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언양읍의 진산 고헌산 원점회귀 코스
영남알프스 살짝 비켜앉아 운치 맘껏 뽐내
정상 주변 망치는 방화선, 하루빨리 복원돼야
완만한 대통골 왼쪽 능선 걸으면 5시간소요


들어가기전-영남알프스의 서북단에 위치한 울산 울주군 고헌산(1033m)에 올라본 산꾼들은 알 것이다. 제2봉격인 1035봉에서 고헌산 정상으로 향하는 수백 m 능선길이 폭 7~8m의 방화선으로 파헤쳐져 있다는 사실을.
방화선(防火線)은 말 그대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워둔 산불저지선이다. 한마디로 산불 확산을 막고 인력 투입을 쉽게 하기 위해 수목을 잘라 만든 삭막한 산 속의 대로이다. 고헌산의 경우 방화선 때문에 억새는 길 좌우에 무성하지만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속된 말로 산을 다 망쳐놨다.
기자는 이 고헌산의 방화선은 현실을 망각한 탁상행정의 본보기라는 생각이 앞선다. 폭이 길어봐야 10m에 불과한데 1000m 이상 되는 고지에서 불어대는 거센 강풍이 이를 넘지 못할까.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방화선이 제 기능을 하려면 폭이 최소 50m 이상은 넘어야 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지금이라도 산림을 복원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모 지자체 산림 담당 공무원의 솔직한 고백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래도 늦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곳도 있다. 의령의 진산 자굴산(897m)이 좋은 본보기이다. 자굴산은 20여 년 전에 방화선을 구축했다가 최근 복원계획을 세웠다.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유지 관리에 따른 예산확보 문제, 그리고 의령의 진산(鎭山)이자 영산(靈山)을 파헤쳐둔 채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군민들의 진심어린 목소리에 군이 수긍했기 때문이다.

고헌산 제2봉격인 1035봉에서 방화선을 거쳐 고헌산 정상으로 향하는 일단의 산꾼들. 정상의 돌탑과 이정표가 확인된다. 여기서 마루금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삼각점이 있는 산불초소도 보인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고헌산은 영남알프스에서 한 발 비켜난 독립봉우리다. 맏형 가지산을 비롯한 나머지 8개 봉우리는 모두 마루금으로 연결되지만 이 고헌산만 유독 불고기단지로 유명한 경주 산내면 대현고개로 완전히 내려와 다시 주능선을 향해 땀을 바짝 한 번 더 흘려야 한다.

 과거 경주 산내에서 언양장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이 고개는 비록 지금은 포장이 돼 있지만 해발고도가 500m쯤 되는 데다 고헌산이나 가지산으로 향하는 경유지인 895봉까지 각각 1시간 정도에 불과해 큰 줄기의 능선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산줄기의 흐름으로 봐선 되레 경주 산내면과 청도 운문면의 경계에 위치한 문복산이 별개의 봉우리라는 이견도 있다. 강원도 태백 매봉산에서 출발한 낙동정맥 마루금이 경주 백운산에서 고헌산을 거쳐 문복산 대신 가지~간월~신불~영축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영남알프스 서부능선인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이 빠져버려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헌산과 문복산은 비록 영남알프스 주 산군에서 비켜나 있는 결격사유가 있지만 ‘1000m가 넘는 영남지방의 산군'이라는 정의에는 부합돼 고민끝에 결국 막차로 포함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주 산행지는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고헌산(高軒山·1033m). 정확히 말하면 울주군 상북면 두서면 언양읍과 경주시 산내면에 걸쳐있다. 울산의 진산이 무룡산이듯 고헌산은 언양의 진산이다.

예부터 언양사람들은 이 산 용샘에서 소망도 빌고 기우제도 지냈다. 고헌산은 부산서 비교적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한적한 산이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번잡하다는 가지산보다 훨씬 가깝다.

가깝고도 한적한 산, 고헌산. 해서 올해의 갈무리 산행지로 적합할 듯 싶다.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신기마을(이정석)~삼진아파트~보성빌라~경주김씨 공동묘지~지능선~전망대~1035봉~방화선~고헌산 정상(1033m)~산불초소(삼각점·1034m)~임도~도로~전원주택 조성단지~굴다리 통과~산전리 도동마을~경의슈퍼(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0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통상 고헌산 산행은 대통골 왼쪽길로 1035봉으로 오르거나, 고헌사를 거쳐 곰지골 왼쪽길로 상봉으로 향하는 코스가 보편적이다. 이 두 산길은 24번 국도 상에서 정상이 훤히 보일 만큼 급경사 오름길이어서 여간 힘들지 않다. 하지만 산행팀이 고른 대통골 왼쪽 능선길은 경사가 완만한 옛길이어서 그리 힘들이지 않고 등정이 가능하다.

상북면 궁근정리 신기마을 앞에서 하차하면 우측에 ‘신기마을'이라 적힌 이정석이 서 있다. 정면 저 멀리 검은 빛깔이 나는 계곡이 대통골, 그 오른쪽 너덜이 보이는 골짝이 곰지골이다. 고헌산 정상은 대통골과 곰지골 사이의 멧부리다. 산행은 왼쪽 저 멀리 보이는 KCG파크아파트 뒤 능선을 타고 올라 오른쪽으로 주능선을 탄 후 궁근정리와 이웃한 산전리 도동마을로 하산한다.


진우훼밀리아 아파트를 보고 마을로 향한다. 삼진아파트를 지나 보성빌라 왼쪽으로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정면에 눈덮인 가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또 갈림길. 이번엔 KCG파크아파트 앞에서 오른쪽 산 방향으로 향한다. 시멘트길이 끝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흙길로 간다. 경주 김씨 묘지군을 지나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오르면 공동묘지.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오르면 이때부터 본격 산길이다. 여기까지 왔으면 들머리는 대충 찾은 셈. 이정석에서 30분.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한 운치있는 산길이다. 약간의 경사는 있지만 호흡이 긴 지그재그식 옛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음지쪽엔 아직 잔설이 남아 있지만 산행엔 지장이 없다. 지능선까지는 대략 50분. 도중 두 번의 갈림길이 있지만 모두 우측으로 가면 된다.

1035봉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산군. 왼쪽부터 가지산중복 가지산 쌀바위 상운산 쌍두봉. 우측 마을이 그 유명한 산내 불고기단지이다.
1035봉에서 더 크게 본 주변 산세. 가운데 맨 뒤가 단석산, 그 앞으로 낙동정맥이 내달린다. 그 아랫마을이 소호리이다.


지능선에선 우측으로 향한다. 문복산과 고헌산 정상이 각각 보이고, 한 굽이 더 오르면 고헌산 2봉인 1035봉이 머리 위에 걸린다. 왼쪽 확 트인 지점에 서면 1035봉에서 이어지는 소나무가 빽빽한 낙동정맥능선~대현고개~목장을 지나 문복산과 운문령의 분기점인 895봉과 운문령이 한눈에 펼쳐진다. 마른 억새길을 지나면 우측으로 바위전망대. 발 아랜 들머리 신기마을과 저 멀리 운문령 가는 24번 국도가 뱀 기어가는 듯하다.

바로 위가 1035봉. 전망은 상봉보다 훨씬 더 좋다. 정면 돌탑 뒤 저 멀리 낙동정맥인 경주 단석산을 중심으로 우측으로 구미산 옥녀봉 벽도산 경주시내 소금강산 동대봉산 토함산 삼태봉 동대산 무룡산이, 그 앞 능선의 맨 오른쪽 국수봉을 기점으로 좌측으로 치술령 마석산 남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면 눈앞의 산허리에 길이 나 있는 산이 고헌산에 앞선 낙동정맥인 백운산이다. 고개 돌려 우측으로 고헌산 정상, 그 우측 연화산 무학산, 울산 문수산 남암산 꽃장산 대운산, 그 앞 능선으로 정족산 천성산2봉 천성산 금정산이 각각 확인된다. 그 오른쪽 앞 일자능선이 신불산, 그 앞 능선 우측으로 간월산 배내봉 오두산 송곳봉이, 24번 국도 끝 배내고개를 중심으로 오른쪽이 능동산, 그 뒤 오른쪽 천황산을 기점으로 좌측에 재약산 향로산이, 우측에 가지산중봉 가지산, 그 우측 앞으로 쌀바위 상운산 쌍두봉 지룡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히 영남알프스 최고의 전망대라 부를 만하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방화선. 하루빨리 복원돼야 할 것이다.

이제 고헌산 정상으로 향한다. 폭 7, 8m의 방화선이 능선길을 갈라놓고 있다. 산불 확산을 막고 인력 투입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방화선 탓에 억새는 길 좌우에 무성하지만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상봉은 10분 뒤, 삼각점이 있는 산불초소는 다시 3분 뒤에 닿는다. 울산 쪽 바다도 보인다.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는 고헌산 정상.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이 재측량한 결과 이웃한 봉우리가 높다고 표기해 '진짜' 정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산은 오른쪽 고헌사 방향. 삼각점이 있는 방향으로 직진하면 소호령 백운산 소호고개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 방화선을 따라 크고 작은 봉우리 4개가 보인다. 과거 기우제를 지냈다는 용샘은 삼각점 봉우리 남동쪽 아래 산사면 억새밭 쪽에 있다.

작은 돌탑을 지나 9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고헌사 신기마을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길은 점차 좁아지고 7, 8분 뒤 다시 갈림길. 우측 능선으로 올라선다. 이때부터 능선을 따라 직진만 하면 되지만 대신 조그만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밧줄에 의지해야 할 정도의 바위길도 내려선다. 언양읍내도 차츰 가까이 다가오고, 왼쪽 저 멀리 경부고속도로가 철탑과 나란히 달린다. 정면의 울산 문수산과 남암산도 점차 근접해 온다.

삼각점 봉우리에서 1시간40분 뒤 임도. 우측으로 150m쯤 가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곧 만나는 무덤 우측으로 하산길이 보인다. 15분 뒤 임도와 다시 만난다. 여기서 산을 벗어나는 도로까지는 7분 정도. 사실상 산행 끝. 여기서 굴다리와 도동노인정을 잇따라 지나 경의고·상북중학교 맞은편 24번 국도상의 버스정류장인 경의슈퍼 앞까지는 3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산불초소가 위치한 봉우리로 옮겨

고헌산의 해발고도는 널리 알려진 1033m보다 1m 높은 1034m. 산행 중 유심히 관찰한 산꾼이라면 알겠지만 2002년 10월에 삼각점을 지금의 정상에서 산불초소가 위치한 봉우리로 옮겼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항공사진측량 결과 이곳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 실제로 봐도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또 달라졌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2006년판 지형도에는 그간 1020m로 표기돼 있던 봉우리가 갑자기 1035m로 변해 있다. 기존의 정상이 1033m, 삼각점과 산불초소가 있는 봉우리가 1034m이기 때문에 순순히 해발고도로만 따지면 예전의 1020m, 지금은 1035m봉이 정상이 돼야 한다.

 고헌산 정상 주변 방화선은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속된 말로 산을 다 망쳐놨다. 폭이 넓어봐야 7~8m에 불과한데 1000m 이상 고지의 강한 바람이 이를 넘지 못할까. 당시 정책을 입안한 공무원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공무원의 정책 실명제 도입이 절실한 대목이다.

대통골은 경사가 심한 난코스. 전통의 부산 대륙산악회 등산학교의 졸업등반코스인 이 길은 로프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제법 전문성을 요하는 코스여서 아마추어 산꾼들은 유의해야 한다. 참고하길.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언양시장 내 위치한 '쌀전곰탕(052-263-6846)'. 시장 내 7~8개 쇠머리곰탕집 중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집. 35년 전통의 원조집이다. 시어머니와 함께 하다 3년전 며느리 김향화 씨가 물려받았지만 맛은 변함없다는 게 단골들의 전언이다. 국물이 투명하며 시원하다. 장날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넘쳐난다. 6000원. 수육 1만5000~2만5000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 후문에서 걸어서 1분 거리이다.

# 교통편 - 언냥터미널서 내려 석남사행 1713번 버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0분 걸리고 2500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석남사행 1713번 울산 좌석버스를 타고 상북면 궁근정리 신기마을 앞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8시, 8시40분, 9시10분 등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200원.

날머리 경의슈퍼 앞에서 언양행 1713번 좌석버스는 오후 2시40분, 3시25분, 4시15분, 4시40분, 5시10분, 5시40분, 6시10분, 6시40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현금 1300원. 언양에서 노포동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가지산 석남사)~창녕 밀양 24번 좌회전 뒤 언양시장 맞은 편 강변주차장(무료)에 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된다. 이럴 경우 길을 건너 언양시장을 관통해야 한다. 걸어서 5분 거리이다.






지리산 밖에서 보는 지리산 절경
오도재 위치한 지리산 제1문 들머리로
산행시간 4시간30분… 외길 이어져

너무 가까워 지리산 천왕봉의 사태난 부분까지 보인다.

금대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이며 주능선 앞 우측 봉우리가 창암산이다.

 북녘의 백두산과 금강산을 제외하면 지리산은 대부분의 산꾼들이 모산으로 여기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동경의 대상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 듯 하지만 하여튼 늘 가고 싶은 대상임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평소 뜸하던 산꾼들도 지리산이라 하면 배낭을 챙겨 슬그머니 버스에 몸을 싣는 것이 산악회의 일상사다. 이런 단적인 사례 하나만 보더라도 지리산의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주 산행팀은 지리산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 전체를 자세히 볼 수 없듯 지리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지리산 인근의 봉우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바로 함양의 삼봉산과 금대산이다.

서쪽에는 백두대간이 길고 긴 병풍을 치고 있고, 남북으로 각각 지리와 덕유가 첩첩이 벽을 두르고 있는 산의 고장 함양땅에서 삼봉산과 금대산은 사실 명함 내놓기가 좀 쑥스럽다.

산세로 봐서 거망이나 황석에 비할까, 해발고도로 남덕유에 갖다 붙일까. 어디 하나 뚜렷하게 내세울 것 없는 삼봉산과 금대산이 전국 산꾼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까닭은 바로 조망의 산, 다시 말해 ‘지리산 전망대'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봉산과 금대산보다 지리산 주능선에 더 가까이 위치한 삼정산도 지리산 전망대라 할 수 있다. 하나, 너무 턱 밑에 있어 일부 봉우리가 인근 봉우리에 가려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삼봉산과 금대산에 서면 서쪽 끝단의 노고단을 제외한 지리산 주능선의 모든 봉우리들과 거미줄처럼 얽힌 주요 계곡들을 일일이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코스의 들머리이자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가는 오도령 정상에는 볼거리인 ‘지리산 제1문'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오도재의 지리산 제1문.

산행은 오도령(773m)~관음정~촉동 갈림길~헬기장~삼봉산(1187m)~헬기장~창원마을 갈림길~등구재~백운산(927m)~금대산(847m)~금대암 순. 삼봉산에서 남쪽으로 백운산을 거쳐 금대산으로 내달리며 동서로 장대하게 뻗은 지리산 주능선을 클로즈업하는 형식이다.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안팎이며 거의 외길이라 길찾기는 아주 쉽다.


오도령(悟道領)은 서산 대사의 제자인 인오 조사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며 득도했다고 붙인 이름이자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와 옹녀가 전국을 떠돌다 마지막에 정착한 등구마을 인근으로 역사와 전설이 서린 곳이다.

주차장 입구의 ‘오도령'이라 적힌 이정석과 ‘지리산 제1문' 그리고 산신각을 지나면 ‘삼봉산'이라 적힌 나무팻말이 걸려 있다. 목장승길 대신 산신각 왼쪽 낙엽길로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오른쪽 저 멀리 함양읍이 보인다.

산행 초입 전망대인 관음정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80m쯤 급경사길로 오르면 전망대인 관음정. 지리산 조망을 우선 맛보기 해보라는 의미인 듯하다. 한눈에 봐도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시원하게 펼쳐지고, 이후 스쳐갈 금대산과 백운산 등구재는 보이지만 우측의 삼봉산은 숨어 있다. 결국 산세로 봐서 오도령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크게 도는 셈이다.

등로는 간혹 기복은 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우리네 삶처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기다리고, 편안한 낙엽길도 이어진다.

등로 왼쪽 첫 탈출로가 열려 있다. 함양서 지리산 가는 첫 동네인 촉동마을 가는 길이다. 인공 조림을 했는지 주변이 온통 잣나무 군락지다. 다시 오름길. 옛 헬기장을 지나 25분쯤 뒤 암봉 전망대.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천왕봉을 정면으로 보고 3시 삼봉산, 1시 금대산, 10시 방향으로 법화산이 보인다. 정면 발 밑으론 다랭이논과 등구마을이, 그 뒤 경사진 일자 능선이 벽송(사)능선과 광점골, 그 뒤로 두류능선과 국골, 그 다음 하봉으로 연결되는 초암능선과 그 우측으로 칠선계곡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이제 함양읍을 정면으로 보고 걷는다. 5분 뒤 능선이 휘어지면서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 뒤로 서리산(상산) 옥녀봉 천령봉이 보인다. 여전히 부침이 심한 낙엽길을 반복하니 시나브로 두 번째 암봉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 보면 읍내 쪽 상림도 확인된다.
삼봉산 정상.

10분 뒤 무명봉에 서면 앞선 전망대에서 정상이라 여기던 봉우리 뒤에 진짜 주봉이 보인다. 3분 뒤 만나는 암봉 앞에서 왼쪽으로 에돌면 이내 헬기장. 바로 직진해 밧줄을 붙잡고 오르면 집채만한 암벽. 이번엔 급경사 계단으로 내려가 완전히 떨어진 뒤 한바탕 땀을 빼면 삼봉상 정상에 올라선다. 과연 거칠 것 없는 최고의 전망대다. 주능선은 앞서 본 전망대의 그것과 큰 차이는 없고 이정표 뒤로 삼정산이 보인다. 발 아래 남원 산내면을 가로지르는 엄천강 우측으로 작은고리봉 만복대 큰고리봉 바래봉 덕두산도 희미하지만 식별된다.
산행 내내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백운산 정상.

함양 쪽으론 읍내 왼쪽 바위산이 백암산, 그 왼쪽 뒤로 천황봉 괘관산, 다시 왼쪽 뒤로 남덕유 서봉 할미봉 등 백두대간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그 오른쪽으로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이, 다시 우측으로 수도 가야 별유 비계 미녀 오도 감악 월려 황매 감암 정수 둔철 웅석봉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리산뿐 아니라 함양 거창의 산들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가히 조망의 산이라 부를 만하다.
금대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하산은 왼쪽 금대암(5.95㎞) 방향. 직진하면 함양과 남원의 경계인 팔령재 가는 길이다.

천왕봉을 보며 급경사 낙엽길로 내려선다. 헬기장을 지나 등로 왼쪽은 방금 지나온 능선, 오른쪽 2시 방향이 백운산 금대산. 5분 뒤 창원마을 갈림길을 지나 등로가 우측으로 휘면서 능선을 갈아탄다.

완만한 경사의 낙엽길이 30분 반복되다 이후 25분 정도는 아예 쏟아지는 급경사 낙엽길이 이어진다. 등구재 다 와서는 우점종이 낙엽송으로 변한다. 등구재는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산길. 왼쪽은 함양 창원마을, 오른쪽은 남원 산내면 방향이다. 옛날 함양 남원 사람들이 오가던 고갯길이다.

길 건너 숲으로 오른다. 낙엽송과 잣나무 조림지역이라 등로는 푹신푹신하다. 백운산 정상까지 35분쯤 걸리지만 시종일관 된비알이라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정상석과 무덤이 있는 백운산은 사실 독립 봉우리라 하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금대산은 백운산에서 30분.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정상에는 산불초소가 있다. 아뿔싸, 정상석이 반 토막나 누군가 윗부분을 살짝 올려놨다. 과연 최고의 전망대답게 지리산 주능선이 더욱 더 가깝게 다가온다. 자세히 보면 사태난 흔적까지 확인된다. 이정표 뒤 바위 위로 오르면 왼쪽 저 멀리 오도령과 지리산 전망대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금대산에서 유서깊은 천년고찰 금대암까지는 0.6㎞, 18분 걸린다. 금대암 입구에도 하봉 중봉 천왕봉…덕평봉 벽소령 형제봉까지의 파노라마 사진에 일일이 지명을 표시한 조망안내도가 서 있다.
금대암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금대암 입구에는 조망이 너무 빼어난 지점이 있어 조망안내판이 서 있다.

금대선원 앞 대숲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서면 금계마을 또는 마천면 소재지인 마천중학교에 닿는다. 35분 정도 소요된다.

# 떠나기전에
- 산신각, 변강쇠와 옹녀 전설 깃든곳   
 
이번 삼봉산~금대산 코스는 흔히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의 경계인 팔령재,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흥부의 출생지 흥부마을로 널리 알려진 남원 성산마을을 들머리로 시작한다.

하지만 산행팀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오도령에서 출발했다. 새로 생긴 '지리산 제일문'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곳 지리산 제일문 산신각은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여섯마당 중 하나인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와 옹녀가 전국을 떠돌다가 마지막에 정착해 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도령은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지리산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했던 유랑의 고개이자 함양사람들과 남쪽 해안가의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위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려면 넘어야 했던 생존의 길이었다.

속리산 말티재를 연상시키는 지안재. 최근 한국타이어 CF로 유명세를 탔지만 실은 몇 해 전 국제신문이 주최한 사진전에 출품됨으로써 세간에 알려졌다.

특히 오도령에 닿기 전 통과해야 하는 속리산 말티재를 연상시키는 꼬불꼬불한 길 지안재는 최근 한국타이어의 CF로 유명세를 탔지만 실은 몇 해 전 국제신문이 주최한 사진전에 처음으로 출품됨으로써 세간에 처음으로 알려졌음을 밝혀둔다.

첨언 하나. 흔히 삼봉산 기슭의 촉동마을에 가야 구형왕이 거주하며 무기를 만든 빈 대궐터가 있다는 등 마천 일대에 가야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고 있지만 이는 전혀 근거없는 사실이다.

함양군 관계자는 "김일손 선생이 쓴 '속두류록'과 향토문헌 등에는 촉동마을 일대에 등구사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현재 이 터가 등구사지로 추정되고 있는데 근래에 이곳 유물이 출토되면서 호사가들이 가야와 연관시켜 대궐터라고 해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교통편 - 오도령 넘는 버스 없어 택시이용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88고속도로 함양IC~함양~남원 인월 지리산 24번 국도 좌회전~지리산 백무 칠선 오도재 마천 1023번 지방도 좌회전~지리산 조망공원 지나~지안재~오도령 주차장 순. 금대암에서 오도령까지는 마천면 개인택시(055-962-5110)를 이용하면 된다. 1만5000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 걸리며 1만2400원. 오도령을 넘나드는 대중교통편은 현재 없다. 때문에 함양터미널 앞에 늘 대기 중인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 오도령에 가야한다. 1만5000원.

날머리 금계마을 승강장에서 함양터미널행 군내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자주 있으며 막차는 오후 8시. 함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30분에 있다. 만일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밤 9시10분.

심야버스도 있다. 금대암에서 택시를 이용해 함양터미널로 곧장 갈 경우 택시비는 2만5000원 안팎이다.


실제 천지봉, 지형도 상 표기와 달라
대체로 워킹산행, 구천산 정상은 암봉
단장면 감물리 출발. 걷는시간만 5시간40분
찾는 이 적은 청정산길, 영남알프스 보여

구천산 정상은 조망이 일품이다. 천지봉과 지형도 상의 천지봉인 삼각점봉 등 산행팀이 걸어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그 뒤로 정각산 구천산(同名異山) 재약산 천황산 향로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한 일(一)'자로 펼쳐진다.

"할머니, 천지봉이 어느 것입니까."

오치, 바드리와 함께 밀양의 오지마을 중 하나인 단장면 감물리 구기마을 노인회관 앞. 귓잔등을 매몰차게 때리는 혹한이 휘몰아치는 평일 오전 등산복 차림의 멀쩡한 산꾼 두 사람이 70대의 촌로에게 다짜고짜 산이름을 물었다.

이 추운 겨울에 웬 등산이냐고 걱정을 하면서도 그 할머니는 천절하게 노인회관 뒷산을 가리키며 "저거야"라고 답했다.

산행 전 생각했던 봉우리와 달라 이번엔 다른 할머니께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돌아온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더 여쭤보자 그 할머니는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더 던졌다. "나, 이 마을에 60년 살았어."

들머리 구기노인회관에서 본, 마을주민들이 지칭한 천지봉.

지형도 상의 천지봉. 삼각점이 있다.


 지형도에 표기된 산이름과 실제 현장에 와서 확인해보니 달랐던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영남알프스 맥따라 산길따라'라는 등산지도를 펴낸 대한백리산악회 이병진 산행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이나 기관이 등산지도를 발행할 땐 국토지리정보원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산꾼들로부터 천성산, 천성산제2봉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은 옛 명칭인 원효산 천성산으로 각각 표기하도록 지시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년 전 양산시는 그간 원효산 천성산으로 불리던 봉우리를 지역 내 문화원 등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각각 천성산, 천성산제2봉으로 공식적으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 대장은 "이의가 있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문서와 함께 이의신청을 하라는 퉁명스러운 국토지리정보원 담당자의 한마디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기관이 우리나라의 하고 많은 산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에 대한 애정이 많아 잘못된 산이름을 제보하려고 해도 절차가 왜 이리 까다로운지 한결같이 두 손을 들고 만다.

만일 산행팀이 취재 중 마을촌로나 산중 암자 내 노승으로부터 그간 묻혀 있던 산이름을 되찾았다고 가정하자. 현행법에 의한 절차는 해당 지자체의 지명위원회와 광역자치단체의 지명위원회를 거쳐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위원회 등 3단계의 지명위원회를 거쳐야 공식적으로 본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다. 500m대의 동네 뒷산 이름을 바꾸려고 누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총대를 매고 하겠는가.

이번 주 산행지는 밀양 천지봉~구천산.   
 
구체적 경로는 단장면 감물리 구기노인회관~천지봉(626m)~깨밭고개~무안 박씨묘~삼각점(629m·지형도 상 천지봉)~옛 헬기장~삼거리 임도(지형도 상의 당고개)~당고개~구천산·만어산 갈림길~옛 헬기장~구천산(639m)~옛 헬기장~구천산·만어산 갈림길~밀성 손씨묘~감물리 용소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40분.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 대로 산행을 했다면 빨리 끝났을 텐데 마을주민들이 제대로(?) 알려주는 바람에 이웃한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 산행은 예정보다 2시간이나 더 걸렸다.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청정산길이다. 이정표가 없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몇 차례 만나지만 그때마다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촘촘히 달아놓았다.

산행의 큰 그림은 구기마을 뒷산인 천지봉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 맞은편인 구천산을 찍고 감물리 구기마을과 이웃한 용소마을로 하산한다. 들머리에서 전 구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구천산 정상만 약간 위험한 암봉이며 전체적으론 워킹산행이다. 구천산에선 영남알프스 산군과 밀양 김해 양산 쪽 봉우리는 죄다 확일될 정도로 조망이 일품이다.

구기마을 노인회관 우측 화장실 뒤로 보이는 산이 마을주민들이 말하는 천지봉, 거기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 3시 방향쯤에 위치한 봉우리가 지형도상의 천지봉이다. 천지봉과 마주보고 있는 푹 꺼진 지점이 단장면과 삼랑진읍의 경계인 당고개이고, 당고개 우측 높은 봉우리가 구천산이다.

산행은 노인회관을 정면으로 보고 좌측 첫 번째 골목 포장로로 올라간다. 4, 5분쯤 가다보면 좌측 마른 억새 사이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푹신푹신한 솔가리와 낙엽이 뒤섞인 부드러운 산길이 기다린다. 무명봉을 살짝 넘고 봉분이 낮은 묘지를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들머리에서 20분. 지형도상의 천지봉과 당고개 구천산, 당고개 뒤 천태산 자락이 확인된다.

산행 중 뒤돌아본 모습. 가운데 잘록이가 단장면에서 삼랑진으로 이어지는 당고개, 그 우측이 구천산이다. 당고개 뒤로 보이는 산이 천태산이다.  
구천산 아래 감물리의 계단식 논이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오름길. 얼마 전 내린 눈이 음지에 남아 있지만 걷는데 지장은 없다. 15분 뒤 발걸음은 시나브로 산허리길로 가고 있다. 천지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약간 더 가봐도 능선길은 없고 산허리길이 뱀처럼 이어진다.

산행팀은 되돌아와 하얀 막걸리병이 잔 가지에 꽂혀 있는-이런 표시는 대개 무덤가는 길이다-지점으로 치고 오른다. 4분 뒤 예상했던 대로 묘지에 닿는다. 이후 길은 없다. GPS기기를 보니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그냥 치고 오른다. 9분 뒤 산길이 뚜렷한 능선 위로 올라선다. 왼쪽으로 30m쯤 떨어진 지점이 돌탑이 있는 천지봉 정상. 돌탑 좌측 나목 사이로 구천산 금오산 매봉이 보인다.

마을주민들이 말한 천지봉 정상. 돌탑이 서 있다.

돌탑을 보고 우측 능선길을 계속 걸으면 가래봉을 거쳐 단장면 단장리 동화마을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동화마을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내리막길로 유난히 쓰러진 나무들이 이어진다.

8분 뒤 갈림길. 반듯한 좌측 오르막 대신 우측으로 내려서다 6분 뒤 무명봉을 살짝 넘으면 일순간 급내리막길로 돌변한다. 그 종착역은 너른터. 깨밭고개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좌측은 단장면 국전리, 우측은 들머리 감물리 구기마을로, 당초 산행팀이 시작하려고 했던 지점이다.

깨밭고개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정면 아름드리 송림터널로 직진하며 올라선다. 5분 뒤 무안 박씨묘. 얼마 전 묘를 써 검은 천이 둘러쳐져 있다. 시야가 트여 정면 무명봉을 기점으로 왼쪽 구천산, 우측 안테나가 보이는 봉우리가 만어산이다.

앉은 터가 시원한 무안 박씨묘.
무안 박씨묘에서 본 만어산.(우측)

직진한다. 8분 뒤 갈림길. 우측 당고개 구천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으로 취경산 명필봉에서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12분 뒤 또 갈림길. 왼쪽 반듯한 산허리길 대신 우측 봉우리로 오른다. 13분 뒤 삼각점봉. 지형도 상의 천지봉이다. 삼각점 약간 못미쳐 우측으로 만어산과 감물저수지가 보이고, 만어산 우측 뒤로 종남산 우령산, 좌측 뒤로 덕대산이 확인된다. 감물리 계단식 논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하산은 직진. 9분 뒤 이번엔 좌측으로 신불 영축 오룡산 등 영남알프스가 보인다. 안부에선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반듯한 좌측 오름길 대신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마른 억새가 을씨년스럽게 장막을 치고 있는 옛 헬기장. 좌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아멘청소년수련장이다. 철조망과 5, 6m 간격을 두고 걸으면 10여 분 뒤 임도에 닿는다. 좌측은 금오산 약수암 방향. 우측 감물리 방향으로 10m쯤 가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때부터 산길은 없다. 사실 산행팀도 한 차례의 '알바' 끝에 겨우 찾았다. 크게 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5분이면 지형도상의 당고개에 닿는다. 앞선 임도에서 좌측 금오산 약수암 방향으로 가면 이 지점과 만난다. 이곳에선 좌측 삼랑진 안촌 방향 대신 우측으로 발걸음을 100m 정도 옮기면 정면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 길에 앞서 곡각지점에 열린 산길은 금오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참고하길.

50m쯤 너른 길을 따라가면 일순간 소로로 변한다. 이제 우측 저 멀리 감물저수지가 보여 산행이 거의 종반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여 분 뒤 마을 수호신격인 당수나무가 서 있는 당고개에 내려선다. '영축지맥 당고개'라 적힌 조그만 팻말이 눈에 띈다. 좌측 삼랑진 하부댐, 직진하면 구천산, 우측은 감물리, 우측 뒤쪽은 금오산 약수암 방향이다.

당수나무가 있는 당고개.

당고개임을 알려주는 작은 팻말.


팻말 우측 열린 산길로 오른다. 20분 뒤 갈림길. 반듯한 좌측 우회길 대신 직진형 우측인 능선길로 올라선다. 9분 뒤 만어산·구천산 갈림길. 우측 만어산 대신 좌측 구천산 방향으로 향한다.

8분 뒤 옛 헬기장을 지나면 암릉에 올라선다. 구천산은 정상 부위만 암릉이다. 조금 더 오르면 두 세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조망이 압권이다. 금오산이 손에 잡히고, 맨 뒤 능선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정각 구천 천황 재약 향로 신불 영축 오룡 염수 토곡산 등이 확인된다.

구천산 정상.
구천산 정상에서 바라본 맨 뒤 '한 일(一)'자의 일영남알프스 산군.
구천산 정상에서 시선을 약간 돌리면 금오산(가운데)이 보인다.
구천산 정상부는 암릉으로 이뤄져있다.

통상 이쯤에서 하산하지만 조금 더 암릉을 타면 '영축지맥 구천산 640m'라고 적힌 팻말과 돌탑이 눈에 띈다. 얼핏 보기엔 앞선 암릉이 더 높은 것 같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선다. 옛 헬기장을 지나 만어산·구천산 갈림길에서 올라왔던 우측길 대신 만어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5분 뒤 묘지 앞 갈림길. 묘지 좌측으로 직진하면 만어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분 뒤 역시 묘지 앞 갈림길. 직진형 왼쪽으로 가서 밀성 손씨묘를 지나면 8분 뒤 산을 벗어난다. 우측 당고개에서 300m 떨어진 지점이다.

산을 벗어나 들머리로 가는 도중 바라본 천지봉(왼쪽)과 지형도 상의 삼각점봉(약간 보이는 우측 봉우리).

이젠 좌측 들머리로 향한다. 용소마을회관을 지난다. 구기노인회관까지는 37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청정마을에 부는 개발 바람, 주민들 반대 투쟁

들머리 단장면 감물리는 오지 속의 오지이다. 과연 오치, 바드리와 함께 밀양의 3대 오지라 불러도 될 법하다.

마을 한 가운데 커다란 저수지가 위치한 감물리는 현재 생수공장 개발 허가 때문에 흉흉하다. 마을 입구에 '물없는 땅 어느 누가 살 수 있나-생수공장 반대 주민대책위'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민들은 샘물공장이 들어설 경우 수자원 고갈 등의 이유를 들어 수년 전부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공장 앞을 가로막거나 밀양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으며 할머니를 비롯한 주민들은 복면을 쓰고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7년째 재판이 이어졌는데도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주민들은 지쳐만 가고 있다. 이 평온한 마을에 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는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청정지역인, 천지봉~구천산에 살포시 둘러싸인 감물리의 해질녘은 무척 아름답다. 밤에도 불을 밝히는 고추나 깻잎 비닐하우스가 감물리 저수지에 투영될 땐 진주 남강 위에 떠있는 유등처럼 황홀하기까지 하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감물리행 버스 하루 2대 뿐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주말(토, 일요일)에는 오전 9시40분과 오전 10시20분에도 있다. 1시간 소요. 4000원. 밀양터미널에서 들머리인 감물리행 버스는 오전 8시10분, 11시50분에 있다. 1500원. 날머리 감물리 정류장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5시, 7시(막차)에 있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표충사 단장 1077번~금곡교 지나~감물 방향 우회전~감물리 이정석~중리 구기 좌회전~구기마을 0.7㎞ 표지석 좌회전~구기노인회관 순.

'영양 범벅'인 요긴한 간식거리-자녀 생일잔치용으로 적합
밤 대추 잣 호두 등 영양만점-냉동 후 해동해도 먹기 좋아

 
평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TBN(부산교통방송) '차차차'를 진행하는 MC 노주원(40) 씨는 집에서 오븐을 이용, 약밥을 자주 만든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 생일 잔치 때 케이크 치킨 등 상투적인 먹을거리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한번 만들어본 것이 의외로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노 씨는 이후 어버이날이나 어른들 생신 때 조금 더 신경을 써 약밥을 해드렸더니 어른들이 그렇게 좋아하실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 가정의 며느리로, 남편과 아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부로서 약밥만큼 요긴한 먹을거리가 없다는 것이 노 씨의 설명이다. 마치 '약밥 전도사'인듯 했다.

"얼마전 중국발 멜라닌 사태 땐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대단했잖아요. 잠잠해진 지금도 사실 100% 믿을 순 없잖아요. 그저 신선한 재료를 사와 내손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건강에 최고 아니겠어요."

한낮에 운전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노 씨와 함께 간편하게 오븐을 이용한 '영양 약밥'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재료〉찹쌀, 밤, 대추, 잣, 호두, 해바라기씨, 계피가루, 간장, 흑설탕, 황설탕, 건포도, 참기름, 식용유

▶재료준비   


 
10인용이다. 찹쌀 3컵(200㎖)을 잘 씻어 1시간 정도 물에 불린 후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간혹 온라인상에 5시간 불린다고 돼 있는데 이는 압력밥솥을 이용할 때입니다. 착각하지 마시길." 밤(15개)은 4등분, 클 때는 6등분, 대추(15개)는 씨를 발라내 가늘게 채 쓴다. 대추는 주름사이에 의외로 먼지 등 이물질이 많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해바라기씨는 볶은 것을 준비한다. 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날 것일 땐 잠시 볶으면 된다. 건포도는 단맛이 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호두는 껍질을 말끔하게 깐 것을 구입하면 좋아요. 그렇지 않을 경우 껍질이 이에 잘 껴 아이들이 싫어한답니다."

▶약물밥 만들기   


 
물을 찹쌀 3컵에 맞게 2와 3분의 2컵만큼 넣고 대추 씨를 넣고 끓인다. 3컵을 넣었더니 질었다고 했다.결국 2와 3분의 2는 시행착오의 결과물인 셈. 대추 씨 물을 쓰면 약밥 색이 잘 난다. 여기에 황설탕 1컵, 흑설탕 2분의 1컵, 진간장 1과 2분의 1큰술, 식용유 1큰술, 계피가루 2분의 1큰술 등을 먼저 넣고 잘 저은 다음 잣 2큰술, 건포도 해바라기씨 호두 각 2큰술과 찹쌀 3컵을 넣고 한번 더 잘 섞는다. 오븐에 넣기 전 물의 달기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간 달다 싶은 것이 나아요. 다 된 후 달기는 조금 약해지니까요."

▶구워내기   
 


오븐의 250도에 맞춰 30~35분쯤 익힌다. 시간이 다 되면 오븐을 끄고 밥할 때처럼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전자레인지는 전기세가 특히 많이 드는 데다 영양소가 많이 파괴되고 압력솥은 불조절에 신경을 써야 됩니다. 초보자는 오븐이 무난합니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용기를 꺼내 참기름 1큰술을 넣고 저어주면 맛있는 약밥이 완성된다. 만일 집에 컵케인(머핀) 은박지가 있으면 예쁘게 포장해 아이들에게 낱개로 주면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다. "냉동실에 얼렸다가 해동해 먹어도 좋아요."


 

-부산 서면 샤브샤브 전문점 '어바웃샤브'
소스는 칠리 겨자 간장 등 셋-해물 쇠고기 칼국수 등 푸짐
가격 대비 만족도 아주 높아-홍탕 맵지만 깊은 맛 덜해
 
 한겨울에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것은 인지상정. 털털한 사람들이야 돼지국밥에 소주 한 잔이면 만사 OK이겠지만 아직도 일부 깔끔 떠는 여성들은 약간 꺼리는 편. 해서 남녀 데이트 음식으론 일단 제외.

오뎅탕도 떠오른다. 한데 이건 일종의 간식 또는 술안주용이다. 일본식 선술집에서 별미로 즐길 수 있으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가족 외식용으로 역시 적합하지 않다.

이 겨울 남녀노소 공히 개운하게 먹을 수 있는 국물있는 음식은 없을까. 육류와 야채 그리고 해물까지 골고루 포함된 웰빙음식 샤브샤브면 어떨까.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샤브샤브가 약간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아마 그는 오랜 기간 유명 호텔이나 부산 샤브샤브의 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범어사 입구 남산동 '경희궁'쯤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맛은 있지만 가격면에서 약간은 부담스러운 곳이 아닌가. 시내 한가운데가 아니라 너무 한쪽 편에 치우쳐 있어 접근성마저 신통치 않다.   
 
애오라지 맛있는 집을 찾기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는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레이더망에 괜찮은 샤브샤브집이 한 곳 포착됐다. 서면 밀리오레 맞은편, 부전도서관과 이웃한 '어바웃 샤브'. 초록빛의 제법 큰 간판이어서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봤음직 할게다.

육수는 둘을 택할 수 있다. 해탕(왼쪽)과 홍탕.

해물.

쇠고기. 호주산이다.



세 가지 소스. 왼쪽부터 칠리, 겨자, 간장.

칼국수용 사리.

대나무밥.

만두도 나온다.



첫 인상은 사실 이랬다. 서면 중심가에 있는 식당이야 비싸고 맛없고, 뭐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저녁 식사시간인 오후 7시. 평일인데도 빈 테이블이 없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안쪽으로 안내한다. 내부구조는 'ㄱ'자 형태여서 안쪽이 산만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저렴하고 푸짐한 패밀리 세트 메뉴를 시켰다. 3~4인용이다. 쇠고기 2인분과 새우, 모듬 해산물, 고기포자 만두, 대나무밥 그리고 음료 1병이 나온다. 가격은 3만8000원.
   
눈길 끄는 점은 육수. 홍탕 백탕 해탕 중 2개를 고를 수 있다. 궁금해 물어보니 홍탕은 국내산 고추씨 기름과 16가지 천연양념의 매운맛, 백탕은 사골육수, 해탕은 가다랑어 육수란다. 홍탕과 해탕을 골랐다. 백탕은 몸매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닭가슴살과 곁들여 먹는다고 한다.

어떻게 두 가지를 갖고 올까 의아해했는데 궁금증은 금세 풀렸다. 특수 제작된 태극 무늬의 냄비였다. 오래전 아이디어 메뉴로 히트를 친 '짬짜면' 그릇을 떠올리면 될듯 싶다. 홍탕에는 파와 홍고추가, 백탕에는 다시마와 무 조각이 약간 들어 있었다. 밑반찬은 겉절이 김치, 야채 샐러드, 아삭이고추. 소스는 세 가지였다. 매콤달콤한 칠리소스, 땅콩을 곁들인 겨자소스, 사과식초를 넣은 간장이 그것.

동행한 맛집 카페 회원 김미선 씨는 "처음 왔을 때 홍고추를 그대로 두고 끓여 막판에 너무 매워서 거의 먹지 못했다"며 고추를 빼자고 제안해 약간 끓이다 건져 냈다.

육수가 끓을 동안 메인 음식이 나왔다. 딱히 정해진 순서는 없지만 야채 해물 대나무밥 만두 새우 쇠고기와 칼국수용 사리(쑥 감자)순이었다.
   
콩나물을 탑처럼 쌓아올린 접시에는 표고버섯 팽이버섯 배추 양파 청경채 쑥갓 치커리와 별미인 치즈떡 고구마떡 만두가 놓여 있다. 참취라 불리는 참나물도 눈에 띈다. 해물은 낙지 조개 오징어 꽃게 가리비가 나온다. 쇠고기는 호주산이다. 그야말로 푸짐한 성찬이다.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맛은 어떨까. 한마디로 가격 대비 만족도는 아주 높다. 크게 흠 잡을 데가 없다. 야채와 해물은 싱싱하고 홍탕은 이름 그대로 매웠다. 매운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이 될 것 같다. 쑥과 감자로 만든 칼국수도 별미다. 그래도 양이 차지 않으면 죽을 시키면 된다. 1인분 1500원.

아쉬운 점도 있다. 홍탕은 맵기는 하지만 깊은 맛은 덜하며 겨자 및 칠리 소스는 약간의 단맛이 나는 듯하다. 그렇다고 큰 문제는 아니다. 약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대신 사과식초의 간장은 아주 깔끔하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12명 단체석이 준비돼 있으며, 'ㄱ' 안쪽에 40명 단체회식도 가능하다. 서면 한가운데 위치해 있지만 같은 건물 1층에 주차장도 있다. 2시간 무료. (051)818-7179


◆ 주인장 한마디 - "20, 30대 젊은층 주 고객…차츰 가족외식 고객 늘어"

'어바웃 샤브'는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샤브샤브 체인점으로 부산·경남 1호점이다. 아직 2호점은 없다. 적지 않은 식당이 문을 닫는 이 불경기에 이곳은 높은 가격과 무거운 느낌의 샤브샤브를 캐주얼한 스타일로 바꿔 장삼이사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20, 30대 젊은층이 주 고객입니다. 특히 여성들이 선호하더군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 여성들이 가족들과 함께 다시 찾습니다." 황보 원주(42) 사장의 설명이다.

체인점이라 전적으로 본점의 메뉴에 따라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부산은 싱싱한 해물이 장점이기 때문에 체인점에서 재량껏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협의는 거쳐야 하지만.

어떤 음식에 어떤 소스를 곁들여야 하는지 3가지 소스에 대해 물어봤다. 답은 이랬다. "딱히 가이드라인은 없습니다. 다만 손님들의 입맛을 종합해 볼 때 야채는 사과식초를 곁들인 겨자소스, 돈육은 칠리소스, 닭가슴살은 겨자소스가 어울린다고 하며 해물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황보 사장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요즘은 친절도도 맛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희 집은 생긴 지 얼마 안돼 손님이 한꺼번에 몰릴 때 약간은 미숙한 편입니다. 앞으로 고쳐나가야 될 점입니다." 이런 다짐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지룡산은 암벽 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우리 국토의 3분의 2는 산. 고봉준령의 명산에서 시골 구릉에 이르기까지 온통 산자락이 겹겹이 이어져 나라땅 어디에도 반듯한 지평선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광활한 지평선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김제평야의 이름이 그토록 드높을까.

그렇다 보니 우리 삶은 늘 산과 함께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만 뜨면 온통 산인데도 어느날 문득 삶이 지쳤다고 느껴질 땐 너나없이 심산유곡 깊은 산골로 들어가 위안을 찾았다.

이런 우리의 산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있으니 바로 산사(山寺)이다.
4세기 불교 유입 당시만 해도 절집은 도시 한복판에 있었다. 그러다 7세기 신라의 삼국통일 후 교화와 회유를 위해 화엄10찰을 변방에 세웠다. 이후 9세기엔 선종의 유행으로 구산선문(九山禪門)이 개창돼 산사의 전통이 점차 확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산사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딱히 불자가 아니더라도 부석사 은행나무길이나 선암사 매화 등은 줄곧 필부들을 유혹했다. 이름없는 절집의 예쁜 문창살도 잠시 쉬어가는 길손에겐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산행 중 산사와의 조우는 산꾼들에게 크나 큰 즐거움이다. 산세나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조망 못잖은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선승이 건네는 차 한 잔은 피로를 말끔히 가셔준다.

청도 지룡산(659m)이 그렇다. 영남알프스 언저리에 위치한 지룡의 품안에는 운문사와 그 부속암자인 북대암 청신암 내원암 사리암이 거의 지척에 담장을 맞대고 있다.
필부들은 대개 `운문산 운문사'를 한 세트로 떠올리지만 지룡산을 거쳐 사리암으로 내려서다 보면 상황은 예상을 벗어난다. 운문산은 남쪽 아주 저 멀리 보이는데 발아래는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똬리를 틀고 있다. 사리암을 거쳐 도달한 운문사 현판에는 `호거산 운문사'라 적혀 있다. 호거산이 지룡산인가, 아니면 지룡산 서쪽의 호거대가 호거산인가. 그럼 운문산은…. 혼란의 연속이다.

운문사와 청도군 심지어 청도문화원에서도 속시원한 답이 안들리고, 지식의 보고라는 인터넷에는 아예 이런 의문조차 없다.

취재결과를 굳이 종합해 보자면 지룡이란 이름은 견훤과 관련된 전설은 있지만 옛 문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 근래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또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근접한 곳에 위치한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를 호거산으로 간주해 달았을 수도 있다. 또 원래 대작갑사이던 절을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로 사액한 뒤 운문산이란 이름이 자연스레 명명되지 않았나 싶다. 이는 17세기 이중경의 `유운문산록'에서 보듯 이 일대 전체가 운문산으로 불렸음을 방증한다.

산행은 운문면 신원리 승호장가든~전망대 바위~밀성손씨묘~(밧줄의지) 잇단 암벽오름~옛 무덤터~전망대 바위~삼각점(돌탑)~지룡산 정상~삼각점봉~전망대 바위~지룡산성 흔적~전망대 바위~829봉(헬기장)~헬기장~사리암·배넘이재 갈림길~전망대~사리암 갈림길~사리암~운문사~운문사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때묻지 않는 산길과 약간은 버거운 암릉이 인상적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운문령을 지나 청도가는 69번 지방도와 운문사 진입로 입구, 그리고 청도에서 운문댐을 돌아 운문사로 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가 들머리다. 눈에 띄는 간판 `승호장가든'을 등지고 운문령(석남사) 방향으로 5m쯤 가면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밀성손씨 제단 앞에서 왼쪽으로 15분쯤 가면 첫 전망대. 정면 제일 뒤 도롱굴산과 방음산이, 맨 우측에는 옹강산 가운데능선이 보인다.

계속되는 된비알. 밀성손씨묘와 TV 안테나를 잇따라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2시 방향의 깨진 바위가 상징인 억산, 그 왼쪽 뒤 범봉, 그 우측 암봉인 호거대(등심바위), 그 뒤로 각각 개물방산과 구만산이 확인된다.

부처손이 지천인 바위를 오르면 정면에 거대 암봉. 갈림길이다. 여기서 방법은 두 가지. 오른쪽으로 에돌아 암봉을 우회하든지, 암봉 벽 우측 틈새로 치고 오른다. 이창우 대장은 암봉을 치고 올랐고 나머지는 우회했기에 모두 리본이 붙어있다. 이 대장에 따르면 암봉의 난이도는 험하기로 소문난 가지산 북릉의 배 정도. 때문에 반드시 경험있는 산꾼이 동행할 경우에만 시도하자. 보조로프는 필수.

산허리를 8분 정도 우회하면 다시 암벽. 밧줄이 있는데다 암벽에 층이 있어 오를 만하다. 발 아래 운문사 주차장과 아름다운 절 진입 숲길이, 고개들면 호거대가 손에 잡히는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10여 분 뒤 암벽 앞 갈림길. 우회하든지, 밧줄에 의지해 오르든지 고민하다 밧줄을 붙집고 힘겹게 오른다. 정면 억산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산행 도중 바라본 주변 조망. 맨 우측 억산 깨진바위를 기점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초입 암릉을 잇따라 오르면 산행 들머리 신원리가 발아래 펼쳐진다. 삼거리인 이곳은 왼쪽 운문사, 오른쪽은 운문령, 직직하면 청도읍으로 가는 길이다.

 양지바른 옛 무덤터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전망대와 돌탑이 있는 삼각점 봉우리에선 정면 쌍두봉과 가지산 쌀바위가 조망된다. 정상은 이제 머리 위. 틀에 찍은 듯한 비스듬히 누운 주상절리를 지나 7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마침내 정상. 옛 신선봉 자리다. 하산길은 정상석 뒤로 열려있다. 직진하면 북대암 또는 운문사 주차장이 있는 황점리로 이어진다.
지난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정상석. 옛 신선봉 자리다.

살짝 한 번 내려섰다 올라서면 삼각점. 옛 정상자리다. 이내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문복산과 계살피계곡이 보이고 이어 돌탑이 있는 봉우리 인근에선 지룡산성 흔적이 역력하다.

대략 이쯤부터 약간의 부침이 있지만 능선길. 우측 저 멀리 운문사가 보이고, 곧이어 내원암 가는 갈림길도 만난다. 20분쯤 뒤 전망대에 서면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역삼각형 모양으로 앉아있다. 10분 뒤 오름길로 잠시 땀을 내면 헬기장인 829봉에 닿고, 여기서 10분쯤 더 가면 또 다른 헬기장에 닿는다. 왼쪽 나선폭포 대신 오른쪽 사리암 방향으로 간다. 곰 형상을 한 벼락맞은 나무를 지나면 갈림길. 돌탑이 서있다.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삼계리 또는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배넘이재 방향.

산행 도중 발아랜 운문산가 보인다.
운문사와 북대암.
사리암 갈림길 직전 조우한 벼락맞은 나무. 얼핏 보면 마치 곰을 닮았다.

사실상 하산길이다. 운문산 정상이 정면에 보인다. 사리암은 하산길의 우측 방향에 있음을 인지하고 30분쯤 내려서면 갈림길. 우측 산허리를 타고 간다. 너덜을 지나 아슬아슬한 암벽 허리를 탄다. 암굴과 수 십개의 크고 작은 공덕탑을 지나면 비로소 사리암. 갈림길에서 23분. 사리암에서 계단길로 10분이면 주차장에 닿고 여기서 다시 운문사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25분쯤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나반존자 모신 사리암 기도도량 명성

 오랜만에 지룡산을 찾은 이창우 산행대장은 "지금 정상석이 서 있는 지점이 옛날의 신선봉이며, 15분쯤 뒤에 만나는 삼각점 봉우리가 옛 지룡산 정상"이라고 말했다.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도 삼각점이 있는 지점에 지룡산이라고 표기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상석의 해발고도는 삼각점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정상석은 알고보니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 정상석이 지룡산 산행을 약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희용 새한솔산악회 회장은 "당시 회원들이 그 무거운 정상석을 번갈아 지고 올라간 기억이 뚜렷하다"고 말한 후 "막상 삼각점이 있는 산길 옆 한 귀퉁이에 세우려 했지만 너무 좁아 그곳보다 높고 터가 넓은 지금의 신선봉에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발고도를 삼각점의 그것으로 새긴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산행팀이 지금와서 볼 때 정상석의 위치는 합당하지만 해발고도는 신선봉의 그것으로 하면 안성맞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나반존자를 모신 날머리 사리암은 향일암 보리암과 더불어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기도도량. 사시사철 밤낮없이 기도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운문사보다 앞서 산문을 연 북대암은 조망이 빼어나며 내원암은 개울 건너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어 특이하다. 청신암은 돌탑 앞에서 기도하면 득남한다는 전설이 있다. 사리암을 제외한 세개의 암자는 입구까지 차가 올라간다.

500년된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로 유명한 운문사에선 불전사물(佛典四物)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불전사물은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尼僧)이라는 독특함도 있지만 이보다 50여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장삼과 가사로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 교통편 - 청도터미널서 운문사행 버스 타야

대중교통편의 경우 기차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13분, 6시47분, 7시30분, 8시3분, 9시5분에 있다. 58분 걸리며 4500원. 청도역에서 150m 떨어진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운문사 입구 신원(리)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1시간 걸리며 3200원.

날머리 운문사공용주차장에서 청도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에 있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3분, 5시15분(새마을호 6700원), 5시41분, 6시44분, 7시42분, 8시44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가지산 석남사)~밀양 창녕 24번 좌회전~궁근정삼거리서 경주 운문령 운문사 방향으로 69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 국도~경주 운문 20번 좌회전~금천지 동곡리~20번 운문~언양 운문사~신원1교~방지초등 문명분교~송호가든 순. 운문댐 드라이브도 가능한 이 길은 청도IC에서 들머리까지 다소 먼 25㎞이니 참고하자.


 

 

그림같은 억새군락·수직 기암괴석 암봉
뜻밖의 눈꽃 터트린 너! 더욱 새롭구나
겉으론 부드러운 육산, 정상부는 암릉의 연속
쭉쭉 뻗은 낙엽송·수려한 계곡의 보석같은 산
주능선 오르면 뒤로 백운·남덕유산 동시 조망


 세간에 덜 알려진 길로 걷다보면 뜻밖의 결과와 맞닥뜨릴 경우가 왕왕 있다. 일종의 파격인 셈. 각본대로 움직이는 잰걸음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만면에 미소를 띠며 호사를 누릴 때가 있는 반면 잔뜩 기대치를 높여 한달음에 올랐건만 초라한 행색으로 나그네를 맞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산청 석대산과 하동 깃대봉이 전자에 해당된다면 거제 대금산과 지리산 만복대가 후자에 속한다고 감히 적고 싶다. 이들 산은 공통점이 있다. 은둔의 산이었거나 오랫동안 산꾼들로부터 잊혀져 있었거나, 아니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이다.

 산청 산꾼들조차도 금시초문이라던 석대산은 알고보니 전형적인 진달래산이었다. 산사면 전체가 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행 내내 진달래가 방긋 웃으며 길손을 맞는다. 깃대봉에선 늘푸른 산죽과 눈덮인 지리산 천왕봉이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반면 진달래산으로 유명한 거제 대금산은 7, 8부 능선까지 차가 올라와 쓴웃음을 짓게 했고, 지리산 유일의 억새산행지로 알려졌던 만복대는 키 작은 관목들이 웃자라 `억새산행'이란 용어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인적드문 새 길로 오른 함양 괘관산은 억새군락이 뜻밖의 기쁨을 안겨준다. 흩날리는 가녀린 몸부림은 가히 겨울산행의 덤이다. 겨울산도 이럴진대 절정의 만추에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운치있는 낙엽길에 이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을 배경으로 자리매김한 억새평원은 한 폭의 한국화에 다름아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육산인 일명 갓거리산인 괘관산(掛冠山·1252m)은 정상부의 수 십길 단애로 이어지는 암릉과 하산길의 수려한 계곡, 호젓한 낙엽길, 그리고 억새군락이 숨은 보석이다.

 산세로 보자면 지명도에서 한 수 위인 백두대간 백운산에서 동쪽으로 갈라져 나와 원통재(일명 빼빼재)에서 잠시 고도를 낮췄다가 불쑥 솟은 능선상의 최고봉이자 함양읍 북쪽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암봉이다.

 산행은 병곡면 지소마을~원산목장(잇단 2개의 문 통과)~쓰러진 막사~억새군락지~낙엽송 숲길~경주김씨묘~주능선~잇단 헬기장(4개)~태양열 안테나~괘관산·천황봉 갈림길~괘관산~괘관산·천황봉 갈림길~안부사거리~돌탑~천황봉~안부사거리~하산길(산죽길 계곡길)~지소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안팎. 이정표 정비는 양호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지소마을 입구의 지소교를 건너 직진하면 우측에 `괘관산 등산안내도'. 이 길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직진한다. 흑염소를 키우는 원산목장이 길을 막는다. 잇단 2개의 문을 통과한다. 시건장치는 반드시 잠글 것.

 흑염소는 오간데 없고 카키색 낙엽길이 그림같다. 20분 뒤 첫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간다. 억새군락이 기다린다. 이름깨나 알려진 억새 산에 버금간다. 다 쓰러져 가는 막사를 지나면 이후 오를 마루금이 확연히 드러난다. 생각보다 온유하고 가깝다. 눈 앞의 억새와 붉은빛의 낙엽송, 그리고 부드러운 마루금의 조화가 장관이다.

산행 초입엔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길. 
낙엽길에 이번엔 억새길. 마른 억새밭이 이럴진대 만추에 오면 황홀경에 빠질듯하다.


 인공조림을 한 듯한 낙엽송 숲길로 접어든다. 솔가리보다 작은 붉은 톤의 침엽(針葉)이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15분이면 낙엽송 숲길을 벗어나 다시 낙엽길로 이어진다. 5분 뒤 경주김씨묘. 정면으로 치고 오르면 바로 주능선. 들머리에서 70분.
1000m 이상의 고지라 아직 눈이 남아있다. 심한 곳은 무릎이 빠질 정도다. 오른쪽으로 향한다. 왼쪽은 원통재 방향. 외길 능선이라 길찾기 염려는 붙들어 매시길.

 이때부터 4개의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서 주변 조망을 감상한다. 등로는 선율처럼 부드러운데다 암팡진 비탈도 거의 없다. 5분 뒤 만나는 헬기장은 흔적만 있을 뿐 그냥 지나치기 쉽고 10분 뒤의 헬기장은 조망이 빼어나다. 뒤돌아 보면 정면에 백운산(白雲山)이 이름 그대로 흰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하고 그 오른쪽으로 영취산 깃대봉 할미봉 서봉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왼쪽(남)으론 월경산 중재도 보인다. 정면 왼쪽의 괘관산도 구름에 가려있다.
백색천국 괘관산 정상으로 향하는 이창우 산행대장. 사진 왼쪽 눈길능선이 그 길이며 오른쪽 도로는 원통재로 오르는 37번 국도. 그 뒤로 백두대간 상의 희미한 월경산 능선이 보인다.


 한 차례 내려섰다 올라서면 세 번째 헬기장. 조망이 더 넓다. 신기하게도 들머리와 정상이 좌우에 각각 포진해 있다. 10여 분 뒤 네 번째 헬기장. 지도상으로 대략 1100m. 괘관산(1.6㎞)은 왼쪽, 천황봉(2.3㎞)은 오른쪽, 그 사이 잘록이가 하산길이다. 이때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눈꽃산행이 시작된다. 이렇게 35분. 이번엔 억새 위에 눈꽃이 만발했다. 태양열 안테나를 지나면 이내 갈림길. 불과 300m 거리의 왼쪽 괘관산을 다녀온 후 다시 오른쪽 천황봉으로 간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좌우 발밑이 모두 낭떠러지라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산죽에 이은 암릉길로 제법 만만찮다. 눈이 얼어 있는데다 좌우 발밑이 낭떠러지이기 때문이다. 정상석 앞에선 쾌청한 날일 경우 남덕유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과 용추계곡 쪽의 황석 거망 금원 기백산이 훤히 보인다지만 뿌연 운무 탓에 실체조차 확인못해 안타깝다.
천황봉 정상 직전.
천황봉 정상. 주변에는 10여 기의 공덕탑이 세워져 있다.

 다시 원점인 갈림길. 이번에 천황봉(1228m)으로 향한다. 내리막 빙판길이다. 10여 분 뒤 안부사거리. 직진하면 천황봉(0.5㎞), 오른쪽은 들머리 지소마을. 천황봉을 다녀온 후 하산한다. 15분이면 천황봉에 닿는다. 정상석 주변에는 10여 기의 신비스런 대형 돌탑이 서 있다. 바로 옆 흉물스런 산불초소가 경관을 망치고 있다.

이제 본격 하산. 13분 뒤 `식수 준비하는 곳'이라 적힌 팻말이 있지만 샘터는 없고 졸졸 흐르는 계류만 있을 뿐이다. 지소마을까진 1.75㎞. 조금 더 내려서면 계류와 나란히 달린다. 계류를 건널 즈음이면 유량이 제법 늘어 연이어 소(沼)가 나타난다. 숲까지 울창해 여름 계곡산행지로도 손색이 없겠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낙엽송 숲길과 사방댐을 잇따라 지나면 `괘관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는 지소마을에 닿는다. 안부사거리에서 55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취재팀 지소마을서 원점회귀코스 개척   
 
산의 고장 함양에서 괘관산은 명함조차 내기 힘들다. 워낙 내로라하는 산들이 지천으로 터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쪽 맨 끝단 남덕유에서 남으로 장수군과의 경계를 따라 서봉 할미봉 깃대봉 백운산 월경산 등 백두대간의 봉우리가 이어지고, 남쪽에는 천왕봉을 중심으로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 중봉 하봉 등 지리산 주능선이 내달린다. 거창군과 인접한 북동쪽에는 월봉산을 거쳐 용추계곡을 따라 황석 거망, 금원 기백이 말발굽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밖에 지리산 주능선이 가장 잘 조망된다는 금대산과 삼봉산 삼정산에도 산꾼들의 발걸음이 비교적 잦다.

 함양군의 가운데에 위치한 괘관산 산행은 지금까지 백전면과 서하면의 경계인, 1001번 지방도 상의 원통재에서 시작해 거연정이 위치한 화림동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가이드산악회가 주로 애용한 코스였다. 취재팀은 워낙 오지라 군내버스도 없는 들머리 지소마을로 접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괘관산 정보 하나. 함양군은 병곡면 광평리 괘관산 일대 184㏊ 면적에 생태숲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한다. 수 년 후면 또 하나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산행시 유의점 하나. 원산목장 출입문을 통과한 경우 반드시 문을 잠그자. 흑염소 탈출을 막기 위함이라고 주인이 신신당부했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흑돼지 삼겹살로 유명한 읍민각(055-963-6262). 함양읍 함양시장 내에 위치해 있다. 함양군청에서 차로 2~3분 거리. 일제강점기땐 공회당, 극장으로 이용된 자리다.

일교차가 심한 함양서 키운 흑돼지 생고기라 육질이 단단하고 한 눈에 봐도 선홍색으로 싱싱하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돼지고기와 궁합이 맞다는 초피(경상도말로 제피)장아찌와 말린 파래를 막장에 버무린 신기장아치 등 밑반찬이 독특하고, 된장찌개 대신 들깨를 특히 많이 갈아넣은 시래깃국도 일품이다. 그릇 또한 공방에서 주문한 분청이라 운치도 있다.


# 교통편 - 부산서 대중교통 이용땐 당일치기 불가능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88고속도로 함양IC~함양~백전 함양 직진~함양군청 지나~백전 병곡 상림 우회전~서하 병곡 백전 좌회전~원산마을 방향 우회전~옥계저수지 지나~원산마을 지나~원산교~지소교~병곡면 지소마을 민재여울목 산장 옆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100% 원점회귀. 함양의 자랑 상림을 경유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대중교통편은 하루 세차례 있지만 부산서 출발할 경우 시간이 맞지 않아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고운 최치원, 어머니 위해 건립한 상연대(上蓮臺)도 품고 있어

산행 도중 저 멀리 맨 뒤 능선, 천왕봉(왼쪽)에서 반야봉(우측)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일직선 상으로 하늘금을 그으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흰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
현재 우리나라에 백운봉까지 포함, `백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부산 기장의 백운산, 광양의 백운산 등 열댓 개. 20개를 넘는다는 천황봉(天皇峯)에 이어 두 번째다.
천황봉이라는 이름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적힌 이름을 근거로 한다. 해서, 산꾼들에 의해 하루빨리 옛 산이름 찾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기를 바란다. 반면 백운산은 산이 높아 구름을 걸치고 있다는 자연발생적인 이름이어서 친근감이 더하다.

경남 함양군 백전면과 서상면,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 걸쳐 있는 백운산은 우선 그 이름만큼이나 높고 험하다. 고로쇠약수로 유명한 광양 백운산이나 원주 백운산도 산높이가 1000m 이상 되지만 그 중 으뜸이 경남 함양의 백운산(1279m)이다.

해발고도뿐 아니라 조망도 빼어나다. 주변의 이름깨나 알려진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로 거칠 것 없이 펼쳐져 있어 이를 확인하는데만 한참이 걸릴 정도이다.
하산길에 만나는 골짜기인 큰골의 기암괴석은 높이가 30m쯤 돼 협곡에 가까운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주변 아름드리 홍송 또한 일품이다.

산행은 대방마을 매표소~묵계암~상연대~주능선~전망대~하봉~중봉~백운산 정상~화과원 갈림길~용소폭포~헬기장~백운암을 거쳐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5시간~5간30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면 정면에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서 있다. 왼쪽 `상연대 묵계암', 오른쪽은 `백운암 화과원' 방향. 원점산행이라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 없으나 하산할 때 콧노래를 부르며 쉽게 내려올 수 있게 왼쪽으로 오른다. 정면 뾰족한 봉우리인 하봉과 조그만 암자인 상연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초기는 예상외로 따분하다. 묵계암을 거쳐 상연대까지 가는 50여 분 거리가 시멘트길이기 때문이다. 암자 두 채를 위해 왜 이토록 산골짜기까지 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해 놓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묵계암까지는 30분. 관음전 삼성각 등 전각 두 채가 아담하다. 비구니승 두 분이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나가는 길손에게 차를 대접한다.
만일 시멘트길이 지루하다면 묵계암을 지나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오르면 묘지가 있는 주능선에서 만난다. 이럴 경우 상연대를 못본다.

 

상연대 전경.


20분 뒤 상연대(上蓮臺).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지은 암자이다. 여기서 최치원은 여기서 관음 기도를 하던 중 관세음 보살이 나타나 상연(上蓮)이라는 이름이 불러 이후 암자의 이름을 '상연대'라 불리게 됐다 한다.
 15m쯤 되는 벼랑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모습이 연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말에는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실상선문이 이곳으로 옮겨와 선문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무엇보다 왼쪽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일직선으로 하늘금을 긋는 지리산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상연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왼쪽에 천왕봉이 우뚝 서 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상연대를 지켜주는 수호목. 
함양 백운산에 오르면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 로 거침없이 펼쳐진다. 사진 가장 뒤쪽 능선이 지리산 주능선으로 주봉인 천왕봉(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제석봉 영신봉 토끼봉 반야봉 노고단 고리봉 등이 일직선 상 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상연대에서 백운산 정상까지는 1.8㎞.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엄청나게 급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20여분 뒤 제법 넓은 주능선. 묘지가 가운데 있고 묵계암쪽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난다. 그 옆에 벤치가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 이어지는 밧줄. 15분간 한바탕 또 힘을 소진하면 전망대. 방금 올라온 시멘트길과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 무덤이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하봉이다. 잡목 사이로 정상이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만 더 가면 중봉과 정상이 나란히 보인다.

7분 뒤 조망이 탁월한 중봉. 정상을 보고 오른쪽(동쪽)으로 남덕유산과 남령 월봉산이 이어지다 월봉산에서 능선이 갈라져 앞엔 거망산 황석산이, 뒤엔 금원산 기백산이 나란히 달리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정상 100m쯤 못가 무덤 2기가 있다. 왼쪽은 중고개를 거쳐 지리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산줄기다. 오른쪽으로 가면 바로 정상이다. 중봉에서 10분.

정상에서 지금까지 쭉 봐 온 주변 봉우리를 총정리할 수 있다. 정상석 앞에 `백운산 전망안내도'가 서 있지만 너무 낡아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다. 주변 봉우리들의 이름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남는다.

남쪽의 지리산은 시야가 더 넓어져 이번엔 웅석봉에서 천왕봉~반야봉~노고단~만복대~바래봉~덕두산까지 펼쳐지고 동쪽 코 앞에는 괘관산이 의좋게 마주보고 있다.

하산은 오른쪽(동쪽) `백운암 원통재 화과원' 방향. 북사면이라 아직도 눈이 제법 남아 있다. 하나,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내리막이어서 조심을 요한다.
백운산 북사면에 아직 남아있는 잔설. 통상 11월부터 이듬해 3월말까지는 스패츠와 아이젠을 갖고 다녀야 한다.
         하산길에는 부드러운 산죽길이 기다린다.
백운암 대웅전.

영은사지 석장승.

영은사지 석장승과 안내판.



미개척 산길의 이정표 갈림길과 만나면 왼쪽으로 내려선다. 산죽길 너덜길 오솔길과 헬기장을 연이어 지나면 또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 급경사길. 15분 정도만 힘겹게 내려오면 계곡과 만난다. 지금부터 계곡과 나란히 걷는 그야말로 호젓한 산길. 20분 뒤엔 집수통에 연결되는 고로쇠파이프가 보인다. 울진의 응봉산 온천수 파이프가 연상된다.

이내 화과원 갈림길. 화과원은 기미독립선언서에 한용운과 함께 서명한 용성스님이 선농일치를 주장하며 손수 농사를 짓던 곳이다. 10여 분 걸린다. 계곡을 건너 화과원을 둘러보고 직진, 백운암으로 내려서자.

화과원 갈림길 아래에는 동시에 용소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15m 높이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는 용소가 있다. 폭포 옆에는 아름드리 노송이 주변 풍경을 더욱 운치있게 해준다. 백운산 최고의 비경지대라 할만하다. 이후부턴 협곡과 아름드리 홍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계곡길을 만끽하며 걷는다. 날머리인 백운암 인근에는 화강암 암반 위로 흐르는 옥수가 인상적이다. 백운암에서 매표소까지는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지리산 주능선과 북덕유 및 남덕유 잇는 덕유산 조망 '황홀'

 흔히 백운산하면 광양의 백운산을 먼저 생각한다. 광양 백운산의 유명세에 가려 있지만 함양의 백운산이 백운산으로서는 진산이다. 그래서 산꾼들에게는 동경의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리산과 덕유산의 연결 고리인 백두대간 상의 함양 백운산. 남으로는 지리산 웅석봉에서 천왕봉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북으로는 남덕유산 북덕유산을 잇는 조망권이 여타 산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는 고리가 함양 백운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의 하산길인 큰골은 백운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골짜기로 용소의 푸름이 절경을 연출하고 하봉에서 시작된 미끼골은 묵계암 상연대 등 급한 골짜기에 터를 잡은 절집이 위태롭게 걸려 있어 많은 시인묵객이 들러 머무르곤 했다.

백운산의 산길은 여럿 있다.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대방마을에서 출발, 미끼골을 거쳐 큰골로 하산한 코스가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끼골의 서쪽편에 있는 중고개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은 산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백운산 바로 옆 괘관산에서 이어지는 원통재(일명 빼빼재)는 한적한 산길로, 화과원 뒷능선을 거쳐 서래봉 상봉을 연결하는 종주코스로도 시도할 만하다. 또 다른 길은 호남정맥의 무령고개에서 영취산을 거쳐 백운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최근 산꾼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 길은 백두대간을 맛보기할 수 있는 독특한 산길이다.

이번 주말에는 함양 백운산에 올라 지리산과 덕유산, 그리고 백두대간의 정기를 한 몸에 받아보자.

3월은 산행시기중 가장 어정쩡한 계절이다. 백운산은 봄 기운은 물론 아직 북사면에 잔설이 남아 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겨울장비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말자.

백운산으로 향하는 도중 천연기념물 154호 상림숲을 지나므로 시간이 날 경우 빠뜨리지 말자.

 
◇ 교통편 - 88고속도로 함양IC로 나와 상림 방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6시20분, 6시59분 등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600원. 3시간 정도 걸린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055-963-3281~2)에서 들머리인 대방마을에 닿기 위해선 군내버스터미널(간판은 (주)함양지리산고속)에서 백전·신촌행 군내버스를 타 종점인 신촌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7시40분, 8시, 9시30분, 10시20분, 11시20분 출발. 1600원. 군내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터미널 뒷문으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보인다.

날머리인 신촌 대방마을에서 함양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 5시, 6시10분, 8시20분(막차)에 있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 6시, 6시45분, 7시5분, 7시28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88고속도로 광주방향~함양IC~백운산 상림공원 우회전~함양시외버스 주차장사거리서 직진 백전 함양 방향~상림숲~월암삼거리 백전 서하 방향 좌회전~백전면~대방마을 순.






 

통쾌하다 그래서 발길이 오래 오래 머문다
이웃 적석산에 가려 산꾼들 몰라 호젓한 산행
헌걸찬 암릉구간 일품, 남해 바다 한눈에
지리 천왕봉, 하동 금오산, 광양 백운산도 보여
걷는 시간만 4시간20분 인근 양촌온천 피로 싹 

산행 초입.
산행 중 만난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적석산(왼쪽)과 깃대봉(오른쪽).
암봉인 430봉에 선 산행팀.
430봉의 높은 지점에서 낮은 지점으로 본 모습. 앞서 본 적석산(왼쪽)과 깃대봉(오른쪽)이 보인다.


 세상사가 늘 그렇듯 이등은 이등일 뿐이다. 오직 일등만 부와 명성과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런 팝송도 있지 않았던가.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 물론 의미있는 이등도 잠깐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하지만 대개 그때뿐이다. 그래서 이등은 언제나 서럽다.

산도 예외는 아니다. 애오라지 나 홀로 평가를 받는다면 정말 괜찮은 산이지만 인근에 지명도 높은 명산이 떡 버티고 있으면 그저 찬밥에 다름 아니다.

담양 병풍산과 추월산의 관계가 대표적 사례. 병풍산은 사실 내로라하는 명산의 반열에 슬쩍 끼워 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병풍산은 담양호를 끼고 솟은 추월산의 그림자에 가려 한동안 무명으로 쓸개즙을 되씹었다.   
   
그래도 병풍산을 부러워하는 산이 하나 있다. 고성군과 이웃한 마산 진전면에 있는 인성산이다. 인성산은 병풍산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들조차 금시초문이고, 마산시 홈페이지에도 찾을 길이 없다. 인성산에서 팔을 뻗으면 손에 잡힐 듯한 적석산(積石山)은 버젓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인성산(仁星山·644m)은 서럽고 또 서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성산은 적석산에 버금간다. 이름 그대로 어질게 무명으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별처럼 빛날 날이 시나브로 찾아온 것이다.

겉모습은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아기자기한 암릉 구간이 일품이고 곳곳에 열린 바위전망대에선 고성과 마산 거제 진해 쪽의 쪽빛 바다가 유혹한다. 여기에 산행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단지가 코앞에 있고 인근에는 입맛 당기는 돼지주물럭집이 몰려 있다.

온천단지가 몰려 있는 양촌마을과 돼지주물럭으로 유명한 대정마을을 경계로 적석산과 마주보고 있는 인성산은 적석산의 장점을 공유하면서도 인적이 드물어 '나만의'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높이 또한 인성산이 152m나 높아 조망이 더 넓다.

산행은 진전면 금암리~여항우체국~김해 김씨묘~430봉~사거리 고개~561봉~인성산~정상석 봉우리~474봉~334봉~남평 문씨묘~마창진 축협 한우개방단지 사료판매장(대정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이정표 하나 없지만 촘촘하게 안내 리본을 매달아 산행하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하다.   


 대정마을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대정식육식당을 지나 금암리 방향으로 800m쯤 가면 금암리 정류장. 여기서 10m쯤 가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60m 전방에 여항우체국이 보인다. 우체국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면 대형 전봇대 뒤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30m쯤 바짝 오르면 낙엽과 솔가리가 수북한 송림터널이 기다린다. 이후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묘지가 나타난다.

들머리에서 30분이면 방치된 무덤이 위치한 전망대에 선다. 우측으로 여항산, 11시 방향 깃대봉과 그 왼쪽 적석산이 보인다. 적석산은 소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확인될 뿐이다.

계속되는 오름길의 연속. 7분쯤 뒤 힘든 된비알이 사실상 끝나고 길은 우측으로 휜다. 대신 길은 잡목이나 잔가지가 얼굴을 때릴 만큼 거칠고 폭은 좁아진다. 심할 경우 아예 길이 사라지기도 한다. 깔끔한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서 바윗길이 기다린다. 우회하기도 하고 바로 넘기도 하고 때론 바위군 사이를 통과하며 오르내린다. 그러다 한순간 정면 봉우리를 앞두고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안부에서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른다. 왼쪽 저 멀리 여항산에서 서북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길이 한 일 자로 보인다.

쉼없는 된비알. 아주 미끄러운 낙엽길이다. 6분쯤 지났을까. 길 우측 전망대바위가 기다린다. 발아랜 들머리 마을과 그 뒤로 볼록볼록 솟은, 구름다리가 보이는 적석산, 그 우측 깃대봉, 다시 그 우측 뒤로 뜻밖에도 저 멀리 눈덮인 지리산 천왕봉과 남부능선이 확인된다.
  
뜸하던 암릉길이 이때부터 재차 모습을 드러낸다. 재밌는 점은 바위 전부가 얇은 시루떡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처럼 층리면이 발달한 수평층의 퇴적암이다. 이웃한 적석산과 똑같다. 암릉에서 내려와 잠시 만나는 산길 역시 아주 거칠다. 곧 집채만한 바위가 버티고 있다. 밧줄이 필요할 것 같지만 대충 나무를 잡고 오른다. 암봉인 430봉이다. 적석산 좌측으로 고성 쪽의 철마 거류 벽방산도 보인다. 시원한 전망과 달리 아뿔싸, 내려서는 지점을 찾을 길이 없다. 우왕좌왕 살펴보다 결국 바위 우측으로 내려선다. 꽤 험하지만 그래도 이곳밖에 없다. 내려서도 연이어 바윗길이 잠시 이어지다 낙엽길로 변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겉으로 드러난 조그만 바위 모양이 독특하다. 거북 멧돼지 공룡 등등.

           인성산은 높지 않지만 크고 작은 기암절벽이 있어 시종일관 정신을 놓아선 안된다.

 낙엽길은 수북한 낙엽 아래 크고 작은 돌이 있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조심해야 한다. 물론 잡목이나 나뭇가지는 피해가야 하며 적당한 오르내림도 있다.

이렇게 30분. 사거리 고개에 닿는다. 완경사 오름길로 직진한다. 도중 연안 차씨묘도 지난다. 아주 힘들진 않지만 은근히 힘을 뺀다. 15분쯤 뒤 561봉. 바로 올라도 되고 좌측 산허리길로 우회해도 된다. 우회하면 처음엔 길이 반듯하지만 나중엔 희미해지기 때문에 봉우리로 바로 오르길 권한다.

어느 지점부턴가 우측으로 남해안의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행팀이 명명한 지네바위.
뜻밖에 지리산 천왕봉도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어느 지점부턴가 우측으로 남해안의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도중 꼬리부분이 가늘고 바위가 토막토막 나 있는 일명 '지네바위'와 소나무 아래 두 사람이 겨우 설 정도의 바위전망대도 잇따라 지난다. 이 전망대에 서면 상봉과 정상석이 서 있는 암봉 지점과 향후 갈 능선, 앞서 본 고성의 산들에 이어 거제도의 산들까지도 한눈에 보인다.

정상은 10여 분 뒤 선다. 동시에 갈림길이며 조망이 거의 없다. 왼쪽은 서북산 여항산 봉화산 베틀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이때부터 안 보이던 안내 리본이 등장한다. 곧 소나무 아래 전망대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주변 조망을 한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철탑이 서 있는 광려산과 대산, 그 우측 뒤로 봉림산 비음산 대암산 용지봉 불모산 시루봉 진해시가지, 그 우측 뒤로 부산 장림 다대포, 다시 우측으로 가덕도 연대봉과 신항만, 거제도 대금산 그리고 발아래 번화가인 진동면소재지와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치형으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도 보인다.

발아래 번화가인 진동면소재지와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치형으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도 보인다. 그 뒤로 부산 장림 다대포, 다시 우측으로 가덕도 연대봉과 신항만, 거제도 대금산도 확인 가능하다. 
인성산 정상에는 정상석이 없다. 정상에서 10분쯤 내려가면 서 있다. 이곳이다. 이곳에 서면 마산 거제 진해 창원 심지어 부산까지도 시야에 들어와 감탄사가 절로 인다. 등 뒤론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7분뒤 정상석이 서 있는 암봉. 앞서 본 조망이 더 크게 넓게 보이는 건 물론 우측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남부능선을 기점으로 왼쪽 하동 금오산, 사천 와룡산, 광양 백운산, 오른쪽 진주 달아산 장군봉 등이 확인된다. 진짜 정상은 아니지만 조망이 빼어나 정상석이 서 있을 만하다.

이후 부턴 줄곧 암릉지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점이 거의 다 전망대라고 봐도 된다. '좌 마산 앞바다, 우 지리산'을 감상하며 걸을 땐 콧바람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내달리기만 하는 길은 결코 아니다. 크고 작은 암봉이 막기도 하지만 바로 올라도 되고 우회해도 상관없다. 하산하면서 보는 각도가 달라져 지리산 우측으로 웅석봉과 황매산이, 좌측으로 거제 고현 앞바다 쪽 삼성중공업과 계룡산이 확인된다.

하산길 도중에도 바다는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어지는 산길. 정상석 봉에서 40분이면 무명봉 정점에 선다. 지도상의 474봉이며 갈림길. 왼쪽 곡안리,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도중 좌측으로 양촌온천단지가 보인다. 474봉에서 35분이면 주변이 벌목된 정점에 닿고, 이어 묘지 2기를 만나면 우측으로 발길을 잡아야 한다. 이제 산행 막바지. 이어 남평 문씨묘를 지나면서 산을 벗어나고 여기서 10분이면 대정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최신 버전 2만5000의 1 지형도, 해발 644m로 표기돼

 지금까지 인성산의 해발고도는 648m로 알려져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최신판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644m로 표기돼 있어 산행팀은 이를 따랐음을 밝혀둔다. 사실 인성산은 고도에 비해 힘이 든다. 해발 802m의 금정산 고당봉보다 더 힘들다. 오죽했으면 이창우 대장은 1000m급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 같다고 했을까. 들머리가 거의 해발 제로이기 때문이다.

산줄기는 마치 밀양 용암봉~소천봉을 빼닮았다. 들머리 마을을 두고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행 중에는 진달래가 지천이어서 봄에 다시 찾으면 황홀한 꽃산행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들머리 금암리에서 인성산까지의 구간은 국제신문 산행팀이 개척했으며, 전망이 빼어난 하산로 또한 서북산과 이어지는 능선길로 산꾼들이 잘 찾지 않는 코스이다.

들머리와 날머리는 500m 떨어져 있다.

산행 후 진짜 들머리가 있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금암리 정류장에서 13m쯤 더 가면 만나는 화생당약국의 맞은편인 옛 여항우체국 우측길로 들어서면 삼선각과 맞닿는다. 왼쪽으로 돌면 능선 초입에 진주 정씨묘가 보인다. 진짜 들머리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50년 전통의 돼지 주물럭 전문 대정식육식당(055-271-7043). 들머리 금암리와 이웃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식육점을 겸업해 질이 좋은 삼겹살과 목살에 양파를 듬뿍 썰어 넣고 참기름과 간장 등으로 잘 무친 다음 다시 고추장에 버무린다. 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워 맛이 깔끔하다. 1인분 5000원. 이곳에서 차로 1분 거리에는 양촌온천이 있어 피로를 풀 수 있다. 현재 온천은 3개. 어딜 가나 큰 차이는 없다.


◆ 교통편 - 마산남부터미널서 진주행 버스 타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남부(남마산)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10~20분 간격으로 있다. 1시간20분 소요. 4000원. 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를 타고 대정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오전 8시15분, 8시45분, 9시15분, 9시35분, 10시, 10시20분, 10시50분. 2400원. 날머리 대정마을 입구에서 남부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 5시30분, 6시15분, 6시50분, 7시20분, 7시40분, 8시10분, 8시35분, 9시10분(막차). 남부터미널에서 서부터미널행 버스는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5분. 4000원. 노포동터미널행 버스도 있다. 오후 4시32분, 5시15분, 5시43분, 6시20분, 7시21분, 8시7분(막차). 5100원. 1시간40분 소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정차(42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내서분기점서 김천 대구 내서 방향~내서~내서IC~함안 마산 직진 1004번~통영 마산 좌회전~통영 상곡 우회전~통영 마산~쌀재터널~통영 고성~진동면~진주 통영~진주 문산~곡안리~양촌온천타운 지나~의산(서암로) 1029번 우회전~(대정식육식당 지나)~군북 여양리~금암교 지나~진전중(폐교) 지나~금암리 버스정류장 순.

 

낙남정맥 김해쪽 관문역할 핵심 분기점
장유폭포 대청계곡 말발굽 모양 휘감아
3시간 남짓 걸으면 돼 가족산행지 적격
산행중 고릴라얼굴 빼닮은 용바위 눈길 

솔향 그윽한 바윗길.
시야가 트이는 바위 위에 올라선다.
근육질의 기암절벽인 용지암에 서면 진해와 창원의 경계인 장복산과 발아래 상점령, 그리고 창원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름은 용바위지만 고릴라 얼굴을 닮았다.

 김해 용지봉(742m) 하면 산꾼들은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머리속에 떠올릴 게다.

우선 대간과 정맥을 타는 산꾼들은 낙남정맥의 핵심 분기점으로 기억한다. 독수리바위를 품은 정병산과 진달래산으로 유명한 비음산을 거쳐 김해지역으로 넘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 용지봉이다. 
  
 야생화를 전문으로 찍으러 다니는 산꾼들에게 용지봉은 여름 야생화의 천국이다. 확 트인 산사면과 꽤 넓은 정상 주변에는 20여 종의 다양한 야생화가 자태를 뽐낸다. 계요등 까마중 자주꿩의다리 고추나물 오이풀 닭의장풀 쥐손이풀 며느리밥풀꽃 백리향 패랭이 마타리 금불초 등이 주로 눈에 띄는 대표적 야생화들이다. 한여름 계곡산행지로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로 올라가든지 장유폭포로 내려오는 하산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가야 문화와 남방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학도에게도 용지봉은 놓쳐선 안 될 필수 코스이다. 말발굽 모양의 용지봉 기슭에 둥지를 튼 장유사는 가락국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산행팀은 올해 첫 산행지로 용지봉을 택했다. 김해 장유면과 창원 진례면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은 부산서 가까운 데다 산행 시간도 3시간대로 길지 않아 연초 몸풀기 산행으로 제격이다.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일부 구간에는 근육질의 암릉도 있다. 일명 용지암이라 불리는 암릉구간에 접어들면 확 트인 조망과 함께 제법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산행은 장유면 대청리 대청계곡 산불감시초소(주차장·용지봉 등산안내도)~윗상점 갈림길~장유사 갈림길~용지암~장유사 갈림길~용바위 갈림길~돌무지언덕~장유사 삼거리~용지봉 정상~육각정자~사거리 안부(용신재)~능동소류지 갈림길~임도~능동소류지 갈림길~용지봉 등산안내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찾기에도 큰 무리가 없기에 가족산행지로도 가능하다.

 

대청계곡 주차장 정면에는 대형 용지봉 등산안내도가 서 있고 그 옆에는 옛 매표소인 산불감시초소가 위치해 있다. 여기서 등산로는 둘. 산불감시초소 우측 나무계단으로 올라서는 것이 하나요, 등산안내도 좌측 폭포휴게소 뒤로 열려 있는 산길이 또하나다. 두 등산로 입구와의 거리는 불과 30m 정도.

산행팀은 들머리로 후자를 택했다. 처음부터 30분 정도 끊임없는 계단길인 전자와 달리 쉬엄쉬엄 올라가는 후자가 산행하기 수월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등산안내판 좌측 폭포교를 건너면 정면에 폭포휴게소. 다리 옆에 '장유사 4㎞, 용지봉 4.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이 이정표는 정면 포장로를 따라갈 경우에 해당되는 것.

폭포휴게소 좌측 공터에서 우측으로 크게 돌아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계단이 끝나면 부드러운 송림길이 이어진다. 솔향 그윽한 산길은 오르막과 평길이 반복돼 산행하기에 그저 그만이다. 
   
20여 분 뒤 벤치가 둘 있는 첫 쉼터. 좌측으로 군부대가 위치한 불모산이 보인다. 7분 뒤 벤치가 둘 있는 두 번째 쉼터이자 첫 갈림길. 왼쪽은 윗상점 방향, 무시하고 직진한다. 산길 우측 나목 사이로 장유계곡을 중심으로 말발굽 모양을 한 용지봉의 전체 산세가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르막길. 15분 뒤 그간 안 보이던 크고 작은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바위 위로 앙증맞은 공덕탑도 눈에 띈다. 몇 걸음 더 오르면 아예 바윗길로 변해버린다. 잠시 제일 높은 경사진 바위 꼭대기에 올라선다. 좌측으로 불모산 군부대로 가는 꼬불꼬불한 임도와 불모산과 용지봉을 이어주는 상점령이, 우측 저 멀리로는 향후 오를 능선과 그 낙남정맥 산줄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더 넓어져 창원 쪽 신정산 대암산이, 그 뒤 진해 쪽으로 장복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119 구조대 표지목이 서 있다.

곧 장유사(0.6㎞)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기다린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자.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다녀오도록 하자. 
  
이어지는 바윗길의 연속. 좌측으로 근육질의 깎아지른 암릉이 벼랑을 이루고 있다. 암릉 길이는 대략 100m, 최고 높이는 50m 정도. 등산안내도에 용지암이라 적힌 곳이 바로 이곳인 듯하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광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좌측으론 불모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우측으론 장유사와 팔각정이 보이는 용지봉 정상 그리고 그 뒤로 낙남정맥 능선이 헌걸차게 뻗어 있다. 발아랜 차량들이 창원터널로 쏙쏙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당분간 암릉길이 잠잠해진다. 8분 뒤 용바위 갈림길. 안내판이 있어 놓치진 않는다. 첫 인상은 고릴라. 왜 용바위인지 자뭇 궁금하다. 세게 밀어보니 약간의 미동이 있다. 차라리 흔들바위라고 명명했으면 그 명성이 오래 그리고 널리 퍼졌을 텐데. 아쉽다.

산행 도중 바라본 장유사.
장유사에서 본 용지봉.
장유화상 사리탑.
장유화상.

용바위 좌측 소로를 따라 10m쯤 가면 벼랑 끝에 신기하게도 '제단'이라 적힌 대리석 판이 있다. 발아랜 장유사. 모처럼 스피커 소리가 아닌 진짜 목탁소리가 들린다.

마른 억새가 사각사각 노래하는 너른터에 올라선다. 일명 '돌무지언덕'이란 이름을 지닌 곳이다. 정면으로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우측부터)이 낙타등처럼 솟아 있다.

용지봉 정상.

정상 바로 아래 육각정자.

 이제 능선길이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휘면서 내려선다. 곧 장유사 삼거리. 불과 0.4㎞ 떨어져 있다. 앞선 장유사 갈림길에서보다 더 가깝다. 이어지는 오름길. 봄이었으면 진달래가 만개했을 터널길을 상상하며 몇 걸음 더 오르면 정자가 보이고, 어느새 평상을 지나 용지봉 정상에 닿는다. 뜻밖에도 '용지봉'이 아니라 '룡제봉'이라 적힌 정상석과 용제봉의 유래를 설명한 비석 그리고 상세하게 적힌 이정표가 나란히 서 있다. 넉넉한 터인 정상의 조망은 일품이다. 북으로 드넓은 진례 벌판과 이를 가르는 남해고속도로가, 서북쪽으론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 뒤로 독수리바위로 유명한 정병산(봉림산), 남으론 올라오면서 계속 봐 온 불모산과 화산 장복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전경부대 방향인 정자 좌측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낙남정맥길이다. 10분 뒤 우측 발아래로 장유계곡이 보이며 이번 코스가 말발굽 형태로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절반쯤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달려도 될 만큼 산길이 아주 편안하다. 정상에서 30분이면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예부터 장유면 장유계곡과 산너머 진례 벌판을 오가는 고갯길로 일명 용신재로 불리는 지점이다. 이정표 상의 직진 방향인 전경부대 능동약수터 쪽 대신 우측 장유폭포 갑오마을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150m 뒤 갈림길. 대청계곡 방향 대신 좌측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따라 간다. 1시 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의 산허리를 따라 돌면 10분 뒤 임도. 좌측은 낙남정맥길, 우측은 장유폭포 장유암 방향, 산행팀은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낙엽 수북한 산허리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능동소류지 갈림길로 평상과 벤치 운동기구가 있는 너른터다.

직진한다. 오름길이지만 봉우리를 우회해 그리 힘들지 않다. 갈림길도 한 번 만난다. 이땐 우측 대청계곡 방향으로 내려선다. 사실상 산행 막바지. 벤치가 놓인 쉼터를 지나면서부터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급내리막 침목계단과 조림한 듯한 잣나무 및 향나무숲 터널 그리고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정확히 용지봉 등산안내도 앞 주차장에 닿는다. 능동소류지 갈림길에서 33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산명은 용 발자국 전설 담긴 '용제봉'의 변이   
 
혹자는 용지봉 정상에 서면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정상석에 '룡제봉(龍蹄峯·사진)'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 '용제봉 유래'라 적힌 비석에 그 답이 적혀 있다. 잠시 살펴보면 이렇다. 조선시대부터 비를 관장하는 용에게 기우제를 지내는 봉우리라 하여 용제봉(龍祭峯), 산아래 진례면 신안리 무송마을의 용소에서 용이 승천하면서 잠깐 쉬었다 간 발자국이 바위에 남아 있다 하여 용제봉(龍蹄峯)이라 불리게 됐다고 적혀 있다. 용지봉이란 이름은 용제봉의 발음이 자연스럽게 변이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장유면 대청리 용지봉 중턱에 위치한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린 곳. 특히 이곳은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서려 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소실돼 방치돼 오다 1990년대 완공, 가락불교의 가람으로 거듭났다. 김해평야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경남 문화재자료 제31호인 장유화상 사리탑이 위치해 있다. 가락국 제8대 질지왕이 세웠다고 전해지나 제작기법은 고려말이나 조선초의 수법으로 보인다. 탑이 세워진 지 1400여년 동안 수차례의 방화로 전각은 소실됐으나 이 사리탑만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 나가 대청계곡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부터 15~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7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대청계곡 입구 '대청계곡' 정류장행 버스는 26번이 있다. 배차시간은 12~15분. 1000원. 들머리까지는 걸어서 30분 걸린다. 대청계곡 정류장에서 장유행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여기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서부터미널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15분마다 출발한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055-329-3311)를 이용하면 된다. 6000원 안팎. 승용차로는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북부산TG~(냉정분기점서)서부산 창원터널 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가 율하 우회전~수가 율하~(삼거리에서) 우회전~장유사 장유폭포 창원 좌회전~장유 대청계곡 좌회전~장유암 4.5㎞ 우회전~주차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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