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소리나게 헉헉 오르면 그림같은 합천호 풍광 '아~'
다소 낮지만 옹골찬 바위산, 가파른 암릉길… 빼어난 경관 자랑

악견산 정상에서 바라본 합천호 전경. 그 뒤론 뾰족봉인 금귀봉 등 거창의 고봉준령이 한눈에 들어온다.

합천땅 서쪽에는 국내에서 다섯 번째 규모인 내륙의 바다 합천호가 사시사철 관광객을 유혹한다. 특히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4월이면 백리 벚꽃길이 나라땅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는 산과 무관한 장삼이사들의 생각.

그럼 산꾼들에게 합천호는 어떻게 비칠까. 대략 이렇게 시작되지 않나 싶다.
합천군 서부에 위치한 합천호 주변에는 철쭉산으로 유명한 황매산을 비롯, 소룡 의룡 악견 금성(봉화) 허굴 인덕 논덕 강덕산 등과 거창 쪽의 월여 감악 숙성산 등 크고 작은 아름다운 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중 대병면에 위치한 황매 의룡 악견 금성 허굴산은 이른바 ‘대병 5악(惡)'이라 불린다. 암팡지면서도 옹골찬 암봉을 자랑하는 이들 ‘대병 5악’은 합천호의 푸른 물결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대병 5악’은 해발 1108m의 황매산을 제외하곤 의룡 악견 금성 허굴산 모두 400~600m대의 고만고만한 봉우리. 해서, 혹자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황매산 대신 황강 북쪽의, 대병면과 이웃한 용주면의 또 다른 암봉인 소룡산을 넣어 합천호반 동쪽의 옹골찬 다섯 암봉이라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좋고 정자좋은 명당은 없는 법.
‘악!'소리 나는 이들 산은 덩치가 왜소해 대부분 3시간이면 너끈히 산행을 끝낼 수 있어 건각들에겐 허전함마저 느껴진다. 참다못한 산꾼들이 인접 봉우리를 이어보려고 해도 능선이 도로 등 개발의 여파로 끊겨 있어 아쉬움만 남는다.

이에 산행팀은 무명에 가까운 의룡산을 악견산과 새롭게 묶어 이어 보았다. 의룡산(485m)은 해발고도로만 보면 동네 뒷산으로 분류되지만 들머리가 거의 해발 50m 정도에 불과한 데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연상될 정도로 아주 거칠고 옹골차다. 정상에서 합천호의 일부밖에 볼 수 없지만 대신 합천댐에서 흘러내려온 황강물을 막아 만든 조정지(調整池)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로 유명한 합천영상테마파크를 바라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악견산(岳堅山·620m)은 이름 그대로 바위덩어리로 이뤄진 악산.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막기 위해 쌓은 악견산성의 흔적이 일부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의룡산과 마찬가지로 천길단애를 이루는 곳이 많으며 무엇보다 산행 내내 늘푸른 합천호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용주면 용문유원지(용문정)~V자 홈통바윗길~돛대바위~의룡산 정상~사거리 임도~밤나무밭~평학마을 갈림길(삼각점)~통천문(구멍바위)~악견산 정상~철계단~동광가든 입구 순.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안팎이지만 주변 경관이 빼어나 이곳저곳 구경하다 보면 예상보다 전체 산행시간이 길어진다.


들머리는 용문유원지. 영상테마파크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위치한 송림. 이곳은 진양 유 씨 문중땅으로 조선 후기 세워진 용문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주차장도 넓다. 도로를 기준으로 우측에 있으며, 좌측은 황강 물줄기를 뒤로 하고 의룡산이 우뚝 서 있다.

용문정슈퍼 맞은 편으로 도로와 계류를 잇따라 건너면 지계곡의 큰 바위가 앞을 막고 있다. 오른쪽으로 돌면 암반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 급경사 오름길로 바로 치고 오른다. 길은 다행히 또렷하다. 곧이어 이번엔 오른쪽으로 치고 오른다. 주변 바위 규모로 봐선 지리와 설악이 연상될 정도다. 발 아랜 방금 달려온 15번 군도와 황강이 나란히 달리고, 용문정 수자원공사 영상테마파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용문정 뒤 봉우리는 소룡산이다.

처음부터 바위산의 연속이다.

두 손도 이용해야 겨우 오를 수 있다.


           집채만한 바위 사이로 열린 V자 홈통길로 오르는 산행팀. 저 멀리 황강이 확인된다.
황매산의 황포돛대바위를 쏙 빼닮은 돛대바위(왼쪽), 정면의 봉우리는 앞에서부터 악견산 금성산 황매산이다.

 
잠시 뒤돌아보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장소로 유명한 합천영상테마파크가 발아래 펼쳐진다
당겨보면 맨 우측 기차도 보인다. 이 물은 황강호에서 조정지댐으로 흘러내려오는 물이다.

처음부터 혼을 쏙 빼놓는다. 홀로 오르기엔 다소 벅차다.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오른다. 잠시 호흡 조절용 송림길이 이어지다 다시 바위 오름길이 반복된다. 밧줄은 아쉽게도 끊겨 있다. 이렇게 엉금엉금 55분. 점차 시야가 넓어지며 합천 주변의 산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집채만한 바위 사이 V자 홈통길로 50m쯤 오르면 왼쪽엔 전망대, 오른쪽엔 황매산의 황포 돛대바위를 연상케 하는 돛대바위가 눈길을 끈다. 이어 송림길을 2, 3분 살짝 우회하면 정면에 의룡산 정상이 근접해 있다. 의룡산 우측 악견산과 그 뒤 금성산, 그 왼쪽 허굴산, 악견산과 금성산 사이 저 멀리 황매산도 보인다.

이제부턴 발길 닿는 곳이 전망대다. 부부묘를 지나면 우측으로 천길단애인 암릉. 비로소 합천호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연스럽게 상봉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30분. 가깝게는 방금 올라온 암릉과 향후 악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리고 악견산이 저 멀리 한눈에 가늠되고 멀게는 거창의 산들도 확인된다. 영상테마파크 뒤 탑이 서 있는 오두산과 우측의 두무산, 그 사이 매화산이 보인다. 두무산 오른쪽으로 가야산, 오두산 왼쪽으로 미녀봉 숙성산, 그 왼쪽 뒤 양각산 흰대미산 보해산 금귀봉도 보인다. 합천호 뒤 저 멀리 덕유산도 확인된다.

하산은 암릉길로 직진한다. 4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사거리. 왼쪽은 산골마을 오동골, 산행팀은 직진한다. 잠시 송림길로 호흡을 가다듬으면 이내 암릉길. 그리 힘들지는 않다. 십자바위 삼층바위를 잇따라 지나 집채만한 암봉 앞에서 왼쪽으로 에돌아 내려서면 임도 사거리. 의룡산 끝, 악견산 시점이다. 정상에서 45분.

악견산으로 직진한다. 주변이 온통 밤나무밭이다. 소문과 달리 부드러운 육산으로 시작된다. 20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평학마을 하산길, 왼쪽 급경사길로 오른다. 평학마을 가는 10m지점에 삼각점이 있다. 참고하길.

‘악견 본색'은 이때부터 드러난다. 밧줄에 온 몸을 맡겨야 하는 암릉길의 연속이다. 동시에 합천호의 맑은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W자 합천호 사이 뒤로 뾰족봉인 금귀봉이 확인된다.
악견상 정상.
악견산에서 바라본 황천보. 다도해가 연상된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길을 대신한다. 이 놈들은 서로 쌓이고 엉켜 좁은 틈을 형성하기도 하고 아예 너른 굴을 만들어 놓았다. 마침내 정상. 평학마을 갈림길에서 28분. 정상석은 제법 너른 제단 같은 바위 위에 기대어 있다.
하산길에선 합천탬 수문도 보인다.

직진한다. 5분쯤 뒤 갈림길. 어느 길을 택해도 15번 군도와 만난다. 우측길은 군도 입구에 ‘악견산 등산로'라 적힌 안내도가 서 있는 익히 알려진 길. 해서, 왼쪽길로 내려선다. 발 아래로 합천댐과 창의기념관이, 머리 위론 금성산이 점차 가까워 온다. 암릉절벽의 요소요소에 악견산성의 흔적도 남아 있다. 급경사 철계단도 지난다.
40분쯤이면 산을 벗어나 소로를 거쳐 동광가든 앞 15번 군도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인근 임란의병 충절 기린 창의기념관

악견산성은 임진왜란때 권양 박사겸 등 합천의 선비들이 의병을 모아 축성, 왜적과 싸웠던 역사의 현장이다. 또 날머리 동광가든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엔 역시 임란때 정인홍 의병장을 비롯한 의병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합천임란 창의기념관(창의사)이 있다.

악견산과 금성산이 관련된 전설도 전해온다. 내용은 이렇다. 당시 왜적들이 장기전을 꾀하자 이웃한 금성산 바위에 구멍을 뚫어 악견산과 줄을 이은 다음 그 줄에 홍의(紅衣)를 입힌 허수아비를 매달아 달밤에 당겼다. 이를 본 왜적들은 신장(神將)이 하늘에서 내려온줄 알고 혼비백산하여 패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악견산에서 금성산으로 가기 위해선 도로를 따라 30분정도 걸어야 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합천호반 회양관광지 내 선착장 인근 황강호식당(055-933-7018). 일명 합천 똥돼지라 불리는 토종 흑돼지(사진) 전문점이다. 맛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참기름이나 파무침 대신 소금과 된장 새우젓, 그리고 묵은 김치만 나온다. 이 흑돼지는 수육으로 먹으면 더 맛있다.
황강호식당 인근에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합천호 청정사우나가 있다. 워낙 물이 좋아 합천읍에서 군민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황강호식당 옆에는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101호인 광암정이 합천호를 배경으로 서 있다.

◇ 교통편 - 합천서 대병행 버스타고 용문정 하차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합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2시간20분 걸린다. 9000원. 합천터미널에선 평학 대병(용주 대병행은 아님)행 완행버스를 타고 들머리인 용문정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9시30분, 10시, 10시30분에 있다. 1400원.날머리 동광가든 인근에서 합천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5시20분, 5시40분에 있다. 합천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4시30분, 5시10분, 5시50분, 6시20분, 7시(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군북IC~의령 79번 국도 우회전~합천 의령~의령군 의령읍 안내판~의령 관문 통과~합천 대의~진주 단성~가례 합동주차장 우회전~합천 가례~진주 단성~합천 대의~대의고개쉼터~대의교차로서 고령 합천 33번국도 우회전~합천군 삼가면~쌍백터널 통과~로터리 지나~다리(제2남강교) 지나자마자 좌회전~합천호~합천영상테마파크~수자원공사~용문정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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