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 제외하곤 공룡능선 중 꽤 힘들어
내원사 원점회귀,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

험난한 공룡능선을 지난 후 뒤돌아보며 잠시 쉼호흡을 하는 이창우 산행대장. 우측 상단이 이웃한 정족산, 왼쪽이 천성산 중앙능선이다.

지율스님이 목숨을 걸고 KTX 통과 반대 저지를 시도한 천성산(千聖山).

경남 양산시 하북면 상북면 웅상읍에 걸쳐 있는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천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 모두 성인으로 이끌었다는 설화가 서린 산이다. 정상 인근의 그 유명한 화엄벌은 여기서 유래한 지명.

이렇듯 천성산은 원효대사에서 지율스님에 이르기까지 불국토를 꿈꾸는 스님들의 의지로 불심이 곳곳에 배어 있다. 설화에 따르면 원효스님은 천명의 당나라 승려를 위해 천성산에 89개의 암자를 세웠지만 지금은 내원사를 비롯 홍룡사 노전암 조계암 원적암 등 20개 가까운 암자들만이 산문이 열려 있다. 통상 절집이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그 터를 정하는 관례에 따라 하나의 산에 89개의 암자가 섰다는 것은 그 만큼 풍광과 더불어 산세와 지세가 빼어남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천성산은 통상 하북면 내원사계곡, 상북면 홍룡사(홍룡폭포), 화엄벌로 바로 오르는 용주암, 웅상읍 덕계의 무지개폭포 내지 법수원계곡으로 들머리나 날머리를 잡지만 이번 주 산행팀은 천성산 산길 중 가장 험난하다는 공룡능선을 택했다.

천성산의 경우 과거에는 화엄벌 인근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922봉을 원효산, 812봉을 천성산이라 불렀지만 수년 전 양산시가 향토학자 등 전문가들에 고증을 의뢰, 922봉을 천성산, 812봉을 천성산 제2봉으로 교통정리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교체한 이정표에만 `천성산', `천성산 제2봉'으로 고쳐져 있을 뿐 정상석은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멋모르고 오른 아마추어 산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산꾼의 한 사람으로서 양산시의 발빠른 결단을 바라는 바이다.

산행은 내원사 매표소~공룡능선~짚북재~738봉~천성산 제2봉~807봉~은수고개~산죽길~내원사~매점 주차장~내원사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정도.


공룡능선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공룡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듯 험난한 대여섯 개의 봉우리가 쉴새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도중 너댓 번의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올라야 하는 등 만만찮은 고행길의 연속이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 내 옛 매표소인 태광연쇄점과 내원사로 향하는 천성교 사이로 열린 좁다란 포장로를 따라 산행이 시작된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성불암 가는 길'이라고 적힌 노란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노전암 쪽에서 내려오는 물길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성불암계곡 방향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공룡능선이다.

30m쯤 뒤 성불암 계곡길로 가다가 왼쪽으로 열린 오름길로 올라선다. 산죽길이다. 직진하면 성불암.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경사가 심한 된비알의 연속이다. 30분쯤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오르고 또 오르면 비로소 능선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거대한 기암절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밧줄을 잡고 힘겹게 오른다. 앞서 오르는 한 산꾼은 “수 십년만에 유격훈련하는 기분이 든다"며 한마디를 던진다.

천성산 공룡능선 코스는 공룡능선뿐 아니라 공룡능선 앞 뒤도 대체적으로 우락부락하다.

이렇게 오르면 첫 전망대. 앙상한 가지 사이로 저 멀리 노전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암절벽을 내려와 편평한 등로를 걸으며 호흡을 고를 즈음 또 다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설상가상으로 정면에는 또 다른 암봉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이러한 암봉을 하나 오르는데 평균 15분 내지 20분. 이같은 유사한 상황이 너댓 번 반복되면 십중팔구는 거의 질려 다리에 힘이 빠진다.

산행 도중 나타나는 전망대인 기암절벽을 하나씩 하나씩 오르다 보면 이내 지쳐 땀을 식히는 산꾼들의 모습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기복이 무척 심한 능선을 가진 이 공룡은 아마도 몸이 거대해 천천히 걸어다니는 마음씨 순한 초식공룡이 아니라 날렵하고 포악한 육식공룡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공룡능선은 험해 대부분 밧줄이 매어져 있다.
                오르다 쉬고 또 오르다 쉬고 입에 단내를 내면서도 기어이 오르고 마는 산꾼들.

뒤돌아본 공룡능선. 사진 상으론 험하지 않게 보이지만 실제론 대단하다.

 이렇게 2시간30분 정도 쉴새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 그늘진 드넓은 안부에 닿는다. 짚북재다. 이 짚북재는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전해온다. 친절하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으로 노전암, 오른쪽으로 성불암, 직진하면 목적지인 천성산 제2봉(1.2㎞). 산행 일정상 십중팔구는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짚북재.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변은 얼레지 군락지로 유명하다.

짚북재는 봄이면 얼레지로 가득하다. 이제 상봉을 향해 직진한다. 점차 경사가 심해지면서 밧줄이 매여져 있다. 앞선 된비알보다 기복은 덜하지만 역시 오르막내리락하는 산길은 만만치 않다.

천성산 제2봉 정상. 정면의 군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주봉이고, 그 오른쪽이 화엄벌, 왼쪽이 낙동정맥 능선이다.

 50분 정도 정신없이 걸으면 정상을 코 앞에 둔 암봉에 닿는다. 저 멀리 정족산과 고산습지인 무제치늪이 확인된다. 천성산 제2봉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정상에 앞서 왼쪽으로 열린 갈림길은 낙동정맥길이며 오른쪽은 내원사로 곧바로 하산하는 길.

정상은 주변 봉우리가 사방팔방 시원하게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 레이더기지가 보이는 천성산 주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화엄벌 매바위(선암산) 토곡산 천마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죽바우등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백운산 정족산 문수산 남암산 울산시가지 무룡산 삼태봉 치술령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 달음산 함박산 장산 황령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엔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직진해서 내려선다. 임도가 보이지만 계속 산길로 간다. 5분 뒤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해 산허리를 돌아간다. 10분 뒤 은수고개. 왼쪽은 웅상읍 덕계 무지개폭포 방향이다. 천성산 제1봉(옛 원효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억새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길을 택한다. 직진하면 천성산 제1봉 가는 길이다. 하산길 초입에는 갈림길을 잇따라 만나므로 길찾기에 유의하자.

이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10분 뒤 갈림길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길 오른쪽에는 푹 꺼진 습지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다.

여기서부터 능선길을 따라 내원사로 내려간다. 등로 곳곳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연분홍 진달래가 다시 보이고 상상도 못할 엄청난 산죽 군락이 길을 막고 있다.
약 40분 정도 정신없이 산죽길을 헤쳐 나오면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오지만 진입로가 없어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을 건너면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이후 내원사와 매점 주차장을 잇따라 지나 30여 분 정도 걸으면 매표소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공룡능선 중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천성산 공룡능선

부산근교에는 공룡능선이 여러 개 있다. 신불산 공룡능선, 간월산 공룡능선 등 울퉁불퉁한 공룡의 등을 타고 오르는 재미가 좋다. 그중에서도 유독 천성산 공룡능선을 좋아하는 꾼들이 특히 많다. 로프를 타고 바위를 오르면 가슴까지 시원한 전망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근교산 동호인중 공룡능선의 취재를 원하는 분이 많아 천성산을 찾았다. 이곳 천성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지천이다. 원효와 내원사가 아니라도 천성산은 매력있는 산이다. 화엄벌과 정족산의 철쭉군락, 사방으로 뻗은 능선에 암반이 박혀 있고 용연천과 계곡의 아름다움이 금강산과 닮았다 하여 제2금강산으로도 불린다. 하산은 천성산(옛 원효산) 정상에서 내원사로 뻗은 능선을 답사하였다. 아무도 찾지 않은 산길, 발밑에 두껍게 깔린 낙엽, 부채살처럼 펼쳐진 화엄벌의 계곡이 원시의 골짜기를 연출한다 산길은 능선에서 우측으로 돌아내려선다. 내원사 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지만 취재팀은 우측 산죽사이로 내려서서 산길을 잡았다. 내원사 뒤 골짜기로의 출입을 삼가기 위해서이다.

#교통편 -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에 내려 언양행 12번 완행버스 타야

지하철 1호선 온천장 지하철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 용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0분 간격으로 밤 10시까지 있으므로 차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언양 35번 국도 우회전~언양 통도사 방향~내원사~언양 통도사~내원사 우회전~내원사 입구 달성슈퍼~내원사 주차장 순. 주차비 및 입장료(1인당)는 각각 2000원.






 

 국제신문 산행팀이 현재 매주 한 번 소개하는 기획물인 '근교산&그 너머'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어느새 훌쩍 넘어 현재 600회를 앞두고 있다. 전국의 모든의 시리즈 기사 중 최장수를 달리고 있다. 매주 한 번 게재될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이 기록은 언론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이야 신문을 대표하는 시리즈 기사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돌이켜보면 정말 곡절도 많았다. 내부적으론 너무 오래 됐으니 이제 막을 내리자는 고비를 두 어 번이나 넘겼고, 외부적으론 질시의 대상이 돼 한동안 산행 안내 리본이 난도질 당하는 아픔도 수 차례 겪었다.
 거쳐간 기자만도 무려 7명. 현재 담당까지 포함하면 8명이다.

 그동안 소개됐던 기사를 새롭게 엮은 책만 해도 무려 10권이다. 손꼽아보면 '다시 찾는 근교산' 상긿하, 상긿하를 한 권으로 묶은 하이라이트 격인 증보판, '新근교산' 상긿하와 역시 증보판, '신나는 근교산', '야호! 근교산', 그리고 기자가 쓴 '원점회귀 근교산' 상,중이 그것이다.
 신문에 보도된 상세한 산행기사를 보고, 산행팀이 묶어놓은 안내리본를 확인하며 걷는 산행문화는 국제신문 산행팀에 의해 비롯된 것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산행팀은 이따금 독자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사석에서 이런 불만 아닌 불만을 듣는다.

 내용이 무미건조하다는 것이다.
 좀 더 살을 붙이자면 산행기사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객관성의 담보라는 대의명분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딱딱한 숫자와 방향 안내만 시종일관 반복되고 있을 뿐 무엇 하나 감동으로 다가오는 게 조금도 없다라는 것이었다. 또 적어도 신문이나 서적의 활자로 인쇄될 정도라면 좀 더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해야 더 잘 팔릴 것이라는 고언도 적지 않게 들었다.
 일리있고 고마운 지적이다. 하지만 기자는 산행기를 '떡'에 비유해 그같은 지적에 답하고 싶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사진으로 포장된 타 매체의 산 관련 기사는 '보기 좋은 떡'인 반면 건조해 심지어 목이 메이기까지 한 국제신문 산행기사는 '먹기 좋은 떡'이라고.

 이렇게 묻고 싶다. 그 '보기 좋은 떡' 다시 말해 화려한 사진과 산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그리고 개괄적인 코스, 가볼 만한 맛집 등으로 채워진 기사를 갖고 과연 초보자가 산행을 할 수 있는 지. 한 발 더 나아가 '월간 산'을 비롯한 산 잡지에 실린 기사를 보면서 과연 초보자가 산행을 완주할 수 있는 지. 100% 불가능하다.

 월간지는 일반 산악회의 산행대장급이나 노련한 산꾼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초보자에겐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중간에 갈림길만 하나 나와도 당황하게 되는 건 산을 조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수긍이 할 듯싶다.
 하지만 국제신문 산행기사는 가능하다. 기사 속에 '~갈림길. 여기서 좌측으로 10분쯤 힘겹게 오르면 어디어디에 닿고~'하는 식으로 아주 건조하게 전개되는 국제신문 산행기는 초보자도 산행을 완주하게끔 도움을 준다.

 산행기의 객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먹기 좋은 떡'인 국제신문 산행기는 초보 아줌마 산꾼들도 자녀와 함께 산행을 무사히 마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국제신문의 근교산 시리즈가 전국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비결은 현지 취재에 따른 철저한 현장답사와 산행 후 미비점을 자료분석과 함께 전화로 재차 확인하는 취재의 기본을 한결같이 유지한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숨은 계곡과 능선이 지면을 통해 새로운 등산로로 등장하면 산행에 나서고 싶어도 산길을 몰라 감히 떠나지 못했던 초보 산꾼들도 누구나 쉽게 국제신문 리본을 보고 산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초보 산꾼은 물론 베테랑 산꾼들도 '이곳에 이런 코스도 있었나'라며 감탄을 잊지 않는다.
 간월산 공룡능선, 가지산 북릉, 천성산 중앙능선, 신불산 홍류계곡, 밀양 구천산 정승봉, 배내골의 배내봉 등 국내 주요 산 전문 사이트에서도 등장하는 이런 명칭은 바로 국제신문 산행팀이 개척해 명명한 것이 보편화된 것이다. 얼핏 30개는 될 법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산행기를 보고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산행이 가능한 산행기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국제신문 산행팀이 개척하고 명명한 간월산 공룡능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