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에도 품격이 있습니다."
국내 단풍 산의 간판격인 이웃 내장산과의 비교를 부탁하자 곧바로 되돌아온 전남 장성군민들의 뼈있는 한 마디다.
그 외마디 속에는 아마도 지명도 면에서의 열세는 인정하지만 단풍과 더불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깎아지른 절벽과 암릉 코스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은연 중에 내포돼 있으리라.

그들의 백암산 사랑은 계속됐다.
둘 다 핏빛 단풍과 주변 암봉이 투영되는 호수를 지녔지만 시멘트 기둥의 밋밋한 우화정(羽化亭)보다 당대의 시인묵객들이 처마에 걸린 그림같은 단풍의 풍광에 넋을 잃었을 법한 쌍계루(雙溪樓)가 훨씬 운치있지 않습니까."

백학봉과 쌍계루, 인공연못과 애기단풍. 단풍이 소개될 때 TV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유명한 장면이다. 아래 사진도 비슷한 지점에서 본 백학봉이다.




쌍계루 아래 구름다리.
우리나라 불교계의 고승대덕들을 많이 배출한 고불총림 백양사.
쌍계루 앞 극락교. 백암산의 자랑 애기단풍이 한창이다.
백암사 경내에서 본 백학봉.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수덕사와 함께 대한불교 조계종의 5대 총림 중의 하나인 고불총림 백양사와 백학봉의 앙상블이, 화려한 내장산 단풍의 유명세에 힘입은 유명무실한 내장사와 서래봉의 조화보다 더 아름답다고도 했다.

 단풍빛 역시 사뭇 다르다고 강조했다.
내장산의 단풍이 인공조림에 의한 단풍터널로 세련된 도회 아가씨의 화려함이 돋보인다면 순수 토종 그 자체인 백암산의 애기단풍은 질박한 토기처럼 수수한 자연미가 일품이다.

또 한가지. 붉은 빛 위주인 내장산 단풍과는 달리 백암산의 그것은 노란색의 은행나무와 갈색톤의 갈참 신갈 졸참나무 등이 늘푸른 비자나무와 한데 어울려 천연색의 향연을 이룬다.

산행은 남부매표소 주차장~쌍계루~극락교~국기단~약사암 갈림길~약사암~영천굴~잇단 계단~백학봉~헬기장~백양사계곡 갈림길~구암사 갈림길~헬기장~기린봉~상왕봉~능선사거리~운문암 갈림길~쌍계루~주차장 순.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정도.


 주차장에서 쌍계루로 가는 호젓한 숲길은 단풍나무 갈참나무 은행나무 잎이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며 만추의 심장부로 탐승객을 안내한다. 하늘을 가린 700년생 갈참나무와 백양사를 삼창(三創)한 고려 말의 선승 각진 국사가 꽂은 지팡이가 자라났다고 전해지는 역시 700년 된 이팝나무는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귀한 볼거리다.
      하늘을 가릴 듯한 700년 된 갈참나무.

 일순간 약속이나 한 듯 발걸음을 멈춘다. 만개한 연꽃 형상의 거대한 회백색 암봉인 백학봉을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단풍이 쌍계루를 감싸안고 있는 그림같은 비경이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욱 장관인 것은 돌로 계곡물을 막아 만든 조그마한 인공연못에 그 비경이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감탄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쌍계루에 서면 만추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고운 애기단풍 잎들이 시나브로 떨어진다. 아! 선계가 바로 여기로다.

쌍계루 맞은편의 부도전을 둘러본 후 왼쪽 극락교를 건너면 갈림길. 왼쪽 백양사 구경은 하산길 몫으로 남겨두고 오른쪽 백양사계곡 쪽으로 향한다. 지금은 거의 물이 말라 있다.

계곡 초입 주변은 500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153호인 비자나무의 북방한계선. 늘푸른 비자림이 내뿜는 진한 수향은 백암산의 또 다른 선물이다.

고려 때부터 국가의 안위를 위해 천제를 지냈던 국기단(國祈壇)을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 약사암 방향으로 오른다. 불과 400m 거리지만 꽤나 힘든 지그재그 돌길이다. 깎아지른 절벽 바로 아래 들어선 약사암 전망대에 서면 빨간 단풍 사이로 백양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약사암 옆 돌계단으로 내려서면서 영천굴로 향한다. 5분이면 닿는다. 애기단풍이 하늘을 가릴 만큼 주변을 빨갛게 물들여 놓았다. 비록 조그만 동굴이지만 백양사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의미있는 곳이다. 영험하다는 석간수도 있다. 영천굴에서 백학봉까지의 800m 구간은 ‘악!’ 소리나는 고행길. 대부분 계단과 쇠사다리뿐이며, 아쉽게도 이때부터 단풍이 말라 비틀어져 있다.

10분 뒤 약사암 위 절벽. 발밑은 천길 낭떠러지이다. 정면 기암 사이에 낙락장송 한 그루가 도도하게 서 있다. 이처럼 한 굽이 오르면 절벽 전망대가 방향을 달리해 포진해 있다. 마지막 전망대에선 운문암과 상왕봉을 볼 수 있다. 40분쯤 뒤 바위 쉼터. 사실상 오르막 끝. 정상은 3분 뒤. 정상석 대신 구급함과 산행안내판이 서 있다. 순창의 너른 벌판 뒤로 추월산과 병풍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오르막 힘든 구간은 끝나고 비교적 경사가 덜한 능선길이 기다린다. 헬기장과 백양사계곡 갈림길, 구암사 갈림길에 이은 또 다른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무명봉인 729봉. 상왕봉까지는 아직도 1.5㎞ 남았다.

정면에 사자봉이 포효를 하고 분재를 빼닮은 운치있는 소나무가 맵시를 뽐내는 시야가 트이는 지점을 지나면 암봉인 기린봉 바로 밑에 닿는다. 두 번째 헬기장에서 20분 소요. 암봉으로 오르는 험로가 있지만 대개 좌측 내리막 산죽길로 향한다. 여기서 12분이면 상왕봉 상봉. 백학봉과 마찬가지로 정상석 대신 구급함과 산행안내도만 서 있다. 정상 직전 우측 갈림길은 내장산 가는 종주길이다.

산행안내판 뒤로 내장산과 입암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1시 방향으로 내장산 신선봉 연자봉 까치봉 장군봉이, 10시 방향으로 입암산 갓바위가 또렷이 확인된다.
하산은 직진 방향. 정면으론 사자봉과 도집봉, 그 사이로 가인봉이, 왼쪽 뒤론 방금 지나온 백학봉과 기린봉이 보인다. 10분 뒤 만나는 이동통신중계탑 이후 두 번의 잇단 갈림길에선 모두 왼쪽길을 택한다.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4분 뒤 능선 사거리. 오른쪽은 몽계폭포, 직진하면 사자봉 방향, 산행팀은 왼쪽 운문암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죽 내리막길이다. 쌍계루나 영천굴, 사찰 주변을 제외하고 그나마 단풍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등로이다. 단풍나무와 함께 어른 손바닥 크기의 빨간 사람주나무의 단풍이 인상적이다.

10분 뒤 운문암으로 빠지는 산길이 있지만 막아놨다. 스님들의 수행공간인 선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10분이면 뜻밖에도 시멘트길. 300m 거리의 운문암까지 포장돼 있다. 등산객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으면서 공부하는 스님이 있는 정상 턱밑인 선원까지 차가 다니도록 포장을 꼭 할 필요가 있었는지 사실 의문이 든다. 그것도 국립공원 안에서.
이번 산행의 옥에 티다. 운문암 갈림길에서 백양사 및 쌍계루까지는 25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인터넷 일부 지도 도집봉 위치 잘못 표기   
 
백제 무왕 33년(632년) 때 여환 선사가 창건한 백양사의 원래 이름은 백암사. 이후 고려 때 정토사로 바뀌었고 조선 선조 때 다시 백양사(白羊寺)로 개명됐다. 사연은 이렇다. 당시 환양 선사가 지금의 영천굴 내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할 때 흰 양 한 마리가 설법을 듣고는 본래 자신은 하늘의 신선이었는데 죄를 짓고 쫓겨왔다며 죄를 뉘우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온다.

백양사는 불교계를 이끌었던 고승들을 많이 배출한 선도량이다. 일제강점기 때 제2대 종정을 지낸 환응, 조계종 초대 종정 만암, 태고종 초대 종정 묵담, 조계종 5대 종정 서옹 등 근래에 와서 종정을 지낸 고승만도 5명이나 된다. 운문암은 내변산 월명사, 금산 태고암과 함께 전국 절터 중 3대 명당으로 손꼽힌다. 풍수지리에 관심이 있다면 아니온 듯 다녀가도록 하자. 관계자들은 동안거 하안거 때만 피하면 조용히 다녀와도 무방하다고 한다.

온라인 상에 떠도는 백암산 산행지도에는 몇 가지 헷갈리는 지명이 있다. 짚고 넘어가자. 먼저 도집봉. 흔히 상왕봉 바로 아래 암봉에 도집봉이라 표기돼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 남부사무소 관계자는 "옛날 군사지도에 오기된 것을 누군가가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혼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암산의 모든 봉우리가 모인다는 의미의 진짜 도집봉은 금강암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오기된 도집봉은 흔히 기린봉으로 불린다. 하산길인 백양사 계곡은 흔히 약수동 계곡이라 표기돼 있다. 같은 곳이다. 백암산의 주소지가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이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을 흐르는 하천을 약수천, 그 상류계곡을 약수동 계곡이라 부른다.

또 한가지. 백암산의 봉우리 이름은 대부분 불교와 연관이 있다. '코끼리 상' 자를 쓰는 상왕봉, 이웃한 사자봉과 기린봉이 좋은 예. 인근의 가인봉도 원래는 관음봉이었다.

호반가든의 메기찜.

맛집 하나 소개한다. 장성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호반가든(061-392-8692)'. 주메뉴는 메기찜(2만5000~4만5000원), 메기매운탕(2만~3만5000원). 맛의 비결은 시래기. 가을 시래기를 삶아 말린 후 요리할 때 다시 삶기 때문에 그 맛이 아주 쫄깃쫄깃하다. 메기찜 속에 깔린 시래기를 먹기 위해 찾는 단골들이 많다고 한다. 입소문이 제법 퍼져 광주 정읍 전주에서도 많이 찾는다. 메기찜의 경우 30분쯤 걸려 예약을 하면 편리하다. 백양사IC와 백양사의 딱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차로 6분 걸린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당일치기 불가능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면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백양사 15번 우회전~담양 1번 백양사~광주 장성 백양사 1번 좌회전~곰재 정상 지나~장성호 지나~백양사 담양 15번 국도~내장산 백양사 좌회전~남부매표소~주차장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바야흐르 단풍 시즌이다.
 산에 전혀 가지 않는 사람들도 연중 행사로 산을 찾는 시기가 있다면 아마도 이맘 때라 보면 된다. 그 만큼 흡입력이 크다. 여염집 아낙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시장통 아줌마도, 기력없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관광버스에 몸을 싣는 풍경이 이제는 자연스럽다.
 봄철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을 불태우는 시기보다 오히려 흡입력면에서 한 수 위인 것 같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만 앞세워 멋모르고 떠났다가는 단풍은 고사하고 실컷 고생만 하고 돌아오기 일쑤이다. 심지어는 진입도 못해보고 관광버스를 되돌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번 주말 설악산이 좋은 예다. 한 아는 지인은 조금 늦게 도착하니 버스가 진입을 못해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은 버스를 되돌렸다 한다.
 단풍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단풍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잠시 되짚어보자.

 1. 단풍으로 유명한 산은 단풍 절정기엔 가급적 피하자.
 설악산 지리산 등이 단적인 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라땅 어디에서건 애오라지 그 명성 하나만으로 설악산과 지리산을 찾는다. 새벽에 일찍 도착했다면 그나마 괜찮지만 어정쩡한 시각에 도착하면 단풍 구경은 말짱 도루묵이다.
 차라리 약간 남쪽의 오대산이나 치악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나마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다. 오대산과 치악산도 설악의 단풍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산세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단풍 또한 여느 산보다는 한 수 위다.

 2. 주말 대신 평일은 그나마 좀 낫다.
 평소 산을 타는 사람들은 단풍철엔 절대로 주말에 산을 가질 않는다. 대표적인 단풍 코스는 설악산 천불동계곡이나 지리산 피아골.
 국립공원은 덱이나 철계단이 있어 등산로 상에서 체증이 일어난다.

 두 사람이 교호할 수 있는 덱이나 철계단에서 걸음이 느린, 다시 말해 일년 중 한번쯤 산에 온다는 아줌마 부대가 앞서 간다고 상상해보자. 걸음걸이나 느린 데다 웃으며 서로 얘기한다고 도무지 앞으로 가질 않는다. 그렇다고 요령껏 새치기를 하고 싶어도 마주보는 쪽에서 계속 산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에 정말 성질 급한 사람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기 마련이다.
 지난해 대둔산에 갔을 때다. 거의 50도쯤 되는 철계단 중간쯤에서 한 아주머니가 무섭다고 고개를 숙이며 주저앉아 버리는 상황이 발생해 거의 10분 동안 오가는 사람들이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행들이야 안타까워했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어떠했겠는가.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3. 단풍 시기는 국립(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물어봐라.
 언론에선 '이번 주가 절정이다'라고 보도를 하지만 사실 100% 정확하지 않다. 같은 산이라도 코스마다 단풍의 절정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답은 거의 매일 해당 산을 오르내리는, 그렇지 않다면 산을 오르내리는 산꾼들과 하루종일 접하는 공원 관리소 직원들이 갖고 있다. 공원 관리사무소는 114에 문의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매주 산행 기사를 보도하는 국제신문 산행팀에 문의해도 소용없다. 산행팀은 요즘 하루 평균 4~5통은 받는다. 어차피 산행팀도 공원 관리사무소에 문의해서 답을 해주는 전달자일 뿐이다.

 4. 산 아래와 산속의 단풍 절정기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지난해 계룡산에 갔을 때. 산 아래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지만 산정 쪽엔 사실상 겨울산이나 다름없다.

 흔히 단풍산이라 불리는 내장산이나 백암산을 예로 들어보자. 두 산 모두 진입로에는 단풍 터널이 생길 만큼 입구부터 감탄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같은 시기 산속은 단풍이 아예 없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그만큼 차이가 많이 난다.
 반대로 산속에 단풍이 만개해 있으면 산 아래엔 단풍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단풍 관련 뉴스가 나오면 산속인지 산 아래인지 정확히 구분을 해야 한다. 하지만 뉴스도 이렇게 구분해서 보도하지 않는다. 그들도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등산을 하는 산꾼들을 위해서인지, 등산은 하지 않고 산 아래 단풍만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한 뉴스인지 TV뉴스가 속시원하게 보도하지 않는다.

 5. 과대포장된 단풍 산, 뜻밖의 단풍 산도 있더라.
 상당히 조심스렇지만 경험한 사실을 그대로 적어 본다.
 흔히 담양 추월산(秋月山)을 두고 단풍으로 화사하게 단장한 모습이 아름답고 은은하게 내리 비치는 달빛 아래의 자태가 매혹적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가을 추, 달 월 자가 들어가지 않는가.
 하지만 추월산은 단풍 나무가 그리 많지 않다. 당시 동행한 한 산꾼은 발아래 멋진 담양호가 없었더라면 담양군이 어떻게 쏟아지는 불만을 무마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름을 그대로 믿고 단풍 구경을 하러 추월산에 가는 것은 한번쯤 말리고 싶다. 테마를 '기암괴석과 발아래 펼쳐지는 담양호의 수려함'이라고 바꾸면 괜찮을 듯하다.
 붉은 적, 치마 상 자를 쓰는 무주 적상산도 기대 만큼은 사실 못하다. 매년 이맘때 치마바위 주변에 단풍이 물들면 다소곳한 여인네가 붉은 치마를 두른 듯 온 산이 활활 타오른다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 치마바위 주변에 산이 붉게 물든 사진을 한번쯤 봤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산 전체에 각양각색의 물감을 흩뿌려놓은 것 같다고 한다.
 솔직히 그 정도의 단풍산은 찾아보면 적지 않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이나 호남의 강천산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끝으로 국제신문 산행팀이 유명세는 타고 있지 않지만 괜찮은 두 개의 단풍산을 소개한다.
 무주의 석기봉과 진안의 운장산이 바로 그것이다.

석기봉은 해발 800m대의 산 중턱 이상까지 단풍나무 군락지여서 단풍 명산 목록에 새로 추가해도 될 듯하다.

 백두대간 삼도봉과 민주지산의 중간에 위치한 석기봉(1180m)은 해발 800m대의 산 중턱 이상까지 단풍나무 군락지가 있어 단풍 명산 목록에 새로 추가해도 될 듯하다.
 마이산 구봉산과 함께 진안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운장산(1126m)도 빼어난 조망과 함께 단풍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두 산은 무엇보다 여유있게 산행을 하며 단풍을 볼 수 있다.

                          운장산도 단풍나무가 은근히 많은 단풍산으로 손꼽아도 될 듯싶다.

 

 단풍철에는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대거 몰리는 단풍 명소보다 단풍이 약간 적어도 한적하면서도 여유있게 산행을 할 수 있는 산이 좋습니다.

단풍산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혹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는 자신들만 알고 있는 단풍산을 댓글로 올려주시겠습니까. 동네 뒷산도 좋습니다.

 산행을 하다 보면 눈요기꺼리가 제법 있답니다. 만일 이런 볼거리가 없이 그냥 산만 타고 귀가한다면 아마도 절반 이상은 향후 산에 가지 않을 겁니다.
 잘 생긴 분재같은 소나무라든지, 희귀한 야생화나 좀처럼 보기드문 새, 그리고 발아래 펼쳐지는 귀똥찬 조망이 우선 떠오르는 예가 아닐까요.
 그 중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남녀 성기를 닮은 바위일겁니다. 사실 우리네 시골 마을 어귀에는 신성시되는 이러한 성기 모양의 바위가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산속에는 드뭅니다.
 재수좋게 우연히 발견한 몇 개의 바위를 소개합니다.

#의성 금성산~비봉산 남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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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에 의지해 암릉을 내려와(왼쪽) 전망대에서 뒤돌아보면 앞서 내려온 암릉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남근석이 절묘하게 걸쳐져 있다.

 경북 의성군 너른 벌판 위에 마주보고 우뚝 선 두 산은 흔히 종주 코스로 애용됩니다. 걷는 시간만 5시간 정도.
 신라 천년고찰 수정사를 경계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산의 산세는 확연히 다릅니다. 금성산(530m)이 무엇이든 품에 안을 것 같은 넉넉함을 갖춘 반면 봉황이 날아가는 듯한 형상인 비봉산(671m)의 능선은 아스라한 절벽을 이룬 암릉길로 멋도 있고 타는 재미가 있지요.
 남근석은 비봉산에 있지요. 금성산과 비봉산을 정상을 지나 하산길에 있지요. 수직절벽과 기암괴석을 오르내리다 약 15m쯤 되는 수직절벽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간 후 바로 산길로 가지말고 왼쪽의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기서 고개를 돌려 방금 내려온 암벽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를 보면 남근석이 기암절벽에 걸려 있죠. 그야말로 절묘한 위치입니다. 이 남근석은 이 산을 찾았다고 해서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놓치기 십상입니다.

#장흥 천관산 양근석과 금수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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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성기를 닮은 바위와 굴인 양근석(왼쪽)과 금수굴. 신기하게도 마주보고 있다.

 천관산(723m)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입니다. 웬만한 산꾼이라면 벌써 다녀왔거나 아니면 한번쯤 가봤으면 하고 벼르고 있을 꽤 이름있는 산이랍니다.
 천관산은 한마디로 기암괴석의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상도 못할 만큼 오묘한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천재 조각가들의 불후의 명작을 산 전체에 골고루 진열해놓은 듯합니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천관사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오똑한 것, 숙인 것, 우묵한 것, 입벌린 것, 울퉁불퉁한 것 등 기이한 암석이 많다'는 대목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도 남습니다.
 천관산은 또 억새 명산입니다. 가을이면 산사면이 온통 누른 억새의 물결로 넘쳐납니다. 여기에 막힘없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조망은 그 어느 명산이 흉내낼 수 없는 자랑이기도 합니다.
 이 천관산에는 남녀의 성기를 닮은 바위와 굴이 있습니다. 바로 양근석과 금수굴입니다.
 양근석은 천관산 등산을 하면 놓칠 수가 없습니다. 등로 바로 옆에 있으며 커다란 안내판과 친절한 설명이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힘차게 뻗은 모양이 발기한 남자 성기를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넘치는 모양새 그대로입니다. 높이는 4m 내외. 귀두를 감싼 고리는 일부로 조각해 놓은 것처럼 선명하게 파여 있죠. 또 바위의 뿌리에는 불알 모양으로 둥근 바위 두 개가 붙어 있습니다. 자연석이 이처럼 비례에 맞추어 완벽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이 바위가 유일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천관산에는 여성 성기의 모양을 한 굴도 있습니다. 양근석이 위치한 능선과 마주보는 능선상에 여성의 성기를 빼닮은 금수굴이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제천 월악산 남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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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주사 입구의 남근석과 월악산 정상인 영봉.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비운의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는 월악산에도 남근석이 있답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월악산은 음기가 왕성한 산. 여기에 덕주사 뒷편인 제천시 수산면 수산리 쪽에서 바라보이는 월악산은 영락없는 누워있는 여인의 얼굴모습을 빼닮았습니다.
 해서, 옛 선조들은 월악산의 음(陰)의 지기(地氣)를 누르고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남근석을 세웠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월악산의 음기를 중화시키고자 세운 남근석이 아들을 바라는 여인들의 소망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변해 윗부분이 잘려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남자 성기를 닮은 버섯도 덤으로 소개합니다.
 표충사에서 보이는 다섯 봉우리 다시 말해 '재약5봉' 중 하나인 필봉을 오르면서 조우한 성기를 닮은 버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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