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도심 조망 끝내줘요, 4시간30분 소요
능선따라 잇단 전망대 사방천지 눈요깃거리
저 멀리 1300리 낙동강물 봄볕에 졸고 있어
 
 부산에서 활동 중인 한 가이드 산악회 회장단의 하소연. "부산 인근의 근교산을 목적지로 택하면 도무지 사람들이 찾지를 않아요. 그렇다고 매주 먼 곳으로만 갈 수는 없잖아요. 부산 인근에 괜찮은 산이 얼마나 많은데. 산을 산 그 자체로 접근해야 하는데 하여튼 안타깝네요."

이에 대한 한 산꾼의 반론. "근교산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떠날 수 있잖아요. 하지만 3시간 이상의 거리에 위치한 먼 산은 운전하기가 벅차 주로 가이드 산악회를 이용하지요."

둘 다 옳으신 말씀. 세상사가 그렇듯 '물 좋고 정자 좋은', 그야말로 사람 입맛에 딱맞는 산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만일 산행팀에게 이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면 생뚱맞게 이렇게 답하겠다. "그때 그때 달라요!" 어쩌면 영원히 평행선을 내달리는 딜레마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이번주 산행팀은 부산을 뜨지 않고도 신나게 내달리며 산과 바다 그리고 부산도심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코스를 잡았다. 내고장 넓게 보기로 안성맞춤인 엄광산~수정산 능선길이다.

인근 주민들에겐 '동네 뒷산' 정도로 여겨지지만 부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이 능선길은 부산진구 동구 사상구 강서구 중구 서구 등 부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부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엄광산~수정산 능선길은 부산항과 낙동강 그리고 강서 사상 부산진 중 서구 등 부산도심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엄광산 상봉으로 가는 도중 능선에서 불쑥 튀어 나온 두 개의 전망대 중 한 곳에서 다른 한 곳 전망대를 바라본 모습. 동서고가도로가 능선과 평행하게 달리고 경부선 철도는 산허리를 돌아 구포로 향하고 있다. 발아래는 강서 사상구 일대 시가지. 낙동강도 희미하게 보인다.

산행은 부산 사상구 학장동 (주)세원 건너편에서 시작, 298m봉(돌탑)~잇단 전망대~삼운정 약수터 갈림길~483m봉~KT부산통신망운용국 엄광산중계소~임도~엄광산 정상~낙동정맥 갈림길~삼각점(돌탑)~헬기장(구봉산 갈림길)~산불초소~샘터(체육공원)~산불초소~체육공원~옛 성터~헬기장~수정산 정상~산불초소~마을입구(범일6동) 산불초소~성북고개 순.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서대신동에서 구덕터널을 지나 학장동 축산물도매시장 또는 (주)세원 건너편에서 버스를 내려 진행방향으로 50m쯤 간다. 정면에 'POINT'라고 적힌 낚시점 큰 간판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간다. 도로공사 중이다. 계단을 오르며 직진한다. 시멘트 계단이 시작될 무렵 키 작은 가로등 앞에서 아름드리 큰 소나무가 보이는 우측으로 간다. 들머리는 찾은 셈.

나무계단을 오른다. 우측 건너편 구덕산 승학산의 몸집이 우람하다. 25분 뒤 세갈래길. 왼쪽은 주례3동 럭키아파트에서 올라오는 길, 오른쪽은 정면의 298m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해서 엄광산으로 가는 길. 산행팀은 298m봉으로 직진한다. 10여분 뒤 298m봉. 너른 터에 3m쯤 되는 돌탑이 서있다. 사상 구민들이 낙후된 이 지역의 번영을 기원하며 1년 전에 쌓았다고 한다.

엄광산 298봉의 대형 돌탑. 사상구민들이 사상구의 번영을 기원하며 5년 전에 세웠다.

곧  좌측에 전망대. 엄광산~수정산 능선이 흔히 동서고가도로라고 불리는 제2도시고속도로와 동서방향으로 나란히 달리고 있다. 도시고속도로 밑으로 경부선 철도가 X자 모양으로 산허리를 돌아 구포로 향하고, 1300리를 내달려온 낙동강 물줄기는 봄볕에 졸고 있다. 정면에는 바위산인 삼각산과 그 뒤 백양산. 경부선 철도와 가야로가 건설되기 전에는 지금의 냉정 지하철역 인근의 냉정고개가 금정~백양~삼각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과 엄광산의 연결고리였다. 한 능선으로 이어졌다는 것.

이제부터 능선을 따라 길 왼쪽에 있는 잇단 전망대에서 사상구 부산진구의 시가지를 꼼꼼히 볼 수 있다. 발밑 경남정보대에서 우측 저 멀리 황령산도 확인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 소나무가 수난을 겪고 있다. 하나는 최근 100년 만에 내린 폭설로 인해 굵은 가지가 꺾여 매달려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또 하나는 재선충 피해로 벤 나무를 비닐로 덮어 훈증처리를 하는 모습이 족히 50개는 넘어 보인다.

엄광산 산행 도중 바라본 눈덮인 구덕산 시약산과 그리고 우측 뒤 승학산 일부. 품새와 위용이 영남알프스 못잖게 헌걸차다.

 30분쯤 후 무명암봉에 이르면 이번에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구덕산 시약산 승학산 옥녀봉 천마산 암남공원과 방금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이내 너른터. 483m봉이다. 왼쪽에 기가 막힌 전망대 두 개가 10m 간격으로 각각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오금이 저릴 만큼 전망이 빼어나다.

산에서 본 부산진구 일대. 자세히 보면 부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동서고가도로와 경부선 철길이 산행팀이 걷고 있는 산줄기와 나란히 내달린다.

이어지는 내리막. 백양터널 접속도로와 동의대, 롯데백화점, 초읍 어린이대공원, 양정 화지산, 배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10여분 뒤 도로. 꽃마을에서 KT부산통신망 엄광산 중계소로 가는 길. 도로로 내려서지 않고 왼쪽 마른 억새길로 간다. 5분 뒤 중계소 정문을 지나 20m쯤 간 후 왼쪽 산길로 오른다. 곧 임도. 오른쪽은 꽃마을 승학산, 왼쪽은 수정산 민주공원 방향. 

엄광산 정상. 과거에는 일본인이 고원견산으로 불렸다.

 오른쪽으로 150m 가면 엄광산(嚴光山·504m) 정상석이 서있다. 일본인이 명명, 고원견산(高遠見山)으로 불리다 지난 1995년 '부산을 가꾸는 모임'이 펼친 '옛 이름 찾기운동'으로 엄광산이란 이름을 비로소 되찾았다. 전망이 탁월해 한눈에 정면의 구봉산, 민주공원 용두산공원 천마산 봉래산 해양대(조도) 태종대 신선대부두 이기대 동아대병원 경남고 등이 확인된다.

여기서 진행방향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꽃마을. 산행은 임도를 따라 반대방향으로 간다. 10분 뒤 왼쪽으로 지능선이 하나 뻗어 있다. 앞서 설명한 삼각산에서 낙동정맥길이 올라오는 길. 백병원 인근 벽산아파트와 만난다. 100m 떨어져 돌탑과 삼각점이 있으니 정확한 위치 확인해보길. 정면에 동의대 뒤 가야봉과 그 오른쪽에 수정산이 보인다.

이제 내리막. 폭이 넓은 임도급의 산길이다. 10여분 뒤 헬기장. 우로 가면 구봉산을 거쳐 민주공원으로 이어진다. 왼쪽 수정산 방향으로 간다. 산불초소 앞 전망대가 있다. 혹자는 통일교 구국기도 제단이라 한다.

곧 바위 밑 샘터. 물 한잔을 들이키고 왼쪽으로 간다. Y자형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공동묘지 옆 산불초소를 지난다. 길찾기 유의할 곳 하나. 10분쯤 뒤 돌탑. 산행길은 돌탑 조금 못미처 오른쪽이다.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 제대로 찾은 셈.
   
체육공원을 지나면서 첫 이정표를 만난다. '수정5동 체육시설' 방향으로 직진한다. 수정산으로 향하는 본격 오르막이다. 곧 옛 성터와 헬기장, 봉화대 모양의 대형 돌탑을 잇따라 지나 10분 정도 능선길을 내달리면 수정산(315m) 정상. 뾰족한 기암괴석 암봉의 축소판 바로 옆에 최근 정상석이 새롭게 세워져 있다. 발아래는 동의대.

이제부터 능선을 따라 간다. 도중 갈림길을 만나지만 각각 '범일6동', '아란야사' 방향으로 간다. 산행은 거의 막바지. 체육공원을 지나 10여분 뒤 마을입구 산불초소. 여기서 주도로인 성북고개까지는 5분 걸린다. 산행대장=이창우

#교통편-구덕터널까지 버스·지하철 이용 가능

들머리는 부산 사상구 학장동. 구덕터널을 지나 축산물도매시장 또는 (주)세원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다. 67, 161, 15, 8, 309번이 있다. 지하철 1호선 동대신동역에서 1번 출구(구덕운동장, 동아대병원 방향)로 나와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날머리 부산 동구 범일6동 성북고개는 수정동 산복도로에서 옛 교통부 보림극장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한 구간. 동래쪽으로 가려면 길 건너 버스를 타고 부산상의 앞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면 된다. 38, 86, 87, 186번 버스가 정차한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 억새 품에 한번 안겨볼까
-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추석 연휴 가볼 만한 억새 산행지

 
 여름 한철 잠시 지팡이를 접은 평범한 산꾼들은 통상 이달 10일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등산화끈을 질끈 매고 산을 찾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 기간이다. 최근에는 명절 때 차례를 간편하게 모시는 추세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남는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멀지 않은 근교산으로 떠나는 경우가 보편화됐다. 때마침 가을의 전령 억새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한줌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가녀린 여인네의 자태마냥 아름답다.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 억새.

국제신문 산행팀은 추석 연휴를 맞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억새의 물결을 볼 수 있는 산행지를 추천한다.
   
 
#부산 최고의 억새군락지 승학산(乘鶴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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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산 억새평원은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가을 전령인 억새의 화려한 장관의 물결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억새 산이다. 사하구와 사상구에 걸쳐 있는 승학산은 해발 496m로 높지 않아 가족 등반 코스로 제격이다. 흔히 '동네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 봉우리와 능선을 이어 산행하면 평범하지 않은 산임을 느낄 수 있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산천을 두루 살피며 전국을 유랑할 때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하여 명명한 승학산에 서면 부산의 도심과 산세를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가지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승학산은 산행 기점을 어디서나 쉽게 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하구에선 동아대 하단캠퍼스나 하단오거리 사파이어 호텔 뒤, 엄궁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고 서구에선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에서 올라 시약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 정상을 거쳐 동아대 하단캠퍼스로 하산이 가능하다.

장시간 산행을 하려면 중구 대청공원에서 출발해 구봉산~엄광산~꽃마을~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이을 수 있고 동구에선 안창마을, 부산진구에선 통일교 범내골 성지에서 올라 각각 수정산~엄광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종주산행을 할 수도 있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장군봉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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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부산 쪽이 아니라 고당봉 넘어 양산 쪽 금정산 최북단에 위치한 장군봉에 억새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고당봉에서 북쪽으로 2㎞ 정도 떨어져 있어 평소엔 뜸하지만 억새들의 군무가 한창인 가을이면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부산 근교의 억새 명소로 가을 한철 억새 탐승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금산사에서 출발, 움막~습지~주능선~범어사기 석표~철탑~샘터~718봉~장군봉~철사다리~은동굴 갈림길~금산사로 원점회귀 가능하다. 또는 동면 중리마을에서 출발~금정암~임도~석문~729봉~장군봉 순으로 산행을 이어도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 장군봉을 보고 와서 고당봉을 거쳐 범어사로 하산할 수 있다.
   
 
#해운대 장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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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고당봉, 백양산에 이어 부산서 세 번째로 높은 해운대 장산은 바닷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고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해운대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억새군락지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여타 억새 명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반나절 억새 산행에 안성맞춤이다. 장산 정상을 지나 구곡산 가는 길에 위치한 억새군락지는 가을 한창 땐 억새산행이란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구곡산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 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근접하기도 아주 편리하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크게 한 바퀴 산행을 하려면 해운대기계공고 인근 운촌경로정에서 철길을 건너 출발, 옥녀봉~중봉~정상 밑 갈림길~억새군락지~구곡산~대천공원 순으로 걸으면 된다. 5시간 정도 걸린다. 또 거문산에서 철마산 가는 도중에도 드넓은 억새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마을 아래 사람이나 전문 산꾼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숨은 명소이다.
   
 
#화왕산성 한가운데 십리억새밭 창녕 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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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다. 사진은 화왕산성 내에 펼쳐진 십리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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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차로 불과 1시간10분이면 들머리에 도달할 수 있는 데다 억새밭으로 오르는 산행시간이 1시간이면 충분해 억새 산행지로 남녀노소에게 각광받고 있다.

창녕은 예부터 낙동강과 우포늪의 범람으로 홍수가 잦아 주민들이 물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창녕의 진산 이름을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화왕산(火旺山)으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유난히 산불이 많이 발생해 키 큰 나무들은 오간데 없고 억새가 산 정상부를 뒤덮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등산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5분 거리인 화왕산 군립공원 내 자하곡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 도중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넉넉잡아도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화왕산 정상부에 위치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곳. 남동쪽의 경우 돌로 성을 쌓았지만 서북쪽은 절벽능선이라 자연성벽이다. 그 가운데가 십리억새밭으로 그 면적은 18만4800㎢(5만6000평). 직접 억새밭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곽일주를 하며 억새를 감상한다. 정상석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난전이 펼쳐진 서문에서 성곽의 흔적이 잘 보존된 동문을 지나 남쪽의 배바위를 넘은 뒤 다시 원점인 서문으로 돌아오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제대로 된 산행을 하면서 화왕산 억새를 감상하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IC를 나와 관룡사 쪽에서 출발, 화왕산~동문~허준 세트장~관룡산~용선대를 거쳐 원점회귀할 수 있다.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걸린다. 관룡산 주변은 송이버섯 산지. 관룡사 아래 옥천저수지 주변에는 송이밥 등 송이요리 전문점이 모여 있다.
   
 
#원효 대사 숨결 남아 있는 양산 천성산 화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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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원효 대사가 당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가 바로 지금의 억새물결이 장관인 화엄벌이고, 한때 89개나 존재했던 암자와 사찰이 당에서 온 제자들의 숙소였다.

화엄벌은 원래 습지였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 지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02년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아쉽게도 펜스로 둘러쳐져 있다.

화엄벌 억새는 유난히 키가 작아 친근감이 간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펜스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을 한가하게 걷노라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망도 빼어나 낙동강을 기준으로 왼쪽엔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이, 오른쪽엔 김해 백두산과 동신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표적 코스는 상북면 석계~임도~원적산 봉수대~차단기~화엄벌~원효암~홍룡폭포~홍룡사. 덕계 쪽으로 하산하려면 화엄벌에서 무지개폭포~장흥저수지~덕계 또는 화엄벌에서 월평리 장흥부락으로 내려서면 된다. 초보자라면 오경농장 쪽에서 용주사를 거쳐 올라오면 힘들이지 않고 화엄벌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영남알프스 산군의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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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평(330만 ㎡)로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재약산 사자평원.


부울경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국내 최대의 억새평원인 재약산 사자평과 신불산 신불평원이 바로 그것.

사자평은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이라 옛 문헌에선 광평추파(廣平秋波·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라 하여 '재약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해서 사자평 코스는 가을 억새 탐승길의 고전으로 꼽혀 영남알프스 전지역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산행은 밀양 단장면에 위치한 호국대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고사리분교터 순이 일반적이다. 좀 더 길게 잡으면 표충사~한계암~천황산~천황재~재약산, 필봉~천황산~천황재~재약산 순으로 걸을 수 있다. 천황산과 재약산 사이의 천황재 억새 또한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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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평원 억새.

신불산 신불평원도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이 광활함을 자랑한다면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신불평원은 능선을 따라 좌우로 펼쳐져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은 천성산 화엄벌의 억새처럼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군무는 보기 어렵지만 억새 사이의 잡목이나 잡풀이 거의 없어 억새군락지의 진수를 보여준다. 신불산에서 북쪽의 간월산까지 2.3㎞ 구간에서도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억새 감상을 위한 덱이 조성돼 있는 간월재에서 바라보는 억새의 군무도 볼 만하다.

등산로는 등억온천~간월산장~임도~간월재~신불산~신불평원~영축산~통도사 순이지만 원점회귀를 원할 경우 신불산에서 공룡능선을 탄 후 홍류폭포를 거쳐 간월산장으로 하산하면 된다. 신불산 서릉을 타고 원점회귀할 경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하단)에서 출발, 신불평원~신불산~공비지휘소 전망대~파래소폭포~휴양림 순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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