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맛따라- 동래구 사직1동 '서영삼겹'



밥 짓는 시간 40분…고기 시킬 때 같이 주문

중독성 강한 소스와 된장 푼 소면도 별미

   
아무리 고기를 많이 먹어도 밥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우기는 한국 사람. 서양인의 관점에선 '이상한 족속'들로 보이는 한국인들은 하지만 식당 밥이 떡밥이 돼 나와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먹는다. 반찬투정은 해도 이상하리만치 밥에 대해선 아주 관대하다. 이를 두고 허영만은 '식객'에서 "우리 한국인들은 밥 본래의 맛을 잊고 있다"고 일침했다.

 그래서 밥이 맛있는 집을 소개한다. 사직야구장 인근 '서영삼겹'(051-503-7708)이다. 사직운동장 주변 부산시체육회 관련 인사나 부산 연고 프로 선수들 그리고 단골들만이 주로 찾는 숨은 맛집이다.

양은냄비밥은 4시간 정도 불려야 적당.
냄비도 크기 별로 다양. 왼쪽은 2인분용, 우측은 3~4인분용.
밥 완성. 뜸 들이는 데까지 대략 40분 정도.
양은냄비째로 손님 테이블로 나온다.
바닥까지 싹싹 끍으면
주인장이 다시 갖고가 누룽지를 완성해 대령하지요.

이곳에선 양은냄비에서 한 밥을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손님이 몰릴 땐 시간이 금인 주방에서 누룽지를 만들기 위해 필수인 뜸을 들이기 위해 5분이라는 시간을 할애하는 정성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영삼겹'은 고기를 시킬 때 밥을 같이 주문해야 된다. 메뉴판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밥 짓는 시간이 40분 정도 걸리니까.

 맛있는 밥의 비법은 이랬다. 쌀은 도정한 지 15일 이내 것을 사용하며, 4시간 정도 쌀을 불려야 한다. 처음엔 냄비 뚜껑을 열어놓은 채 강한 불로, 끓기 시작할 땐 뚜껑을 닫으며 중불로, 뜸 들일 땐 약한 불로 낮춘다. 주의할 점은 냄비 안의 수증기는 날려보내야 하고, 밥물은 절대로 넘치면 안 된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기면 밥맛은 떨어진다.

"양은냄비라 가끔씩 태우기도 할 텐데"라고 묻자 안주인 문광순(52) 씨는 "양은냄비 밥만 13년째"라며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양은냄비째로 나온 밥의 맛은 어떨까. 윤기가 잘잘 흐르면서 따끈따끈한 열기가 입안에 꽉 차는 이 맛은 일본이 자랑하는 니가타의 고시히카리 쌀밥에 비해 손색이 없다. 이어 나오는 누룽지까지 먹으면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어떤 쌀을 쓰는지도 궁금했다. "평야 쌀은 압력밥솥에 맞고 양은냄비엔 간척지 쌀로 해야 밥맛이 더 좋아요. 저희는 경북 포항 흥해쌀과 전남 강진쌀만 사용하죠. 가격 차이는 별로 없어요." 그러면서 수십 번의 시행착오의 산물이라 덧붙였다.

생고기만 쓰는 이 집은 고기 선택에도 까다로웠다. 충북 청원산 최고급 돼지고기만 쓴다고. "왜 하필?" 하고 물으니 타 지역의 소문난 수많은 고기를 맛봤지만 이곳 고기가 특히 담백하고 단맛이 나기 때문이란다. 조승호(52) 사장은 "호텔 주방장이나 고깃집 주인들이 와도 고기 하나는 정말 좋다고 칭찬한다"고 말했다.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 또한 이 집만의 자랑. 일부 손님들은 간장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몸에 좋다는 강화약쑥 삶은 물에 상황버섯 헛개나무 인삼 구기자 대추 등 22가지를 1시간 정도 달인 것에 진간장 4분의 1과 땡고추를 얇게 썰어 넣었다.

'서영삼겹' 주인장 부부 조승호, 문광순 씨.
양은냄비밥 못지않게 고기 또한 아주 맛있다. 정말이다.
이 집의 자랑인 소스는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띠포리 육수에 된장을 푼 소면 또한 일품이다. 밥 취재에 하러 갔다 소면에 반해버렸다.

중독성이 아주 강해 양은냄비 밥과 함께 단골을 만드는 쌍두마차란다. 소면까지 추가하면 삼두마차라 해도 손색이 없다. 띠포리 육수에 된장을 풀어 고명 대신 대파 양파 당근 땡초를 곁들인 소면의 맛은 별미다.

양은냄비 밥과 소면은 고기를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각각 1인분 3000원. 생항정살 생가브리살(120g 7000원) 생삼겹살 생목살(〃 6000원). 사직야구장 정문쯤이 보일 때 우회전, 두 번의 사거리를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사직교회 방향으로 틀자마자 바로 우측에 큰 간판이 보인다. 만일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사직동 산복도로와 만난다. 20대 주차 가능.

'서영삼겹'은 원래 지하철 3호선 사직역 쪽에서 야구장 가는 도중 위치해 있었다. 입소문을 점차 타면서 가게가 좁아 올해 3월 초 지금의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남아 있다. 이전하기로 했지만 가게가 생각보다 빨리 나가지 않자 주인장은 그 가게를 새 주인에게 물려주면서 간판과 메뉴를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하고 계약했다. 맛과 관련해선, 두 말하면 잔소리가 아니겠는가.

그 사실을 모르는 옛 단골들이 옛 서영삽겹을 찾았다가 주인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연락해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집의 단골은 부산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회장들과 롯데 자이언츠 직원들과 선수들, 그리고 치어리더들.

그럼 문제 하나. 이들 중 누구의 식성이 가장 왕성할까.
정답은 치어리더들이란다. 주인장의 증언에 따르면 덩치 큰 야구선수들보다 2배 정도 많이 먹는단다. 3시간 동안 힘찬 몸짓으로 에너지를 소비했으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 주인장의 설명이었다.

 








식당, 정육점 겸해 귀한 특수부위 언제나 준비돼
경주 산내, 언양 봉계 등에 비해 7000~8000원 저렴
다대기 푼 된장라면, 보릿가루 첨가한 누룽지 별미

        특소금구이.맨 우측 하단 가운데 심줄이 있어 나뭇잎을 빼닮아 명명된 낙엽살. 맨 좌측 하단
          부위가 치맛살, 좌측 상단 돌돌 말려 있는 것이 갈비갈, 그 옆 넓적한 덩이가 등심, 등심 위의
          고기는 제비초리이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모처럼 제대로 된 고깃집이 하나 생겼다. 떠들썩하지도 않고 화려함과는 더욱 거리가 먼, 애오라지 맛으로만 승부하는 집이다. 해서, 주말 평일 가릴 것 없이 북적댄다.


사실 넘치는 게 고깃집 아닌가. 하지만 모처럼 큰 마음 먹고 외식 한번 하려고 해도 어딜 가야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하나같이 특상품 한우 암소를 취급한다 하고, 최상의 식재를 사용한다고 내세우니까. 가서 맛보지 않고는 옥석을 구분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럴 경우 지인들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혹자는 인터넷 맛집 사이트를 참고하라고 하지만 '알바'들에 의한 장난이 심해 그것도 절반은 믿지 못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고깃집을 소개받으면 반가울 수밖에.

'영남식육식당'. 식당을 하면서 정육점을 겸한다. 신시가지 좌동 재래시장 인근이다. 원래 일식집이었던 곳을 인수, 고깃집으로 개조해 작은 방들이 많다.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에 방해받지 않아 우선 마음에 든다.

먼저 선짓국과 밑반찬, 간 천엽 등골(척수) 한 접시가 동시에 나온다. 칼슘이 우유의 40배나 된다는 하얀색의 등골은 소를 마리째 구입하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거란다. 안주인 김수정(38) 씨는 설탕없는 아이스크림에 비유했다. 실제로 그랬다.

간 천엽 그리고 하얀 색이 등골(척수)이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명이나물.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지.


소피로만 만든 맛이 기가 막힌 선지국.

태백숯가마에서 공수된 참숯.


낙엽살.

육사시미.


밑반찬 중에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산마늘의 일종인 명이나물과 옛날 방식으로 담근 오이지 그리고 묵은지가 눈길을 끈다. 명이는 새 순이 올라오는 지금이 가장 맛있단다. 평소 못 보는 반찬이라 대부분의 손님들이 남은 것을 싸간다고 한다. 선짓국 또한 소피로만 직접 만들어 그저그만이다. 사이드음식이었다가 손님들의 요구로 최근 선짓국 정식이 식사의 메인 메뉴로 등장했다.

잠시 후 이글거리는 숯불과 주문한 특소금구이(120g 2만2000원)가 나무 도마 위에 올려진 채 들어왔다. 등심 낙엽살 치맛살 갈비 제비초리 등 이름 또한 흥미롭고 화려하다. 한눈에 봐도 고기 속의 마블링(지방의 무늬)이 예사롭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고기의 원산지나 등급에는 관심을 두지만 정작 숯불에는 무심하다. 물어보니 참숯이었다. 강원도 태백숯가마에서 구워낸 것이란다. 안주인 김 씨는 "참숯을 좀 아는 사람은 결을 보면 바로 안다"며 석쇠를 걷어내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곤 아무리 좋은 등급의 고기라도 숯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마도 맛의 절반은 달아난다고 숯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숯의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야 비로소 진정한 고기맛이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고기맛은 어떨까. 유난히 붉으면서 마블링이 없는 제비초리를 먼저 올렸다. 목 뒤 두 덩어리가 나오는 제비초리는 다른 고깃집에선 고가의 특수부위로 판매된다고 했다. 기름기가 적은 제비초리는 입에서 녹는다. 이름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낙엽살은 앞다리살이다. 긴 혀 모양의 고기를 절반으로 나누는 심이 있어 영판 나뭇잎 그 자체다. 육즙이 묻어나 고소하면서도 부드럽다.

기름이 적고 맛이 고소한 치맛살은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개인적으론 육즙과 함께 고소하면서도 약간의 씹는 맛이 있는 등심과 갈비살이 가장 맘에 들었다.

안주인 김 씨는 특수부위(120g 2만7000원)인 안창 안거미(토시) 살치 꽃살도 한 두 점씩 구워 권했다. 이른바 서비스였다. 적출할 수 있는 양이 적어 귀하고 그래서 더 맛있는 부위가 특수부위이다. 갈비살과 유사하지만 더 맛있는 안창과 기름기가 없고 등심과 맛이 비슷한 안거미는 한결같이 입에서 증발해버린다. 안거미는 기름이 적고 고소해 어르신들이 특히 선호한다. 마블링이 가장 화려한 꽃살은 입에서 눈녹듯 사라진다. 가히 맛의 향연 그 자체다.

           특수부위. 적출할 수 있는 양이 적어 귀하고 그래서 더 맛있는 부위가 특수부위이다.

보릿가루를 첨가한 누룽지.

된장라면.


 식사는 된장라면, 누룽지, 된장찌개 중 택일. 누룽지에는 보릿가루를 넣어 국물맛이 고소했고, 다대기를 곁들인 된장에 국수처럼 삶은 라면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였다. 마무리 식사까지 깔끔하다. 한마디로 부산의 맛집으로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고기는 식육점 가격으로 판매하며 생고기를 진공 포장해 선물용으로도 마련해준다. (051)702-0110


<주인장 한마디>
"좋은 고기 찾으러 팔도강산으로 발품을 팔아요"
안주인 김수정 씨.

안주인 김수정 씨는 흔히 고기의 명가로 불리는 언양 봉계 산내 지역의 비슷한 등급의 고기보다 영남식육식당이 7000~8000원 정도 싸다고 했다. 도로에 뿌리는 기름값을 뺐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 중간 유통상 없이 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데다 뼈를 발라내는 작업을 손수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

한우 암소를 어디서 구입하느냐고 물었더니 딱히 고정적으로 가져오는 곳은 없다고 했다. 남편인 이승무(42) 씨가 좋은 고기를 구하러 발품을 판다고 답했다. 경북 봉화나 경주 산내가 주요 거래처라고 했다. 얼핏 들으면 약간 신뢰감이 없는 듯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신빙성이 가는 대답이었다.

김 씨는 손님들에게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고기는 직원이 굽다가 개인접시에 한 점 놓을 때 바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때가 맛의 절정이기 때문이란다. 가급적 소금을 찍어 먹어야 제대로 된 고기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 고기는 되도록 기름기가 적은 순으로 먹어야 하며 양념갈비를 제일 마지막에 먹어라고 권했다. 한마디 더 덧붙였다. 요즘은 식당 벽에 축산물 소 등급 판정확인서를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붙여 놓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좋은 일도 하고 있더군요.

영남식육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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