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고봉준령 한눈에 조망, 표충사 원점회귀 5시간30분 코스
가파른 험로 헤쳐 오르면 일사천리, 정상석은 없지만 풍광 만큼은 최고
 

             빙벽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학암폭포. 아쉽게도 녹고 있었다.
폭포가 얼면 마니아들은 이곳에서 비박을 하며 훈련을 한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등이 이를 입증한다. 제대로 얼면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으로 덮인다.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

이 영남알프스는 장쾌한 능선과 짜릿한 암릉, 확 트인 조망을 기본으로 각종 야생화와 신록 폭포 단풍 백설 등 계절별로 다양한 선물을 안겨줘 이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 산군(山群)은 마루금으로 연결돼 종주산행도 가능하지만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 등 5개 시군에 걸쳐있어 권역별로 이른바 베이스캠프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권은 석남사나 운문령, 운문산권은 얼음골 인근 남명리, 재약산권은 표충사, 영축산권은 통도사, 간월·신불산권은 등억온천 등등.

그럼 산꾼들이 가장 몰리는 베이스캠프는 어디일까. 각 지자체가 따로 관리하다 보니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체로 재약산권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원효 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표충사가 우선 볼거리인데다 영남알프스의 맹주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이 불과 50분 거리에 이웃해 있다. 이는 영남알프스 봉우리 중 비교적 지척에 있다는 간월~신불, 신불~영축산의 그것보다 가깝다.

무엇보다 표충사에서 출발하는 등로가 타 베이스캠프의 그것보다 다양하다. 흑룡폭포~층층폭포~고사리분교 터~사자평~재약산~천황산을 거치는 원점회귀 코스를 기본으로 한계암~금강폭포 코스, 내원암~진불암 코스, 표충사 뒤 재약산 중간길~고사리분교 터 코스 등 체력에 맞게 3~5시간 정도로 맞춤산행을 할 수 있다.

천황산 재약산 등으로 대표되는 재약산권은 이웃한 몇몇 봉우리를 추가할 경우 이른바 `재약5봉' `재약8봉'으로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이 명칭은 표충사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총칭하는 것으로 ‘재약5봉’의 경우 경내에서 볼 때 맨 왼쪽 필봉에서 천황산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해당되고, ‘재약8봉’은 재약5봉에 문수봉 관음봉 고암봉이 포함된다.

산행팀은 ‘재약5봉’ 중 비교적 덜 알려진 재약봉(954m)을 표충사에서 원점회귀했다. 산행은 표충사~옥류동천~간이 매점~계곡 갈림길~작전도로~학암폭포~전봇대 갈림길~험로~지능선~잇단 바위전망대~옛 헬기장~재약봉 정상~사거리~표충사·향로산 갈림길(917봉)~너덜길~작전도로~간이 매점~표충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안팎. 길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일부 구간에서 만나는 험로는 다소 부담스럽다. 하지만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영남알프스 산군을 바라보는 조망은 감동적이다.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표충사에서 바라본 '재약8봉'. 왼쪽부터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이다.

표충사 일주문 앞에서 우측 옥류동천을 따라 간다. 150m쯤 뒤 `재약산 5.2㎞'라 적힌 지점에서 계곡을 건넌다. 간이 매점을 지나 15분 뒤 계곡 갈림길. 왼쪽은 계곡건너 층층폭포와 고사리분교 터를 거쳐 재약산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바로 옆 지계곡을 살짝 건너 S자 된비알로 오른다. 만만찮다. 갈림길을 한 번 만나지만 곧 만나니 개의치 말자. 13분 뒤 작전도로. 이 길은 사자평을 거쳐 배내고개까지 이어진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학암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3분 뒤 다리를 지나 왼쪽 지계곡으로 오른다. 마땅한 길이 없어 그저 암반 따라 물을 피해 오른다. 15분쯤 힘겹게 오르면 높이 30m, 폭 40m쯤 되는 엄청난 규모의 기암절벽 아래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진다. 학암바위와 학암폭포다. 빙벽 마니아들이 한겨울이면 비박을 하며 훈련하는 곳이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그리고 널브러진 비닐이 이를 입증한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겨울이면 폭포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이 얼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다시 자동우량경보시설이 위치한 작전도로 원점으로 되돌아가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한 굽이 돌 무렵 갈림길. 오른쪽 기울어진 전봇대 아래 열린 길로 간다. 칡밭, 재약봉, 향로산 가는 낙엽길이다. 2, 3분 뒤 다시 전봇대. 또렷한 메인 길 대신 전봇대를 끼고 왼쪽으로 오른다. 길이 애매모호한데다 험하다. 집채만한 바위벽 아래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10여분 뒤 지능선에 닿는다. 여전히 급경사길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50m 정도 힘겹게 오르면 그제서야 숨을 돌린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의 뒤가 재약봉이고 그 우측이 하산 직전의 917봉이다.
산행 초입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재약산과 우측 누린 빛의 사자평. 자세히 보년 우측 중앙에 폭폭가 보인다. 그 유명한 층층폭포이다. 
사자평 뒤로 천황봉도 보인다.
당겨 본 층층폭포.
산행 중 보이는 표충사.

이제부터 험한 길은 거의 없다. 30분쯤 뒤 산죽 사이를 뚫고 집채만한 바위에 오른다. 멋진 전망대다. 그간 나뭇가지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던 층층폭포와 사자평이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면 코 앞의 재약산에는 두 개의 등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윗길은 표충사 수충루 왼쪽 부도탑을 지나 고사리분교 터로 가는 길이고 아랫길은 산행팀이 앞서 계곡 갈림길에서 버린 왼쪽길이다. 이 길은 층층폭포 상하단 사이로 이어진다.

사자평 오른쪽 끄트머리는 능선 자체가 코끼리 코처럼 길게 늘어진 코끼리봉, 발 아래 표충사 오른쪽 위로는 매바위와 필봉. 표충사 뒤론 저 멀리 둥그스름한 봉인 정각산과 그 왼쪽 뒤로 승학산 중산 석이바위봉 낙화산이 펼쳐진다. 이후 산길은 일사천리. 15분 뒤 다시 전망대. 재약산 뒤 가려져 있던 천황산도 보이고, 사자평 뒤 능동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삼각점이 위치한 재약봉 정상. 영남알스프 산군의 물결이 출렁일 정도로 전망이 빼어나다.

본격 재약봉으로 향한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옛 헬기장을 지나, 삼각점봉을 지나면 마침내 상봉. 두 번째 전망대에서 30분 소요. 정상석은 없다. 영남알프스 전망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정북으로 재약산 천황산, 그 우측 뒤 가지산 가지산중봉 상운산, 그 앞 능동산과 배내고개 배내봉 오두산, 그 뒤 고헌산, 그 우측으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함박등 죽밭등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동쪽 발 아래는 배내골로 신불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남쪽으론 향로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코끼리봉을 거쳐 재약산으로 이어진다. 해서, 산행팀은 오른쪽길로 하산한다. 향로산 방향이지만 향로산 못가 917봉에서 표충사로 내려선다. 내달릴 수 있는 길이다. 등로 좌우에 몇 차례 길이 열려있지만 왼쪽은 원동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종점인 장선 방향이고 오른쪽은 칡밭 가는 길이어서 계속 직진만 한다.
 
45분쯤 뒤 선리 갈림길이다. 선리는 울산 쪽 향로산의 들머리다. 계속 직진한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지도상의 917봉이다. 왼쪽은 향로산 방향,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바위 내리막길. 다소 험하지만 의지해 내려설 나무가 적절한 위치에 있어 가능하다. 하지만 초보자가 내려오기에는 약간 부담스럽다. 이때부터 너덜. 10분 정도 내려오면 학암폭포 입구였던 작전도로.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25분 뒤 우측에 표충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 길로 15분이면 표충사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재약8봉 중 고암봉 위치 확인안돼

'재약5봉' '재약8봉'과 관련, 이에 대한 이견과 풀리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표충사 한주 무이 스님은 익히 알려진 문필봉 천황산 재약산까지는 같지만 재약봉 향로산 대신 관음봉 노적봉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관음봉의 경우 수년 전 등산객으로부터 들었고, 노적봉은 오래 전부터 절에서 내려오는 이름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또 흔히 알려진 필봉을 문필봉이라고 했다. 필봉은 특히 표충사 경내에서 보면 붓을 연상시키듯 뾰족한 모양이지만 해발고도가 꽤 되는 곳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암봉 중 하나여서 약간은 실망스럽다.

재약8봉 중 하나인 고암봉은 어느 누구도 위치를 알지 못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재약5봉 재약8봉의 유무를 떠나 표충사 경내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이렇게 결론지었다. 제일 왼쪽 뾰족봉인 (문)필봉에서 오른쪽으로 천황산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 재약봉 917봉 향로산 순이라고. 이럴 경우 8개다.

그는 무이 스님이 지적한 노적봉과 관련, 생긴 모양이 노적가리를 닮은 학암폭포가 위치한 학암바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학암바위도 역시 경내에서 보인다.

참고 하나. 표충사 입구 '표충사 관광안내도'에 보면 수미봉 옆에 문수봉이라고 적혀 있다.

 #교통편 - 어디서나 대중교통·승용차 이용 편리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표충사행 버스를 타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호는 45분 걸린다.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걸린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는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에 출발한다. 35분 걸리고 2400원.

표충사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4시30분,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10분, 8시(막차)에 있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단장 표충사 1077번 지방도 우회전~금곡교 지나~아불교 지나~집단시설지구 공용주차장(또는 표충사 경내 주차장) 순.



 

 

거제지맥 2박3일 종주코스중 한가운데 위치
옥포서 시작, 거제도 10대 명산 파노라마
부산 가덕도 연대봉, 다대포 영도 조망
정상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다도해 황홀경'

국사봉에서 본 바로 앞의 작은국사봉과 고현동(옛 신현읍 고현리) 일대. 고현은 버스터미널과 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선 거제도의 중심지이다.
 
 최근 거제도에 산행로와 관련, 대역사(大役事)가 이뤄졌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거제지맥 종주구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섬의 맨 남단인 망산에서 출발해 북으로 가라산~노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을 거쳐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총 52㎞ 구간이 그것으로, 보통 2박3일 정도 걸린다. 거제지맥은 대우조선해양(주)의 산행서클인 우정알파인클럽(회장 김상철) 회원들이 3개월 여에 걸쳐 다리 품을 팔아 개척한 땀의 결실.

김 회장은 “좁게는 3만여 회사 직원들의 여가생활 방편으로 개척했지만, 넓게는 우리 섬의 주옥같은 산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섬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 산방산에서 계룡산~선자산을 거쳐 거제지맥의 북병산과 연결되는 동서 횡단로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같은 방대한 대역사가 올해 말 완성될 경우 아름다운 섬 거제도를 승용차 대신 수백리 능선길을 따라 일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한결같이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국사봉(國士峰·462m)과 옥녀봉(玉女峰·554.7m)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산세는 평범하다. 월출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영남알프스 능선마냥 웅장한 맛은 없지만 그저 소리 소문없이 섬에서 뭍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움에 사무쳤는지 찾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넉넉한 산길을 내어준다. 해서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왠지 품안에 안겨 기대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산행은 옥포아파트~애드미럴호텔~골프연습장~국사봉 등산안내도~약수암~수월재(주능선)~체육시설(큰골재)~잇단 전망대~국사봉 정상~작은 국사봉~옛 수월농장~임도~명재~명재쉼터(문동폭포 갈림길)~옥녀봉 삼거리~능선안부(옛 헬기장)~옥녀봉 정상~능선 끝 전망대~예비군 훈련사격장~14번 국도 대우조선해양(주) 정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대우조선의 사원주택인 옥포아파트 단지 내 애드미럴호텔 우측 옆길로 향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에 등산로가 열려 있다. 아파트 뒷산이라 많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늘푸른 수목이 시원스레 뻗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약수암을 지나면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주능선인 수월재까진 대략 30분.

여기서부턴 솔가리가 널부러진 오솔길. 10분 뒤 체육시설. 큰골재다. 옥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몰운대 그리고 영도 봉래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 계룡산 선자산 가라산 옥녀봉 등 거제도 10대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쌍봉인 독봉산, 그 뒤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 신현 앞바다에 삼성중공업이, 그 뒤로 고성 쪽의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길은 갈림길. 평행봉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산길은 좁고 경사지면서 잇단 전망대를 지난다. 비로소 저 멀리 건너편 철탑이 서 있는 옥녀봉이 보인다. 15분이면 국사봉 정상에 올라선다. 신선대 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선 거제도의 산이란 산과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정상석을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 정면의 계룡산과 그 뒤 산방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오른쪽으로 앵산 대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발 밑 낮은 암봉이 작은국사봉, 그 왼쪽 옆 두 개의 봉우리가 독봉산이다.

하산은 심한 내리막 바윗길. 집채만한 바윗덩어리 집합체와 운치있는 송림을 지난다. 대신 안부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이다.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25분 걸린다.

발길은 이제 옥녀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측 열린 길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가는 지나치기 쉬우므로 길 찾기에 유의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5분 뒤 옛 수월농장. 폐 축사 쪽 대신 우측 억새군락지 사이 큰 길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우 국사봉, 좌 작은국사봉'. 비로소 국사봉이 두 개의 봉우리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거제지맥길은 내달려도 좋은 만큼 여유롭게 편안하다.

거제지맥 곳곳에 설치돼 있는 등산로 팻말. 대우조선해양 우정알파인클럽이 만들었다.


곧 임도와 만난다. 7분쯤 뒤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사거리. 왼쪽길은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려오는 길이므로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거제지맥길. 길을 개척한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옥녀봉 정상 밑 삼거리까지는 1시간40분 정도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내달려도 좋고 쉬엄쉬엄 가도 상관없다. 간혹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곤 하지만 솔가리와 낙엽이 쌓인 나목 숲에서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 그리고 누른 점박이 노루는 겨울산행의 진면목을 맛보게 해준다.

50분쯤 뒤 갈림길. 명재다. 산세로 봐서 국사봉과 옥녀봉의 경계지점인 듯하다. 왼쪽길을 택하면 이내 명재쉼터. 지도 상의 문동폭포 갈림길이다. 직진한다. 된비알이 시작된다. 점차 옥녀봉 가까이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 무렵 삼거리에 닿는다. 소위 옥녀봉 삼거리다. 명재에서 55분. 거제지맥은 여기까지. 마른 억새가 보이는 왼쪽으로 간다. 나목 사이로 저 멀리 옥녀봉이 보인다. 20분 뒤 능선 안부. 정상까지 0.6㎞로 대략 15분 걸린다.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대우조선해양.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탑 등 서너 개의 뾰죡 철탑과 과거 군인들이 근무했던 막사가 방치돼 있지만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 뜬 지심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날따라 지심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옥녀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쪽빛 바다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하산은 계속 직진. 능선 끝 전망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우측으로 우회해 내려서면 40분 뒤 대우조선 예비군 사격훈련장. 거기서 3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14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대우조선 정문이고 바로 그 옆이 버스 정류장이다.

# 떠나기전에 - 거제지맥·동서횡단로에 앵산 빠져

산행 후 대우조선해양(주) 우정알파인클럽 김상철 회장에게 물어봤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제지맥과 현재 계획 중인 산방산~계룡산~선자산~북방산으로 이어지는 동서횡단 등산로가 뚫릴 경우 아쉽게도 거제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앵산만 빠진다고. 앵산은 섬의 북서쪽에 홀로 치우쳐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랫동안 클럽 회원들과 함께 앵산과 비교적 가까운 대금산을 연결하는 등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 차례 탐방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며 산길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선 동서횡단 등산로를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사봉과 옥녀봉 정상에 서면 향후 거제도의 미래를 한 단계 올려줄 도로망을 엿볼 수 있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새 도로망과 부산~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내려오는 연계도로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중인 곳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여튼 단 한 번의 짧은 산행으로 거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사봉과 옥녀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여객선·시외버스 등 다양

중앙동 여객선터미널(051-660-0117)에서 옥포행 여객선은 오전 7, 9, 11시에 있다. 45분 걸린다. 옥포여객선터미널(055-687-6767)에서 부산행 여객선은 오후 3, 5시에 출발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제 고현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 9시49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린다.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옥포까지 가기 위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5분 마다 있으며 800원. 날머리 대우조선 정문 수위실 앞에서 고현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 5시22, 5시58,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고성~통영~거제도~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옥포소방서 지나 '애드미럴호텔, 옥포쇼핑센터,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국사봉 정상 1.8㎞' 이정표 보고 우회전, 애드미럴호텔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어머니 젖가슴 같은 형상…낙남정맥 한 축
고성의 최고봉, 푹신한 낙엽능선길, 4시간 소요
정상 오르면 당항만·고성읍내 한눈에 조망
 

학남산 정상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정상 바닥에는 '학선대(鶴仙臺)'라고 새겨져 있다.

 고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산은 거류산 구절산 철마산. 소위 말하는 고성의 3대 명산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모두 바다와 인접한 동해면과 거류면에 각각 위치해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일명 ‘속싯개'로 불리는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그림같은 쪽빛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보석같은 능선길이 일품이라 사시사철 많은 산꾼들이 찾는다.

가지산과 함께 경남에서 유이(唯二)한 도립공원인 연화산도 빼놓을 수 없다. 3만여 그루의 홍송과 닥나무, 천년고찰 옥천사와 백련암 청련암 등 암자들을 품고 있지만 연꽃 모양의 아담한 산세로 등산로가 짧아 같은 도립공원인 가지산에 비해 산꾼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다.

이번 주 산행지는 무량산. 고성군민들의 진산으로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은 형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견줄 상대가 없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는 광주의 무등산(無等山)처럼 무량산(無量山·581m)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멀리서 보면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다.

소가야인의 기상이 깃든 고성의 광활한 평야지대의 한 가운데 우뚝 선 무량산은 600m가 채 안되는 고성의 고만고만한 산들 중 그래도 간발의 차이로 가장 높다.

산줄기의 관점에서 보면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 상봉의 일부분만 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을 뿐 대부분 능선은 낙남정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지리산 산줄기를 제외하면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그렇듯 험난한 구간은 거의 없다.

무량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편안하다. 여기에 고성의 산이란 산은 대부분 확인 가능하고,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하고 통쾌하다.

산행은 대가면 갈천리 봉산(어실)마을~함안 이씨묘~지능선~학남산 정상~헬기장~철탑~낙남정맥 능선길~큰재~임도~무량산 주능선~무량산 갈림길~무량산 정상~임도~너덜~임도~도로~봉산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정도.


갈천둑길을 건너 만나는 첫 번째 마을인 봉산마을이 들머리. 길 건너편엔 엄청난 저수량의 갈천저수지. 진행 방향으로 큰 커브길을 돌면 이내 작은 마을을 또 만난다. 이곳 역시 봉산마을이다. 여기서 건너편 안테나가 서 있는 산이 바로 무량산이다.

봉산마을 입구에는 장독을 거꾸로 나란히 세워 장식한 집이 있다. 붕어찜 전문 식당이다. 이 집 옆으로 난 길로 오른다. 양지 바른 곳의 함안 이씨묘와 실개천 그리고 대숲을 잇따라 지난다. 흑염소 방목장 입구에는 행여나 도둑이 들까봐 초병 역할을 하는 개 두 마리가 연신 짖어댄다.

10분 뒤 호화로운 성산 이씨묘 7기를 지나면서 본격 산길이 이어진다. 융단처럼 깔린 편안한 낙엽길은 잠시. 함안 이 씨묘 2기를 지나면서 일순간 산길이 희미해진다. 지금까진 후손들이 산소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길이라 뚜렷했지만 이후엔 인적이 드물어 길이 사라진 것이다.

고민 끝에 산행팀은 일단 능선에 도달하기 위해 곧바로 치고 오른다. 중간중간에 짐승이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횡단길을 두 번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산행 초입에는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촘촘히 달아 놓았다. 참고하길.

15분쯤 뒤 마침내 지능선.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편안한 낙엽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내달린다. 간혹 오르내림이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못 된다.

주능선 상의 한 전망대에 서면 갈천저수지와 들머리 봉산마을이 확인된다.
            
 20분 뒤 등로 우측에 첫 전망대. 방금 지나온 봉산마을과 대숲 갈촌저수지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이 이어진다. 15분 뒤 정면에 암봉이 보인다. 학남산 상봉(549m)이다. 우회해 올라서면 너른 터에 무덤 1기가 위치해 있다. 암봉엔 볼거리가 있다. 무덤 상석에 적힐 내용이 바위에 음각돼 있고, 정상석 대신 조그만 돌 세 개에 ‘학·남·산'이라고 적혀 있다. 마지막 끄트머리 암봉에는 ‘학선대'라고 새겨져 있다.

학남산 정상.

학남산 정상.



 하산은 무덤을 지나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15분 뒤 헬기장에 닿는다. 곧바로 가로질러 간다. 경주 최씨묘를 지나면서 또다시 산길이 희미해진다. 역시 안내 리본을 촘촘하게 달았다. 15분 정도 힘겹게 오르면 철탑. 이때부터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5분 뒤 그간 안보이던 타 산행 단체의 안내 리본이 대거 발견된다. 우측으로 90도 크게 꺾어 진행 방향을 잡는다. 이때부터 낙남정맥길. 아주 심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산허리를 돌아 10여 분 뒤 큰재에 닿는다. 도로를 건너 곧바로 산길로 향한다. 15분 뒤 다시 임도. 역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무지 심한 된비알이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다.

25분 뒤 무량산 주능선에 선다. 578봉으로 학남산 암봉을 쏙 빼닮았다. 왼쪽으로 구절산 거류산 철마산 벽방산과 당항만 그리고 고성읍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 걸음 못가 전망대 바위를 또 만난다. 앞서 확인한 바다 쪽의 봉우리에다 북쪽의 어산 혼돈산 시루봉 성지산 학남산 백운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백운산 기슭의 절은 천수관음상을 모시고 있는 천비룡사다.
             무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양화리 일대. 양화저수지와 대가저
                수지가 보인다.


이어지는 능선길. 정맥 종주자들이 많이 다녀 산길은 깔끔하고 편안하다. 이렇게 35분. 무량산 갈림길을 만난다. 안내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은 종생재(화리치)를 거쳐 낙남정맥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곡산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 무량산으로 향한다. 정상까지 딱 4분 걸린다. 사방이 수목에 가려 조망은 좋지 못하지만 정상석 하나는 일품이다. 뒷면엔 무량산이 고성의 진산임을 밝혀두기 위해 ‘고성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음각돼 있다.
                  무량산 정상.

하산은 정상석 우측 뒤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6분 뒤 임도. 곧바로 임도를 건너 산으로 향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상당히 묵은 산길이라 산행팀은 손수 길을 내면서 내려선다. 사실상 개척산행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이 제법 돼 생각보다 체력소모는 덜 하다.

주변이 생기처인듯 이름 모를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의외로 운치가 있다. 늦가을 이곳에 온다면 분위기가 무주 적상산 숲을 연상시킬 듯하다. 너덜과 철탑을 잇따라 지나 임도를 따라 가면 도로와 만난다. 무량산 정상에서 1시간. 여기서 갈천저수지를 따라 10분쯤 더 걸으면 들머리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갈천서원·장전마을 독수리 서식지 가볼 만

고성 학남산과 무량산은 고성의 3대 산인 거류 구절 벽방산의 그늘에 가려 덜 알려진 고향의 뒷산같은 수더분한 산이다. 주위의 낮은 산과 더불어 외면을 당하고 있는 처지다. 산세 상으로 낙남정맥길이 어깨를 통과하고 있다.

학남산 자락에는 갈천서원이 있다. 고려 공민왕때 회화면에 있던 금봉서원을 조선 숙종(1712년) 때 갈천에 중수하여 문정공 행촌 이암을 추모하여 건립했다. 문화재 자료 36호로 지정돼 있다. 지금은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장전마을의 독수리 서식지. 산행 중 날개를 활짝 펼쳐든 독수리를 자주 봤다면 장전마을의 서식지에 살고 있는 독수리임을 미리 생각하자.

한겨울 봄소식을 먼저 전해줄 것 같은 남쪽의 산을 이번주에 한번쯤 찾아보자. 산행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산길이라 적극 추천한다.

# 교통편 - 들머리 봉산마을까지 승용차가 편리

대중교통편은 예상보다 아주 불편하다. 고성터미널에서 연계되는 종생행 버스가 낮 12시30분에 한번 있는데다, 하산 후 터미널로 나가는 버스 역시 오후 6시30분에 한번 있다. 이마저도 운행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마산 방향~서마산IC~통영 시청 5번국도~진동~14번 국도~당항포 관광지 지나~연화산 도립공원 방향 우회전~월촌 곤기 두호 방면 우회전~월촌 방향 직진~대가면 월촌마을 2㎞ 우회전~금곡 영현 1009번 지방도 우회전~갈천삼거리 좌회전~갈천 서원~갈촌저수지 뚝길 건너 좌회전 후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귀가길은 봉산마을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 사천 문산 1009 지방도 직진~금곡 1009번 지방도~(오서삼거리에서)사천 문산 직진~금산 문산 1009 지방도 우회전~남해고속도로 문산IC 순으로 가길 권한다.



설악산 공룡 제외하곤 공룡능선 중 꽤 힘들어
내원사 원점회귀,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

험난한 공룡능선을 지난 후 뒤돌아보며 잠시 쉼호흡을 하는 이창우 산행대장. 우측 상단이 이웃한 정족산, 왼쪽이 천성산 중앙능선이다.

지율스님이 목숨을 걸고 KTX 통과 반대 저지를 시도한 천성산(千聖山).

경남 양산시 하북면 상북면 웅상읍에 걸쳐 있는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천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 모두 성인으로 이끌었다는 설화가 서린 산이다. 정상 인근의 그 유명한 화엄벌은 여기서 유래한 지명.

이렇듯 천성산은 원효대사에서 지율스님에 이르기까지 불국토를 꿈꾸는 스님들의 의지로 불심이 곳곳에 배어 있다. 설화에 따르면 원효스님은 천명의 당나라 승려를 위해 천성산에 89개의 암자를 세웠지만 지금은 내원사를 비롯 홍룡사 노전암 조계암 원적암 등 20개 가까운 암자들만이 산문이 열려 있다. 통상 절집이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그 터를 정하는 관례에 따라 하나의 산에 89개의 암자가 섰다는 것은 그 만큼 풍광과 더불어 산세와 지세가 빼어남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천성산은 통상 하북면 내원사계곡, 상북면 홍룡사(홍룡폭포), 화엄벌로 바로 오르는 용주암, 웅상읍 덕계의 무지개폭포 내지 법수원계곡으로 들머리나 날머리를 잡지만 이번 주 산행팀은 천성산 산길 중 가장 험난하다는 공룡능선을 택했다.

천성산의 경우 과거에는 화엄벌 인근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922봉을 원효산, 812봉을 천성산이라 불렀지만 수년 전 양산시가 향토학자 등 전문가들에 고증을 의뢰, 922봉을 천성산, 812봉을 천성산 제2봉으로 교통정리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교체한 이정표에만 `천성산', `천성산 제2봉'으로 고쳐져 있을 뿐 정상석은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멋모르고 오른 아마추어 산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산꾼의 한 사람으로서 양산시의 발빠른 결단을 바라는 바이다.

산행은 내원사 매표소~공룡능선~짚북재~738봉~천성산 제2봉~807봉~은수고개~산죽길~내원사~매점 주차장~내원사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정도.


공룡능선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공룡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듯 험난한 대여섯 개의 봉우리가 쉴새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도중 너댓 번의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올라야 하는 등 만만찮은 고행길의 연속이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 내 옛 매표소인 태광연쇄점과 내원사로 향하는 천성교 사이로 열린 좁다란 포장로를 따라 산행이 시작된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성불암 가는 길'이라고 적힌 노란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노전암 쪽에서 내려오는 물길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성불암계곡 방향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공룡능선이다.

30m쯤 뒤 성불암 계곡길로 가다가 왼쪽으로 열린 오름길로 올라선다. 산죽길이다. 직진하면 성불암.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경사가 심한 된비알의 연속이다. 30분쯤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오르고 또 오르면 비로소 능선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거대한 기암절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밧줄을 잡고 힘겹게 오른다. 앞서 오르는 한 산꾼은 “수 십년만에 유격훈련하는 기분이 든다"며 한마디를 던진다.

천성산 공룡능선 코스는 공룡능선뿐 아니라 공룡능선 앞 뒤도 대체적으로 우락부락하다.

이렇게 오르면 첫 전망대. 앙상한 가지 사이로 저 멀리 노전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암절벽을 내려와 편평한 등로를 걸으며 호흡을 고를 즈음 또 다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설상가상으로 정면에는 또 다른 암봉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이러한 암봉을 하나 오르는데 평균 15분 내지 20분. 이같은 유사한 상황이 너댓 번 반복되면 십중팔구는 거의 질려 다리에 힘이 빠진다.

산행 도중 나타나는 전망대인 기암절벽을 하나씩 하나씩 오르다 보면 이내 지쳐 땀을 식히는 산꾼들의 모습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기복이 무척 심한 능선을 가진 이 공룡은 아마도 몸이 거대해 천천히 걸어다니는 마음씨 순한 초식공룡이 아니라 날렵하고 포악한 육식공룡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공룡능선은 험해 대부분 밧줄이 매어져 있다.
                오르다 쉬고 또 오르다 쉬고 입에 단내를 내면서도 기어이 오르고 마는 산꾼들.

뒤돌아본 공룡능선. 사진 상으론 험하지 않게 보이지만 실제론 대단하다.

 이렇게 2시간30분 정도 쉴새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 그늘진 드넓은 안부에 닿는다. 짚북재다. 이 짚북재는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전해온다. 친절하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으로 노전암, 오른쪽으로 성불암, 직진하면 목적지인 천성산 제2봉(1.2㎞). 산행 일정상 십중팔구는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짚북재.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변은 얼레지 군락지로 유명하다.

짚북재는 봄이면 얼레지로 가득하다. 이제 상봉을 향해 직진한다. 점차 경사가 심해지면서 밧줄이 매여져 있다. 앞선 된비알보다 기복은 덜하지만 역시 오르막내리락하는 산길은 만만치 않다.

천성산 제2봉 정상. 정면의 군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주봉이고, 그 오른쪽이 화엄벌, 왼쪽이 낙동정맥 능선이다.

 50분 정도 정신없이 걸으면 정상을 코 앞에 둔 암봉에 닿는다. 저 멀리 정족산과 고산습지인 무제치늪이 확인된다. 천성산 제2봉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정상에 앞서 왼쪽으로 열린 갈림길은 낙동정맥길이며 오른쪽은 내원사로 곧바로 하산하는 길.

정상은 주변 봉우리가 사방팔방 시원하게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 레이더기지가 보이는 천성산 주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화엄벌 매바위(선암산) 토곡산 천마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죽바우등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백운산 정족산 문수산 남암산 울산시가지 무룡산 삼태봉 치술령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 달음산 함박산 장산 황령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엔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직진해서 내려선다. 임도가 보이지만 계속 산길로 간다. 5분 뒤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해 산허리를 돌아간다. 10분 뒤 은수고개. 왼쪽은 웅상읍 덕계 무지개폭포 방향이다. 천성산 제1봉(옛 원효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억새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길을 택한다. 직진하면 천성산 제1봉 가는 길이다. 하산길 초입에는 갈림길을 잇따라 만나므로 길찾기에 유의하자.

이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10분 뒤 갈림길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길 오른쪽에는 푹 꺼진 습지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다.

여기서부터 능선길을 따라 내원사로 내려간다. 등로 곳곳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연분홍 진달래가 다시 보이고 상상도 못할 엄청난 산죽 군락이 길을 막고 있다.
약 40분 정도 정신없이 산죽길을 헤쳐 나오면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오지만 진입로가 없어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을 건너면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이후 내원사와 매점 주차장을 잇따라 지나 30여 분 정도 걸으면 매표소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공룡능선 중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천성산 공룡능선

부산근교에는 공룡능선이 여러 개 있다. 신불산 공룡능선, 간월산 공룡능선 등 울퉁불퉁한 공룡의 등을 타고 오르는 재미가 좋다. 그중에서도 유독 천성산 공룡능선을 좋아하는 꾼들이 특히 많다. 로프를 타고 바위를 오르면 가슴까지 시원한 전망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근교산 동호인중 공룡능선의 취재를 원하는 분이 많아 천성산을 찾았다. 이곳 천성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지천이다. 원효와 내원사가 아니라도 천성산은 매력있는 산이다. 화엄벌과 정족산의 철쭉군락, 사방으로 뻗은 능선에 암반이 박혀 있고 용연천과 계곡의 아름다움이 금강산과 닮았다 하여 제2금강산으로도 불린다. 하산은 천성산(옛 원효산) 정상에서 내원사로 뻗은 능선을 답사하였다. 아무도 찾지 않은 산길, 발밑에 두껍게 깔린 낙엽, 부채살처럼 펼쳐진 화엄벌의 계곡이 원시의 골짜기를 연출한다 산길은 능선에서 우측으로 돌아내려선다. 내원사 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지만 취재팀은 우측 산죽사이로 내려서서 산길을 잡았다. 내원사 뒤 골짜기로의 출입을 삼가기 위해서이다.

#교통편 -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에 내려 언양행 12번 완행버스 타야

지하철 1호선 온천장 지하철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 용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0분 간격으로 밤 10시까지 있으므로 차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언양 35번 국도 우회전~언양 통도사 방향~내원사~언양 통도사~내원사 우회전~내원사 입구 달성슈퍼~내원사 주차장 순. 주차비 및 입장료(1인당)는 각각 2000원.






 

교통 불편했지만 고속도로 덕택에 접근 쉬워져
명산에 가려 빛바랬지만
탁 트인 풍광은 일품
능선 전체가 전망대, 발아랜 '미리벌' 속살이 한눈에
보두산 전망대에서 본 전경. 발아래 크고 작은 봉우리가 비학산이고 그 뒤로 종남산 우령산이 확인된다. 새로 개통된 대구·부산 고속도로도 보인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상에서 본, 보두산~낙화산~중산(왼쪽부터).

밀양 청도쪽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를 다녀본 산꾼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지도상으로 사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왜 이렇게 빙 둘러둘러 들머리를 찾아가야 하는지를.

국토의 대동맥 경부고속도로가 지름길인 밀양 대신 천년고도 경주를 경유해 대구로 진입하다보니 오랫동안 밀양 청도쪽은 소외지역으로 남았다. 그렇다 보니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24번 국도~석남사~얼음골 입구 ▲경부고속도로 양산IC~신불산공원묘지~밀양댐~표충사 입구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25번 국도~수산대교 ▲경부고속도로 남양산IC~물금~원동~삼랑진~밀양 등, 하여튼 목적지에 따라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기름값은 물론 오가는 시간, 여기에 초행자의 경우 길을 못찾아 헤매야만 했던 고통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같은 기간 타 지역 우리 산하는 대전통영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포항대구 고속도로 등이 잇따라 개통돼 밀양 청도가 본의 아니게 `오지 속의 오지'로 전락해 버렸다.

다행히 수년 전 밀양 청도를 경유하는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앞서 개통된 텅 빈 고속도로보다 통행량 물류비 등 국가적 차원에서 과연 고속도로의 우선 순위가 제대로 됐는지 한 번쯤 되새겨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밀양의 보두산~낙화산~중산. 밀양시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지만 의외로 숨은 산이다. 들머리인 산외면 금천리 엄광사 인근은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에서 차로 5분 거리여서 이번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개통의 최대 수혜지다. 통상 이 코스의 산행은 긴늪유원지 인근 송림휴게소에서 출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을 거쳐 꾀꼬리봉으로 하산한다. 이럴 경우 원점회귀가 불가능한데다 산행시간이 최소 8시간 이상 걸려 이번 산행에선 전망이 좋은 몸통 부분만 발췌했다.

산행은 엄광사~산신각~너럭바위 전망대~보두산(562m)~낙화산(597m)~안당골 갈림길~중산(643m)~삼각점 봉우리(석이바위봉)~벌목지대~안당골마을 입구 지나~엄광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안팎이며 들머리만 잘 찾으면 이후 산행은 어렵지 않다.


 엄광사에서 50m쯤 오르면 갈림길. 포장로 왼쪽, 산으로 연결되는 작은 계단을 오르면 곧장 산행이 시작된다. 입구에 가건물이 하나 있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호랑이 위에 앉아있는 산신령이 보인다. 마을제당 또는 산신각으로 추정된다.

처음부터 된비알의 연속. 10분 뒤 너럭바위 전망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향후 오를 보두산 낙화산 중산이, 오른쪽으론 크고 작은 봉우리의 연속인 비학산과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한눈에 펼쳐진다. 비학산 뒤로는 종암산과 옥교산 화악산도 확인된다. 잇딴 오름길이지만 확 트인 조망에 힘든 줄 모른다.

20분 뒤 정면에 큰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왼쪽으로 에돌아 가면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비학산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얼마 되지 않는 구간이지만 카키색 낙엽길이다. 한 굽이 올라서자 엄청 더 큰 바위가 기다린다. 이번엔 바위 사이 틈새길로 타고 오른다.

비스듬한 전망대바위를 지나 우측 절벽을 따라 등로가 이어진다. 건너편 봉우리가 중산이고 그 오른쪽이 꾀꼬리봉이다. 또 한 굽이 오르면 양지바른 무덤 둘. 여기서부터 능선길 전체가 전망대다. 가만히 보니 비학산으로 터널이 지나간다. 아! 정기 빠지는 소리.
                 보두산의 험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는 산행팀.
낙화산 정상.

 이어지는 암릉길. 잠시 좁다란 전망대바위. 남쪽으로 산외면 들판의 비닐하우스가 햇빛에 반짝이고 그 뒤로 울퉁불퉁한 금오산과 안테나가 서 있는 만어산이 또렷하다. 숨을 한 번 고르고 난 후 급경사 오름길을 치고 오르면 보두산 정상. 옛 헬기장이었던 이곳은 잡풀만 무성하고 정상석은 없다.

낙화산까지는 불과 20분. 크게 내려섰다 한 번 치고 오르면 된다. 낙화산에도 정상석은 없다. 대신 어른 무릎 높이의 돌탑이 서 있으며, 누군가가 검은색 매직으로 `597m'라고 친절하게 적어놨다. 정면엔 이후 도달할 능선이 보이며 그 왼쪽으로 백암봉, 그 뒤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그 오른쪽으로 영축산 함박등 죽바우등 향로산 등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 봉우리가 펼쳐져 있다.

임진왜란 때 한 여인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 낙화산이란 이름은 이 낙화암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온다. 낙화암 아래 우측 일자능선은 중산 석이바위(봉)이 이어진다. 

하산길은 반듯하다. 15분 뒤 안당골로 빠지는 갈림길. 이 길로 하산해도 원점회귀가 가능하나 직진한다. 낙엽길이다. 왼쪽으로 소천봉과 오례산성, 그 아래 동창천이 보인다.

10여 분 뒤 시야가 확 트인다. 아뿔사, 이후 가야할 항로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이어지는 만만찮은 여정이다. 고개를 돌리면 방금 지나온 보두산과 낙화산이 선명하다.

밧줄에 의지하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바위를 오르내리기도 한다. 부드러운 솔가리와 낙엽길도 잠시 이어진다. 아직 붉은 빛이 선명하게 남은 낙엽길도 지난다. 이때부터 10여 분 숨이 턱에 찰 만큼 된비알을 오르면 한 순간 리본이 지천인 지점에 닿는다.

중산 정상이다. 역시 정상석은 없다. 여기서 20분쯤 내달리면 발 아래 삼각점. 이번 산행에서 가장 고지인 일명 석이바위봉(685m)이다. 과거 석이버섯이 지천이라 명명됐다지만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삼각점에선 곧바로 갈림길. 오른쪽 능선길로 본격 하산한다. 직진하면 꾀꼬리봉이다. 애초에는 산길을 내기 위해 나무를 벤 흔적이라 생각했지만 중간쯤 길이 사라진다. 길 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보며 크게 우측 안당골 방향으로 향한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자.
해질녘 하산 때 바라본 영남알프스 연봉들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50분쯤 뒤 옛 무덤을 지나면서 오른쪽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 10분 뒤 다리를 건너 마을로 향한다.

안당골마을 입구를 지나 20분쯤 포장로를 따라 걸으면 들머리 엄광사에 닿는다. 삼각점 갈림길에서 1시간2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임란때 몸을 던진 여인의 전설 간직한 낙화산

산행 전 신대구부산 고속도에서먼저 이번 이번에 오를 봉우리들을 확인할 수 있다. 남밀양IC를 지나 가곡터널을 통과하면 이정표 뒤로 왼쪽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비학산 보두산 낙화산 중산 꾀꼬리봉이 한눈에 펼쳐진다. 참고하길.

낙화산과 보두산의 이름이 명명된 사연이 재밌어 소개한다. 임진왜란때 왜군을 피해 산으로 피신한 한 여인이 결국 발각되자 절벽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그 바위가 낙화암이고 이후 산이름도 낙화산으로 불렸다. 보두산은 옛날 중국의 고관 보담이 나라에 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한 곳이 이곳이란다. 보담산이라고도 한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오전 9시 엄광리행 버스타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 차를 시작으로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30분 걸리고 5400원. 밀양터미널에서 산외면 엄광리 다촌(동)행(일명 중촌) 버스를 타고 엄광사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 단 한차례. 1100원. 엄광사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15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밀양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20분, 6시, 6시40분, 7시30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도 된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 열차는 45분 걸리며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소요된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 국도 우회전~금천리~굴다리 통과~T자 갈림길에서 금천리 방향~2급 지방하천 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참고로 새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가 연결되는 중간지점인 대동분기점(JCT)에서 진입한 후 상동 삼랑진 남밀양 밀양 청도 수성 동대구IC 순으로 열린다. 대동분기점에서 밀양IC까지는 35.5㎞, 25분 안팎 걸린다.

남해고속도로 동창원IC~밀양 진영 14번 국도~부산 밀양~밀양 수산 25번 국도~수산대교~대구 밀양 시청 공설운동장 25번 우회전~얼음골 표충사 우회전~밀산교 건너 산외방면 우회전~울산 언양 금천리~굴다리~금천리 남기리 좌회전~엄광천 이정표 보고 우회전~엄광사 순.





 

미륵산 정상에 서면 통영항과 통영시가지, 그리고 한려수도가 보인다. 정면(북쪽)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이고, 우측 저 멀리 거제대교와 연결된 거제도가 확인된다. 사진 상으론 보이지 않지만 우측(동쪽)으로 제승당이 위치한 한산도를 비롯 반시계 방향으로 한려수도가 펼쳐진다.

통영 미륵산. 부산시민들이 금정산을 사랑하는만큼 통영사람들이 아끼고 애정을 듬뿍 쏟는 아담한 산이다.

 통영해협을 사이에 두고 통영 시가지와 마주한, 해저터널 충무교 통영대교로 각각 연결된 섬 아닌 섬 미륵도에 우뚝 선 미륵산. 해발 458m에 불과한 동네 뒷산 수준의 이 미륵산은 최근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됐다. 참고로 부산에선 금정산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지역 안배 차원이 아닌 산세와 방문객 수 등을 종합해 산림청이 선정하는 100대 명산에 미륵산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는 뭘까. 아마도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의 빼어난 경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뱃길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황홀한 조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내 어느 산도 견줄 엄두조차 못낼 정도로 조망이 탁월하다.

통영이 고향인 산꾼 시인 이향지는 미륵산 정상에서 다도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적고 있다.

‘미륵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 동해처럼 광활하고 거친 힘이 아니라, 서해의 갯벌 앞에서 느낄 때 같은 막막함이 아니라, 수면 위에 떠있는 무수한 섬, 올망졸망한 섬들을 둘러싼 물안개로 인하여 더욱 느끼게 되는 부드러움이다…'.

통영 읍내에 살았던 이 시인은 다섯 살 때부터 산양일주도로로 유명한 산양면 할아버지 댁으로 가기 위해 미륵산을 넘어 다녔으며, 이 글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쓴 것이다.

원래 인간은 자연에 동화되는 법. 유치환 김춘수 윤이상 김상옥 전혁림 박경리 등은 모두 통영 출신이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미륵산에 올라 무심히 바라본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절경은 아마도 그들의 뇌리에 뿌리깊게 박혀 예술혼의 근원이자 작품의 모태 역할을 톡톡히 했으리라.

미륵산 자락에는 천년고찰 용화사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 및 도솔암이 있고, 남쪽 한 켠에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이 통영땅에 선종의 뿌리를 내린 미래사가 있어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다.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보살 또는 미륵불을 본따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며 올 한해를 설계해보자.

산행은 용화사 광장~관음사~도솔암~천연동굴~산불초소~헬기장~작은망(정토봉)~미륵치~미륵산~봉수대터~미래사~띠밭등~용화사~용화사 광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남짓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용화사 아래 버스종점인 용화사 광장에서 왼쪽 용화사 대신 오른쪽 관음사 방향으로 향한다. 입구에 미륵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10분 뒤 조그만 수도 도량인 관음사. 일주문 격인 2층 문루에 ‘당래선원(當來禪院)'이라 적힌 편액이 걸려 있다. 대숲으로 둘러싸인 경내에는 만개한 빨간 동백이 시선을 붙잡는다.

산행 초입 만나는 관음사 일주문. '당래선원'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관음사 경내.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입구.


도솔암 경내 맨 우측 전망대는 조망이 빼어나 절에서 나무의자 두 개를 만들어 놓았다. 통영항 전경과 거제도의 명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절을 나오면 이내 갈림길. 왼쪽은 용화사 가는 길, 계속 직진한다. 6분 뒤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안내판이 서 있다. 왼쪽 침목 계단길은 정상 쪽으로 질러 가는 길, 오른쪽 도솔암으로 향한다. 파란 양철 지붕의 허름한 요사채를 보고 경내에 들어서면 전각이라고는 조그만 대웅전과 동국선원 둘 뿐인, 관음사보다 훨씬 적은 산중 수도처다.

경내 맨 오른쪽의 전망대를 놓치지 말자. 조망이 빼어나 사찰에서 나무의자 둘을 만들어 놓았다. 앙증맞고 운치있다. 통영항 전경과 거제도의 명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통영항과 반대쪽인 산양읍 지역.

경내를 나와 앞선 갈림길로 내려가지 않고 일주문 격인 돌표지석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도솔암 안내판에 적힌 도솔암 창건주인 도솔 선사와 호랑이의 전설이 전해오는 절 뒷쪽 절벽 아래 위치한 동굴을 보기 위해서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 이어 만나는 잇단 사거리에선 각각 직진한다. 그저 비만 그을 수 있는 유사 동굴에서 좀 더 오르면 만난다. 기도처로 조망 하나는 끝내준다.

동굴 입구 갈림길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오르면 이내 주능선 상의 산불초소. 방금 지나온 동굴 바로 위 지점이다. 감시원은 이곳이 현금산이라 했지만 지도 상으론 바로 이웃한 송신탑 옆 봉우리가 현금산이다. 발밑의 도솔암과 통영항 한려수도는 물론 삼천포 와룡산, 통영대교 뒤 암봉인 벽방산과 고성 쪽의 거류산 구절산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때부터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황홀한 능선길. 7분 뒤 헬기장. 진행 방향은 두 갈래길. 우측은 작은망이라 불리는 정토봉 가는길, 좌측은 우회길이다.

작은망 가는 길 도중 우측으로 열린 석문을 지나면 큰 돌탑이 서 있는 작은망(望) 정상. 여기서의 ‘망'은 거제도의 망산처럼 조망의 빼어남을 부각하기 위한 의미인 듯하다.
정토봉(작은망)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이제 본격 내리막. 큰망인 미륵산으로 내려가기 직전 좌측 암봉도 작은망처럼 돌탑과 크고 작은 공덕탑이 보인다. 내리막길의 종착역은 너른 터인 미륵치. 도솔암 입구에서 절로 가지 않고 왼쪽 침목 계단길을 택하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이정표엔 ‘큰망·작은망 갈림길'이라 적혀 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암봉인 미륵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는 미륵산 정상.
미륵산 정상에서 본 통영항. 저 멀리 거제도의 명산도 보인다.
좀 더 당겨본 풍광.

미륵산은 이제 0.8㎞ 남았다. 키 큰 대나무길과 바위 틈새 급경사 오름길을 지나 가파른 바위지대에 설치된 철다리를 오르면 마침내 미륵산(458m) 상봉. 널찍한 바위지대인 이곳에는 ‘배달의 기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게양대에 걸린 낡은 태극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미륵산을 한국 100대 명산의 반열에 오르게 한 환상적인 조망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잠시 거침없이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조망을 한번 짚어보자. 통영항을 보고 좌측 8시 방향으로 사량도 지리망산과 칠현산에서 시계 방향으로 통영대교 충무교 여객선터미널 강구안 남망산공원 동호항과 저 멀리 거제대교와 거제도의 명산들, 한산도의 제승당, 비진도 그리고 정반대 쪽 산양읍 뒤로 욕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크게 보면 서쪽의 남해에서 삼천포 고성 통영 진해 거제 심지어 부산 쪽까지 식별 가능하다. 여기에 호수처럼 잔잔한 에메랄드빛의 한려해상 위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어선들까지 한 액자에 넣으면 어느 누구라도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직진한다. 미륵산 봉수대 암봉을 에돌아 산불초소를 지나면 케이블카 승강장. 잠시 살펴본 후 오른쪽 미래사로 향한다. 절 직전 갈림길. 왼쪽은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도중의 길과 만난다. 우측으로 간다.

미래사 입구.

미래사 경내.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황홀한 편백숲.

절 주변 편백숲이 울창한 미래사는 이제 반백을 넘은 짧은 연륜이라 전통 사찰 분위기 대신 첫 인상이 깔끔하다. 지난 9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 씨가 40년 만에 귀국해 통영을 방문, ‘윤이상 추모제’를 올린 곳도 바로 미래사이다. 절을 나오면 ‘버스정류장 2㎞'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용화사 가는 길이다. 산허리를 타고 송림숲을 따라 편안히 걷는 명상로이다. 초당에서 머물던 다산과 이웃한 백련사 혜장 스님이 오가며 교분을 나누던 길이 얼핏 연상된다.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 이곳은 주변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용화사 경내.
용화사에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의 석상이 서 있다. 


20여 분 뒤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을 지나 10분쯤 더 걸으면 효봉 스님 석상이 있는 용화사에 닿고, 다시 5분 뒤 용화사 광장에 도착한다.

# 떠나기전에 - 용화사 미래사, 우리나라 선종의 거봉인 효봉스님과 인연 깊어

 미륵산 용화사와 미래사는 우리나라 선종의 거봉인 효봉스님과 인연이 깊다. 스님은 한국전쟁 때 용화사로 피난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와 도솔암에서 공부를 했으며, 이후 스님의 상좌인 구산스님이 1954년 인근에 미래사를 창건해 다시 이곳으로 옮겨 주석했다. 구산 미산 보성 법흥 종욱 스님 등이 그의 제자들이며 이곳에서 주지를 역임했다. 한편 현재 용화사 한 켠에 위치한 석상은 효봉스님의 것이다.

일명 용화산이라 불리는 미륵산 정상석에는 '미륵봉 461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2006판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458m라 표기돼 있다. 참고하시길.

용화사 가는 길 오른쪽 골목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코발트 빛의 화가' 전혁림 미술관이 숨어 있다. 간판이 아주 작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아흔을 넘긴 전 화백이 30여 년간 생활하던 집을 헐고 3년 전 새로운 창조공간을 열었다. 3층짜리 건물 두 동으로 한 동은 살림집, 다른 한 동은 전시 및 작업실이다. 외벽은 전 화백 특유의 작품이 찍힌 1만5000여 개의 타일로 처리돼 눈길을 끈다. 회화 및 도자기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2층에선 차도 마실 수 있다.


전혁림 미술관.

맛집 하나 소개한다. 십오야 숯불장어구이(055-649-9292). 흔히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다. 미륵도에서 충무교 대신 통영대교를 지나 좌회전, 경상대 해양과학대 앞에서 다시 좌회전해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통영대교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가게 바로 앞이 전국 장어 물량의 70%가 들어오는 당동 장어집하장이라 전국에서 가장 신선한 장어맛을 자랑한다. 장어 특유의 느끼한 맛이 없고 아주 담백하다. 1인분 8000원. 장어탕 6000원.

# 교통편
- 용화사 광장 출발 막차 밤 9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1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50분 걸린다. 통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0, 21번 시내버스를 타고 들머리인 용화사 광장에 내린다. 용화사 광장에서 터미널행 시내버스는 밤 9시까지 있다. 통영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통영IC~마산 통영 미륵도 관광특구~관문사거리에서 통영 미륵도 방향 좌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우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좌회전~충렬사 지나~충무교 건너~미륵산 용화사 우회전~용화사 광장 순. 국도는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 TG~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 통영~고성~거제 통영~관문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위와 같음.






쪽빛바다와 기암괴석이 일품인 거문도 산행에선 신선바위(오른쪽)를 빼놓을 수 없다. 정상이 편평해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뒀다고 전해온다. 힘겹지만 실제로 올라갈 수 있다.

동백은 지는 모습이 필 때보다 아름다운 유일한 꽃이다. 시들며 이지러져 인생무상의 서글픔마저 느끼게 하는 다른 꽃과 달리 뒷모습이 아름답다. 해서 예부터 `선비의 꽃'으로 불린다. 반쯤 벌어진 붉은 꽃송이가 그 모양새 그대로 `툭'하고 떨어지면 사뿐히 즈려밟기조차 부담스럽다.

섬 전체 수종의 80%가 동백인 거문도(巨文島)가 예년과 달리 이른 시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섬 전체를 붉게 달구기 시작한 동백 덕택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동편 자락에 위치한 거문도는 행정구역상으로 전남 여수시 삼산면. 세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100만 평 정도의 천연 항만이 호수처럼 형성돼 오래전부터 구미 열강들의 각축장이 돼 왔다. 결국 거문도는 구한말 영국이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1885년 강제 점령, 해밀턴항으로 세계지도에 그 이름을 등재했다.

연평균 16도로 제주 서귀포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높아 동계 피한처(避寒處)로 꼽히는 거문도는 동백의 일렁이는 쪽빛 물결과 단아한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져 남국의 정취를 흠뻑 맛볼 수 있다.

혹자는 산은 뒤로한 채 `웬(?) 거문도'라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이곳에도 모름지기 산꾼들을 위한 등산로가 개설돼 있다. 주민들의 자생단체인 `산사모(산을 사랑하는 모임)'를 중심으로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유람선사가 수 년에 걸친 노력으로 결실을 이룬 것.

거문도의 산은 높아봤자 해발 200m대. 한 걸음에 쉽게 오를 수 있는데다 터널을 이룬 동백꽃길이 일품이다. 여기에 거칠 것 없는 빼어난 조망은 금상첨화이다.

산행은 거문도여객선터미널~삼호교~삼호교 갈림길~덕촌리 우정민박 갈림길~덕촌초등~거문중~불탄봉(195m)~잇단 동백숲터널~갈림길~전망대 절벽~갈림길~촛대바위~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전수월산 170m)~360계단~목넘어(무넹이, 수월목)~동백숲길~등대(관백정)~목넘어~유림해수욕장~삼호교~여객선터미널 순. 3시간~3시간30분 걸린다.


사실 거문도는 `한국의 마지막 비경'인 백도 유람선과 등대로 가는 동백숲길이 주볼거리. 하지만 등산로 개설로 나그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백도 유람과 함께 거문도 산행이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호교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친절한 이정표.

산행은 여객선터미널이 위치한 고도에서 출발, 서도를 향해 삼호교를 건넌다. 갈림길. 왼쪽은 등대 혹은 2시간 정도의 짧은 코스 방향, 오른쪽 덕촌리 방향으로 간다. 포장로 왼쪽으로 `우정민박'이 보이면 이 왼쪽길로 오른다. 덕촌교회와 곧 폐교 예정인 덕촌초등을 잇따라 지나 거문중 운동장을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지른다. 계단을 올라 교사(校舍) 왼쪽 뒤로 돌아가면 산으로 향하는 소로를 만난다. 본격 들머리다. 터미널에서 30분 걸린다.

흑염소 방목지를 지나 7분 뒤 불탄봉 갈림길. 이정표는 없지만 안내줄이 있어 쉽게 인식할 수 있다. 10분이면 정상에 오른다. 불이 자주 나는 산이라는 불탄봉에 서면 동백숲 너머로 고도와 동도 그리고 초도 손죽도 등 주변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탄봉 억새군락. 동백꽃과 동시에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곧 일본군 벙커. 과거 일본군의 병참기지였음을 보여준다. 따뜻한 날씨 덕에 아직도 억새가 한창이다. 황금빛 억새와 빨간 동백의 공존. 이곳 거문도만의 진풍경이리라.
일순간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감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내 동백터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낮인데도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 가운데 벌써 꽃송이가 바닥에 흩뿌려져 카키색 낙엽과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룬다.
산행 중 만나는 망망대해.
   
     산행 중 만나는 동백군락.

10분 뒤 갈림길. 진행방향은 왼쪽이지만 오른쪽에는 전망이 빼어난 암릉이 일품이다. 산사모 회원이 최근 나무를 베어 길을 낸 노력이 역력하다. 산자락이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는 풍경은 갈 길 바쁜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고 또 붙잡는다. 저 멀리 거문도 등대가 가물가물 시야에 들어온다. 곧 촛대바위. 멀리서 보면 그럴듯한데 다가가 보니 주민들이 세워놓은 것이다.

바다쪽으로 벗어나 있는 신선바위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섬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기와집몰랑이 시작된다. 마을이나 바다에서 보면 바위능선이 마치 기와지붕의 선처럼 보인다고 해서 명명됐다. 곧 신선바위 갈림길. 해발 115m인 신선바위에 힘겹게 오르면 신선들이 바둑을 두고 풍류를 즐길 만큼 넓고 편평하다.
산행 중에는 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다리(삼호교)를 기준으로 오른쪽이 터미널있는 고도, 왼쪽이 서도, 고도 뒤가 동도이다.

동백숲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 보로봉 갈림길. 직진하면 곧바로 정상, 우로 가면 등대 방향. 사방이 확 트인 보로봉은 거문도에서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좋은 곳. 거문도 섬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방금 지나온 기와집몰랑 등의 윤곽을 어렴풋이 관찰할 수 있다.

능선길은 365개 돌계단으로 이어지면서 산행은 사실상 끝. 계단 끝은 등대갈림길이다. 왼쪽은 유림해수욕장을 지나 터미널 방향, 오른쪽은 서도와 수월산을 연결하는 갯바위인 목넘어를 지나 등대로 가는 길. 목재덱으로 일부 연결된 목넘어는 태풍때 집채만한 파도가 갯바위를 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주민들은 흔히 무넹이 혹은 수월목(水越目)이라 부른다. 등대가 위치한 건너편 수월산도 이와 무관하지만 않다.
섬 끝단 저 멀리 등대와 백도를 조망할 수 있다는 관백정이 보인다. 정말 발길 닿는 곳이 하나같이 절경이다.

등대로 향하는 수월산 동백숲길도 소문대로 일품. 흔치 않은 아름다운 길이다. 2004년 하반기 건립 100주년(2005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보수를 한 등대 옆 벼랑에 앉은 관백정(觀白亭)은 맑은날 28㎞나 떨어진 백도가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가슴아 탁 트일 정도로 전망 하나는 그저 그만이다.

아쉬움 발걸음. 여기서 목넘어와 유림해수욕장을 지나 터미널까지는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 전에 - 백도 유람, 빼어난 절경 상상 이상
유람선에서 본 백도의 기암괴석들. 한가운데 솟은 바위가 서방바위이다.

거문도 관광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백도 유람.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떨어진 백도는 빼어난 절경이어서 국내 섬 중에서 유일하게 명승지로 지정돼 있다.

천년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비롯, 팔색조 가마우지 등 희귀조류 120종과 풍란 석곡 등 353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향이 진한 풍란은 관광객들이 마구 채취하는 바람에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상륙금지 상태여서 섬에 내리지 못하고 유람선을 타고 감상해야 한다.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온통 하얗게 보인다 하여 백도(白島)라 불리는 이 섬은 크게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뉜다. 등대섬이 있는 상백도가 웅장하고 남성적인 반면 서방바위가 가운데 우뚝선 하백도는 갖가지 전설이 붙은 바위들이 촘촘히 모여 아기자기하다. 물안개가 곱게 피어 오르는 날이면 섬 전체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바위의 모양도 다양하다. 고개를 들고 있는 물개를 닮아 물개바위, 새를 낚아채려는 모습을 한 매바위, 남성을 상징하는 서방바위, 한복을 입고 서방바위를 숨어서 몰래 엿보는 각시바위 외에 비행기바위 왕관바위 고래바위 도끼바위 성모마리아바위 보석바위 지네바위 병풍바위 원숭이바위 감투바위 큰곰바위…. 이가운데 석불바위는 이기대의 부처바위와 꼭 닮았다.

왕복 2시간20분 동안 유람선 두리둥실호 김덕중 항해사의 선상설명에 관광객들은 그 모양을 확인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광주서 왔다는 김명호(44)씨는 "입소문을 통해 듣던 백도를 찾아와 직접 확인해보니 기암괴석과 쪽빛바다가 '남해의 해금강'이란 명성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교통편 - 고흥반도 녹동에서 배 타면 가까워

지금까지 거문도를 가기 위해선 여수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주)청해진해운이 고흥반도 녹동에서 오가고호(298t)를 취항했다.

배삯은 기존 2만8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크게 내렸고 무엇보다 운항시간이 2시간20분에서 1시간으로 줄어 백도 유람과 거문도 산행이 하루만에 가능해졌다. 백도 유람선은 왕복 1만8000원. 20명 이상 10% 할인. 출발시간은 오전 8시, 오후 2시 두 차례. 부산서 백도 유람과 거문도 산행을 당일치기로 할 경우 전날 고흥 녹동으로 가서 1박을 하든지 아니면 새벽 4시께 출발해야 한다.
 
이후 일정은 대략 이렇다. 오전 9시 거문도항 도착, 백도 유람선 두리둥실호(104t)로 갈아탄 후 11시30분까지 백도 유람. 간단한 점심 식사후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거문도 산행. 오후 4시 거문도 출발, 오후 5시 녹동항 도착. 청해진해운 (061)844-2700. 
  ※배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7시간 걸리는 거문도 서도 종주 코스도 있다. 서도 북단 장촌부락~음달산을 거쳐 불탄봉~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등대 순. 이럴 경우 백도 유람을 포기해야 한다. 3시간 코스도 부담스러우면 삼호교에서 우측 덕촌리로 가지말고 왼쪽 유림해수욕장을 거쳐 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등대순의 2시간 코스를 타면 된다.

부산서 고흥 녹동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2번 국도 고흥 보성~15번 국도 고흥~도암 소록도 녹동 이정표를 보고 달리면 된다.




 




 

미답의 늘푸른 산죽능선, 좀처럼 못보는 볼거리
하산길엔 소설 '토지'의 무대 회남재 옛길도 만나

눈덮인 히말라야 연봉에 비견되는 지리산 천왕봉. 대개 처음 보는 순간 발걸음이 멈춰진다.
 

 민족의 명산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중산리 코스를 힘겹게 오르다보면 우측 건너편의 마루금 전체가 추수를 앞둔 황금들녘을 연상시킨다. 바로 천왕봉에서 동남쪽으로 길게 뻗은 황금능선이다. 써리봉에서 국사봉을 거쳐 구곡산에 이르는 장장 20㎞의 이 능선에는 산죽이 지천이다. 이 산죽이 햇빛을 받아 반사되면 황금빛으로 물든다고 해서 명명됐다. 지금은 비법정 탐방로라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올 첫 산행지 하동 깃대봉에도 황금능선에는 비할 바 못되지만 아주 인상적인 산죽길이 펼쳐진다.

조릿대라 불리는 늘푸른 산죽은 사실 봄 여름 가을엔 있는 듯 없는 듯 철저히 조연에 불과하다가 낙엽이 지고 숲이 앙상해지면 예의 초록빛을 발하며 숲의 주인공으로 단연 부각된다. 특히 눈 온 뒤 그 자태는 옛 선비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깃대봉은 영신봉에서 갈라져 나와 삼신봉 내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지리산 남부능선에서 동남쪽으로 한 번 더 뻗은 지리산 호위봉 중의 하나. 베테랑 산꾼들도 금시초문이라 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무명의 산이다.
 

좀 더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자면 묵계와 악양을 잇는 회남재 동쪽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회남재를 정점으로 서쪽으론 시루봉~원강재~성제봉(형제봉)이 이어진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천왕봉을 기준으로 북쪽인 함양 마천면 금대산과 남쪽의 하동 삼신봉. 깃대봉은 이들 두 봉우리만큼은 못하지만 산행 도중 히말라야를 연상케하는 눈덮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주능선의 웅장함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산행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하산길의 회남재. 악양 벌판과 함께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됐던 이곳은 하동서 청학동을 거쳐 지리산으로 곧장 연결된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의 물자보급로 역할을 했다. 다시말해 악양에서 곡식과 가축 등을 수집한 빨치산이 이곳을 거쳐 아지트인 지리산으로 넘어갔기에 국군 토벌대와 빨치산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던 것.

회남재는 또 청학동 인근의 묵계사람들이 하동장(場)으로 오는 길이자, 악양에서 청학동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우리 할머니 세대의 애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한동안 문경새재길 등과 함께 추억의 옛길로 분류됐으나 최근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동군이 도로개설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

 산행은 악양 중대리 상중대마을회관~임도개설비~계곡수 건너~옛 집터흔적~능선~임도~무명봉~깃대봉 갈림길~산죽능선~회남재~사랑의 집~등촌리 덕기마을(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안팎이며 들머리에서 능선까지의 일부 구간에서 길찾기가 애매모호할 뿐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일사천리로 내달릴 수 있다. 들머리 상중대마을회관 앞에서 먼저 주변 산세를 살펴보자.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두 암봉 사이에 걸린 구름다리가 보이는 신선봉과 그 우측으로 성제봉 시루봉이 조망된다. 참고하길.


마을회관에서 포장로를 따라 오르면 이내 갈림길. 왼쪽 상중대교 대신 우측으로 간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지나면 또 갈림길. 이번엔 개울따라 왼쪽으로 간다. 11시 방향으로 저 멀리 보이는 V자 잘록이가 회남재로, 산행팀은 이곳으로 하산한다.

작은 다리를 건너 황토집을 지나 임도개설비 앞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간다. 우편함이 걸린 아름드리 소나무를 지나 포장로를 따라 오르면 우측에 널따란 개울이 흐른다. 이 개울을 건너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마을회관에서 25분.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주능선을 향해 무작정 오르는 산꾼들.

앙상한 가지의 활엽수림 대신 산기슭에는 푸른 소나무가 지천이다. 등로는 지그재그 오르막길. 잘 빠진 미끈한 청자보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분청을 닮은 고풍스럽고 정감이 가는 옛길이다. 빛바랜 솔가리와 카키색 낙엽의 조화 또한 운치있다. 양지 바른 터에 위치한 두 기의 묘지를 지나면 옛 집터. 푹신푹신한 낙엽융단길이 열려 있는 왼쪽으로 향한다. 일순간 냉기가 느껴진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 산죽길. 고개 들면 낙엽송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너덜 오름길이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무척 괴롭다. 음지엔 잔설도 남아 점입가경이다. 이렇게 10여 분. 비로소 산허리를 돌아 제대로 된 산길을 조우한다.

20분 뒤 마침내 능선에 닿는다. 정면으로 보이는 마을은 해발 500m쯤의 논골.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이 출몰할 때 한 명의 주민도 다치지 않은 오지 마을이다. 정면 깃대봉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내달린다. 약간의 오름길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17분 뒤 임도. 왼쪽 5m 지점 대각선 방향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때부터 된비알의 연속. 무명봉을 넘어 5분 뒤 산죽길. 정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깃대봉을 내려서면 만나는 산죽능선. 산죽은 회남재까지 이어진다. 여성들은 특히 피부 손상에 유의해야 할 정도로 빽빽하다.
           산죽능선은 한동안 계속된다.

산세로 봐서 능선을 갈아타는 지점이다. 깃대봉 정상은 2만5000분의 1 지형도상 우측으로 얼마 안되는 거리이다. 하지만 빽빽이 들어선 키 큰 산죽길을 도저히 뚫을 수 없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왼쪽으로 간다. 산죽능선의 연속이다. 헤집고 150m쯤 가면 첫 전망대. 눈덮인 천왕봉을 비롯 써리봉 중봉 제석봉 장터목 촛대봉 영신봉과 그 앞 내삼신봉 삼신봉 외삼신봉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그 유명한 청학동도 보인다.

깃대봉 산죽능선을 내려서면 만나는 전망대 뒤로 저 멀리 형제봉(성제봉)이 보인다.

7분 뒤 두 번째 전망대. 주변 조망은 더 넓다. 삼신봉 왼쪽으로 시루봉 원강재 성제봉 신선봉, 악양 벌판 뒤 섬진강 건너 둥그스런 또아리봉 도솔봉 백운산 억불봉이, 다시 왼쪽으로 칠성봉 구제봉 금오산과 저 멀리 광양제철소도 확인된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 토벌대와 빨치산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던 회남재.

전망대 바위를 내려서면 또다시 산죽. 미로같은 죽림의 길이라 오랜 추억거리로 남을 듯하다. 회남재는 여기서 15분. 청학동(6.4㎞) 묵계(4.3㎞) 악양(10.6㎞)으로 각각 열려 있는 세 개의 임도와 시루봉, 그 왼쪽으로 열린 하산길, 방금 산행팀이 내려온 길 등 모두 여섯 개의 길이 만나는 고개이다. 회남재의 역사를 알리는 안내 그림판이 두 개 서 있고, 또 다른 두 개는 하산길 옆에 쓰러져 있다.

하산길은 무지 심한 급경사 내리막길. 태풍으로 계곡 골짜기가 망가져 있다. 급비탈에선 큰 돌이 굴러 조심해야 한다. 50분이면 도로를 만나고, 여기서 요양시설 ‘사랑의 집'을 지나 버스정류장이 위치한 등촌리 덕기마을까지는 15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키 훌쩍 넘는 산죽이 이중삼중… 정상 난공불락

고백컨대 정상을 밟지 못한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흔히 남 탓 하지말라고 하지만 이번만은 산죽 탓 좀 해야겠다. 어른보다 키가 큰데다 이중 삼중으로 너무 촘촘하게 자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산행대장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산행팀 말고도 다른 산꾼들이 수차례 길을 뚫으려고 시도한 흔적이 입구에 역력하다. 여하튼 난공불락의 요새다. 설령 뚫고 들어가더라도 산죽의 연속이라 정상 확인은 힘들 성싶다. 지도와 현장은 또 다른 법이란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회남(回南)재'란 이름은 남명 조식 선생이 명명했다. 그는 이 터를 보고 골이 좁고 물이 섬진강으로 곧장 빠져 길지(吉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발길을 남으로 돌렸다고 전해온다. 청학동이 위치한 청암면의 '묵계(默溪)' 또한 그 이름이 흥미롭다. 이곳은 해마다 큰 폭우가 쏟아져 다 휩쓸려 내려가 냇물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해서 붙여졌다 한다.

 재밌는 얘기 하나. 악양주민들은 악양면 시루봉 아래 청학이골을 '진짜' 청학동으로 들어가는 입구라 믿고 있으며 지금의 청암면 삼신봉 밑의 청학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해, 아무도 밟지 않은 처녀지 깃대봉을 적극 추천한다.

# 교통편 -
하동터미널서 악양행 버스나 택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하동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 차를 시작으로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30분 걸린다. 하동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악양면 중대리 상중대마을회관(노전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한 연계버스는 시간이 맞지 않아 악양면소재지로 가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하동터미널에서 악양행 버스는 오전 8시 첫 차를 시작으로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이곳에서 악양개인택시(055-883-3009)를 이용한다.

날머리 덕기마을에서 하동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10분, 5시20분(막차)에 출발한다. 혹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악양면소재지로 택시(5000원)를 이용, 악양우체국 옆 악양마트 앞에서 터미널행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 3시35분, 4시25분, 5시15분, 5시45분, 6시35분(막차). 1100원. 하동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분, 5시30분, 6시30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하동IC~하동 구례 쌍계사 방면 19번 국도 우회전~남원 구례 직진~구례 쌍계사 직진~악양 1003번 지방도~악양우체국 지나~상(하)중대마을 이정표 우회전~중대교 지나~상중대마을회관 순. 날머리 덕기마을에서 들머리 상중대마을회관 앞까지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3대가 오순도순… 부모님과 일본여행… 외국인도 설문화 배워야죠 
   
설이 코앞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설 기분이 나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하다. 신문이며 방송이며 할 것 없이 사상 최악의 불황에 구조조정 명예퇴직 실업난 등 전혀 반갑지 않은 단어가 도배를 하고 있는데 어찌 명절 분위기가 나겠는가.

705호 김 부장 아저씨도,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 대오에 들어갈 판인 305호 막내딸도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고, 늘 자상한 웃음을 보이던 자영업 하시는 윗집 아주머니도 요즘 표정이 영 신통치 않다. 이는 비단 그들만의 사연은 아닐 터. 그들은 단지 표본 추출된 우리네 서민들의 자화상일 뿐이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팍팍하고 고단하고 춥더라도 설은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아니겠는가. 지금 2500만 명이 마치 귀소본능을 지닌 연어 떼처럼 고향을 찾는 '민족의 대이동'이 재연된다.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그들은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는 홍역을 치르면서도 길게는 10시간 이상 걸리는 여정을 무던하게 버티며 애오라지 고향으로 향한다.

차 안에서 장삼이사들의 생각 또한 천태만상일 듯. 학수고대하던 취업이나 시험에 붙은 사람들이야 발걸음이 무척 가볍겠지만 대다수의 필부들은 그다지 밝은 표정은 아닐 듯 싶다. 혼기를 놓친 노처녀 노총각들은 여전히 부모님의 등쌀을 부담스러워 할 테고 아직까지 많은 우리네 며느리들은 벌써부터 설 음식준비 및 손님맞이가 머릿속을 맴돌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뵙는다는 들뜬 기분에 자녀들은 차 안에서 내내 즐겁기만 하다.

시대가 바뀌고 설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지면서 풍속도도 달라지고 있다. 설음식과 차례상을 주문하는 것은 이제 고전이 돼 버렸다. 호텔이나 유명 스키장 리조트에선 설날 아침 차례상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고 아예 설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도 늘고 있다.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다양한 가정들이 어떻게 설을 보내는지 한번 들여다봤다.

여전히 3대가 함께 거주하며 우리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충렬사 안락서원 김부갑 중경원장댁. 그들도 변하고 있었다. 며느리가 힘들다며 아들과 손자가 상을 차리는 것은 물론 설거지를 도맡아 한다. 그런 모습을 부모들은 당연시하고 있었다.

4대째 모태신앙으로 내려오는 개신교 집안 김경숙 씨네. 비록 종교 때문에 명절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음식은 똑같이 한다. 2남4녀인 이 집은 이번 설날 아침 시집간 네 딸이 친정부모를 모시고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떠난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잘 올리는 제사보다 살아계실 때 잘하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한국인 부인과 함께 사는 일본인 도미타 씨 가정도 찾아봤다. 설 연휴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느 외국인 가정과 달리 그들은 한국 설음식을 직접 만들어볼 계획이다. 처음 입어본 한복도 너무 맘에 들어 이참에 장만할 거란다.

자, 이들 세 가족의 설날을 미리 들여다보자.


충렬사 안락서원 김부갑 중경원장댁

"명절증후군이요? 우린 그런거 몰라요"

5대째 명장동 거주, 강릉김씨 종가-사촌 등 친척 20여 명 찾아와 시끌벅적
명절증후군은 유대감 결여에서 나와-아들 손자 등 남자들이 설거지 등 도와

설을 쇠기 위해 키가 2m인 동국대 농구선수인 손자 김동량(맨 오른쪽)이 집을 찾아오자 가족들이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설 풍속도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가정도 있다. 바로 종손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종가이다.

예부터 양반고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밀양 안동 등지에선 아직도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 전통방식의 제사를 모시는 종가가 더러 있지만 도심에선 거의 찾기 어렵다. 이번 취재를 위해 그럴 가능성이 있을 법한 가정이 부산에 아직 있는지 동래향교 유림들에게 여쭤봤지만 찾기 어려웠다.

대신 3대가 함께 살며 제사를 모시는 가정을 소개받았다. 바로 충렬사 안락서원 김부갑(77) 중경원장 댁이다. 그는 부산시 지정 무형문화재 5호(대축) 기능 보유자이자 충렬사 전통 제향무형문화보존회 회장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유림의 어른인 셈.

강릉 김 씨 시조 연원세계 제39대 손인 김 원장은 현재 동래구 명장1동 주택에 외아들 부부와 손자 손녀 등 3대가 함께 살고 있는 소위 종손 집안이다.

과연 이 종가는 설을 어떻게 쇨까. "우리 집안은 5대째 이곳 명장동 주변에서 살고 있어요. 아직도 주변에 사촌 등 친척들이 많이 살고 있어 설 명절이나 기제사 때면 20여 명이 찾아 마루가 꽉 차서 시끌벅적하답니다. 손자들까지 포함하면 정말 정신이 없어요." 전통 제례의 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궁금했다. 그럼 차례 음식들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옆에 있던 부인 정영수(77) 씨가 한마디 거든다. 그 또한 동래향교 여성유도회 회장을 역임한 후 지금은 고문으로 있다. "설 제수용품은 제가 시간 나는 대로 재래시장을 찾아 하나씩 장만하지요. 차례 음식은 수년 전부터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 거의 며느리가 다해요. 수고가 너무 많아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며느리 최영순(48) 씨는 손사래를 친다. "저희 친정도 종가여서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어요. 음식은 모두 시어머니가 친정엄마처럼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지요. 매년 반복되는 일인 데다 남편과 아이들이 잘 도와줘 전혀 힘들지 않아요. 무엇보다 요즘은 조리기구들이 편리하잖아요."

항간에 들리는 며느리들의 '명절 증후군'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육체적 고통보다 저는 오히려 인간적인 유대감의 결여에서 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더 드는데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적들을 보면 반갑지 않나요." 이 말이 대견한 듯 시부모는 딸이 부럽지 않은 며느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게 옛날 방식대로만 있지 않았다. 종가도 변화하고 있었다. '남자가 어디 부모 있는 데서 설거지를…'이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은 발붙일 데가 없었다. 며느리에 대한 배려인 듯 제사 후 설거지 등 뒷정리는 아들과 손자가 도맡아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밤 12시에 지내던 기제사도 10시30분으로 앞당기고,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한번에 몰아서 올린단다.

시어머니 정영수 씨는 "사실 일이야 많지 않습니까. 저도 해봐서 알잖아요.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내색않고 묵묵히 해주는 며느리가 없으면 지금까지 지켜온 전통은 사라지잖아요."

정 씨는 한마디만 더 하자고 했다. 부산 농구의 명문 동아고를 졸업하고 지금은 서울 동국대 농구부에 있는 손자 김동량 자랑이었다. 키가 무려 2m라고 했다. 알고 보니 한국 농구를 이끌 차세대 기대주였다. 들어올 땐 몰랐는데 나올 때 이 종가의 모두가 장신이었다.


김경숙 씨 네 자매와 친정 부모

"
훌륭한 제사보다 살아계실때 잘해야죠"

4대째 모태신앙 개신교 집안 네 자매, 친정부모와 첫 해외여행 위해 돈 모아
친척들 목회자만 5명 거의 당회 수준, 제수음식·절만 안할 뿐 다른 집과 비슷

시집간 네 자매와 부산을 찾은 친정부모님이 한복을 곱게 입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시집간 네 자매가 설날 아침 고향인 경남 통영 한산도에 계신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으로 2박3일 일정의 온천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있다.

4대째 모태신앙으로 내려오는 개신교 집안의 네 자매는 김은순(54) 경숙(51) 임숙(48) 인숙(40) 씨. 원래 2남6녀로 오빠 상문(57), 다섯째 상덕(46) 씨가 있지만 이번 설에는 출가한 자매만의 행사로 치르기로 했다.

네 자매는 10여 년 전부터 십시일반으로 매월 돈을 모았다. 집안 대소사 때 남자 형제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그중 일부는 자녀 교육을 위해 1970년대 부산으로 이주한 친정 부모들이 8년 전 늘그막에 고향 한산도로 귀향할 때 살림살이 비용으로 쓰였다.

이후 네 자매는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다 보니 그 흔한 해외여행조차 못해 본 부모님을 위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계획했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아버지 김기정(84) 씨는 장로, 어머니 박다순(81) 씨는 권사를 역임했다. 하지만 최근 건강이 악화돼 장거리 여행이 불가능해 일본 온천여행으로 바꿨다. 공교롭게도 이들 네 자매의 시댁 어른들은 돌아가셨거나, 여건이 허락돼 여행을 떠나는 데는 아무 장벽이 없다.

흔히들 개신교인들은 명절 때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네 자매는 단지 차례상을 차리고 절만 하지 않을 뿐 떡이나 전 등 명절음식은 똑같이 한다고 한다. 차례 음식이라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아 평소 먹고 싶었던 음식 등을 되레 더 많이 한다.

김기정 씨 가족은 알고 보니 통영에서 가장 먼저 개신교를 받아들인 가정이었다. 기정 씨의 선친, 다시 말해 경숙 씨 자매의 할아버지가 100여 년 전 선교를 위해 한산도를 찾은 호주 선교사가 마을사람들에게 박대받는 것을 보고 애처러워 식사라도 대접하기 위해 집으로 모셨다. 그것이 인연이 돼 하나님을 믿게 된 것. 이후 마당 한 쪽에 조그만 교회가 세워지고 마을주민들은 경숙 씨의 집을 '예배당집'이라고 불렀다.

설날 온 가족이 모이면 경숙 씨네는 예배문을 드리고 찬송과 기도를 올린다. 돌아가신 분의 유언을 떠올리고 후손들이 부끄럽지 않은 알찬 삶을 영위하도록 맹세를 한다. 그리곤 고스톱도 치고, 노래방도 가는 등 여느 가족과 큰 차이가 없다.

경숙 씨 가족 구성원은 모두 교회에서 직무를 맡고 있다. 큰언니인 은순 씨는 권사, 둘째 경숙 넷째 인숙 씨는 집사, 셋째인 마산 사는 임숙 씨는 부군이 목사로 사모를 맡고 있다. 사위 등 일가 친척들까지 포함하면 목회자만 5명이다. 모두 모이면 웬만한 교회의 당회 수준이다.

이번 설을 앞두고 경숙 씨 등 네 자매와 남자형제들은 미리 성묘를 다녀와 장남인 오빠 상문 씨 댁에 모여 설을 며칠 앞당겨 미리 예배를 드린다. 큰언니인 은순 씨는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을 위해 당신들의 삶을 희생해가며 반듯하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진작 이런 자리를 마련해 드렸어야 했는데 여든이 넘은 지금에서야 하게 돼 정말 몸들 바를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부모님의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자주 이런 행사를 가질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친정 부모님과 함께하는 이번 설은 은순 경숙 임숙 인숙 네 자매에게는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듯하다.
 
일본인 도미타 씨 가족의 설날

"일본인 남편도 한국 설문화 배워야죠"

2003년 항만IT회사 설립 부산 정착, 1929~45년 선친 군산서 교육자 역임 인연
"올핸 한국 차례음식 만들 계획", 취재위해 협찬받은 한복에 매료, 구입 예정

     한국인 부인과 함께 사는 일본인 도미타 씨 가족이 부산여자대학 다촌관 마당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복협찬=김현숙 한복연구소 '홍단'.
   일본인 도미타 씨 가족이 부산여대 다촌관에서 운치있는 자수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가오는 이번 설에는 온 가족이 모여 한국인들의 설날 음식인 산적과 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사실 설이라 해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시장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사서 먹었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남편, 아이들과 함께 시장에 가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 볼 거예요."

일본인 도미타 히라쿠(56) 씨네는 부산에 사는 다문화 가정이다. 부인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부인 구명희(46) 씨는 남편과 아들 도미타 데이빗(21·부산외대 컴퓨터공학과), 늦둥이 도미타 다니엘(10)을 두고 있다.

경북 대구가 고향인 부인은 일본으로 유학 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짖궂게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남편이 일본어 어학원 선생님의 친구였단다.

알고 보니 도미타 씨 가족은 한국과의 인연이 꽤 깊었다. 선친인 도미타 도시미츠 씨가 1929년부터 해방이 되던 1945년까지 16년간 군산에서 교장선생님과 교육감을 역임했다.

해서, 8남매(4남4녀) 중 막내인 그와 바로 위의 형만 고향인 규슈 구마모토에서 태어났고 나머지 형과 누나는 모두 전라도립병원에서 출생했다.

도미타 씨가 떠올리는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추억 한 대목.

"어렸을 때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울 땐 선친께선 항상 교육열이 높은 한국인들을 예로 드셨죠. 낮에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일을 해야만 하는 한국 아이들은 밤이면 저희 집을 찾아 선친께 공부를 배웠어요. 한국인 부모들은 그들이 농사 지은 무 배추 감 등 농산물을 학비 대신 갖고 왔어요. 선친께선 그 농산물은 그들이 안 먹고 갖고온 것이라 절대 받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한국에서 배운 김장을 구마모토에서도 직접 담가 구마모토에 김장 문화 전도사 역할을 했어요. 해서 일본에서도 김치를 먹었지요."

이런 한국과의 인연으로 대학 졸업 후 도미타 씨는 옛 조양상선 일본지사에 취업, 17년간 근무한 후 지난 1994년 항만물류 및 선박자동화시스템 회사인 (주)토탈소프트뱅크로 스카우트됐다. 영어, 선박회사 근무 경력, 컴퓨터라는 3박자를 갖춘 덕분이었다. 부산과의 첫 인연이 시작된 셈이다. 여기서 도미타 씨는 이집트 두바이 말레이시아 등의 업무를 전담하며 9년간 근무하다 2003년 항만IT 외국인투자회사인 (주)IPS를 설립해 줄곧 부산서 생활하고 있다.

"예전엔 명절 때 주로 남편의 고향인 구마모토에 다녀왔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좀 바뀌었죠. 한국에 살면서 한국을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남편 생각도 마찬가지였어요."

도미타 씨네는 올 설 연휴땐 한국 차례 음식을 해먹고, 아이들 외가가 있는 경북 의성을 찾을 생각이다. 도중 신라 천년고도 경주도 들를 계획이다. 명절 때 교통 체증이야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크게 두려울 게 없단다.

6년 전부터 국제신문 애독자인 도미타 씨네는 사실 취재 때 처음으로 한복을 입어본다고 했다. 한복은 취재용으로 협찬받았다.

자녀들은 물론 도미타 씨도, 부인 구명희 씨도 "한복이 이렇게 예쁘고 좋은 줄 몰랐다"며 "가족들 모두 한복을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이 유난히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서부 내륙 거창의 산들은 부드러우면서 힘이 넘친다. 금원산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현성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 있는 금원산(1353m)은 지리산 대성골과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분단의 아픈 현실을 간직한 현대사 비운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중 국군 토벌대와 파르티잔 양측의 최후 격전지가 지리산 대성골이라면 덕유산에 집결한 500여 명의 남부군이 지리산으로 가는 길에 들러 계곡에서 목욕을 한 곳이 바로 금원산이다.

 물론 차이는 분명히 있다. 대성골이 피비린내 나는 전장(戰場)이었다면 그래도 금원산은 분명 파르티잔의 일시적 휴식공간이었던 셈. 바로 그곳이 금원산이 자랑하는 유안청계곡. 유안청폭포를 비롯, 소와 담이 주변 숲과 어우러져 `거창 제1의 계곡'으로 손꼽힌다.

 영화 `남부군'에서 수백 명의 파르티잔이 남녀 구분없이 알몸으로 목욕하던 장면이 바로 유안청계곡이라고 하면 `아!'하며 새삼 그 장면을 떠올리는 산꾼들이 많을 것이다.

40여 년이 지난 1993년 금원산에는 자연휴양림이 들어섰다. 그리고 유안청계곡은 등산로의 일부로 새롭게 정비돼 만인에게 개방됐다. 비록 파르티잔의 흔적은 오간데 없지만 산꾼들은 계곡을 보며 현대사의 아픔을 되새긴다.

흔히 자연휴양림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산행팀도 가섭사지 마애삼존불 등 볼거리가 많은 지재미골로 올라 ‘역사의 현장' 유안청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물론 함양의 용추폭포에서 기백산을 거쳐 금원산을 오르는 짧은 코스도 있지만, 이 코스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볼거리가 없어 `금원·기백`을 올랐다는 기록만 안겨줄 뿐이다.

산행은 금원산 자연휴양림 안내도(매점)~문바위~가섭암지 마애삼존불~지재마을(민가)~임도~지능선~주능선~전망대~금원산 정상~헬기장~돌탑봉우리(1315m봉)~전망대~임도~유안청폭포~자운폭포~복합산막 입구~매점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이 평탄한데다 이정표도 잘 정비돼 있다.


매점 앞 휴양림 안내도 앞에서 `마애삼존불상 문바위'라 적힌 팻말이 가리키는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정같이 맑은 계곡을 지나면 곧 문바위 갈림길. 정면에 문바위가 보이고 `금원산 6.5㎞, 마애삼존불, 현성산'은 오른쪽 방향.
등산로 초입 계곡을 건넌다.

잠시 문바위를 보고 가자. 지재미골 입구에 서 있어 문바위라 명명됐다. 높이 20m, 너비 15m, 규모로 국내에서 단일바위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저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진다.

국내에서 단일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


다시 갈림길로 내려와 마애삼존불 방향으로 간다. 이제야 본격 산길이다. 산죽길을 에돌면 아름드리 이상의 엄청 큰 소나무가 기다린다. 왼쪽엔 문바위 뒷모습이 보인다. 저 높은 곳에 누군가 올라가 돌탑을 세워놨다. 올라가는 것은 차치하고 돌은 어떻게 운반했을까.

이내 가섭암 터. 마애삼존불상 관리건물 뒤쪽으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위굴이 있고, 그 중 안쪽 남향 바위에 삼존불이 새겨져 있다. 보물 제530호.

이제 편안하게 오솔길을 걷는다. 나무다리를 건너면 민가를 만난다. 지재마을이다. 밭이 잘 일궈져 있고 양지바른 곳에 진돗개가 졸고 있다. 10분 뒤 삼거리. 직진한다. 비로소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까지는 3.2㎞. 잇단 무덤을 지나면 임도. 오른쪽으로 50m,쯤 가다 다시 산길로 올라선다.

8분 뒤 지능선에 닿는다. 정면엔 현성산 정상(955m). 멀리서 봐도 단번에 화강암산임을 알 수 있다. 정상 왼쪽으로 서문가바위와 필봉이 이어진다. 이름이 재밌다 서문가바위. 흔히 임진왜란때 한 여인과 서(徐) 씨, 문(文) 씨가 피란을 왔다가 아이를 이곳 바위 옆에서 출산했다. 아이 아빠가 누군인지 정확히 몰라 이렇게 명명됐다는 설이 있지만 실은 고려말 공민왕때 노국대장공주와 함께 온 원나온 시종의 성이 서문(西門) 씨였다. 그 시종이 당시 이곳 안의땅을 식읍으로 받았다. 그러다 1914년 안의가 거창으로 편입됐다. 하지만 이후 호사가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엉뚱하게 와전되면서 전혀 근거없는 `서문가바위'로 돼버린 것이다.

지능선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낙엽과 솔가리가 한데 얽힌 푹신푹신한 양탄자길과 바윗길을 번갈아 20분 정도 오르면 주능선. 정상까지 2.7㎞. 이정표 뒤로 남덕유산 삿갓봉 무룡산 백암봉 등 백두대간 능선이 펼쳐진다.

이제 정상을 보며 능선길을 달린다. 10분 뒤 전망대. 왼쪽에 현성산과 오도산 비계산 별유산, 그 뒤로 가야산 단지봉 수도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에는 눈이 쌓여 있다.
              금원산 정상.

점점 경사가 급해지면서 곳곳에 밧줄이 매여져 있다. 능선마루에서의 경관은 빼어나지만 다소 무료하다. 이렇게 1시간30분 정도 걸으면 마침내 금원산 정상.

거창에서 출발했지만 정상은 함양군 땅이다. 정면에 돌탑 봉우리가 보이고 그 오른쪽 봉우리가 기백산이다. 기백산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를 보니 육중한 산세가 주는 장쾌함과 호방함이 뼈속까지 스며든다. 그 뒤로 거망산과 황석산이 이어지고 괘관산 백운산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에서 본 현성산.

하산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헬기장을 지나 8분 뒤 돌탑 봉우리(1315봉)에 닿는다. 여기서 유안청폭포 방향으로 직진한다. 15분 뒤 전망대. 방금 올라왔던 왼쪽 능선길이 훤히 보인다. 좀 더 내려가면 오른쪽에 기백산 책바위가 또렷하다.
             유안청계곡의 와폭.
           
         유안청계곡 제1폭포.

다시 40여 분 내려오면 임도.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 산길로 내려선다. 이제 `유안청폭포, 휴양림' 이정표를 보고 걷는다. 숲그늘 짙은 계곡을 따라 20분쯤 내려오면 유안청폭포. 90m, 정도의 비스듬한 일종의 와폭인 유안청폭포와 주변 경관을 보노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폭포 끝단 쯤 폭포 감상을 위한 일종의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자운폭포와 복합산막을 지나 20분이면 들머리인 매점 앞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 금원산 자연휴양림 통나무집 인상적

산꾼들 사이에서 금원산은 항상 기백산과 짝을 이뤄 언급된다. 같은 능선으로 연결돼 한번 산행으로 두 산을 함께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금원·기백'으로 불린다.

금원·기백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이웃 함양군에도 항상 붙어 다니는 산군이 있다. 바로 거망산(1245m)과 황석산(1235m)이다. 역시 한 능선으로 이어져 '거망·황석'으로 지칭된다.

이들 4개 산의 모산(母山)은 경남 거창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에 걸쳐있는 남덕유산(1507m).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월봉산(1279m)을 거쳐 두개의 능선으로 나란히 갈린다. 거창쪽으로 금원산~기백산, 함양쪽으론 거망산~황석산이다. 결국 크게 보면 금원~기백~거망~황석산이 말발굽처럼 하나의 능선으로 연결돼 있는 셈. 이들 산은 모두 1000m가 넘는 고봉이어서 조망이 탁월한데다 산세 또한 하나같이 빼어나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창군의 금원산 자연휴양림과 함양군의 용추 자연휴양림이 이들 봉우리 사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각각 위치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아침 일찍 부산을 출발하면 금원산 기백산을 하루에 종주할 수 있다. 원점회귀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한걸음에 내달아야 한다.

금원산 자연휴양림을 찾아 동화에나 나옴직한 통나무집과 주변 경관을 보았을 때 모두들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출발해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끽한 후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다.


TV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을 갖춘 콘도식 복합산막(사진)과 낭만적인 산꾼들을 위한 방갈로식 산막, 그리고 숲속수련장과 숲속야영장을 갖춰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 이틀 이 곳을 찾아 도심 속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최적의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콘도식 산막의 경우 5명이 하룻밤을 묵을 경우 사용료는 5만원. (055)943-0340

# 교통편 - 대전통영 고속도로 지곡 안의IC로 나와야

부산에서 거창 금원산 자연휴양림까지는 시외버스를 탄 후 거창읍에서 군내버스를 갈아타고 위천면에서 택시를 타는 방법이 가장 편리하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20~40분마다 있다. 1만1800원. 2시간40분 정도 걸린다.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위천면 방면으로 가는 군내버스(서흥여객)는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150원. 군내버스정류장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다리(중앙교)를 건너면 만나는 중앙시장 안에 있다. 10분 정도 걸린다.

위천면에서 휴양림까지는 택시(055-943-0300)가 편리하다. 거창읍에서 휴양림까지 바로 가는 택시(055-942-2080)도 있다..

위천면에서 거창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군내버스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있다.

거창에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30~4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4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서진주 분기점~대전통영 고속도로~지곡·안의IC~좌회전 안의 거창 방면~마리삼거리 좌회전~위천 무주 방면~위천면 좌회전~금원산 자연휴양림 순. 수승대에서 5㎞ 정도 거리.
※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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