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34> 부산 달음산~아홉산

지척에 名山이 숨어있었구나!

울창한 숲…살아있는 생태계
보석같은 산길…탁트인 조망
초보 · 전문 산꾼 누구나 매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장1경으로 손꼽히는 달음산의 근육질의 암릉(왼쪽)과 달음산 정상.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올초 설연휴 가족산행지로 회동수원지를 끼고 있는 아홉산을 소개한 후 예상치 못한 독자들의 호응에 적잖이 놀랐다. 문의전화는 기본이고 최근까지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에 이에 대한 의견개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숨은 보석과도 같은 산이다", “금정산 등 도심의 산 대신에 이참에 기장 지역의 산을 집중적으로 소개했으면 좋겠다", “웅천 아홉산과 회동 아홉산의 이름이 같아 헷갈리니 둘 중 하나를 이참에 구봉산으로 불렀으면 한다" 등등. 한 애독자는 아예 “치마산(함박산) 천마산 아홉산을 잇는 종주코스를 한 번 다뤄 줬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취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우선 멀지 않으면서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고, 무엇보다 능선을 내달리며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웬만한 산에선 보기 힘든 명장면이라 어쩌면 당연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산행팀은 일전에 소개한 거문산~철마산 코스에서 약간 더 바닷가 쪽으로 옮겨봤다. 바로 ‘기장 1경'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새벽빛을 받는다는 달음산에서 출발, 천마 치마산을 거쳐 ‘회동 아홉산’과 이름이 같은 ‘웅천 아홉산’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 아래에서 보면 솔개 축 자를 서 축봉산 원효대라고 적힌 암자(왼쪽)와 아홉산 아래 위치한 연합목장.


부산에도 숲이 울창하면서 보석 같은 호젓한 산길이 아직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을 불식시켜줄 정도로 깔끔한 데다 조망마저 환상적이다. 산행 내내 들리는 새소리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숲이 좀 깊다 싶으면 으레 꿩이 푸드덕 날갯짓을 한다.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무당개구리가 길섶으로 나와 춤을 춘다.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그렇다고 험하지도 않다. 누구나 만족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산행은 일광면 용천리 상곡마을~원효대~원효사~도선사 입구~소각장~달음산 이정표~달음산 정상 이정표~달음산·천마산 갈림길~달음산(587m)~달음산·천마산 갈림길~체육공원~삼각점봉(383m)~천마산(417m)~전망대~치마산(삼각점·458m)~임도~차단기~임도 갈림길~아홉산 등산로 입구~아홉산(360m)~차단기~테마임도(웅천 방향)~철마 이곡 방향~황이농장~철마면 이곡리 이곡회관 버스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5시간이고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곡마을 영천이씨 땅 소유 알림판이 서 있는 공터에서 버스를 내린 뒤 시멘트길을 따라 오른다. 마을은 전체적으로 농가라기 보다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어 깔끔한 인상이다. 정면에 달음산이 보이며, 지도 상으론 천마 치마 아홉산이 왼쪽으로 이어진다. 결국 마을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마을 뒤 산 기슭엔 이곳이 명당인지 온통 사찰이다. ‘대도사'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간다. 7분 뒤 축봉산 원효대 입구. 다리를 건너지 말고 우측 원효사 방면으로 향한다. 축봉산은 달음산의 또 다른 이름. 이곳에서 만난 한 스님은 “달음산 정상부 암봉을 산 아래에서 보면 솔개를 빼닮아 ‘솔개 축(鷲)'자를 썼다"고 말했다.
도선사와 대도사 갈림길에서 비로소 ‘달음산 정상 1.1㎞'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도선사 입구와 조그만 소각장을 잇따라 지나면 이내 달음산 등산로가 열려 있다. 마을 입구에서 30분.

10분 뒤 실계곡을 지나면서 된비알이 시작된다.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오르면 주능선 갈림길. 들머리에서 25분. 이정표 말뚝만 있을 뿐 정작 필요한 팻말은 없다. 왼쪽은 천마산 치마산, 오른쪽은 달음산 방향이다. 산행팀은 달음산에 오른 뒤 이곳으로 돌아와 천마산 방향으로 향한다. 운치있는 송림과 체육공원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철탑 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간다. 정상은 밧줄을 잡고 조심스레 오른다. 주능선 갈림길에서 15분.
취봉 또는 무제바위라 불리는 거대한 암봉인 이곳은 예상과 달리 아주 넓다. 일광 임랑 송정 등 탁 트인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주변 봉우리가 생생하게 확인된다. 북으로 석은덤 대운산 시명산, 남서쪽으로 장산, 북서쪽으로 천성산과 영남알프스 산군, 서쪽엔 천마산 치마산 문래봉 철마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능선 갈림길로 돌아와 이번엔 천마산으로 향한다. 외길이라 길 찾기는 문제없다. 10분 뒤 우측에 전망대. 공사중인 정관면 뒤로 백운산 망월산 철마산 용천산 석은덤이 확인된다. 침목 내리막길로 15분쯤 걸으면 숲을 벗어나며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은 청소년수련원 가는 길, 산행팀은 돌길로 직진한다. 달음산 줄기가 종지부를 찢고 천마산자락으로 진입한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20분 뒤 너른터를 만난다. 천마산(417m)으로 추정되며 정상석은 없다. 참고하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음산은 시원한 조망 이외에도 숲 또한 울창해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


얼마 안가 우측 전망대를 지나면 고개. 우측은 정관읍 달산리, 좌측은 일광면 대리이다. 여기서부터 치마산 줄기가 이어진다. 길섶엔 둥굴레 옥녀꽃대 큰으아리꽃 족도리풀이 눈에 띈다.
두 번의 갈림길에선 모두 우측으로 간다. 제법 고된 된비알을 오르면 또 갈림길. 우측 삼각점 봉우리가 치마산 정상(458m)이다. 이 길로 직진하면 곰내재를 거쳐 문래봉 철마산 거문산 종주가 가능하다. 산행팀은 왼쪽 급경사 내리막길로 아홉산으로 향한다. 발 아랜 하얀 은방울꽃이 웃고 있다. 치마산 갈림길에서 10분이면 또 갈림길. 쭉쭉 뻗은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직진하면 곰내재, 산행팀은 왼쪽 아홉산 가는 내리막길로 향한다. 10분 뒤 임도. 왼쪽으로 20분 정도 가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8분쯤 가면 마침내 아홉산 등산로 입구 이정표. 나무계단으로 오른다. 압도당할 정도로 송림이 아름답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안타까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소나무재선충에 의해 시나브로 숲이 망가지고 있다. 정상(360m)까지는 27분. 북쪽을 제외하곤 조망권이 확보됐으나 불행히도 안개가 짙어 도무지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하산은 테마임도 방향. 7, 8분이면 내려온다. 이곳은 재선충 피해가 극심해 숲이 온통 죽은 소나무 일색이다. 곳곳에는 나무를 베어내 훈증처리 중이다.
우측 차단기 쪽 테마임도로 가서 다시 우측 웅천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5분 뒤 왼쪽의 철마 이곡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황이농장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12분 뒤 이곡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아홉산 숲 '소나무 에이즈'로 신음

달음산은 흔히 동해남부선을 타고 좌천역에서 내려 광산마을과 옥정사를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코스의 들머리는 달음산을 기준으로 옥천사 반대편이어서 산행팀은 달음산 외에 천마 치마 아홉산을 연결하는 또 다른 원점회귀 코스를 계획했다.

하지만 하산길에 예기치 못한 많은 비가 내린데다, 목장으로 인한 개설된 인위적 임도 때문에 초행길이라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여서 어쩔 수 없이 테마임도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산길에 만난 아홉산 숲을 보면서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더이상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 산꾼들은 현재 훈증처리중인 것을 절대 손대지 말자.

일광산에서 이어지는 아홉산 능선은 테마임도와 목장 조성 때문에 산행의 운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있는 그대로의 산길을 갈망하는 근교산 동호인에게는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달음산~아홉산 종주코스는 아직은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어서 독자들에겐 흡족한 산행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교통편-버스 이용 가장 권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기장읍 기장시장 아람마트 앞에서 일광면 용천리 상곡마을 가는 '기장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7시10, 8시20, 10시30분, 낮 12시50분에 출발한다. 700원. 20분 정도 걸린다.

기장시장 가는 방법은 두 가지. 해운대 송정을 거쳐 가는 길과 석대 반송을 경유하는 길이다.

좌석버스 142번(서면~양정~시청~수영~해운대역~송정) 239번(부산역~진시장~수영~〃), 183번(부산대~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동래역~안락로터리~석대~반송) 좌석버스가 있다. 1400원.

날머리 이곡에선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입구 팔송(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앞)행 버스가 낮 12시30분, 오후 4시50, 5시35, 6시20분(막차)에 있다. 노포동지하철역에도 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