새를 좀 더 살펴보자.

흔히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은 능선 전체에 울퉁불퉁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거대한 수석전시장을 연상시킨다.

암봉에서 만난 해남의 한 산꾼은 "조물주가 금강산 만물상 조성때 배치의 묘를 연습한 뒤 달마산에서 무르익은 기교를 맘껏 부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과장이 엄청 섞인 코멘트였지만 그렇다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명은 아닌 듯했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아름다운 사찰 미황사. 단청없는 대웅보전 잘 어울린다.

여기에다 달마산은 금강산이 보유하지 못한 환상적인 조망을 갖췄다. 산행 내내 발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광은 달마산이 왜 이토록 소리소문없이 산꾼들이 한번쯤 '가고픈 산행지'로 꼽히는지 잘 알려준다.

 사실 국토 최남단 해남땅을 대표하는 산은 대흥사를 품안에 안은 두륜산이지만 그 품새나 산행 재미는 달음산이 으뜸이라는 게 이곳 산꾼들의 귀띔이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두륜봉 가련봉 노승봉 등의 암봉이 부채살 모양으로 퍼져 있어 어디로 오르든 원점회귀가 가능하지만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달마산은 그렇지 못하다. 달마산은 일자능선의 남쪽 중간지점에 위치한 미황사에서 올라 북진, 송촌마을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달마산은 땅끝기맥의 사실상 종착역. 백두대간이 남으로 뻗어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다 월출산을 빚고 힘에 부쳐 잠시 낮게 흐른 뒤 강진 해남땅에서 다시 솟구친다. 땅끝기맥은 강진 덕룡산을 기점으로 남으로 주작산과 해남의 두륜산 달마산을 거쳐 땅끝마을 전망대가 위치한 해발 122m의 사자봉에서 그 소임을 다하고 바다로 뛰어드는 산줄기이다. 땅끝마을이 한반도 최남단의 육지라면 달마산은 사실상 산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사자봉을 제외한 한반도 최남단 끄트머리에 위치한 봉우리인셈이다.

산행 초입에서 내려다본 미황사.
고도를 좀 더 높인 지점에서 바라본 미황사와 다도해의 풍광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행은 미황사 주차장~주능선(문바위)~문바위재~정상(불썬봉)~바람재~임도~달마산 산행도~송촌마을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능선에 올라 북쪽(왼쪽)으로 계속 직진만 하면 되니까.

 산행에 앞서 미황사에서 달마산을 먼저 감상하자. 단청을 하지 않아 한결 운치있어 보이는 대웅전과 기기묘묘한 바위능선과의 조화는 정녕 한 폭의 동양화에 비길 만하다. 대웅전 가는 길에 만나는 동백나무 숲도 일품이다. 고창 선운사의 동백과 비교해도 전혀 뒤질게 없지만 꽃송이가 약간 적다는게 흠이라면 흠.
  
산행은 대웅전에서 다시 내려와 주차장에서 절로 향하는 곡각지점에 '등산로, 부도암'이라 적힌 팻말을 보고 시작한다. 행여나 곡각지점을 지나 동백나무 숲 아래에 적힌 '등산로' 이정표를 보고 길을 잡는 일은 없도록 하자. 물론 이 길도 달마산으로 가지만 몹시 험하다는 것이 지역 산꾼들의 설명.

산행 내내 이같은 기암괴석을 넘거나 에돌러 가야 한다.

허리를 숙이고 일명 개구멍을 통과하는 것도 여러 차례다.

          
           달마산 주능선 바라본 기암괴석의 위용. 저 멀리 뾰족 튀어나온 부분이 상봉인 불썬봉에
              위치한 봉수대이다.
 
달마산 정상 불썬봉. 전라도 사투리로 불을 켰던(썼던) 봉으로, 과거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조망 또한 압권이다. 발아래 미황사가 미니어처처럼 보이고 저 멀리 다도해의 물결이 출렁이는 듯하다.

나무다리를 건너 숲으로 향한다. 핏빛 꽃봉오리가 길가에 널려있다. 지는 모습이 필 때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난다. 숲을 빠져나와 길을 건너 다시 숲으로 오른다. 역시 '등산로' 이정표가 걸려있다.

오르막길이지만 산죽과 억새 낙엽 동백 나무넝쿨이 적당히 조화를 이뤄 정감이 가는 숲길이다. 25분쯤 뒤 얼핏 40m쯤 되는 암봉 밑에 다다른다. 위험한 만큼 등로에 밧줄이 쳐져 있다. 동시에 나목 사이로 다도해가 펼쳐진다.

이제부터 서서히 고행의 길. 바위를 타고 오르거나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른 길이 기다린다. 마침내 주능선. 문바위다. 들머리에서 40분 거리. 문바위라는 명칭은 양쪽 거대 암봉이 커다란 석문처럼 서있는데서 붙여진 것으로 짐작된다.

왼쪽은 상봉인 불썬봉, 오른쪽은 도솔봉, 큰금샘 방향. 왼쪽으로 간다. 눈앞에 암봉이 가로막고 있어 뒤로 에돌아간다. 늘 그러하듯 암봉을 살짝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경사 내리막길이 바닥 끝가지 이어진다. 밧줄도 타고 철계단도 내려선다.

산행 중 만난 지역 산꾼은 "조물주가 금강산 만물상 조성때 배치의 묘를 연습한 뒤 달마산에서 무르익은 기교를 맘껏 부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과장이 엄청 섞인 코멘트였지만 그렇다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명은 아닌 듯했다.

오르막길도 험하기는 마찬가지. 허리를 숙이고 일명 개구멍을 통과하는 것도 여러 차례. 정신없이 밧줄을 타고 내려서면 문바위재.

이렇게 크고 작은 암봉을 오르내리면 돌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봉인 불썬봉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불을 켰던(썼던) 봉으로, 과거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조망 또한 압권이다. 발아래 미황사가 미니어처처럼 보이고 저 멀리 다도해의 물결이 출렁이는 듯하다.

정면 북쪽으로 노승봉 고계봉 등 두륜산 암봉들이, 뒤로 고개를 돌리면 송신탑이 서있는 도솔봉이, 강진만 바다 건너 우측 동쪽으론 완도의 상황봉과 백운봉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길은 마른 억새와 산죽이 쭉 기다린다. 기암괴석은 여전하지만 능선길 옆 장식용으로 그 위용을 뽐낼 뿐 가로막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암봉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한 두번 정도는 길을 막아 에돌아야 한다. 길 옆에는 또 한 번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바위들이 도열해 있다. 뾰족, 네모, 세모, 포갠바위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바위 형태를 볼 수 있다.

이제부터 길은 일사천리. 좁은 산죽길과 오솔길을 지나면 바람재. 이곳을 통과하면 이번 산행 중 처음으로 고민해야 할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한다. 사실 취재팀은 왼쪽으로 가다 길이 심상치 않아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후 하산하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발견, 결국 발길을 돌린 왼쪽 길이 맞았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갈림길에서 5분 뒤 임도. 지도상의 작은 딱골재다. 20여분 뒤 달마산 안내도가 서있는 우측 숲길로 간다. 작은 개울을 건너 한적한 오솔길을 잠시 걸으면 다시 달마산 안내도. 여기서 송촌마을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임도에서는 55분 소요된다.

달마산을 벗어나 도로에서 본 달마산.

# 떠나기전에 - 아름다운 사찰 미황사, 동·서 부도전 등 볼 것 많아
 
미황사는 지금 동백이 한창이다. 숲의 전체 규모는 고창 선운사의 그것과 비할 바가 못되지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크기는 비슷하다. 천연기념물인 선운사의 동백숲은 철제 펜스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미황사 동백숲은 출입제한이 없어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미황사에서 놓쳐선 안될 곳은 동·서 부도전. 물고기 게 문어 거북이 등 다른 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동부도전과 서부도전은 50m 정도 떨어져 있다.

원래 달마산 산행은 남쪽 끝단인 도솔봉에서 송촌마을로 가는 7시간 이상 걸리는 종주코스가 있다. 하지만 부산서 아침 일찍 출발해도 당일치기는 사실상 힘들다. 해가 긴 여름에는 가능할 것 같다.

# 교통편- 남해고속도로 순천IC로 나와야

부산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해남읍~13번 국도 타고 완도 방향~미황사 순. 해남읍에서 약 35분 걸린다.

날머리 송촌마을에서 미황사 주차장까지는 대략 5㎞.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현산 월송택시 (061)536(537)-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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